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장 성접대 수사 헛발질 넷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11.18 13:2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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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난 잔치' 변죽만 울린 섹스 스캔들

[일요시사=사회팀] 박근혜정부 초대 검찰총장 후보로 물망에 오르내렸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당시 대전고검장). 그는 내정 6일 만에 '섹스 스캔들'로 옷을 벗는 치욕을 맛봤다.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김 전 차관에게 특수강간 혐의를 적용했다. 하지만 검찰은 김 전 차관의 성접대 의혹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동일한 사건을 놓고 다른 결과를 내놓은 검찰과 경찰. 영화보다 더 영화 같았던 성접대 수사가 용두사미로 끝을 맺은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서울 한남동의 S대학병원. 올 여름 한 종편 방송 취재진은 해당 대학 병원 병실을 찾았다. 일체의 외부 접견이 거부된 병실 안에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있었다. 당시 취재진은 '김 전 차관의 건강에 이상이 없다'는 의혹을 갖고 병실 안에 카메라를 들이 밀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에 따르면 카메라에 찍힌 김 전 차관은 멀쩡히 서 있었다. 화병으로 실신하고 각혈 증세까지 보였다던 김 전 차관이 실은 펄펄했다는 것이다.

해당 언론 입장에선 특종을 잡았던 셈. 하지만 이 특종이 보도된 일은 없었다. 이유는 취재 과정에서 다소 강제적인 방법을 동원했기 때문인 것으로 한 관계자는 귀띔했다. 취재 과정에서 실랑이를 벌이던 김 전 차관 측은 노발대발하며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김 전 차관은 경찰의 방문 조사 직후 퇴원한 뒤 돌연 종적을 감췄다.

지난 11일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윤재필 부장검사)는 별장 성접대 의혹의 핵심 인물인 김 전 차관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이로써 건설업자 윤중천씨와 함께 합동강간 및 성접대 상습 강요 혐의를 받던 김 전 차관은 면죄부를 얻게 됐다.

피해여성의 재정신청 등 남은 변수도 있지만 사실상 별장 성접대 수사는 용두사미로 끝을 맺게 됐다. 김 전 차관이 무혐의로 불기소되면서 윤씨 역시 성접대와 관련한 모든 혐의(피해여성에게 성접대를 강요하고, 성관계 장면을 카메라로 촬영하고, 필로폰을 매수 및 투약한 것)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받게 됐다.

경찰의 기소 내용을 뒤집는 검찰의 이번 결정에 의혹의 눈초리가 쏠린다. 대다수 여론은 '제 식구 감싸기' 행보라며 십자포화를 퍼붓고 있다. 그러나 수사 단계부터 경찰이 자충수를 뒀다는 해석도 있다. 어느 쪽 말이 맞는 것일까. 다음 4가지 포인트를 보면 이번 수사의 전말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헛발질1]
정보가 새나갔다

별장 성접대 의혹의 시작은 건설업자 윤씨의 내연녀 K씨가 윤씨를 성폭행으로 고소하면서 불거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엔 사연이 있다.

지난해 윤씨는 K씨와 성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해당 장면을 정지된 휴대전화로 촬영해 보관했다. 그런데 윤씨의 아내가 이를 우연히 보게 되면서 윤씨와 K씨는 간통 혐의로 피소됐다. 그러자 K씨는 "억울하다”며 윤씨를 성폭행으로 고소했다. 자신의 혐의 없음을 항변하기 위한 역고소였던 셈이다. 해당 사건은 서울 서초경찰서에 접수됐다.

여기서 경찰 수뇌부는 윤씨가 연루된 성폭행 사건이 무혐의 처분될 것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다. 지난 1월 경찰청 범죄정보과에선 "(성폭행 사건은) 아마 서초경찰서에서 엎어질 겁니다. 그러면 우리가 (조사에) 들어갈 수 있어요"란 얘기가 나왔다.

