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인물> 청룡영화제 여우주연상 천우희

28세 내공이…영화마다 신들린 연기

[일요시사 사회2팀] 최현목 기자 = ‘천의 얼굴을 가진 배우다.’ 우리는 흔히 스크린에서 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주는 배우를 가리켜 이런 수식어를 붙인다. 전도연, 송강호 등 국내 굴지의 배우들에게 붙는 찬사로 쓰이기도 하는 이 타이틀에 당당히 도전장을 내민 신예가 있다. 배우 천우희는 ‘그녀만의 색깔’이 아닌 ‘그녀가 낼 수 있는 색깔’로 중무장한 충무로 ‘히든카드’다. 2014년 청룡영화제 여우주연상의 주인공 천우희에 대해 낱낱이 알아보자.

2014년을 가장 빛낸 여배우로 천우희가 선정됐다. 천우희는 영화 <한공주>(감독 이수진)에서 집단 성폭행을 당한 여고생 ‘한공주’역을 맡아 내공 있는 연기를 선보였고 당당히 청룡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자로 이름을 올렸다. 그녀는 그동안 많은 작품에 출연하진 않았지만 하는 영화마다 크고 작은 역할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덕분에 관객들 사이에서는 ‘신스틸러’로 불렸다. 그런 그녀는 이번 수상을 통해 개인 타이틀은 물론 존재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게 됐다.

2004년 데뷔
줄곧 단역만

현재 천우희의 나이는 28살, 연기 내공을 보여주기엔 아직 젊지만 그녀에게 나이는 중요치 않아 보인다. 벌써 경력 10년차인 그녀는 2004년 영화 <신부수업>을 통해 데뷔했다. 비록 맡은 역할이 ‘깻잎무리2’라는, 흔히들 얘기하는 ‘행인2’만큼 비중이 없었지만 이 작품을 통해 천우희는 영화배우로서 발걸음을 땠다. 그때 그녀의 나이는 17살, 지금의 그녀를 있게 만든 ‘한공주’의 극중 나이가 17살이었다는 점은 우연치곤 기막힌 접점이 아닐 수 없다.

이후 그녀는 2년간 공백기를 가진 후 2007년 영화 <허브>에서 껄렁껄렁한 깻잎 소녀로 돌아왔다. 하지만 이번에도 그녀는 단역에 불과했다. 그러던 중 그녀에게 조연으로 출연할 기회가 찾아온다. 2009년 원빈 주연의 영화 <마더>에서 그녀는 배우 진구(진태 역)의 여자친구로 발랄하면서 은밀해 요사스러운 기운마저 풍기는 재수생을 연기하게 된다. 단역이 아닌 조연으로 출연한 그녀의 실질적 데뷔였다.

그녀는 이 영화에서 과감한 노출연기를 선보였다. 23살의 나이로, 또 여성으로서 분명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베드신을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 따르면 당시 부모님께는 ‘노출연기가 없다’고 거짓말을 했다고 한다. 그만큼 연기에 대한 욕심이 컸던 것이다. 어쨌든 그녀는 이 영화를 통해 ‘현장과 잘 맞다’는 느낌을 받게 되고 그대로 온전히 연기자의 길을 가게 된다.


이후 천우희는 영화 <사이에서>를 통해 주연배우로 거듭난다. 데뷔 후 빠른 시간에 주연을 맡았지만 영화에 대한 반응은 좋지 못했다. 결국 그녀는 한동안 침체기를 겪게 된다. 생각보다 빠른 위기가 찾아온 것이다.

그러던 중 대중들에게 확실히 얼굴을 알릴 기회가 찾아오게 된다. 누적 관객 수 700만명을 넘긴 영화 <써니>의 오디션 기회가 생긴 것이다. 대게 많은 연기자들이 오디션에서 제대로 기량을 선보이지 못하고 떨어진다. 하지만 그녀는 달랐다. 간만에 찾아온 기회였지만 긴장하지 않고 임해 당당히 배역을 따냈다.

