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정설' 검찰총장 인선 관전포인트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10.21 15:4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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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대로 '착착' 청와대 복심은?

[일요시사=사회팀]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후임 임명을 위한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가 모두 14명의 후보군을 추린 가운데 '포스트 총장'을 놓고 청와대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검찰 장악을 노리는 청와대와 정치권력의 쓴 맛을 본 검찰의 엇박자는 이번에도 계속될까.




지난 8월 서울 강남의 한 유명 일식집. 곽상도(15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강효상 조선일보 편집국장이 비밀 회동을 가졌다는 소문이 퍼졌다. 채동욱(14기) 당시 검찰총장을 몰아내기 위해 청와대와 조선일보가 '합작'을 했다는 이 의혹은 정가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차기 검찰총장
스킨십 있었나

지난 1일 민주당 신경민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긴급현안질의에서 "곽 전 수석이 (미리 수집한 채 총장의) 정보를 들고 강 국장을 만났다"며 "곽 전 수석이 '채 총장은 내가 날린다'고 말했다"고 폭로했다.

신 의원의 발언에 따르면 곽 전 수석은 서천호 국가정보원 제2차장에게 채 총장의 사생활 자료를 요청했다. 그리고 서 차장은 국정원이 아닌 경찰을 통해 정보를 수집했으며, 곽 전 수석은 대구 대건고 동문이었던 강 국장에게 자료를 건넨 것으로 복수 언론이 보도했다.

그러나 사건 당사자들은 관련 발언의 진위여부를 놓고 "사실무근"이라며 의혹을 일축했다. 채 총장을 찍어내기 위해 청와대가 개입한 사실은 없다는 것. 하지만 <조선일보> 보도 내용의 수준을 놓고 봤을 때 국가기관이 적극적으로 정보를 제공했을 것이란 추측은 '팩트'에 가까웠다.


지난 9월 채 전 총장의 혼외아들 의혹이 대서특필되자 배후세력을 놓고 뒷말이 무성했다. 당시 국회 한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미 후임 총장 후보군은 어느 정도 선에서 정리된 것으로 보인다"며 "'그 사람'의 이름이 언로를 통해 밝혀진다면 채 전 총장(당시 총장)을 흔든 세력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차기 총장 이미 선택? 김기춘 배후설 제기
'채동욱 색깔' 지우기…5대 권력기관 장악

채 전 총장의 혼외아들 의혹 보도와 함께 <조선일보> 보도에 협조한 몇몇 검사들은 "청와대와 사전 스킨십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았다. 특히 황교안(13기) 법무부장관과 국민수(16기) 법무부차관 등이 지난 8월부터 채 전 총장의 자진사퇴를 유도했다는 정황을 봤을 때 '차기 총장 내정설'은 유력해보였다.

'채동욱 사태'의 배후세력으로 지목된 인물은 바로 김기춘(고등고시 12회) 청와대 비서실장이다. 김 실장은 박근혜정부의 '왕실장'이자 정부 각 기관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인물로 불린다. 정치권 안팎에선 현 정국을 실질적으로 주도하고 있는 인물은 김 실장이란 얘기가 끊이지 않는다. 실제로 김 실장 부임 후 5대 권력기관(검찰, 경찰, 국세청, 감사원, 국정원) 중 2곳의 수장이 쫓기듯 조직을 떠났다.

그러나 김 실장은 지난 4일 국회 운영위원회를 방문한 자리에서 "청와대가 그 일(채 전 총장 찍어내기)에 관여하거나 개입한 일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또 "(이번 일은) 국가 고위공무원의 사생활, 품위, 도덕성의 문제이지 정치적 의미는 없다"고 덧붙였다.

