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노에 중독된 초딩들 충격 실태

어른 못잖은 몸 자랑…꼬마들의 변태짓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안 보면 잠이 안와요”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아요” 등 야동 없인 못 산다고 외치는 초등학생들이 있다. 음란물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매일 밤 습관적으로 야동을 보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는 현실이다. 문제는 단순히 음란물을 접하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직접 촬영한 뒤 유포까지 서슴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소 믿기 어려운 10대들의 충격적인 음란물 유포 실태를 알아봤다.
 
지난달 17일, 초등학교 4학년인 A(10)양은 자신의 스마트폰 카카오톡에 친구로 등록되지 않은 한 남성으로부터 한 메시지를 받았다. “난 16살인데, 넌 몇 살?” 자연스레 메시지를 주고받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 남성은 “저랑 야한 이야기하거나 노실 분, 여자 11∼16살까지 남자에 대해 알고 싶다면 톡 걸어주세요”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A양은 이 남성의 의도를 의심하면서도 호기심이 발동해 계속 대화를 이어갔다. “누구세요. 야한 이야기 하나만 알려주세요.”

홀딱 벗고
동영상 촬영
 
A양의 뜻대로 이 남성은 야한 이야기를 술술 풀었다. A양의 호기심은 더욱 커져갔고 대화는 끊일 줄 몰랐다. 야한 이야기를 주고받다 보니 어느새 대화의 수위는 ‘19금’을 넘어섰다. 이 남성은 급기야 A양에게 가슴사진을 요구했고 A양은 엄마의 옷장에 있는 브래지어를 착용한 뒤 스마트폰으로 가슴을 촬영했다. 그리고 이 남성에게 가슴 사진을 전송했다. 남성은 가슴사진으로 야한 이야기를 엮으며 대화의 수위를 더 높였다.
 
그러나 이 남성은 나체사진을 원했다. A양에게 브래지어를 벗고 찍을 것을 요구한 것이다. 결국 A양은 브래지어를 벗고 동영상을 촬영했다. 이 남성은 A양의 몸 구석구석에 대해 평가하며 야한 농담을 이어갔다. 이후 A양의 나체 동영상은 인터넷을 타고 빠르게 확산됐다. 국내 사이트는 물론 해외 사이트까지 뻗어갔다.
 

A양은 이 동영상의 유통경로를 역추적해온 경찰의 소환 통보를 받고 부모와 함께 경찰서에 출석해 “스마트폰을 만지다 버튼을 잘못 눌러 스마트폰에 남아 있던 동영상이 유튜브에 게재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트위터, 페이스북, 유튜브 등에 아동과 청소년이 나오는 음란물을 게시한 이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이 가운데에는 초등학생 등 미성년자도 상당수 포함돼 있었다.
 
이처럼 초등학생들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음란물을 유포하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어린 자녀를 두고 있는 부모들의 불안감이 확산됐다. 지난달 30일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아동 음란물 사진과 동영상을 유포하거나 소지한 혐의로 회사원 A(46)씨 등 7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자신의 얼굴 및 신체를 노출한 채 음란행위 장면을 직접 촬영해 SNS에 게시한 형사미성년자 등 사안이 경미한 초등학생 33명을 포함한 미성년자 43명은 선도 조건부로 불입건 조치됐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2009년부터 올해 8월까지 해외 음란물사이트에서 여성아동의 나체사진과 성행위 동영상 등 3만8000여건을 상습적으로 다운받아 소지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입건된 74명이 약 10만 건의 아동음란물을 유포·소지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입건된 74명 가운데 중·고등학생은 공공장소에서 자신의 성기를 촬영해 트위터에 유포하는 등 죄질이 중한 경우를 포함 17명에 달했다.
 
