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세태> ‘성봉사’를 아십니까?

밤일 도우미 자청 “섹스 도와드려요”

[일요시사=사회팀] 이광호 기자 = 한국에도 ‘성봉사자(Sex Volunteer)’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섹스를 돕는다고 알려진 ‘성봉사자’는 일부 유럽 국가에선 합법적인 행위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반면 한국에선 다소 낯선 행위다. 문제는 장애인뿐만 아니라 비장애인들도 ‘성봉사자’를 원한다는 것이다. 자칫 신종 성매매로 변질될 가능성이 있어 우려를 낳는다. <일요시사>가 ‘성봉사’의 면면을 살펴봤다.
 
 

성욕을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는 남성들을 위해 ‘성(性)봉사’를 해주고 있다는 여성의 페이스북이 인터넷을 통해 공개되면서 한때 논란이 일었다. 당시 몇몇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한○○’씨의 페이스북 게시글이 높은 관심을 받았다. 한씨는 자신의 직업을 ‘성봉사자’라고 표현하면서 자신과 관련된 선정적인 사진 50여장을 공개했다. 친절한 설명도 잊지 않았다. 대부분의 사진이 ‘성봉사를 하며 촬영한 것’이라고 밝혔다.

인터넷 접수
공짜 맞아?

공개된 사진 설명 등을 종합하면 한씨는 지난 2년간 200여명 이상의 남성들과 접촉해 성적인 만남을 이어갔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상관이 없다”며 “(성봉사를 믿지 못하고) 괜히 의심부터 시작하시는 분들이 있다. 믿기 싫으면 연락 주지 마시고요. 이번 주에도 장애인 1명, 비장애인 3명을 만났다”고 적었다.

한씨가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들은 대체로 야한 옷을 입은 여성이 모텔 침대에 앉거나 누워 있는 모습이었다. 얼굴과 중요 부위 등은 자체 모자이크 처리로 가려진 상태였다. 동일인인지는 구분하기 쉽지 않았다. 한씨의 페이스북만 봐서는 ‘성봉사’보다는 ‘성유혹’에 가까웠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꾸준히 야한글과 사진을 올리면서 남성들을 유혹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친구신청 및 팔로우, 메시지 등은 계속 증가했고 ‘좋아요’와 댓글도 쏟아졌다.

한씨는 “요즘 2주 동안 너무 쾌락적인 만남과 봉사를 해왔던 것 같다”거나 “약속을 잡을 때 제 셀프카메라 원본을 보내드려요” “메시지가 많이 밀려서 연락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데도 영상 보면서 기다려주신 감사한 분들” 등의 글을 남겨 놓았다.

한씨와 페이스북 친구를 맺은 이용자는 3400여명이 넘었고, 대부분이 고등학생, 대학생이었다. 물론 일반인도 있었다. 성봉사자를 자처한 한씨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자 이를 바라본 몇몇 이용자들은 ‘성봉사’를 빙자한 성매매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당시에 한씨가 실제로 ‘성봉사’를 하고 있는지 여부는 알 수 없다. 한씨의 페이스북이 각종 커뮤니티에 공개되면서 결국 그의 페이스북은 계정을 사용할 수 없는 상태에까지 이르렀다. 한씨의 페이스북은 현재까지도 비활성화 상태로 남아 있다.

다소 생소하지만 ‘성봉사’는 음지에서 암암리에 행해지고 있었다. ‘성봉사’는 제도화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비공식적인 카페 및 블로그를 통해 자원봉사자를 모집한다. 봉사활동을 원하는 사람은 카페나 블로그 등을 통해 예약을 하면 해당 사이트 운영자가 장애인과 연결시켜주는 시스템이다.

“혼자 해결 못하시면 기꺼이…” 
성관계 돕는 젊은 여성들 활동

워낙 소수의 카페만 운영되고 있어 장애인 ‘성봉사’ 활동에 대해 자세히 알기란 쉽지 않다.

‘성봉사’ 카페는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성 제공자를 구하는 남성 장애인들의 카페와 성 제공자를 자처하는 비장애인들의 카페가 있다. 전자의 카페는 성봉사녀를 구하는 장애인들의 글로 가득하다. 이들은 카페 게시판을 통해 “성도우미를 만나고 싶다”며 전화번호를 남겼다. “제발 좀 도와 달라”며 절박함을 나타내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들의 욕구를 채워줄 여성은 쉽게 나타나지 않았다. 실제로 성 제공자 중에 여성을 찾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사실상 전무하다고 봐도 될 정도다. 그렇다고 여성 봉사자가 아예 없는 건 아니다. 간혹 직업여성으로 의심되는 이들의 글을 발견할 수 있다.

“수도권 출장 가능 합니다” 등의 글을 올리기도 한다. 문제는 봉사가 아닌 구체적인 금액을 제시하며 접근한다는 점이다. 때문에 성매매로 번질 우려가 나온다.

