<충격세태> 여장남자 찾는 남자들 '은밀한 속사정'

여자 아니고, 남자도 아닌 ‘쉬멜’을 아십니까

[일요시사 취재1팀] 이광호 기자 = 영화나 드라마, 코미디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여장남자는 보통 우스꽝스럽게 그려진다. 기존의 상식을 깬 낯선 모습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상 속에서 여장을 하는 남자는 실제로 존재한다. 이들을 흔히 ‘쉬멜(Shemale)’이라고 부른다. 쉬멜은 거세하지 않고 가슴수술만 한 트랜스젠더를 의미한다. 최근 성소수자들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쉬멜에 대한 궁금증도 커지고 있다. 많은 이들에게 익숙한 ‘게이(Gay)’와는 또 다른 세계다. 동성애자들 사이에서도 뜨거운 감자인 쉬멜의 면면을 살펴봤다.

 
미국 연방 대법원이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동성 간 결혼이 합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대법관 9명 중 동성 결혼을 찬성한 쪽은 5명, 반대한 쪽은 4명이었다. 이전까지 미국에서는 워싱턴 D.C와 36개 주에서만 동성 결혼이 허용됐다. 하지만 이번 연방 대법원의 결정으로 동성 간 결혼은 미국 51개 주로 확대됐다.
 
상체는 여성
하체는 남성
 
미국 언론에 따르면 연방 대법원의 판결을 듣자마자 가장 먼저 결혼 허가증을 받으려고 동성 커플 20~25쌍이 미국 텍사스 주 트래비스 카운티 법원에 득달같이 달려가는 등 텍사스, 네브래스카, 조지아, 미시시피, 루이지애나, 아칸소, 미시간, 오하이오 등 14개 주 법원에 동성애 커플이 운집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동성 결혼의 전국적인 허용에 따라 그간 불허된 주에 살던 300만명의 동성 커플이 결혼권을 획득했다고 추산했다.
 
미국에서 동성 결혼이 허용된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8일 서울광장에서는 ‘제16회 퀴어문화 축제’가 열렸다. ‘사랑하라, 저항하라, 퀴어 레볼루션’이라는 슬로건을 내건 이날 퀴어문화 축제에는 성소수자, 시민, 외국인 등 약 3만명(주최측 추산·경찰추산 6000여명)이 참여해 광장을 그들의 상징색인 무지개로 물들였다.
 

일부 기독교단체와 보수단체는 이날 서울광장 주변에서 동성애를 반대하는 맞불 집회를 열었다. 1만여명(경찰 추산)의 집회 참가자들은 ‘동성애·동성혼 OUT’ 등의 구호를 외치며 동성애 규탄 공연을 열기도 했다. 이들의 반대 집회에도 이번 행사는 비교적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퀴어문화 축제에는 ‘LGBT’가 모두 참여했다. 성소수자의 정체성은 다양한데 이를 LGBT로 통칭한다. 레즈비언(Lesbian), 게이(Gay), 양성애자(Bisexual), 트랜스젠더(Transgender) 등의 앞 글자를 차용한 것이다. 레즈비언은 여자가 여자를, 게이는 남자가 남자를 좋아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트랜스젠더에는 게이, 레즈비언, 양성애자가 모두 포함된다.
 
그중에서도 쉬멜(Shemale)은 여성을 나타내는 3인칭 영어 She와 남성을 나타내는 Male의 합성어로 동남아시아에서는 ‘레이디보이(Ladyboy)’라고 부르고 일본에서는 ‘뉴하프(Newhalf)’라고 부른다. 이들은 여성호르몬을 맞으면서 신체적 변화를 이끌어낸다.
 
여성호르몬으로는 가슴 크기를 늘리는 데 한계가 있어 대부분 수술을 통해 풍만한 여성성을 드러낸다. 쉬멜은 ‘러버(트랜스젠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파트너라고 알려진다. 한마디로 쉬멜은 남성으로 태어났으나 여성이 되기 위해 가슴수술을 통해 양성을 가지고 있는, 수술이 덜 된 트랜스젠더를 의미한다.
 
