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주 아모레퍼시픽 '앞과 뒤'

회사는 잘나가는데…“점주들이 울고 있다”

[일요시사=경제팀] 박효선 기자 = 아모레퍼시픽 주가가 200만원을 뚫었다. 투자자들은 쾌재를 불렀다. 주가는 연이어 치솟았고 아모레퍼시픽은 ‘황제주’로 등극했다. 그러나 화려해 보이는 아모레퍼시픽의 뒷모습은 어딘가 개운치 않다. 아모레퍼시픽의 성장 뒤에는 대리점주들의 눈물이 서려있기 때문이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아모레퍼시픽에 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아모레퍼시픽은 5억원의 과징금으로 면죄부를 받게 됐다. 
 
주식가치 6조원
5억원의 면죄부
 
지난해 아모레퍼시픽은 ‘갑의 횡포’로 업계를 시끄럽게 만들었다. 영업사원의 막말과 물량 밀어내기, 방문판매원 빼가기 등 아모레퍼시픽은 온갖 논란에 휩싸였다. 정치권에서도 아모레퍼시픽의 횡포를 비판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은 2005년부터 특약점주의 동의 없이 방문판매원 3482명을 다른 특약점이나 직영점으로 이동시켰다. 아모레퍼시픽 특약점은 헤라, 설화수 등의 고가 브랜드 화장품을 방문판매 방식으로 파는 전속대리점이다. 특약점은 방문 판매원을 모집, 양성하는 등 방문 판매의 기반을 확대해 판매를 강화할수록 매출 이익이 커지는 구조다. 
 

아모레퍼시픽이 2005년 1월1일부터 2013년 6월30일까지 기존의 특약점에서 다른 특약점으로 이동한 방문 판매원은 2157명, 직영 영업소로 이동한 방문 판매원은 1325명이다. 해당 방문 판매원들의 직전 3개월 월 평균 매출액은 총 81억 9800만원이다. 
 
반대로 특약점이 세분화되면서 해당 특약점주의 매출은 하락했다. 특약점주들은 시간을 들여 교육시킨 방문판매원을 다른 곳에 빼앗겼다. 함께 일하기로 계약한 방문판매원이 본사 전략에 따라 옮겨가면서 특약점주는 손해를 봤다. 
 
반면 아모레퍼시픽은 신규 특약점을 개설해 방문판매 유통경로를 확대했다. 기존 특약점주는 관리의 주요수단으로 활용했다. 이런 구조를 이용해 아모레퍼시픽은 방문판매 유통경로를 넓혀 이익을 취했다.
 
공정위는 아모레퍼시픽의 이 같은 행위를 갑의 횡포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시정명령과 더불어 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정액과징금으로 내릴 수 있는 최고금액이다.
 
상장사 3번째로 주가 200만원 돌파
곧바로 공정위 ‘갑의 횡포’ 적발 
 
하지만 대리점주의 반응은 시원치 않았다. 피해 대리점주들은 공정위의 판단을 ‘솜방망이 처벌’이라고 비판했다. 대리점주들은 아모레퍼시픽에 대해 “황제주로 등극하면서 서 회장의 주식가치는 6조원에 이른다는데 벌금은 고작 5억원”이라고 질타했다. 공정위가 대리점주에 대한 영업사원의 막말과 욕설, 물량 밀어내기 등 사회적 공분을 샀던 일련의 행위를 ‘무혐의’로 처리했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위법행위를 입증할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판매목표달성을 강요했지만 별다른 불이익이 없었고 물량 밀어내기의 경우에도 부당한 할당량이나 전산망 조작이 없었다는 것이다.
 
이런 내용도 애초 공정위 발표에는 없었다. 공정위의 설명에 피해점주들은 아모레퍼시픽이 했던 말과 다를 게 없다고 비판했다. 사회적 관심이 줄어들자 아모레퍼시픽에 비교적 가벼운 처벌로 사건을 종결했다는 지적이다. 
 
아모레퍼시픽 사건은 지난해 여론의 비난을 받았던 남양유업 사태와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당시 공정위는 남양유업에 123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에 반해 아모레퍼시픽의 과징금은 5억원에 불과하다. 당초 업계는 아모레퍼시픽의 매출이 남양유업의 2배에 달한다는 점을 두고 과징금이 120억원 이상이 될 것이라고 점쳤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아모레퍼시픽은 화장품업계 시장점유율 32.06%의 1위 사업자다. 지난해에는 연매출 2조6676억원을 끌어 들였다. 남양유업(1조2298억원)보다 2배가량 높은 매출이다. 결과적으로 아모레퍼시픽은 비교적 가벼운 처벌로 부담감을 덜어낼 수 있게 된 셈이다.

