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세태> 10대 보복 성범죄 천태만상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4.02.12 09: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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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따 두려워…일진 선배들에게 성상납

[일요시사=사회팀] 여학생이 자신의 남자친구를 시켜 같은 반 친구를 성폭행하는가 하면 남학생이 헤어진 여자친구를 친구들에게 넘겨 집단 성폭행하도록 하는 등 충격적인 성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청소년기의 단순한 일탈을 넘어 보복심과 증오심이 뿌리내린 이들의 범죄는 그 수법에서 상상을 뛰어넘는 악랄함을 보인다. 때문에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들에 대한 법적 처벌 기준을 높여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친구에 대한 복수심으로 성폭행을 사주한 고등학생 김모(18)양이 실형을 선고받은 가운데 철없는 10대들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복수심 때문에
친구를 성폭행

지난 2일 수원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윤강열)는 자신의 남자친구를 시켜 학교 친구인 A양을 성폭행하도록 한 김양에게 징역 장기 2년6월(단기 2년)을 선고하고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120시간 이수를 명령했다. 김양의 남자친구인 김모(19)군은 특수강간 등 혐의로 김양과 같은 형량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이날 판결문에서 "사소한 복수심 때문에 남자친구에게 피해자를 성폭행해달라며 지속적인 요구를 한 점, 수면유도제 사용을 권한 점 등을 비춰봤을 때 죄질이 매우 나쁘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김양의) 나이가 어리고 범죄전력이 없으며 잘못을 반성하는 점, 피해자와 합의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해 김양은 같은 학교를 다니고 있는 A양으로부터 화장품을 빼앗았다. 그러자 A양은 "김양이 내 화장품을 빼앗았다"며 자신의 담임선생님에게 이 같은 사실을 알렸다. 담임선생님은 김양을 다그쳤고, 앙심을 품은 김양은 자신의 남자친구에게 A양을 성폭행하라고 요구했다.

최초 김군은 김양의 요구를 흘려 넘겼다. 그러나 거듭된 재촉에 마음이 흔들렸다. 지난해 6월15일 수원의 한 모텔로 A양을 데려간 김군은 수면유도제를 먹인 뒤 성폭행을 시도했다. A양과 강제로 관계를 맺은 김군은 결국 김양과 나란히 법정에 섰다.

남친 시켜 같은반 친구 성폭행
모텔 데려가 수면유도제 먹여

이번 판결은 아직도 우리 사회에 만연한 학교폭력의 어두운 그림자를 떠올리게 한다. 특히 일부 10대들의 계획적인 성범죄는 평범한 어른들의 눈과 귀를 의심케 한다.

일선에서 학생들을 지도했던 한 교사는 "한 남자 아이가 자신의 친구에게 '누구랑 잤다'며 자랑하는 걸 들은 적이 있는데 알고 보니 그 둘은 잘 아는 사이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즉 친구들의 꼬드김에 여학생과 강제하다사피 성관계를 맺고 이를 훈장처럼 떠벌리는 일이 있다는 것이다.
과거 청소년을 상담했던 한 관계자도 "학기가 시작하면 모르는 여자 아이를 무작위로 찍고 스토커처럼 따라 붙는 것이 남학생들 사이에서 꽤 유행이 됐는데 이 과정에서 성추행은 물론 성폭행을 시도하는 사례가 있었다"고 털어놨다.

여학생 입장에서는 남학생과의 성관계가 자신의 의사에 반했을 경우 해당 학생을 형사 고소할 수 있다. 그러나 주위 시선 때문에 적지 않은 여학생들은 피해 사실을 숨긴다고 한다.

임신에 낙태까지
처벌은 솜방망이

수원지법 형사11부는 지난해 4월 학교 친구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ㄱ(18)군에게 징역 장기 2년6월(단기 2년)을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ㄴ(19)군에게는 징역 2년6월이 내려졌다.