미모 뽐내며
동성관계 맺어
 
일부 트랜스젠더는 쉬멜이라는 말이 트랜스젠더 개인의 성정체성과 성표현을 무시하고 조롱한다고 주장하며 용어 자체가 모욕적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시각에 따르면 쉬멜이라는 말은 그 사람의 생물학적 성을 강조하고 사회적 성을 무시하는 것이다. 성전환자 여성에게 쉬멜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은 그녀가 성매매에 종사한다는 주장을 은연중에 내포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쉬멜이라는 말이 서양 포르노에서 자주 사용된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 한다. 
 

미국의 전투적 여성주의 레즈비언 운동가로 알려진 재니스 레이먼드는 1979년 본인의 책 <트랜스섹슈얼 제국>에서 쉬멜이라는 용어를 성전환자 여성을 경멸적으로 가리키는 말로서 도입해 사용했는데, 레이먼드를 비롯해 메리 데일리 같은 다른 페미니스트들은 쉬멜은 여전히 메일(남성)이며, 그들은 여성의 본질에 대한 남성들의 가부장적 공격이라고 했다.
 
 
그 이후로 MTF(여성 성정체성을 가진 트랜스젠더) 사이에서 쉬멜이라는 말은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쉬멜이라는 용어는 여전히 동성애 세계에서 일상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특히 국내의 경우 쉬멜이라는 용어에 대한 거부감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 자신을 쉬멜이라고 떳떳하게 밝히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쉬멜들은 주로 인터넷 커뮤니티, 카페 등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며 조건만남을 시도한다. 대표적으로 ‘XX코리아’를 들 수 있다. XX코리아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본인인증을 거친 회원가입이 필수다. 본격적인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1개월 3000원, 6개월 1만1000원을 결제해야 한다. XX코리아 홈페이지의 카테고리는 앞서 설명한 LGBT로 나뉜다.
 
각 카테고리 안에는 데이트, 지역방, 성향방 등의 게시판이 있다. 동성애자들의 놀이터인 것이다. XX코리아 회원들은 자신을 ‘뚱바텀(뚱뚱한 여성성향 게이)’ ‘훈남탑(훈훈한 외모의 남성성향 게이)’ 등으로 소개하며 애인 찾기에 열을 올린다.
 
XX코리아 게시판에는 쉬멜들의 사진이 가득하다. 얼핏 보면 여성으로 착각할 정도로 아름다운 외모의 쉬멜이 많다. 분명 남성성을 갖고 있지만 긴 머리에 짙게 화장한 얼굴, 스커트, 스타킹, 구두 등 외모와 각선미는 영락없는 여성이다. 이들은 자신의 사진을 게시판에 공개하면서 매력을 발산한다. 외모가 뛰어난 쉬멜의 게시물에는 러버들의 댓글 수백여개가 달리기도 한다. 수많은 러버들에게 쪽지를 받은 쉬멜은 대화가 통하는 상대와 ‘조건만남’을 통해 성적욕구를 채우고 돈을 번다.

영화·드라마·코미디서 우스꽝스럽게 희화
대부분 여장부터 시작해 결국 트랜스젠더로
 
XX코리아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LGBT 중 자신의 성향을 밝혀야한다. 선호하는 체위도 선택해야 한다. 체위 종류는 ‘올(양성성향)’ ‘올탑(남성성향 강함)’ ‘올바텀(여성성향 강함)’ ‘탑(남성역할)’ ‘바텀(여성역할)’ ‘오랄(구강섹스)’ ‘전천(레즈비언 중 양성성향 가능)’ ‘부치(레즈비언 중 여성성향)’ ‘팸(레즈비언 중 남성성향)’ 등이 있다. 일반인들에게는 낯선 그들만의 은어가 즐비하다. 
 