매출은 늘고
부담은 덜고
 
매출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이 벌어들인 돈에 비하면 5억원이라는 과징금은 그야말로 ‘껌 값’이나 다름없는 수준이다. 
 
올 1분기에만 아모레퍼시픽은 931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년 동기 대비 16.3% 증가한 수치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1757억원과 1229억원으로 각각 25.3%와 35.6% 늘었다. 
 
아모레퍼시픽 화장품 사업은 올 1분기 국내에선 12%, 해외에선 50%에 가까운 성장률을 기록했다. 특히 중국에서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35%, 88% 증가했다. 2분기 영업이익도 늘어났다. 아모레퍼시픽의 2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대비 21% 증가한 9667억원, 영업이익은 69% 늘어난 151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실적 호조세에 주가도 반응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사상 처음으로 200만원을 돌파해 황제주에 올랐다. 현재 주가 220만원을 코앞에 두고 있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의 지분가치도 크게 상승했다. 서 회장이 보유한 상장사 주식 가치는 약 8개월만에 3조원 이상 늘어나면서 6조원대에 근접했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 주가 강세로 서 회장이 보유한 상장사 주식가치는 약 5조9000억원으로 급증했다. 이는 지난해 말 2조7169억원의 배를 웃도는 것으로 7개월 보름간 3조1881억원이나 불어난 수치다. 서 회장의 보유 주식 재산은 주가 급등만으로 올해 하루 평균 매일 140억원씩 증가한 셈이다. 서 회장의 주식 자산은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지난해 6조원을 넘지 못했던 시가총액은 12조원을 돌파했고, 13조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아울러 주가 상승으로 서 회장의 장녀 민정씨가 보유한 상장사 주식 가치도 지난해 말 1344억원에서 1350억원으로 늘어났다. 서 회장은 아모레퍼시픽 주식 62만6445주와 아모레퍼시픽그룹 보통주(아모레G) 444만4362주, 아모레퍼시픽그룹 우선주(아모레G우) 12만2974주 등을 보유하고 있다. 
 
과징금 고작 5억
‘껌값’ 벌금 논란
 
민정씨는 아모레퍼시픽 우선주(아모레퍼시픽우) 111주와 아모레퍼시픽그룹 우선주(아모레G2우B) 24만1271주, 농심홀딩스 1만2070주 등의 상장사 주식을 갖고 있다.
 
이러한 아모레퍼시픽의 성장 뒤에는 방문판매원들의 영업기반이 있었다. 면세점 채널과 중국발 수요라는 외부 요인이 호실적의 근거로 꼽히지만 국내에서 방문판매 비중도 무시할 수 없다. 
 
아모레퍼시픽에 따르면 2014년 상반기 기준매출에서 화장품 부분 판매 중 인적판매(방문판매)가 차지하는 비율은 15.5%, 지난해 방문판매가 차지하는 비율은 21.4%를 차지했다. 온라인, 백화점, 면세점 등의 다른 채널이 판매실적을 차지하는 비율은 10% 이내로 파악됐다. 방문판매 채널은 다른 채널에 비해 높은 수치다. 
 
 

2008년 만해도 방문판매 경로는 아모레퍼시픽 전체 화장품 매출의 절반 이상인 57.1%를 기록했다. 그 비중은 2009년 40.2%, 2010년 38%, 2011년 31.6%, 2012년 23.7%로 지속적으로 줄었다. 특히 지난해 아모레퍼시픽의 갑질 논란 이후 방문판매 경로는 급격히 위축됐다.  
 
