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주 아모레퍼시픽 '앞과 뒤'

회사는 잘나가는데…“점주들이 울고 있다”

[일요시사=경제팀] 박효선 기자 = 아모레퍼시픽 주가가 200만원을 뚫었다. 투자자들은 쾌재를 불렀다. 주가는 연이어 치솟았고 아모레퍼시픽은 ‘황제주’로 등극했다. 그러나 화려해 보이는 아모레퍼시픽의 뒷모습은 어딘가 개운치 않다. 아모레퍼시픽의 성장 뒤에는 대리점주들의 눈물이 서려있기 때문이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아모레퍼시픽에 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아모레퍼시픽은 5억원의 과징금으로 면죄부를 받게 됐다. 
 
주식가치 6조원
5억원의 면죄부
 
지난해 아모레퍼시픽은 ‘갑의 횡포’로 업계를 시끄럽게 만들었다. 영업사원의 막말과 물량 밀어내기, 방문판매원 빼가기 등 아모레퍼시픽은 온갖 논란에 휩싸였다. 정치권에서도 아모레퍼시픽의 횡포를 비판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은 2005년부터 특약점주의 동의 없이 방문판매원 3482명을 다른 특약점이나 직영점으로 이동시켰다. 아모레퍼시픽 특약점은 헤라, 설화수 등의 고가 브랜드 화장품을 방문판매 방식으로 파는 전속대리점이다. 특약점은 방문 판매원을 모집, 양성하는 등 방문 판매의 기반을 확대해 판매를 강화할수록 매출 이익이 커지는 구조다. 
 

아모레퍼시픽이 2005년 1월1일부터 2013년 6월30일까지 기존의 특약점에서 다른 특약점으로 이동한 방문 판매원은 2157명, 직영 영업소로 이동한 방문 판매원은 1325명이다. 해당 방문 판매원들의 직전 3개월 월 평균 매출액은 총 81억 9800만원이다. 
 
반대로 특약점이 세분화되면서 해당 특약점주의 매출은 하락했다. 특약점주들은 시간을 들여 교육시킨 방문판매원을 다른 곳에 빼앗겼다. 함께 일하기로 계약한 방문판매원이 본사 전략에 따라 옮겨가면서 특약점주는 손해를 봤다. 
 
반면 아모레퍼시픽은 신규 특약점을 개설해 방문판매 유통경로를 확대했다. 기존 특약점주는 관리의 주요수단으로 활용했다. 이런 구조를 이용해 아모레퍼시픽은 방문판매 유통경로를 넓혀 이익을 취했다.
 
공정위는 아모레퍼시픽의 이 같은 행위를 갑의 횡포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시정명령과 더불어 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정액과징금으로 내릴 수 있는 최고금액이다.
 
상장사 3번째로 주가 200만원 돌파
곧바로 공정위 ‘갑의 횡포’ 적발 
 
하지만 대리점주의 반응은 시원치 않았다. 피해 대리점주들은 공정위의 판단을 ‘솜방망이 처벌’이라고 비판했다. 대리점주들은 아모레퍼시픽에 대해 “황제주로 등극하면서 서 회장의 주식가치는 6조원에 이른다는데 벌금은 고작 5억원”이라고 질타했다. 공정위가 대리점주에 대한 영업사원의 막말과 욕설, 물량 밀어내기 등 사회적 공분을 샀던 일련의 행위를 ‘무혐의’로 처리했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위법행위를 입증할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판매목표달성을 강요했지만 별다른 불이익이 없었고 물량 밀어내기의 경우에도 부당한 할당량이나 전산망 조작이 없었다는 것이다.
 
이런 내용도 애초 공정위 발표에는 없었다. 공정위의 설명에 피해점주들은 아모레퍼시픽이 했던 말과 다를 게 없다고 비판했다. 사회적 관심이 줄어들자 아모레퍼시픽에 비교적 가벼운 처벌로 사건을 종결했다는 지적이다. 
 
아모레퍼시픽 사건은 지난해 여론의 비난을 받았던 남양유업 사태와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당시 공정위는 남양유업에 123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에 반해 아모레퍼시픽의 과징금은 5억원에 불과하다. 당초 업계는 아모레퍼시픽의 매출이 남양유업의 2배에 달한다는 점을 두고 과징금이 120억원 이상이 될 것이라고 점쳤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아모레퍼시픽은 화장품업계 시장점유율 32.06%의 1위 사업자다. 지난해에는 연매출 2조6676억원을 끌어 들였다. 남양유업(1조2298억원)보다 2배가량 높은 매출이다. 결과적으로 아모레퍼시픽은 비교적 가벼운 처벌로 부담감을 덜어낼 수 있게 된 셈이다.

