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실화> ‘장기매매’ 공포의 택시괴담 경험담

기사가 건넨 사탕 ‘먹어? 말어?’

[일요시사=사회팀] 이광호 기자 = 한 청년이 부산에서 일정을 마치고 복귀하는 길에 아찔한 경험을 했다. 부산역을 향하던 택시기사가 갑자기 의문의 사탕을 청년에게 건네고는 목적지와 다른 엉뚱한 곳에 차를 세운 것이다. 이후 벌어진 상황은 더욱 미심쩍었다. 마치 인터넷에 떠도는 ‘택시괴담’ 같았다. 장기매매를 위한 포석이 아니었을까 의심이 될 정도였다. 영화에서나 볼법한 이런 오싹한 경험은 알게 모르게 우리 주변에서 종종 일어나고 있다. 장기매매가 의심되는 실제 경험담과 갖가지 괴담, 과연 소문의 진실은 무엇일까.

지난 6월, 업무 차 수일 동안 부산에 머물렀던 A씨는 일을 잘 마무리한 뒤, 미리 예약한 서울행 KTX를 타기 위해 늦은 밤 택시를 잡았다. A씨는 택시기사에게 목적지인 부산역을 말하곤 피곤한 몸을 반쯤 눕혔다. 손에 쥐고 있던 스마트폰이 바닥에 떨어질 정도로 잠에 곯아떨어졌다. 5분에서 10분 정도 잤을까. 진작 도착했어야 정상인 거리인데, 택시는 여전히 달리고 있었다. 어두워서 밖은 잘 보이지 않았다.

기사가 건넨
의문의 사탕
 
A씨가 정신을 차리고 두리번두리번 거리자 택시기사가 알사탕을 건넸다. “많이 피곤하죠? 이거 먹고 정신 차려요. 거의 다 왔어요.” 갑작스러웠지만 택시기사의 호의에 마음이 안정됐다. 그러나 평소 원체 단 음식을 멀리 했던 터라 바로 먹지는 않고 가방 주머니에 넣었다. 그더런 중 시계를 바라보니 택시를 탄 지 벌써 20분이나 지나 있었다. 뭔가 수상함을 느끼고 정신을 차린 A씨는 택시기사에게 물었다. “기사님 도대체 어디로 가시는 거죠?” 택시기사는 덤덤한 말투로 거의 다 왔다고 대답했다.
 
그런데 아무리 둘러봐도 부산역은 보이지 않았다. 흔하디 흔한 건물 간판도 없었다. A씨는 확실히 뭔가 잘못됐다는 걸 느꼈다. 택시기사가 요금을 더 받기 위해 빙빙 돌아간다고 생각했던 것이었다. 어이없는 상황에 화가 난 A씨는 “택시 승차 지점에서 부산역까지 5분에서 10분 거리에 불과한데, 20~30분 걸리는 게 말이 되냐”며 당장 세워달라고 소리쳤다.
 

똥 밟은 셈 치고 다른 택시를 타고 가려고 했던 것이다. 그런데 순간 택시가 급정차했다. 그리고 택시기사가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 “손님, 차량에 문제가 생겼어요. 요금은 받지 않을 테니 저기 옆에 있는 택시로 갈아타세요.” 이에 A씨는 문제의 원인을 물었지만 뚜렷한 대답을 듣지 못했다. 사실상 택시 환승은 강요였다.
 
KTX열차 시간이 다가와 점점 초조해진 A씨는 시간이 지체돼 불쾌했지만, 택시기사의 점잖은 태도에 크게 화를 낼 순 없었다. 그래서 그의 말대로 인근 도로가에 정차돼 있는 택시로 군말 없이 옮겨 탔다. 이때까지 A씨는 아무런 의심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정차된 택시로 갈아탄 뒤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갈아탄 택시를 탄 지 불과 5분도 되지 않은 짧은 시간에, 택시기사가 길이 막힌다며 돌아가겠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또 A씨는 전 택시에서 건네받은 사탕과 유사한 사탕을 환승한 택시에서도 받았지만, 먹지 않고 손에 쥐었다. 불안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얼마 전 인터넷 커뮤니티에 떠돌던 ‘택시괴담’이 떠올랐다.
 
