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변 몸캠피싱단 '기막힌 수법' 공개

한국 변태들 등친 조선족 공갈단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모바일 화상채팅 사이트에 접속한 남성들에게 음란행위를 유도한 뒤 알몸장면을 녹화해 지인에게 유포하는 방식의 사기 수법, 일명 ‘몸캠피싱’ 조직이 적발됐다. 중국에 근거를 둔 몸캠 공갈단은 8개월여 동안 763명의 남성으로부터 20억원 상당의 돈을 뜯어냈다. 이들은 이렇게 벌어들인 돈을 위안화로 바꿔 중국 조직에 송금했다. 도대체 몸캠피싱의 뿌리는 무엇일까.


 
‘몸캠피싱’은 화상채팅으로 남성에게 음란행위를 하도록 유도한 뒤, 이 모습을 녹화해 돈을 뜯어내는 신종 수법이다. 보통 여성이 먼저 자신의 알몸을 보여주면서 유혹하고 남성에게는 자위행위를 해보라고 한다. 그런 뒤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며 별도의 프로그램을 설치할 것을 요구한다. 여성이 보내는 파일을 여는 순간 남성의 휴대전화 속 모든 연락처는 여성에게 넘어간다. 여성은 녹화된 장면을 지인들에게 전송하겠다고 협박하며 돈을 뜯어낸다.

알몸 미끼로
수천만원 요구
 
자영업자 남모(23)씨는 지난해 9월 국내 유명 화상채팅 사이트에 접속했다. 의도한 대로 여성과의 접촉에 성공한 남씨는 상대 여성의 적극적인 유도로 화상카메라 앞에서 옷을 벗어 던지고 음란행위를 했다. 하지만 자위의 짜릿함은 잠시뿐이었다. 남씨가 남근을 잡고 자위하는 장면은 고스란히 중국인 몸캠피싱 공갈단에 녹화됐다.
 
공갈단은 “돈을 입금하지 않으면 사진을 지인들에게 뿌리겠다”며 남씨를 협박했다. 남씨는 식은땀을 흘리며 이들이 요구한대로 급하게 110만원을 송금했다. 그러나 공갈단의 협박은 계속됐다. 액수가 점점 커지자 남씨는 감당할 수 없어 거절하기에 이르렀다. 그러자 공갈단은 남씨 장인에게 알몸사진을 보냈고 결국 남씨는 아내에게 이혼을 당했다.
 

중학생 김모(16)군은 방에서 화상채팅을 즐기다 공갈단의 협박에 걸려들어 20만원을 송금하고 음란영상을 삭제해 달라고 통사정을 했다. 공갈단은 “어린놈이 공부는 안 하고 못된 짓을 한다”며 오히려 훈계를 했다.
 
이렇게 공갈단에 당한 남성들은 16세에서 59세까지 다양했다. 공갈단은 대포통장을 쓰기 위해서 돈이 없는 학생이나 무직자 37명에게 본인 명의의 통장을 3∼5개씩 개설해 보내도록 했다. 개인통장은 개당 50만∼100만원, 법인통장은 150만원에 거래돼 또다시 피싱범죄에 사용되기도 했다.
 
화상채팅에 끌어들인 남성에게 음란행위를 유도한 뒤 알몸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해 돈을 뜯는 일명 몸캠피싱 공갈단이 경찰에 무더기로 붙잡혔다.
 
경기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4일 스마트폰 화상채팅을 통해 만난 남성들에게 이른바 ‘몸캠’을 시킨 뒤 돈을 뜯어온 혐의(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로 중국인 진모(26)씨 등 3명을 구속하고 이들에게 통장을 판매한 혐의(전자금융거래법 위반)로 권모(23)씨 등 한국인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또 진씨 등 보이스피싱 조직들로부터 협박당한 피해자들이 송금한 돈 310억원을 위안화로 바꿔 중국 조직에 송금한 혐의(외국환거래법 위반 등)로 신모(36)씨 등 2명을 구속하고 김모(45)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16∼59세까지
다양한 피해자
 
진씨는 피해 남성들에게 화상채팅 중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며 해킹 프로그램을 보내 설치하게 한 뒤 개인정보를 수집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음란행위를 유도해 영상을 녹화했다가 지인에게 전송하겠다며 협박하는 수법으로 돈을 뜯어낸 것으로 밝혀졌다.
 

