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운 감도는 검찰 폭풍전야 막후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4.01.07 15:24:58
  • 댓글 0개

공안 vs 특수 '칼자루 전쟁' 터진다

[일요시사=사회팀] 지난 2012년 사상 초유의 '검란' 사태로 위기를 맞았던 검찰은 2013년에도 '정치권력의 시녀'란 오명을 끝내 벗지 못했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아들 의혹이 터지면서 순항 중이던 검찰은 태풍 속에 놓였다.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의 수사 외압 논란, 윤석렬 여주지청장의 정직 징계 등 봉합되지 않은 조직내부의 갈등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제 관심은 조직의 명운을 짊어진 김진태 검찰총장과 청와대의 칼자루가 어디로 향할지다.




박근혜정부 1년 동안 검찰은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전두환 전 대통령을 겨냥한 미납 추징금 수사로 국민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검찰은 조직의 수장인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혼외아들 의혹에 휩싸이며 격랑의 한 가운데 섰다.

앞서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을 수사하던 검찰은 '검찰총장 찍어내기'와 '수사 외압 시비'에 휘말리며 내홍을 겪었다. 이 과정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케 했다.

채동욱 떠난 검찰
정치검사 부활하나

박근혜정부는 지난 1년 동안 국정원, 경찰, 국세청, 감사원을 차례로 접수했다. 그리고 5대 권력기관의 중추인 검찰도 종국엔 박근혜정부의 수중에 놓였다. 역대 정권마다 반복된 '검찰 길들이기' 관행은 이번 정권에서 똑같이 되풀이됐다.

민주화 이후 검찰의 칼자루를 쥔 진영은 늘 역사의 승리자가 됐다. 이 같은 배경으로 지방선거를 앞둔 올해에는 검찰권을 둘러싼 갈등이 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미 정치권은 새해 벽두부터 검찰 개혁을 화두로 팽팽한 줄다리기를 예고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달 상설특검·특별감찰관제 도입을 위한 법안심사소위를 수차례 열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주요 공약이기도 한 상설특검·특별감찰관제 도입은 검찰 개혁에 대한 국민적 요구와 맞물려 큰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여야는 검찰 개혁의 상징인 상설특검·특별감찰관법 연내 처리에 실패했다. 대신 이들은 진통 끝에 한 장의 합의서를 마련했다. 합의서에는 "올 2월 임시국회에서 상설특검 및 특별감찰관제 입법과 관련해 진정성을 갖고 합의·처리한다"는 내용이 명시돼있다. 따라서 검찰 개혁의 향배는 다가올 2월이 돼야 명확한 판가름이 날 것으로 보인다.

GH 권력기관 차례로 장악…'길들이기'성공
베일 벗은 상설특검·특별감찰관 두고 정쟁

지난 대선 과정에서 검찰 개혁은 국민적 공감대를 이끌었다. 상설특검·특별감찰관제 도입은 검찰 개혁의 연장선상에서 풀이됐다. '정치권력의 시녀'란 오명 속에 있던 검찰을 '독립된 수사기구'로 견제할 필요성이 대두된 것이다.

대통령의 친인척과 측근, 1급 고위공직자가 상시 감찰의 대상으로 지목됐다. 감찰의 주체인 특별감찰관은 살아있는 권력의 목줄을 쥘 수 있다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입법화를 위한 논의 과정에서 정치권은 슬그머니 개혁의 꼬리를 내렸다.

먼저 새누리당은 "대통령(행정부) 소속인 특별감찰관이 국회의원(입법부)과 법조인(사법부)을 감찰하는 것은 삼권분립 정신에 위배된다"는 논리를 폈다. 때문에 새누리당은 국회의원과 법조인을 감찰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공약 후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민주당은 얼마 전까지 새누리당의 주장에 동조했다가 뒤늦게 국회의원도 감찰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특별감찰관의 권한을 놓고 계좌추적, 통신내역 조회, 현장조사 권한 등 실질적인 조사권을 모두 빠뜨림으로써 입법 취지를 약화시켰다.


