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요걸 전용’ 커뮤니티서 무슨 일이…

“돈 많은 스폰 구하는 방법 좀…”

[일요시사=사회팀] ‘○○○’라는 여성카페가 있다. 아무나 가입할 수 있는 평범한 온라인 커뮤니티가 아니다. 이른바 ‘나가요걸’들만 가입이 가능한 그녀들의 은밀한 쉼터다. 어떤 이야기들이 오갈까. 화류녀들의 화끈한 대화를 엿들었다.

‘○○○’ 카페는 여성화류인들의 쉼터로 알려진다. 주로 성매매 관련 정보교환이 이루어지며, 자신들의 평범한 일상을 주고받는다. 이 카페의 회원 수는 15만6000여명이다. 어마어마한 숫자다.

쉽게 단정 지을 순 없지만 대부분의 숫자가 여성화류인일 것으로 추측된다. 그렇지만 이중에는 남성도 포함돼 있다. 화류계 종사자일 경우에는 정회원 가입이 가능하다. 즉 15만6000여명의 화류인들이 소통하는, 그들만의 은밀한 커뮤니티인 것이다.

15만명 가입

○○○ 카페의 검색어는 룸, 하쩜, 유흥업소, 유흥알바, 노도, 플메, 키스방, 홀복, 오피 등이다. 카페의 메인화면은 여느 카페와 큰 차이가 없다. 평범하고 아기자기하지만 게시판의 색깔은 조금 다르다. 게시판 카테고리는 크게 Talk1, 2, 3로 나뉘어져 있다. 익명게시판, 자유 게시판이 이들이 자주 찾는 게시판이다.

이 카페의 가입절차는 어렵지 않지만 준회원 상태에서는 아무 활동도 할 수 없다. 여성화류인 ‘인증’을 하지 않으면 절대 회원이 될 수 없는 구조다. 기자는 정회원 가입을 시도해봤지만 어렵다는 판단을 내리고, 플랜B를 가동했다. 정문이 아닌 뒷문으로 잠입을 시도했다. 그리고 여성화류계의 솔직한 이야기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게시판은 많지 않다. 그중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보이는 게시판은 자유게시판, 익명게시판, 성형게시판, 화류계 청산기 등이었다.

게시판에는 자유로운 글들로 가득 차 있었다. 평범한 연애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룸에서 일어나는 각종 사건들, 손님들의 유형에 대한 다양한 평가, 건강관리, 취미생활 등 자신들의 일상을 풀어놓는 모습을 확인했다. 노골적인 글들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대표적인 게 ‘스폰서’ 관련 글이다. 페이와 업종 이직에 대한 고민 글도 여럿 보인다.

유난히 눈에 띄는 건 성형 관련 문의 글이었다. 외모와 관련된 이야기가 8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무래도 외모가 중요한 직종이기 때문일 것이다.

‘언니 저 어때요? 통통해 보여요?’ 회원 사진방에는 ‘룸복’을 입고 찍은 사진들이 많았다. 몸매 평가를 묻는 글들이 대부분이었다. 카페 메인에 왁싱&테라피, 가슴라인 크림 관련 광고가 있는 이유다.

게시판 중에서도 ‘아가씨 일기’는 정회원 이상의 ‘왕마담’ 등급에 올라야 게시글을 확인할 수 있다. 이 게시판에 잠입해 한 여성의 사연을 읽어봤다.

A씨는 ‘텐프로’에서 일했었다. 과거에는 리포터의 푸른 꿈을 안고 상경했다. 무작정 올라온 서울생활은 결코 녹록치 않았다. 자리 잡기가 여간 쉽지 않았던 그녀는 우연히 웨딩모델 알바를 시작했다. 하지만 서울 생활하기에 턱 없이 부족한 급여였다. 그러던 중 아는 사람들을 통해 레이싱 모델로 전환을 시도했다. 163cm라는 키가 단점이었지만 해보고 싶었다. 그러나 보수적인 부모님의 반대로 무산돼 다시 본업으로 돌아갔다.

다시 일상생활로 돌아갔지만 친분이 있는 레이싱걸의 이야기를 듣고 고민에 빠졌다.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50만원 방세 내기도 버거웠던 레이싱걸이 어느새 외제차를 타고 나타난 것이다. 이 레이싱걸은 하룻밤 200만원짜리 알바를 하다가 모 기업 사장을 스폰으로 잡아 차를 선물 받았던 것. A씨에게 이 이야기는 충격적이었다.


