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소신 지킨 김이수 헌법재판관

남들 ‘예스’할 때 혼자만 ‘노’

[일요시사 사회2팀] 최현목 기자 = 군계일학.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판결 후 한 정치평론가가 김이수 재판관을 가리켜 비유한 말이다. 물론 나머지 재판관이 닭이라는 의미가 아니다. 그만큼 김 재판관의 소신이 돋보인 것을 사자성어를 빌어 표현한 것이다. 소수자 억압, 인권 침해 등을 헌법의 이름으로 막아달라는 헌법재판소 출범의 기본 취지를 끝까지 지킨 그의 삶을 짚어보자.

지난 19일 헌법재판소에서는 정부가 청구한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에 대한 정당해산심판이 있었다. 심판을 위해 참석한 재판관은 총 9명. 그중 8명은 ‘인용’ 판결을 내려 통진당 해산을 찬성했다. 반면 김이수 재판관은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졌다.

결국 8대1의 압도적 결과로 통진당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었고 5명의 소속 국회의원들도 의원직을 상실했다. 헌정사상 유례없는 결과에 후폭풍이 거세게 몰아쳤다. 각종 언론에서는 사상 초유의 사태에 대한 분석과 예측이 쏟아졌다. 그리고 유일하게 해산을 반대한 김이수 재판관(61·사법연수원 9기)에게 이목이 집중되었다.

1953년 출생
전남고 출신

김 재판관은 1953년 전북 정읍에서 태어나 1972년 전남고등학교를 졸업 할 때까지 쭉 호남지방에서 생활했다. 그러다가 서울대학교 법대에 진학하게 되면서 상경하게 되는데 그때 마침 ‘민청학련 사건’이 발생한다.

1974년 4월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이하 민청학련)을 중심으로 발생한 민청학련 사건은 유신체제에 맞서 반독재·반체제 시위를 벌인 대학생 180명이 구속기소된 사건이다. 제7대 대통령 선거에서 신민당 후보의 자격으로 맞선 김대중이 신병 치료를 위해 일본에 체류하던 중 1973년 8월8일 도쿄에서 당시 중앙정보부에 의해 납치된다.


이 사실은 삽시간에 퍼졌고 9월 개학과 더불어 대학생들의 반유신체제운동이 시위형태로 발생하게 된다. 그러자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1974년 1월8일 긴급조치 1, 2호를 공포, 일체의 개헌논의를 금지했고 위반자를 심판할 비상군법회의를 설치하였다. 그러나 사태는 쉽사리 진정되지 않았고 불씨는 더욱 거세져갔다. 이에 4월3일 박 대통령은 긴급조치 제4호를 발동했다. 긴급조치 제4호가 선포된 후 관련자는 구속·기소되었다.

이때 김 재판관과 부인 정선자씨는 함께 사건에 연루되어 조사받게 된다. 그리고 김 재판관은 64일간 구금 조치를 당하고 부인 정선자씨는 양심선언문을 배포했다는 이유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아 복역하게 된다.

구금에서 풀려난 김 재판관은 대학을 졸업한 후 1977년 제 19회 사법시험을 통과하게 되면서 본격적인 법조인의 길을 가게 된다. 이후 1982년 대전지법판사를 시작으로 서울고등법원 판사, 사법연수원 교수, 청주·인천지법원장, 특허법원장, 사법연수원장을 역임하는 등 줄곧 법의 수호자로서의 삶을 산다. 그러던 중 2012년 야당의 추천을 받아 지금의 헌법재판소 재판관으로 일하게 된다.

그의 판결은 가히 낭중지추(囊中之錐)라 할만 했다. 2004년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시절 도로와 학교부지 등 사회기반시설도 마련하지 않은 채 건설사에 아파트 신축허가를 내준 지방자치단체의 무분별한 ‘난개발’에 대해 제동을 거는 판결을 내렸다.

당시만 해도 시민들의 안전과 환경을 고려하지 않는 주먹구구식 개발이 한창인 시절에 나온 이례적 판결이었다. 또한 해당 지자체의 무분별한 아파트 신축허가 남발에 대해 “지자체가 피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내용의 확정결론이 나온 첫 판결이었다.

같은 해 하반신 마비 장애인이 전철역 휠체어 리프트를 이용하다 추락해 사망한 사건이 발생한다. 사건의 발단은 다음과 같다. 하반신 1급 장애로 전동휠체어를 타던 윤씨(당시 62세)는 2002년 5월 지하철 5호선 발산역에서 지상으로 올라가기 위해 역내 근무자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나 모두 식사하러 갔다는 이유로 도와주지 않았고 혼자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다 뒤로 추락해 사망했다.

