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고다어학원 살인음모 의혹 전말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4.02.24 11: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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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억 줄테니 사람 하나 처리해'

[일요시사=사회팀] 자신의 남편과 이혼소송을 진행 중이던 한 유명 외국어학원 대표가 경찰의 수사 선상에 올랐다. 파고다어학원 박모 대표는 자신의 남편인 고모 전 회장과 재산 다툼을 벌이는 과정에서 위법 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의심됐다. 그런데 놀랍게도 박 대표가 받고 있는 혐의는 살인예비음모였다. 박 대표와 고 전 회장의 피말리는 경영권 다툼은 끝내 파국을 맞았다.




국내 유명 외국어학원인 파고다어학원의 박모 대표가 청부살인을 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경찰은 세부적인 수사 진행 사항을 함구하고 있지만 박 대표의 혐의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파문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8일 서울 서초경찰서는 파고다어학원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복수 언론은 경찰의 말을 인용, 박 대표가 자신의 남편인 고모 전 회장과 재산 다툼을 벌이는 과정에서 위법한 행위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경찰은 이날 오전 11시께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에 있는 파고다어학원 본사 20층 사무실에 수사팀을 파견, 1시간 동안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경찰은 회장실에 있는 컴퓨터에서 일부 문서를 압수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정확한 혐의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성공한 경영인?


파고다어학원 설립자인 고 전 회장은 오랜 기간 박 대표와 경영권 다툼을 벌였다. 때문에 회장 일가의 재산 분할 과정에서 벌어진 사건이 이번 압수수색의 원인이지 않겠냐는 시각이 많다. 경찰은 고소 사건이 아닌 인지수사로 사건을 내사해왔으며, 박 대표의 범죄 혐의와 관련한 첩보는 지난해 10월 입수했다고 밝혔다.


수사 브리핑 과정에서 한 경찰 관계자는 "일부 언론을 통해 보도된 박 대표의 살인미수교사 혐의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경찰이 지목한 해당 언론은 법원으로부터 발부된 압수수색 영장을 근거로 "박 대표가 살인미수교사 혐의를 받고 있다"고 알렸다.

그러나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박 대표가 살인예비음모 혐의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언뜻 들으면 비슷한 말 같지만 형법상 '살인미수교사' 혐의와 '살인예비음모' 혐의는 다르다.

타인을 시켜 살인을 저질렀다면 교사자는 살인죄(살인교사)로 처벌받는다. 살인을 저지르려 했으나 실패한 경우는 살인미수죄(살인미수교사)가 된다.




또 교사를 받은 자가 실행을 승낙하고, 실제 범행을 하지 않은 때에는 음모 또는 예비에 준하여 처벌토록 법률에 명시돼 있다. 아울러 교사를 받은 자가 실행을 거부했다면 교사자에 한해서만 살인예비음모 혐의가 적용된다.

현재까지 이번 사건은 살인이나 살인미수와 같은 실제 범행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박 대표는 살인을 직접 청부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박 대표가 살인을 지시한 사람은 운전기사 A씨로 알려진다.

박 대표는 지난해 고 전 회장의 측근을 살해하기 위해 자신의 운전기사였던 A씨에게 5억원 가량의 돈을 준 의혹을 사고 있다. 박 대표는 본인의 비위 사실 등을 수집한 고 전 회장의 측근 B씨를 제거하기 위한 명목으로 A씨에게 돈을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지난해 피혐의자 신분으로 소환된 A씨에 대한 조사에서 "B씨를 '처리하라(살해하라)'는 지시를 박 대표로부터 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경찰은 A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수상한 뭉칫돈을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씨에게 거액의 돈을 건넨 인물로 박 대표를 의심하고 있다. 조만간 박 대표는 피의자 신분으로 A씨와 대질 심문을 받게 된다.