화류계 여성들의 솔직·은밀한 대화
주로 성형담·청산기…몹쓸 경험담도

이후 레이싱걸은 A씨에게 “너도 한 번 해봐”라며 유혹했다. 결국 화류계에서 유명한 한 마담뚜의 소개로 애프터 없이, 한 달에 2000만원을 벌 수 있는 직장을 소개 받았다. 바로 ‘텐프로’였다. 그녀는 깜짝 놀랐다. 동료들의 외모가 연예인급이었기 때문. 다른 세상에 적응하며 수 개월이 지났다. 그리고 한 남자가 접근해 수천만원짜리 수표를 건넸다. 외제차도 선물해줬다. 한마디로 ‘스폰’이 다가온 것이다.

이렇게 그녀는 수 억원을 모았다. 원하는 건 뭐든지 샀다. 상류층 생활을 즐겼다. 영원히 풍요로울 줄 알았다. 그런데 스폰은 용돈을 계속 줄였다. 결국 통장 잔고는 바닥이 났다. 이때부터 후회가 밀려오기 시작했다. 조금만 모았더라면 커피숍이라도 차릴 수 있었다는 것.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고 싶지만, 큰돈에 익숙해진 탓에 다시 화류계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쪽 경기도 하락해 몸값이 계속 떨어져 고민이라고.

이 글에 대한 댓글은 “이래서 화류계에 빠지면 헤어나올 수가 없어요” “호주랑 상황이 똑같네요” “3종(용주골·영등포·용산 등)에서 1년 일하면 최소 1억 이상은 벌어요” 등이었다.

또 다른 여성 B씨는 남자친구와의 관계 때문에 고민에 빠졌다. 남자친구는 회사에 다니는 일반 직장인이지만 B씨는 여전히 화류계에 종사 중이다. 그렇지만 남자친구는 이런 사실을 모른다. 그래서 B씨는 마음이 아프고 미안하다. 3년 동안 일하면서 다른 남자들과 술 마시고 잠자리까지 했기 때문이다. 정작 B씨는 남자친구가 다른 여자와 손만 잡았다고 생각해도 치가 떨린다고.

일을 오래했기 때문일까. 이제 웬만한 스킨십은 무감각해졌다. 남자친구에 대한 미안한 마음도 점점 줄어간다. 모르는 남자들이 시킨십을 시도하고 연락처를 물으며 물건 취급하는 것이 습관처럼 익숙해져 버렸다. 단순히 ‘일’이라고 합리화 시키고 있는 것. B씨는 사랑을 놓칠까봐 두렵다. 이 글에 대한 반응은 ‘공감’ 기류가 강했다. 현재 남자친구가 있는 여성화류인들은 모두 힘내라며 B씨의 슬픔을 다독였다.

원정녀들도 참여

이곳에는 국내 여성화류인뿐만 아니라 해외로 원정을 떠난 여성화류인들의 글도 심심찮게 보인다. 주로 미국, 호주, 일본 등의 환경을 소개하거나, 애로사항을 토로하는 내용이다. 또는 자신의 수입이 어느 정도인지 다른 회원들을 통해 비교하기도 한다. 이러한 글들에 대한 반응은 대개 “나이 들면 끝이니 지금 열심히 모아라” 등이다.

이처럼 ○○○ 카페는 여성화류인들의 다양한 사연이 끊이지 않고 있다. 간혹 화류계 관련 ‘정보글’도 눈에 띈다. 전체적으로 둘러보면, 이들의 ‘업’에 대한 고민과 애환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다.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전직 PD의 은밀한 부업
성매매 여성 프로필 촬영

지난달 13일 인천지방경찰청은 성매매업소 여성들의 나체 사진을 찍어 인터넷 홍보물을 제작한 PC방 업주 박모(40)씨를 성매매 알선 방조 등의 혐의로 붙잡아 조사했다. 박씨는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인천시 부평구 등지의 오피스텔에서 성매매 여성 257명의 나체 사진을 찍는 등 성매매 사이트용 홍보물을 제작하고 총 43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았다.


