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끝나지 않은' 해병대캠프 참사 뒷이야기

유족들 두번 울린 “별지 이면합의 있었다”

[일요시사=사회팀] 이광호 기자 = 여객선 세월호 침몰 참사와 관련된 안타까운 소식이 연일 전해지면서 국민들의 슬픔이 가시지 않고 있다. 비통한 소식을 접할 때마다 바다에 갇힌 아이들이 떠올라 죄책감마저 든다. 전형적인 ‘인재’인 이번 사고는 지난해 발생한 사설 해병대캠프 실종 사고와 어느 정도 닮아 있다. 사고를 둘러싼 구조적인 문제가 곳곳에서 드러났기 때문. 문제는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뒷짐 지고 물러나 있다는 점이다. 해병대캠프 실종 사고로 인한 갈등은 현재진행형이다.

 
속담에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말이 있다. 쉽게 말해 윗사람이 잘해야 아랫사람도 잘한다는 것. 이번 여객선 세월호 침몰 참사는 국가운영의 총체적 난국을 여실히 드러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발생한 사설 해병대캠프 실종 사고도 이와 다르지 않다. 어떻게 보면 해병대캠프 실종 사고는 세월호 사고의 축소판인지도 모른다. 사고 중심에 있으면서도 나 몰라라 하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세월호와 닮은
해병대캠프 사고
 
해병대캠프 사고는 지난해 7월18일 충남 태안군 안면도에서 열린 사설 해병대캠프에 참가했던 공주사대부고 학생들이 구명조끼를 벗고 바다로 들어가라는 교관의 지시를 따르다가 깊은 갯골에 빠진 뒤 그중 5명의 학생들이 파도에 휩쓸려가 실종·사망한 사건이다.
 
세월호 사고 당시 ‘가만히 있으라’고 지시한 선원들의 선내방송과 오버랩된다. 당시 갯골에 빠져 허우적대던 학생들은 교관들에게 살려달라고 소리쳐 애원했지만 교관들은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그저 호각만 불 뿐이었다.
 
바다에 빠진 학생들이 믿은 건 친구뿐이었다. 학생들은 서로의 손을 연결해 갯골에 빠진 친구들을 구조해냈지만 끝내 5명은 물속에서 나오지 못했다. 하지만 교관들은 5명이 실종됐다는 학생들의 말을 무시한 채 “숙소에 있을 거다”라며 숙소를 찾아보게 하는 어처구니 없는 처신을 보이면서 구조할 시간을 허비했다. 그제서야 사고 30분 뒤 해경에 신고했다. 그리고  다음날 동틀 무렵, 첫 아이의 시신을 시작으로 마지막 아이까지 모두 바닷속에서 인양됐다. 아이들은 바다로 끌려들어간 지 하루 만에 원혼으로 육지로 돌아왔다. 
 
경찰은 당시 현장에 있었던 사고 책임자인 훈련교 김모(38)씨와 이모(31)씨, 그리고 교육훈련 본부장인 이모(44)씨 등 세 명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금고 2년~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 이 사고로 교육부는 사설 해병대캠프에 학생들의 참가를 금지하기로 결정했고, 해병대사령부 측도 도의적인 책임을 통감하며 해병대캠프 상표등록을 신청했다. 난무하는 사설 해병대캠프를 없애기 위한 취지였다.
 
당시 공주사대부고 이상규 교장은 사태에 대한 책임을 통감한 책임을 지고 사퇴하겠다고 밝혔으나, 유족들은 사퇴가 아닌 파면을 원했다. 결국 이상규 교장은 서만철 전 공주대 총장(현 충남교육감 예비후보)에 의해 파면됐다. 그러나 사고 이후 희생자 유족들은 책임자 엄벌과 근본적인 재발 방지책 마련을 다짐한 정부의 약속 중 어느 것 하나 지켜지지 않았다고 호소하며 130여일 넘게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이 와중에 지난 2월17일 경주 마리나 리조트 체육관이 무너지며 부산외대 학생 등 10명이 목숨을 잃었고, 지난달 16일에는 진도 앞바다에서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하며, 안산 단원고 학생 수백명이 사망·실종됐다. 이처럼 ‘학생활동’이 ‘죽음’으로 변모한 이유는 어른들의 무책임 때문이었다.
 