진씨 일당이 “음란행위 영상을 피해자의 휴대전화에 번호가 저장된 지인들에게 유포하겠다”고 협박하자 겁을 먹은 노모(36)씨는 3000만원을 송금하는 등 지난해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763명의 한국 남성들이 20억원을 송금했다. 경찰은 이 사건을 수사하던 중 자금이 중국으로 흘러들어가는 경로를 차단하기 위해 수사를 확대하다 환전상들의 범행을 포착했다.
 
 
진씨와 함께 구속된 중국 출신 신씨 등 2명은 서울 대림동에서 환전상을 하며 지난해 6월부터 지난달까지 8개월여 동안 보이스피싱 사기조직들로부터 속은 피해자들이 송금한 돈 310억원을 위안화로 바꿔 중국 조직에 송금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국내 곳곳에 정착한 중국인 상인 수십명에게 돈을 보낸 뒤 수수료(0.5%)를 제외한 돈을 위안화로 바꿔 불법 송금하는 수법을 썼다.
 
화상채팅 접속자 음란행위 유도
남성 760명 상대로 20억원 뜯어
 
신씨 등이 중국으로 보낸 돈은 하루 최대 4억원에 달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은 신씨가 송금한 310억원 가운데 진씨의 피싱 사기금(20억원)을 제외한 나머지(290억원)는 다른 사기조직과 연계된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피싱 피해금이 대규모로 중국에 넘어가는 경로가 우리 수사기관에 적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사실 몸캠 협박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피해사례는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다. 앞서 19일 서울 구로경찰서는 수사기관을 사칭하거나 영상채팅 이용자를 협박해 금품을 뜯어낸 혐의(사기·공갈·전자금융거래법 위반)로 보이스피싱 국내 인출총책 조선족 김모(22)씨 등 2명을 구속했다. 지난 2월28일부터 최근 10일까지 김씨 등은 송모씨(38·여) 등 3명으로부터 5330만원을 송금받은 뒤 인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일자리를 찾는 구직자에게 접근해 “회사에 손해가 날 경우를 대비해 예치금을 적립할 통장이 필요하다” 등의 말로 보이스피싱에 사용할 대포통장을 모았다. 또 수사기관을 사칭하거나 몸캠피싱 알몸영상으로 협박해 뜯어낸 돈을 이들의 통장으로 송금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양천경찰서도 2013년 2월부터 최근까지 정부기관을 사칭해 20억원을 뜯어낸 혐의(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등)로 인출책 이모(27·여)씨 등 6명을 구속했다. 이씨 등은 인터넷 구직 사이트에서 ‘간단 업무 고수익 알바’라는 글을 본 뒤 범행에 가담했다. 이들은 고수익에 현혹돼 인출책으로 가담했고 송씨는 1억6000만원을 인출해 600만원을, 김모(24·구속)씨는 50일 동안 12억원을 인출한 대가로 25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택시 이동 등 행동수칙 지시서를 만들어 인출책을 관리했다. 그리고 이들이 도망갈 것을 대비해 주민등록등본 등 개인정보를 미리 받아놓는 치밀함을 보이기도 했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20일 초등학생을 상대로 몸캠 피싱 협박을 한 김모(23)씨를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 위반 등 혐의로 구속했다. 다단계업체에서 일하는 김씨는 지난해 12월 성욕을 충족하기 위해 모바일 메신저에 접속해 범행 대상을 물색했다. 그러던 중 초·중학교 어린 학생들을 만나게 됐다. 그는 2012년에도 모바일 메신저로 만난 초ㆍ중학생들에게 음란 사진을 전송받고 성관계 요구 협박을 하다 경찰에 붙잡혀 집행유예 상태였다.