XX코리아 외에도 여러 카페에서 쉬멜을 만날 수 있다. 한 쉬멜 카페의 경우 일부 인기회원이 연예인급으로 추앙받으며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다. 인기 회원 케X는 처음엔 ‘CD(여장을 즐기는 사람)’였으나 가슴수술 등 성형수술을 통해 쉬멜로 전향했다고 알려진다. 케X는 신림동에 거주했으나 최근 강남으로 이사를 갔다고 한다. 러버들과의 조건만남으로 번 돈이 상당했다는 것이다. 케X는 자기애가 강해 커뮤니티 게시판에 주민등록증을 공개하는 등 거침없는 행보로 주변을 놀래기도 했다. 
 
쉬멜 찾는 러버
그들만의 취향
 
개인카페나 블로그, 트위터 등을 통해서도 러버들의 일상을 엿볼 수 있다. 포털 검색창에 쉬멜을 검색하면 다양한 쉬멜들의 모습이 발견된다. 쉬멜들이 다소 자극적인 사진을 올리면 러버들이 벌떼처럼 몰려든다. 러버들은 쉬멜이 남성인 걸 뻔히 알면서도 “누나 한 번 만나줘요” “정말 섹시하네요” 등 구애의 손길을 보낸다. 이 과정에서 쉬멜과 러버의 조건만남이 이루어진다.
 

인터넷 커뮤니티뿐만이 아니다. 일명 ‘OFF카페’에서는 CD, 쉬멜, 러버 등이 한데 섞여 자신들의 은밀한 성 정체성을 드러내며 사회적으로 억압된 욕구를 해소한다. OFF카페는 주로 이태원, 신촌, 영등포, 왕십리 등에 은밀하게 숨어있다. OFF카페에서 서빙하는 스텝과 바텐더 등 종업원도 CD 혹은 쉬멜이다. 쉬멜을 찾는 러버가 아니라도 호기심에 OFF카페를 찾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전해진다.
 
쉬멜로 가득한 OFF카페는 사실상 성매매 업소라고 봐도 무방하다. 러버들은 쉬멜을 만나기 위해 1시간에 10만원을 지불한다고 알려진다. 일반적인 남녀의 성관계와 달리 이들의 성관계는 정해진 ‘역할’이 없다. 그래서 쉬멜을 찾는 러버의 성 정체성에 대해 물음표가 지어지기도 한다. 남성성을 선호하는 건지 여성성을 선호하는 건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한 가지 확실한 점은 다수의 러버가 거세를 하지 않은 쉬멜을 고집한다는 것이다. 러버들 사이에서 수술한 트랜스젠더는 큰 인기를 끌지 못한다.

동성애 무지개 물결
점차 음지서 양지로
 
쉬멜도 일반 여성처럼 달콤한 사랑을 꿈꾼다. 그러나 현실의 벽은 두텁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겨도 고백을 하지 못하고, 고백을 받아도 솔직하게 자신의 정체성을 밝히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동성애 커뮤니티에는 이 같은 고민이 그대로 드러난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쉬멜 A씨는 최근 손님 B씨로부터 고백을 받았다. 이후 이들은 서로 이상형이라며 마음을 터놓고 연인사이로 발전했다. 문제는 A씨가 자신의 성정체성을 숨기고 있다는 사실을 B씨가 모른다는 것이었다. A씨는 다른 쉬멜에 비해 유독 빼어난 외모와 고운 목소리를 자랑해 의도치 않게 B씨를 속이게 됐다.
 

죄책감에 시달리던 A씨는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쉬멜이라는 걸 남자친구인 B씨가 알게 된다면 헤어질 게 뻔하다고 생각해서다. 만약 B씨가 러버였다면 A씨는 이런 고민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일반 남성이 쉬멜을 여성으로 착각하고 접근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 쉬멜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점차 고개 드는
동성애 하위문화
 
쉬멜은 트랜스젠더의 한 종류다. 트랜스젠더의 성정체성은 실로 다양하다. 우선 ‘트랜스맨’은 여성으로 태어났으나 스스로 남성으로 정체화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뉴트로이스’는 성 정체성의 한 종류로 스스로 중성화된 신체를 가지고자하는 사람들로 남성의 경우 거세를 바라고 여성의 경우 유방제거술을 받기를 원한다. ‘바이젠더’는 남성과 여성 두 가지 젠더를 각각 개별적으로 갖고 있다.
 