해병대캠프 사고 유족들은 “작년 7월 강압적인 훈련 속에서 구명조끼 없이 바다로 들어갔다가 5명의 학생들이 희생된 태안 사설 해병대캠프 참사는 이러한 잘못된 군사교육의 폐해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며 “학생들이 희생된 지 300일이 돼 가지만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부는 태안 사설 해병대캠프 참사에 대해 전면 재수사를 실시하고 현장검증을 통해 사건 진상을 철저히 규명해야 할 것이며 관련 책임자들을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이들은 정부가 여전히 군사훈련과 안보교육을 장려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들은 세월호 참사 소식에 동병상련의 눈물을 흘리면서 진도체육관을 방문해 세월호에서 실종된 단원고 학생 가족들을 위로했다. 또한 해병대캠프 참사에 대한 전면적인 재수사를 요구하기도 했다.

어린 원혼 만든
무책임한 어른들
 
애초에 해병대캠프 참가 학생들이 머물렀던 H유스호스텔은 돈을 벌고자 인근 앞바다를 이용해 이전부터 해병대체험을 실시해오던 해당 유스호스텔 건물을 인수했다. 그러나 사업 추진 과정에서 걸림돌이 생겼다. 바다를 사용해 돈을 벌기 위해선 공유수면점사용허가를 받은 후 해경에 수상레저사업등록을 해야 하는데, 허가기관의 이용협의 과정에서 제동이 걸렸다.
 
당시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사익 추구를 이유로 거부 의사를 밝혔지만, H유스호스텔은 국립공원 경계를 조금 벗어난 곳에 다시 허가를 신청했고, 결국 ‘공유수면점사용허가’를 받아냈다. 그리고 해경은 H유스호스텔 앞바다 사용권(수상레저사업등록)을 허락했다.
 
 
이렇게 철저한 준비를 통해 법적 문제없이 사업 기반을 마련했다. ‘해병대체험 프로그램’이 그것. 문제는 학생들을 교육할 교관 채용이었는데 베테랑이 아닌, 갓 전역한 해병대 청년을 아르바이트생으로 고용하면서 문제를 만들었다.
 
결국 안타까운 인명 피해가 발생했고, 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며 “사고의 원인을 철저하게 규명하라”고 말했지만, 사정당국의 수사는 미적지근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해경 합동수사본부는 사고 발생 보름여 만에 서둘러 수사를 마무리했다. 사고 직후 지역 언론을 통해 ‘A사가 H유스호스텔의 실소유주다’는 정황이 알려졌지만 검·경 모두 A사에 대한 수사를 접은 채 사안을 매듭지었다.
 
검찰은 해병대캠프 진행 관계자 5명만 업무과실상치사 혐의로 기소했다. 정작 H유스호스텔 측은 솜방망이 처벌만 받았다. 때문에 각종 의혹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그러나 사고 책임자들은 부당을 주장하며 항소했고, 현재 대전고법에서 2심 재판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세월호 닮은꼴’ 사고 10개월째 갈등 여전
자식 잃은 슬픔과 합의 문제로 고통 나날
 
지난해 12월31일 발표된 금융감독원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H유스호스텔은 A사의 종속기업이다. H유스호스텔은 청소년수련시설로 허가받은 4개동, 숙박용 2개동, 근린생활시설 6개동 등 모두 12개동의 건물로 이뤄졌다. 이 가운데 H유스호스텔 등이 소유한 건물은 단 3개동에 그쳤다. 지난해 7월 해병대캠프 사고 직후 A사에 대한 감사보고서를 살펴본 금감원은 A사가 H유스호스텔의 실소유주라고 설명했다. 사고 발생 4개월여 후인 지난해 11월, 정부는 A사 측에 ‘금탑산업훈장’을 수여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해병대캠프 사고는 잊혀지는 듯 했지만 사고로 인한 갈등은 여전히 진행 중이었다. 합의가 원만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 지난해 공주대 측은 유족들에게 ‘이면합의’를 했다고 전해진다.