방문판매를 통한 매출이 줄어들자 아모레퍼시픽은 신규 특약점을 개설해 유통경로를 넓혔고, 이 과정에서 특약점주의 입장은 배제한 것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대리점주들은 아모레퍼시픽의 ‘황제주’ 등극에 대해 갑의 횡포를 통해 얻어낸 영광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일부 피해 대리점주들은 공정위 결과가 부당하다며 조만간 내부회의를 거쳐 재소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황제주 등극
쓸쓸한 뒷모습
 
한편 경제전문지 <뉴스토마토> 보도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이 공정위의 조사결과 발표 직전 피해 대리점주들에게 합의금 지급을 약속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회사 측이 합의금 지급 조건으로 자사에 불리한 영향을 미치는 행위나 주장 등을 일체 중단할 것을 요구하는 동의서를 받아낸 것. 이에 따라 공정위 제재 수위를 낮추기 위해 합의금까지 주면서 점주들의 입을 미리 막으려 했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공정위 조사결과에 대한 논란에 말을 아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회사에서 점주들과 협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아직까지 공식적인 말씀을 드리기가 어렵다”고 짧게 답했다.
해결의 실마리조차 찾지 못한 채 피해점주들의 입부터 막는데 급급했던 아모레퍼시픽. 진정성 없는 태도에 ‘황제주’의 영광은 어디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 업계의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dklo216@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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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한미 정상회담 팩트시트가 공개되자, 가장 큰 화제가 된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에 대해 “문구가 추상적이어서 모호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에 자극 받은 일본도 핵잠수함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핵잠수함 건조를 현실화하지 않으면 “일본에 핵 보유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의 국내 정치용으로 활용하게 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29일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타결된 한미 관세·안보 협상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가 지난 14일 공개됐다. 가장 큰 논란은 핵 추진 잠수함(이하 핵잠수함) 관련 합의 문구였다. 산 너머 산 구체성 없다 팩트시트를 통해 확인되는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선 “구체성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팩트시트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 민간·해군의 원자력 프로그램 ▲한미 원자력 협정에 부합하고 미국의 법적 요건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한국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로 귀결될 절차 등을 지지한다. 이어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고, 한국과 조선 사업 요건 진전·연료 조달 방안 등을 포함해 긴밀히 협력한다. 미국은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 지지·승인·협력할 뿐이다. 이를 두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같은 날 브리핑에서 “한미 정상의 논의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에서 건조하는 게 전제였다”며 “우리 핵잠수함을 미국에서 건조하는 방안은 거론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같은 날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며 “국내 건조 장소 합의는 팩트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기자들 앞에서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을 발표하면서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건조될 것”이라며 “미국 조선업이 곧 대대적인 부활을 맞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핵잠수함이 건조되려면, 산적한 현안을 모두 해결해야 한다. 팩트시트엔 건조 장소가 적시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명시해 발표했기 때문에, 미국이 순순히 양보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같은 회담 결과를 두고 양국의 주장이 엇갈리는 자체가 논란이 되고 있다.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및 핵연료 재처리엔 ▲한미 원자력 협정 부합 ▲미국의 법적 요건 준수 ▲한국의 평화적 이용 등 단서가 붙는다. 기술 이전 과정에도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핵잠수함 보유국은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인도 등 6개국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30일 “미국이 핵잠수함 기술을 공유한 사례는 1950년대 최우방국 영국과 협력한 사례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미국의 핵잠수함 기술은 미군이 보유한 가장 민감하고 철저히 보호돼온 기술”이라며 “가까운 동맹인 영국·호주와 체결한 핵잠수함 협정에서도 직접 기술 관련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우리에겐 우라늄 농축·재처리 기술이 없어서 미국으로부터 핵연료를 공급받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하지만 연료 공급 장소·방식은 팩트시트에 명시되지 않았다. 연료 공급 방법을 확보하지 못하면, 핵잠수함을 만드는 의미가 없다. 핵잠 건조 추상적인데 “고정밀지도 내놔” 발 빠르게 비핵 3원칙 수정하려는 일본 미국의 법률 개정 절차도 거쳐야 한다. 미국 원자력법은 ‘미국이 다른 나라와 군사적 목적의 원자력 협력을 하려면, 원자력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한미 원자력 협정을 개정한 후 미국 상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국제 무기 거래 규정도 상원의 동의를 얻어 개정해야 한다. 