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장 성접대 수사 헛발질 넷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11.18 13:2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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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난 잔치' 변죽만 울린 섹스 스캔들

[일요시사=사회팀] 박근혜정부 초대 검찰총장 후보로 물망에 오르내렸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당시 대전고검장). 그는 내정 6일 만에 '섹스 스캔들'로 옷을 벗는 치욕을 맛봤다.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김 전 차관에게 특수강간 혐의를 적용했다. 하지만 검찰은 김 전 차관의 성접대 의혹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동일한 사건을 놓고 다른 결과를 내놓은 검찰과 경찰. 영화보다 더 영화 같았던 성접대 수사가 용두사미로 끝을 맺은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서울 한남동의 S대학병원. 올 여름 한 종편 방송 취재진은 해당 대학 병원 병실을 찾았다. 일체의 외부 접견이 거부된 병실 안에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있었다. 당시 취재진은 '김 전 차관의 건강에 이상이 없다'는 의혹을 갖고 병실 안에 카메라를 들이 밀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에 따르면 카메라에 찍힌 김 전 차관은 멀쩡히 서 있었다. 화병으로 실신하고 각혈 증세까지 보였다던 김 전 차관이 실은 펄펄했다는 것이다.

해당 언론 입장에선 특종을 잡았던 셈. 하지만 이 특종이 보도된 일은 없었다. 이유는 취재 과정에서 다소 강제적인 방법을 동원했기 때문인 것으로 한 관계자는 귀띔했다. 취재 과정에서 실랑이를 벌이던 김 전 차관 측은 노발대발하며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김 전 차관은 경찰의 방문 조사 직후 퇴원한 뒤 돌연 종적을 감췄다.

지난 11일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윤재필 부장검사)는 별장 성접대 의혹의 핵심 인물인 김 전 차관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이로써 건설업자 윤중천씨와 함께 합동강간 및 성접대 상습 강요 혐의를 받던 김 전 차관은 면죄부를 얻게 됐다.

피해여성의 재정신청 등 남은 변수도 있지만 사실상 별장 성접대 수사는 용두사미로 끝을 맺게 됐다. 김 전 차관이 무혐의로 불기소되면서 윤씨 역시 성접대와 관련한 모든 혐의(피해여성에게 성접대를 강요하고, 성관계 장면을 카메라로 촬영하고, 필로폰을 매수 및 투약한 것)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받게 됐다.

경찰의 기소 내용을 뒤집는 검찰의 이번 결정에 의혹의 눈초리가 쏠린다. 대다수 여론은 '제 식구 감싸기' 행보라며 십자포화를 퍼붓고 있다. 그러나 수사 단계부터 경찰이 자충수를 뒀다는 해석도 있다. 어느 쪽 말이 맞는 것일까. 다음 4가지 포인트를 보면 이번 수사의 전말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헛발질1]
정보가 새나갔다

별장 성접대 의혹의 시작은 건설업자 윤씨의 내연녀 K씨가 윤씨를 성폭행으로 고소하면서 불거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엔 사연이 있다.

지난해 윤씨는 K씨와 성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해당 장면을 정지된 휴대전화로 촬영해 보관했다. 그런데 윤씨의 아내가 이를 우연히 보게 되면서 윤씨와 K씨는 간통 혐의로 피소됐다. 그러자 K씨는 "억울하다”며 윤씨를 성폭행으로 고소했다. 자신의 혐의 없음을 항변하기 위한 역고소였던 셈이다. 해당 사건은 서울 서초경찰서에 접수됐다.

여기서 경찰 수뇌부는 윤씨가 연루된 성폭행 사건이 무혐의 처분될 것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다. 지난 1월 경찰청 범죄정보과에선 "(성폭행 사건은) 아마 서초경찰서에서 엎어질 겁니다. 그러면 우리가 (조사에) 들어갈 수 있어요"란 얘기가 나왔다.