그 비결에 대해 그녀는 “오디션을 볼 때 오디션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무슨 자신감인지 모르겠는데, 최선을 다해서 준비를 했지만 되면 좋은 거고 안 되면 그냥 인연이 아니구나 생각하기 때문에 긴장을 별로 안 했다”고 회상했다. 그렇게 당당하게 오디션에 임하다보니 ‘쟤 뭔데 저러지. 뭔가 엄청난 걸 숨기고 있는 거 아냐’라고 감독들이 생각했다는 후문이다.

노출, 본드 등
파격연기 맡아

<써니>에서도 천우희가 맡은 배역은 파격적이었다. 극중 본드를 마시는 여고생 상미로 분해 열연을 펼쳤는데 일부에서는 ‘진짜 본드를 마시고 연기한 것 아니냐’는 괴담이 돌 정도로 그녀의 연기에는 리얼리티가 있었다. 결국 그녀는 <마더> <써니>로 대표되는 두 파격연기로 관객들의 뇌리에 자신의 연기 스타일을 각인시켰다. 어떻게 이런 선택이 가능했던 것일까. 이에 대해 “부모님이 엄청 보수적이다. 그래서 ‘이제 나 다 컸어. 터치 하지 마’ 같은 심정으로 연기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서 천우희는 기세를 몰아 2011년 <뱀파이어 아이돌> <뻑킹 세븐틴>, 2012년 <26년>, 2013년 <우아한 거짓말>에서 주·조연을 넘나들며 실력을 쌓아가던 중 지금의 그녀를 있게 만든 <한공주>를 만나게 된다.

2014년 가장 빛낸 여배우로 선정
집단성폭행 당한 여고생 역 소화


<한공주>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2004년, 경남 밀양에서 고등학생 44명이 울산의 여중생을 지속적으로 집단 성폭행한 사건이 있었다. 가해자들은 약 1년 동안 수차례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줬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경찰이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피해자의 신상이 보호되지 않은 것이다. 또한 수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가해자는 평범하게 대학을 다니거나 사회생활을 하는 등 전과기록 없이 일상적인 생활을 하는데 반해 피해를 당한 여성은 고등학교도 마치지 못하고 10년이 지난 현재까지 일용직을 전전하고 있던 것이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뀐 이 사실을 접한 국민은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민감한 사건을 다룬다는 것, 또 성폭행 당한 여성을 연기한다는 것은 여배우로서 꺼려지는 부분이 많다. 용기가 필요한 순간이었다. 천우희가 말한 것처럼 영화를 봤을 때 누군가에겐 상처가 될 수도 있는 작업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역을 받자마자 몰입했고 표현 하나하나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온 마음을 다해 진심으로 연기하겠다’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했다.

‘한공주’를 연기하기 위해 고민도 많이 했다. 보통의 배우들은 어떤 사건을 겪고 난후 슬픔에 빠지는 캐릭터를 표현할 때 강한 의지로 극복해내는 연기를 한다. 하지만 그녀는 오히려 악을 쓰지 않고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트라우마를 서서히 이겨내는 모습을 표현해냈다. 그녀는 관객의 분노를 유발하려고 애쓰지 않았다. 오히려 불안에 집중했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천우희는 ‘한공주’를 강한 아이라고 정의했다. 그렇지만 순탄치 않은 환경 속에서 그녀를 지지해 줄 버팀목과 같은 장치가 필요했다. 천우희는 그 장치로 음악을 택했다. <한공주>라는 영화 속을 관통하는 것은 음악이다. 그녀는 음악을 통해 관객에게 희망을 전달함은 물론이고 과거의 ‘한공주’와 현재의 ‘한공주’를 구분하는 기준으로 삼았다. 즉 ‘한공주’가 과거에는 혼자 음악을 했다면 현재에는 친구와 얼굴을 마주하며 아카펠라를 부르는 등 일련의 과정을 통해 스스로 쌓아놓은 마음의 벽을 조심스레 허무는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영화에는 ‘Ciao,Bella,Ciao’라는 제목의 아카펠라 노래가 삽입곡으로 등장한다. 비록 전주만 나오지만 이 노래의 가사를 찾아보면 ‘한공주’가 맞닥뜨리고 있는 세상과 연관성이 있다. 노래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전체주의에 맞서던 파르티잔이 부른 것으로 세계적으로 저항운동에서 많이 쓰였다.