박씨는 방송사 외주 프로그램 제작 PD 출신으로, 여성들의 나체 사진을 전문적으로 찍어 성매매업소 사이에서 이름이 알려졌다. 박씨는 고급 카메라 세트와 반사판 등 전문 사진장비를 활용해 성매매 여성들의 프로필 사진을 촬영해 주고 한 번에 10만∼30만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나체 사진을 직접 유포한 것은 아니어서 성매매 알선 방조 혐의가 적용됐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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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한미 정상회담 팩트시트가 공개되자, 가장 큰 화제가 된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에 대해 “문구가 추상적이어서 모호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에 자극 받은 일본도 핵잠수함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핵잠수함 건조를 현실화하지 않으면 “일본에 핵 보유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의 국내 정치용으로 활용하게 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29일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타결된 한미 관세·안보 협상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가 지난 14일 공개됐다. 가장 큰 논란은 핵 추진 잠수함(이하 핵잠수함) 관련 합의 문구였다. 산 너머 산 구체성 없다 팩트시트를 통해 확인되는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선 “구체성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팩트시트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 민간·해군의 원자력 프로그램 ▲한미 원자력 협정에 부합하고 미국의 법적 요건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한국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로 귀결될 절차 등을 지지한다. 이어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고, 한국과 조선 사업 요건 진전·연료 조달 방안 등을 포함해 긴밀히 협력한다. 미국은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 지지·승인·협력할 뿐이다. 이를 두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같은 날 브리핑에서 “한미 정상의 논의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에서 건조하는 게 전제였다”며 “우리 핵잠수함을 미국에서 건조하는 방안은 거론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같은 날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며 “국내 건조 장소 합의는 팩트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기자들 앞에서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을 발표하면서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건조될 것”이라며 “미국 조선업이 곧 대대적인 부활을 맞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핵잠수함이 건조되려면, 산적한 현안을 모두 해결해야 한다. 팩트시트엔 건조 장소가 적시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명시해 발표했기 때문에, 미국이 순순히 양보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같은 회담 결과를 두고 양국의 주장이 엇갈리는 자체가 논란이 되고 있다.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및 핵연료 재처리엔 ▲한미 원자력 협정 부합 ▲미국의 법적 요건 준수 ▲한국의 평화적 이용 등 단서가 붙는다. 기술 이전 과정에도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핵잠수함 보유국은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인도 등 6개국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30일 “미국이 핵잠수함 기술을 공유한 사례는 1950년대 최우방국 영국과 협력한 사례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미국의 핵잠수함 기술은 미군이 보유한 가장 민감하고 철저히 보호돼온 기술”이라며 “가까운 동맹인 영국·호주와 체결한 핵잠수함 협정에서도 직접 기술 관련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우리에겐 우라늄 농축·재처리 기술이 없어서 미국으로부터 핵연료를 공급받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하지만 연료 공급 장소·방식은 팩트시트에 명시되지 않았다. 연료 공급 방법을 확보하지 못하면, 핵잠수함을 만드는 의미가 없다. 핵잠 건조 추상적인데 “고정밀지도 내놔” 발 빠르게 비핵 3원칙 수정하려는 일본 미국의 법률 개정 절차도 거쳐야 한다. 미국 원자력법은 ‘미국이 다른 나라와 군사적 목적의 원자력 협력을 하려면, 원자력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한미 원자력 협정을 개정한 후 미국 상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국제 무기 거래 규정도 상원의 동의를 얻어 개정해야 한다. 원자력 협정 개정이 팩트시트에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해선 “미국 에너지부의 반대 때문”이란 지적도 있다. 미국 일각에서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한단 것이다.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는데, 우리는 미국에 고정밀지도를 넘겨야 하는 상황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팩트시트엔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포함한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정책에 있어 미국 기업이 차별당하거나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이 있다. 