지난달 박 대표는 회사돈 10억원을 개인적으로 유용(횡령)하고, 각종 대출로 파고다어학원에 수백억원대 손실(배임)을 끼친 혐의로 법정에 섰다. 사건을 심리한 서울중앙지법은 이중 횡령 혐의만 인정해 박 대표에게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박 대표는 지난 2005년 3월과 같은 해 11월 이사회와 주주총회가 있었던 것처럼 꾸며, 회사 매출이 10% 이상 증가하면 자신에게 성과급을 지급하기로 한 내용을 회의록에 기재해 회사돈 10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2013년 1월 재판에 넘겨졌다.


회장 부부 재산권 다툼 중 살인청부 의혹
부인이 운전사에 남편 측근 살해사주 혐의


박 대표는 성과급 집행 기준을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하기 위해 다른 이사들에게는 매출 변화폭이 적은 출판 부문 등으로 지급을 한정했고, 본인은 매출 증가폭이 큰 성인학원 부문을 선택해 성과급을 산정했다. 그리고 박 대표는 이듬해 1월 파고다어학원 명의 신한은행 계좌에서 10억원을 출금, 부동산 매입 등에 사용했다.

이 같은 범죄 사실은 지난 2012년 12월 고 전 회장 측이 박 대표를 고발하면서 불거졌다. 뿐만 아니라 고 전 회장 본인도 검찰 수사 과정에서 박 대표에게 불리한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더욱이 고 전 회장 측은 "박 대표가 자신이 운영하는 '파고다타워종로' 명의로 관철동 일대 토지를 매입한 뒤 이사회 결의 없이 '파고다어학원'을 연대보증인으로 세워 231억8600만원을 대출하는 등 모두 275억원 규모의 대출로 파고다어학원에 손실을 입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올 1월 재판부는 박 대표의 배임 혐의에 대해서는 증거 부족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고 전 회장 측은 반발했고, 박 대표 역시 "횡령 혐의에 대한 유죄를 인정할 수 없다"며 항소한 상황이다.

지난 1979년 박 대표와 부부의 연을 맺은 고 전 회장은 2012년 3월부터 이혼 소송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기준 이미 4차례에 걸친 조정은 모두 실패한 것으로 확인되는데 위자료 산정을 놓고 양측은 마찰을 빚은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1995년 고 전 회장은 자신의 큰 아들이 목숨을 잃으면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대신 그는 산악인 엄홍길씨의 '14좌 완등 추진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임되며 외국을 오고갔다. 이후 파고다어학원의 경영권은 박 대표에게 넘어갔다는 게 정설이다.

하지만 박 대표는 고 전 회장 모르게 회사의 주식 지분을 딸들에게 이전하면서 2004년 무렵부터 남편과 갈등을 겪었다.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고 전 회장은 "내가 히말라야 원정을 다녀온 사이 통장과 인감을 아내에게 맡겨 뒀더니 재산을 빼돌려서 재판까지 가게 됐다"고 억울해했다.


비정한 살인자?


여성으로서는 최초로 한국학원총연합회 회장으로 당선된 박 대표는 지난 2010년 지식경제부가 후원한 '한국을 빛낸 창조경영인 대상'에서 '한국을 빛낸 창조경영인'으로 선정되는 등 사교육계에서 남다른 입지를 다져왔다. 특히 박 대표는 최근 있었던 판결 직후에도 국회를 방문해 새누리당 일부 의원들과 새해 인사를 나누는 등 대외적으로 왕성한 활동을 해왔다.

하지만 이번 청부살인 의혹과 함께 박 대표는 인생 최대의 위기를 맞게 됐다. 현재 박 대표는 때때로 학원에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외부와의 접촉은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 파고다어학원 관계자는 "경찰이 수사를 하고 있는 만큼 진행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연 매출 규모만 500억∼600억원대로 알려진 파고다어학원은 정상 운영 중이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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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진법사 ‘5000만원 관봉권’ 미스터리