바이젠더는 상황에 따라 성별 의식이 남성에서 여성으로, 여성에서 남성으로 전환된다. ‘시스젠더’는 트랜스젠더에 대응해 만들어진 용어로 신체적 성과 사회적 성이 일치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안드로진’은 남성스러움과 여성스러움을 구분하지 않고 한 인격체 내에 남성성과 여성성을 동시에 갖춘 것으로 인식하는 것을 말한다.
 
안드로진은 형, 오빠, 누나, 언니 등 성별이 드러나는 호칭을 꺼려한다. ‘젠더퀴어’는 젠더를 남성과 여성 이분법적인 성별 구분을 벗어난 종류의 성 정체성을 가지는 것을 지칭하는 용어다. ‘트라이젠더’는 성 정체성의 한 종류로 세 개의 젠더를 뜻한다. ‘팬젠더’는 자신을 모든 젠더에 속한다고 자각하는 정체성이다.
그간 트랜스젠더의 정체성은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동성애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면서 트랜스젠더를 가렸던 막이 점차 걷히는 형국이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깔끔하게 정리한 성소수자 은어
 
퀴어: 사전적 의미는 기묘한, 이상한, 괴상한. 흔히 동성애자를 총칭.
호모: 성별과 관계없이 동성애자 모두를 총칭.
이반: 일반인과 구별된다는 차원에서 동성애자들이 자신들을 일반이 아닌 이반이라고 부름. 
레즈비언: 여성 동성애자.
다이크·부치: 남성적이고 능동적인 레즈비언
펨: 여성적이고 소극적인 레즈비언
더덕: 트랜스젠더를 지칭하는 그들만의 은어.
더덕빠: 트랜스젠더빠
무방달자: 신체적으로 아무수술도 하지않은 상태에서의 트랜스젠더.
유방달자: 가슴수술만 하고 거세는 하지 않은 이들.
쉬멜: 유방달자를 지칭하는 또 다른 은어.
러버: 트랜스러버. 트랜스젠더를 좋아하는 사람.
바이섹슈얼: 양성애자.
바이: 바이섹슈얼의 줄임말로 이성과 동성 모두에게 성적 지향성이 있는 사람.
카트: 거세.
카순이: 거세한 트랜스젠더. 가슴을 달고 거세수술까지 한 이들.
기갈: 트랜스젠더의 남성성이 강조된 성격. 성격 있는 트랜스들을 ‘기갈있다’고 표현한다.
보갈: 게이(남성동성애자)를 지칭하는 은어.
CD: 크로스드레서의 약자로 취미로 여장을 즐기는 이들. 트랜스젠더와 종종 트러블이 일어나기도 한다. 
CD레즈: 남성적 남성에는 끌리지 않고 여성적 CD에게 끌리는 여성적CD.
TG: 트랜스젠더. 몸은 남성으로 태어났지만 성정체성이 여성.
TS: 트랜스섹슈얼. 강을 건너버린 성전환자. <광>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한미 정상회담 팩트시트가 공개되자, 가장 큰 화제가 된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에 대해 “문구가 추상적이어서 모호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에 자극 받은 일본도 핵잠수함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핵잠수함 건조를 현실화하지 않으면 “일본에 핵 보유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의 국내 정치용으로 활용하게 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29일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타결된 한미 관세·안보 협상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가 지난 14일 공개됐다. 가장 큰 논란은 핵 추진 잠수함(이하 핵잠수함) 관련 합의 문구였다. 산 너머 산 구체성 없다 팩트시트를 통해 확인되는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선 “구체성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팩트시트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 민간·해군의 원자력 프로그램 ▲한미 원자력 협정에 부합하고 미국의 법적 요건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한국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로 귀결될 절차 등을 지지한다. 이어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고, 한국과 조선 사업 요건 진전·연료 조달 방안 등을 포함해 긴밀히 협력한다. 미국은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 지지·승인·협력할 뿐이다. 이를 두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같은 날 브리핑에서 “한미 정상의 논의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에서 건조하는 게 전제였다”며 “우리 핵잠수함을 미국에서 건조하는 방안은 거론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같은 날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며 “국내 건조 장소 합의는 팩트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기자들 앞에서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을 발표하면서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건조될 것”이라며 “미국 조선업이 곧 대대적인 부활을 맞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핵잠수함이 건조되려면, 산적한 현안을 모두 해결해야 한다. 