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계 발 '페이퍼컴퍼니 괴담' 추적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12.02 13:4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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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님, 의원님…사정기관 타깃 정해졌다?

[일요시사=사회팀] 효성그룹 총수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가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이른바 '페이퍼컴퍼니 괴담'이 눈길을 끈다. 박근혜정부 들어 타깃이 된 전두환 전 대통령, 이재현 CJ그룹 회장,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 모두 페이퍼컴퍼니를 직·간접적으로 운용했기 때문. 이 같은 배경으로 사정기관의 다음 타깃 역시 페이퍼컴퍼니를 개설한 사회고위층이 될 것이란 소문이 고개를 들고 있다.




페이퍼컴퍼니는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유령회사다. 1990년대 중반부터 정·재계를 아우르는 유명 인사들은 케이맨 군도,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등 국제적으로 널리 알려진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조세피난처는 실제 발생한 법인 소득의 전부 또는 상당 부분에 대해 조세를 부과하지 않는 국가나 지역을 뜻한다. 

사회고위층
비자금 통로

조세피난처는 기업 입장에서 세제상의 혜택뿐 아니라 외국환거래법 등의 규제가 적고 경영상 장애요인이 거의 없다는 점을 특징으로 한다. 더구나 조세피난처에선 모든 금융거래의 익명성이 보장되기 때문에 역외 탈세 및 돈세탁용 자금 거래가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조세피난처에 세워진 페이퍼컴퍼니는 흔히 비자금 통로로 의심받는다. 기업들은 경영상 소요되는 제반 경비를 절감하기 위해 특수목적법인(페이퍼컴퍼니)을 설립한다고 하지만 조세정의 측면에서 페이퍼컴퍼니는 말 그대로 '눈먼 돈'의 온상으로 지목되고 있다.

지난 5월 <뉴스타파>의 특종 보도 이후 유명 인사들의 페이퍼컴퍼니 소유 여부는 전국민적인 관심사로 떠올랐다. 당시 <뉴스타파>는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와 공동 취재한 결과물을 공개하면서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한국인들은 모두 245명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90년대 중반부터 재벌 중심으로 '유령회사' 성행
거래시 차명 기본…조세피난처서 제3국으로 은닉

보도에 따르면 페이퍼컴퍼니 설립 시 한국 주소를 기재한 사람은 159명, 홍콩이나 싱가포르 등 해외 주소를 기재한 사람은 86명이었다. 그리고 해외 주소를 기재한 사람 중 일부는 경과세국인 홍콩이나 싱가포르 등에 현지 법인을 설립한 뒤 법인 소득을 다시 해외 계좌로 빼돌리는 수법을 사용, 세금을 탈루했다. 이는 한국에서 빠져나간 돈이 경과세국을 거쳐 조세피난처로 옮겨졌다가 다시 제3국을 경유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해외 주소를 갖고 있는 이들과 더불어 주목되는 무리가 있다. 이른바 '검은머리 외국인'들로 불리는 외국인 기관투자자들은 법률상 한국인이 아니면서 한국으로부터 많은 돈을 쓸어 담고 있다. 그리고 이들이 투자 목적으로 개설한 페이퍼컴퍼니는 관계 당국이 파악한 총량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과거 스위스를 본거지로 했던 검은머리 외국인들은 한국과 스위스가 금융정보 교환 협정을 맺게 되자 조세피난처에 특수목적법인을 세우기 시작했다. 이들은 외국인 신분으로 국내 주식 시장에 투자하지만 외국 법인 명의를 빌리기 때문에 신원을 감출 수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검은머리 외국인의 존재는 외국에 등록된 일부 기관투자사의 대주주가 국내 고액 자산가일 가능성과 연결된다. 다시 말하면 대주주가 자신의 신분 노출을 피하기 위해 페이퍼컴퍼니 설립 과정에서 검은머리 외국인의 명의를 빌린 것이다.

꼭꼭 숨겨진
눈먼 돈의 행방

우리나라는 금융실명제를 도입하면서 가명이나 무기명을 이용한 금융 투자를 1993년부터 금지해왔다. 때문에 국내 지하자본은 일찍부터 각종 금융규제에서 자유로운 해외를 주목했다. IMF를 전후로 한 시점에 국내 자본의 상당수는 해외로 이동했다. 이 과정에서 사회고위층의 재산도 국외로 유출됐다. 특히 지난 2007년 있었던 글로벌 금융위기와 맞물려 사회고위층의 재산 은닉 시도는 증가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전두환 전 대통령은 재산 은닉을 위해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대표적인 인물로 불리고 있다. 앞서 전 전 대통령의 장남 재국씨는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인 블루아도니스를 설립하면서 비자금 은닉 의혹을 샀다. 그러나 재국씨는 지난 10월 말 국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해당 의혹을 부인했다.