왕실장 김기춘
검찰도 손보나

하지만 전두환 군사정권이 몰락한 뒤 첫 임기제 검찰총장을 역임했던 김 실장의 파워는 검찰 전반에 미치고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두 달 전 김 실장이 허태열 전 비서실장을 밀어내며 깜짝 발탁된 배경에도 '검찰 손보기'가 있었다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김 실장이 복귀할 무렵 검찰 안팎에선 "채 총장이 곧 물러날 것"이란 설이 파다했다. 정치권에선 "채 총장이 민주당 모 의원과 자주 통화하는 등 야당과 더 친해 정권 입장에서 부담"이란 말도 들렸다. 그리고 채 전 총장은 실제로 옷을 벗었고, 모두의 시선은 김 실장에게 쏠렸다.

채 전 총장의 후임으로 물망에 오른 후보는 모두 14명이다. 지난 15일 검찰총장후보자추천위원회(이하 총추위)는 신임 총장 후보로 검찰 전직 간부 11명과 현직 간부 8명 등 모두 19명을 추천했으며, 이중 인사 검증에 동의한 14명의 후보군을 추렸다.

법무부 장관을 지낸 김종구(3기) 위원장 등 9명으로 구성된 총추위는 오는 24일 전체 회의를 앞두고 있다. 총추위는 다가올 회의에서 무기명 비밀투표를 통해 총장 후보를 3명으로 압축하게 된다. 3명의 후보는 다시 법무부 장관에게 추천되고, 법무부 장관은 이들 중 1명을 총장 후보자로 대통령에게 제청한다.

그런데 이 같은 과정을 거쳐 인선된 최초의 검찰총장이 바로 채 전 총장이다. 또 채 전 총장 인선 당시 검찰총장 인선 작업에 관여한 것으로 의심받았던 인물은 다름 아닌 김 실장이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채 전 총장이 이렇게 굴욕적인 퇴진을 할 것이라 예측했던 사람은 많지 않았다.

올 2월 초 총추위는 채 전 총장(당시 서울고검장)과 김진태(14기) 전 대검차장(당시 총장대행), 소병철(15기) 법무연수원장(당시 대구고검장) 등 3명을 총장 후보로 법무부에 추천했다. 검찰 내부에서 추천된 인사를 정부기관인 법무부가 인선하는 방식은 검찰 독립성을 위해 도입된 것이다.

하지만 청와대의 속내는 달랐다. 어느 정도 정권과 말이 통하는 인사를 총장에 앉히고 싶어 했다. 안창호(14기) 헌법재판소 재판관과 김학의(14기) 당시 대전고검장이 총장 후보로 고려됐다. 그러나 총추위는 두 사람 모두를 탈락시켰다. 때문에 청와대에서 총추위에게 "후보를 다시 올리라"고 압박했다는 얘기가 공공연했다. 하지만 총추위를 다시 열 방법은 없었다.

그리고 이때 당시 "김기춘의 의중이 김진태에게 쏠려있다"는 첩보가 나왔다. "채동욱에게 내연녀가 있다"는 첩보가 나온 시점도 이와 비슷하다. 앞서 김 실장은 황 장관과 정홍원 국무총리 등을 추천한 막후권력으로 거론됐다. 또 황 장관과 정 총리 모두 공안라인이란 점은 '김기춘 배후설'에 힘을 실었다.

김 실장이 법무부 장관을 역임할 때 김 전 차장은 법무부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 김 실장과 김 전 차장 모두 경남 출신이란 점도 둘의 돈독한 관계를 가늠케 했다. 하지만 세 후보 중 최종 후보가 된 건 결국 채 전 총장이었다.

지난 2월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의 낙마 등 인사 문제로 곤욕을 치렀던 청와대는 큰 결격 사유가 없던 채 전 총장을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받아들였다. 당시 한 법사위 관계자는 채 전 총장의 인선 배경을 놓고 "소 원장은 병역면제를 받았다는 점, 김 전 차장은 지난 정권 때의 인물이란 점이 고려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임명장을 주고도 채 전 총장이 못 미더웠던 청와대는 김 전 고검장을 법무부 차관에 임명하는 파격을 감행했다. 때문에 "청와대가 채 전 총장을 견제하려 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하지만 김 전 고검장은 '별장 성접대 의혹'으로 취임 6일 만에 사퇴했다. 청와대의 '검찰 접수'에 제동이 걸린 격이었다.