'검사 잡는 경찰'로 불렸던 범죄정보과는 박근혜정부 출범 전부터 검찰을 겨냥한 '한방'을 준비하고 있었다. 앞서 범죄정보과는 성접대 동영상 사본을 확보한 상황에서 성폭행 수사가 종결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경찰의 목표는 명확했다. 새 정부 검찰총장 후보자로 하마평에 올랐던 김 전 차관(당시 대전고검장)을 떨어뜨리겠다는 것이었다. 동영상 속 인물로 지목된 김 전 차관이 검찰총장 후보자로 추천되면 성접대 동영상을 터뜨려 검찰에 타격을 입힌다는 영화 같은 시나리오였다.

그런데 극비리에 진행되고 있던 프로젝트가 삐거덕대기 시작했다. 관련 수사 정보가 예상보다 이른 시점에 외부로 새나간 것이다.


경찰 간부급 한 관계자는 지난 1~2월께 별장 성접대 수사와 관련해 국회 한 고위 관계자에게 도움을 요청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동영상 원본을 들고 있던 것으로 의심됐던 인물의 신원 파악을 부탁했던 것인데 이 과정에서 수사 정보가 1차로 유출됐다. 또 관련 정보는 국회를 거쳐 언론으로 2차 유출됐다.

당시 첩보를 입수한 한 유력 언론사는 취재에 착수한 뒤 동영상을 보여 달라고 채근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정 언론사를 중심으로 '성접대 동영상'에 관한 첩보도 '지라시' 형태로 나돌았다.

여기서 진짜 문제는 해당 지라시가 검찰 안팎으로 광범위하게 퍼졌다는 것에 있었다. 사건이 터지기 전부터 법조계 안팎에선 "대한민국이 뒤집어질 만한 동영상이 떠돌고 있다"는 풍문이 파다했다.

확산되는 소문으로 언론의 접촉 시도가 잦아지자 경찰은 난처한 입장에 처했다. 터뜨리자니 증거가 부족하고, 그대로 있자니 검찰의 '물타기'가 우려됐다. 하지만 한 번 빼든 칼을 그대로 칼집에 꽂을 순 없었다.

 

[헛발질2]
청와대를 건드렸다

박근혜정부 출범과 함께 분위기가 무르익던 지난 2월. 익명의 경찰 고위 관계자는 "대형 게이트로 번질 수 있는 동영상을 확보했다"며 "3월 중으로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얘기를 경찰 밖으로 전했다. 검찰총장 후보자 추천을 눈앞에 둔 시점이었다.

여기서 두 번째 변수가 발생했다. 김 전 차관이 검찰총장 경쟁에서 미끄러지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그리고 김 전 차관은 박근혜정부 신임 하에 법무부 차관으로 내정됐다. 이 무렵 동영상과 관련한 추문은 청와대로까지 흘러들었다.

한 발 늦게 사건을 보고받은 청와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 담당 비서진을 만난 자리에서 "왜 (차관급 인사 전에) 보고하지 않았냐"며 격노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더불어 수사라인 최종 책임자인 김기용 당시 경찰청장은 잔여 임기가 1년 넘게 남은 상황에서 문책성 경질을 당했다.

김 청장이 옷을 벗자 경찰은 수사를 종결할 것인가 아니면 그대로 밀고 나갈 것인가를 고민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확보한 '사본'만으로는 영상 속 인물이 김 전 차관이란 걸 특정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찰은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혐의를 입증하지 못하면 그에 따른 역풍도 각오해야 했다.

이른바 '이중 수사' 논란이 일었던 김광준 전 부장검사의 뇌물 수수 사건 때부터 경찰은 검찰과 관련한 첩보 수집에 열을 올려왔다. 기소권을 독점하고 있는 검찰에 타격을 입히면서 경찰의 수사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검찰 비리'를 건드는 것이었다.

성접대 수사는 경찰 이해관계에 부합했다. 하지만 문제는 증거였다. 결정적 물증이 없는 한 김 전 차관 등 대부분의 혐의자는 불기소 처분될 것이 불을 보듯 뻔했다.