'검사 잡는 경찰'로 불렸던 범죄정보과는 박근혜정부 출범 전부터 검찰을 겨냥한 '한방'을 준비하고 있었다. 앞서 범죄정보과는 성접대 동영상 사본을 확보한 상황에서 성폭행 수사가 종결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경찰의 목표는 명확했다. 새 정부 검찰총장 후보자로 하마평에 올랐던 김 전 차관(당시 대전고검장)을 떨어뜨리겠다는 것이었다. 동영상 속 인물로 지목된 김 전 차관이 검찰총장 후보자로 추천되면 성접대 동영상을 터뜨려 검찰에 타격을 입힌다는 영화 같은 시나리오였다.

그런데 극비리에 진행되고 있던 프로젝트가 삐거덕대기 시작했다. 관련 수사 정보가 예상보다 이른 시점에 외부로 새나간 것이다.


경찰 간부급 한 관계자는 지난 1~2월께 별장 성접대 수사와 관련해 국회 한 고위 관계자에게 도움을 요청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동영상 원본을 들고 있던 것으로 의심됐던 인물의 신원 파악을 부탁했던 것인데 이 과정에서 수사 정보가 1차로 유출됐다. 또 관련 정보는 국회를 거쳐 언론으로 2차 유출됐다.

당시 첩보를 입수한 한 유력 언론사는 취재에 착수한 뒤 동영상을 보여 달라고 채근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정 언론사를 중심으로 '성접대 동영상'에 관한 첩보도 '지라시' 형태로 나돌았다.

여기서 진짜 문제는 해당 지라시가 검찰 안팎으로 광범위하게 퍼졌다는 것에 있었다. 사건이 터지기 전부터 법조계 안팎에선 "대한민국이 뒤집어질 만한 동영상이 떠돌고 있다"는 풍문이 파다했다.

확산되는 소문으로 언론의 접촉 시도가 잦아지자 경찰은 난처한 입장에 처했다. 터뜨리자니 증거가 부족하고, 그대로 있자니 검찰의 '물타기'가 우려됐다. 하지만 한 번 빼든 칼을 그대로 칼집에 꽂을 순 없었다.

 

[헛발질2]
청와대를 건드렸다

박근혜정부 출범과 함께 분위기가 무르익던 지난 2월. 익명의 경찰 고위 관계자는 "대형 게이트로 번질 수 있는 동영상을 확보했다"며 "3월 중으로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얘기를 경찰 밖으로 전했다. 검찰총장 후보자 추천을 눈앞에 둔 시점이었다.

여기서 두 번째 변수가 발생했다. 김 전 차관이 검찰총장 경쟁에서 미끄러지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그리고 김 전 차관은 박근혜정부 신임 하에 법무부 차관으로 내정됐다. 이 무렵 동영상과 관련한 추문은 청와대로까지 흘러들었다.

한 발 늦게 사건을 보고받은 청와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 담당 비서진을 만난 자리에서 "왜 (차관급 인사 전에) 보고하지 않았냐"며 격노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더불어 수사라인 최종 책임자인 김기용 당시 경찰청장은 잔여 임기가 1년 넘게 남은 상황에서 문책성 경질을 당했다.

김 청장이 옷을 벗자 경찰은 수사를 종결할 것인가 아니면 그대로 밀고 나갈 것인가를 고민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확보한 '사본'만으로는 영상 속 인물이 김 전 차관이란 걸 특정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찰은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혐의를 입증하지 못하면 그에 따른 역풍도 각오해야 했다.

이른바 '이중 수사' 논란이 일었던 김광준 전 부장검사의 뇌물 수수 사건 때부터 경찰은 검찰과 관련한 첩보 수집에 열을 올려왔다. 기소권을 독점하고 있는 검찰에 타격을 입히면서 경찰의 수사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검찰 비리'를 건드는 것이었다.