권력기관 장악
액션플랜 가동

그런데 '별장 성접대 의혹'은 거꾸로 경찰 조직 개편의 도화선이 됐다. 박근혜정부는 지난 3월 중순 김기용 경찰청장을 전격 경질하며 권력기관 장악의 스타트를 끊었다.

이후 박 대통령은 남재준 국정원장(당시 전 육군참모총장)을 신임 국정원장으로 김덕중 국세청장(당시 중부지방국세청장)을 신임 국세청장으로 각각 임명했다. 채 전 총장까지 포함하면 5대 권력기관 중 3개 권력기관의 장을 새로 임명한 것이다. 여기에 이성한 경찰총장까지 새로 내정되며, 청와대는 모두 4개 기구의 수장을 교체하게 됐다.


하지만 청와대와 유독 '코드'가 맞지 않았던 양건 전 감사원장과 채 전 총장은 김 실장 부임 후 쫓기듯 물러났다. 정권 초 임기를 약속받았던 양 전 원장은 감사원 인사문제를 놓고 청와대와 갈등을 빚었다는 소문이 파다했으며, 채 전 총장 역시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수사과정에서 현 정권의 눈 밖에 났다는 게 정설이다.

그래서 이번 총장 인선을 앞두고 청와대와의 호흡이 우선이란 얘기가 나온다. 현 정부 입장에서 권력기관의 핵심인 검찰을 장악하지 못하면 '채동욱 체제' 때처럼 엇박자가 날 수도 있는 까닭이다. 그리고 권력기관 장악의 총대를 멘 김 실장이 어떤 형태로든 검찰총장 인선에 개입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는 점차 확대되고 있다.

총추위가 천거한 14명의 후보 중 현재 검찰총장 직무 대행을 맡고 있는 길태기(15기) 대검 차장은 인선 가능성이 낮다는 시각이다. 특수 수사통 출신으로 채 전 총장을 보좌했던 길 차장은 청와대가 추진하고 있는 '채동욱 색깔' 지우기에 부합되지 않는다는 평이다.

때문에 길 차장의 동기이자 현직에 있는 소 원장의 인선 가능성이 특히 주목된다. 공안·기획통인 소 원장은 지난 1998년 '북풍사건'을 합동수사한 경력을 갖고 있으며, 대구고검장 재직 시 TK 출신들과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무엇보다 박근혜정부가 공안라인을 우대하고 있는 현 상황은 소 원장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회 한 관계자는 "소 원장의 고향이 전남 순천인데 VIP(대통령)께서 달가워하시겠냐"며 인선 가능성을 낮게 내다봤다. 더불어 척추 탈구로 병역면제를 받았던 소 원장의 이력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논란이 될 수 있다.

소 원장과 같은 기수인 석동현(15기) 전 서울동부지검장은 지난해 말 '성추문 검사' 사건이 터지자 책임을 지고 용퇴한 전력이 있다. 공안통이란 점과 검찰 내부 평가가 원만하단 점은 소 원장과 같지만 현직에 없다는 점이 고려될 것으로 보인다. 역대 검찰총장 중 현직 밖의 영입은 김대중정부 때 발탁된 이명재 변호사(1기)가 최초이자 마지막이었다.


