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무사발 '군란' 막전막후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11.12 10:4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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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기관 두고 피 말리는 고지전

[일요시사=사회팀] 군 기밀 정보의 보고인 기무사 수장의 갑작스런 경질을 놓고 남재준 국정원장과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간의 파워게임이 있었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다. 박근혜정부 육사 전성시대의 두 주역인 남 원장과 김 실장의 힘겨루기는 자칫 파벌 싸움으로까지 확대될 수 있어 정국은 지금 폭풍전야다. 또 두 장성을 컨트롤하고 있는 청와대의 진짜 속내는 무엇일지 이들의 복잡한 역학구도가 피 말리는 고지전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단행된 중장급 이하 장성 인사에서 장경욱(육사 36기) 당시 기무사령관이 경질된 것과 관련 이른바 '군란(軍亂) 파동' 가능성이 조심스레 고개를 들고 있다.

기무사 둘러싼
파워게임 고개

군 관계자 및 복수 매체 보도에 따르면 군 정보기관의 요체인 기무사의 새로운 수장으로는 육군본부(이하 육본) 소속 이재수(육사 37기) 인사사령관이 낙점됐다. 이 사령관은 지난달 26일 취임식을 갖고 본격적인 조직 장악에 나섰다.

그런데 기무사 재편 과정에서 장 전 사령관이 물러난 모양새가 심상치 않았다. 김대중정부 이후 기무사령관의 중도 경질 사례는 전무했고, 김영삼정부 역시 1993년 군 사조직인 '하나회'를 숙청하는 과정에서 김도윤(육사 22기) 당시 기무사령관을 내친 것 빼고는 칼을 빼든 전례가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김 전 사령관은 전화 한 통에 스스로 옷을 벗었지만 장 전 사령관은 본인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교체된 상황이라 뒷말은 더 했다. 급작스러운 교체의 배경을 둘러싸고 정치권 및 언론계에선 이른바 '박지만 보고서'가 언급됐다.

'박지만 보고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육사 37기) EG회장의 동향 및 정치적 불안요소 등을 담은 보고서로 소개됐다. 장 전 사령관을 비롯한 군 정보라인이 일종의 '충성 경쟁' 차원에서 "박 회장의 이런 점들을 조심하십시오"라고 청와대에 직보한 게 오히려 박 대통령의 노여움을 샀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기자가 만난 한 군 관계자는 '박지만 보고서'의 존재 가능성에 대해 고개를 저었다. 그는 "신임인 이 사령관과 박 회장이 육사 동기이고, 친분이 있다는 점 때문에 박지만의 이름이 나온 것 뿐"이라며 "'박지만설'은 확인되지 않은 소설로 판명났다"고 전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한 관계자 역시 "제정신이라면 그 보고서를 청와대에 내밀었겠냐"며 "보고서가 있다고 해도 그 실체를 밝혀내는 건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라고 말했다.

20년 만에 기무사령관 중도 경질…육사 파워게임
군인사 주도권 놓고 '남재준 vs 김장수' 대립각

그렇다면 장 전 사령관은 왜 부임 6개월여 만에 경질된 것일까. 겉으로 드러난 이유는 부적절한 인사 개입이지만 그 내막엔 남재준(육사 25기) 국정원장과 김장수(육사 27기)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간의 파워게임이 있었다는 게 정설이다.




남 원장이 추천한 것으로 알려진 장 전 사령관의 '항명'을 '김장수 라인'인 김관진(육사 28기) 국방부장관이 제압한 게 사건의 본질이란 것. 때문에 남 원장과 김 실장의 오랜 라이벌 구도가 정계 안팎에서 회자되고 있다.

남재준 인사청탁
김장수 묵묵부답

육사 선후배인 둘의 관계가 껄끄러운 라이벌로 굳어진 배경에는 군 인사권을 둘러싼 주도권 다툼이 꼽히고 있다. 남 원장과 김 실장은 서로 각각의 측근들을 중용하기로 유명한데 '육사 선배인 남 원장이 참여정부 때 자기 사람들을 내친 김 실장을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다'는 소문은 여러 언로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

사건은 지난 2004년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서울 용산구 국방부 서문에 있는 장교 숙소 '국방 레스텔' 지하 주차장에선 10여부의 괴문서가 발견됐다. 한 달 전 있었던 육군 장성 진급 심사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는 투고였다.

이에 군 검찰은 군 장성 진급 비리 수사에 착수했다. 그리고 수사 과정에서 군 검찰은 남 원장(당시 육군참모총장)의 인사 개입을 의심할 만한 정황을 포착했다. 육본 인사참모부 캐비닛에서 비밀 문건을 발견한 것이다.

