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사회고위층 증권범죄 의혹 추적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12.23 13:05:26
  • 댓글 0개

'정치권 겨냥' 대형 주가조작 사건 터진다

[일요시사=사회팀] 한 대기업 협력사를 둘러싼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사정기관과 작전세력 간의 유착 의혹이 제기됐다. 여기서 눈여겨 볼 부분은 사회고위층이 대거 연루된 것으로 의심되는 증권범죄 과정에 해당 작전세력 중 1명이 투입됐다는 증언이다. 만약 그가 소문대로 범죄 혐의와 관련한 핵심 증거를 갖고 있다면 증권가는 물론 사회 각계에 여파를 미칠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최초 주가조작 세력 간의 책임공방으로 알려진 한 사건이 있었다. 지난 8월 익명의 민원인 ㄱ씨는 청와대와 검찰, 금감원 등 모두 15개 기관에 주가조작 주포로 알려진 ㄴ씨를 수사 제보했다.

하지만 ㄱ씨는 도리어 본인이 주가조작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앞둔 상황이다. 어떻게 된 일일까. 관련한 내막은 다소 복잡하다. 먼저 ㄱ씨 본인 등 참고인들이 공동으로 보증한 내용을 살펴보자.

범죄 제보자가
주가조작 주포로

ㄱ씨와 ㄴ씨는 서로 호형호제하는 사이로 지난 2011년 처음 만났다. 차분한 성품의 ㄱ씨는 활달하면서도 싹싹한 ㄴ씨를 마음에 들어 했고, 둘은 가족끼리도 자주 어울리며 친분을 쌓았다. 그런데 2012년 3월 ㄱ씨는 그릇된 판단으로 돌이킬 수 없는 수렁에 발을 들였다. ㄴ씨의 꾐에 빠져 주식 투자를 시작한 것이다.

ㄱ씨에 따르면 ㄴ씨는 한 대기업 협력사 주가가 곧 오를 것이라며 ㄱ씨에게 투자자 알선을 부탁했다. 전문직 종사자 ㄱ씨는 비교적 인맥이 넓은 편에 속했다. 하지만 ㄱ씨는 주식 투자에 별 관심이 없던 터라 ㄴ씨의 요구를 거절했다.


이에 ㄴ씨는 주식 시장에서 M&A 전문가로 이름 높던 ㄷ씨를 자신의 파트너로 소개했다. 뒤늦게 알려진 바에 따르면 ㄴ씨와 ㄷ씨는 감옥에서 서로 인연을 맺은 사이였다.

사정기관-작전세력 유착 혐의 수사
조사 중 다른 사건 개입 증언 나와

ㄷ씨는 과거 한 사모펀드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연매출 2000억원에 육박하는 중견기업 인수전에 참여했다. '주식계의 거물'을 자처한 ㄷ씨는 출소 후 새로운 작전 아이템을 찾았는데 대기업 협력사인 A사가 그의 타깃이 됐다는 설명이다.

같은 달 경기 분당 한 음식점에서 ㄱ씨는 ㄷ씨와 만났다. 이 자리에서 ㄷ씨는 ㄱ씨에게 A사로 투자할 것을 권유하며 원금보장과 고수익을 약속했다. ㄱ씨의 마음은 서서히 흔들리고 있었다.

2012년 6월 ㄴ씨는 ㄱ씨에게 "동업을 하고 있는 ㄷ씨는 5:5계좌(투자자로부터 세력이 돈을 받아 관리하는 계좌)가 많은데 나는 하나도 없다"며 "계좌를 트기 위해 1억원만 빌려 달라"고 요청했다. 2달 후 상환을 조건으로 ㄱ씨는 자신의 지인을 통해 약속된 금액을 ㄴ씨 동생 계좌로 입금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비슷한 시기 ㄱ씨는 ㄴ씨의 요청에 따라 지인 3∼4명에게 A사 종목을 소개했다. 두 달만 기다리면 고수익이 날 거라는 말에 ㄱ씨의 지인들은 ㄱ씨를 믿고 투자를 결정했다. 하지만 넉 달이 지나도록 주가는 오르지 않았고 되려 하강곡선을 그렸다고 한다.