김진태·노환균·소병철·석동현 경합
10·11기 불러오고 황교안 내칠 수도

검찰 관계자 등에 따르면 신임 검찰총장은 연수원 13기 아랫기수에서 추천될 가능성이 높다. 통상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을 지휘하는 위치기 때문에 장관보다 선배를 총장으로 기용하는 건 검찰 문화와 맞지 않는다. 때문에 복수 관계자는 14∼16기 중 검찰총장이 나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앞서 총추위는 국 차관 등을 포함한 16기 후보 5명을 천거했다. 하지만 16기에서 총장이 나올 경우 관행상 총장을 제외한 12명의 간부급 검사가 대거 사퇴할 것으로 보여 이에 따른 수사 공백이 예고된다. 따라서 16기보단 15기의 인선 가능성이 높으며, 김 전 차장이 포함된 14기의 인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김 전 차장에게는 나이란 장벽이 있다. 황 장관보다 기수는 1년 늦지만 나이가 다섯 살이 많아 황 장관이 컨트롤하기엔 부담스럽다는 지적이 지난 총추위에서도 제기된 바 있다. 만약 김 전 차장이 인선된다면 자연스레 김 실장의 역할론이 대두될 가능성이 높다.

또 한 명의 다크호스는 노환균 전 법무연수원장(14기)이다. 노 전 원장은 지난 3월 채 전 총장이 신임 총장에 지명되자 김 전 차장과 함께 사표를 제출한 후 검찰을 떠났다. 하지만 노 전 원장은 지난 11일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의 피고인인 민병주 전 국정원 심리전단장의 변호인으로 이름을 올리며 "현 정권에 코드를 맞추겠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비록 외부 인사지만 향후 인선 과정에서 박근혜정부의 색깔과 가장 잘 부합하는 인사란 점은 반드시 고려될 것으로 보인다.

올드보이 귀환?
황교안은 아웃?

현재까지 상황 등을 종합했을 때 차기 검찰총장은 결국 소 원장과 석 전 지검장, 김 전 차장과 노 전 원장이 경합할 것으로 관측된다. 단 3명의 후보군 중 1명은 총장대행을 맡고 있는 길 차장의 몫이 될 확률이 높다. 만약 길 차장이 후보군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다면 차기 총장 인선 전의 리더십 공백 문제가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황 장관 경질(혹은 경질 예정)과 같은 돌발변수가 발생한다면 황 장관보다 윗기수인 김태현(10기) 전 법무연수원장과 박상옥(11기) 전 서울북부지검장도 발탁 가능성이 있다. 다시 말해 10∼11기가 검찰총장이 되도 신임 법무부장관을 총장보다 윗기수로 인선한다면 '올드보이'의 귀환이 아예 불가능하진 않다는 설명.

더불어 황 장관의 동기인 박용석(13기) 전 대검 차장과 차동민(13기) 전 서울고검장의 존재는 경우에 따라 황 장관의 목줄을 죌 수 있을 전망이다.


강현석 기자<angeli@ilyosisa.co.kr>

 


[총추위 위원은?]

<당연직 위원>
▲김주현 법무부 검찰국장
▲권순일 법원행정처 차장
▲위철환 대한변호사협회장
▲배병일 한국법학교수회장
▲신현윤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

<비당연직 위원>
▲문창극 고려대 석좌교수
▲이영란 숙명여대 교수
▲정갑영 연세대 총장
▲김종구 전 법무부 장관 (총추위 위원장)

 

[검찰총장 후보 14인 명단]