또 “위치·재보험·개인정보에 대한 것을 포함해 정보의 국경 간 이전을 원활하게 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도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온라인플랫폼의 ▲자사 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 등을 막는 내용이 담긴 우리의 온플법 제정을 반대했다. 팩트시트를 따르면, 미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가 어려워진다. 아울러 우리는 구글·애플이 요청하는 1:5000 축척 고정밀지도 국외 반출 요청을 수용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정부는 애플이 요청한 지도 반출 여부를 다음 달에, 구글의 요청은 내년 2월 결정할 예정이다. 팩트시트에 게재된 합의 사항대로라면, 애플·구글의 요청을 수용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15일 논평을 통해 팩트시트 속 위험요소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정부는 ‘농·축산물 개방은 없다’고 말해 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대로 농·축산물 개방 문구가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고정밀 지도 반출 등 대한민국의 디지털 주권과 직결된 사안까지 미국의 요구를 반영해 슬그머니 끼워 넣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반도체 관세에 대해서도 ‘다른 나라보다 불리하지 않게 한다’는 모호한 문구만 있다”며 “경쟁국 대만과 비교해 어떻게 적용할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팩트 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50억달러(약 36조7183억원) 규모의 미국산 군사 장비를 5년 동안 구매하고, 주한미군에 대해 330억달러(약 48조4682억원)를 포괄적으로 지원하면, 천문학적인 재정 부담을 떠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핵잠수함 건조 과정은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라서 장밋빛 전망만 내세울 때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고정밀지도 반출 가능성 실제로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가 실현되기까지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해서 실질은 아직 불투명하다”며 “선언이 지나치게 앞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핵잠수함 나비효과가 일본으로 번졌단 점이다.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자, 일본 정치권도 크게 술렁였다.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은 지난 12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미국·중국은 이미 핵잠수함을 갖고 있고, 지금은 핵잠수함을 보유하지 않은 한국·호주가 앞으로 보유하게 된다”며 “일본의 억지력·대응력을 강화하려면, 전고체·연료전지·원자력 등 다양한 동력원에 대해 폭넓게 논의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일본은 1967년 사토 에이사쿠 당시 총리가 선언했던 비핵 3원칙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비핵 3원칙은 “핵무기를 만들지도, 가지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선언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일찍부터 핵무기 반입 금지 방침 완화를 주장했다.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도 같은 날 “현 시점에선 재검토 여부를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국회 연설에서 “내년 중 3대 안보 문서 개정을 위해 검토를 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3대 안보 문서는 ▲국가안보 전략 ▲국가방위 전략 ▲방위력 정비 계획 등을 말한다. 여기엔 비핵 3원칙이 모두 포함돼있다. 일본은 이미 지난 2022년 “반격 능력을 보유하고, 장거리 미사일 전력을 향상한다”는 내용을 3대 안보 문서에 포함했다. 묘한 것은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이 일본 국내 정치구도까지 뒤흔들 가능성이 있단 것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카이치 총리가 선출될 당시 라이벌이었다. 지난달 4일 진행된 자민당 총재 선거 1차 투표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183표(31.1%)를 얻었고, 고이즈미 방위상은 164표(27.8%)를 얻었다. 결선투표에선 다카이치 총리가 185표(54.3%)를, 고이즈미 방위상은 156표(45.7%)에 머물렀다. 하마터면 다카이치 총리는 자민당 총재·총리로 선출되지 못할 뻔했다.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통하는 다카이치 총리에 반발한 공명당이 지난달 10일 자민당과의 연정에서 탈퇴했기 때문이다. 당시 공명당 사이토 데쓰오 대표는 고이즈미 방위상에 대해선 “정치자금 규제와 관련된 공명당의 처지를 이해하고 있었다”면서 호평했다. 고이즈미 방위상도 “지금까지 정책 실현에 대해 힘써 주신 것에 대해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고 화답했다. 미일 협력 중국 견제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0일 기적적으로 일본유신회와의 각외 협력 형태의 연립 정권 구성에 합의했다. 각외 협력은 연립 정권 구성엔 합의하지만, 내각엔 참여하지 않는 형태를 말한다. 일본유신회가 제시한 조건은 ▲오사카 부수도 지정 구상 수용 ▲국회의원 정원 10% 감축 ▲기업·단체 후원 폐지 ▲평화 헌법 개정 ▲방위력 강화 등이었다. 자민당과 다카이치 총리는 이를 모두 수용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1일 내각을 출범시키면서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했다. 가장 큰 정치적 의미는 ‘당내 정적 포용’이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전혀 없는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해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미가 있다. 