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특별법 10년> 단속 비웃는 ‘원정녀’ 실태 고발

오대양 육대주로…한국녀 떠난다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2004년 9월23일, 홍등가는 요동쳤다. 정부가 ‘성매매특별법’이라는 비장의 카드를 꺼내 들었기 때문이다. 성매매특별법은 성매매를 강요한 업주에 대한 처벌을 대폭 강화하는 한편 성매매 피해여성의 인권을 보호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었다. 실제로 법 시행 이후 전통적인 성매매 집창촌은 서서히 줄어들었지만, 갈 곳을 잃은 성매매 여성들은 음지로 숨어들어 다양한 변화를 시도했다. 일부는 해외로 원정을 떠나기도 했다. 성매매특별법이 성매매 여성의 수출하는 데 일등공신이 된 셈이다.

 
성매매특별법은 2000년과 2002년 전북 군산 대명동과 개복동 화재 참사로 인해 성매매 여성들의 인권 문제가 부각되면서 본격 논의되기 시작했다. 성매매산업 해체 운동이 전국적으로 번진 것이 계기였다. 경찰은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 적극적으로 움직이면서 성매수자도 무조건 입건하는 등 집중 단속을 펼쳤다. 이로 인해 성매매산업이 급속히 위축되기도 했다. 실제로 주요 홍등가의 불빛이 점차 희미해져갔다. 성매매특별법의 효력이 제대로 발휘되는 듯 보였다. 그러나 오판이었다. 홍등은 더 깊고 은밀한 곳에서 환하게 불을 밝히고 있었다.

껍데기만 특별법
부작용 많았다
 
‘성매매방지법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지 올해로 10년째를 맞았지만, 그 실효성에 대한 의문은 끊이지 않고 있다. 성매매특별법의 성적표는 매우 초라하다.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 쪽을 누르면 다른 쪽에서 부풀어 오른다는 ‘풍선효과’ 논란이 점차 커지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양지에서 음지로, 국내에서 해외로 성매매의 영역이 깊어지면서 넓어지고 있다. 성매매특별법이 성매매 공급만 고려했기 때문에 실패했다는 목소리가 높다. 성을 사려는 수요는 등한시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 원정 성매매가 꾸준히 증가했다는 것이다. 국내 단속을 피해 해외로 나가 성매매를 하는 원정 성매매의 적발건수가 5년새 4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새정치민주연합 박남춘 의원(국회 안전행정위원회·인천 남동갑)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09년 128건이었던 해외성매매 검거자가 2010년에 78명, 2011년 341명, 2012년 274명, 지난해 496명으로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성매매알선자를 적발한 건수가 7배 가까이 늘었고, 성매수자인 남성의 적발보다 성매도자인 여성을 적발한 건수가 4배 이상 많았다. 박 의원은 “경찰에 따르면 해외성매매로 구속된 자의 대붑분은 성매매알선자인데, 이들의 구속률은 9%에서 5%로 절반 가까이 떨어져 ‘성매매알선자를 강력하게 처벌하겠다’던 법 시행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었다”고 불편한 현실을 지적했다.
 
해외성매매 적발국은 일본이 61%로 가장 많았다. 이어 필리핀, 미국, 호주 순이었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동남아 성매매관광과 관련해 태국이나 베트남에서 적발된 건수가 미미한 것으로 볼 때 동남아 성매수자에 대한 단속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태국은 2009년 16건을 적발했지만 2010년 이후 전무하다. 베트남도 2009년 15건을 적발했지만 2010년부터 2013년 사이 단 1건을 적발하는 데 그쳤다. 중국도 2009년 26건이었다가 2012년 2건, 2013년 5건으로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호주, 일본 적발 건수는 증가추세였다.
 
성매매 범죄자의 여권발급제한조치는 2009년부터 2013년까지 5년간 55건에 불과했다. 올해의 경우도 8월 기준 19건에 불과하다. 해외성매매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해외 성매매알선자와 성매수자에 대한 보다 강력한 처벌과 단속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지만 제도는 미흡하다.

성매매 억제하니
음지로, 해외로…
 
원정 성매매가 급증하면서 웃지 못 할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일본 워킹홀리데이를 악용해 현지 원정 성매매를 해 온 한국 여성들이 최근 몇 년 동안 강제추방되는 등 부작용이 커지면서 주한 일본 대사관이 만 26세 이상 한국 여성에 대한 자국 워킹홀리데이 비자발급을 중단하는 조치를 취한 것이다.
 
26세 이상 한국여성들이 워킹 홀리데이 비자 발급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주한 일본대사관이 발표한 2014년 2분기 워킹홀리데이 비자 심사 합격자는 총 723명으로 지난해 2분기 합격자 1461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1분기 워킹홀리데이 합격자 수 역시 880명으로 작년 동기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2∼3년 전까지만 해도 90%대였던 합격률은 올해부터 70% 초반으로 급락했다.
 

