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가망신 남녀노소 ‘몸캠 피싱’ 주의보

“채팅하면서 막 벗지 마세요”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최근 스마트폰 앱을 이용한 각종 사기행각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몸캠 피싱’이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어 논란이다. 후유증에 견디다 못해 자살하는 사례까지 등장하면서 심각한 사회문제로 번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한 사람의 인생을 나락으로 몰아가는 몸캠 피싱의 실태를 들여다봤다.

 
지난달 4일 서울 종로구에 있는 한 고층빌딩에서 20대 남성이 투신해 숨졌다. 경찰 및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께 광화문 사거리 인근인 서울 종로구 신문로 1가 소재 24층 빌딩에서 대학생 임모(25)씨가 투신하는 모습을 빌딩 맞은 편 면세점에 있던 시민이 목격해 경찰에 신고했다.

순간 실수로
자살까지…
 
신고를 접수한 경찰 및 소방 구급대원이 현장에 출동했을 때 임씨는 건물 옆 반지하 계단에 떨어진 상태였으며 이미 숨진 뒤였다. 경찰은 건물 옥상에서 임씨의 가방 등 소지품이 발견돼 임씨가 옥상에서 스스로 뛰어내린 것으로 추정했지만 유서는 발견하지 못했다. 경찰은 임씨가 평소 우울해 했다는 유족의 증언을 바탕으로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했다.
 
임씨가 죽음을 선택한 이유는 다름 아닌 ‘몸캠(서로의 몸을 보여주며 통화하는 속어)’ 때문이었다. ‘몸캠피싱’은 누군가 화상채팅으로 여자 행세를 하며 상대방에게 음란한 행위를 하도록 유도한 뒤, 이 모습을 사진아니 동영상으로 녹화해 돈을 요구하는 것을 뜻한다.
 

임씨는 “300만원을 주지 않으면 재학 중인 학교 게시판에 나체 사진을 뿌리겠다”는 협박에 시달리다 지난 9월 피해 사실을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임씨가 숨지기 전 신고한 내용을 토대로 채팅 상대를 추적했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앞서 지난 8월27일, 충북 제천에서 한 남성이 투신자살했다. 당시 충북 제천경찰서는 충북 제천시 수산면 옥순대교 아래에서 쓰러져 있는 김모(34·포항시 복구 장성동)씨를 발견했다. 김씨는 숨지기 10일 전인 13일 경찰에 “음란사진을 유포하겠다며 현금을 요구하는 사기단 협박에 시달리고 있다”고 신고했지만 결국 죽음을 선택했다.
 
경찰은 몸캠 피싱 조직 검거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상당한 어려움이 따르는 게 현실이다. 문제는 이러한 사례가 끊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몸캠 피싱의 위험성이 이미 언론을 통해 알려진 데 반해 피해자는 나날이 늘고 있다.
 
나체녀가 음란행위 유도…알고보니 녹화
자위하다 신상털려 “가족·친구에 유포” 
 
인천에 사는 평범한 회사원 최모(27)씨는 퇴근 후 이따금씩 야동(야한 동영상)을 즐겨보곤 했다. 그런데 최씨는 색다른 자극을 원했다. 그러던 중 스마트폰 음란 화상채팅을 알게 됐고 채팅 앱을 통해 한 여성을 만날 수 있었다. 최씨는 채팅을 통해 다양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웃음꽃을 피웠다. 그리고 짜릿한 순간이 왔다. 대화 도중 이 여성이 속옷을 벗은 채 유혹의 손길을 내민 것이다. 최씨의 정신은 혼미해졌다.
 
그런데 이 여성은 “화면이 끊기고 소리가 잘 안 들린다”며 채팅을 종료하고 “고화질로 음란 영상통화를 하고 싶다”며 자신이 추천하는 ‘시크릿 톡’이라는 앱을 설치하도록 강요했다. 이성을 잃은 최씨는 이 여성이 보내주는 앱을 받아 설치했지만 화질이 크게 개선되지는 않았다. 어찌됐든 최씨는 속옷을 벗어 던진 채 자신의 성기를 붙잡고 여성과 음란행위를 이어갔다. 그리고 깊은 잠에 빠졌다.
 

