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장 성접대 수사 헛발질 넷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11.18 13:2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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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난 잔치' 변죽만 울린 섹스 스캔들

[일요시사=사회팀] 박근혜정부 초대 검찰총장 후보로 물망에 오르내렸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당시 대전고검장). 그는 내정 6일 만에 '섹스 스캔들'로 옷을 벗는 치욕을 맛봤다.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김 전 차관에게 특수강간 혐의를 적용했다. 하지만 검찰은 김 전 차관의 성접대 의혹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동일한 사건을 놓고 다른 결과를 내놓은 검찰과 경찰. 영화보다 더 영화 같았던 성접대 수사가 용두사미로 끝을 맺은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서울 한남동의 S대학병원. 올 여름 한 종편 방송 취재진은 해당 대학 병원 병실을 찾았다. 일체의 외부 접견이 거부된 병실 안에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있었다. 당시 취재진은 '김 전 차관의 건강에 이상이 없다'는 의혹을 갖고 병실 안에 카메라를 들이 밀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에 따르면 카메라에 찍힌 김 전 차관은 멀쩡히 서 있었다. 화병으로 실신하고 각혈 증세까지 보였다던 김 전 차관이 실은 펄펄했다는 것이다.

해당 언론 입장에선 특종을 잡았던 셈. 하지만 이 특종이 보도된 일은 없었다. 이유는 취재 과정에서 다소 강제적인 방법을 동원했기 때문인 것으로 한 관계자는 귀띔했다. 취재 과정에서 실랑이를 벌이던 김 전 차관 측은 노발대발하며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김 전 차관은 경찰의 방문 조사 직후 퇴원한 뒤 돌연 종적을 감췄다.

지난 11일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윤재필 부장검사)는 별장 성접대 의혹의 핵심 인물인 김 전 차관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이로써 건설업자 윤중천씨와 함께 합동강간 및 성접대 상습 강요 혐의를 받던 김 전 차관은 면죄부를 얻게 됐다.

피해여성의 재정신청 등 남은 변수도 있지만 사실상 별장 성접대 수사는 용두사미로 끝을 맺게 됐다. 김 전 차관이 무혐의로 불기소되면서 윤씨 역시 성접대와 관련한 모든 혐의(피해여성에게 성접대를 강요하고, 성관계 장면을 카메라로 촬영하고, 필로폰을 매수 및 투약한 것)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받게 됐다.

경찰의 기소 내용을 뒤집는 검찰의 이번 결정에 의혹의 눈초리가 쏠린다. 대다수 여론은 '제 식구 감싸기' 행보라며 십자포화를 퍼붓고 있다. 그러나 수사 단계부터 경찰이 자충수를 뒀다는 해석도 있다. 어느 쪽 말이 맞는 것일까. 다음 4가지 포인트를 보면 이번 수사의 전말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헛발질1]
정보가 새나갔다

별장 성접대 의혹의 시작은 건설업자 윤씨의 내연녀 K씨가 윤씨를 성폭행으로 고소하면서 불거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엔 사연이 있다.

지난해 윤씨는 K씨와 성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해당 장면을 정지된 휴대전화로 촬영해 보관했다. 그런데 윤씨의 아내가 이를 우연히 보게 되면서 윤씨와 K씨는 간통 혐의로 피소됐다. 그러자 K씨는 "억울하다”며 윤씨를 성폭행으로 고소했다. 자신의 혐의 없음을 항변하기 위한 역고소였던 셈이다. 해당 사건은 서울 서초경찰서에 접수됐다.

여기서 경찰 수뇌부는 윤씨가 연루된 성폭행 사건이 무혐의 처분될 것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다. 지난 1월 경찰청 범죄정보과에선 "(성폭행 사건은) 아마 서초경찰서에서 엎어질 겁니다. 그러면 우리가 (조사에) 들어갈 수 있어요"란 얘기가 나왔다.

'검사 잡는 경찰'로 불렸던 범죄정보과는 박근혜정부 출범 전부터 검찰을 겨냥한 '한방'을 준비하고 있었다. 앞서 범죄정보과는 성접대 동영상 사본을 확보한 상황에서 성폭행 수사가 종결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경찰의 목표는 명확했다. 새 정부 검찰총장 후보자로 하마평에 올랐던 김 전 차관(당시 대전고검장)을 떨어뜨리겠다는 것이었다. 동영상 속 인물로 지목된 김 전 차관이 검찰총장 후보자로 추천되면 성접대 동영상을 터뜨려 검찰에 타격을 입힌다는 영화 같은 시나리오였다.

그런데 극비리에 진행되고 있던 프로젝트가 삐거덕대기 시작했다. 관련 수사 정보가 예상보다 이른 시점에 외부로 새나간 것이다.