매출은 늘고
부담은 덜고
 
매출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이 벌어들인 돈에 비하면 5억원이라는 과징금은 그야말로 ‘껌 값’이나 다름없는 수준이다. 
 
올 1분기에만 아모레퍼시픽은 931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년 동기 대비 16.3% 증가한 수치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1757억원과 1229억원으로 각각 25.3%와 35.6% 늘었다. 
 
아모레퍼시픽 화장품 사업은 올 1분기 국내에선 12%, 해외에선 50%에 가까운 성장률을 기록했다. 특히 중국에서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35%, 88% 증가했다. 2분기 영업이익도 늘어났다. 아모레퍼시픽의 2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대비 21% 증가한 9667억원, 영업이익은 69% 늘어난 151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실적 호조세에 주가도 반응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사상 처음으로 200만원을 돌파해 황제주에 올랐다. 현재 주가 220만원을 코앞에 두고 있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의 지분가치도 크게 상승했다. 서 회장이 보유한 상장사 주식 가치는 약 8개월만에 3조원 이상 늘어나면서 6조원대에 근접했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 주가 강세로 서 회장이 보유한 상장사 주식가치는 약 5조9000억원으로 급증했다. 이는 지난해 말 2조7169억원의 배를 웃도는 것으로 7개월 보름간 3조1881억원이나 불어난 수치다. 서 회장의 보유 주식 재산은 주가 급등만으로 올해 하루 평균 매일 140억원씩 증가한 셈이다. 서 회장의 주식 자산은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지난해 6조원을 넘지 못했던 시가총액은 12조원을 돌파했고, 13조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아울러 주가 상승으로 서 회장의 장녀 민정씨가 보유한 상장사 주식 가치도 지난해 말 1344억원에서 1350억원으로 늘어났다. 서 회장은 아모레퍼시픽 주식 62만6445주와 아모레퍼시픽그룹 보통주(아모레G) 444만4362주, 아모레퍼시픽그룹 우선주(아모레G우) 12만2974주 등을 보유하고 있다. 
 
과징금 고작 5억
‘껌값’ 벌금 논란
 
민정씨는 아모레퍼시픽 우선주(아모레퍼시픽우) 111주와 아모레퍼시픽그룹 우선주(아모레G2우B) 24만1271주, 농심홀딩스 1만2070주 등의 상장사 주식을 갖고 있다.
 
이러한 아모레퍼시픽의 성장 뒤에는 방문판매원들의 영업기반이 있었다. 면세점 채널과 중국발 수요라는 외부 요인이 호실적의 근거로 꼽히지만 국내에서 방문판매 비중도 무시할 수 없다. 
 
아모레퍼시픽에 따르면 2014년 상반기 기준매출에서 화장품 부분 판매 중 인적판매(방문판매)가 차지하는 비율은 15.5%, 지난해 방문판매가 차지하는 비율은 21.4%를 차지했다. 온라인, 백화점, 면세점 등의 다른 채널이 판매실적을 차지하는 비율은 10% 이내로 파악됐다. 방문판매 채널은 다른 채널에 비해 높은 수치다. 
 
 

2008년 만해도 방문판매 경로는 아모레퍼시픽 전체 화장품 매출의 절반 이상인 57.1%를 기록했다. 그 비중은 2009년 40.2%, 2010년 38%, 2011년 31.6%, 2012년 23.7%로 지속적으로 줄었다. 특히 지난해 아모레퍼시픽의 갑질 논란 이후 방문판매 경로는 급격히 위축됐다.  
 
방문판매를 통한 매출이 줄어들자 아모레퍼시픽은 신규 특약점을 개설해 유통경로를 넓혔고, 이 과정에서 특약점주의 입장은 배제한 것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대리점주들은 아모레퍼시픽의 ‘황제주’ 등극에 대해 갑의 횡포를 통해 얻어낸 영광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일부 피해 대리점주들은 공정위 결과가 부당하다며 조만간 내부회의를 거쳐 재소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황제주 등극
쓸쓸한 뒷모습
 