중국 기업형

몸캠 영업단
 
김씨는 자연스럽게 몸캠을 제안했고 어린 학생들의 알몸 사진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가 1년여간 접촉한 여학생의 수는 300여명이나 됐다. 김씨는 점점 수위를 높여 피해자들에게 자위 동영상을 요구했다. 상대가 이를 거부할 시 알몸 사진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했다. 사진을 공개하지 않는 조건으로 일부 피해자를 불러내 성관계를 맺기도 했다.
 
몸캠 피해자 중 일부는 공갈단의 요구에 응하지 않기도 한다. 철저히 무시한 채 일상생활을 이어가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공갈단의 요구에 무대응 전략을 취할 경우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낳게 된다. 몸캠 당사자의 가족, 친구, 직작동료 등 지인들을 카카오톡 그룹방에 초대한 뒤 피해자의 얼굴과 신체 중요부위가 노출된 사진과 동영상을 유포한다.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지면 몸캠 피해자들은 비슷한 레파토리를 늘어놓는다. “지금 제 번호로 이상한 사진과 동영상이 유포되고 있습니다. 제가 며칠 전 휴대폰을 잃어버렸는데요. 어떤 사람이 가져가서 해킹한 뒤 제 가방에 넣은 것 같아요. 카톡이나 문자로 링크를 뿌려서 누르게 하고 지인들의 돈을 뽑아가는 수법입니다. 여기에 나와 있는 링크 절대 클릭하지 마세요.” 피해자들은 단체 카톡의 숫자가 줄어들수록 가슴을 조린다.
 
알몸 녹화해 지인들에 유포 협박
장인에 영상 보내 이혼 당하기도
 

그러나 돌아오는 대답은 냉랭하다. “너도 몸캠 찍었냐” “변태자식” “오빠사진 맞아요? 충격” “너도 걸렸냐. 앞으로 어떡하냐” 등이다. 이제 웬만한 사람들은 몸캠에 대해 어느 정도 알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이 같은 반응이 나온다. 이때부터는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힘들어진다.
 
급기야 몸캠으로 인해 죽음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11월 서울 종로구에 있는 한 고층빌딩에서 대학생 임모(25)씨가 투신해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당시 그가 죽음을 선택한 이유는 다름 아닌 몸캠 때문이었다. 임씨는 “300만원을 주지 않으면 재학 중인 학교 게시판에 나체 사진을 뿌리겠다”는 협박에 시달리다 피해 사실을 경찰에 알린 바 있다. 경찰은 임씨가 숨지기 전 신고한 내용을 토대로 채팅 상대를 추적했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앞서 8월 충북 제천에서도 김모(34)씨가 투신자살했다. 김씨는 숨지기 10일 전 경찰에 “음란사진을 유포하겠다며 현금을 요구하는 사기단 협박에 시달리고 있다”고 신고했지만 결국 벼랑 끝에 내몰려 죽음을 선택했다. 몸캠피싱의 위험성은 이미 언론을 통해 여러 번 다뤄졌다. 하지만 피해자가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나날이 늘어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경찰 관계자들은 스마트폰의 환경설정 메뉴에서 출처를 알 수 없는 앱의 설치를 차단하는 기능을 사용해 보안설정을 강화해야한다고 말한다. 출처가 불분명한 파일은 애초에 설치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보다 더 중요한 건 ‘음란채팅’ 자체를 하지 않은 것이 바람직하다는 지적이다.