성접대 수사는 경찰 이해관계에 부합했다. 하지만 문제는 증거였다. 결정적 물증이 없는 한 김 전 차관 등 대부분의 혐의자는 불기소 처분될 것이 불을 보듯 뻔했다.

그런데 경찰은 성접대 의혹을 공표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아울러 경찰은 검찰 압박용 카드로 언론을 활용했다. 출국금지 요청으로 김 전 차관의 실명도 간접적으로 오픈했다. 결론적으로 김 전 차관은 내정 6일 만에 성추문 의혹으로 옷을 벗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경찰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듯 보였다.


그러나 사건은 예상 밖의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검찰을 겨냥했던 성접대 수사는 "박근혜정부 인사 시스템에 구멍이 뚫렸다"는 결과로 귀결되면서 청와대의 심기를 건드렸다. 성접대 수사를 통해 수사권 조정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려 했던 경찰은 도리어 조직개편의 압박을 받는 신세가 됐다.

 

[헛발질3]
동영상보단 로비였다

최초 경찰은 성접대에 동원됐던 피해여성들의 진술을 확보, 윤씨의 혐의를 입증하는데 주력했다. 윤씨가 입을 열면 자연스럽게 김 전 차관의 혐의도 입증할 수 있을 거란 판단이었다.

하지만 핵심 피의자인 윤씨를 소환하지 못하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뜬소문만 커졌다. 사건을 전담한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역풍'으로 지휘부마저 교체되는 불운을 겪었다. 무엇보다 수사를 진두지휘했던 경찰대 1기 출신 간부들이 청와대와 불편한 관계에 놓이면서 조직 내부는 부침을 겪어야 했다.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했던 수사팀에게 뜻밖의 기회가 찾아왔다. 동영상 원본을 갖고 있던 인물들이 체포되면서 수사가 급물살을 탄 것이다. 경찰이 내사 단계에서 입수한 동영상 사본은 화질이 나빠 영상 속 인물을 특정할 수 없었다. 하지만 원본은 달랐다. 경찰이 입수한 3개의 동영상 속 인물은 모두 김 전 차관으로 특정됐다.

탄력을 받은 경찰은 수사 막바지 단계에 소환을 검토했던 윤씨를 기존 방침보다 앞당겨 소환했다. 경찰은 윤씨를 불러 ▲동영상을 촬영하게 된 경위 ▲김 전 차관과의 관계 ▲성접대의 대가성 등을 추궁했다.


아울러 경찰은 숭실대 소리공학연구소의 성문 분석 결과를 토대로 동영상 속 등장인물이 김 전 차관이라고 결론 내렸다. 김 전 차관은 참고인에서 피의자로 신분이 전환됐으며, 그에겐 출국금지와 함께 소환 명령이 떨어졌다.

그러나 김 전 차관은 경찰의 소환요구에 불응했다. 앞서 밝혔듯 김 전 차관은 맹장수술과 화병 등을 이유로 병원에 눌러앉았다. 이에 경찰은 김 전 차관에 대한 체포영장을 신청했다. 강제 수사란 초강수를 둔 것이다. 하지만 검찰은 수사팀이 신청한 영장을 반려하며 경찰을 머쓱하게 만들었다. 수사팀에게 남은 마지막 카드는 방문조사. S병원으로 찾아간 수사팀은 그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김 전 차관을 만났다.




성접대 수사가 막바지로 접어든 지난 7월18일, 경찰은 김 전 차관에게 특수강간 혐의를 적용해 사건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은 김 전 차관이 윤씨를 통해 여성 2명과 강제로 성관계를 맺었다고 판단했다. 설혹 성관계의 강제성이 없다고 하더라도 사회 고위층의 '난교 파티'는 간접적으로 증명된 셈이다.