공안정국 조성
검찰이 앞장서

검찰의 기소독점권을 견제할 것으로 기대됐던 상설특검제 역시 기존 특검과 별다른 차이점이 없어 '무늬만 특검'이란 비난을 듣고 있다.

원래 상설특검제는 ▲특별감찰관이 고위공직자의 위법행위를 적발하면 ▲특별검사가 검사에 준하는 권한을 갖고 ▲권력의 외압 없이 수사에 착수하는 내용을 골자로 했다.

하지만 협의 과정에서 여야는 특별검사가 별도의 조직과 인력을 거느리고 있는 '기구특검안'을 폐기했다. 대신 필요할 때만 소집되는 '제도특검안'으로 잠정 합의했다. 입법 취지인 '상설'이란 말이 무색해진 셈이다.

더구나 새누리당은 특검 발동의 요건으로 법무부장관의 동의를 요구하고 있다. 사실상 검찰권에서 분리되지 않은 형태의 특검인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을 놓고 보면 상설특검제는 결국 유명무실한 제도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명박정권 고강도 사정작업 전망
주가조작·불법대출·자원외교 도마

정치권이 매스를 잘못 댄 사이 검찰은 '채동욱 색깔'을 지우고, 청와대가 보기에 흡족한 조직으로 거듭나고 있다.

지난달 박 대통령은 김진태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전달하면서 "헌법을 무시하거나 자유민주주의까지 부인하는 것, 이것에 대해서는 아주 단호하고 엄정하게 법을 집행해서 그런 생각은 엄두도 내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에 김 총장은 자신의 취임식에서 "공동체의 안녕질서를 위협하는 불법 집단행동에 대해 단호하게 대처하라"고 화답했다. 또 최근 있었던 신년사에서는 "법과 원칙은 집단적 위력이나 불법 앞에서 굴복하거나 적당히 타협해서는 안 되며, 어떠한 주장이든 법의 테두리 내에서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옳고 그름을 가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총장은 철도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했다. "대한민국의 법치주의가 중요한 시험대에 놓였다"는 표현도 썼다. 박근혜정부의 국정기조와 묘하게 일치하는 대목이다.

지난달 19일 단행된 검찰 고위간부 인사는 이런 검찰 안팎의 분위기를 십분 드러냈다. 검찰 서열 '넘버2'로 불리는 서울중앙지검장에는 김수남(사법연수원 16기) 전 수원지검장이 낙점됐다.

김 지검장은 지난해 7월 수원지검장으로 취임한 후 진보당 이석기 의원이 연루된 통칭 'RO사건'을 지휘하며 청와대의 마음을 샀다. 김 지검장은 대검 중수3과장, 서울중앙지검 3차장을 지낸 특수통이지만 광주지검 공안부장 등을 역임하며 공안수사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특히 김 지검장은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일명 '미네르바(박대성씨) 사건'을 지휘한 경력으로 시민단체가 선정한 '검찰권 오·남용 검사' 2위에 오르기도 했다. 때문에 공안수사에 좀 더 무게를 두고 있는 박근혜정부와 합이 맞을 것이란 평가다.

공안통 약진
국보법 만지작

한 검찰 고위 관계자는 "서울중앙지검장 정도의 인사면 청와대의 의중이 실린 것으로 봐야 한다"며 "이번 인사에서 마지막까지 김 지검장과 경합한 최재경(사법연수원 17기) 인천지검장은 능력은 좋지만 과거 한상대 전 총장과 각을 세운 게 마이너스가 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최 지검장은 현직 최고 특수통으로 채 전 총장과 함께 범MB인사로 분류된다. 때문에 청와대 입장에서 요직을 맡기기에 부담스러웠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최 지검장은 이번 검찰 인사에서 고검장 승진이 좌절됐다.