건진법사 ‘5000만원 관봉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건진법사 전성배씨의 ‘5000만원 관봉권’ 출처를 두고 소문이 무성하다. 검찰은 대통령실 특활비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전씨는 그저 ‘기도비’라고 진술 중이다. 검찰이 김건희씨까지 수사 대상에 올린 점을 보면 전씨의 진술은 허위일 가능성이 크다. 전씨가 전방위 로비를 벌인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김씨의 소환조사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윤석열 일가를 향한 수사는 그간 서울중앙지검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건진법사 전성배씨의 로비 사건은 중앙지검이 아닌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리는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부장검사 박건욱)가 포문을 열었다. 전씨는 통일교와 캄보디아 사업 및 정·재계를 가리지 않고 돈을 받았다. 윤석열 일가와의 친분을 과시하면서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다. 수상한 증거들 남부지검은 전씨를 수사하기 이전에 한 가상자산 사기 사건을 수사 중이었다. 최근 정식 부서로 신설된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해 7월 ‘퀸비코인(QBZ)’ 관계자 이모씨 외 3명을 사기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사업 진행 능력이 없음에도 허위 자료를 제출해 스캠 코인을 상장했다. 1만명이 넘는 투자자로부터 가로챈 금액은 300억원에 육박한다. 남부지검은 수사 과정서 퀸비코인 관계자 이씨가 2018년 1월 자유한국당 경북 영천시장 후보 경선에 나선 정모씨를 전씨와 연결한 정황 및, 이들 간 수상한 자금 흐름을 포착했다. 취재를 종합하면 당시 정씨는 전씨 법당을 찾아 1억원을 건넸다. 이 사실을 파악한 남부지검은 지난해 12월 전씨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체포하고 그의 법당과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두 달여 전에는 경기 성남의 카카오 판교 서버를 압수수색해 전씨의 카카오톡 기록까지 확보했다. 전씨는 2022년 제20대 대통령선거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 대선캠프 네트워크본부서 상임고문으로 활동했다. 그의 처남으로 알려진 ‘찰리’ 김모씨도 전씨와 같이 활동했다. 전씨는 김건희씨가 운영하던 전시기획회사 코바나컨텐츠의 고문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전씨의 딸도 잠깐이지만 코바나컨텐츠서 근무한 이력이 있다. 남부지검은 전씨가 윤 전 대통령과 김씨와의 친분을 이용해 로비 행위를 벌였다고 보고 수사를 시작했다. 실제 전씨가 로비 창구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확인한 남부지검은 지난달 30일 윤 전 대통령 사저인 아크로비스타를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영장에는 “피의자들이 2022년 4월부터 8월 사이 공직자의 직무와 관련해 공직자의 배우자에게 선물을 제공했다”고 적시됐다. 청탁 사유로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ODA(공적개발원조) 사업 ▲YTN 인수 ▲유엔 제5사무국 한국 유치 ▲교육부 장관 통일교 행사 참석 ▲대통령 취임식 초청 등이 담겼다. 이 압수수색은 전씨를 통해 통일교 세계본부장 출신이자 2인자였던 윤모씨가 수천만원 상당의 그라프(Graff) 다이아몬드 목걸이, 샤넬 가방, 천수삼 농축차 등을 김씨에게 전달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절차였다. 남부지검은 윤씨가 지난 2022년 7월 전씨에게 ‘김 여사가 물건(천수삼) 잘 받았다더라, 건강이 좋아지셨다고 한다’고 보낸 문자메시지 내용을 확보하기도 했다. ‘한국은행’ 찍혔는데…통상 정부 예산 활용 금융권 “개인이 갖고 있을 수 없다” 일축 검찰이 지난 3일 전씨를 청탁금지법 위반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한 만큼 김씨에 대한 소환조사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남부지검 수사팀 내부에서는 김씨를 대선 직전에 소환조사해 실마리를 풀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전씨는 “목걸이와 명품백을 잃어버렸다. (김 여사가 잘 받았다는 문자는) 거짓 문자”라고 부인하는 상황이다. 