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방학 신분증 위조 급증 백태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4.01.07 15: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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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주민증으로 모텔 들락날락

[일요시사=사회팀] 최근 경찰은 청소년 유해환경 집중 단속 결과를 발표하면서 상당수의 10대가 위조 또는 변조된 신분증을 사용·매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술집을 비롯해 클럽, 모텔 등 미성년자 출입이 제한된 곳을 '뚫기' 위해 위조된 신분증을 사용하고 있다. 문제는 위조된 신분증이 청소년 사이에 이미 공공연한데도 이를 해결할 마땅한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이로 인한 리스크는 자연스레 업주들이 떠안고 있다.




연말연시를 맞아 들뜬 분위기 속에 일부 10대들이 유해환경에 노출되고 있다. 술과 담배는 물론이고 출입이 제한된 유흥업소도 자유로이 드나들고 있다. 이에 경찰은 수능을 전후로 해 청소년 유해환경 집중 단속 기간을 갖고 6만7000여명의 경찰력을 투입했다.

교묘한 방법

그런데 집중 단속에 적발된 청소년 중 상당수는 위조 또는 변조된 신분증을 사용하고 있거나 매매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청소년들의 신분증 위·변조는 각종 자격증 및 증명서 위조 등 중범죄로 이어질 수 있는 까닭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서울 종로구와 마포구 등 번화가가 밀집한 지역을 찾으면 고교생으로 보이는 남녀가 술을 마신 채 숙박업소로 들어가는 장면을 심심치 않게 목격할 수 있다. 현행법상 모텔 업주가 미성년자의 이성 간 혼숙 장소를 제공할 경우 청소년보호법 위반 혐의로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하지만 업주도 할 말이 있다. 미성년자가 위·변조된 신분증을 내밀 경우 속을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실제 일부 청소년들은 교묘한 수법으로 주민등록증을 위조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수법은 자신의 신분증에서 특정 숫자를 긁어낸 뒤 다른 숫자를 기입하는 것이다. 가령 96년생인 한 청소년은 신분증에 쓰인 숫자 6을 0으로 바꾸면 성인으로 둔갑할 수 있다.

이밖에도 기상천외한 신분증 위조 수법이 인터넷을 통해 빠르게 전파되고 있다. 검색사이트인 구글에서 특정 검색어를 입력하면 신분증 위조 방법을 비교적 쉽게 찾을 수 있다.

또 일부 10대들은 웹사이트를 이용해 위·변조한 신분증을 또 다른 청소년에게 되파는 것으로 확인됐다. '주민등록증 제작'이란 키워드로 검색을 시도하면 수백여개의 신분증 위조 사이트가 자동 링크된다.

이처럼 공공연한 불법에 주점 주인은 울상이다. 미성년자 출입이 적발되면 대개 영업정지를 당하는데 심한 경우 손실을 메꾸지 못해 가게 문을 아예 닫기도 한다.

한 주점 주인은 고용했던 아르바이트생이 알고 보니 미성년자였던 황당한 사건에 휘말렸다. 몇 개월을 함께 일했던 직원이 겨우 19살이었던 것. 해당 아르바이트생 역시 위·변조된 신분증을 써온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3일 경기 화성에서는 김모군 등 청소년들이 술을 마신 뒤 난투극을 벌이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음주 측정을 한 경찰은 곧장 김군 등이 술을 마신 장소를 캐물어 실적을 올렸다. 관할 경찰은 청소년에게 신분을 묻지 않고 13만원 상당의 주류와 안주를 판매한 혐의로 주점 업주 1명을 입건했다.

같은 날 경찰은 청소년 우범지역을 순찰하던 중 공원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던 고교생 무리를 발견했다. 경찰은 즉각 담배를 수거조치하고 담배를 판매한 업주를 역추적해 청소년보호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청소년들은 담배를 살 때 위조된 신분증을 사용했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업주가 처벌을 피할 방도는 없다.


주점·클럽 출입 위해 범행
청소년 유해환경 단속 강화
신분증 위조 사범 대거 적발

최근 경찰은 지난 10월28일부터 12월13일까지 총 7주간 진행된 '청소년 유해환경 집중 단속' 결과를 발표했다.

앞서 경찰은 수능 및 동계방학을 앞두고 음주와 흡연 등 청소년 비행에 대한 우려가 증가함에 따라 학교·지자체·NGO와 함께 집중 단속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경찰은 청소년에게 술·담배와 같은 유해약물을 판매하거나 주점 등 유흥업소에 출입시키는 행위를 적발해 모두 1172명을 검거했다고 알렸다. 특히 유흥업소와 숙박업소 등에 출입하기 위해 신분증을 위·변조하거나 매매한 청소년은 174명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인터넷을 통해 신분증 위·변조 방법을 공유하거나 거래를 조장하는 등 청소년에게 유해한 사이트(혹은 게시물) 139개를 폐쇄 또는 삭제 조치토록 했다.

이중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여권 등을 제작·판매한다는 글을 게시한 26개 사이트에 대해서는 사이버수사팀에 강력수사 의뢰를 했다.

그러나 경찰의 집중 단속 후에도 신분증 위조는 여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제보자는 "크리스마스를 전후로 홍대 클럽에 갔는데 스스로를 미성년자라고 한 여학생이 꽤 많았다"면서 "신분증과 실제 이름이 다른 걸 보면 다른 사람의 신분증에 자신의 사진을 갖다 붙인 것 같다"고 전했다.

10대들이 이처럼 신분증 위조에 거리낌이 없는 건 범죄의 심각성을 모르기 때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주민등록증 위조는 엄연한 형사 처분 대상이며, 10년 이하의 징역을 내릴 수 있는 중범죄. 그러나 실제 법집행이 엄격히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10대 범죄에 너그러운 사회 분위기가 일조한다.

관할부처 및 치안당국은 신분증 위조를 근절하기 위한 대책마련에 골몰하고 있지만 또렷한 대안은 없는 상황이다. 안전행정부 관계자는 전자 신분증 도입을 한 방법으로 언급하기도 했지만 편성 예산 등 제반사항을 고려했을 때 실효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술과 이성 때문에…

치안당국도 뾰족한 해법이 없는 건 마찬가지. 한 경찰 관계자는 "온라인에서 노출되고 있는 신분증 위조 게시글에 대해 꾸준한 모니터링을 하고 있지만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는 게 사실"이라며 "비교적 범죄 사실이 큰 신분증 위·변조 사이트에 대해서는 법적용을 엄격히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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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