특수통은 된서리를 맞았지만 공안통들은 대거 약진했다. 대전고검장으로 승진한 김희관(사법연수원 17기) 전 부산지검장은 검찰 내 손꼽히는 공안통이다. 그는 대검 공안기획관과 서울중앙지검 내 공안 부서를 총괄하는 서울중앙지검 2차장 등을 역임했다.

또 울산지검 공안부장을 지낸 조성욱(사법연수원 17기) 서울서부지검장은 광주고검장으로, 대검 공안부장을 지낸 임정혁(사법연수원 16기) 전 서울고검장은 신임 대검차장으로 각각 자리를 옮겼다.


대검 공안기획관 시절 '전교조 시국선언' 수사를 했던 오세인(사법연수원 18기) 대검 공안부장은 반부패부 초대 부장으로 임명된 지 2주일 만에 영전한 케이스다. 오 부장은 중앙지검 2차장, 중앙지검 공안1부장, 대검 공안2과장 등을 지낸 대표적인 공안통이다.

이처럼 공안통들이 검찰 내 요직을 꿰차면서 공안사건의 비중 역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는 대법원 통계도 있다.

지난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사람은 모두 102명이다. 이는 10년 동안 가장 많은 수치다. 연도별로 보면 2004년 71명이었던 기소 인원은 이듬해 36명으로 줄었다가 2009년까지 3∼40명 안팎을 유지했다. 그러나 2010년 60명으로 증가한 후 2011년 74명, 지난해 98명으로 꾸준히 늘었다. 또 지난해 국가보안법 사건 중 무죄가 선고된 사람은 모두 4명으로 2006년 참여정부의 0명과 비교하면 대조적이다.

하지만 검찰이 공안사건만 주무를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검찰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2014년 검찰수사는 투트랙이 가동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형 공안사건을 축으로 특수부가 주도하는 이명박정권에 대한 사정이 동시에 이뤄질 것이란 설명이다.

아직 해결되지 못한 대표적인 특수사건으로는 효성그룹의 탈세 사건, 동양그룹의 사기성 기업어음(CP) 발행 사건, 이석채 전 KT 회장의 배임 사건 등을 꼽을 수 있다.

'날개 단' 공안
'절치부심' 특수
투트랙 가동된다

사안 별로 보면 효성그룹의 탈세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조석래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에서 기각되자 불구속 기소로 사건을 전환, 법리검토를 고심하고 있다. 또 검찰은 조현준 사장과 조현문 전 부사장, 이상운 부회장 등 오너 일가에 대한 처벌 여부를 놓고 적절한 수위를 검토 중이다.

동양그룹의 사기성 CP 발행 및 판매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현재현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수사팀은 동양그룹 사건이 대규모의 투자자 피해를 양산하고 사안이 중대한 점 등을 고려해 현 회장에 대한 구속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이 전 회장의 배임 의혹 등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조사부도 1월 내에 수사를 종결한다는 방침이다. 앞선 이 전 회장을 4차례 소환조사한 수사팀은 1월 중순께 구속영장을 청구해 이 전 회장의 배임 혐의 등을 입증할 계획이다. 특히 이 전 회장의 이번 배임 사건은 야권의 유력 정치인과 연결된 비자금 수사로 확대될 수 있어 그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회고위층 및 거물 정치인이 연루된 주가조작 의혹, CNK 주가조작 수사, 국민은행 도쿄지점 불법대출 수사 역시 관심의 대상이다. 더불어 검찰은 이명박정부의 자원외교와 관련한 내사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위 사건들은 모두 지난 정권의 실세들과 연결돼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미제사건 수두룩
MB 사냥 나설까

비교적 정권으로부터 자유로운 특수수사와 달리 공안수사는 정국의 또 다른 블랙홀이 될 전망이다.