끊이지 않는 잡음
비리의 온상
 
지난해 7월24일 새벽, 서만철 전 총장, 교육부 사무관, 공주대부고동창회 관계자와 유가족 대표가 보상 등에 대해 구두 합의를 한 후 별지를 작성하여 서명을 했다는 것이다. 그 별지에는 국가보상금 외에 특별위로금 지급, 장학재단 설립, 의사자 지정, 공주대부고 명예졸업장 수여, 추모비 건립 등이 기재돼 있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보상 등과 관련해 약속 위반사항이 나타났다고 전해진다.
 
이에 유족 측은 크게 분노하면서 인권 침해 진정과 함께 거센 항의를 하며 청와대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이내 합의해주는가 싶더니 결국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상황이지만 합의는 여전히 미궁 속이다. 유족들의 합의 과정을 지켜본 관계자들은 원만한 합의가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현재 유족들을 자식을 잃은 슬픔과 더불어 합의 문제로 2차 고통을 받고 있다고 전해진다. 이 문제의 전적인 책임이 공주대 측에 있는 건 아니지만, 아니라고 할 수도 없는 상황. 서만철 충남교육감 예비후보 측은 이면합의서에 대해 잘 모른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부처 간 떠넘기기가 심각하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가운데 이면합의를 내세운 것으로 알려진 서 후보 관련 논란도 적지 않다. 서 후보의 두 자녀가 외국인학교에서 중·고등학교 과정을 거쳤다는 것이다. 서 후보의 두 자녀는 대전외국인학교(TCIS)를 졸업하고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정의당 정진후 의원실이 지난 3월 교육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대전국제학교 학비는 1인당 연 5032만원으로 전국의 외국인학교 중 가장 비싼 편에 속한다. 이 학교는 2012년 국정감사에서 부유층 자녀가 다니는 학교라는 지적을 받았다. 공주대 총장을 역임하고 충남교육감 후보로 나선 서 후보가 자녀를 외국인학교에 보냈는데 어떻게 공교육의 수장을 맡겠냐는 비판이 나온다.
 
아들의 병역문제도 제기됐다. 서 후보의 아들은 2003년 미국국적을 선택하면서 병역 의무를 벗었다. 관련법에 따르면 남자의 경우 18세 전 국적포기 신고를 해야 병역이 면제된다. 서 후보의 아들은 2012년 6월, 대전에서 결혼식을 올렸고 현재는 미국에 거주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 후보의 장녀는 미국 국적을 유지하다가 2011년 한국 국적을 재취득했다. 미국에서 결혼 생활을 하다가 한국에 와서 결혼식을 올리기도 했다.
 
이에 서 후보는 자신의 자서전인 <교육솔루션>을 통해 “(미국 유학시절에 자녀들이 태어나) 미국에서 출생신고를 하는 바람에 두 아이 모두 이중국적 상태였다”며 “한국으로 돌아와 미련 없이 두 아이의 미국 국적 포기신청서를 작성해 제출했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미국 국적이 말소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국제학교를 졸업한 이후) 아이들이 미국에서 대학을 다니고 싶다고 해 존중해줬다”며 “이렇게 아이들을 키우다보니 한국 교육제도와 미국교육제도를 비교 연구하고 나만의 교육 철학을 가다듬는 데에도 많은 보탬에 됐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서 후보가 공주대 총장으로 재직할 당시 교수 채용 비리가 연속적으로 발생하기도 했다. 2012년 음악교육과 교수 채용 비리로 전·현직 교수 4명이 구속 기소됐다. 같은 해 체육학과 교수 채용 심사 오류로 합격자 번복 사건이 발생했다. 2013년에는 공주대 산업과학대학 원예학과 교수 채용 관련 비리 의혹이 일어 교수들이 공주지청에 진정서를, 총장에게 의견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서 후보는 독단적인 학교운영 등으로 학내 교수회의 불신임을 받기도 했다. 2012년 4월 공주대 교수회에서 총장불신임 투표를 진행하여 참여교수 65.5%가 찬성할 정도였다. 공주대 한 교수는 “서만철 전 총장과 관련된 비리가 수십 가지”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현재 공주대 교수들 대부분이 서 후보가 교육감 선거에 출마하는 것에 대해 난색을 표한다는 것.
 