차단솔루션 설치
악성앱 신속삭제
 
글로벌 정보보안 기업인 트렌드마이크로는 지난달 25일 화상채팅을 하며 찍은 음란 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해 돈을 뜯는 이른바 몸캠피싱에 사용된 모바일 악성코드에 관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범행을 심층 조사한 결과, 중국어와 한국어를 이용해 악성앱과 사이트를 제작하는 개발자들은 중국에 거주하고 있다. 트렌드마이크로는 악성앱의 소스 코드를 통해서는 ‘빛나게 살자(또는 스파클링 라이프)’라고 알려진 조선족이 운영하는 QQ존(블로그의 일종)을 찾아냈다. ‘빛나게 살자’는 연변에 거주하고 있으며 온라인 게시물에서 조선족 사투리를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몸캠 피싱에 사용된 악성코드들을 분석한 결과 범죄자들은 주소록 및 온라인계정 등의 개인정보를 빼내고 문자메시지를 가로채는 등의 기능을 하는 안드로이드 데이터 유출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트렌드마이크로는 이번 조사를 통해 추적한 악성코드 유포지 및 경유지 등의 정보를 한국인터넷진흥원 및 국내 관계기관에 제공해 더 이상의 피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막고 있다고 밝혔다.
 
또 개인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이러한 범죄에 노출되지 않기 위해서는 모바일 기기상에서 출처를 알 수 없는 링크를 클릭하지 않도록 주의하고, 최신의 모바일 안티바이러스 프로그램을 설치해 스마트폰을 모니터링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범서방파’ 일망타진? 실상은…
 
폭력조직 범서방파 두목이었던 고 김태촌씨의 양아들이 100억원대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로 검찰에 체포됐다. 지난 24일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 심재철)는 조직폭력계의 대부로 통했던 고 김태촌 씨의 양아들 김모(45)씨를 횡령과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체포해 조사 중이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2012∼2013년 위조지폐 감별기 제조업체 S사와 식음료업체 S사 등 코스닥 상장 업체 2∼3곳의 운영과 인수합병 과정에 개입해 100억원대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김씨가 사채 등을 동원해 우량 중소기업 경영권을 확보한 뒤 회삿돈을 횡령하는 식으로 ‘무자본 기업사냥’을 벌인 것으로 보고 있다. 김씨는 횡령에 함께 가담했던 전직 경영진들에게 수사 무마 명목으로 거액의 금품을 챙긴 혐의도 받고 있다.
 
유흥가에서 이권다툼을 벌여 상인과 시민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조폭들이 최근에는 기업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특히 고리 대부업과 투자업체를 가장한 주가조작, IT업체를 활용한 수익 창출 및 자금세탁 등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는 게 검찰의 분석이다. 영화 <신세계>에 등장하는 골드문그룹이 현실화되고 있다. 모양새는 기업이지만 본질은 조폭인 것이다.
 
검찰은 최근 주요 조직이 새로운 후계자 그룹을 구성하고 활발한 활동을 재개한 것으로 보고 이들의 명단과 역할 등을 파악하고 있다.
 