군계일학
낭중지추


이 사실을 토대로 김 재판관은 윤씨의 아들(당시 37세)이 서울시 도시철도공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 항소심에서 “공사 측은 원심보다 위자료 5400만원을 추가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는 휠체어리프트 사고를 처리할 때 장애인의 시설접근권이란 개념을 정립한 첫 번째 판결로 일반인에 비해 가중된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김 재판관은 판결문에서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들은 인간적 존엄과 가치, 행복을 지킬 수 있게 시설접근권이 보장돼야 하는데 공사 측은 사고 전 수차례 안전문제를 지적받았을 뿐 아니라 역무원들이 당시 윤씨가 안전하게 리프트를 타도록 작은 배려도 해주지 않은 잘못이 인정된다”며 “1심보다 위자료 5400만원을 더해 모두 1억40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밝혀 실질적으로 도시철도공사를 대상으로 괘씸죄에 따른 가중처벌을 내렸다.

근로자를 위한 행보도 빼놓지 않았다. 2005년 유씨는 산업용 전자기판 감광성 필름을 만드는 직장으로 출근하다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에서 쓰러져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 평소 고혈압 증세가 있고 심폐기능이 약한 상태에서 매일같이 연장근무를 하다 출근 도중 숨진 것이다. 그러나 근로복지관리공단은 “의학적·객관적 증거가 없다”며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지 않다.

이에 유족이 “사망원인과 업무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 취소소송에서 김 재판관은 “유씨가 맡은 업무가 육체적으로 힘들지 않고 작업환경이 쾌적하지만 근무정황상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해 만성적인 과로에 시달려 왔다는 점이 인정된다”며 “유씨의 사망은 업무와 인과관계가 있는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판결을 내렸다.

통합진보당 해산 유일한 반대표 던져
“일부 지향을 전체 정견으로 간주 안 돼”

법의 사각지대는 상식이 통하는 판결로 메웠다. 홀로 자녀를 키우는 택배 배달운전기사 심씨가 술을 마신 뒤 차량을 3미터 이동시켰다가 운전면허가 취소된 사건이 발생했다. 운전으로 생계를 책임지는 입장에서 면허증은 생명증과도 같았다.

이에 김 재판관은 경찰 처분의 위법성에 대해 법적 판단을 내렸다. 김 재판관은 판결문에서 “원고가 운전한 것은 노상주차장에서 유료주차장까지 왕복 3미터에 불과하고 이 거리 중 대부분은 도로교통법상 도로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비록 음주운전을 했지만 경찰청의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김 재판관은 부당한 공권력 사용에 대해서 엄벌을 내렸다. ‘부천경찰서 성고문 사건’이 있은 후 검찰과 국정원은 사실을 왜곡 발표,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했다. 말 그대로 피해자를 두 번 죽인 처사였다. 김 재판관은 이러한 사실이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말하며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한 판결을 내렸다. 위법한 국가권력에 대해 단호한 법률적 제재를 가한 것이다.

고용환경에서의 성차별을 깬 역사적 판결도 있었다. 소위 ‘김영희 사건’으로 불리는 한국전기통신공사의 전화교환원 정년차별 사건에서 눈에 잘 드러나진 않지만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내린 고용상의 성차별 관행에 철퇴를 가한 바 있다.

그 외에도 청소년 고용으로 물의를 일으킨 ‘미아리 택사스 사건’ 업주에게 실형을 선고하는 등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을 보호하는 판결을 내려온 인물로 평가된다.

2012년 헌법재판관이 된 후에도 그의 신념은 바뀌지 않았다. ‘한미FTA 반대 시위 물대포 사용 사건’ ‘국가공무원법상 교원 정치활동 전면금지 조항’ ‘정당법·국가공무원법상 공무원·교사 정당가입 금지 조항’ 등에서 위헌 의견을 내 다수의 의견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김 재판관은 평소 포용력 있고 온화한 성품으로 잘 알려졌다. 특히 타인의 주장을 경청해 합리적인 의견을 제시, 후배 법관들과 직원들의 존경을 받고 있다. 이에 법조인들 사이에서는 ‘인간미와 합리적 사고가 적절히 공존하는 선배’로 통한다. 또한 김 재판관은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는 능력이 없어 당사자가 직접 수행하는 사건에 대해 적극적이고 적절한 소송지휘로 당사자의 권리 보호에 앞장서는 모습을 보여 왔다.


