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사회고위층 증권범죄 의혹 추적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12.23 13:05:26
  • 댓글 0개

'정치권 겨냥' 대형 주가조작 사건 터진다

[일요시사=사회팀] 한 대기업 협력사를 둘러싼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사정기관과 작전세력 간의 유착 의혹이 제기됐다. 여기서 눈여겨 볼 부분은 사회고위층이 대거 연루된 것으로 의심되는 증권범죄 과정에 해당 작전세력 중 1명이 투입됐다는 증언이다. 만약 그가 소문대로 범죄 혐의와 관련한 핵심 증거를 갖고 있다면 증권가는 물론 사회 각계에 여파를 미칠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최초 주가조작 세력 간의 책임공방으로 알려진 한 사건이 있었다. 지난 8월 익명의 민원인 ㄱ씨는 청와대와 검찰, 금감원 등 모두 15개 기관에 주가조작 주포로 알려진 ㄴ씨를 수사 제보했다.

하지만 ㄱ씨는 도리어 본인이 주가조작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앞둔 상황이다. 어떻게 된 일일까. 관련한 내막은 다소 복잡하다. 먼저 ㄱ씨 본인 등 참고인들이 공동으로 보증한 내용을 살펴보자.

범죄 제보자가
주가조작 주포로

ㄱ씨와 ㄴ씨는 서로 호형호제하는 사이로 지난 2011년 처음 만났다. 차분한 성품의 ㄱ씨는 활달하면서도 싹싹한 ㄴ씨를 마음에 들어 했고, 둘은 가족끼리도 자주 어울리며 친분을 쌓았다. 그런데 2012년 3월 ㄱ씨는 그릇된 판단으로 돌이킬 수 없는 수렁에 발을 들였다. ㄴ씨의 꾐에 빠져 주식 투자를 시작한 것이다.

ㄱ씨에 따르면 ㄴ씨는 한 대기업 협력사 주가가 곧 오를 것이라며 ㄱ씨에게 투자자 알선을 부탁했다. 전문직 종사자 ㄱ씨는 비교적 인맥이 넓은 편에 속했다. 하지만 ㄱ씨는 주식 투자에 별 관심이 없던 터라 ㄴ씨의 요구를 거절했다.


이에 ㄴ씨는 주식 시장에서 M&A 전문가로 이름 높던 ㄷ씨를 자신의 파트너로 소개했다. 뒤늦게 알려진 바에 따르면 ㄴ씨와 ㄷ씨는 감옥에서 서로 인연을 맺은 사이였다.

사정기관-작전세력 유착 혐의 수사
조사 중 다른 사건 개입 증언 나와

ㄷ씨는 과거 한 사모펀드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연매출 2000억원에 육박하는 중견기업 인수전에 참여했다. '주식계의 거물'을 자처한 ㄷ씨는 출소 후 새로운 작전 아이템을 찾았는데 대기업 협력사인 A사가 그의 타깃이 됐다는 설명이다.

같은 달 경기 분당 한 음식점에서 ㄱ씨는 ㄷ씨와 만났다. 이 자리에서 ㄷ씨는 ㄱ씨에게 A사로 투자할 것을 권유하며 원금보장과 고수익을 약속했다. ㄱ씨의 마음은 서서히 흔들리고 있었다.

2012년 6월 ㄴ씨는 ㄱ씨에게 "동업을 하고 있는 ㄷ씨는 5:5계좌(투자자로부터 세력이 돈을 받아 관리하는 계좌)가 많은데 나는 하나도 없다"며 "계좌를 트기 위해 1억원만 빌려 달라"고 요청했다. 2달 후 상환을 조건으로 ㄱ씨는 자신의 지인을 통해 약속된 금액을 ㄴ씨 동생 계좌로 입금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비슷한 시기 ㄱ씨는 ㄴ씨의 요청에 따라 지인 3∼4명에게 A사 종목을 소개했다. 두 달만 기다리면 고수익이 날 거라는 말에 ㄱ씨의 지인들은 ㄱ씨를 믿고 투자를 결정했다. 하지만 넉 달이 지나도록 주가는 오르지 않았고 되려 하강곡선을 그렸다고 한다.

피해자 늘어나
세력들 정체는?