그런데 경찰은 성접대 의혹을 공표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아울러 경찰은 검찰 압박용 카드로 언론을 활용했다. 출국금지 요청으로 김 전 차관의 실명도 간접적으로 오픈했다. 결론적으로 김 전 차관은 내정 6일 만에 성추문 의혹으로 옷을 벗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경찰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듯 보였다.


그러나 사건은 예상 밖의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검찰을 겨냥했던 성접대 수사는 "박근혜정부 인사 시스템에 구멍이 뚫렸다"는 결과로 귀결되면서 청와대의 심기를 건드렸다. 성접대 수사를 통해 수사권 조정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려 했던 경찰은 도리어 조직개편의 압박을 받는 신세가 됐다.

 

[헛발질3]
동영상보단 로비였다

최초 경찰은 성접대에 동원됐던 피해여성들의 진술을 확보, 윤씨의 혐의를 입증하는데 주력했다. 윤씨가 입을 열면 자연스럽게 김 전 차관의 혐의도 입증할 수 있을 거란 판단이었다.

하지만 핵심 피의자인 윤씨를 소환하지 못하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뜬소문만 커졌다. 사건을 전담한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역풍'으로 지휘부마저 교체되는 불운을 겪었다. 무엇보다 수사를 진두지휘했던 경찰대 1기 출신 간부들이 청와대와 불편한 관계에 놓이면서 조직 내부는 부침을 겪어야 했다.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했던 수사팀에게 뜻밖의 기회가 찾아왔다. 동영상 원본을 갖고 있던 인물들이 체포되면서 수사가 급물살을 탄 것이다. 경찰이 내사 단계에서 입수한 동영상 사본은 화질이 나빠 영상 속 인물을 특정할 수 없었다. 하지만 원본은 달랐다. 경찰이 입수한 3개의 동영상 속 인물은 모두 김 전 차관으로 특정됐다.

탄력을 받은 경찰은 수사 막바지 단계에 소환을 검토했던 윤씨를 기존 방침보다 앞당겨 소환했다. 경찰은 윤씨를 불러 ▲동영상을 촬영하게 된 경위 ▲김 전 차관과의 관계 ▲성접대의 대가성 등을 추궁했다.


아울러 경찰은 숭실대 소리공학연구소의 성문 분석 결과를 토대로 동영상 속 등장인물이 김 전 차관이라고 결론 내렸다. 김 전 차관은 참고인에서 피의자로 신분이 전환됐으며, 그에겐 출국금지와 함께 소환 명령이 떨어졌다.

그러나 김 전 차관은 경찰의 소환요구에 불응했다. 앞서 밝혔듯 김 전 차관은 맹장수술과 화병 등을 이유로 병원에 눌러앉았다. 이에 경찰은 김 전 차관에 대한 체포영장을 신청했다. 강제 수사란 초강수를 둔 것이다. 하지만 검찰은 수사팀이 신청한 영장을 반려하며 경찰을 머쓱하게 만들었다. 수사팀에게 남은 마지막 카드는 방문조사. S병원으로 찾아간 수사팀은 그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김 전 차관을 만났다.




성접대 수사가 막바지로 접어든 지난 7월18일, 경찰은 김 전 차관에게 특수강간 혐의를 적용해 사건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은 김 전 차관이 윤씨를 통해 여성 2명과 강제로 성관계를 맺었다고 판단했다. 설혹 성관계의 강제성이 없다고 하더라도 사회 고위층의 '난교 파티'는 간접적으로 증명된 셈이다.

하지만 '난교 파티'는 법이 아닌 윤리의 영역. 때문에 성접대 수사가 만족스러운 성과를 낸 건 아니었다. 당초 경찰은 뇌물 수뢰 등 김 전 차관의 다른 혐의를 입증코자 했다. 하지만 성접대(혹은 성관계)의 대가성 부분은 끝내 밝혀지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경찰은 동영상에 집착한 나머지 법리적으로 중요한 로비 혐의를 드러내는 데 실패했다.