검찰은 이른바 ‘신세계 조폭’이 경제 전반에 미치는 해악이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 지난해 이 같은 폭력조직이 올린 범죄수익은 898억원에 이른다. 조폭들이 구축한 불법 사행시장은 1조7682억원 규모다. 대검찰청은 조만간 지방검찰청을 지휘해 ‘조폭과의 전쟁’을 본격화한다는 방침이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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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한미 정상회담 팩트시트가 공개되자, 가장 큰 화제가 된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에 대해 “문구가 추상적이어서 모호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에 자극 받은 일본도 핵잠수함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핵잠수함 건조를 현실화하지 않으면 “일본에 핵 보유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의 국내 정치용으로 활용하게 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29일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타결된 한미 관세·안보 협상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가 지난 14일 공개됐다. 가장 큰 논란은 핵 추진 잠수함(이하 핵잠수함) 관련 합의 문구였다. 산 너머 산 구체성 없다 팩트시트를 통해 확인되는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선 “구체성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팩트시트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 민간·해군의 원자력 프로그램 ▲한미 원자력 협정에 부합하고 미국의 법적 요건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한국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로 귀결될 절차 등을 지지한다. 이어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고, 한국과 조선 사업 요건 진전·연료 조달 방안 등을 포함해 긴밀히 협력한다. 미국은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 지지·승인·협력할 뿐이다. 이를 두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같은 날 브리핑에서 “한미 정상의 논의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에서 건조하는 게 전제였다”며 “우리 핵잠수함을 미국에서 건조하는 방안은 거론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같은 날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며 “국내 건조 장소 합의는 팩트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기자들 앞에서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을 발표하면서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건조될 것”이라며 “미국 조선업이 곧 대대적인 부활을 맞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핵잠수함이 건조되려면, 산적한 현안을 모두 해결해야 한다. 팩트시트엔 건조 장소가 적시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명시해 발표했기 때문에, 미국이 순순히 양보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같은 회담 결과를 두고 양국의 주장이 엇갈리는 자체가 논란이 되고 있다.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및 핵연료 재처리엔 ▲한미 원자력 협정 부합 ▲미국의 법적 요건 준수 ▲한국의 평화적 이용 등 단서가 붙는다. 기술 이전 과정에도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핵잠수함 보유국은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인도 등 6개국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30일 “미국이 핵잠수함 기술을 공유한 사례는 1950년대 최우방국 영국과 협력한 사례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미국의 핵잠수함 기술은 미군이 보유한 가장 민감하고 철저히 보호돼온 기술”이라며 “가까운 동맹인 영국·호주와 체결한 핵잠수함 협정에서도 직접 기술 관련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우리에겐 우라늄 농축·재처리 기술이 없어서 미국으로부터 핵연료를 공급받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하지만 연료 공급 장소·방식은 팩트시트에 명시되지 않았다. 연료 공급 방법을 확보하지 못하면, 핵잠수함을 만드는 의미가 없다. 핵잠 건조 추상적인데 “고정밀지도 내놔” 발 빠르게 비핵 3원칙 수정하려는 일본 미국의 법률 개정 절차도 거쳐야 한다. 미국 원자력법은 ‘미국이 다른 나라와 군사적 목적의 원자력 협력을 하려면, 원자력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한미 원자력 협정을 개정한 후 미국 상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국제 무기 거래 규정도 상원의 동의를 얻어 개정해야 한다. 원자력 협정 개정이 팩트시트에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해선 “미국 에너지부의 반대 때문”이란 지적도 있다. 미국 일각에서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한단 것이다.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는데, 우리는 미국에 고정밀지도를 넘겨야 하는 상황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팩트시트엔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포함한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정책에 있어 미국 기업이 차별당하거나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이 있다. 