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지경 세태> 변태들의 로드뷰 사용법 ‘천태만상’

거리의 ‘쭉빵녀’ 보면서 ‘불끈’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인터넷 포털사이트 로드뷰·거리뷰 서비스를 이용하면 지도에서 해당 장소를 360도 파노라마 사진으로 볼 수 있다. 보통 초행길인 경우 미리 길을 파악할 때 사용된다. 간접적으로 나마 특정 장소에 가보고 싶을 때에도 그렇다. 로드뷰·거리뷰만 실행시키면 앉아서도 전국 곳곳을 누빌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서비스는 순기능과 역기능을 동시에 갖고 있다. 세심한 촬영 탓에 일반인들의 애정행각 등 은밀한 사진이 노출되면서 변태들에게 새로운 자극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09년, 포털사이트 다음은 국내 최초로 ‘로드뷰’를 선보였다. 로드뷰는 전국 각지의 실제 거리 모습을 DSLR 카메라 고해상도 파노라마로 사진을 촬영, 골목 구석구석을 생생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다. 360도로 촬영된 파노라마 사진은 자체 제작한 플래시 뷰어를 통해서 상하좌우 둘러보기 및 확대·축소 보기가 가능하며, 원하는 지점에서 지도와 함께 확인이 가능하다.
 
클릭질 하나로
전국 누비는 변태들
 
로드뷰는 360도 파노라마를 촬영할 수 있는 특수제작된 촬영장비와 GPS 추적장치를 이용해, 서울 및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의 특·광역시 등 주요 도시 곳곳을 촬영한다. 차가 다닐 수 있는 도로에서는 차량 위에 특수촬영장비를 고정해 촬영을 진행하고, 차가 다닐 수 없는 좁은 도로나 공원, 아파트 단지 등은 역시 특수 제작된 1인용 전동이동경비 세그웨이나 파노집을 이용해 촬영한다.
 
다음이 로드뷰 서비스를 내놓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네이버도 ‘거리뷰’ 서비스를 들고 나왔다. 로드뷰가 한 발 앞서는 시점에 네이버가 새롭게 뛰어들며 본격적인 경쟁을 시작했다. 네이버 거리뷰는 기존 서비스 외에 비행기를 타고 하늘에서 내려다본 모습을 촬영한 ‘항공뷰’를 연계하면서 이용자를 끌어오는 데 성공했다. 이처럼 대형 포털사이트들이 앞다퉈 전국을 누비며 생생한 지도 제작에 열을 올리면서 많은 이용자의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주기적인 업데이트도 이어지고 있어 로드뷰·거리뷰는 가히 살아있는 지도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탄탄한 서비스와 편의성 덕분에 길눈이 어두운 이른바 ‘길치’도 스마트폰 하나로 길을 쉽게 찾을 수 있게 됐다. 이제는 초행길에 나서기 전에 이 서비스를 이용해보지 않은 사람은 드물 정도다. 순기능만 놓고 보면 정말 편리한 서비스다. 그러나 모든 것에는 양면이 있는 법. 로드뷰·거리뷰 서비스 시행 이후 역기능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로드뷰·거리뷰 서비스의 대표적인 역기능은 변태들의 ‘놀이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국 곳곳을 누비는 거리지도 서비스 특성상 일반인들의 모습이 그대로 노출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점 때문에 일부 변태들은 컴퓨터 앞에 앉아 거리지도 서비스를 통해 시내 번화가 등 거리를 샅샅이 뒤져 몸매가 훤히 드러난 여성들의 사진을 담고 있다. 변태들에게 새로운 자극물이 생긴 것이다.
 
 
로드뷰·거리뷰를 통해 일반인의 섹시한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로드뷰녀’ ‘거리뷰녀’ 등의 이름이 붙은 사진들이 유명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 급속히 퍼졌다. 특히 노란색 밀착원피스를 입은 볼륨감 넘치는 여성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가슴이 엄청 크네. 진짜 섹시하다” “바로 저장해야지. 오늘은 이거다” “나도 드라이브하면서 여자들 몸매 구경해야겠다” “야동(야한 동영상), 야사(야한 사진)보다 훨씬 낫다” 등 자극적인 표현이 난무했다.
 