성 제공자 대부분은 남성들이었다. 후자의 카페 게시판에는 ‘성봉사’를 하겠다는 남성들로 넘쳐났다. 성 제공자 대부분은 비장애인 남성들이었던 것이다. 카페 내 게시글을 살펴본 결과 성 제공자들의 나이대는 40∼50대로 추정된다.

이들은 “조건 없이 성관계 해드립니다” “드라이브도 시켜드립니다” “순수한 마음으로 당신의 섹스를 돕습니다” “열심히 봉사하겠습니다” 등 ‘성봉사’를 자처하고 있었다. ‘섹스’나 ‘성관계’라는 단어는 피하면서 ‘자원봉사’를 강조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의 의도가 결코 순수하지 않아 보인다는 것이다. 여성 성 제공자는 거의 찾아볼 수 없고 오직 남성 성 제공자만 넘치고 있었고, 장애여성과의 관계를 통해 자신의 욕구를 해결하려는 이들이 태반이었다. 호기심 넘치는 글들이 대부분이었던 것이다.

봉사 뒤에
가려진 욕망

비장애인 성 제공자 중 일부는 실제로 장애여성에게 ‘성봉사’를 했다면서 “나를 만난 장애여성들은 모두 만족했다”며 자신의 전력을 홍보하기도 했다.

노골적으로 돈을 요구하는 이들도 있었다. 모텔비, 기름값 등을 받겠다는 것. 심지어 장애인들을 성적 도구로 이용하려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장애인 부부와 ‘스와핑’을 하고 싶다는 것.

이처럼 상식 밖의 일들이 벌어지면서 ‘성봉사’는 선의의 탈을 쓰고 뒤로는 자신의 성욕을 채우는 행위로 인식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음성적으로 이뤄지는 ‘성봉사’를 불편하게 바라보는 사람들이 늘었다. 그렇지만 ‘성봉사’ 수요자와 공급자를 법적으로 처벌할 근거는 없는 상황이다.

2010년 4월 말 개최된 ‘제10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선 다소 충격적인 내용을 담은 영화 한 편이 출품됐다. 바로 영화 <섹스 볼란티어:공공연한 비밀 첫 번째 이야기>였다. 이 영화는 중증 장애인과 성관계를 하는 여대생의 이야기를 담았다. 영화 속 ‘성봉사녀’는 “성매매가 아니라 ‘자원봉사’를 했다”고 말하며 자신을 ‘장애인 성도우미’라고 소개한다.

일반적으로 장애인 성도우미는 결혼하지 못한 중증 장애인의 성 욕구 해소를 돕거나, 타인의 도움 없이 부부관계를 갖기 어려운 중증 장애인들을 돕는 사람을 말한다.

그런데 이 같은 ‘성봉사’는 영화 속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앞서 설명했듯이 ‘성봉사’ 관련 카페에서 활동하는 회원들은 실제로 존재한다. 이 중 모 카페의 회원은 1000명이 넘는다. 이들은 ‘성봉사’를 ‘인권활동’이라고 말하고 다닌다.

‘봉사’와 ‘매춘’의 줄다리기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장애인 성교육을 담당하는 한 관계자는 “장애인들에 대한 성적인 도움이 흔히 잘못 이해되고 있다”며 “일반인들에게 인식시켜야 할 것들이 여전히 많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성 자원봉사같이 일회성으로 장애인의 성 욕구를 풀어줄 게 아니라 장애인이 나와서 사랑하고 연애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와 제반 여건을 만들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애타는 장애인
이용하는 자들

해외의 경우는 우리와 다르다. 네덜란드, 독일 등 일부 국가에선 ‘성봉사’가 제도적으로 마련돼 있다. 네벌란드에서는 플렉조그(FLECK ZORG, 네덜란드어로 섹스 돌봄이)라는 장애인 성 서비스 제공기관이 있다. 이 단체는 영리단체로 유로로 성욕해소를 위한 파트너를 소개해준다.

또한 SAR(선택적 인간관계재단)역시 네덜란드의 섹스 자원봉사를 위한 사회적 기구이다. 네덜란드 자치단체 가운데 36곳은 장애인들에게 섹스 지원금을 지급한다. 독일의 베를린에는 섹시 빌리티지라는 비정부 기구가 있다. 이 기구 역시 장애인과 성 도우미를 연결해준다. 일본도 성 도우미를 봉사자로 소개시켜주는 웹 사이트가 존재한다.

그러나 성 도우미가 합법화된 유럽에서도 여전히 많은 이들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성 도우미가 합법화된 지 10년이 넘는 스위스에서도 아직 성 도우미는 일반인들에게 금기시되는 주제에 속하기 때문이다.

이에 유럽에서는 장애인 성 도우미에 대한 일반인들의 이해를 높이기 위한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독일의 경우 ‘장애인 자기 결정 상담소(ISBB)’에서는 장애인이 자신의 성적 권리에 대해 인식하고 심리적 치유를 목적으로 탄트라 마사지를 진행하고 있다. 이 서비스는 성관계 자체에 중점을 두기보다는 장애인의 성을 금기시하는 인식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성봉사’라는 단어는 2005년 일본에서 발간된 가와이 가오리의 <섹스 자원봉사>라는 책이 소개되면서 처음 언급됐다. 당시 복수의 언론이 <화제의 신간> 코너를 <섹스 자원봉사>로 장식했다. 이 책은 작가의 목소리를 거의 배제한 채 인터뷰 중심으로 풀어가고 있어 누구든 쉽게 이해하며 읽을 수 있다.

