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나몰라’ 배만 불리는 대학들 천태만상

학생은 배 쫄쫄 학교는 배 불뚝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최근 4년간 전국 사립대 적립금 규모가 1조원 증가했다. 문제는 많은 대학들이 교육여건이 열악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도 지나치게 많은 적립금을 쌓아둔다는 것이다. 학문을 추구해야 할 대학이 돈에 눈이 멀어 점차 기업화 되고 있는 불편한 현실이다.

 
사립대의 과도한 적립금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사회문제로 부각된 지 오래지만 당국은 이를 규제할 의지가 없어 보인다. 대안 마련은커녕 수수방관하고 있다. 2013년 기준 4년제 사립대 156곳의 적립금 총액은 9조979억원을 넘어섰다. 머지않아 10조원대를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대학? 기업?
돈독 올랐다
 
최근 대학교육연구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사립대 적립금은 갈수록 늘어 4년 만에 1조1090억원 증가했다. 이월·적립금은 다음해로 이월시키는 ‘이월금’과 특정사업 등을 위해 적립하는 ‘적립금’을 말한다. 대학 운영에 있어 이월금 발생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이월금이 과도하게 발생하는 것은 예산편성이 비합리적이거나 사업 예측에 오류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적립금 또한 대학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 일정 정도 필요성이 인정되지만, 교육여건이 열악한 상황에서 과도하게 적립금을 축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지난달 29일 대학교육연구소가 2013년 기준 156개 사립대와 154개 학교법인의 교비회계와 법인일반회계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사립대 적립금은 ▲7조797억원(2009년) ▲7조6677억원(2010년) ▲7조9463억원(2011년) ▲8조153억원(2012년) ▲8조1888억원(2013년)으로 매년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학교법인 적립금은 392억원 늘어 2013년 8816억원으로 조사됐다.
 
적립금은 적립 목적에 따라 연구·건축·장학·퇴직·기타 적립금으로 구분된다. 2013년 적립금을 내역별로 보면 대학은 건축적립금이 46.0%(3조 7696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기타적립금 27.0%(2조 2117억원), 장학적립금 17.0%(1조 3934억원), 연구적립금 9.1%(7446억원), 퇴직적립금 0.8%(694억원) 등으로 나타났다. 법인은 기타적립금이 87.8%(7740억원)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다음으로 건축적립금 9.2%(813억원) 순이었다.
 
 
2009년 대비 2013년 적립금 증감 현황을 보면 대학의 경우 증가한 곳이 93교(61.6%)로 3곳 중 2곳에 달했다. 감소한 대학이 48교(31.8%), 동결 대학이 10곳(6.6%)으로 나타났다. 법인의 경우는 절반(75개 법인, 50.3%) 가량 법인에서 동결됐고 43개 법인(28.9%)에서 증가, 31개 법인(20.8%)에서 감소했다.
 
사립대 적립금 1조 돌파…복지는 ‘낙제점’
교육 여건 개선보다 몸집불리기에 눈멀어 
 
2009년 대비 2013년 대학별 적립금 증액 현황을 보면, 가장 많이 증가한 대학은 홍익대로 2009년 4858억원에서 2013년 6642억원으로 1784억원 늘었다. 이어 이화여대 1588억원, 성균관대 1291억원, 연세대 1205억원, 수원대 792억원, 고려대 791억원, 청주대 742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2013년 사립대가 보유한 총 이월·적립금 현황을 보면, 이화여대가 8447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연세대 6917억원, 홍익대 6687억원, 수원대 4582억원 등으로 나타났다. 상위 10개 대학이 보유한 적립금은 총 4조3055억원으로 전체 사립대가 보유한 적립금의 41.2%에 달했다.
 

이처럼 많은 사립대들이 막대한 적립금을 쌓아놓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지난 6일 ‘2015 대학교육문제 해결을 위한 대학생 대표자 연석회의(이하 연석회의)’ 소속 관계자들은 이화여자대학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학의 부당한 적립금 쌓기 중단을 촉구했다. 이들은 자기 배만 불리는 대학을 향해 경고성 메시지를 날렸다.

쌓여 가는 곳간
비어 가는 지갑
 
연석회의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법원이 수원대 등록금 환불 판결을 내린 것을 환영한다”며 “이번 판결을 통해 다시금 자신들의 존재 의의와 역할을 자각하고 부당한 적립금 축적을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 정부 역시 제도 마련을 통해 대학의 적립금 규제에 더욱 적극적인 자세로 임하라”고 요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연석회의 참여 단체 중 부당 적립금 쌓기 중단을 촉구하는 연세대, 이화여대 등 10개 대학 총학생회와 반값등록금 국민운동본부, 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 등이 참여했다. 이들은 수원대에 대한 판결을 대학의 공공성과 학생의 교육권을 인정한 것이라 해석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나선 학생들은 “향후 연석회의를 진행해 적립금이 많은 대학들이 모여 집단 소송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원대 등록금 환불 파문이 일부 대학이 아니라 전국 사립대로 점차 확산될 조짐이다.
 
앞서 지난달 26일 서울중앙지법 민사17부(부장판사 송경근)는 채모씨 등 수원대 학생 50명이 학교법인, 이사장, 총장을 상대로 낸 등록금 환불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수원대가 원고 중 2013년 이전에 입학한 46명에게 각각 30만∼90만원씩 돌려주라고 판결했다.
 