가슴 큰 여성
골라서 저장
 
또한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한 남성이 자신의 무릎 위에 여자친구로 보이는 여성을 앉히고 오붓한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포착되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심지어 모텔로 들어가는 커플의 모습도 그대로 담겨있었다. 이외에도 로드뷰·거리뷰를 통해 많은 여성들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횡단보도 앞에서 대기 중인 섹시한 몸매의 여성, 몸을 숙여 엉덩이를 드러낸 여성, 달리면서 흔들리는 가슴을 내보인 여성 등 실제 거리에서도 볼 수는 있지만 대놓고 볼 수 없었던 여성들의 모습이 많이 담겨 있었다.
 
이처럼 로드뷰·거리뷰에는 ‘미니스커트녀’ ‘원피스녀’ ‘스타킹녀’ 등의 이름을 단 다양한 사진이 끊임없이 나돌고 있다. 이중 해수욕장 앞에서 담배를 물고 오토바이를 탄 육감적인 여성의 사진 또한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키면서 유명 인터넷 커뮤니티 등 갖은 사이트를 돌다가 결국 ‘거유천국’이라는 성인사이트에까지 올라오기도 했다.
 

불륜커플의 모습도 심심찮게 나타난다. 한눈에 봐도 불륜을 의심케 하는 남녀가 청계천에서 손을 잡고 걷는 모습도 로드뷰·거리뷰 카메라에 찍혔다. 주차된 차량도 카메라를 피할 수는 없다. 남녀가 동승한 차량 중 일부는 ‘그것’을 의심하기에 충분해 보인다. 
 
이처럼 일반인들의 사진이 여과 없이 공개되는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성매매 업소가 버젓이 드러나 있는 경우다. 실제로 로드뷰·거리뷰를 이용하면 전국적으로 유명한 집창촌의 위치와 일부 성매매 여성들의 모습을 확인 할 수 있다. 속옷만 입은 채 호객행위를 하는 이들, 쇼윈도 안에서 TV를 시청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현실에서는 청소년통행제한구역이지만 로드뷰·거리뷰에선 초등학생도 홍등가를 마음껏 구경할 수 있다. 서비스 이용에 나이제한이 없기 때문이다. 
 
은밀한 사진 노출…새로운 자극거리
‘자위감’ 찾아 클릭! 전국 누빈다
 
이 밖에도 해수욕장에서 태닝하는 여성의 모습, 술에 취해 토하는 모습 등 개인의 사생활이 지나치게 노출되면서 사생활 침해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역기능이 드러나면서 각 포털은 사람의 얼굴과 차량의 번호판을 블러링(blirring·화면 흐리게 하기) 처리했다. 그럼에도 사생활 논란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을 전망이다. 단순히 부분만 가리는 것이 능사는 아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는 국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구글의 스트리트뷰 일명 ‘구글뷰’를 보면 국내 사례는 약과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해에는 영국 맨체스터의 한적한 길거리에서 성인남녀의 격한 성행위 장면이 SNS를 타고 급속도로 퍼졌다.
 
 
당시 사진에는 표범무늬 레깅스를 입은 여성의 뒤로 바지를 내린 남성의 모습이 담겨있었으며 대담하게 보란 듯이 길거리에서 성행위를 하고 있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자 구글 측은 해당 사진을 강하게 블러링 처리했다가 결국 완전히 삭제 편집했다. 그럼에도 이 사진은 인터넷을 타고 계속 유포됐고, 이들의 성행위에 대해 ‘이게 바로 맨체스터 스타일’이라는 식의 말이 유행처럼 번지기도 했다.
 
앞서 2010년에는 영국 울버햄튼에 위치한 주택가 잔디밭에서 10대 남녀가 누운 채 키스하는 장면이 공개되기도 했다. 당시 이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고, 사진에 등장한 소녀의 어머니는 큰 충격을 받았다. 키스를 한 당사자들은 “우리는 단지 첫 키스를 나눴을 뿐”이라며 울며 겨자먹기로 해명을 하기도 했다. 파문이 확산되자 이 역시 구글 측에 의해 삭제 편집됐다.
 