현재 서울중앙지검에는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무단 열람·유출 의혹 사건, 국정원 여직원 감금 의혹 사건 등이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새롭게 부임한 김 지검장의 판단에 따라 해당 사건들은 특정 정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어 검찰의 정치적 중립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얘기가 나온다.

하지만 검찰 안팎의 분위기는 "청와대의 기대를 저버릴 수 있겠냐"는 쪽으로 쏠린다. 즉 야당에게 유리한 수사결과는 아닐 것이란 예측이다. 

최근 기자와 만난 익명의 검찰 관계자는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전했다. "진보진영을 상대로 한 대형 공안사건이 올 지방선거 전 반드시 터질 것"이란 전언이었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첩보 형태로 나돌았던 진보진영 유력 정치인의 정치자금 수사 및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해 내사가 종결됐다는 얘기도 조심스레 나온다. 죄가 있으면 따지는 게 검찰의 역할이라지만 '정치권력의 시녀'란 오명을 벗기엔 풀어야 할 오해가 너무 많아 보인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검찰 '셀프 개혁' 어디까지?

'바꾸긴 바꿔야 하는데…' 반부패부 특수4부 신설

정치권 안팎에서 검찰에 대한 개혁 요구가 빗발치는 가운데 검찰이 자구적인 조직 개편을 통해 쇄신을 진행 중이다.

먼저 지난 4월 간판을 내린 대검찰청 중수부는 '반부패부'로 조직의 명칭이 변경됐다. 반부패부는 중수부와 달리 직접적인 수사 기능이 없는 부서로 일선 검찰의 특별수사를 지휘·감독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맡았다.

직접 수사 기능이 없는 만큼 수사기획관 직제는 폐지됐다. 원래 법무부와 검찰은 수사기획관 자리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작은 정부' 기조에 맞춰달라는 안전행정부의 요구를 수용했다고 한다.

반부패부에는 특별수사지휘과와 특별수사지원과 등 2개 과가 운영되고 있다. 이 중 특별수사지원과는 기존 중수부 산하 첨단범죄수사과 업무에 범죄수익 환수 역할도 맡아 책임이 막중하다.

특히 계좌추적과 회계분석 전문 인력을 갖춘 반부패부는 미납된 추징금과 은닉된 범죄 수익을 찾아내 국고로 환수하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편 검찰은 중수부 폐지에 따른 부정부패 수사 공백을 막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에 특별수사4부를 올 2월쯤 신설할 계획이다. 관심을 끌었던 대검 감찰본부 확대 개편안은 보류됐다.

앞서 법무부는 감찰기능 강화를 위해 대검 산하 감찰기획관과 특별감찰과를 신설하고 고검에도 감찰부를 설치하는 등의 조직 개편 내용을 밝힌 바 있다. <석>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건진법사 ‘5000만원 관봉권’ 미스터리