문제는 다음 날 벌어졌다. 최씨가 여성으로부터 추천받은 앱 시크릿 톡은 화질 개선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메모리 해킹 앱이었던 것이다. 최씨의 전화번호는 물론 연락처 목록, 이메일 주소, 계정 등 개인정보가 상대방에게 넘어갔다. 더 충격적인 것은 화상채팅을 하자고 접근한 사람은 여자인 척 연기를 했던 남자라는 사실이다. 음란행위를 부추긴 여성은 인터넷에서 떠도는 영상물 속 인물이었다. 즉 실시간 화상채팅이 아닌, 녹화된 영상 앞에서 자위행위를 했던 것이었다. 최씨는 자괴감에 빠졌다.

알몸 유출
변태 낙인
 
이 남성은 최씨에게 나체 사진 및 동영상을 보냈다. 그리고 최씨에게 전화를 걸어 “지금 당장 돈을 보내지 않으면 가족 및 지인들에게 사진과 동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했다. 겁먹은 최씨는 남성이 요구하는 50만원을 송금했다. 모든 게 다 해결될 줄 알았다. 문제는 이때부터 시작됐다. 이 남성은 최씨에게 더 큰 금액을 요구하며 협박을 이어갔다. 그리하여 총 200만원을 송금했다.
 
 
그런데도 협박은 계속됐다. 최씨는 전화기를 붙잡고 펑펑 울면서 “제발 살려달라”고 애원했다. 다행히도 나체사진이 지인들에게 전송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최씨는 몸캠 피싱으로 인해 1주일이 넘도록 식은땀을 흘려가며 몸살을 앓을 정도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었다.
 
이 과정에서 최씨는 끝까지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다. 자신과 비슷한 일을 겪은 사람들의 후기를 보고난 뒤 기대를 접었던 것이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몸캠 피싱 피해자들의 글이 이따금씩 올라온다. 이들이 하는 말은 비슷하다. “걸리면 끝이다” “신고해봤자 못 잡는다” “가능하면 돈으로 해결해라” 등이다. 몸캠 피싱의 주체는 흔히 조선족으로 알려졌다. 최씨와 같은 사례는 각종 포털사이트에 ‘스카이프 협박’이라는 검색어를 치면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많은 피해자가 대처 방법을 몰라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이 같은 피해자가 증가하면서 몸캠 피싱과 함께 ‘몸또’라는 말도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나온 신조어로 ‘몸캠 피싱 로또’의 줄임말이며 몸캠 피싱을 당한 사람을 비아냥거리는 용어로 사용된다. 그렇다면 몸또는 어떤 상황에서 쓰이는 걸까. 
 
조선족에 걸리면 돈 요구
꽃뱀 물면 빼도 박도 못해
 
음란 화상채팅으로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은 피해자들 모두가 조선족의 요구에 응하는 건 아니다. 철저히 무시한 채 일상생활을 하는 강심장들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무대응이 의외로 좋은 결과를 가져오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아니다. 피싱 가해자들에게 송금을 하지 않은 경우 경고한 대로 지인들을 카카오톡 방에 초대한 뒤 피해자의 얼굴과 신체 중요부위가 노출된 사진과 동영상을 유포한다.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면 몸캠 피해자들은 비슷한 레파토리의 핑계를 늘어놓는다.
 