“오 사랑스런 사람아. 침입자를 발견했다. 이제 죽을지도 모르니 만약 내가 죽는다면 꽃 아래 묻어다오. 사람들은 날 보고 아름다운 꽃이라고 하겠지. 그러면 자유를 위해 죽은 꽃이라고 말해주오”

<한공주>는 천우희가 연기를 그만두고 싶을 때 선물처럼 찾아온 영화다. 그리고 그녀는 이 영화로 인해 세계적으로 알려졌다. 프랑스 배우이자 가수인 마리옹 꼬띠아르는 천우희의 연기를 극찬한 바 있다. 패션·뷰티 매거진인 <GEEK>은 ‘만약 당신이 지금 주목할 만한 새로운 여배우를 찾고 있다면, 그건 단연 천우희일 거다’고 전했다.

한공주 연기로
세계적 여배우

영화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먼저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제13회 마라케시 국제 영화제 금별상, 제43회 로테르담 국제 영화제 타이거상, 제16회 프랑스 도빌 아시아 영화제 심사위원상 국제비평가상 관객상, 제28회 프리부르 국제영화제 대상, 제34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각본상 등 해외 영화제 9관왕을 차지했다.

저예산 영화로는 이례적으로 국내 흥행에도 성공했다. 다양성 영화로 최단기간 내에 1만명 돌파, 한국 독립영화 사상 최단기간 10만 돌파, 최단기간 최다관객 동원이라는 신기록을 달성했다. 모든 것이 철저히 '한공주'의 상처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유도한 그녀의 연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그녀는 여우주연상을 받은 날 자신의 SNS를 통해 “수상소감을 준비하지 못해서 아쉬웠다”며 “또 이런 날이 언제 올지 모르는데…자기 일처럼 기뻐해준 저의 지인들과 글로써 격려해준 기자님들, <한공주>를 함께하고 사랑해준 모든 분들…진심으로 감사합니다”라고 못다 한 소감을 밝혔다.
 


그녀가 <한공주> 이후 차기작으로 선택한 영화는 <카트>다. <부러진 화살> <변호인> <집으로 가는 길>등과 같이 실화를 기반으로 제작된 사회고발 영화인 <카트>는 2007년 이랜드가 운영한 홈에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회사의 일방적 해고통지에 맞서 마트를 점거, 농성을 이어가던 중 경찰의 해산 명령에 불복했다는 이유로 체포된 실제 사건을 다루고 있다.

지금까지 천우희가 맡은 배역이 어두웠다면 영화 <카트>에서는 그녀의 밝은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녀는 여기서 현대사회를 불안정함 속에 살아가지만 희망을 잃지 않고 주위에 ‘긍정의 힘’을 전파하는 88만원 세대 ‘미진’역을 맡았다. 물론 아픔도 있다. ‘미진’은 계속되는 취업난 속에 점점 지쳐만 간다.

그러던 중 계약직으로 함께 일하는 다른 마트 언니들과 함께 회사 측의 부당해고에 맞서게 되고 그 과정에서 힘들어하는 주위사람에게 힘을 북돋아준다. 그런 의미에서 ‘미진’의 존재는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관객에게 청량제와도 같은 역할을 한다. 그렇기에 염정아, 문정희, 김영애 등 쟁쟁한 선배들의 연기에 묻힐 수 있었던 상황에서도 그녀의 존재는 빛이 난다.

한편 <카트> 시사회장에서 천우희는 “(연기를 위해)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지금 내 나이 때 고민할 수 있는 것들, 느끼는 감정들에 대해 돌이켜 생각해 봤다. 많이 공감하셨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말했다.

충무로 기대주 그녀가 떴다
끊임없이 고민하는 연구벌레

천우희는 철저히 변두리에서 시작했다. 지금이야 아역 배우부터 연기를 시작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돼있지만 그녀가 데뷔할 때까지만 해도 그렇지 않았다. 그런 환경 속에서 그녀는 ‘맨땅에 헤딩’과도 같이 연기자의 길로 들어섰다. 처음에는 취미처럼 시작했다.