또 2년 동안 일본의 중증장애인과 관련 모임, 사회복지사, 섹스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들 등 다양한 접근을 시도하고, 해외 사례에서 더 나아가 대안을 모색하는 세심함을 보였다.

너도 좋고 나도 좋고 ‘윈윈’
암암리에 변종성매매 악용도

<섹스 자원봉사>의 지은이 가와이 가오이는 한 흑백비디오를 통해 69세의 중증 장애를 가진 사람이 자위를 하다가 손에 힘이 없어지기 시작하니까 비디오 촬영을 하는 청년이 자기 손으로 자위를 도와주는 것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이후 자위행위조차 할 수 없는 사람의 경우 성욕을 어떻게 풀 수 있을까라는 고민과 함께 대안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안게 됐다.

이 책에는 욕구를 풀지 못하는 장애인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다케다(69·남)씨는 보행이 어려운 뇌병변 장애를 갖고 있다. 산소통에 의지해 생활하며 학교 문턱에도 가보지 못했고 독학으로 글을 익히게 된다. 50세가 되던 해, 업소를 찾아가 첫 섹스를 만끽한다.

첫 섹스를 하기까지 15번의 거절을 당했다. 다케다씨는 태어나 처음 나체의 여성을 봤던 것이다.

장애인 시설 직원 사토는 마흔이 넘은 비장애인이다. 그는 간혹 손발이 자유롭지 못한 장애인의 손이 되어 자위를 돕기도 한다. 지은이를 다케다에게 소개시켜준 것도 사토다. 그는 장애인들의 숨겨진, 아니 억눌린 성의 현실이 제대로 알려져 어떤 대안이 나오길 바라는 사람이다.

사토는 남성 장애인에게만 도움을 주다가 여성장애인에게도 관심을 갖게 돼 도움을 주기도 했다. 그는 본인이 사정을 하기도 해서 관계가 애매모호해지는 경우도 있다고 털어놓는다.

이오 아오이(38·남)는 선천성뇌병변장애로 식사와 용변을 스스로 해결하기 어렵다. 성봉사자 사유리는 이오 아오이를 위해 섹스를 한다. 그런데 사유리는 아이 둘이 있는 기혼 여성이었다. 충격적인 이야기지만 사실이다. 가와이 가오리의 <섹스 자원봉사> 덕분에 장애인 성 문제가 수면위로 올랐다. 

이후 ‘섹스 자원봉사자’ ‘섹스 도우미’ ‘성봉사자’란 단어가 퍼졌다. 책과 영화를 통해 세상에 알려진 성봉사자의 존재는 그동안 성 문제로 고민을 해왔던 수많은 장애인들과 그 가족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무엇보다도 많은 장애인들은 단어의 의미보다도 실제로 성 자원봉사자가 존재하는지 그 실체를 궁금해 했다.

일부이긴 하나 장애인 성봉사자는 분명 존재하며 음지에서 활동하고 있다.

극히 일부지만
진짜 봉사자 존재

우리나라의 장애인 차별금지법 5절 29조에 의하면, ‘장애를 이유로 성생활을 향유할 공간 및 기타 도구의 사용을 제한하는 등 장애인이 성생활을 향유할 기회를 제한하거나 박탈해서는 안된다. 관계 법령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필요한 지원책을 강구하고, 장애를 이유로 한 성에 대한 편견·관습, 그 밖에 모든 차별적 관행을 없애는 교육을 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맞춤형 성서비스' 네덜란드 ‘플렉조그’는?

네덜란드의 ‘플렉조그(Flecks Zorg)’는 성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이다. 플렉조그에서는 혼자서는 성욕을 처리할 수 없는 중증장애인에게 유료로 성 파트너를 파견하는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이용자가 기관으로 신청을 해오면 원하는 장소로 방문해 성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용자의 70% 정도는 실제적 접촉을 통한 성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으며, 나머지는 키스나 포옹 등 친밀한 관계를 갖기 위해 서비스를 신청하기도 한다.

 이 기관의 이용자는 300여명 정도로 이 중 절반이 신체적 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며 중증장애인의 이용률도 높다.

신체장애인 외에도 정신장애인, 자폐성장애인, 전반적 발달장애, 65세 이상 노인 중 배우자가 사망한 사람 등이 이용하고 있다.

성서비스 제공자는 보건위생을 위해 1년에 3∼4회 정도는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고 있으며, 개인적으로 검사를 받기도 한다.

또 기본수칙을 잘 지키고 있기 때문에 안전한 편이라고 한다.

 한편, 네덜란드에서는 동성애자끼리의 결혼도 인정되며, 매춘도 합법이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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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