피해자 늘어나
세력들 정체는?


화가 난 ㄱ씨는 ㄴ씨에게 원금 보전을 요구했다. 그러자 ㄴ씨는 "나도 ㄷ씨 때문에 손해를 봤다"며 "모두가 손해 보지 않고 주식 처분을 할 수 있도록 급전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고민하던 ㄱ씨는 ㄴ씨가 요구한 돈을 또다시 ㄴ씨 동생 계좌로 분할 입금했다.

하지만 주가 하락은 해가 바뀌도록 계속됐고, ㄱ씨는 자신의 지인들을 상대로 투자 유치를 했던 까닭에 곤란한 상황에 처했다. 차일피일 상환을 미루던 ㄴ씨는 또다시 사건 해결을 명목으로 ㄱ씨와 ㄱ씨 지인들에게서 거액을 가져갔으나 주가는 변하지 않았다.

ㄴ씨를 믿지 못하게 된 ㄱ씨는 ㄷ씨와 접촉했다. 그러자 ㄷ씨는 "내가 오히려 ㄴ씨 때문에 손해를 봤다"고 말했다. ㄴ씨가 했던 진술을 모두 뒤집은 것이다. 이어 그는 "주식투자 손실액을 2달 내에 보상하겠다"며 ㄱ씨에게서 주식 거래가 가능한 USB를 가져갔다. ㄴ씨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ㄷ씨의 말을 믿었다. 하지만 약속한 보상은 없었고, 수억원의 원금은 또다시 허공으로 증발했다.

ㄱ씨는 해당 USB를 통해 ㄴ씨와 ㄷ씨가 코스피 상장사인 B사에 투자했다고 주장했다. 특수 계좌인 핍스계좌로도 살 수 없던 B사의 주식을 이들이 고가로 매입했다는 것이다. B사는 업계 인지도가 높지만 위험종목으로 분류된 탓에 투자자들이 기피하는 종목으로 전해진다.

2013년 9월 ㄱ씨는 서울중앙지검을 직접 방문했고, 주가조작 사건을 담당하고 있던 수사관을 만났다. ㄱ씨는 그동안 자신이 겪은 일들을 수사관에게 낱낱이 알렸다.

ㄱ씨를 비롯한 피해자들은 자신들이 투자한 돈이 ㄴ씨와 ㄷ씨가 차명으로 관리하는 세력들의 시세차익을 위해 묶여 있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수사관은 "민원인이 당한 사건은 주가조작이 아닌 주식을 이용한 사기"라고 답했다. ㄱ씨를 비롯한 8인은 ㄴ씨와 ㄷ씨에 대해 사기죄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고소인 조사를 하루 앞둔 10월의 어느 날, ㄱ씨 사무실로 갑자기 경찰이 들이닥쳤다. 사건을 맡은 경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압수수색영장과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ㄱ씨 회사를 급습했다.

그런데 ㄱ씨가 연행된 경찰서에는 ㄴ씨와 ㄷ씨가 참고인 자격으로 나와 있었다. ㄱ씨 입장에선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뀌었던 셈. ㄱ씨에게는 주가조작 및 뇌물공여 혐의가 적용됐다.

경찰은 해당 사건을 고위공직자 비리 혐의로 내사하던 중 핵심 피의자로 ㄱ씨를 지목했다. 그러나 ㄱ씨는 고위공직자에게 뇌물을 건넨 일이 없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경찰은 플리바게닝을 언급하며 ㄱ씨를 추궁했다.

그런데 수사 과정에서 한 형사가 눈에 띄었다. 과거 룸살롱에서 ㄴ씨와 함께 만났던 ㄹ씨였다. 당시 ㄴ씨는 ㄱ씨에게 ㄹ씨를 '친한 형님'으로 소개했다.

ㄱ씨에 따르면 ㄹ씨와 ㄴ씨는 자신들만의 은어로 대화를 나눴는데 먼저 ㄹ씨가 "동생, 나 향냄새(마약사범) 한 번 맡게 해 달라"고 하면 ㄴ씨가 "형님, 조금만 기다리십시오. 작업하고 있습니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이처럼 ㄴ씨와 ㄹ씨는 서로 공생관계에 있었다고 ㄱ씨는 주장했다.
 