일본은 공식적으로 여성의 워킹홀리데이 비자 신청 자격을 만 18∼25세로 제한하고 있지만 보통 만 30세까지도 비자를 발급해 왔었다. 일부 몰지각한 원정 성매매 여성들이나 퇴폐업소들로 인해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주한 일본대사관 측은 한국 여성의 위킹 홀리데이 심사 탈락 원인에 대해 “영사가 심사권한을 갖고 있기에 알려줄 수 없다”고 답했다. 유학원 업계나 일본 사정을 잘 아는 사람들은 그 이유가 원정 성매매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워킹 홀리데이 프로그램을 악용하는 사례가 늘자 일본 정부가 이들의 입국을 원천차단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 남성은 만 30세까지 워킹 홀리데이 비자를 받는 데 문제가 없다.
 
특별법 시행 2004년 이후…홍등가 풍선효과
집창촌 위축됐지만 변종들 음지로 숨어들어
 
지난 10여년 동안 한국 여성 수천여명이 일본 각지로 원정 성매매를 떠났다가 당국의 단속으로 강제 추방된 사례가 많았다. 원정 성매매 여성을 피해자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지만 대부분의 여성들은 목돈에 목적을 두고 자발적으로 일본으로 가 매춘을 한 여성들이 90% 이상이라고 알려진다. 대학생은 물론 평범한 직장인들도 원정에 뛰어든다고 한다.
 
지난 5월, 일본에서 유흥업소를 운영하며 한국에서 데리고 간 유흥업소 종사자 등 한국인 여성들을 고용해 일본인들을 상대로 술을 팔고 성매매를 알선한 한국인 업주와 업소 마담, 성매매 여성 등이 무더기로 검거됐다.
 
대구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일본에서 주점을 운영하면서 한국인 여성들을 고용해 술을 팔고 성매매를 알선한 김모(48·여)씨에게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또 김모(43·여)씨 등 업소 종업원 2명과 허모(31)씨 등 성매매 여성 7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 등 업소관계자 3명은 지난 2007년부터 2008년까지 일본 오사카에서 유흥업소를 운영하면서 허씨 등 한국인 여성 14명을 고용해 월 10여차례씩 일본인을 상대로 술을 팔며 성매매를 알선한 혐의를 받았다.
 
경찰 조사결과 성매매 여성들은 한국에서 유흥업소에 근무하던 중 김씨 등으로부터 면접까지 본 뒤 관광비자를 받고 일본으로 가 1회 2만엔(한화 약 22만원)의 화대를 받고 성매매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업소관계자들은 일본인과의 결혼 등을 통해 영주권을 가진 상태로 성매매 여성들은 비자가 만료되면 한국으로 일시귀국했다가 다시 출국해 성매매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원정 성매매의 꼬리를 잡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아 보인다.

끊이지 않는
어둠의 거래
 
앞서 3월에는 모델 지망생들을 상대로 성관계를 맺고 해외 원정 성매매까지 시킨 모델 기획사 대표가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모델로 데뷔시켜 준다며 지망생들을 속이고 대출금과 성상납을 요구하고 원정 성매매를 시킨 기획사 대표 설모(39)씨와 영업이사 김모(25)씨를 구속했다. 또 같은 혐의로 기획사 상담실장 윤모(29·여)씨 등 직원 6명과 성매수남 박씨 등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설씨는 지난해 말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오피스텔에 사무실을 차린 뒤 인터넷 구인 사이트에서 ‘모델 구합니다’라는 글을 올려 모델 지망생을 모집했다. 지망생들과 전속계약을 맺은 뒤에는 보증금 명목으로 대출을 받도록 강요해 모두 1억9000여만 원을 챙겼다.
 

모델 지망생들은 설씨의 협박에 성상납을 했다. 지난해 말에는 모델 지망생 4명에게 ‘싱가포르 클럽에서 파티 매니저 역할을 하면 한 달에 5000만원 이상을 벌게 해주겠다’고 속여 해외 원정 성매매를 알선하기도 했다.
 
어설픈 단속과 솜방망이 처벌
신·변종업소에 손님 바글바글 
 
이러한 사건과 더불어 원정 성매매의 실태가 알려지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속칭 ‘19호녀’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호라 불리는 미모의 한국 여성이 일본 성매매 원정을 떠나 일본 남성과 성관계를 하는 동영상이 삽시간에 퍼지면서 원정 성매매 존재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19호녀 동영상의 영향력은 어마어마했다. 남성들 사이에서 19호를 모르면 간첩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19호녀 동영상이 화제가 되면서 갖은 설이 난무했다. 그러던 중 지난 7월 <19호>라는 장편소설이 나오기까지 했다. 소설 <19호>는 ‘원정녀 몰래카메라’라는 실제 사건을 기반으로 픽션과 논픽션을 넘나들며 음모를 숨기려는 집단과 진실을 파헤치려는 집단 간의 팽팽한 두뇌 싸움을 긴장감 있게 그려낸 작품이라고 소개돼 있다. 그만큼 원정 성매매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반증이다.
 
