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막힌 이야기> ‘성관계 거부남’ 살인사건 전말

야동보는 동거남에 "그럼 죽어야지!"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자신과 성관계를 하지 않고 ‘야동(야한 동영상)’에 빠져 자위행위를 즐기는 동거남에 불만을 품고 수면제를 탄 추어탕을 먹인 뒤 미리 준비한 연탄을 피워 동거남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7년을 선고받은 강모씨. 그는 원심의 형이 너무 무겁다며 항소했지만 2심에서도 원심과 같은 중형이 선고됐다. 야동 때문에 일어난 엽기적인 사건의 전말을 따라가 봤다.

 
법원이 자신과 성관계를 하지 않고 ‘야동(야한동여상)’을 본다는 이유로 동거남을 살해한 여성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과 같은 징역 17년을 선고했다. 지난달 31일 광주고법 제1형사부(부장판사 서경환)는 동거남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강모(52·여)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강씨가 제기한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과 같은 징역 17년을 선고했다.

“나랑 안 해?”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강씨가 동거남 몰래 수면제를 탄 추어탕을 먹여 잠들도록 한 뒤 불이 붙은 연탄이 든 화덕을 방에 들이고 방문 틈을 문풍지로 메워 살해하는 등 범행 수법이 계획적인 점에 비춰 원심의 형량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이같이 판결했다.
 
재판부는 또 “10년간 사실혼 관계에 있던 동거남이 배우자로서 의무를 저버리고 음란 동영상에 빠지는 등 부적절한 처신을 한 것이 강씨 살인에 동기를 제공했더라도 대화로 해결하거나 회피하는 등의 방법이 아니라 살인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점에서 비난 가능성이 높다”며 “(이 범죄로 인해) 피해자의 자녀 등은 평생 감당하기 어려운 정신적 고통을 겪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아직까지 피해자 측으로부터 용서받지 못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원심의 형이 너무 무거워 부당해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강씨는 지난해 3월16일 밤 광주 동구 계림동 한 원룸에서 10여년간 동거한 정모(사망 당시 51세)씨에게 수면제를 먹인 뒤 연탄과 번개탄을 피워 사망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강씨는 수사기관에서 “(동거남이) 나와 성관계를 하지 않고 야동을 보거나 다른 여자들과 전화통화를 하는 것에 화가 나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동거남에게 수면제를 먹인 뒤 연탄불을 피워 숨지게한 강씨. 그는 경찰에 붙잡힐 당시 “연탄을 피워 동거남과 같이 죽으려다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찰은 강씨가 동반자살을 하려다 두려움에 우발적으로 빠져나온 것이 아닐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 강씨가 자신을 신고한 동생에게 “왜 신고했느냐”며 예민한 반응을 보였기 때문이다. 결국 강씨는 경찰의 추궁에 범행 사실을 털어놨다.
 
동침 거부하고 자위만…뿔난 동거녀
수면제 추어탕 먹이고 번개탄 피워
 
강씨와 정씨는 10년 전, 광주 동구에서 동거를 시작했다. 강씨는 교구제작 업체에 다니는 정씨가 벌어오는 월급으로 생활했다. 여느 부부와 다름없는 모습으로 그럭저럭 살림을 꾸려나갔다. 그런데 동거남 정씨가 야동에 빠져들면서부터 둘 사이는 어긋났다. 정씨는 퇴근 후 집에 돌아오면 컴퓨터 전원만 눌렀다. 강씨는 안중에도 없었다. 게다가 인터넷서핑이나 게임이 아닌, 야동을 즐겨봤기 때문에 강씨의 심기는 늘 불편했다. 강씨는 “야동 좀 그만 보라”고 사정하는 것밖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음란물에 중독된 정씨는 심지어 강씨가 보는 앞에서 야동을 보면서 자위행위를 하기 시작했다. 그의 행동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노골적으로 변해갔다. 강씨는 정씨에게 수차례 야동을 끊고, 치료를 받아보라고 권유했다. 그러나 정씨는 이를 거부했고, 둘의 사이는 급격히 나빠졌다.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었다. 야동에 빠진 정씨는 강씨와의 잠자리도 거부했다. 부부와 다름없다고 생각한 강씨는 이 모든 것이 야동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여기에 정씨가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여성과 교제를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강씨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사건 발생 당일인 지난해 3월16일도 강씨와 정씨는 야동을 두고 실랑이를 벌였다. 둘 사이는 이미 파국으로 치달은 상태였다. 이날 강씨는 밤 11시가 되어서야 정씨의 저녁식사를 챙겼다. 메뉴는 수면제 탄 추어탕이었다. 정씨는 이러한 사실을 모른 채 추어탕과 막걸리를 마시고 잠에 빠져들었다. 강씨는 정씨가 잠든 것을 확인한 뒤 미리 준비해두었던 연탄불을 방 안에 피우고 근처 남동생 집으로 향했다. 