한편 경제전문지 <뉴스토마토> 보도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이 공정위의 조사결과 발표 직전 피해 대리점주들에게 합의금 지급을 약속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회사 측이 합의금 지급 조건으로 자사에 불리한 영향을 미치는 행위나 주장 등을 일체 중단할 것을 요구하는 동의서를 받아낸 것. 이에 따라 공정위 제재 수위를 낮추기 위해 합의금까지 주면서 점주들의 입을 미리 막으려 했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공정위 조사결과에 대한 논란에 말을 아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회사에서 점주들과 협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아직까지 공식적인 말씀을 드리기가 어렵다”고 짧게 답했다.
해결의 실마리조차 찾지 못한 채 피해점주들의 입부터 막는데 급급했던 아모레퍼시픽. 진정성 없는 태도에 ‘황제주’의 영광은 어디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 업계의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dklo216@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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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아나운서 강제 마약’ <br>적색수배 피의자 실체

[단독] ‘아나운서 강제 마약’
적색수배 피의자 실체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필리핀에서 프리랜서 아나운서 김나정에게 강제로 마약을 투약한 한국인 사업가 권모씨에게 인터폴 적색수배가 내려졌다. 권씨는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 일대에 서버를 두고 투자 사기, 마약 유통 등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6년간 수사망을 피하며 도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24일 경기북부경찰청 마약수사계는 아나운서 김나정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관련 증거를 경찰에 제출했지만, 경찰은 해당 증거로는 강제성을 증명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해외 도주 대담한 행적 김씨는 지난해 11월12일 마닐라에서 자신의 SNS에 “제가 필리핀에서 마약 투약한 것을 자수한다”며 “죽어서 갈 것 같아서 비행기를 못 타겠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논란이 됐다. 이후 그는 마닐라에서 여객기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귀국해 인천국제공항경찰대의 조사를 받았다. 사건은 주소지 등을 고려해 경기북부경찰청으로 넘어왔다. 이후 김씨 측은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김씨의 법률대리를 맡고 있던 법무법인 충정은 “김나정은 뷰티 제품 홍보 및 속옷 브랜드 출시를 위해 필리핀을 찾았다가 젊은 사업가 A씨(권씨)를 소개받았다. 젊은 사업가가 김나정의 사업을 적극 도와주겠다고 해 시간을 할애해 방문했을 뿐이다. 항간에 도는 소위 ‘스폰’의 존재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취재를 종합하면, 김씨가 필리핀에서 만난 1995년 8월5일생의 사업가 권씨는 SNS에 ‘투자 리딩방’을 개설해 범죄수익을 벌어들인 범죄자다. 업계에서 일명 ‘재림’으로 불리는 그가 리딩방 총책으로 활동하며 발생시킨 투자 사기 피해액만 약 3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2019년 8월4일 필리핀으로 간 권씨는 이후 국내로 입국한 적이 없다. 유튜버 크라임넷 등 제보에 따르면 권씨는 드라마 의 주인공 차무식의 실존 인물인 이상태씨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보호받아왔다고 한다. 검찰은 21년간 필리핀에서 도주 행각을 이어가던 이씨를 현지 교민 정보망을 활용해 검거했다. 법원에서 실형이 선고됐으나, 광주지검 목포지청(곽영환 지청장)은 해외 도주를 이어가던 이씨를 필리핀 현지에서 검거했다고 지난해 8월23일 밝혔다. 사업가로 변신, 김나정 앞에 나타난 권씨 취재 결과 70억대 사기단 우두머리로 확인 이씨는 2014년 공범과 함께 필리핀에서 불법 도박 사무실을 운영하겠다며 투자금 1억1000여만원을 받아 가로챈 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돼 2020년 2월 징역 2년의 확정 판결을 받았다. 구속 기소된 공범은 실형을 살았지만, 해외에 있던 이씨는 공소시효 임박에 따라 궐석재판으로 징역형이 확정돼 ‘자유형 미집행자’ 신분이 됐다. 