자신 나체 사진 찍어 SNS 유포
야동 안보면 잠 못자는 초등생도
 
경찰 조사결과 트위터를 이용한 아동음란물 유포자는 대부분 남녀 중·고등학생들로 자신을 과시할 목적으로 신체를 촬영해 공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수사는 미국 국토안보부 소속 국토안보수사국(HSI)과 공조를 통해 이뤄졌다.  경찰 관계자는 “미국은 유튜브, 페이스북과 같은 인터넷 사업자가 음란물을 발견하면 신고하도록 강제하고 있다”며 스마트폰과 SNS의 보급으로 음란물 유포가 급증함에 따라 지난해 8월 HSI와 수사자료 공유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 IP주소 등을 제공받아 음란물 게시자를 적발하게 됐다“고 말했다.
 
음란물 유포자 중 절반이 10대였다. 이중 초등학생이 30%에 달했다. 지난 3일 김대환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 팀장은 라디오 <한수진의 SBS 전망대>와의 인터뷰에서 아동 음란물을 유포하거나 소지한 자들은 주로 본인 계정의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유튜브 등 SNS에 아동 음란물을 올렸다고 했다. 김 팀장은 “특히 초등학생이 33명이나 됐다”고 지적했다. 초등학생은 주로 SNS에 본인의 은밀한 부위를 촬영해 올렸다가 적발된 경우다.
 

적발된 33명 초등학생 중에는 06학번도 아닌 06년생 초등학교 2학년생이 2명이나 있었다. 이 아이들은 단순히 ‘네 성기 보여주면 내 성기 보여줄게’ 식으로 노출사진을 교환했다. 이중에는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던 학생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현실에서 인정받지 못한 욕구를 인터넷 공간에서 풀고자하는 심리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초등학생들의 엽기적인 행태에 대해 김 팀장은 “(페이스북 등) ‘좋아요’를 받기 위해서 한다든지, 아니면 인터넷상에서 주목을 받고 싶어서 했다고 주로 이야기를 하더라”면서 “아이들이 올린 경우 성매매 등과는 거리가 멀었다”고 설명했다. 아동 음란물 제작 및 유포 경위에 대해서는 “우리가 통상 사용하는 스마트폰으로 찍어서 올렸다. 이른바 셀카”라며 “요즘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자유자재로 쓰는데 이게 잘못돼 나쁜 용도로 쓰이게 된 것”이라고 전했다.

“야한게 좋아”
성인물 흉내
 
우리나라는 아동 음란물을 소지만 해도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유포 시 처벌은 더 커진다. 7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그러나 초등학생들이 이러한 사실을 알리 만무하다. 김 팀장은 “아이들은 사실상 처벌을 받는 건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며 “부모 같은 경우도 아이들이 이런 행위를 하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아주 놀라서 어떤 부모는 기절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음란물 유포가 심각한 이유는 빠른 확산 속도다. 누군가는 이들이 올린 음란물을 상업적으로 이용할 수도 있다. 국내 뿐 아니라 해외 성인사이트에도 올라가 2차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10대들의 음란물 유포 행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12월, SNS 상에서 10대 여학생들의 나체 사진이 무분별하게 퍼졌다. 나체 사진들은 누군가에 의해 몰래 찍힌 것이 아니라 10대 여학생들이 스스로 찍어 올린 것으로 추정돼 충격이 더 했다.
 
당시 트위터 상에서는 자신을 10대 여학생이라고 밝히며 가슴, 엉덩이, 은밀한 부위 등 자극적인 나체 사진을 찍어 올린 계정이 숱하게 발견됐다. ‘초딩가슴♥’이라는 이름의 계정은 가슴을 찍은 사진을 프로필 사진으로 걸어놓은 채, 자신을 수원에 사는 12살 초등학생이라고 소개했다. ‘야한 게 좋은 중딩♥’이라는 이름의 계정은 그 수위가 더 심했다. 이 계정의 ‘사진과 동영상’ 카테고리에는 특정 자세를 취한 채 은밀한 부위를 찍은 노출 사진이 가득 올라와 있었다.
 