ㄷ씨는 잡혔지만
ㄴ씨는 풀려났다?

수사 과정에서 ㄱ씨는 이번 주가조작의 총책이 ㄴ씨라고 거듭 밝혔다. 하지만 경찰은 사건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실제로 ㄴ씨와 ㄷ씨는 A사 주식을 한 주도 갖고 있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대부분의 주식거래는 ㄱ씨와 그의 지인들 계좌에서 벌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꼼짝없이 검찰 수사를 받게 된 ㄱ씨와 지난 11월 만났다. 그는 주변에 대한 미안함과 억울함을 토로했다. 여러 번에 걸쳐 그의 이야기를 들었고, 진술의 일관성을 따졌다. 그러던 중 문제의 사건이 터졌다.

이번 달 초 B사에 대한 주가조작 의혹으로 ㄴ씨와 ㄷ씨가 체포됐다는 소식이 들렸다. 덩치가 큰 코스피 회사라 구속된 인물만 20여명에 달했다고 전해진다.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라 정확한 확인은 불가능했다.

그런데 수사선상에 오른 인물 중 구속 수사를 피한 사람이 있었다고 한다. 바로 ㄴ씨다. 실제로 복수 사정기관 관계자는 "ㄴ씨를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ㄱ씨는 "ㄴ씨가 한 코스피 기업의 작전 정황이 담긴 녹취록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풀려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조심스레 제기했다. 여기서 등장한 코스피 기업은 C사다.

회계사·의사 등 수사선상
전정권 핵심 정치인도 거론

한때 ㄴ씨는 소위 '10인회'로 불리는 작전 세력 밑에서 일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10인회의 타깃은 C사. 문제의 10인회에는 회계사, 의사는 물론이고 정계 거물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가 한 관계자는 "만약 C사에 작전 세력이 개입했다는 의혹만으로도 그 파장은 어마어마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당시 기자는 한 언론사 관계자를 통해 금감원에 접촉했으나 "증시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확인해 줄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단 금감원은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며 여운을 남겼다. 

C사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증권 전문가를 직접 만났다. 그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관련한 의혹에 대해 "전혀 몰랐다"고 답했다. 또 그는 "증권가에 파다한 소문이라면 누군가 먼저 얘기해줬을 것"이라며 "일방적인 얘기는 신뢰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단 그는 "나중에라도 피해자가 있다면 누군가 입을 열 수 있지 않겠냐"고 의견을 덧붙였다.

C사에 대한 취재를 진행하던 중 ㄴ씨에 대해 알고 있다는 사업가와 접촉할 수 있었다. 그는 "그 사람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는 정확히 모른다"며 "다만 그쪽 바닥에선 굉장히 유명한 사람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또 "발이 넓어 지청(검찰)을 제집 드나들 듯 오가는 사람이란 소문도 있다"며 "다칠 수 있으니 웬만해서는 건들지 않는 게 좋을 것"이란 충고도 덧붙였다.

최근 C사가 연 행사에 직접 참석했다. 우려와 달리 행사는 무난하게 마무리됐다. 몇몇 투자자는 주주 구성이 바뀐 사실에 주목하는 듯 했지만 커다란 동요는 발견되지 않았다.

한 금융 관계자는 "기업의 수익성이 좋다면 설사 작전을 공모했을지라도 혐의를 입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조언했다. 베일에 싸인 10인회의 존재 여부도 여전히 불투명했다.

복잡한 함수관계
10인회 존재하나

적극적 M&A로 몸집을 불린 C사는 지난 몇 년간 급성장을 기록했다가 최근 성장세가 둔화된 것으로 소개된다. 한 관계자는 익명을 전제로 "작전 세계에서 유명한 K씨가 BW 발행 등 실무를 맡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결정적인 증거는 되지 못했다. 기자가 만난 한 사정기관 관계자의 설명도 비슷했다.

그는 "떠도는 소문들은 익히 들어 알고 있다"며 "사건 흐름도 이미 다 파악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혐의가 입증되려면 피해자가 있어야 하는데 본 건은 피해자가 없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즉 현 상황으로는 사건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완곡한 표현인 것이다.