또 “위치·재보험·개인정보에 대한 것을 포함해 정보의 국경 간 이전을 원활하게 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도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온라인플랫폼의 ▲자사 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 등을 막는 내용이 담긴 우리의 온플법 제정을 반대했다. 팩트시트를 따르면, 미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가 어려워진다. 아울러 우리는 구글·애플이 요청하는 1:5000 축척 고정밀지도 국외 반출 요청을 수용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정부는 애플이 요청한 지도 반출 여부를 다음 달에, 구글의 요청은 내년 2월 결정할 예정이다. 팩트시트에 게재된 합의 사항대로라면, 애플·구글의 요청을 수용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15일 논평을 통해 팩트시트 속 위험요소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정부는 ‘농·축산물 개방은 없다’고 말해 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대로 농·축산물 개방 문구가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고정밀 지도 반출 등 대한민국의 디지털 주권과 직결된 사안까지 미국의 요구를 반영해 슬그머니 끼워 넣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반도체 관세에 대해서도 ‘다른 나라보다 불리하지 않게 한다’는 모호한 문구만 있다”며 “경쟁국 대만과 비교해 어떻게 적용할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팩트 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50억달러(약 36조7183억원) 규모의 미국산 군사 장비를 5년 동안 구매하고, 주한미군에 대해 330억달러(약 48조4682억원)를 포괄적으로 지원하면, 천문학적인 재정 부담을 떠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핵잠수함 건조 과정은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라서 장밋빛 전망만 내세울 때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고정밀지도 반출 가능성 실제로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가 실현되기까지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해서 실질은 아직 불투명하다”며 “선언이 지나치게 앞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핵잠수함 나비효과가 일본으로 번졌단 점이다.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자, 일본 정치권도 크게 술렁였다.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은 지난 12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미국·중국은 이미 핵잠수함을 갖고 있고, 지금은 핵잠수함을 보유하지 않은 한국·호주가 앞으로 보유하게 된다”며 “일본의 억지력·대응력을 강화하려면, 전고체·연료전지·원자력 등 다양한 동력원에 대해 폭넓게 논의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일본은 1967년 사토 에이사쿠 당시 총리가 선언했던 비핵 3원칙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비핵 3원칙은 “핵무기를 만들지도, 가지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선언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일찍부터 핵무기 반입 금지 방침 완화를 주장했다.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도 같은 날 “현 시점에선 재검토 여부를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국회 연설에서 “내년 중 3대 안보 문서 개정을 위해 검토를 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3대 안보 문서는 ▲국가안보 전략 ▲국가방위 전략 ▲방위력 정비 계획 등을 말한다. 여기엔 비핵 3원칙이 모두 포함돼있다. 일본은 이미 지난 2022년 “반격 능력을 보유하고, 장거리 미사일 전력을 향상한다”는 내용을 3대 안보 문서에 포함했다. 묘한 것은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이 일본 국내 정치구도까지 뒤흔들 가능성이 있단 것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카이치 총리가 선출될 당시 라이벌이었다. 지난달 4일 진행된 자민당 총재 선거 1차 투표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183표(31.1%)를 얻었고, 고이즈미 방위상은 164표(27.8%)를 얻었다. 결선투표에선 다카이치 총리가 185표(54.3%)를, 고이즈미 방위상은 156표(45.7%)에 머물렀다. 하마터면 다카이치 총리는 자민당 총재·총리로 선출되지 못할 뻔했다.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통하는 다카이치 총리에 반발한 공명당이 지난달 10일 자민당과의 연정에서 탈퇴했기 때문이다. 당시 공명당 사이토 데쓰오 대표는 고이즈미 방위상에 대해선 “정치자금 규제와 관련된 공명당의 처지를 이해하고 있었다”면서 호평했다. 고이즈미 방위상도 “지금까지 정책 실현에 대해 힘써 주신 것에 대해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고 화답했다. 미일 협력 중국 견제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0일 기적적으로 일본유신회와의 각외 협력 형태의 연립 정권 구성에 합의했다. 각외 협력은 연립 정권 구성엔 합의하지만, 내각엔 참여하지 않는 형태를 말한다. 일본유신회가 제시한 조건은 ▲오사카 부수도 지정 구상 수용 ▲국회의원 정원 10% 감축 ▲기업·단체 후원 폐지 ▲평화 헌법 개정 ▲방위력 강화 등이었다. 자민당과 다카이치 총리는 이를 모두 수용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1일 내각을 출범시키면서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했다. 가장 큰 정치적 의미는 ‘당내 정적 포용’이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전혀 없는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해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미가 있다. 