비리로 얼룩진 공주대…구조적인 문제 부각
서만철 충남교육감 후보 둘러싼 의혹들 부상
 
비교적 최근에 논란이 된 ‘공주대 성추행 교수 사건’은 2012년 12월 미술교육과 재학생 26명이 2명의 교수로부터 지속적인 성추행을 당하고 있다며 학교 상담실에 피해를 호소하면서 세간에 알려졌다. 피해 학생 중 4명이 고소하면서 가해 교수들은 2013년 4월 각각 정직 3개월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그해 2학기, 수업을 그대로 진행하면서 공주대는 학생들의 수업 배제 요구를 묵살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업은 이어졌다. 2014년 1학기 수업도 개설될 정도였다. 이때부터 언론이 관심을 가졌고 결국 가해 교수들은 대학 강단에서 물러나게 됐다. 일각에서는 서 후보가 당시 교수들을 비호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서 후보가 총장직에 사퇴한 뒤에야 여론 악화를 이유로 징계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공주대 운영 
무능력 도마
 
공주대 산학협력단을 둘러싼 의혹도 제기됐다. 현 충남교육감 김종성은 장학사 비리사건으로 구속된 상태다. 그는 1심에서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과 위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징역 8년형, 2심에서는 위계 공무집행 방해 혐의에 대해서만 유죄를 받아 징역 3년형을 받았다. 특정 교사를 장학사로 뽑도록 지시한 혐의다. 
 
이 산학협력단은 서 후보가 총장 재직시절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 산학협력단에 낙하산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2011년, 민주당 김유정 의원은 이러한 문제를 국정감사에서 지적했다. 김 의원은 교과부 국정감사에서 “휴직 중 국립대 산학협력단에 억대 연봉으로 취업해 사업비 수주 로비활동을 벌이거나 유관 연구소에 취업해 자문 역할을 하면서 억대 연봉을 챙겨온 교과부 공무원들이 수두룩하다”고 밝혔다.
 
당시 김 의원이 공개한 사례를 보면 먼저 한 국장은 휴직 전 연봉(8170만원)보다 46.9%(3830만원) 많은 1억2000만원에 1년간 공주대 산학협력단 연구협력본부장으로 취업했다. 그가 공주대 산학협력단과 맺은 고용계약서에 따르면 주당 2∼3일 근무에 월 1000만원의 월급을 받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김 의원은 “연구협력본부장이란 직함이 국가 R&D사업을 따오는 영업이사로 취업한 것을 자인한 꼴”이라고 지적했다. 공주대 산학협력단을 둘러싼 비리가 나오는 이유는 충남교육청의 각종 용역을 이 산학협력단이 맡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산학협력단을 통한 비자금 조성 의혹도 나오고 있다. 앞서의 공주대 한 교수는 “서만철 비리와 관련해 검찰이 내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해 선거를 앞두고 논란이 예상된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군사훈련식 병영체험, 무엇이 문제인가?
 
정의당 정진후 의원실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서울을 제외한 16개 시·도의 병영체험 참가 학생 수는 11만1300여명에 이른다. 윤명화 서울시의원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3년까지 서울 시내에서만 병영체험에 참가한 학생 수는 3만5500여명에 이른다. 또한 지난 3년간 국가보훈처를 통해 체험교육을 받은 학생들은 약 30만명에 달한다.
 