때문에 앞선 A사 및 B사와 관련한 수사가 관심을 끈다. 해당 사건들과 모두 연계된 키맨 ㄴ씨가 C사와 관련한 정보를 쥐고 있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 본 사건이 증권가를 넘어 사회 각계에 파장을 미치는 권력형 비리로 이어질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의 한 지역구에서 특정 당의 당원 명부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총선, 지방선거 등을 치르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당 관계자의 업무용 노트북에 담겨있던 정보가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올림픽 육상 100m 경기를 생각해 보자. 8개 레인에 각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선다. 이 선수들은 국내 선발전에서 1등을 차지했을 것이다. 국가대표로 뽑힌 선수는 올림픽에 출전해 예선을 치르고 결승에서 금메달을 다툰다. 0.01초 차이로 메달 색깔이 달라지는 경기에서 승자는 늘 단 1명뿐이다. 치열한 공천 경쟁 선거는 올림픽보다도 더 확고한 ‘승자 독식’ 구조다. 올림픽에선 2등에게 은메달, 3등에게 동메달이라도 주지만 선거에서 2등은 꼴찌와 같다. 당선자는 후보자에서 국회의원, 시·군·구의원, 구청장·군수, 시·도지사 등으로 신분 상승이 이뤄진다. 명예와 권력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는 자리로 순식간에 올라가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선거에 출마하려는 후보들은 당선 가능성이 큰 자리로 몰린다. 어떤 경기든 일단 출발선에 서야 경쟁을 할 수 있듯, 선거에서 공천은 본선으로 가기 위한 1차 관문이 된다. 자리는 하나, 후보는 여럿이니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최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불거진 공천 헌금 의혹은 자리를 돈으로 사려 했다는 내용으로, 관련자는 구속됐다. 최근 서울 구로구에서 일어난 당원 명부 유출 의혹도 공천 경쟁 과정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업무용 노트북에서 수십개의 엑셀 파일이 발견됐는데 그중 일부가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였고 이름, 연락처, 거주지 등이 포함된 이 파일이 상대 당의 후보 경선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2020년 21대 총선 당시 서울 구로을 지역구에서 거물급 인사가 후보로 맞붙었다. 구로을 지역은 서울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곳이다. 17대(2004년)부터 지난 22대(2024년) 총선까지 20여년간 민주당이 이겼다. 민주당(당시 통합민주당)이 사상 최악의 패배를 당한 18대 총선에서도 구로을 지역은 넉넉하게 수성한 바 있다. 업무용 노트북에서 발견 이름·연락처·거주지 담겨 구로에서만 평생 살았다는 한 시민은 “선거 때마다 텃밭, 험지 이런 말을 많이 쓰지 않나. 구로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사지’다. 민주당이 아주 꽉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총선 등에서 민주당 후보가 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몇몇 인사들은 바닥부터 훑어가며 선거를 준비한다. 민주당은 21대 총선 때 구로을 지역 후보로 윤건영 의원을 전략공천 형태로 낙점했다. 윤 의원은 당시 문재인정부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맡고 있었다. 현재까지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복심으로 불린다. 국민의힘은 서울 양천을 지역에서 내리 3선을 지낸 김용태 전 의원을 ‘자객’ 공천했다. 민주당의 독식으로 관심 지역에서 벗어나 있던 구로을이 순식간에 ‘격전지’로 떠올랐다. 문제는 구로을 지역 총선 출마를 준비하던 예비후보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민주당 조규영 전 서울시의원의 반발이 거셌다. 조 전 시의원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서울 비례대표로 정치권에 입성, 이후 구로2선거구에서 서울시의원으로 재선했다. 조 전 시의원은 최소한 경선은 치를 수 있게 해달라며 민주당의 전략 공천을 비판했다. 당시 조 전 시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지역 당원 수보다 더 많은 권리당원을 모았다. 열심히 뛰었다. 누구와 경쟁하든 경선에서 이길 자신이 있었다”며 “그러나 결과는 낙하산 공천이었다. 저는 특혜나 찬스를 원하지 않았다. 공정한 경선만을 바랐다. 낙하산 공천은 공정하지도 않고 본선 경쟁력도 없다”고 강조했다. 어디에 사용했나 조 전 시의원은 노숙 단식까지 해가며 경선을 촉구했지만 결국 낙천했다. 이후 다른 선거에도 출마하지 않았다. 잊히는 듯했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최근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업무용 노트북에서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표기된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발견된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원들의 이름과 연락처, 행정동 등이 기재된 엑셀 파일은 ‘(보안철저)저쪽디비’ 폴더에 담겨있었다. 해당 파일의 ‘구분’ 부분에 ‘조규영 일반 당원’이라고 표기돼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맞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에 민주당 구로을 국회의원 예비후보였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기재돼있다는 점에서 의심이 촉발됐다. 