 
‘초딩가슴♥’과 ‘야한 게 좋은 중딩♥’의 트위터 팔로어는 각각 7200여명과 1만1000여명이었다. 심지어 ‘정액받이고딩XX’라는 노골적인 이름의 계정까지 등장했다. 이 계정의 팔로어는 1만5000여명에 달했다. 이 같은 계정들의 팔로어가 수천~수만명에 달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특정 계정의 팔로어가 되면 해당 트위터 계정에 올라오는 글과 사진, 동영상 등을 실시간으로 받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팔로어들은 이 계정들에 노출 사진이 올라올 때마다 격하게 반응했다. 특정 자세를 취하고 사진을 찍어 올려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특정 계정의 주인들은 팔로어들의 요구에 따라 다양한 자세를 취하고 계정에 사진을 게재했다. 스스로 찍어 올린 노출 사진이란 점이 추정되는 부분이었다. “절 욕해주시고 강하게 다뤄주세요” “수치심을 느끼게 욕설을 해주세요” 등 계정 주인의 요구에 몇몇 팔로어들은 입에 담기도 힘든 성적인 욕을 내뱉기도 했다. 다만 이들은 얼굴과 신상은 공개하지 않고 오로지 몸매만 공개했다.
 
야동 이용자 30%가 ‘헉’
이성간 노출영상 교환도
 

이처럼 트위터에 나체 사진을 찍어 올리는 10대 여학생이나 이에 열광하는 트위터 팔로어들이 자꾸만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여느 SNS보다 익명성이 보장되는 트위터가 이들의 왜곡된 욕망을 표출하기 딱 알맞은 공간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트위터는 가입시 실명 인증을 요구하지 않는다. 이메일 계정만 입력하면 누구나 회원가입을 할 수 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지난해 3월부터 6월 사이 트위터 음란물 집중 단속을 벌여 자신의 나체 사진을 트위터에 올린 미성년자 10명을 붙잡은 바 있다. 그러나 당시 경찰은 이들이 초범에다 이런 학생인 점을 감안해 정식 입건하지 않고 계도하는 수준으로 선처했다. 나체 사진을 트위터에 올린 B(10)양은 경찰 조사에서 “관심을 받고 싶었다”고 말했다.
 
지난달 19일 <SBS스페셜>에서는 ‘10대 음란물, 그리고 인터넷’이라는 주제로 초등학생 포르노 중독 실태를 조명한 바 있다. 당시 방송에서 한 초등학교 4학년 남학생은 우연히 접한 포르노에 중독돼 여자 화장실에서 자위를 한 적도 있다고 고백했다. 강렬한 포르노 이미지가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호기심에 찾아봤지만 어느새 차츰 중독돼 보면 볼수록 더 자극적인 포르노를 원했다.
 
이후 여자친구를 유혹해 공터, 빈 교실 등 포르노에서 봤던 장면들을 그대로 따라 하기도 했다. 포르노 영상을 보다 들켰을 때, 부모의 엄한 체벌은 오히려 포르노를 더욱 은밀히 보도록 만든 계기가 됐고, 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할수록 포르노에 점점 더 빠지기 시작했다. 이 학생에게 포르노는 일상의 탈출구였다. 한 초등학교 6학년 여학생은 포르노에 중독된 후, 수업시간에 선생님과 친구들의 눈을 피해 책상 밑에서 자위행위를 했다고 고백했다. 이 학생은 자위행위를 끊겠다는 다짐을 수없이 해봤지만 컴퓨터 앞에만 앉으면 포르노에 손이 갔다.
 
한 고등학교 남학생은 근친상간이 주 내용인 포르노를 접한 이후 충격에 빠졌다. 이후 무의식적으로 성관계하는 장면이 떠오른다는 고민을 털어놨다. 스스로 패륜아라고 생각하는 이 학생은 포르노 중독에 매우 힘들어하고 있었다. 호기심에 포르노를 흉내내는 10대들이 늘어나면서 초등학생 성범죄가 일어나기도 했다. 지난해 충격을 안겨줬던 ‘원주 초등학생 사건’은 포르노에 중독된 초등학생 3명이 지적 장애여성을 성폭행한 사건으로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다.