▲10기 김태현 전 법무연수원장(58·대구)
▲11기 박상옥 전 서울북부지검장(57·경기)
▲13기 차동민 전 서울고검장(54·경기)
▲13기 박용석 전 대검 차장(58·경북)
▲14기 노환균 전 법무연수원장(56·경북)
▲14기 김진태 전 대검 차장(61·경남)
▲15기 길태기 현 대검 차장(55·서울)
▲15기 소병철 현 법무연수원장(55·전남)
▲16기 국민수 현 법무부차관(50·대전)
▲16기 임정혁 현 서울고검장(57·서울)
▲16기 조영곤 현 서울중앙지검장(55·경북)
▲16기 김현웅 현 부산고검장(54·전남)
▲16기 이득홍 현 대구고검장(51·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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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의 한 지역구에서 특정 당의 당원 명부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총선, 지방선거 등을 치르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당 관계자의 업무용 노트북에 담겨있던 정보가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올림픽 육상 100m 경기를 생각해 보자. 8개 레인에 각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선다. 이 선수들은 국내 선발전에서 1등을 차지했을 것이다. 국가대표로 뽑힌 선수는 올림픽에 출전해 예선을 치르고 결승에서 금메달을 다툰다. 0.01초 차이로 메달 색깔이 달라지는 경기에서 승자는 늘 단 1명뿐이다. 치열한 공천 경쟁 선거는 올림픽보다도 더 확고한 ‘승자 독식’ 구조다. 올림픽에선 2등에게 은메달, 3등에게 동메달이라도 주지만 선거에서 2등은 꼴찌와 같다. 당선자는 후보자에서 국회의원, 시·군·구의원, 구청장·군수, 시·도지사 등으로 신분 상승이 이뤄진다. 명예와 권력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는 자리로 순식간에 올라가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선거에 출마하려는 후보들은 당선 가능성이 큰 자리로 몰린다. 어떤 경기든 일단 출발선에 서야 경쟁을 할 수 있듯, 선거에서 공천은 본선으로 가기 위한 1차 관문이 된다. 자리는 하나, 후보는 여럿이니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최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불거진 공천 헌금 의혹은 자리를 돈으로 사려 했다는 내용으로, 관련자는 구속됐다. 최근 서울 구로구에서 일어난 당원 명부 유출 의혹도 공천 경쟁 과정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업무용 노트북에서 수십개의 엑셀 파일이 발견됐는데 그중 일부가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였고 이름, 연락처, 거주지 등이 포함된 이 파일이 상대 당의 후보 경선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2020년 21대 총선 당시 서울 구로을 지역구에서 거물급 인사가 후보로 맞붙었다. 구로을 지역은 서울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곳이다. 17대(2004년)부터 지난 22대(2024년) 총선까지 20여년간 민주당이 이겼다. 민주당(당시 통합민주당)이 사상 최악의 패배를 당한 18대 총선에서도 구로을 지역은 넉넉하게 수성한 바 있다. 업무용 노트북에서 발견 이름·연락처·거주지 담겨 구로에서만 평생 살았다는 한 시민은 “선거 때마다 텃밭, 험지 이런 말을 많이 쓰지 않나. 구로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사지’다. 민주당이 아주 꽉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총선 등에서 민주당 후보가 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몇몇 인사들은 바닥부터 훑어가며 선거를 준비한다. 민주당은 21대 총선 때 구로을 지역 후보로 윤건영 의원을 전략공천 형태로 낙점했다. 윤 의원은 당시 문재인정부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맡고 있었다. 현재까지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복심으로 불린다. 국민의힘은 서울 양천을 지역에서 내리 3선을 지낸 김용태 전 의원을 ‘자객’ 공천했다. 민주당의 독식으로 관심 지역에서 벗어나 있던 구로을이 순식간에 ‘격전지’로 떠올랐다. 문제는 구로을 지역 총선 출마를 준비하던 예비후보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민주당 조규영 전 서울시의원의 반발이 거셌다. 조 전 시의원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서울 비례대표로 정치권에 입성, 이후 구로2선거구에서 서울시의원으로 재선했다. 조 전 시의원은 최소한 경선은 치를 수 있게 해달라며 민주당의 전략 공천을 비판했다. 당시 조 전 시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지역 당원 수보다 더 많은 권리당원을 모았다. 열심히 뛰었다. 누구와 경쟁하든 경선에서 이길 자신이 있었다”며 “그러나 결과는 낙하산 공천이었다. 저는 특혜나 찬스를 원하지 않았다. 공정한 경선만을 바랐다. 낙하산 공천은 공정하지도 않고 본선 경쟁력도 없다”고 강조했다. 어디에 사용했나 조 전 시의원은 노숙 단식까지 해가며 경선을 촉구했지만 결국 낙천했다. 이후 다른 선거에도 출마하지 않았다. 잊히는 듯했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최근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업무용 노트북에서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표기된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발견된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원들의 이름과 연락처, 행정동 등이 기재된 엑셀 파일은 ‘(보안철저)저쪽디비’ 폴더에 담겨있었다. 