김씨 측도 “전씨로부터 금품을 받은 사실 자체가 없다”는 입장이다. 우선 검찰은 윤씨가 전씨에게 윤석열정부의 캄보디아 ODA 사업 추진을 청탁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는 중이다. 검찰은 윤씨가 “윤 전 대통령과 독대했고 국가 단위 ODA 연대 프로젝트에 동의했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을 확인했다. 검찰은 지난 2022년 3월 윤씨가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 전 대통령과 김씨를 인수위서 만난 뒤 캄보디아 사업을 추진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통일교는 같은 해 메콩강 핵심 부지에 ‘아시아태평양유니언 본부’를 건립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윤씨는 훈센(Hun Sen) 당시 캄보디아 총리와도 이 사업을 논의했지만 자금난으로 추진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윤씨는 2022년 5월 한 통일교 행사에서 “3월 22일 대통령을 만나 1시간 독대를 하면서 이 나라가 가야 할 방향을 이야기하고 암묵적 동의를 구한 게 있다”고 말했다. 이어 “ODA는 비영리기구(NGO)가 펀딩 가능하고 국가가 지원한다”고 말한 바 있다. 검찰은 이 직후인 2022년 6월 기획재정부가 제4차 한-캄보디아 ODA 통합 정책협의서 대(對)캄보디아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차관 지원 한도액을 기존 7억달러에서 15억달러로 늘리는 기본 약정을 체결한 점을 주목했다. 한도액이 늘면 중기후보사업 승인 절차가 간소화돼 ODA 사업 수주가 쉬워지기 때문이다. 비슷한 시기에 김씨가 나토 순방 당시 착용했던 6000만원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와 관련해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이 불거지자, 윤씨는 전씨에게 “김 여사에게 빌리지 말고 하고 다니라”며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건넸다. 검찰은 지금까지 김씨 명의 휴대전화 3대를 확보했다. 이 중 1대는 김씨가 지난달 11일 서울 한남동 관저서 나오면서 보안 비화폰(안보폰)을 반납한 뒤 개통한 휴대전화다. 나머지 2대는 옛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서 사용하던 휴대전화로, 사실상 공기계로 알려졌다. 자택 압색 그 이후… 검찰은 100여개에 달하는 압수 대상에 윤씨 선물 명목으로 전씨에게 제공했다는 그라프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샤넬 가방, 인삼주 등도 적시했지만 확보하지 못했다. 법조계에서는 윤씨의 청탁이 성사됐거나 윤씨와의 직무 관련성 등이 입증된다면 김씨가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와의 전화 통화에서 “카톡 기록과 전달됐거나 전달되려 했던 물품들은 이미 수사팀이 확보했으니 김씨가 대면 조사를 피하긴 힘들다”며 “남부지검서도 성역 없이 수사 의지가 강하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현행법상 공직자의 배우자를 청탁금지법으로 처벌할 수 없으니 직무 관련성 입증이 관건”이라며 “입증만 된다면 알선수재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가장 중요한 건 전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할 당시 발견된 5000만원 관봉권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2월 서울 서초구 전씨의 집을 압수수색하면서 5만원권 3300매(1억6500만원)를 확보했는데, 이 중 5000만원은 비닐 포장이 벗겨지지 않은 상태였다. 검찰은 전씨에게 이 관봉권의 출처에 대해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관봉권은 ‘제조권’과 ‘사용권’ 두 종류로 나뉜다. 제조권은 한국조폐공사에서 한은이 받아온 신권으로 돈다발에 십자 형태의 띠를 두르고 비닐로 싸 압축한 형태다. 사용권은 한은이 시중은행서 회수한 돈을 검수해 낡은 돈은 폐기하고 사용하기 적합한 돈만 골라낸 것이다. 발견된 돈다발 김씨와 전씨 사건서 등장하는 관봉권은 모두 사용권이다. 전씨 자택서 발견된 5000만원 관봉권 돈다발은 한은이 적힌 비닐로 포장돼있었고, 비닐엔 기기 번호와 담당·책임자 일련번호도 적혀 있었다. 