이들은 “이러한 훈련 속에서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불합리한 제도와 반인권적 처우에 정당한 이의를 제기하는 법이 아니라 순응하는 법만을 배우게 된다”며 “사회의 부조리에도 ‘침묵하고 가만히 있는’ 사람을 만들어내는 과정”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침몰하는 세월호에서 ‘가만히 있으라’는 관리자들의 무책임한 선내 방송에 순응하다 희생당한 학생들은 전체주의적인 규율문화에는 익숙했지만, 재난으로부터 자신을 지킬 구체적인 방법 그리고 상황에 대처할 비판적 사고와 자율적 결정 능력 발휘와 관련해서는 국가로부터 제대로 교육받은 적도 훈련한 적도 없는 상태였다”고 지적했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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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학의 교수 수준은 강의의 질과 비례한다. 학교는 학생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다. 과거와 비교해 그 의미가 많이 퇴색했지만 ‘상아탑’으로 불리는 대학의 본질은 여전히 유효하다.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인재 양성, 특히 초등학생을 가르칠 선생님을 배출하는 ‘교대’라면 그 본질을 향해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진주교육대학교(이하 진주교대)에서 2020년 시작된 교수 채용 논란이 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1932년 공립사범학교로 시작해 100여년 동안 초등교육 발전에 힘을 보태 온 학교로서는 불명예스러운 논란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진주교대가 마치 ‘제3자’인 것처럼 멀찍이서 논란을 지켜만 보고 있다는 점이다. 첫 단추 잘못 끼웠나 2020년 10월 진주교대는 미술교육과, 수학교육과 등에 각 1명씩 총 4명의 교수를 채용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했다. 2021년 1학기 임용을 목표로 같은 해 11월부터 채용 절차가 시작됐다. 교육공무원법에 명시된 결격사유가 없어야 한다는 일반 요건과 함께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소지자’라는 자격 요건이 붙었다. 전형은 ▲자격 심사 ▲전공 적부 및 전공 심사 ▲경력 심사 ▲면접 심사(심화 과정) ▲면접 심사(최종) 등으로 이뤄졌다. 논란은 미술교육과 교수 채용 과정에서 불거졌다. 진주교대는 채용 계획에서 미술교육과 전공 분야를 ‘도자공예 또는 미술교육(도자공예)’으로 정했다. 도자공예 교수가 정년 퇴임을 앞두고 있어 그 후임자를 뽑기 위한 채용이었다. 문제는 미술교육과에 최종 합격한 A 교수가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A 교수는 진주교대에서 초등교육을 전공(학사)했고, 석사 학위는 초등미술 교육(진주교대), 박사학위는 디자인학(광주대) 전공으로 받았다. 미술교육과 채용에 지원하려면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즉, 도자 관련 전공 박사학위가 있어야 하는데 그가 자격 요건에 못 미친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A 교수의 전공 적부 논란은 면접 심사 과정에서 언급됐다. 면접에 들어간 한 심사위원이 A 교수의 전공이 채용 분야와 맞지 않는다고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면접 심사(5배수) 대상자 명단’ 자료에 따르면 A 교수를 제외한 4명의 지원자는 학사, 석사, 박사 과정 등에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한 사실이 확인된다. 당시 면접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미술교육과 B 교수는 “전공 적부와 관련해 다시 심사해야 한다고 이의를 제기했고 재심사가 이뤄지긴 했다”며 “그런데 첫 번째 전공 적부 전형에 참여했던 위원들이 재심사를 담당했다. 결과가 바뀔 리가 있겠나”라고 한탄했다. A 교수는 2021년 2월 최종 임용됐다. A 교수를 둘러싼 논란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가 쓴 <프리미티비즘의 조형 표현 요소 및 특성을 통한 현대 도자 작품 연구> 논문이 표절 시비에 휘말린 것이다. 광주대학교 대학원 디자인학 전공으로 박사 과정을 밟은 A 교수의 학위 논문이다. 2020년 6월경 논문 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진주교대 교수 채용공고가 뜨기 3~4개월 전이다. 채용 과정에서 전공 적부 논란 임용 이후 추가 문제 제기됐다 2021년 3월, B 교수는 A 교수의 연구 부정행위(표절)를 광주대에 제보했다. A 교수가 해당 논문으로 광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기에 검증도 광주대에서 진행해야 했다. 교육부 훈령 제449호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18조(연구부정행위 검증 절차)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를 검증하려면 예비조사와 본조사, 판정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절차를 총괄하는 게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위한 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대한 심의, 의결 권한을 갖는다. 또 예비조사와 본조사에서 나온 결과를 승인한다. 제보를 받은 광주대는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를 소집했다. 