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무사발 '군란' 막전막후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11.12 10:4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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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기관 두고 피 말리는 고지전

[일요시사=사회팀] 군 기밀 정보의 보고인 기무사 수장의 갑작스런 경질을 놓고 남재준 국정원장과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간의 파워게임이 있었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다. 박근혜정부 육사 전성시대의 두 주역인 남 원장과 김 실장의 힘겨루기는 자칫 파벌 싸움으로까지 확대될 수 있어 정국은 지금 폭풍전야다. 또 두 장성을 컨트롤하고 있는 청와대의 진짜 속내는 무엇일지 이들의 복잡한 역학구도가 피 말리는 고지전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단행된 중장급 이하 장성 인사에서 장경욱(육사 36기) 당시 기무사령관이 경질된 것과 관련 이른바 '군란(軍亂) 파동' 가능성이 조심스레 고개를 들고 있다.

기무사 둘러싼
파워게임 고개

군 관계자 및 복수 매체 보도에 따르면 군 정보기관의 요체인 기무사의 새로운 수장으로는 육군본부(이하 육본) 소속 이재수(육사 37기) 인사사령관이 낙점됐다. 이 사령관은 지난달 26일 취임식을 갖고 본격적인 조직 장악에 나섰다.

그런데 기무사 재편 과정에서 장 전 사령관이 물러난 모양새가 심상치 않았다. 김대중정부 이후 기무사령관의 중도 경질 사례는 전무했고, 김영삼정부 역시 1993년 군 사조직인 '하나회'를 숙청하는 과정에서 김도윤(육사 22기) 당시 기무사령관을 내친 것 빼고는 칼을 빼든 전례가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김 전 사령관은 전화 한 통에 스스로 옷을 벗었지만 장 전 사령관은 본인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교체된 상황이라 뒷말은 더 했다. 급작스러운 교체의 배경을 둘러싸고 정치권 및 언론계에선 이른바 '박지만 보고서'가 언급됐다.


'박지만 보고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육사 37기) EG회장의 동향 및 정치적 불안요소 등을 담은 보고서로 소개됐다. 장 전 사령관을 비롯한 군 정보라인이 일종의 '충성 경쟁' 차원에서 "박 회장의 이런 점들을 조심하십시오"라고 청와대에 직보한 게 오히려 박 대통령의 노여움을 샀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기자가 만난 한 군 관계자는 '박지만 보고서'의 존재 가능성에 대해 고개를 저었다. 그는 "신임인 이 사령관과 박 회장이 육사 동기이고, 친분이 있다는 점 때문에 박지만의 이름이 나온 것 뿐"이라며 "'박지만설'은 확인되지 않은 소설로 판명났다"고 전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한 관계자 역시 "제정신이라면 그 보고서를 청와대에 내밀었겠냐"며 "보고서가 있다고 해도 그 실체를 밝혀내는 건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라고 말했다.

20년 만에 기무사령관 중도 경질…육사 파워게임
군인사 주도권 놓고 '남재준 vs 김장수' 대립각

그렇다면 장 전 사령관은 왜 부임 6개월여 만에 경질된 것일까. 겉으로 드러난 이유는 부적절한 인사 개입이지만 그 내막엔 남재준(육사 25기) 국정원장과 김장수(육사 27기)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간의 파워게임이 있었다는 게 정설이다.




남 원장이 추천한 것으로 알려진 장 전 사령관의 '항명'을 '김장수 라인'인 김관진(육사 28기) 국방부장관이 제압한 게 사건의 본질이란 것. 때문에 남 원장과 김 실장의 오랜 라이벌 구도가 정계 안팎에서 회자되고 있다.

남재준 인사청탁
김장수 묵묵부답


육사 선후배인 둘의 관계가 껄끄러운 라이벌로 굳어진 배경에는 군 인사권을 둘러싼 주도권 다툼이 꼽히고 있다. 남 원장과 김 실장은 서로 각각의 측근들을 중용하기로 유명한데 '육사 선배인 남 원장이 참여정부 때 자기 사람들을 내친 김 실장을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다'는 소문은 여러 언로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

사건은 지난 2004년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서울 용산구 국방부 서문에 있는 장교 숙소 '국방 레스텔' 지하 주차장에선 10여부의 괴문서가 발견됐다. 한 달 전 있었던 육군 장성 진급 심사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는 투고였다.

이에 군 검찰은 군 장성 진급 비리 수사에 착수했다. 그리고 수사 과정에서 군 검찰은 남 원장(당시 육군참모총장)의 인사 개입을 의심할 만한 정황을 포착했다. 육본 인사참모부 캐비닛에서 비밀 문건을 발견한 것이다.