야동만 보다니…
 
강씨의 남동생은 누나를 수상히 여겼다. 그리고 사건 발생 다음날인 17일, 강씨의 남동생은 광주 동구경찰서로 한통의 전화를 넣었다. “누나가 사람을 죽인 것 같다” 전화를 받은 경찰은 즉시 출동, 강씨를 체포했다.
 
강씨는 경찰 조사에서 “연탄불을 피워 정씨와 함께 죽으려다 무서워서 혼자 빠져나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경찰은 강씨가 체포 당시 남동생에게 ‘왜 신고를 했느냐’며 울면서 소리치던 모습이 동반 자살을 시도했던 모습치고는 미심쩍었다고 판단, 애초에 강씨가 정씨를 살해할 의도가 있었음을 밝혀냈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전처-내연남 성관계 강요 왜?
 
지난 2일 전주지방법원 제4형사부(재판장 최규일)는 전처를 폭행·감금하고 자신의 앞에서 다른 남성과의 성관계를 강요한 혐의로 기소된 김모(38)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김씨에게 징역 2년6월을 선고하고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40시간의 이수를 명했다.
 
김씨는 지난해 7월16일 새벽 6시8분께 전북 군산시 지곡동의 한 아파트 자택에서 옷을 모두 벗긴 채 전처 A(29)씨와 B(30)씨를 전자충격기와 흉기, 주방용 가위, 프라이팬, 유리병 등으로 폭행해 A씨에게는 치료일수 미상, B씨에게는 전치 6주의 상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김씨는 또 이날 A씨와 B씨를 자신의 집에 3시간 동안 가둔 채 이들로 하여금 자신의 앞에서 성관계를 갖게 하고, 그 장면을 자신의 휴대전화로 촬영한 혐의도 받고 있다. 김씨는 A씨와 B씨가 함께 있는 모습을 보고 두 사람의 관계를 의심한 나머지 화가 나 이 같은 짓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날 김씨는 A씨가 교통사고로 입원한 군산의 한 병원에 갔다가 B씨가 A씨의 침대에 누워 있는 것을 보고 내연관계라 여기고 화가 나 링거거치대 등으로 마구 때린 뒤 자신의 집으로 끌고 가 또 다시 무자비하게 폭력을 휘두른 것이다. <광>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78년 만에 해체’ 검찰 분해 전조