황당한 지점은 광주대에서 A 교수의 논문을 두고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수차례 반복했다는 사실이다. B 교수가 마지막에 나온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결과를 두고 민사소송을 제기한 시점은 2024년 8월로, 처음 제보했던 2021년 3월 이후 무려 3년5개월이나 걸렸다. 그나마도 표절 여부는 여전히 판명 나지 않았다. 교육부의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25조(판정)에 따르면 예비조사 착수 이후 판정까지의 모든 조사는 6개월 이내에 종료해야 한다고 돼있다. 물론 이 기간 안에 조사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연장도 가능하다. 하지만 광주대의 경우는 ‘절차상 하자’가 연이어 발생했다. 제보자나 피조사자 양측에서 이의를 제기하고 재조사하는 일이 반복됐다. 2021년 8월 광주대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에 대해 만장일치로 표절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A 교수에게 의견 진술권을 부여하지 않은 점이 문제로 떠올랐다. 다시 말해 A 교수가 자신의 논문이 표절이 아니라고 반론할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이다. 결국 모든 조사는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2022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가 재구성됐는데 5월 예비조사와 8월 본조사에서 정반대의 결론이 나왔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 논문의 총 1234개 문장 중 425개(34.4%)가 표절로 의심되며 ▲특정인의 논문을 몇 페이지에 걸쳐 연속적으로 사용했고 ▲독창적인 부분을 적시해 달라는 요청에 피조사자가 답변을 회피하며 적극적 방어를 하지 않아 비교 대조표를 그대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점 등을 근거로 표절로 판정했다. 거듭된 하자 조사만 4번 반면 본조사위원회는 “이 사건 논문은 ‘작품 논문’이라는 특성상 다른 분야와 같은 기준으로 표절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며 “작품 논문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논문의 핵심 부분인 작품 그 자체에는 독창성이 인정되므로 논문 자체를 표절이라고 판정할 수 없다”고 했다. 두 번째 조사에서도 또다시 ‘하자’가 발견되면서 판정이 무효로 돌아갔다. B 교수는 피조사자인 A 교수가 심사위원 제척 여부를 이유로 외부위원 명단을 요청했고 실제 공개된 점, 제보자에게 의견 진술의 기회를 주지 않은 점 등의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본조사위원회 보고서에 각 당사자의 진술 요지와 조사 결과 등이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데도 이 부분을 빠뜨리면서 실체상 하자도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동시에 법원에 본조사위원회 판정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 건은 피고(광주대 측)가 “원고 측 이의를 받아들이고 기존 본조사 판정을 무효화하고 다시 본조사위원회를 소집하겠다”고 약속하고 B 교수가 소를 취하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2023년 세 번째로 소집된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을 표절로 판정했다. 의견서에는 ▲전체 1200여개 문장 중 출처 표시 없이 인용된 문장이 360여개로 과도하게 많은 점 ▲저자의 독창성을 보여주는 부분이 많지 않은 점 ▲논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제4장과 결론에서도 타인의 학술 논문과 내용이 유사하거나 출처 표시가 없는 문장이 다수인 점 등이 근거로 기재됐다. 하지만 이 결과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구성 문제가 대두되면서 전면 무효화됐다. ‘광주대학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설치 운영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학장, 교무처장 및 산학협력단장은 당연직으로 하고 교무처장이 위원장이 된다’는 조항이 있는데 이를 일부 준수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다시 해를 넘겨 2024년 6월 예비조사위원회는 표절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놨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이 박사학위 논문 심사를 통과했고, A교수가 KCI 논문 유사도 검사에서 1%의 유사도를 보인 결과서를 제출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저작위원회 “유사성 인정” 또 A 교수가 인용 표시를 하지 않은 부분이 타인의 아이디어나 창작물을 침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른 저자의 논문 역시 다른 논문이나 저서를 그대로 따른 것으로 ‘독창적인 아이디어나 창작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표절이 아니라고 판정한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서 승인했다는 점이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본조사를 실시할 필요가 없다는 판정을 내리고 결론을 확정했다. 3년5개월여 동안 진행된 조사에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판정 승인이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일단 표면상으로는 최종 결론이 난 셈이다. 