팩트시트엔 건조 장소가 적시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명시해 발표했기 때문에, 미국이 순순히 양보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같은 회담 결과를 두고 양국의 주장이 엇갈리는 자체가 논란이 되고 있다.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및 핵연료 재처리엔 ▲한미 원자력 협정 부합 ▲미국의 법적 요건 준수 ▲한국의 평화적 이용 등 단서가 붙는다. 기술 이전 과정에도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핵잠수함 보유국은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인도 등 6개국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30일 “미국이 핵잠수함 기술을 공유한 사례는 1950년대 최우방국 영국과 협력한 사례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미국의 핵잠수함 기술은 미군이 보유한 가장 민감하고 철저히 보호돼온 기술”이라며 “가까운 동맹인 영국·호주와 체결한 핵잠수함 협정에서도 직접 기술 관련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우리에겐 우라늄 농축·재처리 기술이 없어서 미국으로부터 핵연료를 공급받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하지만 연료 공급 장소·방식은 팩트시트에 명시되지 않았다. 연료 공급 방법을 확보하지 못하면, 핵잠수함을 만드는 의미가 없다. 핵잠 건조 추상적인데 “고정밀지도 내놔” 발 빠르게 비핵 3원칙 수정하려는 일본 미국의 법률 개정 절차도 거쳐야 한다. 미국 원자력법은 ‘미국이 다른 나라와 군사적 목적의 원자력 협력을 하려면, 원자력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한미 원자력 협정을 개정한 후 미국 상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국제 무기 거래 규정도 상원의 동의를 얻어 개정해야 한다. 원자력 협정 개정이 팩트시트에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해선 “미국 에너지부의 반대 때문”이란 지적도 있다. 미국 일각에서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한단 것이다.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는데, 우리는 미국에 고정밀지도를 넘겨야 하는 상황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팩트시트엔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포함한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정책에 있어 미국 기업이 차별당하거나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이 있다. 또 “위치·재보험·개인정보에 대한 것을 포함해 정보의 국경 간 이전을 원활하게 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도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온라인플랫폼의 ▲자사 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 등을 막는 내용이 담긴 우리의 온플법 제정을 반대했다. 팩트시트를 따르면, 미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가 어려워진다. 아울러 우리는 구글·애플이 요청하는 1:5000 축척 고정밀지도 국외 반출 요청을 수용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정부는 애플이 요청한 지도 반출 여부를 다음 달에, 구글의 요청은 내년 2월 결정할 예정이다. 팩트시트에 게재된 합의 사항대로라면, 애플·구글의 요청을 수용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15일 논평을 통해 팩트시트 속 위험요소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정부는 ‘농·축산물 개방은 없다’고 말해 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대로 농·축산물 개방 문구가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고정밀 지도 반출 등 대한민국의 디지털 주권과 직결된 사안까지 미국의 요구를 반영해 슬그머니 끼워 넣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반도체 관세에 대해서도 ‘다른 나라보다 불리하지 않게 한다’는 모호한 문구만 있다”며 “경쟁국 대만과 비교해 어떻게 적용할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팩트 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50억달러(약 36조7183억원) 규모의 미국산 군사 장비를 5년 동안 구매하고, 주한미군에 대해 330억달러(약 48조4682억원)를 포괄적으로 지원하면, 천문학적인 재정 부담을 떠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핵잠수함 건조 과정은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라서 장밋빛 전망만 내세울 때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고정밀지도 반출 가능성 실제로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가 실현되기까지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해서 실질은 아직 불투명하다”며 “선언이 지나치게 앞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핵잠수함 나비효과가 일본으로 번졌단 점이다.