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판 국방백서로 본 남-북 전투력 '전격비교'

아무리 붙여봐도…핵 한방이면 끝!

[일요시사 경제2팀] 최현목 기자 = 2년을 주기로 발간되는 국방백서의 최신호가 지난 6일 국방부를 통해 공개됐다. 대한민국이 진행하는 국방정책에 대한 범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목적으로 하는 이 백서는 1967년 처음 발간된 이후 올해 21번째를 맞이했다. 특히 이번에 발간된 <2014 국방백서>는 현 정부 들어 최초로 공개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점점 거세지는 북한의 도발과 대북 전단 살포로 첨예해진 대립 관계 등 산적해 있는 현안들을 과연 어떻게 풀어냈을지 살펴보자.

<국방백서>의 주요 내용은 외부의 군사위협, 국방목표 및 국방정책의 기본 방향, 대비태세, 군사정책, 국방예산 및 국방투자사업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1967년 첫 출간된 이후 1968년 돌연 발행이 중단된 적 있지만 1988년 창군 40주년을 맞아 다시 발행되기 시작했고 2000년을 기점으로 기존에 1년 주기로 발행되던 것이 이후 2년 주기로 변경되었다.

범국민적 공감대
올해로 21번째

군무회의에서 2년을 주기로 발간되기로 결정된 후 이듬해인 2002년에 북한을 가리켜 ‘주적’이라고 표현하는 것에 대한 논쟁이 벌어진 바 있다. 특히 2005년에는 주적이란 단어를 삭제하는 대신 ‘직접적이고 실체적인 군사위협’이란 표현으로 대체키로 한 것을 두고 여야가 치열한 찬반 공방을 벌였다. 당시 열린우리당은 변화된 남북관계와 북한이 군사적 위협이면서 동시에 통일의 대상이라는 이중적 지위를 갖고 있는 점 등을 들어 주적 개념 삭제를 환영했으나 한나라당은 10년 전 북핵 위기 때 주적 개념이 포함된 이후 근본적인 안보상황이 달라지지 않았다면서 이해할 수 없는 조치라고 비판했었다.

이번 <2014 국방백서>는 그동안 논란이 됐던 주적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앞서 2010년에 발간된 백서와 같이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자 북한 측은 조선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을 통해 “온 한해를 동족대결과 북침전쟁도발에 미쳐 날뛴 남조선 괴뢰당국이 새해에도 반공화국적대의식을 고취하며 군사적 도발에 계속 광분할 자세”라며 “괴뢰국방부가 다음해 초에 발행하는 <2014 국방백서>에 ‘북의 정권과 군대는 우리의 주적’이란 표현을 또다시 쪼아 박으려 하고 있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아울러 “민족의 단합과 자주통일에 대한 온 겨레의 열망에 또다시 찬물을 끼얹고 가뜩이나 첨예한 북남관계를 더욱 긴장시키는 고의적인 도발로서 우리 겨레는 절대로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즉 표면적으로 주적이란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지만 실질적으로 본인들을 주적으로 인지하는 것에 대해 북한은 불쾌감을 드러낸 것이다.


남, 양보다 질…소수정예·엘리트화 지향
북, 노후 보완…재래식·비대칭 전력 강화

그렇다면 북한은 주적을 어디라 명시하고 있을까. 지난해 12월22일 북한의 <노동신문>은 한 논설을 통해 “미 제국주의자들이야말로 우리의 변하지 않는 주적 중의 주적이며 불구대천의 원수”라고 주장했다. 미국과 함께 군사합동훈련을 하는 대한민국이 그들이 말한 미 제국주의자들에 포함되는 것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현재 분단 상황에 있고 언제라도 전쟁이 터질 수 있는 휴전 상태라는 것에는 일체의 변함이 없을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남북한 전력비교와 한반도를 위협하는 지상 최고의 무기인 ‘핵’에 대한 고찰은 필수 불가결한 사안일 것이다.