건진법사 ‘5000만원 관봉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건진법사 전성배씨의 ‘5000만원 관봉권’ 출처를 두고 소문이 무성하다. 검찰은 대통령실 특활비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전씨는 그저 ‘기도비’라고 진술 중이다. 검찰이 김건희씨까지 수사 대상에 올린 점을 보면 전씨의 진술은 허위일 가능성이 크다. 전씨가 전방위 로비를 벌인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김씨의 소환조사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윤석열 일가를 향한 수사는 그간 서울중앙지검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건진법사 전성배씨의 로비 사건은 중앙지검이 아닌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리는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부장검사 박건욱)가 포문을 열었다. 전씨는 통일교와 캄보디아 사업 및 정·재계를 가리지 않고 돈을 받았다. 윤석열 일가와의 친분을 과시하면서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다. 수상한 증거들 남부지검은 전씨를 수사하기 이전에 한 가상자산 사기 사건을 수사 중이었다. 최근 정식 부서로 신설된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해 7월 ‘퀸비코인(QBZ)’ 관계자 이모씨 외 3명을 사기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사업 진행 능력이 없음에도 허위 자료를 제출해 스캠 코인을 상장했다. 1만명이 넘는 투자자로부터 가로챈 금액은 300억원에 육박한다. 남부지검은 수사 과정서 퀸비코인 관계자 이씨가 2018년 1월 자유한국당 경북 영천시장 후보 경선에 나선 정모씨를 전씨와 연결한 정황 및, 이들 간 수상한 자금 흐름을 포착했다. 취재를 종합하면 당시 정씨는 전씨 법당을 찾아 1억원을 건넸다. 이 사실을 파악한 남부지검은 지난해 12월 전씨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체포하고 그의 법당과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두 달여 전에는 경기 성남의 카카오 판교 서버를 압수수색해 전씨의 카카오톡 기록까지 확보했다. 전씨는 2022년 제20대 대통령선거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 대선캠프 네트워크본부서 상임고문으로 활동했다. 그의 처남으로 알려진 ‘찰리’ 김모씨도 전씨와 같이 활동했다. 전씨는 김건희씨가 운영하던 전시기획회사 코바나컨텐츠의 고문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전씨의 딸도 잠깐이지만 코바나컨텐츠서 근무한 이력이 있다. 남부지검은 전씨가 윤 전 대통령과 김씨와의 친분을 이용해 로비 행위를 벌였다고 보고 수사를 시작했다. 실제 전씨가 로비 창구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확인한 남부지검은 지난달 30일 윤 전 대통령 사저인 아크로비스타를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영장에는 “피의자들이 2022년 4월부터 8월 사이 공직자의 직무와 관련해 공직자의 배우자에게 선물을 제공했다”고 적시됐다. 청탁 사유로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ODA(공적개발원조) 사업 ▲YTN 인수 ▲유엔 제5사무국 한국 유치 ▲교육부 장관 통일교 행사 참석 ▲대통령 취임식 초청 등이 담겼다. 이 압수수색은 전씨를 통해 통일교 세계본부장 출신이자 2인자였던 윤모씨가 수천만원 상당의 그라프(Graff) 다이아몬드 목걸이, 샤넬 가방, 천수삼 농축차 등을 김씨에게 전달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절차였다. 남부지검은 윤씨가 지난 2022년 7월 전씨에게 ‘김 여사가 물건(천수삼) 잘 받았다더라, 건강이 좋아지셨다고 한다’고 보낸 문자메시지 내용을 확보하기도 했다. ‘한국은행’ 찍혔는데…통상 정부 예산 활용 금융권 “개인이 갖고 있을 수 없다” 일축 검찰이 지난 3일 전씨를 청탁금지법 위반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한 만큼 김씨에 대한 소환조사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남부지검 수사팀 내부에서는 김씨를 대선 직전에 소환조사해 실마리를 풀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전씨는 “목걸이와 명품백을 잃어버렸다. (김 여사가 잘 받았다는 문자는) 거짓 문자”라고 부인하는 상황이다. 