재국씨가 직접 밝힌 사건 개요는 이렇다. 재국씨는 미국 유학생활 중 부친인 전 전 대통령이 백담사에 가게 되면서 급히 귀국했다. 귀국 후 그는 미국에 남겨둔 미화 70만 달러를 해외로 옮기는 게 좋다는 주변 권유에 따라 아랍은행을 소개받았다. 그러나 아랍은행 관계자는 법인하고만 거래한다면서 재국씨의 예금 예치를 거절했다. 그러자 재국씨는 특수목적법인을 설립하고 계좌를 개설하게 됐는데 이 과정에서 공교롭게도 조세피난처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하게 됐다는 해명이다.

여기서 재국씨 해명의 진실성과는 별개로 전 전 대통령은 미납 추징금 전액을 납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힘에 따라 사건이 일단락됐다. 그러나 전두환 수사의 불씨는 또 다른 곳으로 옮겨 붙었다. 미납 추징금 규모 면에선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도마에 오른 것이다.

김 전 회장은 분식회계·사기대출·횡령 등 혐의로 법원으로부터 17조9253억원의 추징금을 선고 받았다. 그러나 전체 추징금 중 887억원만을 납부해 눈총을 사고 있다. 또 김 전 회장은 해외로 빼돌린 수백억원의 재산으로 호화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어 파문은 가라앉지 않는 상황이다.

김 전 회장은 그간 조세 당국의 추적을 피해 국외 페이퍼컴퍼니를 운용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7월 복수 언론은 <뉴스타파>의 보도를 인용해 "김 전 회장의 비자금이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방콕은행으로 송금됐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관련 내용을 종합한 전체 사건 개요는 다음과 같다. 

김 전 회장의 아들 선용씨는 옥포공영이라는 유한회사를 통해 베트남 하노이 중심부에 위치한 반트리 골프장을 소유하고 있다. 그런데 선용씨의 골프장 개발 사업권 획득 과정에서 노블에셋과 노블베트남이란 페이퍼컴퍼니가 등장한다. 일각에선 이 두 법인의 실소유주를 선용씨로 보고 있다.

페이퍼컴퍼니 설립 대행업체인 PTN의 내부문서 등에 따르면 방콕은행 뉴욕지점은 노블에셋의 지시를 받아 2003년 9월부터 2006년 5월까지 수차례에 걸쳐 미화 670만달러를 노블베트남에 송금했다.

하지만 노블에셋의 관리 대행업체였던 PTN 직원들은 노블에셋이 방콕은행에 계좌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또 방콕은행으로 송금된 670만달러의 출처를 알지 못했다. 2004년 말 기준 노블에셋은 단 2달러를 소유한 유령회사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 2002년 있었던 한국자산관리공사와 김 전 회장의 민사소송 기록이 심상치 않았다. 판결문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대우 미주법인을 통해 홍콩에 있는 페이퍼컴퍼니인 KMC에 수천만 달러를 송금했다. 이어 KMC는 이중 2500만달러를 방콕은행에 개설된 데레조프스키 명의 계좌에 입금했는데 데레조프스키는 선용씨의 가명인 것으로 보도됐다.

즉 대우에서 빠져 나온 거액의 돈은 페이퍼컴퍼니로 흡수됐고, 조세피난처를 거쳐 마지막엔 골프장 인수에 사용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소문만 무성
의뭉스러운
 거래

하지만 선용씨는 지난 10월 모든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재국씨와 함께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한 그는 노블에셋에 대해 "태국 부동산개발업자가 싱가포르에 세운 특수목적법인"이라며 "이 회사가 지난 2007∼2008년 금융위기로 어려움을 겪자 요청에 따라 지분을 인수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지분 인수 대금은 옥포공영 비상장 주식을 매각하고 유상증자를 통해 마련한 것"이라며 남은 의혹을 일축했다. 즉 선용씨의 부친인 김 전 회장과는 아무 관련 없는 돈이란 주장이다.

그러나 김우중 일가의 페이퍼컴퍼니를 통한 의뭉스러운 거래는 여전히 의혹의 대상이다. 선용씨가 공동 대표를 맡고 있는 한 투자회사는 베트남 하노이에 건설 중인 대형 주상복합 건물 사업권을 매각하면서 이득을 남겼는데 해당 거래 과정에서 코랄리스 S.A.란 페이퍼컴퍼니가 고개를 들었다. 코랄리스 S.A.는 유럽의 대표적인 조세 피난처로 알려진 룩셈부르크에 본사를 두고 있는 회사다.

하지만 선용씨 측은 "정상적인 투자 과정을 거쳤고, 조세 당국에도 세금을 완납했으므로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해 한 관계자는 "페이퍼컴퍼니가 반드시 불법으로 사용되는 건 아니다"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를 단적으로 드러낸 예가 있다. 지난 10월31일 민주당 이상직 의원은 "현대글로비스와 대한항공이 마셜아일랜드와 파나마, 케이맨 군도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파장은 미미했다.

