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세태> ‘아이 사고파는’ 불법입양 실태

“생후 7개월 딸 팝니다”

[일요시사=사회팀] 이광호 기자 = 까다로운 입양절차를 피해 인터넷을 통해 아이를 주고받는 ‘불법입양’이 암암리에 기승을 부리고 있다. 입양 아동들의 권리를 보호하자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입양특례법’이 본래 취지와 달리 오히려 불법입양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법안이 시행된 이후 사실상 비밀입양이 금지됐고 국내 입양에 크나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내입양의 현주소와 입양특례법의 문제는 무엇일까.

 
A(20)씨는 푸른 꿈을 안고 충북의 한 캠퍼스에서 대학생활을 시작했다. 대학생이 되니 모든 게 자유로웠다. 만남도 마음껏 즐겼다. 그러던 중 고등학교 때부터 마음에 두고 있던 이성친구에게 구애를 펼쳐 아름다운 연애를 시작했다. 그런데 너무 뜨거웠던 탓일까. A씨는 여자 친구와 동거를 결심하고 시내의 한 자취방에서 사랑을 불태웠다. 자연스레 서로에 대해 좀 더 깊이 알 수 있었다.

돈 받고
아이 건네
 
A씨는 여자 친구와 동거를 하면서 피임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항상 조심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한 순간의 실수로 A씨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했다. 여자 친구가 임신을 하게 된 것.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심적으로 매우 힘들었지만 아이를 지울 생각은 하지 않았다. 이들은 임신 사실을 가족들에게 숨긴 채 지난해 10월, 아이를 몰래 출산해 조용히 키웠다.
 
문제는 경제적인 어려움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자취방 전세기간이 끝나자 A씨는 여자 친구에게 집으로 돌아갈 것을 권했다. 이후 A씨는 약 7개월 동안 모텔을 전전하며 아이를 키웠다. 지친 A씨는 딸을 부양할 능력이 없다고 판단하고 입양을 결심했다. 딸이 지금보다 더 나은 환경에서 자라길 바랐던 것이다. 하지만 입양은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딸을 입양 보내기까지의 절차가 너무 복잡하고 기간도 오래 걸린다는 것이었다.
 

결국 지난 4월, A씨는 고민 끝에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자신의 생후 7개월 된 친딸을 입양 보내고 싶다는 글을 올렸다. 이 글을 올린 지 얼마 안 됐을 때, 30대 여성 B씨의 댓글이 달렸고, 이 둘은 메신저를 통해 며칠 간 입양에 대한 구체적인 대화를 나누며 입양에 합의했다.
 
그런데 A씨는 처음에는 돈을 요구하지 않았지만, 나중에는 자신의 동거녀가 암에 걸렸다며 돈을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돈을 더 받기 위해 흥정까지 했다. 그리고 A씨는 B씨로부터 60만원을 건네받은 뒤 자신의 친딸을 넘겨줬다. A씨는 친딸의 출생 신고도 하지 않아 별다른 어려움 없이 딸을 B씨에게 넘길 수 있었다.
 
그러나 A씨는 B씨로부터 뭔가 이상한 낌새를 지울 수 없었다. 이내 연락을 취했지만 B씨와 연락이 닿지 않았다. 수상해 B씨를 만났던 사이트 내 입양 문의 글을 검색해보니 B씨의 흔적을 여기저기서 발견할 수 있었다. B씨는 또 다른 입양을 원한다는 글을 남겼기 때문이다. 또 A씨가 B씨를 이상하다고 느낀 이유는 그의 행색 때문이었다.
 
대기업에 다니는 남편이 있어 부유하게 살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던 여인은 막상 부유함과는 거리가 먼 모습으로 나타났던 것이다. 게다가 알고 보니 그녀는 이미 친아들 4명과 입양한 딸 1명과 함께 살고 있었다. 이런 점들을 미뤄볼 때 A씨는 B씨가 자신의 딸까지 키우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했고, 딸을 돌려받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B씨의 이야기는 달랐다. 자신은 단지 아이가 좋아서 입양하려고 했던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입양 제도의
현실적 벽
 
B씨에게 갑자기 아이가 생긴 것을 이상하게 여긴 주변 사람이 경찰에 이런 사실을 제보해 범행이 밝혀졌다. 지난 2일 충북 청주상당경찰서는 60만원을 받고 생후 7개월 된 딸을 판 A씨를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구속하고 A씨의 딸을 입양한 B씨를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어려운 형편의 B씨가 아이를 또 입양하려는 것에 의심을 품었지만 별다른 범죄행위 의심점을 찾지 못했다.
 