약자와 소수자 보호
합리적 판결

그가 이순(耳順)을 넘긴 나이에도 지금과 같이 합리적 사고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남다른 체력이 뒷받침되기 때문인 것으로 여겨진다. 그는 마라톤 마니아로서 2003년부터 입문, 다음 해인 2004년부턴 풀코스 완주를 시작했다. 현재까지 그는 젊은 사람도 하기 힘들다는 풀코스 완주를 10회나 기록할 정도로 강철 체력을 보유하고 있다. 부인 정씨도 마찬가지다. 건강을 위해 달리기를 먼저 시작한 그녀는 2002년부터 입문해 이듬해 마라톤 하프코스를 완주했다.

진보성향 강한 호남출신 법조인
장애인 기본권 향상에 큰 공헌

취미가 같다보니 부부동반으로 마라톤 대회에 참가한다. 지난 2005년 ‘서울국제마라톤대회 겸 제76회 동아마라톤대회’에서 김 재판관은 부인과 함께 참가했고 풀코스를 완주했다. 결승선을 끊고 나서 김 재판관은 “서울 도심을 가로질러 달려보고 싶었는데 그 꿈을 이뤘습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부인 정씨는 마라톤 선배답게 김 재판관보다 10분 앞선 4시간26분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비록 부인에겐 졌지만 김 재판관 역시 자신의 최고기록을 30여분이나 앞당겼다. 이를 위해 김 재판관은 지난 3개월간 혹독한 ‘동계훈련’을 거쳤다는 후문이다.

합리적 사고가 마라톤을 통해 뒷받침 됐다면 김 재판관의 인간미는 신앙심과 낭만을 즐길 줄 하는 성품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김 재판관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유명하다. 또한 평소 즐겨 부르는 노래는 ‘애수의 소야곡’으로 알려졌다. “운다고 옛 사랑이 오리요마는”으로 시작되는 이 노래의 가사는 떠나간 연인을 그리면서 우수에 젖어 있는 체념적인 가사가 특징이다. 서정적인 가사와 고요하고도 애절한 가락이 가수 남인수 특유의 미성과 잘 어우러져 오랫동안 사랑받은 곡이다. 최근 가수 정인이 <불후의 명곡2>에서 불러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 재판관은 이번 통진당 해산 판결에서도 그의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김 재판관이 밝힌 반대의견의 핵심은 그들의 잘못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단지 범위와 시기, 그리고 방법이 잘못됐다는 것이다.


먼저 김 재판관은 일부 당원의 행위를 당 전체의 움직임으로 볼 것인가 하는 범위의 측면에 대해 “비례대표 부정경선 사건이나 중앙위원회 폭력 사건, 야권단일화 여론조작 사건과 같은 피청구인 일부 구성원의 개별 활동이 당내 민주주의를 훼손하거나, 민주적 의사결정원리를 존중하지 않았거나, 실정법을 위반한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그러나 피청구인 전체가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는 목적을 위해 조직적, 계획적, 적극적, 지속적으로 위와 같은 활동을 한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또한 시기면에서 “과거 독일에서 공산당 해산심판이 청구되고 해산 결정이 이루어진 후 다시 독일공산당이 재건되기까지, 12만5000명에 이르는 공산당 관련자가 수사를 받았고, 그 중 6000∼7000명이 형사처벌을 받았으며, 그 과정에서 직장에서 해고되는 등 사회 활동에 제약을 받는 문제가 발생했던 것에 비추어 보면, 이 결정으로 우리 사회에서 그러한 일이 나타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고 현 상황을 우려했다.

통진당 해산
국민 손으로

마지막으로 방법적인 측면에서 “강제적 정당 해산은 민주주의 체제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정당의 자유 및 정치적 결사의 자유에 대한 중대한 제약을 초래한다”며 “해산 결정은 사상의 다양성을 훼손하고 소수자들의 정치적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한 정치평론가는 김 재판관을 ‘군계일학’으로 비유한 데 이어 베스트 인물로도 선정했다. 그리고 그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국민의 투표로 해결할 수 있음에도) 헌정사상 처음으로 특정 정당을 장외로 밀어버리는 판결에 대해서 정말로 소신있게, 국민의 선택에 맡기는 것이 정답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헌법재판소의 존재 의미를 강하게 대변한 김이수 재판관, 베스트로 꼽겠습니다.”

 

<chm@ilyosisa.co.kr>


[김이수는?]