비대칭 전력
해킹 위협 대비

<2014 국방백서>를 살펴보면 최근 몇 년간 유지되어 오던 북한군 전력 경향의 변화가 눈에 띈다. 2000년 이후 대한민국은 양보단 질을 택해 소수정예·엘리트화를 지향했다면 북한은 노후된 장비를 보완하기 위해 재래식·비대칭 전력 강화 경향이 두드러졌었다. 그러나 이번 <2014 국방백서>에서 발표한 정보에 따르면 북한은 기존 재래식 전력 강화는 물론이고 기계화 부대 증편도 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한편 핵무기 개발과 더불어 최근 가장 큰 위협으로 급부상한 사이버 테러, 즉 비대칭 전력 강화는 2015년에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이는 국방력에서 한·미 동맹을 넘어설 수 없음을 인지한 북한의 왜곡된 전력 강화 전략으로 풀이된다. <2014 국방백서>에 따르면 “북한은 현재 6000여명의 사이버전 인력을 운영하고 있으며 남한 내부의 심리·물리적 마비를 위해 군사작전 차질 유발, 주요 국가기반 체계 공격 등 사이버전을 수행하고 있다”며 “이와 함께 재래식 무기의 성능도 지속적으로 개량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남북한의 재래식 군대 전력을 분석해보면 북한의 육군은 102만여명으로 남한 육군 49만5000여명의 2배가 넘는다. 또한 공군 전력에서 북한은 12만여명으로 남한의 6만5000여명, 예비 병력에서 북한이 770만여명에 남한은 310만여명을 기록해 전체적으로 북한이 2배 이상의 재래식 군대 전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해군 전력에 있어서는 남한이 해병대 2만9000여명을 포함해 총 7만여명의 전력을 보유하고 있어 북한의 6만여명을 오히려 능가하고 있다. 최근 북한이 신형 잠수함과 고속특수선박(VSV) 건조에 나서는 등 수중 공격능력 향상을 꾀하는 이유도 상대적으로 약한 해군 전력을 커버하기 위함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재래식 전력 이외에 전차, 장갑차 등 기갑장비는 수적인 부분에서 북한이 월등히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 육군 장비에 있어서 장갑차의 수는 남한이 총 2700여대를 보유해 북한의 2500여대보다 약 200여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고 공군이 보유한 감시통제기도 남한이 60여대를 보유하고 있어 북한의 30여대보다 두 배 더 많은 감시망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헬기를 690여대 보유해 북한이 보유한 300여대를 훌쩍 뛰어 넘었다.

한편 북한은 이러한 전력을 요소요소에 배치해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전쟁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상군 전력의 약 70%를 평양·원산선 이남 지역에 배치하여 상시 기습공격을 감행할 태세를 갖추고 있는데 특히 전방 지역의 자주포와 방사포는 우리의 수도권 지역에 대해 기습적인 대량 집중사격이 가능하게 배치되어 있으며 최근 시험 개발 중인 300㎜ 방사포는 최대사거리 고려 시 중부권 지역까지 사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지상군과 마찬가지로 해군 또한 전력의 약 60%가 평양·원산선 이남에 전진 배치되어 있어 상시 기습공격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남한과 달리 삼면이 바다로 둘러 싸여 있지 않아 융통성 있는 작전이 제한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북한 해군은 보유한 특수전 부대를 남해안 쪽 후방지역에 침투시켜 주요 군사·전략시설을 타격하고 상륙해안의 중요지역을 확보하는 형태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북한 공군은 북한 전역을 4개 권역으로 나누어 전력을 배치하고 있다. 북한 공군기는 대부분 노후 기종이며 전투임무기 820여대 중 약 40%를 평양·원산선 이남 기지에 전진 배치해 놓고 있다.

<2014 국방백서>는 2년 전에 비해 북한의 핵·미사일 기술도 상당히 진전된 것으로 평가했다. 특히 핵무기 소형화 능력은 상당한 수준에까지 이른 것으로 파악되며 지속적인 탄도 미사일 실험으로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 있을 정도로 사거리가 늘어난 것으로 전망했다.