문제는 원정 성매매가 일본에서만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호주, 캐나다, 미국, 중국, 동남아 등에서 원정 성매매를 벌이는 한국 여성의 숫자가 최대 10만여 명에 이를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국제사회는 40만여 명에 이르는 중국 여성들의 원정 성매매와 함께 한국 여성들의 원전 성매매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
 

미국 국무부는 해마다 세계 각국의 인신매매 실태를 ‘TIP(Traffick in Persons) Report’를 통해 보고하고 있다. 이 보고서에는 한국의 인신 매매현황도 비교적 자세히 기록돼 있다. 최근 공개된 2014년 보고서에는 새롭게 추가되거나 강조된 부분이 있다.
 
특히 한국 여성의 해외 성매매를 상세히 다뤘다. 2013년 보고서에 명시된 일본, 미국, 캐나다, 호주뿐 아니라 홍콩, 마카오, 두바이, 대만이 추가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여성이 해외 성매매에 연루되는 경로는 인터넷 광고물이었고, 이들은 주로 관광, 취업, 학생 비자를 통해 해외 성매매에 유입됐다.
 
이 보고서는 한국 정부에 몇 가지 제안을 하기도 했다. ▲형사법 내의 ‘인신매매’의 법적 의미를 공식적으로 명확히 해 모든 종류의 인신매매를 불법화하고 인신매매 피해자 모두를 보호할 수 있도록 할 것 ▲인신매매에 정부관료들이 연관되었다는 혐의를 조사하고 연루된 관료들을 처벌할 것 ▲출입국 관리관들이 인신매매의 잠재적 피해자에게 적용하는 출입국관련 규정을 표준화할 것 ▲판사들이 인신매매 범죄자들의 형량을 더 일관되게 판결할 것 ▲2000년도 UN 인신매매 의정서에 가입할 것 등이었다.

성매매 전쟁 실패
새로운 대안 요구
 
한국의 인신매매 처벌에 관한 내용도 있었다. ▲대부분의 사건이 2013년에 수정된 형법 제 31조를 따르지 않고, 상대적으로 관대한 2004년의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벌되고 있다는 점 ▲성적 인신매매 범죄자들의 형량이 대부분 2∼3년이지만, 다수가 집행유예를 받는다는 점 ▲출입국 관련 규정이 일관되게 적용되지 않고 있고, 실제로 형량을 다 살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 등이었다.
 
성매매특별법 10년을 되돌아보는 지금, 가시적인 성과보다는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성매매 여성을 바라보는 시각은 크게 ‘자발이냐 강제냐’는 잣대로 나뉜다. 그러나 성매매 문제의 원인을 단순히 여성에게 전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성매매 문제의 원인을 사회구조적인 문제에서 찾자는 것이다. 올바른 인식과 제도개선이 뒷받침될 때 보다 의미 있는 성매매 담론이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성매매업소 변천사
집창촌 지고 키스방 뜨고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 성매매 집창촌은 눈에 띄게 줄었지만 신·변종업소는 더 늘어났다. 지난 22일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신·변종업소에서의 성매매, 음란행위, 음란물 상영 판매 등으로 경찰에 적발된 건수는 모두 4170건이었다. 이는 지난 2010년 2068건의 2배에 달한다. 또 지난해 4706건의 거의 90%에 육박해 올해 실적은 지난해를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키스방 단속 건수는 2010년 61건에서 지난해 584건으로 무려 857%나 급증했다. 변태마사지 단속 건수는 2010년 505건에서 지난해 1757건으로 3배 이상 뛰었다. 이처럼 신·변종업소가 되레 늘어나는 데 대해 경찰은 단속 근거 자체가 부실했다고 말한다. 과거 경찰은 키스방과 호스트바, 룸카페 등은 풍속영업의 규제에 관한 법률이나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로 처벌할 수 없어 다른 법률을 적용했다.
 
특별법 후 신·변종업소 확산
단속 사각지대서 여전히 성업
 
키스방의 경우 ‘음란한 행위가 이뤄지는 업무에 취업하게 할 목적으로 직업소개, 근로자 모집 또는 근로자 공급을 한 자’를 처벌하는 직업안정법을 적용했으며 룸카페는 PC방처럼 컴퓨터를 방에 설치한 것을 근거로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업주를 단속해야 했다.
 
한편, 지난 2011년 9월 규제개혁위원회는 신·변종업소의 영업을 중단시키는 ‘풍속영업 규제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심의·의결했다. 신·변종업소는 유흥·단란 주점 등 단속 가능한 풍속영업소로 규정돼 있지 않아 사실상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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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