▲제19회 사법시험 합격
▲대전지방법원 판사
▲서울고등법원 판사
▲서울민사지방법원 부장판사
▲사법연수원 교수
▲서울지방법원 부장판사
▲특허법원 부장판사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청주지방법원 법원장
▲특허법원 법원장
▲사법연수원 원장
▲헌법재판소 헌법재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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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터질’ 2025 국감 관전 포인트

‘박 터질’ 2025 국감 관전 포인트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추석 연휴 직후 진행될 국정감사에선 여야가 수많은 현안을 놓고 공방을 진행할 예정이다. 현안을 밀어붙이려는 더불어민주당과 자기 앞가림도 어려운 국민의힘이 이번에도 맹탕 국감을 진행하는 데 머무를지 많은 국민이 지켜볼 예정이다. 2025년 국정감사는 13일부터 오는 31일까지 진행된다. 첫날인 13일엔 국방위·정무위·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이하 과방위)·국토교통위·법제사법위(이하 법사위)·행정안전위(이하 행안위)·기획재정위(이하 기재위)의 국정감사가 시작된다. 누가 또… 회피성 출장 정치적인 주목을 가장 많이 받는 곳은 국회 운영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운영위는 대통령비서실 등을 피감기관으로 두고 있다. 지난달 24일 전체회의서 증인·참고인 명단을 확정할 때, 당시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었던 김현지 제1부속실장 출석 여부는 큰 논란이 됐다. 이번 증인·참고인 명단에 김 실장은 명단에 포함되지 않자 운영위 국민의힘 간사인 유상범 의원은 “김 비서관은 절대 불러선 안 되는 존엄한 존재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이라고 평가받는 김 비서관을 국회에 보내지 않으면, 뭔가 숨기는 게 있기 때문이란 비난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 의원에 따르면, 지난 1992년부터 지난해까지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었던 11명은 한 해도 빠짐없이 국감에 출석했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간사인 문진석 의원은 “정부 출범 후 6개월 동안은 정부에 협조적 태도를 보이는 게 관례”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박상혁 의원도 “대통령비서실 최종 책임자는 강훈식 실장”이라며 “비서실장이 증인으로 채택된 것으로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대통령비서실은 여야의 논쟁이 이어지던 지난달 29일 돌연 김 실장을 제1부속실장으로 발령냈다. 김남준 당시 제1부속실장은 대통령실 대변인으로 자리를 옮겼다. 제1부속실장은 국정감사에 출석할 의무가 없다. 김 실장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알려진 것이 없다. 이 대통령과의 인연을 맺은 시기는 지난 1998년으로 알려졌다. 김 실장은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이 이 대통령에게 소개한 것을 계기로 당시 이 대통령이 설립했던 성남시민모임에 합류했다. 장성철 공감과정책 소장은 지난 8월 “김 실장이 실세라는 소문은 자자했지만 누구도 만나지 않고, 로비도 안 통한다고 알려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실장의 남편은 세무사인데, 사람이 너무 몰려 견디지 못한 남편은 얼마 못 가 개업한 세무사 사무소를 폐업했다”고 설명했다. 신상 정보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채 ‘대통령의 집사’로 통하는 총무비서관으로 임명됐던 인물 사례로는 박근혜정부 당시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이 있다. 이 전 비서관은 박근혜정부 ‘문고리 3인방’ 중 1명으로 거론됐다. 이런 전례가 있어서 야당도 김 실장에 대한 공세를 준비하려고 했다. 김현지 증인 거론되자 급하게 보직 변경 사이버 레커 피해자 쯔양도 참고인 출석 대통령실은 보직 이동으로 이를 피했고, 이는 상당히 오랫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정치적 구설수로 연결됐다. 김 실장이 대장동 소재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야권의 공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김 실장이 국회에 직접 출석해 야당의 공세를 받는 일은 피했지만, 여야 간 공방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선 오는 14일 국민의힘 김장겸 의원의 신청으로 유튜버 쯔양이 참고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쯔양 측도 “국회 출석에 부담이 있었지만, 고민 끝에 사이버 레커 관련 추가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결정했다”면서 출석 의사를 밝혔다. 쯔양은 구제역·카라큘라·주작감별사·크로커다일 등 온라인견인차 공제회에 소속된 유튜버들로부터 “과거사를 폭로하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수익금 수십억원을 갈취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 구제역은 항소심에서까지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한 경제지의 법조 전문 기자로 근무하면서 이들이 쯔양을 협박하도록 배후에서 활동한 것으로 알려진 최우석 변호사는 제1심에서 법정 구속됐다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됐다. 