2년 전에 발간된 <2012 국방백서>에 따르면 북한은 이미 2006년 10월과 2009년 5월 두 차례의 핵실험을 감행한 바 있다. 현재 북한은 고농축 우라늄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여전한 핵위협
미국 본토까지

리처드 로즈가 지은 <원자 폭탄 만들기>는 1988년 ‘퓰리처상’을 수상할 정도로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킨 책이다. 여기에는 우라늄이 역사에 등장하면서 일어난 원자폭탄 제조과정에 대해 나온다. 원래 자연 원소인 우라늄은 우리가 원자로 등에서 핵연료로 사용해왔다. 이때 우라늄은 핵융합을 일으킨 후 찌꺼기를 남기게 되는데 이것이 오늘날 원자폭탄의 원료가 되는 플루토늄이다. 북한은 1980년대에 영변 핵시설 원자로 가동 후 폐연료봉 재처리를 통해 핵 물질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현재 플루토늄을 40㎏가량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플루토늄은 일정한 무게와 질량으로 뭉쳐지면 자연스레 터지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핵무기가 되기 위해서는 미사일 탄두 안에 넣어둔 플루토늄이 완벽한 시간에 똘똘 뭉쳐야 한다. 이는 핵무기를 만드는 데 있어서 핵심 기술력인데 북한은 이 플루토늄을 뭉쳐 폭발시키는 핵실험을 지금까지 세 차례나 진행한 것으로 분석된다.

1만km 탄도 미사일…미국 직격 가능
한국 미사일 사거리 북한 1/10 수준

아무리 플루토늄을 잘 뭉치도록 장치를 개발한다 해도 그것을 원하는 장소로 보내줄 미사일이 없다면 소용없을 것이다. 지금까지 북한은 구 소련의 스커드 미사일을 기본 설계로 하여 개발한 탄도 미사일 대포동 발사 실험을 통해 지속적으로 사거리를 늘려왔다. <2012 국방백서>에 따르면 기존에 6700㎞이상으로 표기됐던 장거리 미사일 대포동 2호의 사거리가 이번 <국방백서>에서는 1만㎞로 변동되었다.

그렇다면 대포동 2호는 미국 본토까지 도달할 수 있는 사거리가 확보된 것이다. 이를 지도상에서 표시해보면 남미를 포함해 북미의 중부와 동부, 그리고 포르투갈과 스페인 등 서유럽 일부 지역과 아프리카 서부의 일부분을 제외한 세계의 전 대륙이 이 대포동 2호의 사정권 안에 들어온다. 또한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능력이 2012년 12월 발사한 ‘은하 3호’가 궤도 진입에 성공하면서 더욱 위협적이 되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북한은 이러한 탄도미사일 탑재가 가능한 신형 잠수함 등 새로운 형태의 잠수함정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기술력의 발전 여하에 따라서 중국처럼 핵잠수함 개발까지 우려해 볼 수 있는 상황이다.

최근 북한의 함경남도 신포에 위치한 잠수함 전용조선소에서 신형 잠수함(길이 약 67m, 폭 약 6.6m)이 발견됐다고 언론에 보도된 적이 있다. 또한 그 인근에서 잠수함 발사 탄도 미사일(SLBM) 기술 개발용으로 추정되는 12m 높이의 발사대 모양 구조물이 위성사진에 잡히기도 했다.

이에 반해 우리 군이 보유한 미사일의 최대 사거리는 현무 3호가 가진 1500여km다. 이는 대포동 2호의 10분의 1에 불과한 수준이다. 그 외 해성 2호와 해성 3호의 사거리는 1000여km밖에 미치지 않는다. 이에 군은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에 따라 현재 사거리 800㎞, 탄두 중량 500㎏의 탄도미사일을 개발 중이다. 국방백서는 올해 개발이 완료되는 대로 시험 발사할 계획이라 전했다.

1980년대부터 북한에서 생산하기 시작한 생화학무기 또한 위협적인 존재로 인식된다. 현재 약 2500톤에서 5000톤의 화학무기를 저장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북한의 생화학 전력은 탄저균, 천연두, 페스트 등 다양한 종류의 생물무기를 자체적으로 배양하고 생산할 수 있는 능력도 함께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기계화 군단
첨단 잠수함까지