“지금 제 번호로 이상한 사진과 동영상이 유포되고 있다고 합니다. 제가 며칠 전 휴대폰을 잃어버렸는데, 어떤 사람이 가져가서 해킹한 뒤 제 가방에 넣은 것 같아요. 카톡이나 문자로 링크를 뿌려서 누르게 하고 지인들의 돈을 뽑아가는 수법입니다. 여기에 나와 있는 링크 절대 클릭하지 마세요.” 피해자들은 카톡에 숫자가 줄어들수록 가슴을 조린다. 그러나 돌아오는 대답은 냉랭했다. “너도 몸캠 찍었냐?” “변태자식 연락하지 마라” “오빠사진 맞아요? 충격” “너도 걸렸냐. 답이 없네” 등이었다.
 

이때 피해자의 카톡방에 초대되는 지인 중 일부는 몸또를 맞았다며 주변 지인에게 사진과 동영상을 뿌리면서 피해자의 상황을 우스갯거리로 전락시킨다. 여의치 않을 경우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 게시해 관심을 산다. 
 
최근 들어서는 여성 피해자도 심심찮게 나타나고 있다. 얼마 전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모르는 사람이랑 몸캠하다가…’라는 글이 게시돼 뜨거운 반응을 이끌었다. 이 글의 게시자는 다름 아닌 여성이었기 때문이다. 이 여성은 게시판을 통해 “앱에서 만난 상대와 영상통화를 했다. 가슴만 보여줬는데 자꾸만 거기도 보여 달라고 졸랐다. 끝까지 안 보여주다가 영상통화를 마쳤는데 갑자기 ‘녹화했다’면서 사진과 동영상을 여기저기에 올리겠다고 협박했다. 아래를 안 보여줘서 그런 건지, 차라리 보여줄 걸 그랬다. 지금 너무 무서워서 눈물이 난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사람들의 반응은 차갑기만 했다.

‘몸또’당첨?
2차 피해 우려
 
몸캠 피싱 피해 사례가 증가함에 따라 경찰도 몸캠 피싱 조직 검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8월 충북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알몸 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해 수백명의 남성에게 총 14억원 상당을 가로챈 피싱 일당 3명을 검거했다. 앞서 지난 4월과 7월에도 피싱 조직을 검거하는 등 경찰은 지속적으로 수사 성과를 올리고 있다.
 
그러나 경찰청 관계자는 피싱 조직을 검거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이 따른다고 말한다. 예방이 최선이라는 것이다. 피싱 조직이 대부분 ‘대포폰’과 ‘대포통장’을 이용하는 데다 악성코드를 유포하는 서버도 중국 등 해외에 두고 있어 추적하는 데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현재는 말단의 현금 인출책 등이 주로 검거되고 있고, 대부분 범죄조직과 연관되어 있는 것으로 추청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들은 스마트폰의 ‘환경설정’ 메뉴에서 출처를 알 수 없는 앱의 설치를 차단하는 기능을 사용해 보안설정을 강화해야한다고 말한다. 출처불명의 실행파일은 애초에 설치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보다 더 중요한 건 ‘음란채팅’ 자체를 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지적이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를 당했을 경우 송금 요구에 적극적으로 응해서는 안 된다”며 “한 번이 두 번이 되고 세 번이 된다. 돈을 뜯어내다가 결국에는 사진을 퍼뜨린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따라서 협박문자나 전화를 받은 경우 즉시 채팅화면을 캡처하고 송금내역 등 증거자료를 준비해 가까운 경찰서에 신고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이다.
 
또 신고 후에는 추가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스마트폰을 초기화시키거나 설치된 악성 프로그램을 삭제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스마트폰에 연동돼 있던 각종 계정도 탈퇴한 후 새롭게 개설하고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변경해야 추가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전해진다.

사회적 고립
회생 불가?
 