그외 유튜버들은 각각 징역형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들이 쯔양을 공갈한 사실이 알려진 후 “기성 언론사와 비교해 사이버 레커에 대한 법적 규제가 너무 약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어 ▲수익 창출 정지 ▲처벌법 신설 ▲전담 규제 기관 신설 등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과방위 국감에선 쯔양의 피해 증언을 토대로 그동안 제시됐던 관련 대책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많은 논점이 제기돼 여야 간 격론이 가장 치열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교육위원회(이하 교육위)다. 민주당은 국민의힘과 윤석열정부를 겨냥해 리박스쿨 관련 공세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리박스쿨은 ‘이승만·박정희 학교’의 약자로 알려졌다. 리박스쿨은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해 우호적인 관점을 유지하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부정선거론에도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일각에선 “극우 성향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리박스쿨에 대해선 지난 대선서 일명 ‘자손군(자유 손가락 군대)’로 알려진 댓글 조작팀을 운영했단 의혹이 제기됐다. 자손군은 국민의힘 김문수 당시 대선후보에게 우호적인 댓글을 달면서, 이 대통령과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를 비방하는 댓글을 함께 달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뜨거울 교육위 리박스쿨은 불과 하루 동안 진행되는 교육을 이수한 이들에게 늘봄학교 강사 자격증을 발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자격증 발급과 초등학교 방과후 강사 알선을 미끼로 댓글 작성을 제안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수강생과 교육 이수자를 상대로 김 후보에게 우호적인 댓글을 작성하도록 지시했다”는 의혹도 있다. 일각에선 “윤석열정부가 리박스쿨에 특혜를 제공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리박스쿨은 서울교대와의 협약을 토대로 서울 소재 10개 학교서 늘봄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전직 우체국장이었던 손효숙 리박스쿨 대표가 교육부의 교육정책 자문위원 직함을 가졌던 것도 그동안 제기됐던 특혜 의혹의 일부분이다. 민주당에선 신문규 전 대통령실 교육비서관을 증인으로 부를 예정이다. 윤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씨의 박사 과정 논문 관련 논란도 재점화될 예정이다. 김씨는 국민대 대학원에서 지난 2007년부터 2년 동안 3편의 논문을 작성했다. 이 중엔 ‘회원 유지’를 영문 ‘Member Yuji’로 표기한 논문도 있어 윤 전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부터 큰 논란이 돼왔다. 아울러 역술인의 홈페이지와 사주팔자 관련 블로그에 게재된 내용을 출처 표기 없이 무단 전재한 논문도 있었다. 논란이 불거진 후 국민대는 소극적으로 대응했다. 국민대는 지난 2021년 “만 5년이 지나 접수된 제보는 처리하지 않는다는 규정에 따라 검증 시효가 지나 본조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혀 적잖은 비판을 받았다. 여론의 비판을 이기지 못해 재조사에 착수했지만,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 “연구 부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거나 “학회의 검증 기준을 알 수 없어 검증할 수 없다”는 취지로 의혹을 무마하려고 했다. 김씨의 논문은 지난 2022년 교육위 국감에서도 큰 화제였다. 김지용 국민대 이사장과 임홍재 총장은 해외 일정을 이유로 국감에 출석하지 않았다. 국민대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몰락하고,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난 7월이 돼서야 김 여사의 박사학위를 최종 취소했다. 이에 대해선 “정치 상황 변화에 따른 대응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될 수밖에 없어, 국감에서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이사장은 이번 국감서도 증인으로 채택됐다. 물론 범여권도 논란의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윤 전 대통령은 조국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이 문재인정부 법무부 장관으로 재직하던 시절, 그의 일가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려다가 정치적으로 주목받았다. 조 비대위원장은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형을 확정받았다가, 지난 8월 광복절 특사로 석방됐다. 조 비대위원장의 딸 조민씨에게도 논문 관련 논란이 있다. 조씨는 한영외고 1학년이었던 지난 2009년 대한병리학회지에 게재된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됐고, 이를 고려대학교 수시전형 자기소개서에 기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백종원 대표 증인으로? 조씨는 단국대 의대 의과학연구소에서 2주 동안 인턴으로 활동한 후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논문은 연구부정행위가 인정돼 게재가 철회됐다. 조 비대위원장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는 대법원으로부터 최종 유죄 판결을 받았다. 조 비대위원장을 둘러싼 비판은 그가 석방된 이후 곧바로 정치 행보에 들어가고 비대위원장까지 맡으며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김동원 고려대 총장을 증인으로 부른다. 