북한은 지속적인 경제난에도 불구하고 전쟁능력을 유지하기 위해 군수산업을 우선적으로 육성해 왔다. 북한은 현재 300여 개의 군수공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전시에는 민수공장이 단시간 내에 전시 동원체제로 전환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대부분의 전쟁 물자는 지하에 갱도처럼 된 비축시설에 저장하고 있으며, 약 1∼3개월 분량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추가 구입과 외부로부터의 지원이 없으면 장기전 수행은 현실적으로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북한의 소행으로 의심되는 소니픽쳐스와 한수원(한국수력원자력) 해킹 사건을 통해 우린 국가를 뒤흔들만한 위협이 비단 전쟁만으로 표출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목격했다. 특히 한수원 해킹의 경우 해킹에 사용된 악성코드가 원전 제어망까지 침투했다면 원전 가동이 중단되는 심각한 상황에까지 이를 수 있었다는 측면에서 다각적인 안보 강화가 필요한 시점으로 보인다.

또한 러시아 경제의 붕괴 위기, 이슬람 과격 단체의 테러, 미국과 중국 간의 대립 등 국내외 정세가 불안한 상황 속에 놓여있어 안보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안보와 관련된 민감한 사안을 차분하고 치밀하게 해결함으로써 국가의 자주성을 제고하고 주변국과의 신뢰를 구축하는 데에 힘써야 한다고 <2014 국방백서>는 말하고 있다.

 