하지만 '난교 파티'는 법이 아닌 윤리의 영역. 때문에 성접대 수사가 만족스러운 성과를 낸 건 아니었다. 당초 경찰은 뇌물 수뢰 등 김 전 차관의 다른 혐의를 입증코자 했다. 하지만 성접대(혹은 성관계)의 대가성 부분은 끝내 밝혀지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경찰은 동영상에 집착한 나머지 법리적으로 중요한 로비 혐의를 드러내는 데 실패했다.

김 전 차관의 변호인은 당일 복수 언론을 통해 “" 전 차관은 성접대를 받지 않았고 문제가 된 여성과 그런 관계도 전혀 없었다"며 "김 전 차관은 윤씨와 모르는 사이고 어떤 로비도 받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당시 이 말을 액면 그대로 믿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검찰은 이로부터 4개월 뒤 김 전 차관에게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헛발질4]
윤씨에 매달렸다

사실 김 전 차관의 불기소 처분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만약 김 전 차관이 피의자 신분으로 법정에 선다면 재판 과정에서 피해 여성들의 성접대 증언이나 관련 동영상이 어떤 형태로든 공개될 가능성이 있었다. 이 같은 후폭풍을 고려한다면 김 전 차관의 기소 가능성은 처음부터 제로에 가까웠다는 설명이다.

검찰은 이번 무혐의 처분의 근거로 ▲피해 여성들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던 점 ▲피해 여성들이 성폭행을 당한 후에도 윤씨와 관계를 지속했던 점 ▲동영상 속 인물을 김 전 차관이라고 반드시 특정할 수 없는 점 등을 들었다.

특히 검찰 관계자는 "한 명은 강간 사실을 부인했고, 또 다른 한 명은 상황이나 장소를 특정하지 못하는 등 피해 여성들의 진술에서 일관성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경찰은 검찰의 이번 결정에 대해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수사를 지휘했던 허영범 수사기획관은 "수사를 110일간 진행하면서 윤씨의 다이어리와 통화내용, 피해 여성의 진술로 혐의를 입증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2일 김 전 차관을 소환 조사했다. 하지만 압수수색을 비롯한 강제 수사가 없었기 때문에 "제 식구를 챙겼다"는 여론의 성토는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로 수사 과정에서 김 전 차관은 윤씨를 모른다고 했다. 반면 윤씨는 당초 진술을 번복하여 김 전 차관을 안다고 말했다. 이 경우 수사기관은 김 전 차관과 윤씨의 대면조사를 검토할 수 있었다. 하지만 둘은 끝내 대면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압수수색을 하려면 공여자 진술 등 증거가 확실해야 하는데 이번 사건은 그렇지 않았다"고 답했다. 김 전 차관의 유죄를 확신한 경찰 입장에선 윤씨의 침묵이 뼈아픈 대목이었다.

'키맨' 윤씨가 모든 혐의를 부인하자 관심이 쏠렸던 동영상도 증거로써 제구실을 하지 못했다. 검찰은 "화질이 좋지 않아 인물을 특정할 수 없었고, 피해 여성도 본인이라고 진술하지 않았다"며 관련한 의혹을 일축했다.

그러나 검찰은 '김 전 차관이 등장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범죄사실과 관련 없는 내용이라 언급하기 부적절하다"는 말로 답을 대신했다. 이는 김 전 차관이 영상 속 인물일 가능성은 있지만 기소 명목인 특수강간의 증거는 아니란 말과 같다.

즉 영상을 촬영한 것으로 의심받았던 윤씨의 자백이 있거나 영상에 찍힌 여성이 피해 여성과 동일인인 경우에만 동영상은 효력을 가질 수 설명. 검찰은 자백도 없었고, 피해 여성도 아니었다는 입장이다. 