관련 보도 등에 따르면 육본의 인사관리처장은 남 원장의 지시로 준장 진급 대상자 17명의 서류를 위조했다. 대신 남 원장과 가까운 사이의 인물들은 대거 진급 대상자로 내정됐다. 때문에 남 원장이 육군 내 비밀 사조직을 가동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흘러나왔다.


하지만 남 원장은 자신에게 씌워진 모든 의혹을 부인하며 전역지원서를 제출했다. 메머드급 인사 비리와 관련해 자신의 결백을 강조하기 위한 제스처였다. 이 때 남 원장의 후임으로 내정된 신임 육군참모총장이 바로 김 실장(당시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이었다.

2005년 4월 계룡대에서 열린 육군참모총장 이·취임식에서 남 원장은 김 실장과 정치적인 거래를 성사시키고자 했다. 자신과 가까운 몇몇 간부들에 대해 "구제해 달라"며 사실상의 진급 청탁을 했던 것이다.

하지만 김 실장은 남 원장의 인사 청탁을 "내가 왜 구제해야 하냐"며 거절했고, 이어진 진급 심사에서 남 원장이 지목한 간부들을 배제했다. 선배인 남 원장의 입장에선 두 기수나 낮은 후배에게 잊지 못할 수모를 당한 셈이다.

이후 김 실장은 육군참모총장을 거쳐 국방부 장관으로 영전했다. 참여정부 시절 '꼿꼿장수'란 별명을 얻은 그는 국방·안보 분야에서 독보적인 능력을 인정받으며 퇴임 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비례대표로까지 영입됐다.

하지만 김 실장이 두 번의 정권을 거치며 승승장구했던 것과 달리 남 원장은 권력의 중심에서 배제됐다. 이른바 '김장수 라인'이 뜨면서 상대적으로 덜 유연한 '남재준 사람들'이 일종의 박탈감을 느꼈다는 해석도 있다. 

실제로 지난 대선 과정에서 김 실장은 박근혜 캠프의 국민행복추진위 국방안보추진단장을 맡아 내부에서 활동했지만 남 원장은 국방안보특보라는 일종의 명예직을 맡아 외부에서 자문을 해주는 역할에 그쳤다.

더구나 국방부의 수장인 김 장관 역시 '김장수 라인'에 근접했다는 평가가 나오자 일부 언론은 '김장수 대세론'을 공공연히 했다. 그러나 정작 뚜껑을 열자 먼저 치고나간 사람은 남 원장이었다.

칼을 간 남재준
김장수 겨눴다?

박근혜정부 초대 국정원장으로 내정된 남 원장은 검찰이 주도한 봄·여름 정국에서 유독 존재감을 드러냈다. NLL 파문, 통합진보당 내란음모 사태 등 굵직한 공안 사건은 물론이고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아들 의혹 폭로에도 개입하면서 난맥상을 드러낸 박근혜정부의 '호위무사'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는 평가다. 

특히 여권 입장에서 '신의 한수'로 불린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는 참여정부 시절 국방부 장관을 지낸 김 실장에게까지 여파를 미쳤다. 막후에서 재기를 준비한 남 원장의 '화려한 귀환'은 '김장수 대세론'을 일거에 무너뜨렸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며 '공안 드라이브'를 걸던 남 원장에게 뜻밖의 변수가 생겼다. 남 원장과 공조 체제를 구축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기무사의 수장이 급작스레 교체된 것이다.

무엇보다 그 시점이 오묘했다. 김 실장이 방미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출국한 날은 10월23일이었는데 기무사령관 인사가 단행된 날은 10월25일이었다. 국방·안보분야 인사와 관련해 사실상의 승인권자인 김 실장이 자리를 비운 사이 군내에서 가장 중요한 권력기관의 수장이 교체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군 관계자는 "전임인 장 전 사령관이 전·현직 장성들을 대상으로 사생활을 뒷조사하는 한편 동향보고를 명목으로 수집한 정보를 청와대에 직보하는 등 인사에 개입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즉 이번 경질은 장 전 사령관이 지휘계통을 무시했기 때문에 벌어진 문책성 인사란 설명이다.

청와대 직보에 '불끈' 김관진이 장경욱 쳐내
국정원 틀어쥔 남재준 vs 기무사 장악한 김장수

그러나 기무사의 첩보 수집은 통상 업무란 점과 청와대 직보 역시 절차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군 안팎의 관심은 기무사가 직보한 '내용'에 쏠렸다. 이 과정에서 확인되지 않은 첩보가 생성됐고, '박지만 보고서'와 같은 각종 '설'이 난무했다.

기무사와 관련한 온갖 의혹들이 꼬리를 물었던 지난 1일 김 장관은 국회 국정감사에 나와 작정한 듯 불씨를 지폈다. 이번 경질의 배경을 묻는 질문에 대해 "장 전 사령관은 원래 대리 근무 체제였다. 관찰해보니 기무사를 개혁하고 발전시킬 만한 자질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있었다"고 말한 것.