동시에 누가 노트북에 해당 파일을 옮겼는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문서가 발견된 노트북은 2020년 총선 과정에서 당원협의회에 업무용으로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만 사용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구로구의회에 입성한 A 구의원이 해당 노트북을 사용했다. A 구의원은 2022년 국민의힘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여성부장을 맡은 이력도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문제의 노트북은 A 구의원이 여성부장으로 활동할 무렵 사용했다가 후임자에게 넘겼다. 그는 “이후 여성부장이 바뀔 때까지 쭉 A 구의원이 가지고 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쉬쉬하다 이제서야 눈여겨볼 대목은 A 구의원의 이력이다. 그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비례대표 순번을 받아 당선됐지만, 2020년 총선 때까지만 해도 민주당 조 전 시의원을 보좌하는 수행비서 역할을 했다. 실제 조 전 시의원이 예비후보로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 곳곳에서 A 구의원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A 구의원은 조 전 시의원 낙천 이후 김용태 전 의원 배우자의 수행비서로 발탁됐다. 김 전 의원의 측근이 A 구의원을 추천한 것으로 안다”며 “2020년 총선에서 김 전 의원이 낙선하고 당협위원장으로 있을 당시 A 구의원이 비례대표로 공천받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측 정치인을 수행했던 인사가 국민의힘 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한 데 이어, 그가 직접 사용한 노트북에서 자신이 보좌했던 사람의 이름으로 파일명이 기재된 국민의힘 당원 명부가 발견된 셈이다. A 구의원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를 민주당 측에 유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대목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A 구의원이 조 전 시의원을 수행할 당시 지역구 경선을 대비해 당원 명부를 입수한 게 아닌가 싶다”며 “당시 경선까지 진행되지 않았기에 당원 명부가 실제 사용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문서를 가지고 있었다는 자체만으로도 의아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사실 이 문제는 올해 1월경에 처음 드러났다. A 구의원이 당원협의회에 노트북을 반납하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해당 폴더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쉬쉬’하다가 최근에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당협 회의에서 논의 A 구의원 “문제없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A 구의원의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지난 1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에서 논의됐다. 해당 의혹이 구로 지역에서 확산하자 A 구의원이 먼저 이 문제를 먼저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당원협의회 회의에 참석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 위원은 ‘덮고 가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문제가 불거지면 지방선거를 망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일부 관계자가 “심각한 개인정보 유출” “해당 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조사를 요청했지만 그 수가 많지 않아 관철되지 않았다. 회의에 참석한 한 위원은 “선거를 치르다 보면 당원 명단이 일부 흘러 다니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이렇게 명부가 통째로 유출되는 건 심각한 일”이라며 “명백한 해당 행위다. 자체 조사를 통해 징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 규정 제20조(징계사유)에 따르면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를 했을 때 ▲현행 법령 및 당헌·당규·윤리 규칙을 위반해 당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행위의 결과로 민심을 이탈케 했을 때 등의 사유로 징계할 수 있다고 돼있다. 해당 관계자는 A 구의원의 행위가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해당 행위? 징계 가능성? A 구의원은 해당 의혹은 전부 해명됐다는 입장이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당협 회의에서 이 문제가 논의됐는데 문제없다고 결론 났다.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일고의 논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의혹을 언급한 제보자에게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등으로 조치할 수 있다는 점을 전해 달라”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