<chm@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전한길 유니버스’ 절대 불가능한 이유

‘전한길 유니버스’ 절대 불가능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에 입당한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국민의힘 행사에서 영향력을 과시하다가 큰 물의를 일으켰다. 전씨는 국민의힘에서 ‘보수의 김어준’을 꿈꾸는 것 같다. 전씨는 과연 김씨가 15년 동안 구축했던 영향력을 단번에 얻을 수 있을까? 국민의힘에 입당한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지난 8일, 대구 EXCO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전당대회 대구·경북지역 합동연설회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다. 전씨는 지난 3월 창간한 <전한길뉴스> 소속 언론인 자격으로 참석했다. 선거판 난장판 하지만 전씨는 언론 취재의 한계를 넘어 반탄(탄핵 반대) 성향 후보들의 연설 도중 응원하면서 분위기를 띄웠다. 반대로 찬탄(탄핵 찬성) 성향 당 대표·최고위원 후보들이 연설할 때마다 “내부 총질” 혹은 “배신자” 등 원색 비난을 했다. 이날 김근식 최고위원 후보는 전씨를 직접 지칭해 “부정선거 음모론에 빠지고, 계엄을 계몽령이라고 정당화하는 사람들과 어떻게 같이 투쟁할 수 있겠느냐”면서 비난했다. 그러자 전씨는 김 후보에게 욕설하면서 자신의 지지자들을 격동시켰다. 찬탄 성향 조경태 당 대표 후보가 연설할 땐 자리에서 일어나 한 손을 들고 항의하는 등 지지자들의 조 후보 비난을 유도했다. 그러자, 찬탄 성향 일부 당원들이 전씨에게 물병을 던지면서 항의했다. 한 당원은 전씨에게 “난 20년 차 당원인데, 입당한 지 한 달밖에 안 된 당신이 왜 이런 난동을 부리느냐”고 따져 물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전씨의 전당대회 출입을 막기 위해 대의원이 아닌 일반 당원의 행사장 출입을 금지했다. 이어 전씨에 대한 징계 가능성도 내비쳤다. 그러자 전씨는 <전한길뉴스> 발행인 신분을 내세워 “언론 탄압”이라며 반발했다. 이처럼 전씨는 국민의힘 당원과 언론인이란 신분을 왕래하면서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개입하고 있다. 지난달 31일과 지난 7일엔 시사평론가 고성국씨 등과 함께 주최한 ‘자유 우파 유튜브 연합 토론회’에 각각 장동혁·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출연시켜 ‘면접’을 보는 위력을 국민의힘 내외에 과시했다. 특정 진영의 강경파를 대상으로 언론사·유튜브 채널 등을 운영하면서 힘을 과시하는 모델로는 방송인 김어준씨가 있다. 김씨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친문(친 문재인) 강경파 성향 당원·지지자를 대상으로 라디오·유튜브 방송을 진행하면서 당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당 대표 후보들을 면접하는 형식은 김씨가 지난해 3월 자신의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 민주당 총선 후보자였던 이언주·전현희 의원과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을 출연시켜 객석의 청중에게 큰절을 시킨 것과 비슷하다. 김씨가 지난 6월 기획·진행한 ‘더 파워풀’ 콘서트엔 ▲문재인 전 대통령 ▲민주당 정청래 대표 ▲김민석 국무총리 등 다수의 민주당 내 유력 정치인이 참석했다. 입당하자마자 영향력 과시 물의 당원·언론인 오가며 전대 개입 김씨는 지난 2011년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 공동 진행자로 활동하면서부터 민주당에 대한 영향력을 키워왔다. 물론 김씨가 15년 동안 구축한 영향력을 전씨가 단기간에 얻긴 어렵다. 이 때문인지 전씨는 국민의힘에 입당하자마자 ‘10만 당원 양병설’ 등을 주장하면서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하지만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하기 위해선 당비를 3개월 이상 납부하고, 연 1회 이상 교육을 받은 책임당원이어야 한다. 전씨는 지난 6월 온라인으로 입당했고, 당 대표 후보 등록일은 지난달 30일부터 단 이틀 동안이었다. 따라서 전씨는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수 없었다. 출마 길이 막힌 전씨는 전당대회에서 당원·언론인 신분을 교차하면서 자신을 따르는 당원들을 선동해 영향력을 과시하려고 한다. 하지만 전씨는 김씨가 민주당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과 주변 진영 전체를 둘러싼 질서는 20세기 초·중반에 활동했던 이탈리아 사회주의자 안토니오 그람시의 헤게모니 이론이 갖는 틀과 비슷하다. 그람시는 “자본주의는 견고하게 발전할 것”이라는 대전제를 토대로 “언론·문화 등 각 분야에 진지를 구축해 참호전으로써 상대 세력을 약화해야 한다”는 사상을 정리했다. 각 분야에 구축한 진지는 결정적인 시기에 전개할 기동전의 전초기지 역할을 한다. 자본주의 구조가 뿌리내리면서 러시아 2월·10월 혁명과 같이 한순간에 모든 것을 뒤집는 혁명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그람시는 주도권 다툼으로써 체제 내 혁명을 추구하는 취지의 사상을 구체화했다. 