김 전 차관의 변호인은 당일 복수 언론을 통해 “" 전 차관은 성접대를 받지 않았고 문제가 된 여성과 그런 관계도 전혀 없었다"며 "김 전 차관은 윤씨와 모르는 사이고 어떤 로비도 받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당시 이 말을 액면 그대로 믿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검찰은 이로부터 4개월 뒤 김 전 차관에게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헛발질4]
윤씨에 매달렸다

사실 김 전 차관의 불기소 처분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만약 김 전 차관이 피의자 신분으로 법정에 선다면 재판 과정에서 피해 여성들의 성접대 증언이나 관련 동영상이 어떤 형태로든 공개될 가능성이 있었다. 이 같은 후폭풍을 고려한다면 김 전 차관의 기소 가능성은 처음부터 제로에 가까웠다는 설명이다.

검찰은 이번 무혐의 처분의 근거로 ▲피해 여성들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던 점 ▲피해 여성들이 성폭행을 당한 후에도 윤씨와 관계를 지속했던 점 ▲동영상 속 인물을 김 전 차관이라고 반드시 특정할 수 없는 점 등을 들었다.

특히 검찰 관계자는 "한 명은 강간 사실을 부인했고, 또 다른 한 명은 상황이나 장소를 특정하지 못하는 등 피해 여성들의 진술에서 일관성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경찰은 검찰의 이번 결정에 대해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수사를 지휘했던 허영범 수사기획관은 "수사를 110일간 진행하면서 윤씨의 다이어리와 통화내용, 피해 여성의 진술로 혐의를 입증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2일 김 전 차관을 소환 조사했다. 하지만 압수수색을 비롯한 강제 수사가 없었기 때문에 "제 식구를 챙겼다"는 여론의 성토는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로 수사 과정에서 김 전 차관은 윤씨를 모른다고 했다. 반면 윤씨는 당초 진술을 번복하여 김 전 차관을 안다고 말했다. 이 경우 수사기관은 김 전 차관과 윤씨의 대면조사를 검토할 수 있었다. 하지만 둘은 끝내 대면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압수수색을 하려면 공여자 진술 등 증거가 확실해야 하는데 이번 사건은 그렇지 않았다"고 답했다. 김 전 차관의 유죄를 확신한 경찰 입장에선 윤씨의 침묵이 뼈아픈 대목이었다.

'키맨' 윤씨가 모든 혐의를 부인하자 관심이 쏠렸던 동영상도 증거로써 제구실을 하지 못했다. 검찰은 "화질이 좋지 않아 인물을 특정할 수 없었고, 피해 여성도 본인이라고 진술하지 않았다"며 관련한 의혹을 일축했다.

그러나 검찰은 '김 전 차관이 등장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범죄사실과 관련 없는 내용이라 언급하기 부적절하다"는 말로 답을 대신했다. 이는 김 전 차관이 영상 속 인물일 가능성은 있지만 기소 명목인 특수강간의 증거는 아니란 말과 같다.

즉 영상을 촬영한 것으로 의심받았던 윤씨의 자백이 있거나 영상에 찍힌 여성이 피해 여성과 동일인인 경우에만 동영상은 효력을 가질 수 설명. 검찰은 자백도 없었고, 피해 여성도 아니었다는 입장이다. 

한편 이번 별장 성접대 사건의 피해여성은 A씨는 복수 언론을 통해 검찰 수사를 비판하면서 재정신청을 준비하는 등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 13일에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내는 장문의 탄원서가 공개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처음 만난 여성을 별장으로 유인해 성폭행하고 이를 약점 잡아 성접대에 동원했다는 윤씨. 윤씨가 보낸 협박성 성관계 사진의 남자 주인공으로 지목된 김 전 차관. 재정신청에 대한 법원의 판단에 따라 감춰진 진실의 장막이 언제든 걷힐 수 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별장 성접대 사건일지]