ㄱ군과 ㄴ군은 2011년 11월 경기도에 있는 친구 B(18)양의 집에서 B양을 번갈아가며 성폭행하는 범죄를 저질렀다. 그리고 이들은 B양의 성관계 사실을 친구들에게 알리겠다고 협박해 2012년 2월까지 B양을 3차례 더 성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B양이) 피고인들의 범행으로 임신을 했으며 낙태까지 한 육체적·정신적 피해는 복구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청소년이었던 점, 범행을 자백하고 반성하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덧붙였다. 앞선 검찰 조사에서  B양은 ㄱ군과 ㄴ군의 처벌을 원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양 커플이 저지른 범죄와 ㄱ군과 ㄴ군이 저지른 범죄 모두 자신의 친구를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이 같다. 범행 사전 모의가 있었다는 점도 눈여겨 볼 부분이다. 이들이 받은 형량은 각각 징역 장기 2년6월(소년법 적용을 받지 않은 ㄴ군은 징역 2년6월)로 동일했다. 그러나 가해자가 실형을 받는다고 피해자의 상처가 아무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8월 여중생 C양의 부모는 서울시와 가해학생 7명, 그들의 부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일부 승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0부(부장판사 한영환)는 "원고에게 총 3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C양은 또래 학생들로부터 집단 성폭행·성추행을 당한 뒤 우울증에 시달려 온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내 한 학교에 다니고 있는 C양은 중학교 1학년 때인 2011년 4월부터 같은 해 9월까지 남학생 7명으로부터 지속적인 성추행을 당했다. 그러나 C양은 자신의 피해사실을 주변에 알릴 수 없었다. 가해학생들은 C양의 알몸과 성추행 장면 등을 휴대전화 동영상으로 찍어 C양을 괴롭혔다. 이들 중 2명은 C양을 수차례 성폭행했다.

이 사건으로 C양을 성폭행한 2명은 소년원에 송치됐다. 나머지 5명은 보호관찰 처분을 받았다. 그럼에도 C양은 자해 충동 등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한다.

C양의 부모는 2012년 가해학생들과 그들의 부모, 서울시를 상대로 총 1억75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이에 재판부는 "당시 중학생이던 가해학생들은 자기 행위에 대한 책임을 분간할 능력이 있었다"며 배상을 명령했다. 또 "가해학생들의 부모는 자녀가 불법행위를 저지르지 않도록 보호·감독할 의무를 게을리 했으므로 함께 배상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재판부는 학교가 소속된 지자체인 서울시가 원고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C양이 다니던 학교 역시 피해 사실을 좀 더 빨리 발견해 추가 사고를 막았어야 할 책임이 있는 것으로 설명했다.

더 잔인하게
더 악랄하게

상기 판례에서 보듯 청소년 성범죄는 수법의 잔인함과 심각성 면에서 어른들의 성범죄 못지않은 가학성을 띤다. 그러나 사건이 수면 위로 드러나는 데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대다수 피해 학생들은 사건이 외부로 드러났을 경우 자신에게 가해질 2차 피해를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심리를 악용한 몇몇 남학생들의 성범죄는 이미 도를 넘었다. 특히 애인 관계였거나 가까운 사이일수록 범죄 수위가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8월 수원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김정운)는 자신의 전 여자친구를 동성친구들이 성폭행할 수 있도록 방조한 혐의로 기소된 정모(19)군에게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정군에게는 보호관찰 1년과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80시간 이수도 함께 내려졌다.

헤어진 여친 친구들에게 넘겨
여러 명이 번갈아가며 몹쓸짓

판결문 등에 따르면 정군은 2012년 5월 자신의 전 여자친구인 D(16)양을 용인의 한 공원으로 불러냈다. 당시 공원에는 정군과 그의 친구 5명이 있었다. 이들은 공원에 나온 D양과 함께 어울리며 술을 마셨고 D양이 술에 취하자 감추고 있던 이빨을 드러냈다.

그런데 D양과 사귀었던 정군은 자신의 친구들이 D양을 성폭행할 수 있도록 범행을 공모했다. 정군의 비호 속에 그의 친구들은 정군의 전 여자친구를 남자화장실로 끌고 가 집단으로 성폭행했다.

이 사건으로 정군 등은 구속됐다. 그러나 이들은 유치장 안에서까지 범행 은폐를 시도하는 등 악랄한 모습을 보였다. 이어진 재판에서 정군 등은 잘못을 반성했다고 한다. D양도 선처를 바랬다고 전해진다. 가담이 경미한 것으로 인정된 정군은 집행유예가, 나머지는 소년부 송치가 결정됐다. 소년부에 송치되면 전과 기록이 남지 않는다.

최근 청소년 성범죄에 대한 권고 형량이 높아졌다고 하지만 이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지난해 4월 고등학교에 입학한 ㄷ(17)군은 자신의 중학교 동창생인 D(17)양에게 지속적인 성관계를 요구하고 협박을 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경찰은 ㄷ군에게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은 "현재 미성년자로 학교생활을 열심히 하는 만큼 증거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적다"고 영장을 기각했다.

당시 사건을 수사한 서울 양천경찰서에 따르면 ㄷ군은 지난 2010년 같은 중학교에 다니던 D양을 성폭행했다. 그러나 D양은 성관계 사실이 알려지는 것이 두려워 이를 감췄다. 그렇게 3년이 지나고 ㄷ군과 D양은 서로 다른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D양은 휴대전화 번호를 바꿨다.