국내는 양반
해외 더 심해
 
같은 해 영국 잉글랜드 헤리퍼드우스터주 우스터 지역에서 촬영된 스트리트뷰 사진 속에는 어린 소녀의 시신으로 추정되는 사진이 있어 한바탕 소란이 있었다. 당시 외신들이 공개한 사진 속에는 한쪽 신발이 벗겨진 어린 소녀가 도로 위에 엎드린 자세로 쓰러져 있었다. 아 사진을 목격한 주민들은 구글 측과 지역 언론사에 신고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신으로 오인을 받은 아이는 스트리트뷰 촬영 차량이 지나가는 줄도 모르고 동네에서 친구들과 시체놀이를 하고 있었다. 자신의 사진이 인터넷에 공개된 것에 대해 오히려 신나했다. 구글 측은 개별 사진에 대한 언급은 할 수 없다고 말했지만, 간단한 신고 절차로 게재된 사진을 신속히 삭제하거나 블러링 처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독일에서 벌거벗고 차 트렁크에 들어가 있는 남성이 발견되는가 하면, 스페인 길거리에서 보란 듯이 소변을 보는 여성, 나체로 수영하는 여성, 쓰레기통에 박힌 남성, 아이에게 총을 겨누는 남자 등 엽기적인 사진들이 넘친다.
 
그런데 이러한 노출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범죄현장이 그대로 드러난 사례가 적지 않아 충격을 안겨준다. 지난 2010년 한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살인 장면이 촬영된 것 같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게시글 작성자는 여러 장의 네이버 거리뷰 사진을 캡처해 올렸다. 사진 속에는 흥건한 혈흔 자국과 피해자로 보이는 사람이 주차되어 있는 트럭에 기대고 있었다. 현장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는 가해자로 보이는 남성이 상의를 탈의하고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살해현장이다” “보고도 그냥 지나쳤다” 섬뜩한 사진에 많은 이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진위 여부를 묻는 댓글은 끊이지 않았다.
 
골목 구석구석 생생한 장면 확인
‘허걱’ 기존 음란물과 다른 짜릿함
 
범죄현장으로 추정되는 거리뷰 사진에 대한 의혹은 일파만파 퍼졌고 결국 공중파 방송을 탔다. 당시 방송에 따르면 대구 달서구 20대 남성 3명이 폭행사건에 연루됐다. 해당 사건을 담당한 경찰은 이미 조사가 끝난 사건이라고 했다. 경찰이 사건현장에 갔을 때도 3명 모두 있었고, 싸움은 끝난 상황이었다는 것이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살해 의혹은 해프닝으로 끝났다.
 
당시 네이버 측은 공지를 통해 부적절한 이미지 노출에 대한 사과문을 게재했다. ‘자동차로 촬영한 내용을 리뷰하는 과정에서 더욱 세심하게 살피지 못해 이용자 여러분께 심려를 끼치게 되었습니다. 베타서비스 기간이라 하더라도 세심한 검토가 부족했던 점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네이버 측은 지도서비스 긴급 작업을 통해 문제가 된 사진들을 제외하거나 블러링 처리를 진행했다. 사생활보호를 위해 더욱 애쓰겠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충격적인 현장이 포착된 사례는 더 있었다. 과거 다음 로드뷰 이용자는 강원도의 한 지역을 확인하고자 드라이브를 하던 중 주택가 앞에 신발장으로 보이는 곳에 어린 여자아이가 힘없이 누워있는 것을 발견했다. 확대해 자세히 보니 팔은 비정상적으로 돌아갔고 발에는 멍이 들어 있었다. 마치 시체 같았던 것이다. 당시 이용자는 이를 경찰에 신고했고, 시체로 확인돼 이후 블러링 처리가 됐다고 전해졌다.
 
또한 토막시신이 발견되기도 했다. 지난 2011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의 한 아파트 내 어린이놀이터에서 여행용 가방에 담긴 신원미상의 변사체가 심하게 부패된 채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선 바 있다. 당시 이 아파트 주민들은 놀이터에 수개월째 방치된 리어카에서 어린이들이 넘어져 부상을 입고 있다며 경비원에게 리어카를 치워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경비원은 리어카를 치우던 도중 사람의 손이 보이는 여행용 가방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발견 당시 시신은 손수레에 실린 아이스박스 안의 검은색 여행용 가방에 비닐봉지에 싸여 있었으며 알몸 상태였다.
 