‘78년 만에 해체’ 검찰 분해 전조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검찰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한때 정부의 ‘칼’ 역할을 맡아 위세를 떨쳤던 검찰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면서 우리나라는 또 한 번 가보지 않은 길을 가게 됐다. 검찰청이 완전히 폐지되기까지 유예기간은 1년. 검찰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살펴봤다. 검찰은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그 쓰임새가 달라졌다. 개혁의 도구로 이용되기도 했고 개혁의 대상으로 전락한 적도 있다. 칼로 쓰이면서 동시에 고쳐야 할 기관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어떤 정부도 검찰의 존재 자체를 지우진 못했다. 견제 기관을 만들어 권한을 축소한 적은 있지만 ‘폐지’를 가시화한 적은 없었다는 뜻이다. 대통령 의지 당이 화답? 지난달 26일 검찰청을 폐지하고 기획재정부를 분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개정안에 따라 검찰청은 설립 78년 만에 문을 닫게 됐다. 검찰청 업무 중 수사는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 기소는 공소청이 맡는다. 중수청은 행정안전부 장관, 공소청은 법무부 장관 소속으로 정해졌다. 검찰청 폐지와 중수청·공소청 설치에는 1년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다. 지난달 30일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면서 검찰청 폐지는 내년 10월로 정해졌다. 내년 10월1일에 법률안이 공포되고 이튿날인 10월2일 중수청·공소청이 설치되는 것이다. 문재인정부가 검찰의 권한을 줄이는 방향으로 검찰개혁을 본격화한 데 이어 이재명정부에서 검찰 폐지를 결정하면서 진보 정부의 숙원이 이뤄졌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정부 출범 직후부터 검찰청을 폐지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검찰의 수사‧기소 업무를 분리하고 수사권 등은 신설 기관으로 이관하겠다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취임한 이후부터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 선거 전부터 “추석 전 처리”를 공공연하게 말해왔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검찰이 되도 않는 것을 기소해 무죄를 받고 나면 면책하려고 항소하고, 상고하면서 국민한테 고통을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형사소송법에 ‘10명의 범인을 놓쳐도 1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면 안 된다’는 말이 있다”며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 무죄추정의 원칙(으로 하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혹시 무죄거나 무혐의일 수 있으면 기소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검찰이) 마음에 안 들면 기소해서 고통을 주고 자기 편이면 죄가 명확한데도 봐주면서 기준이 다 무너졌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에게 “1심이 무죄라고 했는데 (검찰이) 무조건 항소해서 유죄로 바뀌면 타당한가”라며 “검찰이 1심에서 무죄 난 사건을 항소해서 유죄로 바뀔 가능성이 얼마나 되나”라고 물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 통과 내년 10월 폐지 확정돼 정 장관이 ‘5% 정도’라고 답하자 이 대통령은 “95%는 무죄를 한 번 더 확인하기 위해서 항소심으로 생고생한다는 말”이라며 “나중엔 무죄는 났는데 집안이 망했다, 이거 윤석열 대통령이 한 말 아닌가”라고 했다. 또 “국가가 왜 이리 국민한테 잔인한가”라며 “인류 수천년 역사에서 경험으로 정한 역사가 있다. 의심스러우면 피고인 이익으로 하라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검찰청 폐지를 바라보는 정치권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검찰개혁을 숙원으로 여겼던 여권에선 일제히 ‘환영’의 뜻을 보였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일방 독주’라고 비판했다. 실제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국민의힘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퇴장하면서 민주당 주도로 표결이 진행됐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정부조직법 개정안 본회의 의결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대중 대통령님에게 사형을 구형했고 노무현 대통령님을 죽음으로까지 내몰았던 정권의 칼, 검찰은 이제 사라졌다”며 “역사적인 날이다. 검찰청이 78년의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과 함께 기자간담회를 진행한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78년이라는 세월 사이 우린 여러 번에 걸친 개혁의 후퇴, 개혁의 좌절을 맛보기도 했다”며 “이제는 그 길을 다시 가지 않겠다고 하는 개혁 의지가 제대로 발현된 정부조직법”이라고 개정안을 평가했다. 표결에 불참한 국민의힘은 강하게 반발했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이재명정권이 끝내 검찰청을 없앴다. 이는 간판을 바꾼 문제가 아니라 국민을 지켜주던 마지막 사법 안전망을 무너뜨린 폭거”라며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건 사회적 약자”라는 내용의 논평을 냈다. 그러면서 “그 공백은 가장 약한 곳에서부터 드러난다. 아동 학대, 장애인 대상 범죄, 노인 학대 사건은 피해자가 말문을 열기 어렵고 증거는 금세 사라진다”며 “예전에는 빠진 단서를 보완하고 잘못된 수사를 되돌릴 두 번째 기회가 있었지만 이제 그 문이 닫혔다”고 비판했다. 