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지방선거 개입 의혹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4.01.13 11: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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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요원들 야당 정치인 뒤 캔다"

[일요시사=사회팀] 국정원이 이재명 성남시장을 사찰하고 지방선거에 개입했다는 정황이 드러난 가운데 일부 여당 인사들과 국정원 조정관(IO)간의 유착 의혹이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이번 이 시장의 폭로를 기점으로 야당 지방자치단체장을 겨냥한 첩보 수집의 배후가 드러날지 관심이 모아진다.




지난 7일 성남시청 3층에 있는 한누리실에는 이른 시간부터 기자들이 모였다. 앞서 이재명 성남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국정원이 지방선거에 개입한 정황을 포착했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전했다. 그리고 이 시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국정원을 조준한 첫 발을 당겼다.

이 시장의 발언과 기자회견문 등을 종합하면 국정원 직원 김모씨 등 복수의 인사는 이 시장을 상대로 불법적인 정보 수집을 한 것으로 의심됐다. 하지만 국정원은 '사실무근'이란 입장이라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현 상황으로서는 공세를 취한 이 시장의 말에 아무래도 힘이 실린다. 하지만 뜻밖의 경우에는 이 시장이 '종북몰이'란 역풍에 휘말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른바 '반(反)이재명' 세력은 외곽에서 이 시장을 상대로 끝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국정원을 상대로 칼을 빼든 이 시장이지만 반대 세력의 정치 공세가 본격화된다면 단순한 흠집내기라도 이 시장이 입을 타격은 적지 않을 전망이다.

때문에 이번 국정원 선거 개입 폭로는 다가올 지방선거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한 이 시장의 노림수로 보는 시각이 있다. 먼저 이 시장이 주장한 쟁점을 정리한 후 관련한 내막을 살펴보기로 하자.

"일거수일투족 감시"


첫째, 이 시장은 지난 2013년 5월부터 12월까지 성남시를 담당했던 국정원 조정관(IO) 김씨가 자신을 상대로 정치사찰을 벌였다고 주장했다. 이 시장은 이 같은 주장의 근거로 자신의 석사논문표절 시비를 예로 들었다.

 이 시장은 새누리당 성남시장 출마예정자 3명과 지역 언론인 1명을 주축으로 하는 '성남시민단체협의회'가 자신의 석사논문표절 시비를 문제 삼고 있다고 밝혔다. 해당 시비는 "지방선거를 앞둔 새누리당 후보 등이 선거를 치르는 과정에서 핵심 쟁점으로 만들기 위해 전력을 기울이는 사안"이라고 이 시장은 덧붙였다.

그런데 여기서 의외의 인물이 등장한다. 앞서 말한 국정원 직원 김씨다. 이 시장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2013년 12월30일 가천대 부총장과 만난 자리에서 이 시장의 논문표절 시비를 언급하며 논문 제출을 요구했다. 앞서 이 시장은 가천대의 전신인 경원대 야간특수대학원에서 지난 2006년 석사 과정을 밟았다.

하지만 부총장은 "준비가 되지 않았다"며 논문 제출을 보류했다. 그리고 관련한 사실을 이 시장에게 직접 알렸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김씨는 가천대와 같은 재단인 길병원의 비리 문제로 운을 떼며, 이 시장의 학위와 관련한 모종의 조처를 취하도록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의심됐다.

이 시장의 논문표절 시비는 지난 2013년 9월13일 보수 논객 변희재씨가 처음 제기한 뒤 성남시민단체협의회가 논란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단체는 12월11일 성남시, 12월13일 가천대, 12월24일 민주당에 해명과 조치를 요구하는 퍼포먼스를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국정원은 "김씨가 친분이 있는 가천대 관계자와 한담하는 과정에서 언론에 나온 얘기를 나눴을 뿐 관련한 자료를 요청하거나 입수한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JTBC>가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가천대 관계자는 국정원 직원이 논문 자료를 요청한 사실이 있는 것으로 진술했다. 파장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둘째, 이 시장은 김씨가 공무원 인사정보 수집 및 과도한 시정자료 요구로 일상적인 정치사찰을 벌여왔다고 주장했다.