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자, 일본 정치권도 크게 술렁였다.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은 지난 12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미국·중국은 이미 핵잠수함을 갖고 있고, 지금은 핵잠수함을 보유하지 않은 한국·호주가 앞으로 보유하게 된다”며 “일본의 억지력·대응력을 강화하려면, 전고체·연료전지·원자력 등 다양한 동력원에 대해 폭넓게 논의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일본은 1967년 사토 에이사쿠 당시 총리가 선언했던 비핵 3원칙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비핵 3원칙은 “핵무기를 만들지도, 가지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선언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일찍부터 핵무기 반입 금지 방침 완화를 주장했다.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도 같은 날 “현 시점에선 재검토 여부를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국회 연설에서 “내년 중 3대 안보 문서 개정을 위해 검토를 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3대 안보 문서는 ▲국가안보 전략 ▲국가방위 전략 ▲방위력 정비 계획 등을 말한다. 여기엔 비핵 3원칙이 모두 포함돼있다. 일본은 이미 지난 2022년 “반격 능력을 보유하고, 장거리 미사일 전력을 향상한다”는 내용을 3대 안보 문서에 포함했다. 묘한 것은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이 일본 국내 정치구도까지 뒤흔들 가능성이 있단 것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카이치 총리가 선출될 당시 라이벌이었다. 지난달 4일 진행된 자민당 총재 선거 1차 투표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183표(31.1%)를 얻었고, 고이즈미 방위상은 164표(27.8%)를 얻었다. 결선투표에선 다카이치 총리가 185표(54.3%)를, 고이즈미 방위상은 156표(45.7%)에 머물렀다. 하마터면 다카이치 총리는 자민당 총재·총리로 선출되지 못할 뻔했다.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통하는 다카이치 총리에 반발한 공명당이 지난달 10일 자민당과의 연정에서 탈퇴했기 때문이다. 당시 공명당 사이토 데쓰오 대표는 고이즈미 방위상에 대해선 “정치자금 규제와 관련된 공명당의 처지를 이해하고 있었다”면서 호평했다. 고이즈미 방위상도 “지금까지 정책 실현에 대해 힘써 주신 것에 대해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고 화답했다. 미일 협력 중국 견제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0일 기적적으로 일본유신회와의 각외 협력 형태의 연립 정권 구성에 합의했다. 각외 협력은 연립 정권 구성엔 합의하지만, 내각엔 참여하지 않는 형태를 말한다. 일본유신회가 제시한 조건은 ▲오사카 부수도 지정 구상 수용 ▲국회의원 정원 10% 감축 ▲기업·단체 후원 폐지 ▲평화 헌법 개정 ▲방위력 강화 등이었다. 자민당과 다카이치 총리는 이를 모두 수용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1일 내각을 출범시키면서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했다. 가장 큰 정치적 의미는 ‘당내 정적 포용’이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전혀 없는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해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미가 있다. 정반대의 의미를 강조하는 해석도 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없는 고이즈미를 현안이 산적한 방위성 장관으로 임명해 자멸을 유도한다”는 취지의 해석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주어진 현안은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 ▲자주적 방위력 강화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 ▲방위 장비 수출 운용지침 폐지 등이다. 이중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은 ‘중국 견제’라는 미국·일본의 공통 이해관계로부터 시작됐다. 일본은 군사력을 강화해 더 광범위한 지역에서 역할을 맡으려고 한다. 미국은 일본의 적극적인 역할을 통해 더 효율적으로 중국을 견제할 수 있다. 