한편 이번 별장 성접대 사건의 피해여성은 A씨는 복수 언론을 통해 검찰 수사를 비판하면서 재정신청을 준비하는 등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 13일에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내는 장문의 탄원서가 공개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처음 만난 여성을 별장으로 유인해 성폭행하고 이를 약점 잡아 성접대에 동원했다는 윤씨. 윤씨가 보낸 협박성 성관계 사진의 남자 주인공으로 지목된 김 전 차관. 재정신청에 대한 법원의 판단에 따라 감춰진 진실의 장막이 언제든 걷힐 수 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별장 성접대 사건일지]

▲3월14일 건설업자 윤중천, 강원도 별장에서 사회 고위층인사들 성접대하고 이를 동영상으로 촬영했다는 의혹 보도
▲3월18일 경찰청 특수수사과, 내사 착수
▲3월20일 경찰, 성접대 동영상 확보
▲3월21일 경찰, 내사에서 수사로 전환
▲3월21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퇴
▲3월27일 경찰, 김 전 차관 등 10여명 출국금지 요청.
▲3월27일 검찰, 김 전 차관 출국금지 기각
▲3월31일 경찰, 원주 별장 등 압수수색
▲5월9일  경찰, 윤씨 1차 소환조사
▲5월14일 경찰, 윤씨 2차 소환조사
▲5월21일 경찰, 윤씨 3차 소환조사
▲5월24일 경찰, 대우건설 압수수색
▲5월25일 경찰, 김 전 차관에 출석 요구
▲6월7일  경찰, 김 전 차관 피의자 신분 전환
▲6월15일 경찰, 서종욱 전 대우건설 사장 소환조사
▲6월18일 경찰, 김 전 차관에 대해 체포영장 신청
▲6월18일 경찰, 서울저축은행 전 전무 김모(66)씨에 대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구속영장 신청
▲6월19일 검찰, 경찰이 김 전 차관에 대해 신청한 체포영장 반려…서울저축은행 전 전무 김모씨에 대해 구속영장 청구
▲6월20일 서울저축은행 전 전무 김모씨 구속
▲6월24일 서울중앙지검 윤재필 강력부장을 팀장으로 소속 검사 2명, 수사관 6명 총 9명의 전담 수사팀 구성
▲6월25일 경찰, 윤씨에게 불법 대출을 해 준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로 구속된 서울저축은행 전 전무이사 김모씨 검찰에 송치
▲6월26일 검찰 "윤씨 관련 모든 사건 강력부가 송치 받아 일괄 수사"
▲6월29일 경찰, 김 전 차관 병원 방문조사
▲7월2일 경찰, 윤씨 구속영장 신청
▲7월3일 검찰, 윤씨 구속영장 반려…보완 수사 후 재신청 지휘
▲7월5일 경찰, 윤씨 특수강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마약류관리법 위반 등 6개 범죄 혐의로 구속영장 재신청
▲7월10일 경찰, 윤씨 구속
▲7월11일 검찰, 서울저축은행 전 전무 김모씨 구속 기소
▲7월18일 경찰, 윤씨와 김 전 차관 등 14명 기소의견(합동강간 등 혐의)으로 사건 송치
▲7월18일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에 사건 배당
▲7월19일 윤씨 포함된 대우건설 시공 공사에 대한 수주비리 사건 송치
▲8월6일 검찰, 윤씨 구속 기소(사기, 경매방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11월2일 검찰, 김 전 차관 소환조사
▲11월5일 검찰, 윤씨의 협박, 명예훼손 혐의 추가 인지
▲6월25일∼11월4일 검찰, 피의자 포함 사건관련자 64명 상대로 140회 조사, 이메일 및 컴퓨터 압수·분석, 계좌추적, 통화내역 분석, 원주별장 및 윤씨의 역삼동 사무실 2곳에 대한 압수수색 실시
▲11월7일 검찰시민위원회 소집(검찰시민위원 11명 전원 불기소 적정 의견 제시)
▲11월11일 검찰, 김 전 차관 무혐의 처분·윤씨 추가 기소 등 수사 종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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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의 한 지역구에서 특정 당의 당원 명부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총선, 지방선거 등을 치르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당 관계자의 업무용 노트북에 담겨있던 정보가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올림픽 육상 100m 경기를 생각해 보자. 8개 레인에 각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선다. 이 선수들은 국내 선발전에서 1등을 차지했을 것이다. 국가대표로 뽑힌 선수는 올림픽에 출전해 예선을 치르고 결승에서 금메달을 다툰다. 0.01초 차이로 메달 색깔이 달라지는 경기에서 승자는 늘 단 1명뿐이다. 치열한 공천 경쟁 선거는 올림픽보다도 더 확고한 ‘승자 독식’ 구조다. 올림픽에선 2등에게 은메달, 3등에게 동메달이라도 주지만 선거에서 2등은 꼴찌와 같다. 당선자는 후보자에서 국회의원, 시·군·구의원, 구청장·군수, 시·도지사 등으로 신분 상승이 이뤄진다. 명예와 권력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는 자리로 순식간에 올라가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선거에 출마하려는 후보들은 당선 가능성이 큰 자리로 몰린다. 