그러나 ㄷ군은 수소문 끝에 지난해 3월 D양의 연락처를 알아냈다. ㄷ군은 D양의 카카오톡 메시지 등으로 계속해서 성관계를 요구했다. D양이 거부하자 ㄷ군은 '너의 알몸과 성관계를 찍은 사진이 있다'며 이를 빌미로 협박했다고 한다.

대다수 피해학생들은 SNS로부터 파생되는 2차 피해를 두려워한다.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학생들은 이구동성으로 "한 여학생이 다른 남학생과 성관계를 가졌다는 이야기가 나오면 금세 소문이 퍼진다"고 했다.

반응은 크게 2가지로 나뉜다. 성관계를 한 여학생이 소위 말하는 '일진'이라면 별 문제없이 넘어가지만 평범한 학생이라면 여자 아이들이 먼저 '더러운 아이'라고 낙인을 찍는다는 설명이다.

여기서 문제는 이른바 일진이라도 언제든 성폭력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또 잘 지내던 친구들이 등을 돌리면서 생기는 문제는 피해 아이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긴다고 한다.

지난 5일 의정부지검 형사4부(유병두 부장검사)는 동갑내기 E(18)양을 윤간한 혐의로 ㄹ(18)군 등 10대 5명을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또 검찰은 E양의 신체를 만진 혐의(특수준강제추행 등)로 ㄹ군의 친구 4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동영상 찍어 협박
당하고 신고 못해
성추행만 하기도

검찰에 따르면 ㄹ군 등은 지난 2010년 12월 포천의 한 민박집에서 E양을 성폭행하기로 모의한 뒤 저녁부터 다음날 동이 틀 무렵까지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중학생이었던 이들은 친구의 생일을 맞아 포천에 있는 한 스키장을 찾았다. 이때 ㄹ군은 평소 메시지를 주고받던 E양의 존재를 친구들에게 알렸다. 잊지 못할 생일이 시작된 것이다.

범행을 결심한 일행 중 3명은 E양이 있는 남양주까지 오토바이로 마중을 나갔다. 그리고 포천으로 E양을 데려와 인사불성이 되도록 술을 먹였다. 범행 현장에는 ㄹ군의 친구 14명이 있었다고 한다. 이중 서너명은 친구들의 범행을 말렸다. 그러나 대다수는 밤새도록 E양에게 끔찍한 피해를 입혔다.

이후 E양은 수개월 동안 학교 등에서 2차 피해에 시달리다가 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그러나 E양과 관련한 추문은 3년이란 시간이 지나도 잦아들지 않았다. 견디다 못한 E양은 지난해 여름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범죄 발생으로부터 3년여가 지나서야 그 전모가 드러난 셈이다.

올해 ㄹ군 등은 대학 진학을 앞두고 있다. 가해학생 중에는 고등학교 학생회장을 역임한 이도 있다고 한다. 이들은 최초 부모와 함께 모르쇠로 일관하며 결백을 주장했다. 경찰 조사에서도 검찰 조사에서도 무죄를 줄기차게 주장했다. 그러나 영장실질심사까지 가자 끝내는 범행을 자백했다고 전해진다. 이들에 대한 1심 판결은 올 상반기 내로 마무리될 전망이다.

가해자는 떳떳
피해자는 덜덜

최근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13년 성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평생 동안 성폭행 피해를 당한 여성(강간 0.4%, 강간미수 0.5%)은 100명 중 1명꼴이었다. 특히 강간 피해자의 39.3%는 19세 미만인 것으로 조사됐다. 많은 여학생이 잠재적인 성폭력 위협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최근 고등학교를 졸업한 한 대학생은 "지역마다 '뚫리는' 모텔이 있는데 일진 여자들이 자신들한테 대드는 애들을 손보기 위해 남자친구를 시켜 객실에 감금한 뒤 윽박지르거나 옷을 벗기고는 한다"고 말했다.

증거가 남는 성폭행을 피하면서 성추행으로 보복을 가하는 것이다. 피해자들은 '고소해도 증거가 없으니 너만 X된다'는 협박에 절망한다. 그리고 여기서 찍힌 알몸 사진들은 또 다른 성범죄의 빌미가 된다.

요즘 중학교에서는 졸업식을 앞두고 '졸업빵'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평소 마음에 들지 않았거나 가까이 지내는 후배들의 옷을 벗기거나 추행한다는 것. 빈도는 낮지만 여전히 힘 있는 선배들에게 성상납이 이뤄진다고 한다.

이들은 선배와 같은 학교에 배정받은 뒤 따돌림을 당하는 게 두려워 관행적으로 이 같은 악습을 받아들이고 있다. 그리고 자신이 선배가 되면 똑같이 후배들에게 되갚아 줄 거라고 공언한다. 가해자가 피해자를 만들고, 피해자가 다시 가해자가 되는 악순환은 어른들의 사회와 크게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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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