문제는 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 “방위비를 GDP(국내총생산)의 3.5%로 증액하라”고 요구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8일 진행된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방위비 증액·방위력 강화 방침을 설명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음 날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을 만나 “방위비를 올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정부는 오는 2028년 3월까지 방위비를 GDP의 2%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 방위 정책과 관련해 국내 정세와 가장 민감하게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을 곤란하게 할 사안이 있다. 바로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이다. 일본 오키나와현 소재 후텐마 기지는 기나완시 시가지 한복판에서 시 면적의 1/4을 차지하고 있다. 후텐마 기지는 1945년 건설됐고, 일본에서 크고 작은 논란을 일으켰다. 오키나와현의 주민 중 상당수는 미군의 범죄와 소음 피해 등을 이유로 기지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팩트시트’ 고이즈미 날개 다나 견제 압박 와중에 뜻밖의 호재 지난 2004년엔 후텐마 기지 소속 헬리콥터가 오키나와국제대학에 추락하는 등 사고도 여러 번 발생했다. 오키나와가 일본에 편입된 시점은 1879년이었다. 1945년부터 1972년까진 미국의 지배를 받았다. 따라서 오키나와에선 반미 감정이 강하고, 자민당 지지율이 낮은 편이다. 후텐마 기지와 관련해서도 일본 정부는 오키나와섬 내 나고시 헤노코 이전을 추진했지만, 오키나와 현·주민의 반대가 강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23년엔 다마키 데니 현지사가 방위성이 신청한 비행장 설계 변경 신청을 승인하지 않고 공사 중단을 요구했다.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은 일본의 역사적 맥락과 맞물려 수십년 넘게 해결되지 못한 사안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중국 견제를 위한 새 안보 질서와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정치적 압박을 가할 수도 있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 2019년 고이즈미 방위상을 환경상으로 발탁했다. 이 임명에 대해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무게를 키우면서도, 문제가 발생하면 그를 정치적으로 낙마시킬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의 아버지인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는 퇴임 이후 강력한 원자력 발전소 폐지론자가 됐다. “아버지의 활동이 아들의 정치적 미래를 흐리게 할 수 있어 고이즈미 방위상을 견제하는 묘수”란 평가도 있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기후 변화 문제는 펀하고, 쿨하고, 섹시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등 적당히 괴상한 발언을 하는 등 바보 행세를 하면서 견제를 피했다. 한동안 일본에선 고이즈미 방위상이 진짜로 바보인지, 바보인 척 연기를 하는지 장난 섞인 논쟁이 오랫동안 이어졌다. 이후 고이즈미 방위상은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고노 다로 전 외상과 연합해 이시바 내각 탄생에 큰 공을 세웠다. 이어 농림수산상으로서 쌀값 폭등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지난 2023년엔 자민당 내 정치자금 문제가 불거지자, 조기 의회 해산 및 총선거 진행을 적극적으로 제안한 후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당시 자민당은 중의원 과반에 미달하는 의석을 얻었다. 하지만 일각에선 “더 큰 패배를 당하기 전에 적절한 시점에서 중의원 해산을 건의했다”며 긍정적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방위상 취임 이후엔 어떻게 구 아베파·아소파의 견제를 피할 것인지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한 사안은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견제 수위를 낮추면서 자민당·내각의 협조를 얻을 수 있는 뜻밖의 호재로 다가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이 일본의 핵잠수함 도입을 주도한다면,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가 될 수도 있다. 견제 회피 일거양득 우리의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일본 정치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사안이 된 것이다. 만약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불확실해지면, 이재명정부는 이 때문에 더욱 큰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일본의 군비 증강에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미래를 위한 발판을 제공한 것”이란 비판이 따라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핵잠수함 나비효과는 이렇게 일본으로 번졌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