어떤 경기든 일단 출발선에 서야 경쟁을 할 수 있듯, 선거에서 공천은 본선으로 가기 위한 1차 관문이 된다. 자리는 하나, 후보는 여럿이니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최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불거진 공천 헌금 의혹은 자리를 돈으로 사려 했다는 내용으로, 관련자는 구속됐다. 최근 서울 구로구에서 일어난 당원 명부 유출 의혹도 공천 경쟁 과정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업무용 노트북에서 수십개의 엑셀 파일이 발견됐는데 그중 일부가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였고 이름, 연락처, 거주지 등이 포함된 이 파일이 상대 당의 후보 경선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2020년 21대 총선 당시 서울 구로을 지역구에서 거물급 인사가 후보로 맞붙었다. 구로을 지역은 서울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곳이다. 17대(2004년)부터 지난 22대(2024년) 총선까지 20여년간 민주당이 이겼다. 민주당(당시 통합민주당)이 사상 최악의 패배를 당한 18대 총선에서도 구로을 지역은 넉넉하게 수성한 바 있다. 업무용 노트북에서 발견 이름·연락처·거주지 담겨 구로에서만 평생 살았다는 한 시민은 “선거 때마다 텃밭, 험지 이런 말을 많이 쓰지 않나. 구로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사지’다. 민주당이 아주 꽉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총선 등에서 민주당 후보가 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몇몇 인사들은 바닥부터 훑어가며 선거를 준비한다. 민주당은 21대 총선 때 구로을 지역 후보로 윤건영 의원을 전략공천 형태로 낙점했다. 윤 의원은 당시 문재인정부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맡고 있었다. 현재까지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복심으로 불린다. 국민의힘은 서울 양천을 지역에서 내리 3선을 지낸 김용태 전 의원을 ‘자객’ 공천했다. 민주당의 독식으로 관심 지역에서 벗어나 있던 구로을이 순식간에 ‘격전지’로 떠올랐다. 문제는 구로을 지역 총선 출마를 준비하던 예비후보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민주당 조규영 전 서울시의원의 반발이 거셌다. 조 전 시의원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서울 비례대표로 정치권에 입성, 이후 구로2선거구에서 서울시의원으로 재선했다. 조 전 시의원은 최소한 경선은 치를 수 있게 해달라며 민주당의 전략 공천을 비판했다. 당시 조 전 시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지역 당원 수보다 더 많은 권리당원을 모았다. 열심히 뛰었다. 누구와 경쟁하든 경선에서 이길 자신이 있었다”며 “그러나 결과는 낙하산 공천이었다. 저는 특혜나 찬스를 원하지 않았다. 공정한 경선만을 바랐다. 낙하산 공천은 공정하지도 않고 본선 경쟁력도 없다”고 강조했다. 어디에 사용했나 조 전 시의원은 노숙 단식까지 해가며 경선을 촉구했지만 결국 낙천했다. 이후 다른 선거에도 출마하지 않았다. 잊히는 듯했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최근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업무용 노트북에서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표기된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발견된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원들의 이름과 연락처, 행정동 등이 기재된 엑셀 파일은 ‘(보안철저)저쪽디비’ 폴더에 담겨있었다. 해당 파일의 ‘구분’ 부분에 ‘조규영 일반 당원’이라고 표기돼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맞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에 민주당 구로을 국회의원 예비후보였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기재돼있다는 점에서 의심이 촉발됐다. 동시에 누가 노트북에 해당 파일을 옮겼는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문서가 발견된 노트북은 2020년 총선 과정에서 당원협의회에 업무용으로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만 사용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구로구의회에 입성한 A 구의원이 해당 노트북을 사용했다. A 구의원은 2022년 국민의힘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여성부장을 맡은 이력도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문제의 노트북은 A 구의원이 여성부장으로 활동할 무렵 사용했다가 후임자에게 넘겼다. 