지난 6월 학생 3명이 사망한 부산 브니엘예고 사태도 국감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사망한 학생들은 전임 강사와 심각한 마찰을 빚다가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부모들은 전임 강사의 수업 중 태도를 문제 삼아 고소를 준비하고 있었다. 학교 측에 “부실하게 운영돼 각종 민원이 이어졌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아울러 “교장이 특정 학원과 연결돼 해당 학원에 다녀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선·후배 간 군기도 과도해 폭력적”이란 지적도 이어졌다. 현임숙 브니엘고 교장은 증인으로서 국감에 출석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를 소관 기관으로 두고 있는 국회 정무위에선 롯데카드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연이은 홈플러스 지점 폐쇄가 쟁점으로 두드러진다. 롯데카드에선 지난 8월 해킹 사고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약 222만명의 결제 정보가 유출됐고, 47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롯데카드는 지난달 1일 해킹 및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신고했다. 홈플러스는 회생 절차에 돌입한 이후 임대료가 조정되지 않는 점포를 중심으로 총 15개의 점포를 폐쇄했다. MBK 파트너스는 지난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하면서 금융권에서 7조2000억원을 차입했다. 담보는 홈플러스 주식이었다. 이 때문에 홈플러스는 5조원대 부채를 떠안았고, 8년 동안 부담한 이자만 약 3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는 지난 3월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이후 지점 폐쇄에 대해선 “알짜 부동산을 매각해 차입금을 상환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롯데카드와 홈플러스의 최대주주는 MBK 파트너스다. 정무위는 김병주 MBK 파트너스 회장을 증인으로 부른다. 현안 많은 교육위, 여야 불꽃 공방 예상 롯데카드·홈플 논란에 김병주도 국회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에선 하이볼 원산지 표기 논란을 놓고,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국감에 출석할 예정이다. 앞서 백 대표는 매출·수익률 허위 과장 논란이 불거진 연돈볼카츠 사태와 관련해 국감 증인 출석 여부가 거론됐던 적이 있다. 백 대표는 지난 2월 돼지고기 함량 및 가격 논란에 휘말린 빽햄 사태가 불거진 이후 지속해서 그가 운영하는 프랜차이즈와 관련해 광범위한 위법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법사위에선 최근 정치권 최대의 이슈로 거론되는 ▲대법관 증원 ▲검찰 해체 ▲조희대 대법원장 논란 등이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시도하는 대법관 증원과 검찰 해체 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설치에 대한 비판 공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이후 최대 숙원이었던 검찰 해체를 달성했기 때문에 쉽게 물러서지 않으리라고 예상된다. 민주당은 이미 지난달 30일 조 대법원장의 대선 개입 의혹 청문회를 진행했다. 조 대법원장은 출석을 거부했고, 민주당은 고발 조치와 국정감사 증인 소환을 압박 카드로 제시했다. 대법관 증원은 대법원에서 매우 꺼리는 이슈였기 때문에, 이번 법사위 국감은 민주당과 국민의힘·사법부의 대결로 채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외에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선 ▲대왕고래 프로젝트 실패 ▲기후에너지환경부 신설 등에 대한 정치적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왕고래 프로젝트에 대해선 “윤석열정부가 정부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반전하기 위해 성급하게 발표했다”는 논란이 이어졌다. 이정부의 정부 조직 개편으로 신설되는 기후에너지환경부의 경우 “환경부가 재생에너지·원자력 발전을 맡고, 기존 화석연료 정책은 산업부에 남는 등 이원화한다”는 데 따른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보건복지위원회에선 건강보험공단에 대한 국정감사 중 건강보험 재정 등 이슈가 여야 간 공방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의사·간호사 증원 문제도 다시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방위에선 ▲해병 대원 특검법 ▲비상계엄 사태 ▲합참 이전 비용 등 이슈가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노동위원회에선 영풍 석포제련소의 환경오염시설법 위반 논란과 관련해 장형진 영풍 고문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우려되는 맹탕 국감 이번 국감은 이정부 출범 후 처음 진행되는 국감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이 다수의 의석을 앞세워 각종 현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장외 투쟁 ▲중도 공략 ▲특검법 방어 등 당내 현안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해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많은 현안 앞에서 이전처럼 존재감 부각 목적의 쇼 위주로 진행되는 맹탕 국감으로 끝나진 않을지, 국민의 시선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