우리나라에선 소련 해체가 가시화되던 1980년대 후반부터 기존 노동운동에 문화·예술운동을 접목하는 단체가 활동하는 등 각계에서 다른 방향의 노동운동을 전개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민주당을 받치는 양대 축은 각계의 시민단체들과 진보 성향 매체들이다. 대규모 정치 이벤트가 진행될 땐 민주당 지원 사격을 맡으면서, 정치적 명분과 정당성을 구축·홍보하는 역할을 맡는다. 또 민주당에 인력을 공급하는 역할도 한다. 주요 선거 등 대규모 기동전이 필요한 상황에선 각자의 진지에서 일시에 뛰쳐나와 물량을 공급하는 식이다. 이 같은 구조를 상징하는 사람이 민주당 윤미향 전 의원이다. 정의기억연대 대표로 오랫동안 활동하던 윤 전 의원은 민주당을 통해 국회의원이 됐지만, 횡령 의혹이 유죄로 확정돼 의원직을 잃었다. 같은 당 추미애 의원 등 민주당 일각에선 윤 전 의원의 사면을 강하게 지지했고, 결국 8·15 광복절특사를 통해 사면·복권됐다. 민주당과 그람시 하지만 시민단체와 매체는 대중을 직접 동원하기가 어려운 데다, 매체는 언론 고유의 한계가 있다. 시민단체 역시 시민들의 참여가 부실하다는 핸디캡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도 존재해 왔다. 이 때문에 삼각 구조를 받쳐줄 또 하나의 하부 구조가 필요했다. 이 문제를 해결해준 사람이 바로 김씨였다. 김씨는 지난 1998년 ‘안티 <조선일보>’라는 깃발을 내걸고 <딴지일보>를 창간한 후 풍자·B급 정서·유머를 지향해오고 있다. 당시 <딴지일보>에선 포장마차에서 어묵을 찍어 먹는 용도로 내는 간장의 위생 상태를 취재해 기사화하거나 국가혁명당 허경영 명예대표의 대권 도전 과정을 풍자하는 등 ‘신선한 B급 정서’를 지향해 독자적인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한편으로 김씨에게 평생 따라다닐 놀림거리를 남겼다. 김씨가 <딴지일보>의 채무를 해결하기 위해 여성용 성인용품을 판매했고, 성인남녀의 만남을 중개하는 사이트를 개설했던 탓이다. 보수 성향 유권자들은 여전히 김씨를 비판하면서 당시의 전력을 함께 언급한다. 이후 김씨는 ▲황우석 박사 옹호 ▲영화감독 겸 코미디언 심형래씨 옹호 등 숱한 논란을 일으켰다. 특히 황 박사 옹호는 그럴 듯한 음모론을 제시하면서도 설득력 있는 근거는 제시하지 않는 김씨의 특성과 깊이 맞물린다. 당시의 논란도 김씨에 대한 비판론을 형성하는 중심축이다. 그랬던 김씨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계기로는 크게 2가지를 들 수 있다. 하나는 ‘문재인 대통령 만들기’를 처음 시작했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 공동 진행자 중 1명으로 활동했단 것이었다. 김씨는 당시 민주당 백원우 의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장에서 이명박 당시 대통령에게 거친 항의를 말리고 고개 숙여 사과하는 문 전 대통령을 주목했다. 이후 김씨는 문 전 대통령의 킹메이커를 자처했고, 이는 ‘나는 꼼수다’ 진행 이후 문 전 대통령의 대세론으로 이어졌다. ‘나는 꼼수다’는 김씨 특유의 B급 정서·음모론이 이명박정부에 대한 다양한 불만과 맞물려 대성했던 방송이었다. ‘나는 꼼수다’는 현재까지 이어지는 김씨의 성향을 구체화한 방송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해당 팟캐스트의 상징으로 통하는 “쫄지 마”는 여전히 회자된다. ‘나는 꼼수다’는 구체적인 사실관계 검증엔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명확한 당파성을 매개로 특정 정당·진영 사람들이 선호할 음모론과 괴담을 이미 밝혀진 사실관계와 섞어 전달하는 것에 집중했다. 진실과 거짓의 경계선을 적당히 왕래하면서 민주당 지지를 극대화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 영웅과 악당들 이는 집단의식으로 연결됐고, 김씨에겐 거대한 영향력을, 민주당엔 거대한 지지 집단을 만들어줬다. 김씨는 ‘나는 꼼수다’를 통해 단순·명쾌한 이분 구도를 완성했다. 그를 선호하는 민주당 지지자의 정치관은 “보수진영이란 거대한 악에 맞서 싸운다”는 것이다. 이는 정의로운 주인공이 지구 정복을 노리는 악당의 무리에 맞서 싸우는 어린이용 만화의 서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아울러 현재 민주당 핵심 지지 세대로 알려진 4050세대가 미국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선호하는 것과 연결해볼 수 있다. 이 세계관엔 초월적인 힘을 갖고 모든 생명체의 절반을 죽여 우주를 정화하려는 악당에 맞서는 영웅들이 등장한다. 이 세계관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사건은 지난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사건이었다. 이들에게 노 전 대통령 사망사건은 거대 악당과 싸워야 하는 당위성을 제공해주는 절대적인 명분이었다. 김씨가 이 사건에 주목하고, 상주로서 백 전 의원의 항의를 제지하던 문 전 대통령을 주목한 것은 당연한 순서였다. 우리 고전문학 중 전설은 김씨의 평소 주장과 비슷한 서사 구조를 띠고 있다. 전설은 능력이 뛰어난 주인공이 현실의 한계에 좌절하고 무너지는 비극적인 구조를 취한다. 또 설득력을 부여해야 많은 사람에게 퍼질 수 있어서 실제 존재하는 지역·지명을 매개로 그럴듯하게 전개된다. 여기엔 각박한 현실을 바꿔줄 새로운 영웅의 출현을 기대하는 민중의 소망이 담겨있다. 