공식석상에서 현직 장관이 인사 대상자를 특정하며 노골적으로 깎아내린 건 이례적인 일이다. 그러자 참고 있던 장 전 사령관도 포문을 열었다. 그는 지난 2일 언론을 통해 김 장관의 '편파 인사'를 정면으로 반박하며 직격탄을 날렸다.

장 전 사령관은 인터뷰에서 "올 4월 군 장성급 인사 당시 김 장관의 인사 절차와 방식에 대해 내부 불만과 비판 여론이 많다는 보고를 받았다"며 "확인 결과 상당 부분 맞는 얘기였기 때문에 청와대에 그런 여론과 분위기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또 "장관의 독단 등을 견제하는 것은 기무사의 고유 임무이고 과거 사령관들도 청와대에 보고를 해왔다"는 해명으로 이번 인사가 '보복성 인사'임을 분명히 했다.

이에 김 장관 측은 맞불을 놨다. 지난 3일 한 언론을 통해 "김 장관이 장 전 사령관에게 그간 음성적으로 해왔던 군내 동향보고를 철폐할 것을 지시했으나 장 전 사령관이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밝힌 것이다.

아울러 김 장관 측은 "기무사가 수집된 정보로 다른 기관과 거래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며 "기무사령관의 역할은 국방부장관의 지휘권을 보장하는 데 충실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장 전 사령관을 아는 인사들은 여전히 그가 김 장관에게 '찍어내기'를 당했다는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장 전 사령관의 청와대 직보는 김 장관을 흔들기 위한 정략이 아닌 특정 인맥의 인사 전횡을 견제하기 위한 소신에 가깝다는 것. 실제로 장 전 사령관이 물러난 이후의 상황을 보면 이들의 주장에 일리가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지난 3일 김 장관은 기무사 개혁이란 카드를 꺼내들었다. 개혁의 골자는 기무사의 광범위한 군내 동향 수집 및 음성적인 윗선 보고 관행 철폐였다. 하지만 이번 기무사 개혁의 방점은 국방부장관이 군 정보라인을 직접 컨트롤하겠다는 뜻으로 읽혔다.

따라서 장 전 사령관의 옷을 벗긴 뒤 그의 참모와 부하들까지 차례로 방출한 것도 결국은 정보라인을 장악하기 위한 시도로 해석되고 있다. 장 전 사령관은 합참 정보생산처장, 합참 군사정보부장 등을 거친 대표적인 '정보통'이다.

그리고 기무사 개혁을 부르짖는 김 장관 뒤에는 '김장수 라인'이 존재한다. 남 원장에게 국정원을 내준 '김장수 라인'이 군내 정보라인까지 뺏길 경우 정국의 주도권을 완전히 내줄 수 있어 사전에 이를 장악했다는 것이다.

김기춘 묵인
독주는 없다

여기서 청와대의 스탠스가 눈길을 끈다. 이번 인사는 표면적으로 김 장관이 주도했지만 청와대 인사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기춘 비서실장의 암묵적인 동의가 있었다는 게 중론이다.

전직 장성급 출신 관계자의 진술도 이를 뒷받침한다. 그는 "기무사령관은 국방부 장관이 함부로 끌어내리는 자리는 아니다"라며 "청와대의 승인 없이 장 전 사령관을 찍어내긴 힘들 것"이라고 조심스레 말했다.

일각에선 "'김장수 라인'의 적통인는 박흥렬(육사 28기) 청와대 경호실장의 역할론도 제기된다. 현역 시절 '인사통'으로 이름 높았던 박 실장의 명성을 고려한 추측이다.

하지만 가장 설득력 있는 분석은 역시 '남재준 견제론'이다. 좀처럼 권력의 독주를 허용하지 않는 박 대통령이 남 원장의 힘이 비대해질 것을 우려, 이번엔 김 실장 쪽에 힘을 실어줬다는 해석이다. 바꿔 말하면 청와대가 남 원장과 김 실장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고 있다는 얘기도 된다.

그러나 군 안팎에선 이번 인사 파문을 시작으로 '남재준 사람들'과 '김장수 라인'이 전면전을 벌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김 실장에게 아직 앙금이 남아 있는 남 원장 쪽에서 먼저 선전포고를 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국정원이란 방대한 조직을 갖고 있는 남 원장은 '인사권' 면에서 김 실장보다 월등하다. 최근 국정원의 숨은 실세로 꼽히고 있는 해병대 준장 출신 P씨가 대표적인데 남 원장은 앞으로 군 장성 출신을 꾸준히 요직에 앉힐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 같은 맥락에서 보면 청와대가 왜 계속 김 장관을 유임시키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고 한 관계자는 귀띔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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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