▲3월14일 건설업자 윤중천, 강원도 별장에서 사회 고위층인사들 성접대하고 이를 동영상으로 촬영했다는 의혹 보도
▲3월18일 경찰청 특수수사과, 내사 착수
▲3월20일 경찰, 성접대 동영상 확보
▲3월21일 경찰, 내사에서 수사로 전환
▲3월21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퇴
▲3월27일 경찰, 김 전 차관 등 10여명 출국금지 요청.
▲3월27일 검찰, 김 전 차관 출국금지 기각
▲3월31일 경찰, 원주 별장 등 압수수색
▲5월9일  경찰, 윤씨 1차 소환조사
▲5월14일 경찰, 윤씨 2차 소환조사
▲5월21일 경찰, 윤씨 3차 소환조사
▲5월24일 경찰, 대우건설 압수수색
▲5월25일 경찰, 김 전 차관에 출석 요구
▲6월7일  경찰, 김 전 차관 피의자 신분 전환
▲6월15일 경찰, 서종욱 전 대우건설 사장 소환조사
▲6월18일 경찰, 김 전 차관에 대해 체포영장 신청
▲6월18일 경찰, 서울저축은행 전 전무 김모(66)씨에 대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구속영장 신청
▲6월19일 검찰, 경찰이 김 전 차관에 대해 신청한 체포영장 반려…서울저축은행 전 전무 김모씨에 대해 구속영장 청구
▲6월20일 서울저축은행 전 전무 김모씨 구속
▲6월24일 서울중앙지검 윤재필 강력부장을 팀장으로 소속 검사 2명, 수사관 6명 총 9명의 전담 수사팀 구성
▲6월25일 경찰, 윤씨에게 불법 대출을 해 준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로 구속된 서울저축은행 전 전무이사 김모씨 검찰에 송치
▲6월26일 검찰 "윤씨 관련 모든 사건 강력부가 송치 받아 일괄 수사"
▲6월29일 경찰, 김 전 차관 병원 방문조사
▲7월2일 경찰, 윤씨 구속영장 신청
▲7월3일 검찰, 윤씨 구속영장 반려…보완 수사 후 재신청 지휘
▲7월5일 경찰, 윤씨 특수강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마약류관리법 위반 등 6개 범죄 혐의로 구속영장 재신청
▲7월10일 경찰, 윤씨 구속
▲7월11일 검찰, 서울저축은행 전 전무 김모씨 구속 기소
▲7월18일 경찰, 윤씨와 김 전 차관 등 14명 기소의견(합동강간 등 혐의)으로 사건 송치
▲7월18일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에 사건 배당
▲7월19일 윤씨 포함된 대우건설 시공 공사에 대한 수주비리 사건 송치
▲8월6일 검찰, 윤씨 구속 기소(사기, 경매방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11월2일 검찰, 김 전 차관 소환조사
▲11월5일 검찰, 윤씨의 협박, 명예훼손 혐의 추가 인지
▲6월25일∼11월4일 검찰, 피의자 포함 사건관련자 64명 상대로 140회 조사, 이메일 및 컴퓨터 압수·분석, 계좌추적, 통화내역 분석, 원주별장 및 윤씨의 역삼동 사무실 2곳에 대한 압수수색 실시
▲11월7일 검찰시민위원회 소집(검찰시민위원 11명 전원 불기소 적정 의견 제시)
▲11월11일 검찰, 김 전 차관 무혐의 처분·윤씨 추가 기소 등 수사 종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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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진법사 ‘5000만원 관봉권’ 미스터리