범죄 현장도
그대로 노출
 
시신을 처음 발견한 경비원은 “방치된 리어카를 치우려는데 가방에서 심한 냄새가 나, 가방을 칼로 찢어보니 손발이 나와 변사체라는 생각이 들어 경찰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시신의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과 함께 지문 감식을 의뢰했다. 이후 시신은 박모씨로 밝혀졌지만 범인을 붙잡지 못한 채 미제사건으로 남게 됐다.
 
흥미로운 것은 리어카 토막시신이 발견되기 1년여 전에 이미 한 거리뷰 이용자가 의심을 품었었다는 점이다. 뭔가 수상하다는 것이었다. 그저 평범해 보이던 거리뷰 사진 한 장에는 범죄현장의 잔혹함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현재 다음 로드뷰와 네이버 거리뷰는 꾸준한 업데이트를 통해 해당지역의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업데이트 시기는 지역마다 차이가 있다. 다만 우려되는 것은 업데이트 시 일반인들의 얼굴과 차량 번호판 등의 블러링 처리가 누락되는 경우다. 사생활 침해 부분에 있어 더욱더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할 것으로 보인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구글뷰 새로운 기능
언제 어디서나 지도로 시간여행
  
구글의 스트리트뷰 일명 ‘구글뷰’가 새로운 기능을 공개했다. 과거로 돌아가고 싶은 이들에겐 희소식이다. 구글뷰는 기간별로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모든 곳의 사진도 찍는다. 남극을 포함한 모든 주요 대륙을 돌아다니며, 전 세계의 삶을 들여다 볼 수 있게 해준다. 심지어 구글뷰 차량이 다음에 어디를 가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지금까지 구글 등 거리지도가 하지 못했던 것 중 한 가지는 과거를 보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과거로의 여행이 자유롭게 됐다. 구글 측은 “드로이언(DeLoraen, 영화 백투더퓨처에 나왔던 시간여행자)은 잊어라. 지금 있는 그 자리에서 구글 지도를 통해 가상으로 세계의 현재 모습과 과거를 탐험할 수 있다. 즐거운 시간여행 되시길”이라고 밝혔다.
 