관련 보도 등에 따르면 육본의 인사관리처장은 남 원장의 지시로 준장 진급 대상자 17명의 서류를 위조했다. 대신 남 원장과 가까운 사이의 인물들은 대거 진급 대상자로 내정됐다. 때문에 남 원장이 육군 내 비밀 사조직을 가동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흘러나왔다.


하지만 남 원장은 자신에게 씌워진 모든 의혹을 부인하며 전역지원서를 제출했다. 메머드급 인사 비리와 관련해 자신의 결백을 강조하기 위한 제스처였다. 이 때 남 원장의 후임으로 내정된 신임 육군참모총장이 바로 김 실장(당시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이었다.

2005년 4월 계룡대에서 열린 육군참모총장 이·취임식에서 남 원장은 김 실장과 정치적인 거래를 성사시키고자 했다. 자신과 가까운 몇몇 간부들에 대해 "구제해 달라"며 사실상의 진급 청탁을 했던 것이다.

하지만 김 실장은 남 원장의 인사 청탁을 "내가 왜 구제해야 하냐"며 거절했고, 이어진 진급 심사에서 남 원장이 지목한 간부들을 배제했다. 선배인 남 원장의 입장에선 두 기수나 낮은 후배에게 잊지 못할 수모를 당한 셈이다.

이후 김 실장은 육군참모총장을 거쳐 국방부 장관으로 영전했다. 참여정부 시절 '꼿꼿장수'란 별명을 얻은 그는 국방·안보 분야에서 독보적인 능력을 인정받으며 퇴임 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비례대표로까지 영입됐다.

하지만 김 실장이 두 번의 정권을 거치며 승승장구했던 것과 달리 남 원장은 권력의 중심에서 배제됐다. 이른바 '김장수 라인'이 뜨면서 상대적으로 덜 유연한 '남재준 사람들'이 일종의 박탈감을 느꼈다는 해석도 있다. 

실제로 지난 대선 과정에서 김 실장은 박근혜 캠프의 국민행복추진위 국방안보추진단장을 맡아 내부에서 활동했지만 남 원장은 국방안보특보라는 일종의 명예직을 맡아 외부에서 자문을 해주는 역할에 그쳤다.

더구나 국방부의 수장인 김 장관 역시 '김장수 라인'에 근접했다는 평가가 나오자 일부 언론은 '김장수 대세론'을 공공연히 했다. 그러나 정작 뚜껑을 열자 먼저 치고나간 사람은 남 원장이었다.

칼을 간 남재준
김장수 겨눴다?


박근혜정부 초대 국정원장으로 내정된 남 원장은 검찰이 주도한 봄·여름 정국에서 유독 존재감을 드러냈다. NLL 파문, 통합진보당 내란음모 사태 등 굵직한 공안 사건은 물론이고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아들 의혹 폭로에도 개입하면서 난맥상을 드러낸 박근혜정부의 '호위무사'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는 평가다. 

특히 여권 입장에서 '신의 한수'로 불린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는 참여정부 시절 국방부 장관을 지낸 김 실장에게까지 여파를 미쳤다. 막후에서 재기를 준비한 남 원장의 '화려한 귀환'은 '김장수 대세론'을 일거에 무너뜨렸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며 '공안 드라이브'를 걸던 남 원장에게 뜻밖의 변수가 생겼다. 남 원장과 공조 체제를 구축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기무사의 수장이 급작스레 교체된 것이다.

무엇보다 그 시점이 오묘했다. 김 실장이 방미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출국한 날은 10월23일이었는데 기무사령관 인사가 단행된 날은 10월25일이었다. 국방·안보분야 인사와 관련해 사실상의 승인권자인 김 실장이 자리를 비운 사이 군내에서 가장 중요한 권력기관의 수장이 교체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군 관계자는 "전임인 장 전 사령관이 전·현직 장성들을 대상으로 사생활을 뒷조사하는 한편 동향보고를 명목으로 수집한 정보를 청와대에 직보하는 등 인사에 개입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즉 이번 경질은 장 전 사령관이 지휘계통을 무시했기 때문에 벌어진 문책성 인사란 설명이다.

청와대 직보에 '불끈' 김관진이 장경욱 쳐내
국정원 틀어쥔 남재준 vs 기무사 장악한 김장수

그러나 기무사의 첩보 수집은 통상 업무란 점과 청와대 직보 역시 절차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군 안팎의 관심은 기무사가 직보한 '내용'에 쏠렸다. 이 과정에서 확인되지 않은 첩보가 생성됐고, '박지만 보고서'와 같은 각종 '설'이 난무했다.


기무사와 관련한 온갖 의혹들이 꼬리를 물었던 지난 1일 김 장관은 국회 국정감사에 나와 작정한 듯 불씨를 지폈다. 이번 경질의 배경을 묻는 질문에 대해 "장 전 사령관은 원래 대리 근무 체제였다. 관찰해보니 기무사를 개혁하고 발전시킬 만한 자질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있었다"고 말한 것.