그러나 김씨 측이 옷값을 치를 때 썼던 관봉권은 비닐 없이 띠지만 둘러져 있는 돈다발 형태였다. 관봉권은 국가 예산으로 편성되는 대통령실(청와대)과 검찰, 국가정보원 등 사정기관의 수사나 조사에 필요한 특수활동비로 쓰이기도 한다. 과거 정부에서는 이 특활비가 로비 자금으로 악용됐다. 한은은 전국에 16개 지역 본부를 두고 금융기관에 관봉권을 보낸다. 서울엔 남대문 본점 및 강남본부 등 두 곳이 있다. 이 중 강남본부가 대통령실과 사정기관 등에 예산 조달을 담당해 왔다. 다만 민간인의 집에서 관봉권이 발견될 수 없다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대개 일반 정부 예산은 관봉권 형태가 아닌 계좌이체 등을 통해 전달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수천만원 상당의 관봉권이 묶인 채로 남아 있는 건 영수증 내역도 남지 않는 특활비”라며 “통상 정보와 사정기관이 ‘돈의 주인’”이라고 말했다. 실제 검찰도 전씨의 자택서 발견된 5000만원 관봉권이 강남본부서 나왔다고 보고 있다. 이 관봉권에는 ‘2022년 5월13일’이라는 날짜가 기재돼있다. 윤 전 대통령 취임일 사흘 뒤다. 전씨는 검찰 조사에서 주로 돈은 ‘기도비’ 명목으로 받아왔지만 관봉권은 정확하게 누구에게 받은 돈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한은 방문 이후 전씨의 집에서 발견된 관봉권에 적힌 ▲기기번호 ▲담당자 ▲책임자 ▲발권국 항목 등의 의미를 확인했다. 기기번호의 뜻은 정사기(검수기) 기기번호와 기기호수를 뜻하고, 발권국 정보에는 정사 업무를 담당하는 발권국 화폐관리1팀을 의미하는 숫자인 것으로 전해졌다. MB 때 국정원 ‘입막음·로비’ 용도로 사용 검·정보 “이번엔 아니다”…남은 건 용산 포장지에 적힌 ‘2022년 5월13일 오후 2시5분59초’는 한은이 검수를 마친 시각이라고 한다. 다만, 한은은 개별 사용권이 어느 시점에 어느 금융기관으로 지급됐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고 한다. 금융기관서 화폐를 요청하는 경우 ▲지급한 금융기관명 ▲지급일자 ▲권종 ▲금액 등만 기록할 뿐, 어떤 사용권 묶음을 제공했는지는 별도 기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관봉권이 지난 대선 기간 전씨가 운영했던 윤 전 대통령 선거캠프 운영비일 수 있다고 보고 금융 흐름을 추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올해 초 당시 네트워크 본부장으로 있던 오을섭씨를 소환조사하면서 양재동 캠프의 운영비 출처를 물어본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서는 해당 관봉권 출처가 불분명한 만큼 특활비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범죄 수사 경험이 풍부한 한 변호사는 “출처를 확인하기 어려운 한은 뭉칫돈은 대부분 특활비”라며 “특활비라면 한은 검수 이후 수천만원 상당의 돈이 필요한 곳은 보통 사정기관이다. 일반적으로 정부 예산은 뭉칫돈으로 전달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결국 사정기관 담당자들을 불러 확인해봐야 하는데 정보기관에서는 특활비 활용 자체가 보안으로 분류돼 확인도 어려울 것이다. 출처 규명에 꽤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와 접촉한 복수의 사정기관 관계자들은 ‘국정원 특활비’는 아니라고 단언했다. 앞서 이명박정부 청와대는 국정원 특활비를 상납받은 바 있다. 지난 2011년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은 국정원의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을 폭로했는데, 당시 국정원은 관봉 형태의 특활비 5000만원을 장 전 주무관에 ‘입막음비’로 전달했다. 이 같은 내용은 검찰 수사와 공판 등을 통해 청와대서 국정원 특활비를 받아 장 전 주무관에 전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불분명한 출처 어디?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과거 국정원 특활비와 흡사해 보이지만 2022년 이후의 특활비 활용이나 대통령실을 통해 쓰인 ‘국정원 특활비’ 등에 대해서 들여다봤을 때 불법적이거나 위법하게 쓰인 사실이 없다. 한 개인에게 갈 일은 더더욱 없다”고 못 박았다. 검찰 관계자도 “남부지검서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자세히 말할 순 없지만 검찰 특활비는 아니다. 남부지검 수사팀도 검찰과는 상관없는 관봉권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