이용자가 특정 지역, 예를 들어, 한국의 서울역이나 광화문에 방문한다고 가정하고, 화면 왼쪽 상단에 시계 아이콘을 클릭하면 몇 년 전 사진들을 확인할 수 있다. 시간 경과에 따른 서울역과 광화문의 모습 등을 볼 수 있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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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내란 특검팀이 2차 계엄 의혹에 대한 실마리를 풀기 시작했다.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4일 새벽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 간 교감과 이날, 군 수뇌부의 움직임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당시 상황을 재구성 중인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재소환할 방침이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의 상황을 재구성해 왔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의 역할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고 있다. 특히 2차 계엄 논의 여부는 여전히 의혹에 그치고 있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김주현 전 민정수석이 무엇을 위한 법률을 검토했는지가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안가 회동 정조준 특검팀은 지금까지 12·3 내란이 어떻게 준비됐는지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했다. 북풍 공작과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 국군정보·방첩사령부의 움직임 등이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내란 이후의 상황을 수사하기 시작한 특검팀은 지난달 24일 오전 10시 박 전 장관을 소환 조사했다.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는 박 전 장관은 13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박 전 장관은 내란 당일 대통령 집무실에서 계엄 선포 계획을 가장 먼저 들은 국무위원 중 한 명이다. 이후 법무부로 돌아와 실·국장 회의를 열고 검찰국에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계엄 당일 법무부 출입국본부에 출국금지팀을 대기시키라고 지시한 혐의도 적용됐다. 계엄 이후에는 정치인 등 수용을 위해 교정본부에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를 지시한 혐의도 있다. 특검팀은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로 그가 지난해 12월3일 오후 11시쯤 대통령실에서 정부과천청사로 이동하면서 통화한 내역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이 통화한 인물은 임세진 전 검찰과장, 배상업 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신용해 전 교정본부장, 심우정 전 검찰총장 등이다. 임 전 과장은 박 전 장관과의 통화를 마치고 검사·수사관 인사를 담당하는 실무진 2명에게 전화를 걸었고, 배 전 본부장은 출국금지·출입국 관련 담당자들에게 연락했다. 신 전 본부장은 김문태 전 서울구치소장과 연락을 취했다. 박 전 장관은 이후 간부 회의를 열어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다음 날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연락하기도 했다. 한 전 총장은 퇴직 검사 모임인 검찰동우회 회장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탄핵 당시 가장 많이 연락한 인물이다.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이후에는 김 전 수석과 비화폰으로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두 사람이 2차 계엄 등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장관 측은 김 전 수석에게 포고령에 문제가 있으며 국회가 의결했으니 국무회의를 신속히 소집해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고 전했다는 입장이다. 박성재·김주현 곧바로 2차 계엄 법률 검토? 용산 CCTV 속 최측근들 메모 후 문건 만지작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계엄사령부 산하 합동수사본부 검사를 파견하라고 검찰국에 지시 ▲출입국본부 ‘출국금지팀’ 대기 지시 ▲교정본부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 지시 등을 추진했다고 판단한다. 조사를 마친 박 전 장관은 “제가 한 일에 대해 소상하게 다 말씀드렸다”며 “통상적인 업무 수행에 대한 다른 평가를 하는 것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모든 내용을 상세하게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어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지속적으로 특검법의 위헌성에 대해 지적을 했었는데, 이 부분이 현재 특검법에도 시정되지 않은 채 시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점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어떤 내용을 (특검에) 말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의문이 제기되는 모든 점에 대해 상세히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지’ 묻자 “나는 항상 업무를 했을 뿐”이라고 했다. ‘5급 이상 간부들에게 비상대기를 지시했다’는 주장에는 “부당한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구치소장 연락 지시’ 관련 질문에는 “질문이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수용 지시가 계엄과 관련됐느냐’는 질문에는 “누구에게도 체포·구금하라는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를 열기 위해 일부 국무위원을 용산 대통령실로 소집했을 때의 CCTV 영상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은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A4 용지에 직접 내용을 메모하고 특정 문건을 들여다봤다고 한다. 특검팀은 그가 윤 전 대통령 등으로부터 문건 형태로 계엄 이후 법무부가 해야 할 조치 등을 지시받고 현장에서 이를 직접 정리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앞서 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실에 모인 일부 국무위원 등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이후 조치 사항이 담긴 문건을 직접 전달받았다.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계엄 이후 가동할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을 지시받았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향신문> 등 언론사에 단전·단수 조치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시를 한 사실 없다”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은 ‘공관을 통해 대외 관계를 안정화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 박 전 장관 측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개별 지시 문건을 받지 않았고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법무부에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4일 특검 조사에서도 A4 용지에 메모했는지 등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장관 측은 이날 “해당 CCTV 장면을 보여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특검에 제출했다. 특검팀이 김 전 수석을 소환한 건 지난 7월 초다. 그는 지난해 12월4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대통령 안전가옥(안가)에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 전 장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 등과 계엄 관련 법률 검토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모두 윤 전 대통령과는 고교·대학 및 검찰 동기나 선·후배로 윤석열정부 최고위직 법률가들이다. 