매년 느는 ‘총알’…어디에 쓰려고?
총액 1위=이화여대·증액 1위=홍익대
 
재판부는 수원대가 2010∼2012년 착공이 불가능한 건물의 신축공사비를 예산으로 잡는 등 세출 예산을 과다하게 편성해 적립금과 이월금을 부당하게 운영한 점을 지적했다. 수원대는 건물 공사비에 사용할 돈이라는 명목 하에 907억원을 적립했다. 적립금 사용계획을 제대로 수립하지 않은 수원대의 적립금은 2013년 2월 기준으로 무려 3244억원에 이른다. 교육부는 2011년부터 등록금으로 적립금을 쌓지 못하게 막았지만 건축비만 예외로 인정하고 있다.
 
곳간에 쌓아둔 적립금에 비해 학생 투자는 형편없었다. 등록금 대비 실험실습비와 학생지원비는 각각 0.88%와 0.25%에 불과했다. 수도권 4년제 대학 평균이 2%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학생복지에 인색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2010∼2011년에는 기준상 100%를 넘어야 하는 교육비 환원율이 70%에 그쳤다. 2011∼2012년 전임교원확보율도 기준 미달이다.
 
 
재판부는 “수원대의 시설·설비 등이 현저히 미비할 뿐 아니라 원고 학생들이 학교를 선택할 당시의 기대와 예상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어서 학생들에게 정신적 고통을 가했다고 할 만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대학의 잘못된 관행에 경종을 울리는 차원에서 등록금 일부를 위자료로 인정했다”며 선고 이유를 밝혔다. 이번 판결로 인해 교육 투자에 인색한 사립대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유사 소송이 도미노처럼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수원대의 바통을 이어 받은 건 청주대다. 청주대는 3000억원대 적립금을 보유하고 있지만 형편없는 교육여건을 보여주고 있다는 비판을 사고 있다. 청주대 총학생회는 청주대를 상대로 등록금 반환 소송을 내기로 했다. 여기에 청주대가 2010∼2013년 동안 박물관에 전시할 유물 10점을 구입하는 데 총 13억4000만원의 교비를 사용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학내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전국 곳곳에…
제2의 수원대
 
청주대는 2010년 고려시대 청자흑백상감국화문병과 청자음각모란문주자를 구입하는데 총 2억9000만원을 들였다. 또 2011년 고려시대와 조선시대 유물을 구입하면서 2억5000만원을 사용한 것을 비롯해 2012년 4억9000만원, 2013년 3억1000만원을 투자했다. 청주대는 자체 감정위원회를 열거나 공고를 통해 적법한 절차를 밟아 유물을 매입,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지만 일각에서는 청주대가 적립금을 활용하는 데 있어 우선순위가 잘못됐다고 지적한다. 지난해부터는 청주대가 정부 재정지원 제한대학에 선정되면서 유물 구입 예산이 따로 책정되지는 않았다.
 
청주대 유물 매입 사실이 알려지자 청주대 총학생회는 지난달 29일 성명을 통해 “대학이 등록금 13억원으로 고가의 유물을 사들인 경위를 밝히기 위해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리자”고 학교 측에 요구했다. 총학생회는 “황신모(현 총장) 교수가 보직교수와 부총장으로 일할 당시 유물을 사들이면서 펑펑 쓴 13억원은 학생 등록금을 2%가량 인하할 수 있는 금액”이라며 “유물구입 당시 학교 측이 감정위원회를 열었다고 하지만 유물감정과는 관련없는 교수가 위원으로 참여했기 때문에 공신력을 보장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학교의 1년 예산편성을 책임지는 등록금 심의위원회 위원장을 맡았을 때 황 교수는 교육과는 무관한 김준철 박사 우상화 작업(150억원), 체육관 건립(500억원) 등을 추진한 인물”이라며 “황 교수의 문제점이 속속 밝혀지는 만큼 총장직에서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유물 구입 논란을 파헤칠 진상조사위원회를 가동해 감정위원회의 자격, 구입 근거 등을 파헤쳐야 한다”며 “교육목적과는 거리가 먼 유물구입에 등록금이 사용됐으니 유물구입비(13억원)는 즉각 학생들에게 반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주대는 김윤배(현 학교법인 청석학원 이사) 전 총장 재임기간인 2010년 10월∼2013년 10월에 고려청자, 조선백자, 조선전기 금속활자본 등 13억4000만원 상당의 유물 10점을 외부에서 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부는 지난 2009년 12월 사립대들이 과도하게 적립금을 쌓고 있다는 논란에 사립학교법을 개정해 교비회계를 등록금회계와 기금회계로 구분하고 등록금회계에서는 건물의 감가상각비 상당액만 건축적립금으로 적립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2010년 이후에도 대학 적립금은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이후 교육부는 2013년 목적이 불분명한 ‘기타적립금(전체 적립금 규모의 30%)’을 ‘특정적립금’으로 바꾸고 학생취업 장려기금 등으로 쓰게 하는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2013년 말 국회에 제출했지만 1년이 넘도록 국회에 발목을 잡힌 채 표류하고 있다. 기타적립금에 목적만 추가하면 자유롭게 적립할 수 있어 과도한 적립금 문제 개선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당국 태도 어정쩡
팔짱 끼고 불구경
 
임은희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서울 및 수도권에 있는 대규모 대학들과 일부 지방대(수원대, 청주대 등) 적립금이 특히 높았다. 등록금이 동결되다 보니 대학들이 등록금에서 추가로 적립하기보다는 적립기금에서 나오는 이자 등을 다시 적립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 연구원은 “기존에 적립금을 과도하게 쌓은 대학들의 경우 교육부가 행정조치 등을 통해 교육여건 개선과 등록금 인하 등에 우선 사용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등록금회계에서 건물의 감가상각비 상당액을 건축적립금으로 적립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을 금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khlee@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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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