정반대의 의미를 강조하는 해석도 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없는 고이즈미를 현안이 산적한 방위성 장관으로 임명해 자멸을 유도한다”는 취지의 해석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주어진 현안은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 ▲자주적 방위력 강화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 ▲방위 장비 수출 운용지침 폐지 등이다. 이중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은 ‘중국 견제’라는 미국·일본의 공통 이해관계로부터 시작됐다. 일본은 군사력을 강화해 더 광범위한 지역에서 역할을 맡으려고 한다. 미국은 일본의 적극적인 역할을 통해 더 효율적으로 중국을 견제할 수 있다. 문제는 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 “방위비를 GDP(국내총생산)의 3.5%로 증액하라”고 요구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8일 진행된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방위비 증액·방위력 강화 방침을 설명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음 날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을 만나 “방위비를 올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정부는 오는 2028년 3월까지 방위비를 GDP의 2%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 방위 정책과 관련해 국내 정세와 가장 민감하게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을 곤란하게 할 사안이 있다. 바로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이다. 일본 오키나와현 소재 후텐마 기지는 기나완시 시가지 한복판에서 시 면적의 1/4을 차지하고 있다. 후텐마 기지는 1945년 건설됐고, 일본에서 크고 작은 논란을 일으켰다. 오키나와현의 주민 중 상당수는 미군의 범죄와 소음 피해 등을 이유로 기지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팩트시트’ 고이즈미 날개 다나 견제 압박 와중에 뜻밖의 호재 지난 2004년엔 후텐마 기지 소속 헬리콥터가 오키나와국제대학에 추락하는 등 사고도 여러 번 발생했다. 오키나와가 일본에 편입된 시점은 1879년이었다. 1945년부터 1972년까진 미국의 지배를 받았다. 따라서 오키나와에선 반미 감정이 강하고, 자민당 지지율이 낮은 편이다. 후텐마 기지와 관련해서도 일본 정부는 오키나와섬 내 나고시 헤노코 이전을 추진했지만, 오키나와 현·주민의 반대가 강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23년엔 다마키 데니 현지사가 방위성이 신청한 비행장 설계 변경 신청을 승인하지 않고 공사 중단을 요구했다.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은 일본의 역사적 맥락과 맞물려 수십년 넘게 해결되지 못한 사안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중국 견제를 위한 새 안보 질서와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정치적 압박을 가할 수도 있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 2019년 고이즈미 방위상을 환경상으로 발탁했다. 이 임명에 대해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무게를 키우면서도, 문제가 발생하면 그를 정치적으로 낙마시킬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의 아버지인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는 퇴임 이후 강력한 원자력 발전소 폐지론자가 됐다. “아버지의 활동이 아들의 정치적 미래를 흐리게 할 수 있어 고이즈미 방위상을 견제하는 묘수”란 평가도 있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기후 변화 문제는 펀하고, 쿨하고, 섹시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등 적당히 괴상한 발언을 하는 등 바보 행세를 하면서 견제를 피했다. 한동안 일본에선 고이즈미 방위상이 진짜로 바보인지, 바보인 척 연기를 하는지 장난 섞인 논쟁이 오랫동안 이어졌다. 이후 고이즈미 방위상은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고노 다로 전 외상과 연합해 이시바 내각 탄생에 큰 공을 세웠다. 이어 농림수산상으로서 쌀값 폭등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지난 2023년엔 자민당 내 정치자금 문제가 불거지자, 조기 의회 해산 및 총선거 진행을 적극적으로 제안한 후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당시 자민당은 중의원 과반에 미달하는 의석을 얻었다. 하지만 일각에선 “더 큰 패배를 당하기 전에 적절한 시점에서 중의원 해산을 건의했다”며 긍정적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방위상 취임 이후엔 어떻게 구 아베파·아소파의 견제를 피할 것인지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한 사안은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견제 수위를 낮추면서 자민당·내각의 협조를 얻을 수 있는 뜻밖의 호재로 다가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이 일본의 핵잠수함 도입을 주도한다면,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가 될 수도 있다. 견제 회피 일거양득 우리의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일본 정치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사안이 된 것이다. 만약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불확실해지면, 이재명정부는 이 때문에 더욱 큰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일본의 군비 증강에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미래를 위한 발판을 제공한 것”이란 비판이 따라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핵잠수함 나비효과는 이렇게 일본으로 번졌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