친구따라 연극반에 갔다가 연기를 하게 됐고 학교를 다니며 아르바이트처럼 <마더> <써니> 등을 찍었다. 25살 때까지는 소속사도 없이 혼자 오디션을 보러 다녔다. 회사를 들어간다 해도 ‘내가 먼저 찾는 것이 아니라 나를 찾아 줄 것이다’고 믿었다. 또래 여자에 비해 두둑한 배짱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배짱도 두둑하지만 뚝심도 남달랐다. 주위의 간섭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손으로 캐릭터를 빚어내는 솜씨가 일품이다. ‘한송이’를 연기할 때도 참고로 한 캐릭터 없이 본인이 고민해서 만들어냈다. 또한 관객의 평가는 신경 쓸지언정 주위의 목소리에는 흔들리지 않았다.

도화지 같은 외모는 그녀의 가장 큰 무기다. 그녀의 얼굴은 ‘매일매일 달라진다’고 할 정도로 어떤 심리 상태를 가지냐에 따라 시시각각 변한다. 그렇기에 마치 감정을 물감삼아 얼굴에 채색하는 듯 이채롭게 보인다. 그녀를 본 사람은 천우희가 누구를 닮았다 생각한다. 하지만 그게 누구인지 선뜻 말할 수 없다. 말 그대로 ‘천의 얼굴’이기 때문이다.

그런 그녀는 자신의 외모에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 연기를 할 때도, 모델로서 사진을 찍을 때도 그녀는 본인만의 다양한 모습을 선보인다. 이런 점들이 그녀를 어떤 배역도 소화할 수 있는 배우로 만들었다. 자기복제가 판치는 세상에서 그런 그녀의 가치는 높을 수밖에 없다. 특히 배역을 만들 때 특정 이미지에 맞춰 배우를 섭외하는 국내 영화 시장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런 천우희를 두고 심영섭 영화평론가는 “과거 전도연이 그러하듯 단지 예쁘다는 아우라를 넘어서서 다양한 캐릭터의 색깔을 덧칠할 수 있는 배우. 얼굴과 연기에 비어 있는 모호함이 넉넉이 고여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인 배우”라고 평했다.

천의 얼굴 가진
청룡영화제 퀸

천우희가 지금까지 출연한 영화 13편 가운데 주연을 맡은 건 3번밖에 되지 않는다. 그 외에는 모두 조연이나 단역이었다. 그런 그녀가 3번째로 주연한 영화에서 청룡영화제 여우주연상을 탔다. 그리고 2015년 그녀가 주연을 맡은 영화 <곡성> <뷰티인사이드>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그녀는 이제 스포트라이트 중심에 섰다. 그리고 전 세계가 주목하는 여배우로 거듭났다. 지금까지 ‘보여 준 모습’보다 ‘보여 줄 모습’이 많기에 전문가는 물론이고 팬까지 그녀의 행보에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천우희는 패션·뷰티 매거진 <GQ>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넘어설 수 없는 배우로 이영애를 꼽았다. 그리고 그 이유에 대해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고혹적인 분위기 때문이라 밝혔다. 하지만 그녀를 본 사람이라면 알수 있다. 블랙홀처럼 상대를 빨아들이는 그녀의 눈은 충분히 고혹적이라고, 그 안에 담지 못할 배역은 없다는 사실을. 앞으로 그녀가 또 어떤 모습으로 우리를 놀라게 해줄지 사뭇 기대가 된다.

 

<chm@ilyosisa.co.kr>

 

[천우희는?]

▲경기도 이천 출생
▲양정여자고등학교 졸업
▲경기대학교 연기학 전공
▲제14회 디렉터스 컷 어워즈 여자 신인연기자상
▲제34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여우주연상
▲제15회 올해의 여성영화인상 연기상
▲제35회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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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터질’ 2025 국감 관전 포인트