경찰 간부급 한 관계자는 지난 1~2월께 별장 성접대 수사와 관련해 국회 한 고위 관계자에게 도움을 요청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동영상 원본을 들고 있던 것으로 의심됐던 인물의 신원 파악을 부탁했던 것인데 이 과정에서 수사 정보가 1차로 유출됐다. 또 관련 정보는 국회를 거쳐 언론으로 2차 유출됐다.

당시 첩보를 입수한 한 유력 언론사는 취재에 착수한 뒤 동영상을 보여 달라고 채근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정 언론사를 중심으로 '성접대 동영상'에 관한 첩보도 '지라시' 형태로 나돌았다.

여기서 진짜 문제는 해당 지라시가 검찰 안팎으로 광범위하게 퍼졌다는 것에 있었다. 사건이 터지기 전부터 법조계 안팎에선 "대한민국이 뒤집어질 만한 동영상이 떠돌고 있다"는 풍문이 파다했다.

확산되는 소문으로 언론의 접촉 시도가 잦아지자 경찰은 난처한 입장에 처했다. 터뜨리자니 증거가 부족하고, 그대로 있자니 검찰의 '물타기'가 우려됐다. 하지만 한 번 빼든 칼을 그대로 칼집에 꽂을 순 없었다.

 

[헛발질2]
청와대를 건드렸다

박근혜정부 출범과 함께 분위기가 무르익던 지난 2월. 익명의 경찰 고위 관계자는 "대형 게이트로 번질 수 있는 동영상을 확보했다"며 "3월 중으로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얘기를 경찰 밖으로 전했다. 검찰총장 후보자 추천을 눈앞에 둔 시점이었다.

여기서 두 번째 변수가 발생했다. 김 전 차관이 검찰총장 경쟁에서 미끄러지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그리고 김 전 차관은 박근혜정부 신임 하에 법무부 차관으로 내정됐다. 이 무렵 동영상과 관련한 추문은 청와대로까지 흘러들었다.

한 발 늦게 사건을 보고받은 청와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 담당 비서진을 만난 자리에서 "왜 (차관급 인사 전에) 보고하지 않았냐"며 격노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더불어 수사라인 최종 책임자인 김기용 당시 경찰청장은 잔여 임기가 1년 넘게 남은 상황에서 문책성 경질을 당했다.

김 청장이 옷을 벗자 경찰은 수사를 종결할 것인가 아니면 그대로 밀고 나갈 것인가를 고민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확보한 '사본'만으로는 영상 속 인물이 김 전 차관이란 걸 특정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찰은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혐의를 입증하지 못하면 그에 따른 역풍도 각오해야 했다.

이른바 '이중 수사' 논란이 일었던 김광준 전 부장검사의 뇌물 수수 사건 때부터 경찰은 검찰과 관련한 첩보 수집에 열을 올려왔다. 기소권을 독점하고 있는 검찰에 타격을 입히면서 경찰의 수사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검찰 비리'를 건드는 것이었다.

성접대 수사는 경찰 이해관계에 부합했다. 하지만 문제는 증거였다. 결정적 물증이 없는 한 김 전 차관 등 대부분의 혐의자는 불기소 처분될 것이 불을 보듯 뻔했다.

그런데 경찰은 성접대 의혹을 공표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아울러 경찰은 검찰 압박용 카드로 언론을 활용했다. 출국금지 요청으로 김 전 차관의 실명도 간접적으로 오픈했다. 결론적으로 김 전 차관은 내정 6일 만에 성추문 의혹으로 옷을 벗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경찰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듯 보였다.


그러나 사건은 예상 밖의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검찰을 겨냥했던 성접대 수사는 "박근혜정부 인사 시스템에 구멍이 뚫렸다"는 결과로 귀결되면서 청와대의 심기를 건드렸다. 성접대 수사를 통해 수사권 조정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려 했던 경찰은 도리어 조직개편의 압박을 받는 신세가 됐다.

 

[헛발질3]
동영상보단 로비였다

최초 경찰은 성접대에 동원됐던 피해여성들의 진술을 확보, 윤씨의 혐의를 입증하는데 주력했다. 윤씨가 입을 열면 자연스럽게 김 전 차관의 혐의도 입증할 수 있을 거란 판단이었다.

하지만 핵심 피의자인 윤씨를 소환하지 못하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뜬소문만 커졌다. 사건을 전담한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역풍'으로 지휘부마저 교체되는 불운을 겪었다. 무엇보다 수사를 진두지휘했던 경찰대 1기 출신 간부들이 청와대와 불편한 관계에 놓이면서 조직 내부는 부침을 겪어야 했다.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했던 수사팀에게 뜻밖의 기회가 찾아왔다. 동영상 원본을 갖고 있던 인물들이 체포되면서 수사가 급물살을 탄 것이다. 경찰이 내사 단계에서 입수한 동영상 사본은 화질이 나빠 영상 속 인물을 특정할 수 없었다. 하지만 원본은 달랐다. 경찰이 입수한 3개의 동영상 속 인물은 모두 김 전 차관으로 특정됐다.