지난해 말부터 정치권에서 “비상계엄 수사 등 법률적 대응 방안 또는 제2의 내란 모의 가능성을 논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자 이들은 국회와 경찰 조사에서 “연말에 얼굴 보자는 취지였다”(박성재 전 장관), “신세 한탄이나 하자는 자리였고, 법률을 검토할 겨를도 없었다”(이상민 전 장관)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은 이 자리에 한정화 전 법률비서관이 동석한 사실을 확인했다. 주변 CCTV 등 안가 회동 참석자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한 전 비서관의 존재를 인지하고 소환 조사까지 진행했다. 특검팀은 삼청동 안가 모임 성격을 ▲비상계엄 선포 절차 사후 보완 ▲대통령 탄핵 대비 법적 대응 논리 개발 자리 등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내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나온 관련자 진술의 위법성을 면밀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장관과 김 전 수석, 이 전 처장 등은 안가 회동 이후 휴대전화를 바꿨다.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은 지난 3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윤 전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주현 전 민정수석,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밑에서 일하던 검찰 고위 관계자들은 대통령을 ‘운명 공동체’로 생각한다”며 “박 전 장관이나 김 전 수석에 대해서는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 이들에 대해 합리적이고 납득할 만한 수사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국민이 받아들이겠나. 모든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그 사람들에 대한 수사는 계속돼야 한다. 이들은 죽을 때까지 수사선상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증거 이미 폐기했다? 특검팀은 과거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작성했던 수사보고서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검찰 특수본 수사보고서의 제목은 ‘2차 비상계엄 가능성에 대한 의혹 등 정리 보고’다. 수사보고서에는 “12·4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고 난 직후, 윤 대통령이 계엄사령부 상황실로 찾아가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게 ‘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 ‘내가 다시 계엄을 할 테니 그때는 철저히 준비해서 국회부터 장악하라’라고 지시한 정황”이 있다고 적혔다. 해당 의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처음 제기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6일 비상 의원총회에서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2차 발령을 준비했다는 정황을 공개했다. 검찰이 이 같은 민주당의 의혹 제기와 관련해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계엄사령관인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윤 대통령, 김용현 장관과 함께 합참 지휘통제실 내 별도의 방에 들어갔다고 국방위 현안 질의에서 답한 바 있으나 대화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발언했으나 박 총장이 답변한 날인 12월5일은 윤 대통령의 위와 같은 발언이 공개되지 않은 시점”이라며 박 전 총장에 대해 조사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검찰은 수사보고서에서 시민단체와 언론사 보도 등 2차 계엄 의혹과 관련한 의혹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육군 복수 부대에 지휘관 휴가 통제 지침이 내려졌고 비상계엄 선포 이후 경계 태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의혹과 계엄 둘째 날 지방 공수여단의 서울 진입 계획이 있었다는 육군특수전사령부 간부의 언론사 인터뷰 등이 그 근거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에게 ‘국회 문을 열고 들어가 의사당 내 의원들을 밖으로 이탈시킬 것’이라고 동일한 명령을 내렸지만, 지시가 이행되지 않아 2차 계엄이 준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12월4일 새벽 중요…검도 “수사 필요” 인정 자료 이미 사라졌나…용산 PC 전부 포맷 확인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윤 대통령의 ‘국회의원 이탈 명령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자 김 장관에게 위와 같은 발언(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을 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이고, 이와 더불어 ‘추가 계엄 선포’와 관련된 발언을 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이므로 관련 내용 수사 필요성 있음”이라고 적었다. 특검팀은 대통령실 고위 간부들이 조직적으로 2차 계엄 관련 자료를 폐기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18일 정진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한 특검팀은 정 전 실장에게 계엄 이후의 상황을 따져 물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 전 실장은 불법 계엄 전후 윤석열 전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했다. 그는 계엄 선포 직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 있었다.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참석했다. 이튿날 새벽에 계엄 해제 국무회의가 열리기 전, 윤 전 대통령이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 머물 때 찾아가 만나기도 했다. 정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4일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이후 윤 전 대통령, 박 전 총장, 김 전 장관 등과 함께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 내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의결된 후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와도 통화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해 12월4일 오전 2시58분쯤 정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국회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정부에 도착했음을 확인하고 정부의 신속한 계엄 해제 조치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정 전 실장은 대통령실 윗선이 계엄 증거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에도 연루돼있다. 특검은 지난 4월 대통령실 컴퓨터(PC) 전체 초기화 계획이 정 전 실장의 지시로 실행됐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특검팀은 앞서 별도 전담팀을 꾸려 정 전 실장 관련 의혹을 수사해 왔다. 특검팀은 이날 정 전 실장을 상대로 계엄 당시 국무회의와 대통령실 상황, 추 전 원내대표와의 통화 경위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부족하다 특검팀은 박 전 총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재조사했다. 앞서 박 전 총장은 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으로서 불법 포고령을 발령한 혐의(내란중요임무종사)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박 전 총장도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뒤 윤 전 대통령, 김 전 장관 등과 합참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