소외된 아이들

인정욕구 해소
 
19세 미만 청소년을 성추행, 성폭행한 또래 성범죄 청소년 사건은 2002년 60건에서 지난해 782건으로 13배나 늘었다고 한다. 청소년 성범죄는 날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지만 적절한 대안이 없어 다시 학교로 돌려보내고 있는 실정이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포르노 이용도 문제로 지적된다. 접근성이 편리해 많은 청소년들이 쉽게 음란물을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돈벌이에 혈안이 된 어른들의 각성이 필요해 보인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결국 파경으로 끝난 여교사-초등생 러브스토리
 
초등학교 선생님과 제자의 영화 같은 러브스토리가 결국 파경을 맞았다. A씨(40)는 초등학교 6학년 때인 1986년 같은 학교 여교사 B(52)씨를 알게 됐다. 이들의 사제관계는 A씨가 고등학교를 졸업하던 91년부터 연인 사이로 발전했다. 그리고 고교 졸업 즈음인 93년 무렵 부산 해운대에서 동거를 시작한 이들은 주변의 시선을 아랑곳 하지 않고 사랑을 나눴다.
 
94년 A씨가 군에 입대할 때까지도 사제간의 사랑은 계속 이어졌고, B씨는 이듬해 아이까지 임신했다. 그러나 A씨가 군에서 제대하자 사랑은 싸늘하게 식어버렸다. A씨는 연락을 끊어버렸고, 두 사람 사이에 태어난 아이는 B씨가 홀로 키웠다. 이들은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지만, B씨는 아이가 유치원에 갈 나이가 되자 2000년 10월 A씨의 동의를 받아 혼인신고를 했다.
 
두 사람은 이후에도 따로 살면서 가끔 연락을 주고받거나 1년에 한 번 정도 여행을 가는 정도의 관계를 유지했다. 그러나 만남이 뜸해지면서 두 사람의 사이는 더욱 멀어졌다. A씨는 2009년부터 지속적으로 이혼을 요구했지만, B씨는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 이혼할 수 없다고 맞섰다. A씨는 결국 부산지법 가정지원에 혼인무효 소송을 제기했고, 결국 이들은 법정에 섰다.
 
부산가정법원 가사5단독 박숙희 판사는 “원고가 이 사건 혼인 신고 당시 진정한 혼인 의사가 없었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A씨가 낸 혼인 무효 소송을 기각했다. 그러나 박 판사는 혼인 무효 소송에 패할 것에 대비해 A씨가 예비로 낸 이혼 청구는 받아들였다.
 
박 판사는 “A씨와 B씨는 법률적으로 혼인관계에 있을 뿐 혼인 신고한 후부터 현재까지 장기간 서로 떨어져 지내며 독립적으로 살아왔다”며 “두 사람의 관계가 신뢰를 회복하고 혼인생활을 지속할 수 없을 정도로 악화돼 이혼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결했다.
 