화가 난 ㄱ씨는 ㄴ씨에게 원금 보전을 요구했다. 그러자 ㄴ씨는 "나도 ㄷ씨 때문에 손해를 봤다"며 "모두가 손해 보지 않고 주식 처분을 할 수 있도록 급전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고민하던 ㄱ씨는 ㄴ씨가 요구한 돈을 또다시 ㄴ씨 동생 계좌로 분할 입금했다.

하지만 주가 하락은 해가 바뀌도록 계속됐고, ㄱ씨는 자신의 지인들을 상대로 투자 유치를 했던 까닭에 곤란한 상황에 처했다. 차일피일 상환을 미루던 ㄴ씨는 또다시 사건 해결을 명목으로 ㄱ씨와 ㄱ씨 지인들에게서 거액을 가져갔으나 주가는 변하지 않았다.

ㄴ씨를 믿지 못하게 된 ㄱ씨는 ㄷ씨와 접촉했다. 그러자 ㄷ씨는 "내가 오히려 ㄴ씨 때문에 손해를 봤다"고 말했다. ㄴ씨가 했던 진술을 모두 뒤집은 것이다. 이어 그는 "주식투자 손실액을 2달 내에 보상하겠다"며 ㄱ씨에게서 주식 거래가 가능한 USB를 가져갔다. ㄴ씨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ㄷ씨의 말을 믿었다. 하지만 약속한 보상은 없었고, 수억원의 원금은 또다시 허공으로 증발했다.

ㄱ씨는 해당 USB를 통해 ㄴ씨와 ㄷ씨가 코스피 상장사인 B사에 투자했다고 주장했다. 특수 계좌인 핍스계좌로도 살 수 없던 B사의 주식을 이들이 고가로 매입했다는 것이다. B사는 업계 인지도가 높지만 위험종목으로 분류된 탓에 투자자들이 기피하는 종목으로 전해진다.

2013년 9월 ㄱ씨는 서울중앙지검을 직접 방문했고, 주가조작 사건을 담당하고 있던 수사관을 만났다. ㄱ씨는 그동안 자신이 겪은 일들을 수사관에게 낱낱이 알렸다.

ㄱ씨를 비롯한 피해자들은 자신들이 투자한 돈이 ㄴ씨와 ㄷ씨가 차명으로 관리하는 세력들의 시세차익을 위해 묶여 있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수사관은 "민원인이 당한 사건은 주가조작이 아닌 주식을 이용한 사기"라고 답했다. ㄱ씨를 비롯한 8인은 ㄴ씨와 ㄷ씨에 대해 사기죄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고소인 조사를 하루 앞둔 10월의 어느 날, ㄱ씨 사무실로 갑자기 경찰이 들이닥쳤다. 사건을 맡은 경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압수수색영장과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ㄱ씨 회사를 급습했다.

그런데 ㄱ씨가 연행된 경찰서에는 ㄴ씨와 ㄷ씨가 참고인 자격으로 나와 있었다. ㄱ씨 입장에선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뀌었던 셈. ㄱ씨에게는 주가조작 및 뇌물공여 혐의가 적용됐다.

경찰은 해당 사건을 고위공직자 비리 혐의로 내사하던 중 핵심 피의자로 ㄱ씨를 지목했다. 그러나 ㄱ씨는 고위공직자에게 뇌물을 건넨 일이 없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경찰은 플리바게닝을 언급하며 ㄱ씨를 추궁했다.

그런데 수사 과정에서 한 형사가 눈에 띄었다. 과거 룸살롱에서 ㄴ씨와 함께 만났던 ㄹ씨였다. 당시 ㄴ씨는 ㄱ씨에게 ㄹ씨를 '친한 형님'으로 소개했다.

ㄱ씨에 따르면 ㄹ씨와 ㄴ씨는 자신들만의 은어로 대화를 나눴는데 먼저 ㄹ씨가 "동생, 나 향냄새(마약사범) 한 번 맡게 해 달라"고 하면 ㄴ씨가 "형님, 조금만 기다리십시오. 작업하고 있습니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이처럼 ㄴ씨와 ㄹ씨는 서로 공생관계에 있었다고 ㄱ씨는 주장했다.
 
ㄷ씨는 잡혔지만
ㄴ씨는 풀려났다?

