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길 포기한' 희대의 패륜 살인마들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9.30 14:3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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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말세"라더니…툭하면 존속살인 참극

[일요시사=사회팀] 올 초 전국을 충격에 빠뜨린 '전주 일가족 살인사건'에 이어 최근 '인천 모자 살인사건'까지 터지며 패륜범죄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작금의 패륜범들은 태어날 때부터 악마였던 것일까. 세상을 경악시킨 희대의 패륜범들을 되짚어봤다.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인천 모자 실종사건'은 유력 용의자인 차남 정모(29)씨가 구속되면서 수사가 일단락된 모양새다. 정씨의 도박 빚을 비롯한 금전적 문제가 주 범행 동기로 부각된 가운데 가정 내 보이지 않는 불화도 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정씨는 자신의 어머니 김모(58)씨와 형 정모(32)씨를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을 봤을 때 차남 정씨의 실형은 불가피해 보인다. 하지만 이를 지켜보는 뒷맛은 영 개운치 않다. 아직 우리 사회엔 '제2의 정씨'가 너무 많은 까닭이다.

끊이지 않는
친족 살해

최근 경찰청이 발간한 '2012년 경찰범죄통계'를 보면 지난해 발생한 살인범죄(미수 포함)는 모두 955건. 이중 존속살인은 50건으로 전체 살인범죄의 5% 수준이다.

이는 학계에 보고된 영미권 국가의 존속살인 비율 1∼2%(영국 1%·미국 2%)보다 높은 수치로 한국 특유의 폐쇄적인 가족 문화가 범죄 발생률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살인죄로 검거된 1056명의 범죄자 중 피해자와 동거친족 관계에 있는 인원은 207명이었다. 살인 전과자 5명 중 1명은 가족을 상대로 살인을 하거나 이에 준하는 범죄를 모의했다는 얘기다.

특히 피해자가 실제 사망에 이른 411건(살인미수 제외)의 '기수사건' 중 친족 살인혐의로 체포된 범죄자는 무려 117명으로 파악됐다. 전체 검거자가 446명인 것을 감안하면 4명 중 1명은 자신의 부모나 형제 혹은 자녀를 살해한 셈이다. 이는 통계상 2위를 기록한 타인(87명)보다 월등히 많은 수치고, 애인(47명)이나 지인(42명)과 비교해도 3배에 가까운 결과다.

'인천 모자 실종사건' 차남 범행 일단락
검거 살인범 4명 중 1명은 가족 '충격'

이처럼 최근의 통계 자료는 많은 수의 살인이 가족과 혈육 간에 발생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를 두고 일부 전문가들은 "부모를 상대로 한 패륜범죄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며 우려를 표시한다. 하지만 불행히도 존속살인의 참극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전두환정권이 들어선 1981년 5월20일, 치안본부가 발표한 보도 자료를 보면 당해 5월을 기준으로 부모를 살해한 패륜범은 모두 26명이었다. 검거된 미수범 역시 7명이나 됐다. 지금으로부터 30년 전에도 패륜범죄는 꽤 높은 비율로 발생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군부독재가 막을 내린 90년대 들어서도 패륜범죄는 줄지 않았다. 91년 29건이었던 존속살인은 92년 32건, 93년 43건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그러나 2008년 발생한 존속살인 건수가 45건이었던 것을 보면 15년 전과 비교했을 때 통계상으로 큰 차이가 없음을 알 수 있다.

돈을 목적으로
완전범죄 꿈꿔

그럼에도 사람들은 패륜범죄의 심각성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왜일까. 통상 특정 시기에 발생한 존속살인은 단순한 통계 이상의 충격을 안기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지점에서 모두를 충격을 빠뜨렸던 '희대의 패륜아'들은 묘한 공통점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부모의 돈을 목적으로 한 완전범죄를 계획했고, 범행 준비에선 치밀함을, 체포 이후엔 뻔뻔함을 보였다. 수사진조차 혀를 내두르는 이들의 잔혹한 범행은 '패륜'이란 말로도 설명이 부족했다.

이제는 패륜아의 대명사가 된 박한상(당시 23세)씨는 자신의 아버지 박모(48)씨와 어머니 조모(46)씨를 살해한 후 집에 불을 지른 혐의로 구속됐다. 지난 1994년 5월19일 벌어진 이 충격적인 존속살인사건은 당시 각 일간지 일면 머리기사에 실리며 엄청난 파장을 몰고 왔다.

