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운 감도는 검찰 폭풍전야 막후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4.01.07 15:2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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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안 vs 특수 '칼자루 전쟁' 터진다

[일요시사=사회팀] 지난 2012년 사상 초유의 '검란' 사태로 위기를 맞았던 검찰은 2013년에도 '정치권력의 시녀'란 오명을 끝내 벗지 못했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아들 의혹이 터지면서 순항 중이던 검찰은 태풍 속에 놓였다.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의 수사 외압 논란, 윤석렬 여주지청장의 정직 징계 등 봉합되지 않은 조직내부의 갈등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제 관심은 조직의 명운을 짊어진 김진태 검찰총장과 청와대의 칼자루가 어디로 향할지다.




박근혜정부 1년 동안 검찰은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전두환 전 대통령을 겨냥한 미납 추징금 수사로 국민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검찰은 조직의 수장인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혼외아들 의혹에 휩싸이며 격랑의 한 가운데 섰다.

앞서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을 수사하던 검찰은 '검찰총장 찍어내기'와 '수사 외압 시비'에 휘말리며 내홍을 겪었다. 이 과정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케 했다.

채동욱 떠난 검찰
정치검사 부활하나

박근혜정부는 지난 1년 동안 국정원, 경찰, 국세청, 감사원을 차례로 접수했다. 그리고 5대 권력기관의 중추인 검찰도 종국엔 박근혜정부의 수중에 놓였다. 역대 정권마다 반복된 '검찰 길들이기' 관행은 이번 정권에서 똑같이 되풀이됐다.

민주화 이후 검찰의 칼자루를 쥔 진영은 늘 역사의 승리자가 됐다. 이 같은 배경으로 지방선거를 앞둔 올해에는 검찰권을 둘러싼 갈등이 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미 정치권은 새해 벽두부터 검찰 개혁을 화두로 팽팽한 줄다리기를 예고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달 상설특검·특별감찰관제 도입을 위한 법안심사소위를 수차례 열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주요 공약이기도 한 상설특검·특별감찰관제 도입은 검찰 개혁에 대한 국민적 요구와 맞물려 큰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여야는 검찰 개혁의 상징인 상설특검·특별감찰관법 연내 처리에 실패했다. 대신 이들은 진통 끝에 한 장의 합의서를 마련했다. 합의서에는 "올 2월 임시국회에서 상설특검 및 특별감찰관제 입법과 관련해 진정성을 갖고 합의·처리한다"는 내용이 명시돼있다. 따라서 검찰 개혁의 향배는 다가올 2월이 돼야 명확한 판가름이 날 것으로 보인다.

GH 권력기관 차례로 장악…'길들이기'성공
베일 벗은 상설특검·특별감찰관 두고 정쟁

지난 대선 과정에서 검찰 개혁은 국민적 공감대를 이끌었다. 상설특검·특별감찰관제 도입은 검찰 개혁의 연장선상에서 풀이됐다. '정치권력의 시녀'란 오명 속에 있던 검찰을 '독립된 수사기구'로 견제할 필요성이 대두된 것이다.

대통령의 친인척과 측근, 1급 고위공직자가 상시 감찰의 대상으로 지목됐다. 감찰의 주체인 특별감찰관은 살아있는 권력의 목줄을 쥘 수 있다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입법화를 위한 논의 과정에서 정치권은 슬그머니 개혁의 꼬리를 내렸다.

먼저 새누리당은 "대통령(행정부) 소속인 특별감찰관이 국회의원(입법부)과 법조인(사법부)을 감찰하는 것은 삼권분립 정신에 위배된다"는 논리를 폈다. 때문에 새누리당은 국회의원과 법조인을 감찰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공약 후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민주당은 얼마 전까지 새누리당의 주장에 동조했다가 뒤늦게 국회의원도 감찰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특별감찰관의 권한을 놓고 계좌추적, 통신내역 조회, 현장조사 권한 등 실질적인 조사권을 모두 빠뜨림으로써 입법 취지를 약화시켰다.


공안정국 조성
검찰이 앞장서

검찰의 기소독점권을 견제할 것으로 기대됐던 상설특검제 역시 기존 특검과 별다른 차이점이 없어 '무늬만 특검'이란 비난을 듣고 있다.

원래 상설특검제는 ▲특별감찰관이 고위공직자의 위법행위를 적발하면 ▲특별검사가 검사에 준하는 권한을 갖고 ▲권력의 외압 없이 수사에 착수하는 내용을 골자로 했다.

하지만 협의 과정에서 여야는 특별검사가 별도의 조직과 인력을 거느리고 있는 '기구특검안'을 폐기했다. 대신 필요할 때만 소집되는 '제도특검안'으로 잠정 합의했다. 입법 취지인 '상설'이란 말이 무색해진 셈이다.