해당 파일의 ‘구분’ 부분에 ‘조규영 일반 당원’이라고 표기돼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맞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에 민주당 구로을 국회의원 예비후보였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기재돼있다는 점에서 의심이 촉발됐다. 동시에 누가 노트북에 해당 파일을 옮겼는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문서가 발견된 노트북은 2020년 총선 과정에서 당원협의회에 업무용으로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만 사용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구로구의회에 입성한 A 구의원이 해당 노트북을 사용했다. A 구의원은 2022년 국민의힘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여성부장을 맡은 이력도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문제의 노트북은 A 구의원이 여성부장으로 활동할 무렵 사용했다가 후임자에게 넘겼다. 그는 “이후 여성부장이 바뀔 때까지 쭉 A 구의원이 가지고 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쉬쉬하다 이제서야 눈여겨볼 대목은 A 구의원의 이력이다. 그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비례대표 순번을 받아 당선됐지만, 2020년 총선 때까지만 해도 민주당 조 전 시의원을 보좌하는 수행비서 역할을 했다. 실제 조 전 시의원이 예비후보로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 곳곳에서 A 구의원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A 구의원은 조 전 시의원 낙천 이후 김용태 전 의원 배우자의 수행비서로 발탁됐다. 김 전 의원의 측근이 A 구의원을 추천한 것으로 안다”며 “2020년 총선에서 김 전 의원이 낙선하고 당협위원장으로 있을 당시 A 구의원이 비례대표로 공천받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측 정치인을 수행했던 인사가 국민의힘 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한 데 이어, 그가 직접 사용한 노트북에서 자신이 보좌했던 사람의 이름으로 파일명이 기재된 국민의힘 당원 명부가 발견된 셈이다. A 구의원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를 민주당 측에 유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대목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A 구의원이 조 전 시의원을 수행할 당시 지역구 경선을 대비해 당원 명부를 입수한 게 아닌가 싶다”며 “당시 경선까지 진행되지 않았기에 당원 명부가 실제 사용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문서를 가지고 있었다는 자체만으로도 의아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사실 이 문제는 올해 1월경에 처음 드러났다. A 구의원이 당원협의회에 노트북을 반납하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해당 폴더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쉬쉬’하다가 최근에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당협 회의에서 논의 A 구의원 “문제없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A 구의원의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지난 1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에서 논의됐다. 해당 의혹이 구로 지역에서 확산하자 A 구의원이 먼저 이 문제를 먼저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당원협의회 회의에 참석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 위원은 ‘덮고 가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문제가 불거지면 지방선거를 망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일부 관계자가 “심각한 개인정보 유출” “해당 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조사를 요청했지만 그 수가 많지 않아 관철되지 않았다. 회의에 참석한 한 위원은 “선거를 치르다 보면 당원 명단이 일부 흘러 다니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이렇게 명부가 통째로 유출되는 건 심각한 일”이라며 “명백한 해당 행위다. 자체 조사를 통해 징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 규정 제20조(징계사유)에 따르면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를 했을 때 ▲현행 법령 및 당헌·당규·윤리 규칙을 위반해 당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행위의 결과로 민심을 이탈케 했을 때 등의 사유로 징계할 수 있다고 돼있다. 해당 관계자는 A 구의원의 행위가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해당 행위? 징계 가능성? A 구의원은 해당 의혹은 전부 해명됐다는 입장이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당협 회의에서 이 문제가 논의됐는데 문제없다고 결론 났다.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일고의 논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의혹을 언급한 제보자에게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등으로 조치할 수 있다는 점을 전해 달라”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