박 판사는 또 혼인파탄 경위와 아이의 나이, 현재 양육상황 등을 고려해 B씨를 아이의 친권자와 양육권자로 지정했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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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한미 정상회담 팩트시트가 공개되자, 가장 큰 화제가 된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에 대해 “문구가 추상적이어서 모호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에 자극 받은 일본도 핵잠수함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핵잠수함 건조를 현실화하지 않으면 “일본에 핵 보유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의 국내 정치용으로 활용하게 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29일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타결된 한미 관세·안보 협상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가 지난 14일 공개됐다. 가장 큰 논란은 핵 추진 잠수함(이하 핵잠수함) 관련 합의 문구였다. 산 너머 산 구체성 없다 팩트시트를 통해 확인되는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선 “구체성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팩트시트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 민간·해군의 원자력 프로그램 ▲한미 원자력 협정에 부합하고 미국의 법적 요건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한국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로 귀결될 절차 등을 지지한다. 이어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고, 한국과 조선 사업 요건 진전·연료 조달 방안 등을 포함해 긴밀히 협력한다. 미국은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 지지·승인·협력할 뿐이다. 이를 두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같은 날 브리핑에서 “한미 정상의 논의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에서 건조하는 게 전제였다”며 “우리 핵잠수함을 미국에서 건조하는 방안은 거론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같은 날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며 “국내 건조 장소 합의는 팩트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기자들 앞에서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을 발표하면서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건조될 것”이라며 “미국 조선업이 곧 대대적인 부활을 맞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핵잠수함이 건조되려면, 산적한 현안을 모두 해결해야 한다. 팩트시트엔 건조 장소가 적시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명시해 발표했기 때문에, 미국이 순순히 양보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같은 회담 결과를 두고 양국의 주장이 엇갈리는 자체가 논란이 되고 있다.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및 핵연료 재처리엔 ▲한미 원자력 협정 부합 ▲미국의 법적 요건 준수 ▲한국의 평화적 이용 등 단서가 붙는다. 기술 이전 과정에도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핵잠수함 보유국은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인도 등 6개국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30일 “미국이 핵잠수함 기술을 공유한 사례는 1950년대 최우방국 영국과 협력한 사례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미국의 핵잠수함 기술은 미군이 보유한 가장 민감하고 철저히 보호돼온 기술”이라며 “가까운 동맹인 영국·호주와 체결한 핵잠수함 협정에서도 직접 기술 관련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우리에겐 우라늄 농축·재처리 기술이 없어서 미국으로부터 핵연료를 공급받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하지만 연료 공급 장소·방식은 팩트시트에 명시되지 않았다. 연료 공급 방법을 확보하지 못하면, 핵잠수함을 만드는 의미가 없다. 핵잠 건조 추상적인데 “고정밀지도 내놔” 발 빠르게 비핵 3원칙 수정하려는 일본 미국의 법률 개정 절차도 거쳐야 한다. 미국 원자력법은 ‘미국이 다른 나라와 군사적 목적의 원자력 협력을 하려면, 원자력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한미 원자력 협정을 개정한 후 미국 상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국제 무기 거래 규정도 상원의 동의를 얻어 개정해야 한다. 원자력 협정 개정이 팩트시트에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해선 “미국 에너지부의 반대 때문”이란 지적도 있다. 미국 일각에서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한단 것이다.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는데, 우리는 미국에 고정밀지도를 넘겨야 하는 상황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팩트시트엔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포함한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정책에 있어 미국 기업이 차별당하거나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이 있다. 또 “위치·재보험·개인정보에 대한 것을 포함해 정보의 국경 간 이전을 원활하게 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도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온라인플랫폼의 ▲자사 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 등을 막는 내용이 담긴 우리의 온플법 제정을 반대했다. 