한 스마트폰 해킹 전문강사는 “협박범들은 일반 계좌가 아닌, 가짜 계좌를 알려준다”며 “계좌를 받은 즉시 인터넷 뱅킹에 조회해 가짜 계좌를 확인한 후 없는 계좌이니 다른 계좌를 알려달라고 해서 신고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 50만원을 입금하면 그때부터가 지옥의 시작이다. 반응을 하지 않는 상대에게는 협박만 하다 끝나는 경우도 있지만 한 번이라도 입금을 한 사람에게는 집요하게 협박하고 영혼마저도 뜯어낸다”며 무대응이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사용자들은 이 같은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스미싱 원천 차단솔루션 등을 설치하고 안드로이드 기반의 허용되지 않은 악성앱이 설치됐을 경우 신속하게 삭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연말 스미싱 주의보 ‘모임공지’ 잘못 눌렀다간 낭패
 
연말연시를 틈타 금전을 가로채는 스미싱 문자가 폭증할 전망이다. 지난 2일 업계에 따르면 ‘택배도착 확인’ ‘송년 모임참석자 명단’ ‘모바일 연하장’ ‘연말정산 확인’ ‘새해인사’ 등 스미싱 사례가 늘고 있어 주의가 요망된다. 스미싱이란 문자메시지(SMS)와 피싱(Phishing)의 합성어로 아리송한 내용의 문자메시지로 발송된다. 스미싱 안에는 URL주소가 포함돼 있어,  사용자가 URL을 클릭하게 되면 스마트폰에 저장된 금융정보를 비롯한 각종 정보들이 유출될 수 있다.
 
통합진보당 이상규 의원실에 따르면 금융권의 전자금융사기 피해액은 2011년 502억1000만원, 2012년 1153억8000만원, 지난해 1364억7000만원으로 매년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스미싱 사기 피해액은 지난해 48억700만원에서 올해(6월 기준) 2억7600만원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연말연시 특성상 순간적으로 문자내용을 클릭할 수 있어 피해가 우려된다.
 