그는 “이후 여성부장이 바뀔 때까지 쭉 A 구의원이 가지고 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쉬쉬하다 이제서야 눈여겨볼 대목은 A 구의원의 이력이다. 그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비례대표 순번을 받아 당선됐지만, 2020년 총선 때까지만 해도 민주당 조 전 시의원을 보좌하는 수행비서 역할을 했다. 실제 조 전 시의원이 예비후보로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 곳곳에서 A 구의원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A 구의원은 조 전 시의원 낙천 이후 김용태 전 의원 배우자의 수행비서로 발탁됐다. 김 전 의원의 측근이 A 구의원을 추천한 것으로 안다”며 “2020년 총선에서 김 전 의원이 낙선하고 당협위원장으로 있을 당시 A 구의원이 비례대표로 공천받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측 정치인을 수행했던 인사가 국민의힘 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한 데 이어, 그가 직접 사용한 노트북에서 자신이 보좌했던 사람의 이름으로 파일명이 기재된 국민의힘 당원 명부가 발견된 셈이다. A 구의원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를 민주당 측에 유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대목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A 구의원이 조 전 시의원을 수행할 당시 지역구 경선을 대비해 당원 명부를 입수한 게 아닌가 싶다”며 “당시 경선까지 진행되지 않았기에 당원 명부가 실제 사용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문서를 가지고 있었다는 자체만으로도 의아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사실 이 문제는 올해 1월경에 처음 드러났다. A 구의원이 당원협의회에 노트북을 반납하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해당 폴더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쉬쉬’하다가 최근에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당협 회의에서 논의 A 구의원 “문제없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A 구의원의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지난 1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에서 논의됐다. 해당 의혹이 구로 지역에서 확산하자 A 구의원이 먼저 이 문제를 먼저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당원협의회 회의에 참석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 위원은 ‘덮고 가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문제가 불거지면 지방선거를 망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일부 관계자가 “심각한 개인정보 유출” “해당 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조사를 요청했지만 그 수가 많지 않아 관철되지 않았다. 회의에 참석한 한 위원은 “선거를 치르다 보면 당원 명단이 일부 흘러 다니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이렇게 명부가 통째로 유출되는 건 심각한 일”이라며 “명백한 해당 행위다. 자체 조사를 통해 징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 규정 제20조(징계사유)에 따르면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를 했을 때 ▲현행 법령 및 당헌·당규·윤리 규칙을 위반해 당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행위의 결과로 민심을 이탈케 했을 때 등의 사유로 징계할 수 있다고 돼있다. 해당 관계자는 A 구의원의 행위가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해당 행위? 징계 가능성? A 구의원은 해당 의혹은 전부 해명됐다는 입장이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당협 회의에서 이 문제가 논의됐는데 문제없다고 결론 났다.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일고의 논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의혹을 언급한 제보자에게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등으로 조치할 수 있다는 점을 전해 달라”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