입양됐던 여아는 현재 청주의 한 아동시설에서 안전하게 보호하고 있다. 앞서 지난 4월에는 고교생 딸이 낳은 손녀를 보육원에 두고 달아난 C(54·여)씨가 영아유기혐의로 불구속 입건되기도 했다.
 
원칙적으로는 입양은 전국의 22곳의 입양 기관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그러나 유명 포털 사이트에 입양이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자신의 아이를 입양해줄 사람을 찾는다는 글과 입양을 원한다는 댓글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법입양은 끊이지 않고 있다. 불법입양의 중심에는 미성년자가 있다. 아이를 낳아 입양을 보내길 원하는 경우에는 부모의 동의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이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워 인터넷 입양을 선호하는 것이다.
 
문제는 인터넷을 통한 불법입양을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이를 단속할 마땅한 근거가 없고, 불법입양이 적발된다 해도 처벌할 기준이 정확하지 않아 수사에 어려움이 있다고 전해진다. 입양 기관들과 협조해 입양과 관련된 글을 모니터링하고 적법한 입양을 홍보하는 정도의 노력이 최선인 상황이다. 아동복지법에 따르면 아동 매매 적발 시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어야 하지만, 인터넷을 통한 불법입양 시 매매 행위를 부인하면 조사가 어렵다.
 
줄어드는 입양…알고보니 음지서 성행
까다로운 절차 피해 인터넷 거래 기승
 
우리나라의 까다로운 입양 절차와 입양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적 시선이 자리 잡고 있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아이를 낳을 수 없다는 사실을 숨기고 입양한 사실을 문서로 남기지 않으려는 양부모가 많은 것이다. 그래서 출생신고가 되어 있지 않은 채로 양부모에게 입양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가족관계등록법에 따르면 이는 불법이지만 서류상으로라도 자신이 낳은 아이로 만들기 위해 이러한 일들이 오래 전부터 행해져왔다. 입양과정에서 필요한 각종 절차를 밟지 않고 합법적인 입양대신 친부모와 양부모가 직접 입양을 하거나 아동을 유기하는 등의 부작용이 종종 드러나고 있다. 기관을 통한 합법적인 입양이 아닌 음성적인 입양과 유기가 나타나는 데에는 2012년 개정된 입양특례법의 영향이 지배적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개정된 입양특례법의 본래 취지는 입양아가 성장한 뒤에 친모를 찾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이 법안의 주요 내용으로는 출생신고 의무, 법원 입양허가, 친·양부모 입양 동의, 출산 후 일주일간 입양숙려, 국내 이양 우선추진, 입양정보 공개, 입양가정 사후관리 강화 등이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요건들이 친부모와 가족 등에게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사회적 인식 탓에 미혼·학생 또는 나이가 어린 부모들은 출생신고를 하면 기록에 남는다는 점에서 이를 꺼리고 있고 홀로 아이를 키우는 부모는 상대방의 동의를 얻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입양특례법 개정 이후 입양아동 수는 계속 줄어 국내 전체 입양아동 수는 2011년 1548명에서 2012년 1125명, 2013년 686명으로 줄었다. 반면 불법입양은 암암리에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꾸준히 제기된
새 제도의 맹점
 

국내 최초의 베이비박스를 운영하고 있는 주사랑공동체교회 이종락 목사는 입양특례법이 국내입양을 막고 있다고 본다. 이종락 목사에 따르면 입양특례법이 시행된 2012년 8월 이후 베이비박스에서 발견되는 아이들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입양특례법 시행 전에는 한 달 평균 2명 정도였는데, 지금은 25명 정도가 베이비박스에 들어온다는 것이다.
 
이종락 목사는 “입양특례법은 아이들을 보호하거나 미혼모를 보호하는 법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 대기 중인 아동의 수가 많아 입양이 안 되고 있다”라며 “예전에는 신고제도였지만 허가제도로 바뀌면서 재판까지 1년이 넘도록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발생해 중간에 포기하는 사람이 많다”고 입양의 어려운 현실을 토로했다. 
 
이어 “출생신고 할 수는 없고, 아이는 살려야겠으니 어쩔 수 없이 아이를 보호할 수 있는 베이비박스를 찾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베이비박스를 바라보는 시선은 찬성과 반대로 첨예하게 갈린다.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버려지는 생명을 살린다”는 측과 “아이를 버리는 행위를 오히려 조장한다”는 반대 입장이 충돌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베이비박스에 아기를 두고 가는 행위가 유기인지도 애매하다는 입장이다. 중앙입양원 관계자에 따르면 합법적인 입양을 위해서는 최소 6개월 혹은 그 이상이 걸린다. 특히 남아의 경우 여아선호 때문에 더 오래 걸린다는 것. 입양 절차를 밟는 도중 포기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고 전해진다.
 