괴담의 주 내용은 택시 납치 후 장기매매까지 이어진다는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이마에 식은땀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머리 속에는 이미 수많은 시나리오가 스쳐지나가고 있었다. 이미지트레이닝으로 최악의 상황을 면하고자 했던 것. 게다가 A씨는 태권도4단에 합기도1단, 육상과 수영으로 다져진 만능 체육인이었기 때문에 최악의 상황이 온다 해도 잘 대처할 수 있다고 굳게 믿었다.

수상한 움직임
의문의 수신호
 
이때 A씨는 자신의 처한 실제 상황을 페이스북 뉴스피드에 실시간으로 기록했다. “나 부산역 갈려고 택시 탔는데, 택시 기사가 사탕을 줬어. 그러고는 옆 택시로 갈아타래. 갈아탔더니 똑같은 사탕을 또 받았어. 그러더니 자꾸 엉뚱한 곳으로 돌아간다. 나 장기 팔리는 건가?” A씨는 나름대로 진지하게 작성한 글이었지만, 친구들은 이 글을 농담으로 받아들였다.
 

반응 대부분은 ‘장기 탈탈 털려라’ ‘심판의 날이구나’ ‘네가 싱싱해 보였나봐’ ‘꼭 살아 돌아와라’ 등이었다. 물론 걱정하는 이들도 있었다. ‘빨리 내려’ ‘사탕 절대 먹지마라’ ‘경찰에 신고해’ ‘무사히 돌아와’ 등 실시간 댓글이 달렸다. A씨는 이를 통해 그나마 위안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초조한 마음을 다스리던 중, 갑자기 택시기사의 휴대폰이 요란하게 울렸다. 전화를 받은 택시 기사는 “어” “아니” “그러니까” “맞아” “빨리” 등 단답형의 대답으로 대화를 이어갔다. 뭔가 다급해보였다. A씨는 앞서 받은 사탕과 지금 쥐고 있는 사탕이 평범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먹으면 잠드는, 미끼라고 판단했다. 택시기사끼리 통화를 주고받은 것 자체가 ‘플랜B’를 가동했다고 본 것.
 
갑자기 정차한 택시, 기사의 수상한 움직임
불길한 직감에 기겁하며 살기위해 전력질주
 
택시의 움직임을 의심하던 A씨는 이들의 꾀에 넘어가지 않기 위해 택시 탈출을 결심했다. 그러나 달리고 있는 택시에서 내릴 순 없었다. 그래서 차가 서서히 서행할 때 문을 열고자 했다. ‘덜컥’ 문이 잠겨 있었다. 이내 옆으로는 여러 대의 택시가 따라 붙으면서 택시를 감쌌다. 그리고 기사들은 서로 신호를 주고받았다. 이 와중에도 택시기사는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면서 계속 주변을 빙빙 돌기만 했다. 
 
A씨는 순간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 이대로 있다간 서울로 돌아가지 못할 것 같았다.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얼굴은 창백해졌다. A씨는 있는 힘껏 소리쳤다 “아저씨 내려주세요!” 택시기사는 말이 없었다. A씨는 언성을 높이며 급히 세워달라고 외쳤지만, 택시기사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엑셀을 더 세게 밟았다.
 
아드레날린이 폭발한 A씨는 순간 이성을 잃고 택시 내부에서 온 힘을 다해 문을 걷어찼다. 저항이 거셌던 탓일까. 택시기사는 급정거했고, 이내 A씨는 택시에서 급하게 빠져나올 수 있었고, 택시를 등진 채 앞으로 전력 질주했다. 1분 정도 달렸을까. 따라붙던 택시들은 시야에서 멀어졌고 A씨는 금세 지쳐 그 자리에 주저 않았다. 머리 속이 하얘지며 흥분이 가셨고 가로등 불빛 아래 덩그러니 남게 됐다. 신고할 틈도 없이 ‘택시괴담’을 온몸으로 느낀 채 뒤늦게 부산역에 도착했다. 
 
A씨는 이 같은 일을 겪기 전 SNS를 통해 ‘택시괴담’을 접했었다. 택시에 타면 특정 화약물질의 냄새에 취해 기절하게 되고, 가짜 택시기사가 장기를 적출해가기 때문에 조심하라는 내용이었다. 근거 없는 괴담이지만, 이 내용이 급속도로 퍼지면서 불안 심리를 부추겼다. 

