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동욱 정보유출' 진짜 배후 추적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4.01.13 11: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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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총장 찍어내기' 청와대·국정원 양동작전 펼쳤다

[일요시사=사회팀] '채동욱 정보유출'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국정원 정보관의 개입 정황을 포착하면서 파문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아직 주범을 찾지 못한 검찰은 '진짜 배후'를 찾기 위해 수사를 확대하는 모습. 윗선으로 의심되는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과 성명불상의 국정원 관계자, 수사선상에 오른 진익철 서초구청장이 연루됐는지도 초미의 관심이다. 과연 검찰은 청와대와 국정원, 댓글 수사가 조합된 이 고차방정식을 어떻게 풀어낼까.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아들 의혹과 관련한 개인정보가 여러 루트를 통해 유출된 가운데 국정원 직원의 모의 정황이 드러났다. 검찰은 채 전 총장의 혼외아들로 지목된 채모군의 개인정보가 불법 유출되는 과정에서 국정원 직원이 가담한 정황을 붙잡고 이를 확인했다.

채 전 총장은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을 수사하던 중 박근혜정부의 찍어내기로 중도 낙마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그때마다 정부는 정권 차원의 '뒷조사'는 없었음을 강조했다. 하지만 국정원 직원의 '일탈'로 '채 전 총장을 찍어냈다'는 주장은 더욱 탄력을 받게 됐다.

전환점 맞은
채동욱 수사

'채동욱 정보유출'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 장영수)는 국정원 정보관(IO) 송모씨가 채군의 학생생활기록부 유출에 개입한 사실을 밝히고, 배후를 추적 중이다. 검찰 관계자 및 복수 언론에 따르면 송씨는 지난해 6월11일께 유영환 서울 강남교육지원청 교육장을 통해 채군의 아버지 이름을 문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검찰은 채군이 다니고 있던 ㄱ초등학교의 남모 교장으로부터 "유 교육장의 요청으로 채군의 개인정보를 알아봤다"는 내용의 진술을 확보했다. 이에 검찰은 지난달 유 교육장을 소환조사했다.


검찰 조사에서 유 교육장은 "송씨로부터 채군의 개인정보를 알아봐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그는 "송씨는 모르는 사이며 법적으로 문제가 있기 때문에 (채군의) 정보를 유출한 적은 없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 교육장은 송씨의 부탁을 받고 남 교장에게 전화를 걸어 '채군의 아버지가 채동욱이 맞는지'를 문의했다고 한다. 그러나 유 교육장은 '채동욱이 누군지 몰랐으며 송씨에게 확인해 준 일이 없다'는 입장이다.

국정원도 혐의를 공식 부인했다. 지난 5일 국정원 측은 "송 정보관이 혼외아들 소문을 듣고 유 교육장에게 사실인지 여부를 개인적으로 문의했지만 유 교육장으로부터 '확인해 줄 수 없다'는 답변을 들은 것 외에는 관여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국정원 정보관 개입 정황 포착 '일파만파'
판 커지는 수사…윗선 '제3의 인물' 부상

이를 종합하면 유 교육장을 거쳐 송씨와 국정원으로 연결되는 고리는 중간에 끊어진 셈이다. 뒤이어 소환된 송씨 역시 "(유 교육장으로부터) 구체적인 답변이나 정보를 받지 못했다"는 내용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송씨는 조직 차원의 지시나 개입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국정원과 같은 입장을 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런데 송씨가 채군의 개인정보를 문의한 시점은 조오영 청와대 총무비서관실 행정관이 조이제 서초구청 행정지원국장에게 가족관계등록부 열람을 요청한 시점과 일치한다. 따라서 검찰은 두 건의 개인정보 유출이 동시에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정보 유출 경위와 윗선의 지시 여부는 여전한 쟁점이다.

현재 검찰은 송씨와 유 교육장의 통화기록을 면밀히 살피고 있다. 당사자들이 육성을 통해 정보를 주고받았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또 검찰은 이 과정에서 이들과 접촉한 '제3의 인물'이 있는지를 쫓고 있다.


한 법조인은 "최근 검찰이 '제3의 인물'로 추정되는 복수의 인물을 조사했다"고 전했다. 해당 조사는 조이제·조오영의 윗선을 추궁하기 위한 절차였다고 한다. 그런데 예상 밖의 커넥션이 고개를 들었다. 정보관 송씨와 서초구청 조 국장이 서로 친분이 있는 사이로 소개된 것이다.