‘박 터질’ 2025 국감 관전 포인트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추석 연휴 직후 진행될 국정감사에선 여야가 수많은 현안을 놓고 공방을 진행할 예정이다. 현안을 밀어붙이려는 더불어민주당과 자기 앞가림도 어려운 국민의힘이 이번에도 맹탕 국감을 진행하는 데 머무를지 많은 국민이 지켜볼 예정이다. 2025년 국정감사는 13일부터 오는 31일까지 진행된다. 첫날인 13일엔 국방위·정무위·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이하 과방위)·국토교통위·법제사법위(이하 법사위)·행정안전위(이하 행안위)·기획재정위(이하 기재위)의 국정감사가 시작된다. 누가 또… 회피성 출장 정치적인 주목을 가장 많이 받는 곳은 국회 운영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운영위는 대통령비서실 등을 피감기관으로 두고 있다. 지난달 24일 전체회의서 증인·참고인 명단을 확정할 때, 당시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었던 김현지 제1부속실장 출석 여부는 큰 논란이 됐다. 이번 증인·참고인 명단에 김 실장은 명단에 포함되지 않자 운영위 국민의힘 간사인 유상범 의원은 “김 비서관은 절대 불러선 안 되는 존엄한 존재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이라고 평가받는 김 비서관을 국회에 보내지 않으면, 뭔가 숨기는 게 있기 때문이란 비난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 의원에 따르면, 지난 1992년부터 지난해까지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었던 11명은 한 해도 빠짐없이 국감에 출석했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간사인 문진석 의원은 “정부 출범 후 6개월 동안은 정부에 협조적 태도를 보이는 게 관례”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박상혁 의원도 “대통령비서실 최종 책임자는 강훈식 실장”이라며 “비서실장이 증인으로 채택된 것으로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대통령비서실은 여야의 논쟁이 이어지던 지난달 29일 돌연 김 실장을 제1부속실장으로 발령냈다. 김남준 당시 제1부속실장은 대통령실 대변인으로 자리를 옮겼다. 제1부속실장은 국정감사에 출석할 의무가 없다. 김 실장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알려진 것이 없다. 이 대통령과의 인연을 맺은 시기는 지난 1998년으로 알려졌다. 김 실장은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이 이 대통령에게 소개한 것을 계기로 당시 이 대통령이 설립했던 성남시민모임에 합류했다. 장성철 공감과정책 소장은 지난 8월 “김 실장이 실세라는 소문은 자자했지만 누구도 만나지 않고, 로비도 안 통한다고 알려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실장의 남편은 세무사인데, 사람이 너무 몰려 견디지 못한 남편은 얼마 못 가 개업한 세무사 사무소를 폐업했다”고 설명했다. 신상 정보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채 ‘대통령의 집사’로 통하는 총무비서관으로 임명됐던 인물 사례로는 박근혜정부 당시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이 있다. 이 전 비서관은 박근혜정부 ‘문고리 3인방’ 중 1명으로 거론됐다. 이런 전례가 있어서 야당도 김 실장에 대한 공세를 준비하려고 했다. 김현지 증인 거론되자 급하게 보직 변경 사이버 레커 피해자 쯔양도 참고인 출석 대통령실은 보직 이동으로 이를 피했고, 이는 상당히 오랫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정치적 구설수로 연결됐다. 김 실장이 대장동 소재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야권의 공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김 실장이 국회에 직접 출석해 야당의 공세를 받는 일은 피했지만, 여야 간 공방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선 오는 14일 국민의힘 김장겸 의원의 신청으로 유튜버 쯔양이 참고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쯔양 측도 “국회 출석에 부담이 있었지만, 고민 끝에 사이버 레커 관련 추가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결정했다”면서 출석 의사를 밝혔다. 쯔양은 구제역·카라큘라·주작감별사·크로커다일 등 온라인견인차 공제회에 소속된 유튜버들로부터 “과거사를 폭로하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수익금 수십억원을 갈취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 구제역은 항소심에서까지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한 경제지의 법조 전문 기자로 근무하면서 이들이 쯔양을 협박하도록 배후에서 활동한 것으로 알려진 최우석 변호사는 제1심에서 법정 구속됐다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됐다. 그외 유튜버들은 각각 징역형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들이 쯔양을 공갈한 사실이 알려진 후 “기성 언론사와 비교해 사이버 레커에 대한 법적 규제가 너무 약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어 ▲수익 창출 정지 ▲처벌법 신설 ▲전담 규제 기관 신설 등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과방위 국감에선 쯔양의 피해 증언을 토대로 그동안 제시됐던 관련 대책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많은 논점이 제기돼 여야 간 격론이 가장 치열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교육위원회(이하 교육위)다. 