장기 건강한
청년들이 표적
 
그런데 A씨의 경우와 비슷한 사례는 또 있었다. 서울에 거주 중이던 B씨는 천안에 볼 일이 있어 새벽에 일어나 신림역에서 버스를 타기 위해 정류장에 서 있었다. 그런데 누군가가 B씨의 옆구리를 쿡 쿡 찔렀다. 옆을 돌아보니 키 작은 아저씨가 휴대폰을 쥐고 찌른 것이었다. 아저씨는 뜬금없이 자신이 경찰이라고 밝혔고, 수사 때문에 급하니 전화를 받고 현재의 위치를 알려달라고 했다.
 
아침이슬이 마르지 않은 새벽에, 경찰이 혼자 와서 위치를 물어본다는 자체가 의아하긴 했지만, 별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그의 말에 따라 전화를 받아 신림역 7번 출구에서 오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휴대폰을 돌려주니 아저씨는 횡설수설했다. “이렇게 알려줘도 길을 못 찾으니, 같이 좀 가서 그 사람한테 길을 알려줍시다.” 황당했다. 그 사람을 만나게 되면 길을 알려주고 말고의 의미가 없기 때문이었다.
 

B씨는 아저씨가 경찰이라고 주장하는 게 의심됐다. 불편한 직감이 들어 서울역으로 가는 버스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먼저 오는 버스를 급하게 탔다. 그런데 뒤를 돌아보니 아저씨가 버스를 따라 탄 것. 그러더니 아저씨는 B씨를 향해 소리쳤다. “이 사람 안 되겠네 이거. 나 경찰인데 급하다니까 같이 가서 위치 좀 알려달라고.” 범죄자 같은 행색으로 새벽에 동행하자는 아저씨를 보니 한숨만 나왔다.
 
B씨는 확실히 하기 위해 아저씨에게 경찰 신분증을 제시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자 아저씨는 당황하며 “나 경찰인데 못 믿나? 허 참‥” 혀끝을 찼다. 그러더니 태도가 바뀌어 “내가 사실은 경찰이 아니고 지금 전화 받고 있는 사람이 경찰이야. 이런 거까지 말해야 하나. 이 경찰한테 위치 말하면 아마 나 잡으라고 할 텐데‥” 조용히 공포 분위기를 잡은 것이다.
 
결국 B씨는 불안한 마음에 두어 정거장 가서 내리고 택시를 잡기 위해 도로에 섰다. 그런데 이 아저씨는 또 따라 내려 B씨를 쫒아왔다. 그러던 중, 불 꺼진 택시 한 대가 섰다. 조수석에는 이미 손님이 타 있었지만 택시기사는 “이 손님 저 앞에서 내릴 거니까 타요”라며 B씨를 택시에 태웠다. B씨는 상황 자체가 수상함을 느꼈지만, 경찰을 사칭하던 아저씨를 떼어 냈기 때문에 안심했다. 이 아저씨는 택시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길 좀 알려주세요” 안내해주니
골목길에 불쑥 칼든 괴한 나타나 
 
그런데 택시 문을 닫으려는 순간, 꺼져있는 미터기를 발견했고 순간 소름이 돋았다. 문득 ‘택시괴담’이 떠올랐다. B씨는 닫혀가던 뒷좌석 문을 걷어차고 빠르게 내렸다. “저 택시 안타니까 그냥 가세요.” 그러자 택시기사는 왜 내리냐면서 B씨를 붙잡았다.
 

이 와중에 경찰을 사칭하던 아저씨가 다가왔다. B씨는 흥분하며 본능적으로 반대편으로 재빨리 뛰었다. 그리고 인적이 많은 도로에서 다른 택시를 잡고 서울역에 도착할 수 있었다. B씨에게는 1년 같은 1시간이었다. 근처에 경찰서가 있었지만 신고할 정신이 없었다. B씨는 자신이 겪은 일이 하마터면 장기매매로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니 아찔했다. 남부럽지 않은 건장한 몸을 갖고 있었지만, 죽음의 공포 앞에선 한없이 작아졌던 것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C씨는 예비군을 마친 뒤 술을 한 잔 걸치고 구파발역에서 내리고 담배를 피면서 휴대폰을 만지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체구가 왜소한 아버지뻘 되는 한 남성이 다가와 담배 한 대를 부탁했다. C씨는 거리낌 없이 담배와 함께 불을 붙여줬다. 같이 담배를 피다가 슬슬 가려던 찰나, 이 남성은 자신의 이야기를 C씨에게 토로했다.
 