원자력 협정 개정이 팩트시트에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해선 “미국 에너지부의 반대 때문”이란 지적도 있다. 미국 일각에서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한단 것이다.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는데, 우리는 미국에 고정밀지도를 넘겨야 하는 상황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팩트시트엔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포함한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정책에 있어 미국 기업이 차별당하거나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이 있다. 또 “위치·재보험·개인정보에 대한 것을 포함해 정보의 국경 간 이전을 원활하게 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도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온라인플랫폼의 ▲자사 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 등을 막는 내용이 담긴 우리의 온플법 제정을 반대했다. 팩트시트를 따르면, 미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가 어려워진다. 아울러 우리는 구글·애플이 요청하는 1:5000 축척 고정밀지도 국외 반출 요청을 수용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정부는 애플이 요청한 지도 반출 여부를 다음 달에, 구글의 요청은 내년 2월 결정할 예정이다. 팩트시트에 게재된 합의 사항대로라면, 애플·구글의 요청을 수용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15일 논평을 통해 팩트시트 속 위험요소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정부는 ‘농·축산물 개방은 없다’고 말해 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대로 농·축산물 개방 문구가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고정밀 지도 반출 등 대한민국의 디지털 주권과 직결된 사안까지 미국의 요구를 반영해 슬그머니 끼워 넣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반도체 관세에 대해서도 ‘다른 나라보다 불리하지 않게 한다’는 모호한 문구만 있다”며 “경쟁국 대만과 비교해 어떻게 적용할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팩트 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50억달러(약 36조7183억원) 규모의 미국산 군사 장비를 5년 동안 구매하고, 주한미군에 대해 330억달러(약 48조4682억원)를 포괄적으로 지원하면, 천문학적인 재정 부담을 떠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핵잠수함 건조 과정은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라서 장밋빛 전망만 내세울 때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고정밀지도 반출 가능성 실제로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가 실현되기까지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해서 실질은 아직 불투명하다”며 “선언이 지나치게 앞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핵잠수함 나비효과가 일본으로 번졌단 점이다.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자, 일본 정치권도 크게 술렁였다.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은 지난 12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미국·중국은 이미 핵잠수함을 갖고 있고, 지금은 핵잠수함을 보유하지 않은 한국·호주가 앞으로 보유하게 된다”며 “일본의 억지력·대응력을 강화하려면, 전고체·연료전지·원자력 등 다양한 동력원에 대해 폭넓게 논의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일본은 1967년 사토 에이사쿠 당시 총리가 선언했던 비핵 3원칙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비핵 3원칙은 “핵무기를 만들지도, 가지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선언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일찍부터 핵무기 반입 금지 방침 완화를 주장했다.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도 같은 날 “현 시점에선 재검토 여부를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국회 연설에서 “내년 중 3대 안보 문서 개정을 위해 검토를 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3대 안보 문서는 ▲국가안보 전략 ▲국가방위 전략 ▲방위력 정비 계획 등을 말한다. 여기엔 비핵 3원칙이 모두 포함돼있다. 일본은 이미 지난 2022년 “반격 능력을 보유하고, 장거리 미사일 전력을 향상한다”는 내용을 3대 안보 문서에 포함했다. 묘한 것은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이 일본 국내 정치구도까지 뒤흔들 가능성이 있단 것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카이치 총리가 선출될 당시 라이벌이었다. 지난달 4일 진행된 자민당 총재 선거 1차 투표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183표(31.1%)를 얻었고, 고이즈미 방위상은 164표(27.8%)를 얻었다. 결선투표에선 다카이치 총리가 185표(54.3%)를, 고이즈미 방위상은 156표(45.7%)에 머물렀다. 하마터면 다카이치 총리는 자민당 총재·총리로 선출되지 못할 뻔했다.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통하는 다카이치 총리에 반발한 공명당이 지난달 10일 자민당과의 연정에서 탈퇴했기 때문이다. 당시 공명당 사이토 데쓰오 대표는 고이즈미 방위상에 대해선 “정치자금 규제와 관련된 공명당의 처지를 이해하고 있었다”면서 호평했다. 고이즈미 방위상도 “지금까지 정책 실현에 대해 힘써 주신 것에 대해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고 화답했다. 미일 협력 중국 견제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0일 기적적으로 일본유신회와의 각외 협력 형태의 연립 정권 구성에 합의했다. 각외 협력은 연립 정권 구성엔 합의하지만, 내각엔 참여하지 않는 형태를 말한다. 일본유신회가 제시한 조건은 ▲오사카 부수도 지정 구상 수용 ▲국회의원 정원 10% 감축 ▲기업·단체 후원 폐지 ▲평화 헌법 개정 ▲방위력 강화 등이었다. 