또한 가격할인 쿠폰이 도착했다는 스미싱 문자메시지나 어려운 이웃을 돕자는 전자메일, 문자메시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의 SNS 서비스도 진위 여부를 가려 사이버범죄자들의 농간에 말려들지 않도록 주의해야한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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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내란 특검팀이 2차 계엄 의혹에 대한 실마리를 풀기 시작했다.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4일 새벽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 간 교감과 이날, 군 수뇌부의 움직임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당시 상황을 재구성 중인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재소환할 방침이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의 상황을 재구성해 왔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의 역할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고 있다. 특히 2차 계엄 논의 여부는 여전히 의혹에 그치고 있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김주현 전 민정수석이 무엇을 위한 법률을 검토했는지가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안가 회동 정조준 특검팀은 지금까지 12·3 내란이 어떻게 준비됐는지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했다. 북풍 공작과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 국군정보·방첩사령부의 움직임 등이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내란 이후의 상황을 수사하기 시작한 특검팀은 지난달 24일 오전 10시 박 전 장관을 소환 조사했다.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는 박 전 장관은 13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박 전 장관은 내란 당일 대통령 집무실에서 계엄 선포 계획을 가장 먼저 들은 국무위원 중 한 명이다. 이후 법무부로 돌아와 실·국장 회의를 열고 검찰국에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계엄 당일 법무부 출입국본부에 출국금지팀을 대기시키라고 지시한 혐의도 적용됐다. 계엄 이후에는 정치인 등 수용을 위해 교정본부에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를 지시한 혐의도 있다. 특검팀은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로 그가 지난해 12월3일 오후 11시쯤 대통령실에서 정부과천청사로 이동하면서 통화한 내역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이 통화한 인물은 임세진 전 검찰과장, 배상업 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신용해 전 교정본부장, 심우정 전 검찰총장 등이다. 임 전 과장은 박 전 장관과의 통화를 마치고 검사·수사관 인사를 담당하는 실무진 2명에게 전화를 걸었고, 배 전 본부장은 출국금지·출입국 관련 담당자들에게 연락했다. 신 전 본부장은 김문태 전 서울구치소장과 연락을 취했다. 박 전 장관은 이후 간부 회의를 열어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다음 날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연락하기도 했다. 한 전 총장은 퇴직 검사 모임인 검찰동우회 회장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탄핵 당시 가장 많이 연락한 인물이다.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이후에는 김 전 수석과 비화폰으로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두 사람이 2차 계엄 등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장관 측은 김 전 수석에게 포고령에 문제가 있으며 국회가 의결했으니 국무회의를 신속히 소집해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고 전했다는 입장이다. 박성재·김주현 곧바로 2차 계엄 법률 검토? 용산 CCTV 속 최측근들 메모 후 문건 만지작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계엄사령부 산하 합동수사본부 검사를 파견하라고 검찰국에 지시 ▲출입국본부 ‘출국금지팀’ 대기 지시 ▲교정본부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 지시 등을 추진했다고 판단한다. 조사를 마친 박 전 장관은 “제가 한 일에 대해 소상하게 다 말씀드렸다”며 “통상적인 업무 수행에 대한 다른 평가를 하는 것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모든 내용을 상세하게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어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지속적으로 특검법의 위헌성에 대해 지적을 했었는데, 이 부분이 현재 특검법에도 시정되지 않은 채 시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점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어떤 내용을 (특검에) 말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의문이 제기되는 모든 점에 대해 상세히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지’ 묻자 “나는 항상 업무를 했을 뿐”이라고 했다. ‘5급 이상 간부들에게 비상대기를 지시했다’는 주장에는 “부당한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구치소장 연락 지시’ 관련 질문에는 “질문이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수용 지시가 계엄과 관련됐느냐’는 질문에는 “누구에게도 체포·구금하라는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를 열기 위해 일부 국무위원을 용산 대통령실로 소집했을 때의 CCTV 영상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은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A4 용지에 직접 내용을 메모하고 특정 문건을 들여다봤다고 한다. 특검팀은 그가 윤 전 대통령 등으로부터 문건 형태로 계엄 이후 법무부가 해야 할 조치 등을 지시받고 현장에서 이를 직접 정리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앞서 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실에 모인 일부 국무위원 등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이후 조치 사항이 담긴 문건을 직접 전달받았다.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계엄 이후 가동할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을 지시받았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향신문> 등 언론사에 단전·단수 조치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시를 한 사실 없다”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은 ‘공관을 통해 대외 관계를 안정화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 박 전 장관 측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개별 지시 문건을 받지 않았고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법무부에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4일 특검 조사에서도 A4 용지에 메모했는지 등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장관 측은 이날 “해당 CCTV 장면을 보여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특검에 제출했다. 특검팀이 김 전 수석을 소환한 건 지난 7월 초다. 그는 지난해 12월4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대통령 안전가옥(안가)에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 전 장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 등과 계엄 관련 법률 검토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모두 윤 전 대통령과는 고교·대학 및 검찰 동기나 선·후배로 윤석열정부 최고위직 법률가들이다. 