이 시장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해 11월 성남시 자치행정과 주무관을 찾아와 5급 사무관으로 승진한 김모 팀장의 진급시점, 현 근무처 등 인사정보를 요구했다. 공교롭게도 김 팀장은 호남 출신이다. 또 이 시장은 김씨가 같은 시기 자치행정과에서 성남시가 발주한 모든 수의계약 현황자료를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이 시장은 김씨의 이 같은 행위가 국정원법 19조인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해석했다.

이재명 성남시장 “조정관이 정치사찰”폭로
여당 인사와 유착?…첩보수집 배후 드러날까

아울러 이 시장은 "같은 해 9월 김씨가 일자리창출과를 여러 차례 방문해 사회적 기업 및 시민주주 버스기업과 관련한 자료 일체를 요구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담당 공무원이 절차에 따른 공문을 요구하며 자료 제출을 거부하자 김씨는 결국 통계자료만 넘겨받은 것은 것으로 이 시장은 전했다. 더불어 해당 사업들은 이 시장의 주요 공약과 밀접히 연관돼 있는 것으로 소개됐다.

이에 대해 국정원은 "진보당 이석기 의원이 연루된 RO의 내란예비음모 및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해 수사를 벌이는 과정에서 필요한 적법한 업무 활동이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이 시장은 "자료 요구 당시 검찰 수사를 받은 상황이었다"며 "당시 불리한 환경을 이용해 직·간접적인 선거개입이 이뤄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고 일갈했다.

그렇다면 김씨는 무슨 연유로 이 시장의 일거수일투족을 들여다봤던 것일까. 그 실마리는 거꾸로 이 시장의 '정치적 성향'에 있다는 분석이다.

이 시장은 자신의 형인 이모씨와 오랜 갈등을 겪고 있다. 이 시장에 따르면 이씨는 자신의 동생(이 시장)에 대해 '진보당과 연계된 간첩'이란 비난을 퍼붓고 있다. 특히 이씨는 "국정원 직원으로부터 '이 시장 주변의 간첩 50명을 수사 중인데 이 시장도 곧 구속될 것'이란 얘기를 들었다"고 수차례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종북몰이 의혹

때문에 이 시장은 불상의 세력(혹은 국가기관)이 정치적 목적을 위해 자신의 가족사를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지역에서 이씨는 다가올 지방선거를 맞아 이 시장에 대한 대대적인 낙선 운동을 벌일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시장은 성남에서 모두 4차례에 걸쳐 진행된 종북척결대회에 대해서도 의문을 표했다. 불상의 세력이 미확인된 정보와 자금을 배후에서 제공해 판을 키우고 있다는 의혹이다. 즉 이 시장에 대한 종북몰이를 통해 이득을 얻는 단체(혹은 기관)가 어디인지 지켜보면 몸통이 드러날 가능성이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어느 기관이든 정보관의 역할은 비슷한데 특정 정치세력에 편중된 첩보를 수집하는 것이 문제"라며 "지방자치단체장과 고위 공직자들의 동향은 늘 관심의 대상이다. 언론도 똑같지 않냐"고 반문했다.

이번 이 시장의 폭로를 기점으로 국정원의 정치사찰 파장이 확대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특정 정치세력을 노린 광범위한 정보수집의 은막이 벗겨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재명 녹취록' 들어보니…


"XX야" 형수에 막말?

이재명 성남시장은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성남시민단체협의회' 공동대표인 M모 기자와 관련한 수사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이날 이 시장은 "M기자가 자신을 비방하는 내용의 신문을 대량 제작·배포한 것은 물론 가족 간의 말다툼 녹음 파일을 불법 공개했음에도 검찰 수사가 답보 상태"라고 비판했다.

이 시장이 자신의 형수에게 막말을 한 것으로 알려진 통화 녹취록은 간단한 인터넷 검색만으로 다운받을 수 있는 상황. 앞서 법원은 해당 녹취록에 대해 유포금지 명령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녹취록 내용은 편집이 가미된 것으로 추정되지만 발언의 수위가 높다. M기자는 "(이 시장의) 욕설 발언이 사회적 통념을 넘는 발언이라고 판단했다"고 주장했다.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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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