첫 채용 공고 시기로 따지면 4년 가까이 이어진 논란은 B 교수의 반발로 법정에 가게 됐다. B 교수는 2024년 7월 광주대가 자신의 이의 신청을 기각하자 같은 해 8월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학교법인 호심학원을 상대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판정 무효확인 등’의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승인한 부분과 본조사위원회가 불필요하다고 한 부분을 무효로 판단해 달라는 취지였다. 이 과정에서도 절차상 하자가 언급됐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에 대한 충분한 혐의를 인지했을 경우에 예비조사를 생략할 수 있고, 피조사자가 연구 부정행위 사실을 모두 인정할 경우 본조사를 생략하고 바로 판정을 내릴 수 있다”며 “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 결과를 확정해 판정할 근거가 없다. 본조사 결과만 승인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A 교수 논문에 대한 표절 여부도 제대로 다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거치는 과정에서 표절 판정이 엇갈린 만큼 저작권법,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및 한국연구재단이 제시하는 인용 방법 및 논문 표절 기준 등에 따라 A 교수의 논문을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B 교수는 A 교수의 논문을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 감정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저작권법 제112조에 따라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법원이 B 교수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한국저작권위원회는 A 교수가 박사학위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12편의 논문을 비교, 감정했다. 반복된 조사 엇갈린 판정 결국 법정 공방으로 번져 <일요시사>가 입수한 감정 결과서에 따르면 A 교수의 논문은 총 12편의 비교 대상 논문 중 총 11편에 대해 저작권법상 보호를 받는 창작적인 표현 형식을 상당 부분 복제하고 있다며 저작권법상 실질적인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또 ‘단순히 학술적 아이디어나 이론적 사실을 공유하는 수준을 넘어 선행 저작자들이 자신의 학문적 관점과 예술적 주관에 따라 논리적으로 체계화한 문장 구조, 단어 선택, 서술 방식 등을 그대로 사용했다’ ‘외국 문헌을 연구자 본인의 시각으로 재해석해 요약하거나 번역한 문장의 경우에도 원저작자의 창작적 개성이 반영돼 저작권법의 보호 범위에 포함됨에도 불구하고 A 교수의 논문은 이를 무단으로 복제해 논문에 활용했다’ 등의 감정 결과를 내놨다. B 교수는 “저작권법 위반 여부는 표절보다 그 인정 범위가 좁다. 논문의 독창성을 저작권으로 인정해 그 부분을 침해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의 결론은 A 교수가 다른 사람이 쓴 논문의 독창성을 인용 없이 가져다 썼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호심학원 관계자는 “소송 중인 사안으로 드릴 말씀이 없다”는 답변을 해왔다. 문제는 상황이 여기까지 흘러오는 동안 손 놓고 있는 진주교대의 태도다. A 교수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여부는 진주교대의 교수 채용과 밀접하게 얽혀있다. 채용 공고에서 지원 자격으로 박사학위 소지자가 명시됐던 만큼 논문 표절 여부는 이번 논란의 중요한 요소다. 표절로 판명되면 학위 자체가 취소되는 사례도 있어 A 교수가 진주교대 교수 채용에 아예 지원조차 할 수 없었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진주교대는 ‘강 건너 불구경 하듯’ 광주대와 B 교수 간의 소송 결과가 나오고 그에 따라 광주대가 조치한 뒤에야 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진주교대 교무처 관계자는 “(학교가) 손 놓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결과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법률 검토 등 내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B 교수는 “학교는 학생들의 수업권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다. 그저 누가 학교에 책임을 물을까 봐 전전긍긍할 뿐이다. 학교 측에서 했다는 법률 검토도 현재 손 놓고 있는 학교의 행보가 나중에 직무유기로 문제가 될까 알아본 것이라고 한다. 교대는 학생들이 커리큘럼에 따라 수업을 신청해야 하는 구조라 교수에게 문제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수업을 들을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학생들만 뒷전 됐다 그러면서 “광주대와의 소송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면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만이라도 A 교수가 수업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해야 한다. 공무원의 경우 문제가 발생하면 일단 ‘직위해제’ 조치를 하지 않나. 그런 조치가 필요하다. 초등학교 교사를 길러내는 대학이다. 학교가 그 이름에 걸맞은 행보를 보여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한편, A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