건진법사 ‘5000만원 관봉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건진법사 전성배씨의 ‘5000만원 관봉권’ 출처를 두고 소문이 무성하다. 검찰은 대통령실 특활비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전씨는 그저 ‘기도비’라고 진술 중이다. 검찰이 김건희씨까지 수사 대상에 올린 점을 보면 전씨의 진술은 허위일 가능성이 크다. 전씨가 전방위 로비를 벌인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김씨의 소환조사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윤석열 일가를 향한 수사는 그간 서울중앙지검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건진법사 전성배씨의 로비 사건은 중앙지검이 아닌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리는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부장검사 박건욱)가 포문을 열었다. 전씨는 통일교와 캄보디아 사업 및 정·재계를 가리지 않고 돈을 받았다. 윤석열 일가와의 친분을 과시하면서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다. 수상한 증거들 남부지검은 전씨를 수사하기 이전에 한 가상자산 사기 사건을 수사 중이었다. 최근 정식 부서로 신설된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해 7월 ‘퀸비코인(QBZ)’ 관계자 이모씨 외 3명을 사기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사업 진행 능력이 없음에도 허위 자료를 제출해 스캠 코인을 상장했다. 1만명이 넘는 투자자로부터 가로챈 금액은 300억원에 육박한다. 남부지검은 수사 과정서 퀸비코인 관계자 이씨가 2018년 1월 자유한국당 경북 영천시장 후보 경선에 나선 정모씨를 전씨와 연결한 정황 및, 이들 간 수상한 자금 흐름을 포착했다. 취재를 종합하면 당시 정씨는 전씨 법당을 찾아 1억원을 건넸다. 이 사실을 파악한 남부지검은 지난해 12월 전씨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체포하고 그의 법당과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두 달여 전에는 경기 성남의 카카오 판교 서버를 압수수색해 전씨의 카카오톡 기록까지 확보했다. 전씨는 2022년 제20대 대통령선거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 대선캠프 네트워크본부서 상임고문으로 활동했다. 그의 처남으로 알려진 ‘찰리’ 김모씨도 전씨와 같이 활동했다. 전씨는 김건희씨가 운영하던 전시기획회사 코바나컨텐츠의 고문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전씨의 딸도 잠깐이지만 코바나컨텐츠서 근무한 이력이 있다. 남부지검은 전씨가 윤 전 대통령과 김씨와의 친분을 이용해 로비 행위를 벌였다고 보고 수사를 시작했다. 실제 전씨가 로비 창구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확인한 남부지검은 지난달 30일 윤 전 대통령 사저인 아크로비스타를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영장에는 “피의자들이 2022년 4월부터 8월 사이 공직자의 직무와 관련해 공직자의 배우자에게 선물을 제공했다”고 적시됐다. 청탁 사유로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ODA(공적개발원조) 사업 ▲YTN 인수 ▲유엔 제5사무국 한국 유치 ▲교육부 장관 통일교 행사 참석 ▲대통령 취임식 초청 등이 담겼다. 이 압수수색은 전씨를 통해 통일교 세계본부장 출신이자 2인자였던 윤모씨가 수천만원 상당의 그라프(Graff) 다이아몬드 목걸이, 샤넬 가방, 천수삼 농축차 등을 김씨에게 전달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절차였다. 남부지검은 윤씨가 지난 2022년 7월 전씨에게 ‘김 여사가 물건(천수삼) 잘 받았다더라, 건강이 좋아지셨다고 한다’고 보낸 문자메시지 내용을 확보하기도 했다. ‘한국은행’ 찍혔는데…통상 정부 예산 활용 금융권 “개인이 갖고 있을 수 없다” 일축 검찰이 지난 3일 전씨를 청탁금지법 위반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한 만큼 김씨에 대한 소환조사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남부지검 수사팀 내부에서는 김씨를 대선 직전에 소환조사해 실마리를 풀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전씨는 “목걸이와 명품백을 잃어버렸다. (김 여사가 잘 받았다는 문자는) 거짓 문자”라고 부인하는 상황이다. 