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 녹인 '중년 꽃뱀' 풀스토리

20대 같은 50대, 몸으로 홀렸다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서울 강남 노른자 위 고급 펜트하우스에서 호화 생활을 하며 사교계에서 ‘2000억대 자산가’로 통했던 50대 여성 하모씨의 꽃뱀행각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하씨는 자신의 재력을 과시하며 고위공직자 남성들의 마음을 샀고, 사업자금을 빌미로 수십억원을 모았다. 그러나 그의 재력은 모두 거짓이었다. 심지어 직업도 없는 상태였다. 중년 꽃뱀의 기막힌 스토리를 공개한다.

 
지난 6일 서울 수서경찰서는 서울 강남구 도곡동 330㎡짜리 단독 고급 펜트하우스에서 호화생활을 하면서 고위공직자 인사들로부터 사업 투자 등을 빌미로 수십억원을 가로챈 하모(51·여)씨를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2000억대 자산가? 
 
하씨는 지난 2012년 12월부터 작년 5월까지 강남세무서장을 역임한 세무사 A(59)씨와 사업가 B(52)씨로부터 투자 등 명목으로 38억여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하씨는 강남 도곡동의 보증금 3000만원에 월세 1000만원짜리 대형 펜트하우스를 임차한 뒤 벤틀리 승용차 등을 빌려 의류 유통 사업을 하는 ‘2000억대 자산가’로 통했다.
 
경찰에 따르면 하씨는 고위공직자 사교계에서 남성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는 유명인사였다. 하씨는 남편과 이혼한 뒤 의류유통업을 하며 2000억원대의 자산을 모았다고 자신을 소개하고 다녔고, 빼어난 외모와 유창한 말솜씨로 고위공직자 인사 및 연예인들과 넓은 인맥을 쌓아갔다.
 
그러나 재력가들과 어느 정도 친분이 쌓이자 하씨의 본색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하씨는 지난 2012년 12월 H대학 최고경영자과정에서 만난 A씨 등을 자신의 집으로 초대해 환심을 산 뒤, 어느 정도 친분이 쌓이자 “재고 의류를 구입해 해외에 팔면 갑절 이상의 수익을 거둘 수 있으니 돈을 빌려주면 한 달 뒤 10%의 이자를 붙여 돌려 주겠다”고 제안했다. A씨의 소개로 알게 된 사업가 B씨에게도 같은 제안을 했다.
 

이 같은 말에 혹한 피해자들은 10여차례에 걸쳐 수십억원의 돈을 흔쾌히 송금했다. 하지만 하씨는 정해진 날에 원금과 이자를 돌려주지 않았고, 오히려 대책없이 돈을 더 빌리기만 했다. 의류 유통업은 돈을 가로채기 위한 미끼였고, 빌린 돈 대부분은 재력과시와 사치생활에 쓰였다. 하씨는 화려한 외모와 달리 무직에 빈털터리 상태였다. 
 
강남 100평짜리 펜트하우스서 호화생활
재력 과시해 접근…사업자금 38억 챙겨
 
하씨의 사기 행각에 넘어간 피해자는 A씨와 B씨 외에도 더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씨 지인에 따르면 하씨 집에는 고위 관료와 지방자치단체장을 비롯해 유명 연예인도 드나들었다. 하씨의 지인은 “일부 인사들은 하씨와 교제하거나 하씨에게 끈질지게 구애를 하기도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씨에게 피해를 본 남성 대다수는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 사회적명예가 실추될 것을 우려해 고소하지 않거나 피해액 일부를 돌려받고 합의해 준 것으로 알려졌다. 하씨는 과거에도 같은 수법으로 사기 행각을 벌이다 수배됐지만 피해자와 합의해 무마된 전력도 갖고 있다.

 
 
하씨는 A씨에게도 “1억원을 돌려줄테니 합의하자”고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A씨는 지난해 가을 하씨를 고소했고, 하씨는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잠적했다가 지난달 29일 김포의 친척 집 인근에서 잠복 중이던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아직 알려지지 않은 피해자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하씨를 상대로 여죄를 추궁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추가 피해 사례가 확인되는 대로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50대 꽃뱀 사건이 세간의 주목을 받으면서 세무사 A씨가 ‘강남세무서장 출신’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세정가에서는 역대 강남서장의 이름이 오르내리기도 했다. 이로 인해 역대 강남세무서장을 역임한 세무사들은 때아닌 확인전화로 곤혹을 치렀다고 전해진다. 결국 A씨는 중부청 산하에 있는 한 세무서 6급직원을 끝으로 세무사를 개업한 남모씨로 확인됐고, 피의자 하씨와 H 대학 최고경영자과정에서 만나면서 ‘강남세무서장을 역임했다’고 거짓말을 함으로써 애꿎은 세무사들이 의심을 받게 된 것이었다.


빈털터리 ‘돌싱’
 
백기종 전 수서경찰서 강력팀장은 연합뉴스TV에 출연해 “하씨가 지냈던 도곡동 펜트하우스는 투자사기를 하기 위한 전초기지였다”며 “꽃뱀이라 명명되는 것에 대해 미루어 짐작컨대 ‘그런 부분’도 활용한 것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합의가 안 될 시 5년 이상의 구형이 내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피해자들이 중간에 의심을 했을 거라고 본다. 성관계라던가 은밀한 관계가 있었기 때문에 지금 피해자들이 문제제기를 좀 더 빨리, 명확하게 주장하지 못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며 “하씨가 입을 열게 되면 자신들의 명예가 타락할 가능성, 이런 것을 염두에 두면서 적극적으로 행동하지 못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여중생 가슴 만진 변태목사
 
50대 목사가 1년 동안 교회 등에서 10대 소녀들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하다 피해자 부모의 고소로 경찰에 지난 7일 구속됐다. 강원 영월경찰서와 영월 모지역 이장협의회장 L씨 등에 따르면 모교회 목사 A씨는 지난 2013년 하반기부터 지난해 7월까지 초등학생과 중학교 등 여학생 3명을 교회와 피해자 집 등에서 추행한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
 
피해 학생 학부모에 따르면 목사 A씨는 교회에서 설교가 끝나면 중학교 1학년, 3학년인 여학생을 목사 휴게실로 불러 가슴부위를 만지고 자신의 성기를 꺼내 보여줬다. 특히 한 여학생의 경우 부모가 출근하고 혼자 있는 것을 알고 여학생의 집에 찾아가 상의를 벗기고 몸을 만지는 등의 행위를 여러 차례 했다고 주장했다.
 
이 여학생의 어머니는 “지난해 7월 이런 사실을 알게 돼 (딸에게)교회에 나가지 못하게 했다”며 “며칠 뒤 목사가 찾아와 교회에 데려가려 하기에 교회에 왜 안 나가는지 목사가 잘 알지 않느냐고 따지자 방안에 들어와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 A목사는 지난해 11월 중순 다른 피해자의 부모가 거세게 항의하자 야간에 학부모 집을 찾아가 장시간 선처를 호소하다가 피해자의 신고로 파출소 경찰관들에게 강제로 끌려나간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A목사는 지난해 8월 말 다른 지역교회로 옮겨 갔으나 피해를 당한 학생의 부모들이 지난해 11월 경찰에 신고, 지난 7일 법원의 영장실질심사를 거쳐 이날 오후 구속 수감됐다.
 
A목사는 처음에는 학생들이 예뻐서 안아준 것이라고 했다가 결국 경찰 조사에서는 혐의를 대부분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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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