수사 과정에서 ㄱ씨는 이번 주가조작의 총책이 ㄴ씨라고 거듭 밝혔다. 하지만 경찰은 사건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실제로 ㄴ씨와 ㄷ씨는 A사 주식을 한 주도 갖고 있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대부분의 주식거래는 ㄱ씨와 그의 지인들 계좌에서 벌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꼼짝없이 검찰 수사를 받게 된 ㄱ씨와 지난 11월 만났다. 그는 주변에 대한 미안함과 억울함을 토로했다. 여러 번에 걸쳐 그의 이야기를 들었고, 진술의 일관성을 따졌다. 그러던 중 문제의 사건이 터졌다.

이번 달 초 B사에 대한 주가조작 의혹으로 ㄴ씨와 ㄷ씨가 체포됐다는 소식이 들렸다. 덩치가 큰 코스피 회사라 구속된 인물만 20여명에 달했다고 전해진다.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라 정확한 확인은 불가능했다.

그런데 수사선상에 오른 인물 중 구속 수사를 피한 사람이 있었다고 한다. 바로 ㄴ씨다. 실제로 복수 사정기관 관계자는 "ㄴ씨를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ㄱ씨는 "ㄴ씨가 한 코스피 기업의 작전 정황이 담긴 녹취록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풀려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조심스레 제기했다. 여기서 등장한 코스피 기업은 C사다.

회계사·의사 등 수사선상
전정권 핵심 정치인도 거론

한때 ㄴ씨는 소위 '10인회'로 불리는 작전 세력 밑에서 일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10인회의 타깃은 C사. 문제의 10인회에는 회계사, 의사는 물론이고 정계 거물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가 한 관계자는 "만약 C사에 작전 세력이 개입했다는 의혹만으로도 그 파장은 어마어마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당시 기자는 한 언론사 관계자를 통해 금감원에 접촉했으나 "증시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확인해 줄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단 금감원은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며 여운을 남겼다. 

C사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증권 전문가를 직접 만났다. 그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관련한 의혹에 대해 "전혀 몰랐다"고 답했다. 또 그는 "증권가에 파다한 소문이라면 누군가 먼저 얘기해줬을 것"이라며 "일방적인 얘기는 신뢰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단 그는 "나중에라도 피해자가 있다면 누군가 입을 열 수 있지 않겠냐"고 의견을 덧붙였다.

C사에 대한 취재를 진행하던 중 ㄴ씨에 대해 알고 있다는 사업가와 접촉할 수 있었다. 그는 "그 사람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는 정확히 모른다"며 "다만 그쪽 바닥에선 굉장히 유명한 사람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또 "발이 넓어 지청(검찰)을 제집 드나들 듯 오가는 사람이란 소문도 있다"며 "다칠 수 있으니 웬만해서는 건들지 않는 게 좋을 것"이란 충고도 덧붙였다.

최근 C사가 연 행사에 직접 참석했다. 우려와 달리 행사는 무난하게 마무리됐다. 몇몇 투자자는 주주 구성이 바뀐 사실에 주목하는 듯 했지만 커다란 동요는 발견되지 않았다.

한 금융 관계자는 "기업의 수익성이 좋다면 설사 작전을 공모했을지라도 혐의를 입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조언했다. 베일에 싸인 10인회의 존재 여부도 여전히 불투명했다.

복잡한 함수관계
10인회 존재하나

적극적 M&A로 몸집을 불린 C사는 지난 몇 년간 급성장을 기록했다가 최근 성장세가 둔화된 것으로 소개된다. 한 관계자는 익명을 전제로 "작전 세계에서 유명한 K씨가 BW 발행 등 실무를 맡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결정적인 증거는 되지 못했다. 기자가 만난 한 사정기관 관계자의 설명도 비슷했다.

그는 "떠도는 소문들은 익히 들어 알고 있다"며 "사건 흐름도 이미 다 파악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혐의가 입증되려면 피해자가 있어야 하는데 본 건은 피해자가 없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즉 현 상황으로는 사건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완곡한 표현인 것이다.

때문에 앞선 A사 및 B사와 관련한 수사가 관심을 끈다. 해당 사건들과 모두 연계된 키맨 ㄴ씨가 C사와 관련한 정보를 쥐고 있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 본 사건이 증권가를 넘어 사회 각계에 파장을 미치는 권력형 비리로 이어질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