더구나 새누리당은 특검 발동의 요건으로 법무부장관의 동의를 요구하고 있다. 사실상 검찰권에서 분리되지 않은 형태의 특검인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을 놓고 보면 상설특검제는 결국 유명무실한 제도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명박정권 고강도 사정작업 전망
주가조작·불법대출·자원외교 도마

정치권이 매스를 잘못 댄 사이 검찰은 '채동욱 색깔'을 지우고, 청와대가 보기에 흡족한 조직으로 거듭나고 있다.

지난달 박 대통령은 김진태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전달하면서 "헌법을 무시하거나 자유민주주의까지 부인하는 것, 이것에 대해서는 아주 단호하고 엄정하게 법을 집행해서 그런 생각은 엄두도 내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에 김 총장은 자신의 취임식에서 "공동체의 안녕질서를 위협하는 불법 집단행동에 대해 단호하게 대처하라"고 화답했다. 또 최근 있었던 신년사에서는 "법과 원칙은 집단적 위력이나 불법 앞에서 굴복하거나 적당히 타협해서는 안 되며, 어떠한 주장이든 법의 테두리 내에서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옳고 그름을 가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총장은 철도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했다. "대한민국의 법치주의가 중요한 시험대에 놓였다"는 표현도 썼다. 박근혜정부의 국정기조와 묘하게 일치하는 대목이다.

지난달 19일 단행된 검찰 고위간부 인사는 이런 검찰 안팎의 분위기를 십분 드러냈다. 검찰 서열 '넘버2'로 불리는 서울중앙지검장에는 김수남(사법연수원 16기) 전 수원지검장이 낙점됐다.

김 지검장은 지난해 7월 수원지검장으로 취임한 후 진보당 이석기 의원이 연루된 통칭 'RO사건'을 지휘하며 청와대의 마음을 샀다. 김 지검장은 대검 중수3과장, 서울중앙지검 3차장을 지낸 특수통이지만 광주지검 공안부장 등을 역임하며 공안수사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특히 김 지검장은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일명 '미네르바(박대성씨) 사건'을 지휘한 경력으로 시민단체가 선정한 '검찰권 오·남용 검사' 2위에 오르기도 했다. 때문에 공안수사에 좀 더 무게를 두고 있는 박근혜정부와 합이 맞을 것이란 평가다.

공안통 약진
국보법 만지작

한 검찰 고위 관계자는 "서울중앙지검장 정도의 인사면 청와대의 의중이 실린 것으로 봐야 한다"며 "이번 인사에서 마지막까지 김 지검장과 경합한 최재경(사법연수원 17기) 인천지검장은 능력은 좋지만 과거 한상대 전 총장과 각을 세운 게 마이너스가 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최 지검장은 현직 최고 특수통으로 채 전 총장과 함께 범MB인사로 분류된다. 때문에 청와대 입장에서 요직을 맡기기에 부담스러웠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최 지검장은 이번 검찰 인사에서 고검장 승진이 좌절됐다.

특수통은 된서리를 맞았지만 공안통들은 대거 약진했다. 대전고검장으로 승진한 김희관(사법연수원 17기) 전 부산지검장은 검찰 내 손꼽히는 공안통이다. 그는 대검 공안기획관과 서울중앙지검 내 공안 부서를 총괄하는 서울중앙지검 2차장 등을 역임했다.

또 울산지검 공안부장을 지낸 조성욱(사법연수원 17기) 서울서부지검장은 광주고검장으로, 대검 공안부장을 지낸 임정혁(사법연수원 16기) 전 서울고검장은 신임 대검차장으로 각각 자리를 옮겼다.


대검 공안기획관 시절 '전교조 시국선언' 수사를 했던 오세인(사법연수원 18기) 대검 공안부장은 반부패부 초대 부장으로 임명된 지 2주일 만에 영전한 케이스다. 오 부장은 중앙지검 2차장, 중앙지검 공안1부장, 대검 공안2과장 등을 지낸 대표적인 공안통이다.

이처럼 공안통들이 검찰 내 요직을 꿰차면서 공안사건의 비중 역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는 대법원 통계도 있다.

지난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사람은 모두 102명이다. 이는 10년 동안 가장 많은 수치다. 연도별로 보면 2004년 71명이었던 기소 인원은 이듬해 36명으로 줄었다가 2009년까지 3∼40명 안팎을 유지했다. 그러나 2010년 60명으로 증가한 후 2011년 74명, 지난해 98명으로 꾸준히 늘었다. 또 지난해 국가보안법 사건 중 무죄가 선고된 사람은 모두 4명으로 2006년 참여정부의 0명과 비교하면 대조적이다.