자유형 미집행자는 징역·금고 등의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잠적하거나 도주한 사람을 뜻한다. 이씨는 2003년 필리핀으로 출국한 뒤 세부섬에서 유흥업소를 운영하며 21년간 귀국하지 않고, 현지에서 공갈·사기 범행을 11건(피해액 약 8000만원) 저질러 지명수배·지명 통보 조치가 내려진 인물이다. 목포지청은 검거팀을 꾸려 이씨 검거에 나섰는데, 필리핀 현지 교민 사이트에서 이씨 거주지를 특정하는 단서를 확보해 검거에 성공했다. 현지 주민들이 이용하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이씨에 대한 제보를 받아 검거에 필요한 핵심 정보를 획득했다. 결국 법무부, 필리핀 파견 검찰 수사관, 필리핀 이민청 수배자 검거팀과 국제공조로 클락시에서 이씨를 검거했다. 검찰은 “7000여개 섬으로 이뤄진 필리핀의 지리적 한계를 극복하고 본섬인 루손섬이 아닌 곳에서 범인을 검거한 첫 사례”라고 밝혔다. 현실판 차무식의 비호를 받고 유유자적한 삶을 살아온 범죄자가 바로 권씨인 것이다. 권씨의 이름은 다른 사건에서도 언급된다. 2022년 SNS에 ‘투자 리딩방’을 만든 뒤 대체 코인 거래 사이트로 이용자 130명을 유인해 70억원대 투자 사기 행각을 벌이다가 경찰에 붙잡힌 일당도 권씨가 총책이라고 진술했다. 그해 6월30일 부산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전기통신금융사기 등 혐의로 투자 사기 일당 16명을 검거해 총판 관리팀장 20대 A씨 등 8명을 구속하고, 나머지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도주한 조직 총책인 권씨 등 핵심 간부 5명에 대해서는 인터폴 적색수배 조치하고, 국내에 체류 중인 나머지 조직원 1명은 지명수배해 뒤를 쫓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21년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SNS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서 전문 투자 상담사를 사칭해 투자자 130명을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게 한 뒤 투자금 약 70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강제 투약 진실은? 총책인 권씨는 필리핀에 본사를 두고, 본사 운영팀과 총판 관리팀, 회원 모집책 등 역할을 나눠 치밀하게 조직을 운영했다. 우선, 인터넷에서 불법 수집한 개인정보를 활용해 국내 휴대전화 사용자에게 무작위로 문자메시지를 전송한 뒤 SNS에 개설한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 초대했다. 이들 일당은 “대체 코인 투자로 300~400%의 고수익을 보장하겠다”라거나 “VIP에게만 제공하는 투자 리딩이 진행된다”며 피해자들을 유인했다. 회원 모집책 20대 C씨 등 13명은 투자 리딩방에서 대체 코인에 투자해 큰 수익을 낸 전문가인 것처럼 1인 다역 행세를 했고, 이에 속은 투자자들이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C씨 등은 가짜 투자 전문가 자격증과 사업자 등록증을 소셜미디어 프로필에 게시하거나 피해자에게 보여주며 안심시켰다. 이들의 속임수에 넘어간 가입자 중에는 노후 자금 1억5000만원을 날린 60대 남성과 최대 2억5000만원의 투자금을 날린 50대 남성도 있었다. 또 가상 자산인 코인 시장에 처음 들어가 재테크를 해보려고 나선 대학생과 주부 피해자들도 포함됐다. 피해자는 모두 130명에 달한다. 1인당 피해 금액은 1000만원에서부터 2억5000만원에 이른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 일당은 피해자들에게 처음 한두 차례는 소액으로 투자한 수익금을 그대로 돌려줘 신뢰를 쌓은 뒤, 큰 투자금을 받는 수법으로 범행을 이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들 일당이 범행에 사용한 계좌 28개를 지급 정지하고, 1억2000만원 상당의 범죄 수익에 대해 법원 결정을 받아 추징·보전 조치한 상태다. 인터폴 적색수배를 받는 권씨는 필리핀에서 가장 부유하고 발전된 보니파시오 지역 등 부동산을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제보자에 따르면, “필리핀, 태국 등지에 권씨의 차명 부동산이 여럿 있고, 일부 한국 영사들이 지내는 집도 사실상 권씨의 소유”라고 한다. 현실판 차무식 돈이 곧 권력이자, 신분인 동남아에서 권씨가 경찰을 매수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권씨는 수사망을 피해 사업가로 위장했고 다수의 여성과 향락을 즐겼다. 김씨도 부유한 사업가로 위장한 권씨를 의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충정 측은 “김나정은 술자리를 가져 다소 취했던 상황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손이 묶이고 안대가 씌워졌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김나정이 연기를 흡입하게 했다. 