지난해 말부터 정치권에서 “비상계엄 수사 등 법률적 대응 방안 또는 제2의 내란 모의 가능성을 논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자 이들은 국회와 경찰 조사에서 “연말에 얼굴 보자는 취지였다”(박성재 전 장관), “신세 한탄이나 하자는 자리였고, 법률을 검토할 겨를도 없었다”(이상민 전 장관)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은 이 자리에 한정화 전 법률비서관이 동석한 사실을 확인했다. 주변 CCTV 등 안가 회동 참석자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한 전 비서관의 존재를 인지하고 소환 조사까지 진행했다. 특검팀은 삼청동 안가 모임 성격을 ▲비상계엄 선포 절차 사후 보완 ▲대통령 탄핵 대비 법적 대응 논리 개발 자리 등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내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나온 관련자 진술의 위법성을 면밀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장관과 김 전 수석, 이 전 처장 등은 안가 회동 이후 휴대전화를 바꿨다.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은 지난 3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윤 전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주현 전 민정수석,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밑에서 일하던 검찰 고위 관계자들은 대통령을 ‘운명 공동체’로 생각한다”며 “박 전 장관이나 김 전 수석에 대해서는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 이들에 대해 합리적이고 납득할 만한 수사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국민이 받아들이겠나. 모든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그 사람들에 대한 수사는 계속돼야 한다. 이들은 죽을 때까지 수사선상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증거 이미 폐기했다? 특검팀은 과거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작성했던 수사보고서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검찰 특수본 수사보고서의 제목은 ‘2차 비상계엄 가능성에 대한 의혹 등 정리 보고’다. 수사보고서에는 “12·4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고 난 직후, 윤 대통령이 계엄사령부 상황실로 찾아가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게 ‘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 ‘내가 다시 계엄을 할 테니 그때는 철저히 준비해서 국회부터 장악하라’라고 지시한 정황”이 있다고 적혔다. 해당 의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처음 제기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6일 비상 의원총회에서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2차 발령을 준비했다는 정황을 공개했다. 검찰이 이 같은 민주당의 의혹 제기와 관련해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계엄사령관인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윤 대통령, 김용현 장관과 함께 합참 지휘통제실 내 별도의 방에 들어갔다고 국방위 현안 질의에서 답한 바 있으나 대화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발언했으나 박 총장이 답변한 날인 12월5일은 윤 대통령의 위와 같은 발언이 공개되지 않은 시점”이라며 박 전 총장에 대해 조사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검찰은 수사보고서에서 시민단체와 언론사 보도 등 2차 계엄 의혹과 관련한 의혹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육군 복수 부대에 지휘관 휴가 통제 지침이 내려졌고 비상계엄 선포 이후 경계 태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의혹과 계엄 둘째 날 지방 공수여단의 서울 진입 계획이 있었다는 육군특수전사령부 간부의 언론사 인터뷰 등이 그 근거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에게 ‘국회 문을 열고 들어가 의사당 내 의원들을 밖으로 이탈시킬 것’이라고 동일한 명령을 내렸지만, 지시가 이행되지 않아 2차 계엄이 준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12월4일 새벽 중요…검도 “수사 필요” 인정 자료 이미 사라졌나…용산 PC 전부 포맷 확인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윤 대통령의 ‘국회의원 이탈 명령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자 김 장관에게 위와 같은 발언(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을 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이고, 이와 더불어 ‘추가 계엄 선포’와 관련된 발언을 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이므로 관련 내용 수사 필요성 있음”이라고 적었다. 특검팀은 대통령실 고위 간부들이 조직적으로 2차 계엄 관련 자료를 폐기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18일 정진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한 특검팀은 정 전 실장에게 계엄 이후의 상황을 따져 물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 전 실장은 불법 계엄 전후 윤석열 전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했다. 그는 계엄 선포 직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 있었다.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참석했다. 이튿날 새벽에 계엄 해제 국무회의가 열리기 전, 윤 전 대통령이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 머물 때 찾아가 만나기도 했다. 정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4일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이후 윤 전 대통령, 박 전 총장, 김 전 장관 등과 함께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 내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의결된 후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와도 통화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해 12월4일 오전 2시58분쯤 정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국회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정부에 도착했음을 확인하고 정부의 신속한 계엄 해제 조치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정 전 실장은 대통령실 윗선이 계엄 증거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에도 연루돼있다. 특검은 지난 4월 대통령실 컴퓨터(PC) 전체 초기화 계획이 정 전 실장의 지시로 실행됐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특검팀은 앞서 별도 전담팀을 꾸려 정 전 실장 관련 의혹을 수사해 왔다. 특검팀은 이날 정 전 실장을 상대로 계엄 당시 국무회의와 대통령실 상황, 추 전 원내대표와의 통화 경위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부족하다 특검팀은 박 전 총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재조사했다. 앞서 박 전 총장은 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으로서 불법 포고령을 발령한 혐의(내란중요임무종사)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박 전 총장도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뒤 윤 전 대통령, 김 전 장관 등과 합참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