국정원 정보관
채군 아빠 물었다

지난 7일 <경향신문>에 따르면 송씨와 조 국장은 수시로 연락을 주고받는 사이로 보도됐다. 또 이들과 연결된 고리로는 진익철 서초구청장이 언급됐다. 진 청장 역시 송씨와 친분이 있는 사이로 보도됐다.

사정기관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국가기관을 출입하는 정보관들이 각 지방자치단체장과 가까이 지내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 전직 공무원의 증언은 더 구체적이다. 그는 "각 지역을 관할하는 IO가 있는데 선출직 공무원의 경우 IO가 정보를 들고 찾아오면 특별한 일정이 없는 한 만나는 게 관례처럼 돼있다"며 "특히 선거를 앞둔 시점에는 자신(단체장)의 '정적'과 관련한 정보를 들고 오기 때문에 정보를 교환하는 과정에서 거래가 이뤄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해당 공무원의 진술에 따르면 IO가 관할하는 지역은 1∼2년을 주기로 바뀐다. 때문에 일반 공무원의 입장에선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IO의 요구를 들어줄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를 증명한 사례도 있다. 성남을 중심으로 활동했던 국정원 직원 김모씨는 지난해 9월 성남시청 일자리창출과에서 한 공무원에게 시정자료를 요구했다가 거부당했다. 당시 담당 공무원은 김씨에게 공문을 요구했으나 김씨가 이를 무시하자 간단한 통계만 갈무리해 넘겼다.

기자가 접촉한 복수 공무원도 비슷한 의견이었다. 이들은 "불법 행위에 가담했다가 파면당하면 퇴직금과 연금이 절반으로 줄어드는데 당신(기자)이라면 개인적인 친분으로 위법 행위를 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이어 "윗선의 비호나 암묵적인 재가 없이는 정보 유출이 어려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행정관과 조 국장은 모두 일반 공무원이다.

검찰은 지난해 11월20일 서초구청 행정지원국을 압수수색하면서 '두 조씨'를 가장 먼저 용의선상에 올렸다. 그러나 이들은 검찰의 신체 압수수색을 앞두고 주고받은 메시지를 나란히 삭제했다. 사건을 은폐하기 위함이었다.

청와대 역시 사건을 서둘러 봉합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정보유출 파문이 확산되고 있던 지난달 4일 공식 브리핑을 열고 "조 행정관이 자신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통해 조 국장에게 채군의 인적사항 등을 확인해 줄 것을 요청했다"며 사건의 실체를 '개인의 일탈'로 규정했다. 더불어 이 수석은 이번 정보 유출의 배후로 안전행정부 고위공무원인 김모 국장을 특정했다.

당시 청와대의 조사 결과는 이랬다. 조 행정관을 사이에 두고 김 국장이 채군의 개인정보를 요청했으며 조 행정관은 다시 조 국장에게 정보 유출을 부탁했다는 것이다. 이 사이에는 아무도 끼어들지 않았고, 청와대는 정보 유출에 개입한 사실이 일절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김 국장은 자신이 배후로 지목된 것에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조 행정관에게) 개인정보 조회를 요청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며칠 뒤 청와대의 발표는 곧 거짓으로 드러났다.


최초 조 행정관은 자신의 먼 친척인 김 국장을 윗선으로 지목했다. 하지만 수사가 진행되자 이를 번복하며 신모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을 배후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MB정부 때 청와대에서 근무했고, 현 정부에선 배후가 될 만한 위치가 아니었다.

비슷한 시기 검찰 안팎에선 조 행정관이 수사에 혼선을 주기 위해 고의로 거짓 진술을 하는 것 아니냐는 성토가 나왔다. 이에 검찰은 지난달 17일 구속영장 청구라는 승부수를 띄웠다.

검찰은 조 행정관이 거듭 진술을 바꾸고 '제3의 인물'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는 점 등을 증거인멸 시도에 해당한다고 봤다.

하지만 법원은 "범죄 혐의가 소명된 정도 등에 비춰볼 때 구속수사의 필요성과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수사팀 입장에선 억울한 대목이지만 법원의 판단으로 조 행정관과 조 국장은 모두 구속을 피했다.

제3의 인물
모르쇠 일관

핵심 피의자에 대한 강제수사 전환이 물 건너간 상황에서 검찰은 또 다른 인물을 수사선상에 올렸다. 조 국장의 직속상관인 진 청장이다. 하지만 진 청장 역시 관련한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 사실 규명에 난항이 예상된다.