탄력을 받은 경찰은 수사 막바지 단계에 소환을 검토했던 윤씨를 기존 방침보다 앞당겨 소환했다. 경찰은 윤씨를 불러 ▲동영상을 촬영하게 된 경위 ▲김 전 차관과의 관계 ▲성접대의 대가성 등을 추궁했다.


아울러 경찰은 숭실대 소리공학연구소의 성문 분석 결과를 토대로 동영상 속 등장인물이 김 전 차관이라고 결론 내렸다. 김 전 차관은 참고인에서 피의자로 신분이 전환됐으며, 그에겐 출국금지와 함께 소환 명령이 떨어졌다.

그러나 김 전 차관은 경찰의 소환요구에 불응했다. 앞서 밝혔듯 김 전 차관은 맹장수술과 화병 등을 이유로 병원에 눌러앉았다. 이에 경찰은 김 전 차관에 대한 체포영장을 신청했다. 강제 수사란 초강수를 둔 것이다. 하지만 검찰은 수사팀이 신청한 영장을 반려하며 경찰을 머쓱하게 만들었다. 수사팀에게 남은 마지막 카드는 방문조사. S병원으로 찾아간 수사팀은 그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김 전 차관을 만났다.




성접대 수사가 막바지로 접어든 지난 7월18일, 경찰은 김 전 차관에게 특수강간 혐의를 적용해 사건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은 김 전 차관이 윤씨를 통해 여성 2명과 강제로 성관계를 맺었다고 판단했다. 설혹 성관계의 강제성이 없다고 하더라도 사회 고위층의 '난교 파티'는 간접적으로 증명된 셈이다.

하지만 '난교 파티'는 법이 아닌 윤리의 영역. 때문에 성접대 수사가 만족스러운 성과를 낸 건 아니었다. 당초 경찰은 뇌물 수뢰 등 김 전 차관의 다른 혐의를 입증코자 했다. 하지만 성접대(혹은 성관계)의 대가성 부분은 끝내 밝혀지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경찰은 동영상에 집착한 나머지 법리적으로 중요한 로비 혐의를 드러내는 데 실패했다.

김 전 차관의 변호인은 당일 복수 언론을 통해 “" 전 차관은 성접대를 받지 않았고 문제가 된 여성과 그런 관계도 전혀 없었다"며 "김 전 차관은 윤씨와 모르는 사이고 어떤 로비도 받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당시 이 말을 액면 그대로 믿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검찰은 이로부터 4개월 뒤 김 전 차관에게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헛발질4]
윤씨에 매달렸다

사실 김 전 차관의 불기소 처분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만약 김 전 차관이 피의자 신분으로 법정에 선다면 재판 과정에서 피해 여성들의 성접대 증언이나 관련 동영상이 어떤 형태로든 공개될 가능성이 있었다. 이 같은 후폭풍을 고려한다면 김 전 차관의 기소 가능성은 처음부터 제로에 가까웠다는 설명이다.

검찰은 이번 무혐의 처분의 근거로 ▲피해 여성들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던 점 ▲피해 여성들이 성폭행을 당한 후에도 윤씨와 관계를 지속했던 점 ▲동영상 속 인물을 김 전 차관이라고 반드시 특정할 수 없는 점 등을 들었다.

특히 검찰 관계자는 "한 명은 강간 사실을 부인했고, 또 다른 한 명은 상황이나 장소를 특정하지 못하는 등 피해 여성들의 진술에서 일관성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경찰은 검찰의 이번 결정에 대해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수사를 지휘했던 허영범 수사기획관은 "수사를 110일간 진행하면서 윤씨의 다이어리와 통화내용, 피해 여성의 진술로 혐의를 입증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2일 김 전 차관을 소환 조사했다. 하지만 압수수색을 비롯한 강제 수사가 없었기 때문에 "제 식구를 챙겼다"는 여론의 성토는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로 수사 과정에서 김 전 차관은 윤씨를 모른다고 했다. 반면 윤씨는 당초 진술을 번복하여 김 전 차관을 안다고 말했다. 이 경우 수사기관은 김 전 차관과 윤씨의 대면조사를 검토할 수 있었다. 하지만 둘은 끝내 대면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압수수색을 하려면 공여자 진술 등 증거가 확실해야 하는데 이번 사건은 그렇지 않았다"고 답했다. 김 전 차관의 유죄를 확신한 경찰 입장에선 윤씨의 침묵이 뼈아픈 대목이었다.

'키맨' 윤씨가 모든 혐의를 부인하자 관심이 쏠렸던 동영상도 증거로써 제구실을 하지 못했다. 검찰은 "화질이 좋지 않아 인물을 특정할 수 없었고, 피해 여성도 본인이라고 진술하지 않았다"며 관련한 의혹을 일축했다.