민주당은 국민의힘과 윤석열정부를 겨냥해 리박스쿨 관련 공세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리박스쿨은 ‘이승만·박정희 학교’의 약자로 알려졌다. 리박스쿨은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해 우호적인 관점을 유지하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부정선거론에도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일각에선 “극우 성향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리박스쿨에 대해선 지난 대선서 일명 ‘자손군(자유 손가락 군대)’로 알려진 댓글 조작팀을 운영했단 의혹이 제기됐다. 자손군은 국민의힘 김문수 당시 대선후보에게 우호적인 댓글을 달면서, 이 대통령과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를 비방하는 댓글을 함께 달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뜨거울 교육위 리박스쿨은 불과 하루 동안 진행되는 교육을 이수한 이들에게 늘봄학교 강사 자격증을 발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자격증 발급과 초등학교 방과후 강사 알선을 미끼로 댓글 작성을 제안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수강생과 교육 이수자를 상대로 김 후보에게 우호적인 댓글을 작성하도록 지시했다”는 의혹도 있다. 일각에선 “윤석열정부가 리박스쿨에 특혜를 제공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리박스쿨은 서울교대와의 협약을 토대로 서울 소재 10개 학교서 늘봄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전직 우체국장이었던 손효숙 리박스쿨 대표가 교육부의 교육정책 자문위원 직함을 가졌던 것도 그동안 제기됐던 특혜 의혹의 일부분이다. 민주당에선 신문규 전 대통령실 교육비서관을 증인으로 부를 예정이다. 윤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씨의 박사 과정 논문 관련 논란도 재점화될 예정이다. 김씨는 국민대 대학원에서 지난 2007년부터 2년 동안 3편의 논문을 작성했다. 이 중엔 ‘회원 유지’를 영문 ‘Member Yuji’로 표기한 논문도 있어 윤 전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부터 큰 논란이 돼왔다. 아울러 역술인의 홈페이지와 사주팔자 관련 블로그에 게재된 내용을 출처 표기 없이 무단 전재한 논문도 있었다. 논란이 불거진 후 국민대는 소극적으로 대응했다. 국민대는 지난 2021년 “만 5년이 지나 접수된 제보는 처리하지 않는다는 규정에 따라 검증 시효가 지나 본조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혀 적잖은 비판을 받았다. 여론의 비판을 이기지 못해 재조사에 착수했지만,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 “연구 부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거나 “학회의 검증 기준을 알 수 없어 검증할 수 없다”는 취지로 의혹을 무마하려고 했다. 김씨의 논문은 지난 2022년 교육위 국감에서도 큰 화제였다. 김지용 국민대 이사장과 임홍재 총장은 해외 일정을 이유로 국감에 출석하지 않았다. 국민대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몰락하고,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난 7월이 돼서야 김 여사의 박사학위를 최종 취소했다. 이에 대해선 “정치 상황 변화에 따른 대응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될 수밖에 없어, 국감에서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이사장은 이번 국감서도 증인으로 채택됐다. 물론 범여권도 논란의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윤 전 대통령은 조국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이 문재인정부 법무부 장관으로 재직하던 시절, 그의 일가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려다가 정치적으로 주목받았다. 조 비대위원장은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형을 확정받았다가, 지난 8월 광복절 특사로 석방됐다. 조 비대위원장의 딸 조민씨에게도 논문 관련 논란이 있다. 조씨는 한영외고 1학년이었던 지난 2009년 대한병리학회지에 게재된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됐고, 이를 고려대학교 수시전형 자기소개서에 기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백종원 대표 증인으로? 조씨는 단국대 의대 의과학연구소에서 2주 동안 인턴으로 활동한 후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논문은 연구부정행위가 인정돼 게재가 철회됐다. 조 비대위원장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는 대법원으로부터 최종 유죄 판결을 받았다. 조 비대위원장을 둘러싼 비판은 그가 석방된 이후 곧바로 정치 행보에 들어가고 비대위원장까지 맡으며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김동원 고려대 총장을 증인으로 부른다. 