김씨 측도 “전씨로부터 금품을 받은 사실 자체가 없다”는 입장이다. 우선 검찰은 윤씨가 전씨에게 윤석열정부의 캄보디아 ODA 사업 추진을 청탁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는 중이다. 검찰은 윤씨가 “윤 전 대통령과 독대했고 국가 단위 ODA 연대 프로젝트에 동의했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을 확인했다. 검찰은 지난 2022년 3월 윤씨가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 전 대통령과 김씨를 인수위서 만난 뒤 캄보디아 사업을 추진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통일교는 같은 해 메콩강 핵심 부지에 ‘아시아태평양유니언 본부’를 건립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윤씨는 훈센(Hun Sen) 당시 캄보디아 총리와도 이 사업을 논의했지만 자금난으로 추진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윤씨는 2022년 5월 한 통일교 행사에서 “3월 22일 대통령을 만나 1시간 독대를 하면서 이 나라가 가야 할 방향을 이야기하고 암묵적 동의를 구한 게 있다”고 말했다. 이어 “ODA는 비영리기구(NGO)가 펀딩 가능하고 국가가 지원한다”고 말한 바 있다. 검찰은 이 직후인 2022년 6월 기획재정부가 제4차 한-캄보디아 ODA 통합 정책협의서 대(對)캄보디아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차관 지원 한도액을 기존 7억달러에서 15억달러로 늘리는 기본 약정을 체결한 점을 주목했다. 한도액이 늘면 중기후보사업 승인 절차가 간소화돼 ODA 사업 수주가 쉬워지기 때문이다. 비슷한 시기에 김씨가 나토 순방 당시 착용했던 6000만원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와 관련해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이 불거지자, 윤씨는 전씨에게 “김 여사에게 빌리지 말고 하고 다니라”며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건넸다. 검찰은 지금까지 김씨 명의 휴대전화 3대를 확보했다. 이 중 1대는 김씨가 지난달 11일 서울 한남동 관저서 나오면서 보안 비화폰(안보폰)을 반납한 뒤 개통한 휴대전화다. 나머지 2대는 옛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서 사용하던 휴대전화로, 사실상 공기계로 알려졌다. 자택 압색 그 이후… 검찰은 100여개에 달하는 압수 대상에 윤씨 선물 명목으로 전씨에게 제공했다는 그라프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샤넬 가방, 인삼주 등도 적시했지만 확보하지 못했다. 법조계에서는 윤씨의 청탁이 성사됐거나 윤씨와의 직무 관련성 등이 입증된다면 김씨가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와의 전화 통화에서 “카톡 기록과 전달됐거나 전달되려 했던 물품들은 이미 수사팀이 확보했으니 김씨가 대면 조사를 피하긴 힘들다”며 “남부지검서도 성역 없이 수사 의지가 강하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현행법상 공직자의 배우자를 청탁금지법으로 처벌할 수 없으니 직무 관련성 입증이 관건”이라며 “입증만 된다면 알선수재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가장 중요한 건 전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할 당시 발견된 5000만원 관봉권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2월 서울 서초구 전씨의 집을 압수수색하면서 5만원권 3300매(1억6500만원)를 확보했는데, 이 중 5000만원은 비닐 포장이 벗겨지지 않은 상태였다. 검찰은 전씨에게 이 관봉권의 출처에 대해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관봉권은 ‘제조권’과 ‘사용권’ 두 종류로 나뉜다. 제조권은 한국조폐공사에서 한은이 받아온 신권으로 돈다발에 십자 형태의 띠를 두르고 비닐로 싸 압축한 형태다. 사용권은 한은이 시중은행서 회수한 돈을 검수해 낡은 돈은 폐기하고 사용하기 적합한 돈만 골라낸 것이다. 발견된 돈다발 김씨와 전씨 사건서 등장하는 관봉권은 모두 사용권이다. 전씨 자택서 발견된 5000만원 관봉권 돈다발은 한은이 적힌 비닐로 포장돼있었고, 비닐엔 기기 번호와 담당·책임자 일련번호도 적혀 있었다. 