김씨 측도 “전씨로부터 금품을 받은 사실 자체가 없다”는 입장이다. 우선 검찰은 윤씨가 전씨에게 윤석열정부의 캄보디아 ODA 사업 추진을 청탁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는 중이다. 검찰은 윤씨가 “윤 전 대통령과 독대했고 국가 단위 ODA 연대 프로젝트에 동의했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을 확인했다. 검찰은 지난 2022년 3월 윤씨가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 전 대통령과 김씨를 인수위서 만난 뒤 캄보디아 사업을 추진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통일교는 같은 해 메콩강 핵심 부지에 ‘아시아태평양유니언 본부’를 건립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윤씨는 훈센(Hun Sen) 당시 캄보디아 총리와도 이 사업을 논의했지만 자금난으로 추진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윤씨는 2022년 5월 한 통일교 행사에서 “3월 22일 대통령을 만나 1시간 독대를 하면서 이 나라가 가야 할 방향을 이야기하고 암묵적 동의를 구한 게 있다”고 말했다. 이어 “ODA는 비영리기구(NGO)가 펀딩 가능하고 국가가 지원한다”고 말한 바 있다. 검찰은 이 직후인 2022년 6월 기획재정부가 제4차 한-캄보디아 ODA 통합 정책협의서 대(對)캄보디아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차관 지원 한도액을 기존 7억달러에서 15억달러로 늘리는 기본 약정을 체결한 점을 주목했다. 한도액이 늘면 중기후보사업 승인 절차가 간소화돼 ODA 사업 수주가 쉬워지기 때문이다. 비슷한 시기에 김씨가 나토 순방 당시 착용했던 6000만원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와 관련해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이 불거지자, 윤씨는 전씨에게 “김 여사에게 빌리지 말고 하고 다니라”며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건넸다. 검찰은 지금까지 김씨 명의 휴대전화 3대를 확보했다. 이 중 1대는 김씨가 지난달 11일 서울 한남동 관저서 나오면서 보안 비화폰(안보폰)을 반납한 뒤 개통한 휴대전화다. 나머지 2대는 옛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서 사용하던 휴대전화로, 사실상 공기계로 알려졌다. 자택 압색 그 이후… 검찰은 100여개에 달하는 압수 대상에 윤씨 선물 명목으로 전씨에게 제공했다는 그라프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샤넬 가방, 인삼주 등도 적시했지만 확보하지 못했다. 법조계에서는 윤씨의 청탁이 성사됐거나 윤씨와의 직무 관련성 등이 입증된다면 김씨가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와의 전화 통화에서 “카톡 기록과 전달됐거나 전달되려 했던 물품들은 이미 수사팀이 확보했으니 김씨가 대면 조사를 피하긴 힘들다”며 “남부지검서도 성역 없이 수사 의지가 강하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현행법상 공직자의 배우자를 청탁금지법으로 처벌할 수 없으니 직무 관련성 입증이 관건”이라며 “입증만 된다면 알선수재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가장 중요한 건 전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할 당시 발견된 5000만원 관봉권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2월 서울 서초구 전씨의 집을 압수수색하면서 5만원권 3300매(1억6500만원)를 확보했는데, 이 중 5000만원은 비닐 포장이 벗겨지지 않은 상태였다. 검찰은 전씨에게 이 관봉권의 출처에 대해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관봉권은 ‘제조권’과 ‘사용권’ 두 종류로 나뉜다. 제조권은 한국조폐공사에서 한은이 받아온 신권으로 돈다발에 십자 형태의 띠를 두르고 비닐로 싸 압축한 형태다. 사용권은 한은이 시중은행서 회수한 돈을 검수해 낡은 돈은 폐기하고 사용하기 적합한 돈만 골라낸 것이다. 발견된 돈다발 김씨와 전씨 사건서 등장하는 관봉권은 모두 사용권이다. 전씨 자택서 발견된 5000만원 관봉권 돈다발은 한은이 적힌 비닐로 포장돼있었고, 비닐엔 기기 번호와 담당·책임자 일련번호도 적혀 있었다. 