공식석상에서 현직 장관이 인사 대상자를 특정하며 노골적으로 깎아내린 건 이례적인 일이다. 그러자 참고 있던 장 전 사령관도 포문을 열었다. 그는 지난 2일 언론을 통해 김 장관의 '편파 인사'를 정면으로 반박하며 직격탄을 날렸다.

장 전 사령관은 인터뷰에서 "올 4월 군 장성급 인사 당시 김 장관의 인사 절차와 방식에 대해 내부 불만과 비판 여론이 많다는 보고를 받았다"며 "확인 결과 상당 부분 맞는 얘기였기 때문에 청와대에 그런 여론과 분위기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또 "장관의 독단 등을 견제하는 것은 기무사의 고유 임무이고 과거 사령관들도 청와대에 보고를 해왔다"는 해명으로 이번 인사가 '보복성 인사'임을 분명히 했다.

이에 김 장관 측은 맞불을 놨다. 지난 3일 한 언론을 통해 "김 장관이 장 전 사령관에게 그간 음성적으로 해왔던 군내 동향보고를 철폐할 것을 지시했으나 장 전 사령관이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밝힌 것이다.

아울러 김 장관 측은 "기무사가 수집된 정보로 다른 기관과 거래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며 "기무사령관의 역할은 국방부장관의 지휘권을 보장하는 데 충실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장 전 사령관을 아는 인사들은 여전히 그가 김 장관에게 '찍어내기'를 당했다는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장 전 사령관의 청와대 직보는 김 장관을 흔들기 위한 정략이 아닌 특정 인맥의 인사 전횡을 견제하기 위한 소신에 가깝다는 것. 실제로 장 전 사령관이 물러난 이후의 상황을 보면 이들의 주장에 일리가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지난 3일 김 장관은 기무사 개혁이란 카드를 꺼내들었다. 개혁의 골자는 기무사의 광범위한 군내 동향 수집 및 음성적인 윗선 보고 관행 철폐였다. 하지만 이번 기무사 개혁의 방점은 국방부장관이 군 정보라인을 직접 컨트롤하겠다는 뜻으로 읽혔다.

따라서 장 전 사령관의 옷을 벗긴 뒤 그의 참모와 부하들까지 차례로 방출한 것도 결국은 정보라인을 장악하기 위한 시도로 해석되고 있다. 장 전 사령관은 합참 정보생산처장, 합참 군사정보부장 등을 거친 대표적인 '정보통'이다.

그리고 기무사 개혁을 부르짖는 김 장관 뒤에는 '김장수 라인'이 존재한다. 남 원장에게 국정원을 내준 '김장수 라인'이 군내 정보라인까지 뺏길 경우 정국의 주도권을 완전히 내줄 수 있어 사전에 이를 장악했다는 것이다.

김기춘 묵인
독주는 없다

여기서 청와대의 스탠스가 눈길을 끈다. 이번 인사는 표면적으로 김 장관이 주도했지만 청와대 인사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기춘 비서실장의 암묵적인 동의가 있었다는 게 중론이다.

전직 장성급 출신 관계자의 진술도 이를 뒷받침한다. 그는 "기무사령관은 국방부 장관이 함부로 끌어내리는 자리는 아니다"라며 "청와대의 승인 없이 장 전 사령관을 찍어내긴 힘들 것"이라고 조심스레 말했다.

일각에선 "'김장수 라인'의 적통인는 박흥렬(육사 28기) 청와대 경호실장의 역할론도 제기된다. 현역 시절 '인사통'으로 이름 높았던 박 실장의 명성을 고려한 추측이다.

하지만 가장 설득력 있는 분석은 역시 '남재준 견제론'이다. 좀처럼 권력의 독주를 허용하지 않는 박 대통령이 남 원장의 힘이 비대해질 것을 우려, 이번엔 김 실장 쪽에 힘을 실어줬다는 해석이다. 바꿔 말하면 청와대가 남 원장과 김 실장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고 있다는 얘기도 된다.

그러나 군 안팎에선 이번 인사 파문을 시작으로 '남재준 사람들'과 '김장수 라인'이 전면전을 벌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김 실장에게 아직 앙금이 남아 있는 남 원장 쪽에서 먼저 선전포고를 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국정원이란 방대한 조직을 갖고 있는 남 원장은 '인사권' 면에서 김 실장보다 월등하다. 최근 국정원의 숨은 실세로 꼽히고 있는 해병대 준장 출신 P씨가 대표적인데 남 원장은 앞으로 군 장성 출신을 꾸준히 요직에 앉힐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 같은 맥락에서 보면 청와대가 왜 계속 김 장관을 유임시키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고 한 관계자는 귀띔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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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