검사들은 집단 반발 하루아침에 조직이 사라지게 된 검찰 내부는 참담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위헌 소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노 대행은 지난달 29일 검찰 구성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78년간 국민과 함께해 온 검찰이 충분한 논의나 대비 없이 폐지되는 현실에 총장 직무대행으로서 매우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이어 “헌법상 명시된 검찰을 법률로 폐지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역대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들도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명백한 위헌”이라면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들은 “헌법은 89조에서 검찰총장 임명에 대해, 또한 제12조와 제16조에서는 검사의 영장 청구권에 대해 명백히 규정하고 있다”며 “이런 규정은 헌법의 삼권분립의 원칙에 따라 정부의 준사법기관인 검찰청을 둔다는 것을 명백히 한 것이므로 이를 폐지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설명했다. 검사들 사이에서도 동요가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을 통해 발동한 특검에 파견된 검사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현재 3대 특검팀에는 110명의 검사와 99명의 검찰 수사관이 파견돼있다. 김건희 특검팀에는 40명, 내란 특검팀과 채 상병 특검팀에는 각각 56명, 14명의 검사가 근무하고 있다. 김건희 특검팀과 내란 특검팀에 파견된 검사 수를 보면 웬만한 일선 검찰청 검사 정원 규모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 가운데 김건희 특검팀에 파견된 검사들이 “검찰청으로 복귀하겠다”고 요청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 국무회의 의결에 대한 집단 반발로 해석된다. 위헌 주장 헌재 가나 검사들은 지난달 30일 민중기 특검에게 입장문을 제출했다. 입장문에는 정부여당의 검찰개혁 핵심은 ‘수사와 기소의 분리’ ‘검찰의 직접 수사 금지’인데 특검에 검사들이 남는 건 모순이라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여권이나 시민사회 단체 등에서는 ‘자업자득’이라는 의견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검찰이 정권의 입맛에 따라 칼을 휘두르면서 현재 상황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권력의 방향에 따라 태도를 달리하는 검찰에게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줄 수 없다는 의지가 이번 정부조직법 개정안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실제 진보 정부에서는 오랜 시간 검찰의 권한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개혁을 시도해 왔다. 본격화된 것은 문정부 때부터지만, 그 시발점은 김대중·노무현정부 때라고 봐야 한다.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립 등 검찰개혁의 핵심 방안들은 다 그 시기에 나왔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의 검찰개혁은 실패했다. 검찰의 반발이 대단했고 당시 정치권에 대한 전방위적인 수사를 진행하면서 이들의 위세도 엄청났다. 실질적인 검찰개혁이 이뤄진 건 문정부 들어서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검찰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커졌고 국민 여론도 정부에 힘을 더했다. 문정부에서 검찰은 ‘적폐 청산’의 칼로 기능하면서 동시에 개혁 대상으로 지목됐다. 검·경 수사권 조정이 이뤄졌고 공수처가 출범했다. 문제는 검찰개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내부 출혈이 상당했다는 점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박근혜정부에서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 이후 한직으로 좌천돼있던 윤석열 전 대통령을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으로 연이어 영전시켰다. 진보 정부의 숙원 노·문 거쳐 결말 이는 향후 문정부를 뒤흔들었던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간의 갈등, 윤 전 대통령의 대선 출마, 당선 등의 불씨가 됐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의혹이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떨구기도 했다. 조 전 장관의 뒤를 이어 취임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윤 전 대통령과 정면으로 출동했다. ‘추·윤 대전’이라는 표현이 1년 내내 언론에 오르내릴 정도였다. 이 과정에서 검찰개혁은 흐지부지됐다. 법안이 급하게 처리되면서 ‘누더기’라는 지적이 잇따랐고 우여곡절 끝에 출범한 공수처는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했다. 특정 사건에 대한 수사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등을 두고 기관끼리 갈등을 빚는 일도 일어났다. 경찰에 수사가 몰리면서 재판이 지연되는 일도 벌어졌다. 문정부의 검찰개혁을 ‘반쪽짜리’라고 평가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이후 이정부는 아예 검찰청을 없애겠다는 뜻을 품고 임기를 시작했다. 대선후보 때는 물론 윤석열정부 시기 내내 ‘사법 리스크’에 시달렸던 이 대통령은 검찰에 대판 비판적인 시각을 줄곧 드러낸 바 있다. 그리고 이 대통령의 뜻은 민주당을 거쳐 법안을 통해 실현됐다. 물론 과제는 산적해 있다. 당장 보완수사권 문제를 두고 이견이 있고 중수청과 공소청을 어떻게 운영할지 세밀하게 구상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은 보완 수사권을 존치해 달라고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검사가 경찰의 기록만 갖고 기소 여부를 판단하면 부실 기소, 불기소 남발 등으로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는 게 주장의 배경이다. 또 검찰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기 위해 개혁을 진행했지만, 이 과정에서 또 다른 기관이 비대해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 일각에서는 이름만 다른 ‘검찰’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검찰이 정권의 칼로 기능했던 것처럼 다른 이름의 ‘칼’이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걱정이다. 산적한 과제 후폭풍 남아 검찰은 꽤 오랜 시간 외줄 위에 서 있던 상황이다. 이정부가 그 줄을 끊으면서 검찰은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 검찰에 대한 경고는 늘 있었고 전조도 뚜렷했다. 이제 후속조치를 두고 정치권은 물론 사회가 시끄러워질 전망이다. 검찰 해체가 가져올 후폭풍은 국민에게 언제쯤 닿을 것인가.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