 같은 날 이 의원은 현대글로비스와 대한항공의 역외 탈세 가능성을 언급했다. 또 이 의원은 국세청의 조사를 촉구하며 "현대글로비스와 대한항공이 각각 선박과 항공기를 페이퍼컴퍼니에서 리스해 운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대한항공은 "경영 과정에서 복수의 금융기관(대주단)이 자신들의 금융 담보에 대한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특수목적법인을 설립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페이퍼컴퍼니에 대한 권리는 모두 대주단이 갖고 있어 대한항공은 권리를 행사할 수 없고, 조세 회피 목적이 없다"고 못박았다.

이 같은 대한항공의 해명이 진실인지 여부는 중립기관을 통해 확인되지 않았다. 외부로 알려진 대로라면 지금껏 국세청은 대한항공을 상대로 대응을 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눈여겨볼 인물이 있다. 대한항공 부회장을 역임한 조중건 고문의 부인 이영학씨다.

앞서 이씨는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사실이 확인됐고 탈세 의혹을 받았다. 그러나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예고했던 국세청은 아직까지 잠잠하다. 원인은 두 가지로 좁혀진다.

첫째, 탈세 혐의를 최종 확인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길어지고 있을 확률이다. 지난 9월 국세청은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한국인 405명의 명단을 확보, 39명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일정상 빠르면 올해 말이나 늦어도 내년 초에 조사 결과가 발표될 수 있다. 그러나 조사 대상자에 이씨가 포함돼 있는지는 미지수다.

때문에 이씨에 대한 조사가 처음부터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조심스레 제기된다. 일각에선 "털어도 더 나올 게 없어서 그런 것 아니겠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이는 페이퍼컴퍼니의 설립 여부보다는 페이퍼컴퍼니를 통한 자금이 어디로 도착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에 무게를 싣는다. 따라서 수사권을 갖고 있는 검찰의 역할은 자금의 성격을 파악하는 일에 초점이 맞춰진다고 한다.

지난달 28일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윤대진 부장검사)는 효성그룹 총수 일가의 수천억원대 탈세 고발 사건과 관련해 조현준 효성그룹 사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조사했다. 바로 전날 조석래 회장의 핵심 측근인 이상운 그룹 부회장을 소환조사한 데 이은 광폭 행보였다.

해외에 꼬불친 '검은돈' 뿌리
전두환·김우중 비자금도 흘러가

현재 검찰은 효성그룹이 IMF 사태 때 해외사업에서 손실을 입자 총수 일가가 1조원대 분식회계를 지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1996년 홍콩에 임원 명의로 된 페이퍼컴퍼니를 세우고 1000억원대 비자금이 조성된 경위를 집중 추궁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조 회장 등은 싱가포르 법인 명의로 외국계 은행에서 200억원을 대출받은 뒤 자사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외국인 투자자 행세를 하며 국내 주식을 매매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아울러 이들은 임직원 및 법인 등 250여개 명의로 된 차명 계좌 수백개를 운용하면서 불법 비자금을 조성·관리한 의혹을 받고 있다.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특수2부는 해당 사건을 연내에 마무리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총수 일가의 탈세 및 비자금 조성 정황을 어느 정도 확인했다는 얘기다.

이처럼 검찰 수사가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비자금이 정계 로비 용도로 사용됐는지도 초미의 관심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 2008∼2009년 있었던 효성그룹 수사 당시 비자금 규모와 사용처, 오너 일가의 개입 여부 등을 입증하지 못했다. 다만 조 사장 개인은 지난해 9월 회사돈으로 미국 고급 주택을 구입한 사실이 확인돼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바 있다.

자금 종착지는
해외 부동산?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한국인 명단이 나왔을 때부터 눈길을 끌었던 해외 부동산 불법 매입 여부도 관심이다. 추적 불가능한 대규모 건설 사업(혹은 건물)에 법인이 만든 검은 돈이 쏠렸을 가능성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건설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대기업 A사가 해외에서 조성한 비자금을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관리하고 있다는 설과 MB정권 실세인 B씨가 한 건설사 지분을 검은머리 외국인 명의로 차명 보유하고 있다는 설 등은 지난 국정감사를 앞두고 여의도 안팎에 나돌았다.

얼마 전에는 대기업 C사의 오너가 페이퍼컴퍼니를 통한 역외 탈세, 주가 조작 등 혐의로 내사를 받았다는 얘기가 있었다. 그러나 C사의 경우는 확인 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검은 돈의 종착지를 두고 루머가 춤을 추는 상황인 것이다.

페이퍼컴퍼니를 겨냥한 역외 탈세 수사는 지하경제 양성화란 박근혜정부 공약에 부합한다. 현 정부 들어 타깃이 된 전 전 대통령과 조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모두가 페이퍼컴퍼니를 직·간접적으로 운용했다는 점은 꽤 놀랍다. 이른바 페이퍼컴퍼니 괴담은 정보를 다루는 입장에서 매혹적인 소스가 틀림없다.

하지만 속단은 금물이다. 앞서 밝혔듯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사실만으로 법적 처벌을 가할 수 없다. 또 일부 기업들은 벌써 역외 탈세 세무조사에 대비한 방어전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갈수록 대담해지고 교묘해지는 사회고위층의 검은 돈 숨기기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있지 않는 한 뿌리 뽑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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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