김나정이 이를 피하는 모습을 보이자 급기야 어떤 관 같은 것을 이용해 김나정이 강제로 연기를 흡입할 수밖에 없도록 했다”며 “김나정의 핸드폰에 손이 묶이고 안대를 가리고 있는 영상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김나정에게 문제가 된 마약을 강제 흡입시키기 전, 총을 보여주고 사람을 쉽게 죽일 수 있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이 사실을 증명할 자료는 따로 없으나 경찰 조사 과정에서 권씨는 다수의 범죄를 범해 수배 중인 자로 밝혀졌다. 이 때문에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자”라면서, “김나정은 권씨의 정체를 알게 됐고 후술하는 권씨의 협박이 허풍이 아니라는 생각에 공포를 느끼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나정이 귀국 전 소셜미디어에 올린 마약 자수 관련 게시물은 ‘긴급 구조 요청’을 위한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투약은 이번 단 한 번만 있었던 것이고 앞서 설명드린 바와 같이 강제로 행해진 것”이라며 “김나정이 경찰과 본인의 신변보호를 요청하는 영상통화를 했고 이 과정에서 권씨의 관계자로 보이는 자가 권씨와 통화하며 김나정을 추적하는 영상을 녹화했다. 즉 김나정은 긴급히 구조 요청을 하기 위해 마약 투약 사실을 자수한 것이지, 자의로 마약을 투약했음을 인정한 것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후 자료를 제출받은 경찰은 약 3개월 동안 분석 작업을 했다. 또 경기북부경찰청은 김씨 측이 강제성을 주장하며 언급한 권씨에 대해 경찰청 본청 국제 관련 사건 담당 부서에 수사를 요청했다. 대검찰청은 2016년 필리핀 국가수사청과 초국가적 범죄 대응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2022년부터 검찰수사관 2명을 현지에 파견해 국제공조·도피 사범 검거 업무 등을 수행하고 있다. 필리핀 본사···치밀한 조직 운영 추정 범죄 수익만 3000억원 이상 다만, 지난해 경기북부경찰청은 권씨에 대해 “수배 중인 자라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씨가 인천국제공항 경찰단에서 2회 정도 조사를 받았고, (사건은) 주거지 관할인 경기북부경찰청으로 인계됐다”며 “사전 조사 후 1~2회 정도 소환조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내법에서 마약을 다른 사람에게 강제로 투약하는 행위에 대해서 가중처벌하는 조항은 없다. 마약 강제 투약도 일반적인 마약 관련 행위와 마찬가지로 마약 관리법 위반으로만 처벌된다. 지난 2019년 국회에서 마약, 향정신성의약품, 임시 마약류를 다른 사람 의사에 반해 투약하거나 흡연 또는 섭취하게 한 경우 법정형의 2분의 1까지 가중 처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마약류관리법 개정안 발의가 이어졌지만 모두 폐기됐다. 법무부가 ‘신중 검토’ 의견을 제시한 이후 20대 국회 임기가 만료되면서다. 한편, 동남아에서 활동하는 투자 리딩방 범죄조직들은 대부분 마약 유통에도 가담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례로 ‘김미영 팀장’으로 불린 보이스피싱 총책 박모씨와 함께 필리핀 구치소에서 탈옥한 조직원들도 ‘비쿠탄 이민국 수용소’서 보이스피싱과 마약 유통을 결합한 신종 범죄조직을 꾸렸다. 이른바 ‘비쿠탄 마약왕’으로 알려진 송모씨는 2022년 수원에서 필로폰을 소지한 채 붙잡힌 김모씨의 상선이라는 정황이 드러났다. 이들은 보이스피싱, 대포폰 판매, 마약 유통 사업으로 수감 생활을 이어갔다. 박씨와 함께 탈옥한 송씨 등은 비쿠탄 교도소 내에서 대포 유심칩으로 신분을 숨겨 텔레그램 ‘마약방’을 개설했다. 평소 이들은 주식 및 코인 리딩방 등을 운영해오면서 모은 수만명의 회원들을 마약방으로 초대해 새로운 수입원을 창출했다. 이들은 수억원의 범죄수익을 비트코인으로 환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지 제보자는 “리딩방, 보이스피싱 조직들이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마약 사업에 손을 대기 시작했고, 권씨도 똑같은 수법으로 마약 유통에 가담하고 있다”며 “그렇기에 김나정에게 마약을 쉽게 투약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활동명 ‘재림’ 그러면서 “지난해 탈옥한 송씨도 필리핀 파사이 등에 있는 마약 공급책을 통해 한 달에 5kg 정도의 필로폰 유통을 지시했다”며 “송씨는 비쿠탄에서 만난 중국 마피아로부터 싸게 구입한 필로폰 등을 드로퍼(전달책)에게 전달해 한국으로 수출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송씨가 드로퍼에게 준 배달료는 한화 약 1000만원가량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