그러나 김씨 측이 옷값을 치를 때 썼던 관봉권은 비닐 없이 띠지만 둘러져 있는 돈다발 형태였다. 관봉권은 국가 예산으로 편성되는 대통령실(청와대)과 검찰, 국가정보원 등 사정기관의 수사나 조사에 필요한 특수활동비로 쓰이기도 한다. 과거 정부에서는 이 특활비가 로비 자금으로 악용됐다. 한은은 전국에 16개 지역 본부를 두고 금융기관에 관봉권을 보낸다. 서울엔 남대문 본점 및 강남본부 등 두 곳이 있다. 이 중 강남본부가 대통령실과 사정기관 등에 예산 조달을 담당해 왔다. 다만 민간인의 집에서 관봉권이 발견될 수 없다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대개 일반 정부 예산은 관봉권 형태가 아닌 계좌이체 등을 통해 전달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수천만원 상당의 관봉권이 묶인 채로 남아 있는 건 영수증 내역도 남지 않는 특활비”라며 “통상 정보와 사정기관이 ‘돈의 주인’”이라고 말했다. 실제 검찰도 전씨의 자택서 발견된 5000만원 관봉권이 강남본부서 나왔다고 보고 있다. 이 관봉권에는 ‘2022년 5월13일’이라는 날짜가 기재돼있다. 윤 전 대통령 취임일 사흘 뒤다. 전씨는 검찰 조사에서 주로 돈은 ‘기도비’ 명목으로 받아왔지만 관봉권은 정확하게 누구에게 받은 돈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한은 방문 이후 전씨의 집에서 발견된 관봉권에 적힌 ▲기기번호 ▲담당자 ▲책임자 ▲발권국 항목 등의 의미를 확인했다. 기기번호의 뜻은 정사기(검수기) 기기번호와 기기호수를 뜻하고, 발권국 정보에는 정사 업무를 담당하는 발권국 화폐관리1팀을 의미하는 숫자인 것으로 전해졌다. MB 때 국정원 ‘입막음·로비’ 용도로 사용 검·정보 “이번엔 아니다”…남은 건 용산 포장지에 적힌 ‘2022년 5월13일 오후 2시5분59초’는 한은이 검수를 마친 시각이라고 한다. 다만, 한은은 개별 사용권이 어느 시점에 어느 금융기관으로 지급됐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고 한다. 금융기관서 화폐를 요청하는 경우 ▲지급한 금융기관명 ▲지급일자 ▲권종 ▲금액 등만 기록할 뿐, 어떤 사용권 묶음을 제공했는지는 별도 기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관봉권이 지난 대선 기간 전씨가 운영했던 윤 전 대통령 선거캠프 운영비일 수 있다고 보고 금융 흐름을 추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올해 초 당시 네트워크 본부장으로 있던 오을섭씨를 소환조사하면서 양재동 캠프의 운영비 출처를 물어본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서는 해당 관봉권 출처가 불분명한 만큼 특활비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범죄 수사 경험이 풍부한 한 변호사는 “출처를 확인하기 어려운 한은 뭉칫돈은 대부분 특활비”라며 “특활비라면 한은 검수 이후 수천만원 상당의 돈이 필요한 곳은 보통 사정기관이다. 일반적으로 정부 예산은 뭉칫돈으로 전달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결국 사정기관 담당자들을 불러 확인해봐야 하는데 정보기관에서는 특활비 활용 자체가 보안으로 분류돼 확인도 어려울 것이다. 출처 규명에 꽤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와 접촉한 복수의 사정기관 관계자들은 ‘국정원 특활비’는 아니라고 단언했다. 앞서 이명박정부 청와대는 국정원 특활비를 상납받은 바 있다. 지난 2011년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은 국정원의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을 폭로했는데, 당시 국정원은 관봉 형태의 특활비 5000만원을 장 전 주무관에 ‘입막음비’로 전달했다. 이 같은 내용은 검찰 수사와 공판 등을 통해 청와대서 국정원 특활비를 받아 장 전 주무관에 전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불분명한 출처 어디?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과거 국정원 특활비와 흡사해 보이지만 2022년 이후의 특활비 활용이나 대통령실을 통해 쓰인 ‘국정원 특활비’ 등에 대해서 들여다봤을 때 불법적이거나 위법하게 쓰인 사실이 없다. 한 개인에게 갈 일은 더더욱 없다”고 못 박았다. 검찰 관계자도 “남부지검서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자세히 말할 순 없지만 검찰 특활비는 아니다. 남부지검 수사팀도 검찰과는 상관없는 관봉권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