팩트시트를 따르면, 미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가 어려워진다. 아울러 우리는 구글·애플이 요청하는 1:5000 축척 고정밀지도 국외 반출 요청을 수용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정부는 애플이 요청한 지도 반출 여부를 다음 달에, 구글의 요청은 내년 2월 결정할 예정이다. 팩트시트에 게재된 합의 사항대로라면, 애플·구글의 요청을 수용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15일 논평을 통해 팩트시트 속 위험요소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정부는 ‘농·축산물 개방은 없다’고 말해 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대로 농·축산물 개방 문구가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고정밀 지도 반출 등 대한민국의 디지털 주권과 직결된 사안까지 미국의 요구를 반영해 슬그머니 끼워 넣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반도체 관세에 대해서도 ‘다른 나라보다 불리하지 않게 한다’는 모호한 문구만 있다”며 “경쟁국 대만과 비교해 어떻게 적용할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팩트 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50억달러(약 36조7183억원) 규모의 미국산 군사 장비를 5년 동안 구매하고, 주한미군에 대해 330억달러(약 48조4682억원)를 포괄적으로 지원하면, 천문학적인 재정 부담을 떠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핵잠수함 건조 과정은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라서 장밋빛 전망만 내세울 때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고정밀지도 반출 가능성 실제로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가 실현되기까지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해서 실질은 아직 불투명하다”며 “선언이 지나치게 앞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핵잠수함 나비효과가 일본으로 번졌단 점이다.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자, 일본 정치권도 크게 술렁였다.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은 지난 12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미국·중국은 이미 핵잠수함을 갖고 있고, 지금은 핵잠수함을 보유하지 않은 한국·호주가 앞으로 보유하게 된다”며 “일본의 억지력·대응력을 강화하려면, 전고체·연료전지·원자력 등 다양한 동력원에 대해 폭넓게 논의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일본은 1967년 사토 에이사쿠 당시 총리가 선언했던 비핵 3원칙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비핵 3원칙은 “핵무기를 만들지도, 가지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선언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일찍부터 핵무기 반입 금지 방침 완화를 주장했다.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도 같은 날 “현 시점에선 재검토 여부를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국회 연설에서 “내년 중 3대 안보 문서 개정을 위해 검토를 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3대 안보 문서는 ▲국가안보 전략 ▲국가방위 전략 ▲방위력 정비 계획 등을 말한다. 여기엔 비핵 3원칙이 모두 포함돼있다. 일본은 이미 지난 2022년 “반격 능력을 보유하고, 장거리 미사일 전력을 향상한다”는 내용을 3대 안보 문서에 포함했다. 묘한 것은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이 일본 국내 정치구도까지 뒤흔들 가능성이 있단 것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카이치 총리가 선출될 당시 라이벌이었다. 지난달 4일 진행된 자민당 총재 선거 1차 투표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183표(31.1%)를 얻었고, 고이즈미 방위상은 164표(27.8%)를 얻었다. 결선투표에선 다카이치 총리가 185표(54.3%)를, 고이즈미 방위상은 156표(45.7%)에 머물렀다. 하마터면 다카이치 총리는 자민당 총재·총리로 선출되지 못할 뻔했다.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통하는 다카이치 총리에 반발한 공명당이 지난달 10일 자민당과의 연정에서 탈퇴했기 때문이다. 당시 공명당 사이토 데쓰오 대표는 고이즈미 방위상에 대해선 “정치자금 규제와 관련된 공명당의 처지를 이해하고 있었다”면서 호평했다. 고이즈미 방위상도 “지금까지 정책 실현에 대해 힘써 주신 것에 대해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고 화답했다. 미일 협력 중국 견제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0일 기적적으로 일본유신회와의 각외 협력 형태의 연립 정권 구성에 합의했다. 각외 협력은 연립 정권 구성엔 합의하지만, 내각엔 참여하지 않는 형태를 말한다. 일본유신회가 제시한 조건은 ▲오사카 부수도 지정 구상 수용 ▲국회의원 정원 10% 감축 ▲기업·단체 후원 폐지 ▲평화 헌법 개정 ▲방위력 강화 등이었다. 자민당과 다카이치 총리는 이를 모두 수용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1일 내각을 출범시키면서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했다. 가장 큰 정치적 의미는 ‘당내 정적 포용’이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전혀 없는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해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미가 있다. 