그러나 검찰은 '김 전 차관이 등장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범죄사실과 관련 없는 내용이라 언급하기 부적절하다"는 말로 답을 대신했다. 이는 김 전 차관이 영상 속 인물일 가능성은 있지만 기소 명목인 특수강간의 증거는 아니란 말과 같다.

즉 영상을 촬영한 것으로 의심받았던 윤씨의 자백이 있거나 영상에 찍힌 여성이 피해 여성과 동일인인 경우에만 동영상은 효력을 가질 수 설명. 검찰은 자백도 없었고, 피해 여성도 아니었다는 입장이다. 

한편 이번 별장 성접대 사건의 피해여성은 A씨는 복수 언론을 통해 검찰 수사를 비판하면서 재정신청을 준비하는 등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 13일에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내는 장문의 탄원서가 공개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처음 만난 여성을 별장으로 유인해 성폭행하고 이를 약점 잡아 성접대에 동원했다는 윤씨. 윤씨가 보낸 협박성 성관계 사진의 남자 주인공으로 지목된 김 전 차관. 재정신청에 대한 법원의 판단에 따라 감춰진 진실의 장막이 언제든 걷힐 수 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별장 성접대 사건일지]

▲3월14일 건설업자 윤중천, 강원도 별장에서 사회 고위층인사들 성접대하고 이를 동영상으로 촬영했다는 의혹 보도
▲3월18일 경찰청 특수수사과, 내사 착수
▲3월20일 경찰, 성접대 동영상 확보
▲3월21일 경찰, 내사에서 수사로 전환
▲3월21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퇴
▲3월27일 경찰, 김 전 차관 등 10여명 출국금지 요청.
▲3월27일 검찰, 김 전 차관 출국금지 기각
▲3월31일 경찰, 원주 별장 등 압수수색
▲5월9일  경찰, 윤씨 1차 소환조사
▲5월14일 경찰, 윤씨 2차 소환조사
▲5월21일 경찰, 윤씨 3차 소환조사
▲5월24일 경찰, 대우건설 압수수색
▲5월25일 경찰, 김 전 차관에 출석 요구
▲6월7일  경찰, 김 전 차관 피의자 신분 전환
▲6월15일 경찰, 서종욱 전 대우건설 사장 소환조사
▲6월18일 경찰, 김 전 차관에 대해 체포영장 신청
▲6월18일 경찰, 서울저축은행 전 전무 김모(66)씨에 대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구속영장 신청
▲6월19일 검찰, 경찰이 김 전 차관에 대해 신청한 체포영장 반려…서울저축은행 전 전무 김모씨에 대해 구속영장 청구
▲6월20일 서울저축은행 전 전무 김모씨 구속
▲6월24일 서울중앙지검 윤재필 강력부장을 팀장으로 소속 검사 2명, 수사관 6명 총 9명의 전담 수사팀 구성
▲6월25일 경찰, 윤씨에게 불법 대출을 해 준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로 구속된 서울저축은행 전 전무이사 김모씨 검찰에 송치
▲6월26일 검찰 "윤씨 관련 모든 사건 강력부가 송치 받아 일괄 수사"
▲6월29일 경찰, 김 전 차관 병원 방문조사
▲7월2일 경찰, 윤씨 구속영장 신청
▲7월3일 검찰, 윤씨 구속영장 반려…보완 수사 후 재신청 지휘
▲7월5일 경찰, 윤씨 특수강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마약류관리법 위반 등 6개 범죄 혐의로 구속영장 재신청
▲7월10일 경찰, 윤씨 구속
▲7월11일 검찰, 서울저축은행 전 전무 김모씨 구속 기소
▲7월18일 경찰, 윤씨와 김 전 차관 등 14명 기소의견(합동강간 등 혐의)으로 사건 송치
▲7월18일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에 사건 배당
▲7월19일 윤씨 포함된 대우건설 시공 공사에 대한 수주비리 사건 송치
▲8월6일 검찰, 윤씨 구속 기소(사기, 경매방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11월2일 검찰, 김 전 차관 소환조사
▲11월5일 검찰, 윤씨의 협박, 명예훼손 혐의 추가 인지
▲6월25일∼11월4일 검찰, 피의자 포함 사건관련자 64명 상대로 140회 조사, 이메일 및 컴퓨터 압수·분석, 계좌추적, 통화내역 분석, 원주별장 및 윤씨의 역삼동 사무실 2곳에 대한 압수수색 실시
▲11월7일 검찰시민위원회 소집(검찰시민위원 11명 전원 불기소 적정 의견 제시)
▲11월11일 검찰, 김 전 차관 무혐의 처분·윤씨 추가 기소 등 수사 종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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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