자민당과 다카이치 총리는 이를 모두 수용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1일 내각을 출범시키면서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했다. 가장 큰 정치적 의미는 ‘당내 정적 포용’이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전혀 없는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해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미가 있다. 정반대의 의미를 강조하는 해석도 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없는 고이즈미를 현안이 산적한 방위성 장관으로 임명해 자멸을 유도한다”는 취지의 해석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주어진 현안은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 ▲자주적 방위력 강화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 ▲방위 장비 수출 운용지침 폐지 등이다. 이중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은 ‘중국 견제’라는 미국·일본의 공통 이해관계로부터 시작됐다. 일본은 군사력을 강화해 더 광범위한 지역에서 역할을 맡으려고 한다. 미국은 일본의 적극적인 역할을 통해 더 효율적으로 중국을 견제할 수 있다. 문제는 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 “방위비를 GDP(국내총생산)의 3.5%로 증액하라”고 요구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8일 진행된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방위비 증액·방위력 강화 방침을 설명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음 날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을 만나 “방위비를 올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정부는 오는 2028년 3월까지 방위비를 GDP의 2%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 방위 정책과 관련해 국내 정세와 가장 민감하게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을 곤란하게 할 사안이 있다. 바로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이다. 일본 오키나와현 소재 후텐마 기지는 기나완시 시가지 한복판에서 시 면적의 1/4을 차지하고 있다. 후텐마 기지는 1945년 건설됐고, 일본에서 크고 작은 논란을 일으켰다. 오키나와현의 주민 중 상당수는 미군의 범죄와 소음 피해 등을 이유로 기지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팩트시트’ 고이즈미 날개 다나 견제 압박 와중에 뜻밖의 호재 지난 2004년엔 후텐마 기지 소속 헬리콥터가 오키나와국제대학에 추락하는 등 사고도 여러 번 발생했다. 오키나와가 일본에 편입된 시점은 1879년이었다. 1945년부터 1972년까진 미국의 지배를 받았다. 따라서 오키나와에선 반미 감정이 강하고, 자민당 지지율이 낮은 편이다. 후텐마 기지와 관련해서도 일본 정부는 오키나와섬 내 나고시 헤노코 이전을 추진했지만, 오키나와 현·주민의 반대가 강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23년엔 다마키 데니 현지사가 방위성이 신청한 비행장 설계 변경 신청을 승인하지 않고 공사 중단을 요구했다.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은 일본의 역사적 맥락과 맞물려 수십년 넘게 해결되지 못한 사안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중국 견제를 위한 새 안보 질서와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정치적 압박을 가할 수도 있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 2019년 고이즈미 방위상을 환경상으로 발탁했다. 이 임명에 대해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무게를 키우면서도, 문제가 발생하면 그를 정치적으로 낙마시킬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의 아버지인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는 퇴임 이후 강력한 원자력 발전소 폐지론자가 됐다. “아버지의 활동이 아들의 정치적 미래를 흐리게 할 수 있어 고이즈미 방위상을 견제하는 묘수”란 평가도 있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기후 변화 문제는 펀하고, 쿨하고, 섹시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등 적당히 괴상한 발언을 하는 등 바보 행세를 하면서 견제를 피했다. 한동안 일본에선 고이즈미 방위상이 진짜로 바보인지, 바보인 척 연기를 하는지 장난 섞인 논쟁이 오랫동안 이어졌다. 이후 고이즈미 방위상은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고노 다로 전 외상과 연합해 이시바 내각 탄생에 큰 공을 세웠다. 이어 농림수산상으로서 쌀값 폭등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지난 2023년엔 자민당 내 정치자금 문제가 불거지자, 조기 의회 해산 및 총선거 진행을 적극적으로 제안한 후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당시 자민당은 중의원 과반에 미달하는 의석을 얻었다. 하지만 일각에선 “더 큰 패배를 당하기 전에 적절한 시점에서 중의원 해산을 건의했다”며 긍정적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방위상 취임 이후엔 어떻게 구 아베파·아소파의 견제를 피할 것인지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한 사안은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견제 수위를 낮추면서 자민당·내각의 협조를 얻을 수 있는 뜻밖의 호재로 다가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이 일본의 핵잠수함 도입을 주도한다면,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가 될 수도 있다. 견제 회피 일거양득 우리의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일본 정치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사안이 된 것이다. 만약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불확실해지면, 이재명정부는 이 때문에 더욱 큰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일본의 군비 증강에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미래를 위한 발판을 제공한 것”이란 비판이 따라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핵잠수함 나비효과는 이렇게 일본으로 번졌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