그래서 조선시대엔 “정씨 성을 가진 영웅이 새 나라를 만들어 왕이 될 것”이란 취지의 예언서가 오랫동안 돌아다녔다. 김씨의 주장은 21세기판 전설이라고 할 수 있다. 김씨는 민주당과 주변 진영을 취약한 상황에서 거대한 악에 도전하는 영웅으로 묘사하고, 지지자들은 그 영웅담에 환호한다. 그러면서 “거대한 악에 맞서 싸우는 영웅을 또 잃을 수 없다”는 공감대를 공유한다. 그들은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같은 목표를 공유한다. 김씨는 ‘김어준 유니버스’ 혹은 ‘민주 유니버스’를 만들었고, 지지자들은 관객을 넘어선 참여자로서 희열과 보람을 느낀다. <한국일보>는 지난 2017년 이들의 세계관을 소개하면서 “대통령이 국민을 지켜야지, 왜 국민이 대통령을 지켜야 하느냐”고 비판했다. 완전히 다른 ‘B급 정서’ 카타르시스·도파민 차이 김씨는 ▲세월호 고의 침몰설 ▲천안함 피격 사건 관련 가짜 뉴스 살포 ▲코로나19 대구 확산설 등 주장을 이어가면서 지지자들에게 정치적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을 제공했다. 그들이 김씨를 통해 느낀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은 고스란히 민주당의 정치적 자양분이 됐다. 그래서 총선 출마 후보들은 김씨가 보는 앞에서 지지자들에게 큰절을 해야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체포 대상 중 1명으로 김씨를 지목했던 것은 김씨에게 엄청난 이익이 됐다. 당시 계엄군은 김씨가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스튜디오 주변을 통제했다. 김씨는 지난해 12월13일 국회에서 “계엄군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사살한 후 북한 소행으로 공작하려고 했다”면서 “정보 출처는 국내에 대사관이 있는 우방국”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그 우방국은 미국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지만, 미국은 국무부·주한미국대사관을 통해 이를 부인했다. 반면 민주당 최민희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어준님’의 증언을 허구로 단정하고 비난부터 하는 것은 무모하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과 보수 세력은 민주당과 그 주변 세력처럼 정교한 조직체를 만들지 못했다. 보수 세력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스피커 역할은 전씨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맡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김씨처럼 진영 전체를 들썩일 수 있는 정치적 유머 감각과 설득력을 갖추지 못했다.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을 제공하지도 못한다. 이 때문에 이들의 주장은 강경 보수 지지자들 외 국민 사이에서 웃음거리로 전락한 지 오래고, 국민의힘 내부서도 강하게 비판한다. 국민의힘이 지난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이겼을 당시엔 민주당에 비판적인 2030세대 남성과 6070세대를 아울러 민주당을 지지하는 4050세대와 2030세대 여성을 포위한다는 ‘세대포위론’ 전략이 제시됐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과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불화 끝에 결별하면서 이 연합은 얼마 가지 못해 해체됐다. 당시 승리를 주도했던 국민의힘 지지층은 이 대표 특유의 합리주의를 지지하는 젊은 유권자와 강경 보수를 지향하는 노년 유권자로 분열됐다. 전씨는 많은 공무원 제자를 거느린 유명 한국사 강사였다. 따라서 적절히 순화된 주장과 교묘하게 선정한 정치적 입지를 섞어서 정치 전면에 나섰더라면, ‘보수의 김어준’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전씨는 김씨와 달리 그럴듯한 이야기를 구성하고 유머를 섞는 능력을 보여준 적이 없다. 전씨의 옛 제자들은 그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절대로 정치 전면에 나서지 않는 김씨와 달리, 직접 국민의힘에 입당해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하려 하는 등 적당히 선을 긋지도 않는다. 정치인들이 알아서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큰절을 하게 만드는 김씨와 달리, 전씨는 스스로 영향력을 과시하기 위해 전당대회서 눈에 띄는 행동을 했다. 전에겐 없는 것들 무엇보다 김씨가 “이 대통령을 능가하는 영향력을 가진 것 아니냐”는 설까지 나올 정도로 강력한 영향력을 구축하기까지 15년이 걸렸단 사실도 제대로 통찰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결정적으로 국민의힘은 정치 구조를 통찰하지 못해 민주당이 장기간 공들여 구축한 정치 구조체를 갖추지 못했다. 그런데도 전씨는 ‘전한길 유니버스’ 제작을 멈추지 않는다. 과연 전씨는 ‘보수의 김어준’이 될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