정반대의 의미를 강조하는 해석도 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없는 고이즈미를 현안이 산적한 방위성 장관으로 임명해 자멸을 유도한다”는 취지의 해석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주어진 현안은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 ▲자주적 방위력 강화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 ▲방위 장비 수출 운용지침 폐지 등이다. 이중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은 ‘중국 견제’라는 미국·일본의 공통 이해관계로부터 시작됐다. 일본은 군사력을 강화해 더 광범위한 지역에서 역할을 맡으려고 한다. 미국은 일본의 적극적인 역할을 통해 더 효율적으로 중국을 견제할 수 있다. 문제는 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 “방위비를 GDP(국내총생산)의 3.5%로 증액하라”고 요구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8일 진행된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방위비 증액·방위력 강화 방침을 설명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음 날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을 만나 “방위비를 올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정부는 오는 2028년 3월까지 방위비를 GDP의 2%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 방위 정책과 관련해 국내 정세와 가장 민감하게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을 곤란하게 할 사안이 있다. 바로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이다. 일본 오키나와현 소재 후텐마 기지는 기나완시 시가지 한복판에서 시 면적의 1/4을 차지하고 있다. 후텐마 기지는 1945년 건설됐고, 일본에서 크고 작은 논란을 일으켰다. 오키나와현의 주민 중 상당수는 미군의 범죄와 소음 피해 등을 이유로 기지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팩트시트’ 고이즈미 날개 다나 견제 압박 와중에 뜻밖의 호재 지난 2004년엔 후텐마 기지 소속 헬리콥터가 오키나와국제대학에 추락하는 등 사고도 여러 번 발생했다. 오키나와가 일본에 편입된 시점은 1879년이었다. 1945년부터 1972년까진 미국의 지배를 받았다. 따라서 오키나와에선 반미 감정이 강하고, 자민당 지지율이 낮은 편이다. 후텐마 기지와 관련해서도 일본 정부는 오키나와섬 내 나고시 헤노코 이전을 추진했지만, 오키나와 현·주민의 반대가 강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23년엔 다마키 데니 현지사가 방위성이 신청한 비행장 설계 변경 신청을 승인하지 않고 공사 중단을 요구했다.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은 일본의 역사적 맥락과 맞물려 수십년 넘게 해결되지 못한 사안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중국 견제를 위한 새 안보 질서와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정치적 압박을 가할 수도 있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 2019년 고이즈미 방위상을 환경상으로 발탁했다. 이 임명에 대해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무게를 키우면서도, 문제가 발생하면 그를 정치적으로 낙마시킬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의 아버지인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는 퇴임 이후 강력한 원자력 발전소 폐지론자가 됐다. “아버지의 활동이 아들의 정치적 미래를 흐리게 할 수 있어 고이즈미 방위상을 견제하는 묘수”란 평가도 있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기후 변화 문제는 펀하고, 쿨하고, 섹시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등 적당히 괴상한 발언을 하는 등 바보 행세를 하면서 견제를 피했다. 한동안 일본에선 고이즈미 방위상이 진짜로 바보인지, 바보인 척 연기를 하는지 장난 섞인 논쟁이 오랫동안 이어졌다. 이후 고이즈미 방위상은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고노 다로 전 외상과 연합해 이시바 내각 탄생에 큰 공을 세웠다. 이어 농림수산상으로서 쌀값 폭등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지난 2023년엔 자민당 내 정치자금 문제가 불거지자, 조기 의회 해산 및 총선거 진행을 적극적으로 제안한 후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당시 자민당은 중의원 과반에 미달하는 의석을 얻었다. 하지만 일각에선 “더 큰 패배를 당하기 전에 적절한 시점에서 중의원 해산을 건의했다”며 긍정적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방위상 취임 이후엔 어떻게 구 아베파·아소파의 견제를 피할 것인지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한 사안은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견제 수위를 낮추면서 자민당·내각의 협조를 얻을 수 있는 뜻밖의 호재로 다가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이 일본의 핵잠수함 도입을 주도한다면,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가 될 수도 있다. 견제 회피 일거양득 우리의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일본 정치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사안이 된 것이다. 만약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불확실해지면, 이재명정부는 이 때문에 더욱 큰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일본의 군비 증강에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미래를 위한 발판을 제공한 것”이란 비판이 따라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핵잠수함 나비효과는 이렇게 일본으로 번졌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