정반대의 의미를 강조하는 해석도 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없는 고이즈미를 현안이 산적한 방위성 장관으로 임명해 자멸을 유도한다”는 취지의 해석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주어진 현안은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 ▲자주적 방위력 강화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 ▲방위 장비 수출 운용지침 폐지 등이다. 이중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은 ‘중국 견제’라는 미국·일본의 공통 이해관계로부터 시작됐다. 일본은 군사력을 강화해 더 광범위한 지역에서 역할을 맡으려고 한다. 미국은 일본의 적극적인 역할을 통해 더 효율적으로 중국을 견제할 수 있다. 문제는 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 “방위비를 GDP(국내총생산)의 3.5%로 증액하라”고 요구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8일 진행된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방위비 증액·방위력 강화 방침을 설명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음 날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을 만나 “방위비를 올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정부는 오는 2028년 3월까지 방위비를 GDP의 2%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 방위 정책과 관련해 국내 정세와 가장 민감하게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을 곤란하게 할 사안이 있다. 바로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이다. 일본 오키나와현 소재 후텐마 기지는 기나완시 시가지 한복판에서 시 면적의 1/4을 차지하고 있다. 후텐마 기지는 1945년 건설됐고, 일본에서 크고 작은 논란을 일으켰다. 오키나와현의 주민 중 상당수는 미군의 범죄와 소음 피해 등을 이유로 기지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팩트시트’ 고이즈미 날개 다나 견제 압박 와중에 뜻밖의 호재 지난 2004년엔 후텐마 기지 소속 헬리콥터가 오키나와국제대학에 추락하는 등 사고도 여러 번 발생했다. 오키나와가 일본에 편입된 시점은 1879년이었다. 1945년부터 1972년까진 미국의 지배를 받았다. 따라서 오키나와에선 반미 감정이 강하고, 자민당 지지율이 낮은 편이다. 후텐마 기지와 관련해서도 일본 정부는 오키나와섬 내 나고시 헤노코 이전을 추진했지만, 오키나와 현·주민의 반대가 강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23년엔 다마키 데니 현지사가 방위성이 신청한 비행장 설계 변경 신청을 승인하지 않고 공사 중단을 요구했다.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은 일본의 역사적 맥락과 맞물려 수십년 넘게 해결되지 못한 사안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중국 견제를 위한 새 안보 질서와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정치적 압박을 가할 수도 있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 2019년 고이즈미 방위상을 환경상으로 발탁했다. 이 임명에 대해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무게를 키우면서도, 문제가 발생하면 그를 정치적으로 낙마시킬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의 아버지인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는 퇴임 이후 강력한 원자력 발전소 폐지론자가 됐다. “아버지의 활동이 아들의 정치적 미래를 흐리게 할 수 있어 고이즈미 방위상을 견제하는 묘수”란 평가도 있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기후 변화 문제는 펀하고, 쿨하고, 섹시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등 적당히 괴상한 발언을 하는 등 바보 행세를 하면서 견제를 피했다. 한동안 일본에선 고이즈미 방위상이 진짜로 바보인지, 바보인 척 연기를 하는지 장난 섞인 논쟁이 오랫동안 이어졌다. 이후 고이즈미 방위상은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고노 다로 전 외상과 연합해 이시바 내각 탄생에 큰 공을 세웠다. 이어 농림수산상으로서 쌀값 폭등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지난 2023년엔 자민당 내 정치자금 문제가 불거지자, 조기 의회 해산 및 총선거 진행을 적극적으로 제안한 후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당시 자민당은 중의원 과반에 미달하는 의석을 얻었다. 하지만 일각에선 “더 큰 패배를 당하기 전에 적절한 시점에서 중의원 해산을 건의했다”며 긍정적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방위상 취임 이후엔 어떻게 구 아베파·아소파의 견제를 피할 것인지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한 사안은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견제 수위를 낮추면서 자민당·내각의 협조를 얻을 수 있는 뜻밖의 호재로 다가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이 일본의 핵잠수함 도입을 주도한다면,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가 될 수도 있다. 견제 회피 일거양득 우리의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일본 정치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사안이 된 것이다. 만약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불확실해지면, 이재명정부는 이 때문에 더욱 큰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일본의 군비 증강에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미래를 위한 발판을 제공한 것”이란 비판이 따라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핵잠수함 나비효과는 이렇게 일본으로 번졌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