“아들과 단둘이 사는데, 아들이 술만 먹으면 집안을 다 부수고 나를 때리려고 해서 도망 나왔어.” 이 남성은 군복을 입은 C씨가 듬직하다고 했다. 같이 좀 가줄 수 있냐는 부탁이 이어졌다. 그래서 C씨는 이 남성과 함께 어두운 골목길을 향했다.
 
그런데 갑자기 앞길에 남자 2명이 걸어왔다. 그러더니 담배를 빌리던 남성이 갑자기 C씨의 입에 천 조각을 쑤셔 넣고 칼을 들이댔다. “너 그거 뱉으면 배에 구멍 난다?” 소름이 끼쳤다. 그리고 이들은 C씨를 어디론가 끌고 갔다. 순간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바로 이것이 장기매매인가’ 이대로 당할 수 없다는 생각에 온 몸에 힘을 줬다. 그리고는 휴대폰으로 이들의 머리를 내려찍었다.
 
어수선해진 사이 C씨는 소리를 지르며 미친 듯이 달렸다. 이들은 계속 C씨를 쫒아왔지만, 대로변의 한 편의점으로 들어가면서 위험한 순간을 넘겼다. 다행히 편의점에는 남자 손님 1명과 남자 아르바이트생이 있었다. C씨는 거친 숨을 내쉬고 경찰에 신고를 하려고 했지만 자신을 위협했던 남자들이 사라진 것을 보고는 집으로 돌아갔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운명의 밧줄로
가까스로 모면
 
장기 이식을 위해 금전 수수를 수반하고, 인간의 장기를 알선해 제공하는 행위를 장기매매라 부른다. 아직 정확한 실체는 밝혀진 바 없지만, 세계 곳곳에서 장기 브로커를 통해 비밀리에 또는 공공연하게 행해지고 있다고 알려진다.
 
2012년, 경기도 수원에서 20대 여성을 잔혹하게 살해한 뒤 사체를 280여 조각으로 나눈 오원춘이 붙잡히면서 장기매매 의혹이 증폭됐다. 당시 유가족은 “오원춘 범행동기는 인육제품 생산”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후 인터넷에는 ‘오원춘 인육 살인설’이 떠돌아다녔다. 이후 장기매매와 관련된 괴담이 난무했다. 그중에는 거짓된 루머도 포함됐다.
 
캐스 선스타인의 <루머>에서는 루머의 발생요인을 ‘사회적 폭포효과’와 ‘집단 극단화’로 소개한다. 폭포효과란 우리가 판단을 내릴 때 타인의 생각과 행동에 의존하려는 경향을 의미하고, 집단 극단화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모여 이야기를 나누면 극단적인 생각을 갖게 되는 경우가 많아지는 현상을 뜻한다. 이러한 요인으로 발생하는 루머의 진실여부를 결정하는 핵심은 기존에 갖고 있던 생각이다.
 
개인의 가치관이나 신념에 따라 루머 수용정도가 다른 것이다. 사람들이 가지고 있던 불신, 불안, 불만과 같은 부정적인 심리상태가 괴담의 확산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괴담이 성행하는 이유를, 각종 사회적 위험, 미래의 잠재위협에 비춰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우선과제는 ‘신뢰 회복’이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매매 장기 얼마? 시세 보니…위 57만원…신장 3억원
 
장기매매 범죄가 증가하는 가운데 신체부위별 거래가격도 천차만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의학전문사이트 <메디컬트랜스크립션> 자료에 따르면 장기매매 부위별 가격은 신장(2억9560만원), 간(1억7000만원), 심장(1억3420만원), 소장(280만원), 심장동맥(170만원), 쓸개(137만원), 두피(68만원), 위(57만원), 어깨(56만원), 손과 팔(43만원), 혈액 0.473ℓ(38만원), 피부 평방인치당(1만1000원)으로 거래된다. 국내에서는 국제 가격 기준보다 2∼3배 높은 가격으로 거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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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