그렇지만 모든 문제가 입양특례법에서 비롯됐다고 단정 지을 순 없다. 입양이 줄어드는 이유에는 다양한 요인이 있다. 홀트 아동복지회 관계자는 “여러 가지 상황 때문에 입양이 줄어든다. 예전에 비해 실질적으로 미혼모들이 양육을 좀 더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정부뿐만 아니라 입양기관들도 직접 양육할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단순히 특례법 때문에 입양이 줄어들고 있다고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맞물린 것 같다”고 덧붙였다. 입양기관이 미혼모들에게 6개월에서 1년 동안 아기 분유나 기저귀 등을 지원하고 육아에 대한 정보를 주면서 독려해 과거에 비해 입양보단 양육이 늘고 있다고 전해진다. 
 

입양아 위한 입양특례법 
오히려 불법 조장 지적
 
한 미혼모 관계자는 입양특례법 논란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 관계자는 “입양특례법과 관련한 논란 자체가 어이가 없다. 입양특례법은 당연한 것이다. 문제가 있다면 가족관계등록법을 고쳐야지 왜 입양특례법이 문제인가. 모든 아이는 출생신고를 하고 법원을 통해서 제대로 된 절차를 밟아야 한다. 입양특례법은 기본을 지키기 위한 법안”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돈을 받고 아이를 거래한다는 점에서는 기관을 통한 입양과 불법입양 간 차이가 없다”고 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베이비박스를 옹호하면서 입양특례법의 재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우려를 나타낸다. ‘신생아의 생명 보호’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이러한 주장은 사실상 익명출산 제도를 도입하여 출산모의 선택에 의해 법적 모자관계의 성립을 부정하고 부모로서의 권리·의무를 포기하는 것을 허용하자는 것이므로 그 당부에 대해서는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우선 과제
사회적 편견
 
입양특례법 재개정을 우려하는 이들은 두 가지 문제에 유의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첫째, 자녀가 자신의 출산모를 알 수 없게 하는 것은 자녀의 혈연을 알 권리를 침해한다. 둘째, 재개정론이 주장하는 것처럼 출생신고 의무만 없애면 출산 사실에 대한 비밀이 완전히 보장되어 출산모들이 베이비박스 대신 합법적인 입양기관을 선택할 것이라고 장담하기도 어렵다. 즉 이들의 주장을 종합해보면 양육포기를 줄이기 위한 각종 지원대책을 모색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에 따르면 한국의 입양문제는 미혼모들 인권 문제, 즉 미혼모의 사회적·경제적 현실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국내외 가정에 입양되는 아동 대다수는 미혼모의 아이들이다. 개정 입양 특례법의 논란 문제 해결의 출발은 사회적 편견 속에서 자신이 낳은 아기를 포기하거나 유기해야만 하는 미혼모의 문제부터 진지하게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미모의 A급 매춘녀
잡고 보니 트랜스젠더 
 
지난 16일 광주 동부경찰서는 트랜스젠더 남성을 고용해 성매매를 알선하거나 성매매를 한 혐의로 업주 박모(38·여)씨와 전 업주 김모(42)씨, 트랜스젠더 종업원 정모(22)씨 등 6명을 붙잡았다. 박씨 등은 지난 5월부터 최근까지 광주 동구와 서구의 모텔을 임대해 업소를 차려놓고 트랜스젠더 남성 3명을 고용해 손님들에게 1시간에 13만원의 화대를 받고 성매매를 알선한 혐의다.
 
남성들 고용…1시간에 13만원 화대
 
트랜스젠더 종업원인 정씨 등은 같은 기간 수십명의 남성들에게 성매매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조사 결과 이들은 인터넷 사이트를 개설한 뒤 광고를 내 트랜스젠더 남성을 모집해 사이트 방문자를 상대로 성매수를 유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또 박씨가 단속을 피하기 위해 광주지역 경찰관 23명의 전화번호를 블랙리스트로 관리 중이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해당 인터넷 사이트에 회원으로 가입한 뒤 손님으로 위장해 성매매 현장에서 박씨 등을 붙잡았다. 성매매를 한 남성 손님들은 호기심에 인터넷 사이트를 찾았다가 성관계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성매수 남성들을 수사하기 위해 박씨가 임대한 모텔에서 컴퓨터 본체와 영업장부 등을 압수했다. 성매수 남성들을 상대로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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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