하지만 검찰이 공안사건만 주무를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검찰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2014년 검찰수사는 투트랙이 가동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형 공안사건을 축으로 특수부가 주도하는 이명박정권에 대한 사정이 동시에 이뤄질 것이란 설명이다.

아직 해결되지 못한 대표적인 특수사건으로는 효성그룹의 탈세 사건, 동양그룹의 사기성 기업어음(CP) 발행 사건, 이석채 전 KT 회장의 배임 사건 등을 꼽을 수 있다.

'날개 단' 공안
'절치부심' 특수
투트랙 가동된다

사안 별로 보면 효성그룹의 탈세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조석래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에서 기각되자 불구속 기소로 사건을 전환, 법리검토를 고심하고 있다. 또 검찰은 조현준 사장과 조현문 전 부사장, 이상운 부회장 등 오너 일가에 대한 처벌 여부를 놓고 적절한 수위를 검토 중이다.

동양그룹의 사기성 CP 발행 및 판매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현재현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수사팀은 동양그룹 사건이 대규모의 투자자 피해를 양산하고 사안이 중대한 점 등을 고려해 현 회장에 대한 구속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이 전 회장의 배임 의혹 등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조사부도 1월 내에 수사를 종결한다는 방침이다. 앞선 이 전 회장을 4차례 소환조사한 수사팀은 1월 중순께 구속영장을 청구해 이 전 회장의 배임 혐의 등을 입증할 계획이다. 특히 이 전 회장의 이번 배임 사건은 야권의 유력 정치인과 연결된 비자금 수사로 확대될 수 있어 그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회고위층 및 거물 정치인이 연루된 주가조작 의혹, CNK 주가조작 수사, 국민은행 도쿄지점 불법대출 수사 역시 관심의 대상이다. 더불어 검찰은 이명박정부의 자원외교와 관련한 내사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위 사건들은 모두 지난 정권의 실세들과 연결돼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미제사건 수두룩
MB 사냥 나설까

비교적 정권으로부터 자유로운 특수수사와 달리 공안수사는 정국의 또 다른 블랙홀이 될 전망이다.

현재 서울중앙지검에는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무단 열람·유출 의혹 사건, 국정원 여직원 감금 의혹 사건 등이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새롭게 부임한 김 지검장의 판단에 따라 해당 사건들은 특정 정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어 검찰의 정치적 중립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얘기가 나온다.

하지만 검찰 안팎의 분위기는 "청와대의 기대를 저버릴 수 있겠냐"는 쪽으로 쏠린다. 즉 야당에게 유리한 수사결과는 아닐 것이란 예측이다. 

최근 기자와 만난 익명의 검찰 관계자는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전했다. "진보진영을 상대로 한 대형 공안사건이 올 지방선거 전 반드시 터질 것"이란 전언이었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첩보 형태로 나돌았던 진보진영 유력 정치인의 정치자금 수사 및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해 내사가 종결됐다는 얘기도 조심스레 나온다. 죄가 있으면 따지는 게 검찰의 역할이라지만 '정치권력의 시녀'란 오명을 벗기엔 풀어야 할 오해가 너무 많아 보인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검찰 '셀프 개혁' 어디까지?

'바꾸긴 바꿔야 하는데…' 반부패부 특수4부 신설

정치권 안팎에서 검찰에 대한 개혁 요구가 빗발치는 가운데 검찰이 자구적인 조직 개편을 통해 쇄신을 진행 중이다.

먼저 지난 4월 간판을 내린 대검찰청 중수부는 '반부패부'로 조직의 명칭이 변경됐다. 반부패부는 중수부와 달리 직접적인 수사 기능이 없는 부서로 일선 검찰의 특별수사를 지휘·감독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맡았다.

직접 수사 기능이 없는 만큼 수사기획관 직제는 폐지됐다. 원래 법무부와 검찰은 수사기획관 자리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작은 정부' 기조에 맞춰달라는 안전행정부의 요구를 수용했다고 한다.

반부패부에는 특별수사지휘과와 특별수사지원과 등 2개 과가 운영되고 있다. 이 중 특별수사지원과는 기존 중수부 산하 첨단범죄수사과 업무에 범죄수익 환수 역할도 맡아 책임이 막중하다.

특히 계좌추적과 회계분석 전문 인력을 갖춘 반부패부는 미납된 추징금과 은닉된 범죄 수익을 찾아내 국고로 환수하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편 검찰은 중수부 폐지에 따른 부정부패 수사 공백을 막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에 특별수사4부를 올 2월쯤 신설할 계획이다. 관심을 끌었던 대검 감찰본부 확대 개편안은 보류됐다.

앞서 법무부는 감찰기능 강화를 위해 대검 산하 감찰기획관과 특별감찰과를 신설하고 고검에도 감찰부를 설치하는 등의 조직 개편 내용을 밝힌 바 있다.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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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