그러나 김씨 측이 옷값을 치를 때 썼던 관봉권은 비닐 없이 띠지만 둘러져 있는 돈다발 형태였다. 관봉권은 국가 예산으로 편성되는 대통령실(청와대)과 검찰, 국가정보원 등 사정기관의 수사나 조사에 필요한 특수활동비로 쓰이기도 한다. 과거 정부에서는 이 특활비가 로비 자금으로 악용됐다. 한은은 전국에 16개 지역 본부를 두고 금융기관에 관봉권을 보낸다. 서울엔 남대문 본점 및 강남본부 등 두 곳이 있다. 이 중 강남본부가 대통령실과 사정기관 등에 예산 조달을 담당해 왔다. 다만 민간인의 집에서 관봉권이 발견될 수 없다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대개 일반 정부 예산은 관봉권 형태가 아닌 계좌이체 등을 통해 전달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수천만원 상당의 관봉권이 묶인 채로 남아 있는 건 영수증 내역도 남지 않는 특활비”라며 “통상 정보와 사정기관이 ‘돈의 주인’”이라고 말했다. 실제 검찰도 전씨의 자택서 발견된 5000만원 관봉권이 강남본부서 나왔다고 보고 있다. 이 관봉권에는 ‘2022년 5월13일’이라는 날짜가 기재돼있다. 윤 전 대통령 취임일 사흘 뒤다. 전씨는 검찰 조사에서 주로 돈은 ‘기도비’ 명목으로 받아왔지만 관봉권은 정확하게 누구에게 받은 돈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한은 방문 이후 전씨의 집에서 발견된 관봉권에 적힌 ▲기기번호 ▲담당자 ▲책임자 ▲발권국 항목 등의 의미를 확인했다. 기기번호의 뜻은 정사기(검수기) 기기번호와 기기호수를 뜻하고, 발권국 정보에는 정사 업무를 담당하는 발권국 화폐관리1팀을 의미하는 숫자인 것으로 전해졌다. MB 때 국정원 ‘입막음·로비’ 용도로 사용 검·정보 “이번엔 아니다”…남은 건 용산 포장지에 적힌 ‘2022년 5월13일 오후 2시5분59초’는 한은이 검수를 마친 시각이라고 한다. 다만, 한은은 개별 사용권이 어느 시점에 어느 금융기관으로 지급됐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고 한다. 금융기관서 화폐를 요청하는 경우 ▲지급한 금융기관명 ▲지급일자 ▲권종 ▲금액 등만 기록할 뿐, 어떤 사용권 묶음을 제공했는지는 별도 기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관봉권이 지난 대선 기간 전씨가 운영했던 윤 전 대통령 선거캠프 운영비일 수 있다고 보고 금융 흐름을 추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올해 초 당시 네트워크 본부장으로 있던 오을섭씨를 소환조사하면서 양재동 캠프의 운영비 출처를 물어본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서는 해당 관봉권 출처가 불분명한 만큼 특활비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범죄 수사 경험이 풍부한 한 변호사는 “출처를 확인하기 어려운 한은 뭉칫돈은 대부분 특활비”라며 “특활비라면 한은 검수 이후 수천만원 상당의 돈이 필요한 곳은 보통 사정기관이다. 일반적으로 정부 예산은 뭉칫돈으로 전달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결국 사정기관 담당자들을 불러 확인해봐야 하는데 정보기관에서는 특활비 활용 자체가 보안으로 분류돼 확인도 어려울 것이다. 출처 규명에 꽤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와 접촉한 복수의 사정기관 관계자들은 ‘국정원 특활비’는 아니라고 단언했다. 앞서 이명박정부 청와대는 국정원 특활비를 상납받은 바 있다. 지난 2011년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은 국정원의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을 폭로했는데, 당시 국정원은 관봉 형태의 특활비 5000만원을 장 전 주무관에 ‘입막음비’로 전달했다. 이 같은 내용은 검찰 수사와 공판 등을 통해 청와대서 국정원 특활비를 받아 장 전 주무관에 전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불분명한 출처 어디?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과거 국정원 특활비와 흡사해 보이지만 2022년 이후의 특활비 활용이나 대통령실을 통해 쓰인 ‘국정원 특활비’ 등에 대해서 들여다봤을 때 불법적이거나 위법하게 쓰인 사실이 없다. 한 개인에게 갈 일은 더더욱 없다”고 못 박았다. 검찰 관계자도 “남부지검서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자세히 말할 순 없지만 검찰 특활비는 아니다. 남부지검 수사팀도 검찰과는 상관없는 관봉권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