지난 6일 <한겨레>는 "검찰이 진 청장을 수사선상에 올려놓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겨레>에 따르면 검찰은 채군의 가족관계등록부가 조회된 당일(2013년 6월11일) 성명불상의 인물이 채군의 개인정보를 서초구청에서 제3자에게 전달했을 가능성을 보고 있다. 여기서 성명불상의 인물로 알려진 후보군에는 진 청장이 포함돼 있다.




이미 검찰은 진 청장의 관용차 입·출입 기록과 사건 당일 오후 3시부터 나흘간 서초구청 1층(로비)에서 열린 시화전 행사 동영상을 구청에 요구했다. 현재 검찰은 시화전 기간 동안 구청 로비에서 채군의 가족관계등록부가 누군가에게 전달됐을 확률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당시 시화전에 참석했던 한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평소 진 청장은 시화전에 많은 관심을 갖고, 행사(시화전) 시작 때마다 거의 매번 빠지지 않고 축사를 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제가 된 6월11일의 행적에 대해선 "기억나지 않는다"고 확답을 피했다. <한겨레>는 "이날 오후 2시47분 직후 시화전 행사가 시작됐다"고 전하며, "검찰은 행사 참석자들을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검찰은 서초구청에서 채군의 가족관계등록부 조회가 이뤄진 시각을 오후 2시10분께로 언급한 바 있다. 이는 조 행정관과 조 국장이 채군의 주민등록번호를 문자메시지로 주고받기 2시간 전의 일이다. 즉 '조오영·조이제 라인'과는 별도로 가동된 '또 다른 라인'의 정보 유출 개연성이 상당한 것이다. 검찰은 이 유출 과정에 개입된 것으로 의심되는 인물들을 추려 윗선을 추궁할 계획이다.

하지만 진 청장은 "조 국장 개인의 불법 행위"라며 자신과 관련 의혹을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또 진 청장은 다수 행정당국 관계자가 증언하고 있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의 친분에 대해서도 "아니다"란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원 전 원장이 속한 '서울시 공무원 모임'을 통칭하는 속칭 'S(서울시) 라인'은 이번 사건의 한 축으로 의심받고 있다.

'원세훈 측근' 진익철 서초구청장
수사선상 올라…당일 행적 조사

한편에서는 '채동욱 뒷조사'의 유력한 몸통으로 거론된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의 개입 의혹이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 7일 <경향신문>은 "검찰이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 비서관의 통화내역을 추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정보관 송씨와 조 행정관 등을 통해 수집된 채군의 개인정보는 청와대 고위당직자들에게 보고된 것으로 추측된다. 이에 검찰은 관련한 통화내역을 추적하고 있으며 그 대상에는 이 비서관이 포함된 것으로 보도됐다.

이 비서관은 박 대통령을 15년 넘게 지근에서 보좌한 심복 중의 심복, 박 대통령 취임 후 '문고리 권력'의 대명사로 불렸던 그는 이번 사건의 핵심 키맨인 조 행정관의 직속상관인 이유로 수사 초기단계부터 '뒷조사'의 배후로 의심받았다.

실제 정가 안팎에선 이 비서관을 '채군 정보의 종착지'로 보는 시각이 만만치 않다. 이 비서관과 함께 배후로 지목된 곽상도 전 민정수석의 경우는 통상 업무가 '감찰'이라 이 같은 위험 부담을 떠안아야 할 이유가 없는 까닭이다. 즉 적법한 절차를 거칠 수 없는 직능이나 지위에 있던 '실세'가 '비선'을 움직였을 가능성에 힘이 실린다.

이재만 진익철
수사선상 올랐나

그러나 청와대는 같은 날 <경향신문>의 보도를 전면 부인하며 "이 비서관이 검찰 조사를 받는다든가 하는 것에 대해 여러 통로로 확인을 했는데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다. 다시 말하면 이 비서관이 수사대상에 오른 것은 아니란 것이다. 하지만 지난 브리핑에서 나타나듯 사건의 진실은 검찰 수사를 좀 더 지켜봐야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수사를 크게 두 갈래로 나눠 가족관계등록부를 유출한 조이제·조오영의 윗선을 추적하는 한편 학생생활기록부를 유출한 것으로 의심되는 유영환·송모씨의 윗선을 동시에 쫓고 있다. 향후 수사 과정에서 이들 모두를 컨트롤한 '권력의 판도라'가 공개될지 공은 검찰에 달렸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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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