지난 6월 학생 3명이 사망한 부산 브니엘예고 사태도 국감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사망한 학생들은 전임 강사와 심각한 마찰을 빚다가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부모들은 전임 강사의 수업 중 태도를 문제 삼아 고소를 준비하고 있었다. 학교 측에 “부실하게 운영돼 각종 민원이 이어졌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아울러 “교장이 특정 학원과 연결돼 해당 학원에 다녀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선·후배 간 군기도 과도해 폭력적”이란 지적도 이어졌다. 현임숙 브니엘고 교장은 증인으로서 국감에 출석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를 소관 기관으로 두고 있는 국회 정무위에선 롯데카드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연이은 홈플러스 지점 폐쇄가 쟁점으로 두드러진다. 롯데카드에선 지난 8월 해킹 사고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약 222만명의 결제 정보가 유출됐고, 47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롯데카드는 지난달 1일 해킹 및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신고했다. 홈플러스는 회생 절차에 돌입한 이후 임대료가 조정되지 않는 점포를 중심으로 총 15개의 점포를 폐쇄했다. MBK 파트너스는 지난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하면서 금융권에서 7조2000억원을 차입했다. 담보는 홈플러스 주식이었다. 이 때문에 홈플러스는 5조원대 부채를 떠안았고, 8년 동안 부담한 이자만 약 3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는 지난 3월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이후 지점 폐쇄에 대해선 “알짜 부동산을 매각해 차입금을 상환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롯데카드와 홈플러스의 최대주주는 MBK 파트너스다. 정무위는 김병주 MBK 파트너스 회장을 증인으로 부른다. 현안 많은 교육위, 여야 불꽃 공방 예상 롯데카드·홈플 논란에 김병주도 국회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에선 하이볼 원산지 표기 논란을 놓고,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국감에 출석할 예정이다. 앞서 백 대표는 매출·수익률 허위 과장 논란이 불거진 연돈볼카츠 사태와 관련해 국감 증인 출석 여부가 거론됐던 적이 있다. 백 대표는 지난 2월 돼지고기 함량 및 가격 논란에 휘말린 빽햄 사태가 불거진 이후 지속해서 그가 운영하는 프랜차이즈와 관련해 광범위한 위법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법사위에선 최근 정치권 최대의 이슈로 거론되는 ▲대법관 증원 ▲검찰 해체 ▲조희대 대법원장 논란 등이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시도하는 대법관 증원과 검찰 해체 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설치에 대한 비판 공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이후 최대 숙원이었던 검찰 해체를 달성했기 때문에 쉽게 물러서지 않으리라고 예상된다. 민주당은 이미 지난달 30일 조 대법원장의 대선 개입 의혹 청문회를 진행했다. 조 대법원장은 출석을 거부했고, 민주당은 고발 조치와 국정감사 증인 소환을 압박 카드로 제시했다. 대법관 증원은 대법원에서 매우 꺼리는 이슈였기 때문에, 이번 법사위 국감은 민주당과 국민의힘·사법부의 대결로 채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외에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선 ▲대왕고래 프로젝트 실패 ▲기후에너지환경부 신설 등에 대한 정치적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왕고래 프로젝트에 대해선 “윤석열정부가 정부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반전하기 위해 성급하게 발표했다”는 논란이 이어졌다. 이정부의 정부 조직 개편으로 신설되는 기후에너지환경부의 경우 “환경부가 재생에너지·원자력 발전을 맡고, 기존 화석연료 정책은 산업부에 남는 등 이원화한다”는 데 따른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보건복지위원회에선 건강보험공단에 대한 국정감사 중 건강보험 재정 등 이슈가 여야 간 공방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의사·간호사 증원 문제도 다시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방위에선 ▲해병 대원 특검법 ▲비상계엄 사태 ▲합참 이전 비용 등 이슈가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노동위원회에선 영풍 석포제련소의 환경오염시설법 위반 논란과 관련해 장형진 영풍 고문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우려되는 맹탕 국감 이번 국감은 이정부 출범 후 처음 진행되는 국감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이 다수의 의석을 앞세워 각종 현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장외 투쟁 ▲중도 공략 ▲특검법 방어 등 당내 현안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해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많은 현안 앞에서 이전처럼 존재감 부각 목적의 쇼 위주로 진행되는 맹탕 국감으로 끝나진 않을지, 국민의 시선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