1971년생인 그는 당시 저명한 한약상이었던 아버지 박씨의 3남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한상씨는 한의학과에 입학하길 바랐던 부모의 기대와 달리 지방 모 대학에 진학했는데 이는 다가올 참극의 싹을 틔었다.

박씨 부부는 서울 강남에 터를 잡은 100억원대 자산가였다. 부모덕을 본 한상씨는 당시 강남에서 소위 잘나간다는 '오렌지족'이었고, 대학생 신분으로 차를 몰고 다니며 유흥문화를 즐겼던 인물로 소개됐다.

여타 부유층 자제와 다를 것 없이 밤거리를 활보하던 한상씨는 방위 제대 후 미국 유학과 함께 나락으로 빠져들었다. 공부에 소질이 없던 한상씨를 강제로 유학 보낸 게 화근이 됐다. 한상씨는 유학생활 중 학업보다는 향락과 도박에 더 열중했다. 귀국 전엔 라스베이거스에서 3만달러(당시 환율기준 한화 2400만원)를 빚졌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박씨는 아들에 대한 심한 질책과 함께 한상씨의 귀국을 명령했다. 그리고 한상씨에게 생활비 명목으로 줬던 신용카드를 뺏음으로써 사실상의 '경제적 사형선고'를 내렸다.

아버지에게 심한 꾸중을 들은 한상씨는 3일 만에 급히 귀국했다. 하지만 한상씨의 마음속엔 이미 증오가 뿌리내리고 있었다. 그는 귀국 직후 범행에 사용할 25cm 등산용칼을 서울 종로구 장사동에서 구입했다. 또 서울 강남구 신사동 한 주유소에서 휘발유 8리터를 추가로 구입했다. 이로부터 3일 뒤 박씨 부부의 집에선 큰 불이 났다.

화재 직후 한상씨는 "집에 불이 났다"며 관계당국에 신고했다. 박씨 부부의 자택에서는 새까맣게 탄 두 구의 시신이 발견됐다. 그런데 시신이 이상했다. 두 구의 시신 모두에서 수십 차례씩 난자된 상흔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당시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은 소변을 핑계로 밖에 나갔다가 불이 난 것을 보고 도망쳤다는 한상씨의 진술을 의심쩍게 여겼다. 그러나 경찰은 친아들이 부모를 그렇게 잔혹한 방법으로 살해했을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더불어 한상씨가 갖고 있던 '미국 유학파'라는 타이틀도 무시 못 했다. 수사의 화살은 외부로 향했다.

하지만 한상씨를 치료한 병원의 간호사는 "박한상의 머리에 피가 묻었다"는 예상 밖의 증언을 했다. 또 한상씨의 친척은 "박한상의 다리에 이빨자국이 있다"는 제보를 했다. 머리에 묻은 피는 박씨 부부가 칼에 찔렸을 당시 흘린 피며, 다리의 이빨자국은 박씨가 칼에 찔린 뒤 고통에 못 이겨 한상씨의 발목을 물어뜯은 상처임이 뒤늦게 밝혀졌다. 수사망이 좁혀오자 한상씨는 거액의 유산을 노리고 범죄를 저질렀음을 자백했다.

94년 5월26일 경찰은 한상씨에 대해 존속살인 및 방화 등의 죄목을 적용해 구속기소했다. 이후 95년 8월25일 대법원은 같은 혐의로 기소된 한상씨에게 사형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한상씨가 원했던 유산은 한상씨에게 단 한 푼도 상속되지 않았으며 남은 두 명의 동생에게 반반씩 상속됐다.

준비는 치밀하게
잡히면 뻔뻔하게

'박한상 사건'의 여파가 가시지 않았던 95년 3월, 또 하나의 대형 패륜범죄가 발생했다. 대학교수였던 김성복(당시 40세)씨가 사업자금 마련을 위해 덕원예고 이사장이었던 아버지를 살해한 것이다.

이른바 '김성복 교수 사건'으로 명명된 이 패륜범죄는 피해자가 사회 지도층으로 분류된 인사였고 가해자 역시 미국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딴 엘리트였기 때문에 '박한상 사건' 못지않은 충격을 던졌다. 범행 당시 성복씨는 S대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었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성복씨는 서울 중구 신당동에 있는 아버지 김모씨의 자택에서 잠자고 있던 아버지의 목을 칼로 찔러 살해했다. 성복씨는 자신의 살인을 강도사건으로 위장했지만 이후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 성복씨는 사업 과정에서 빚을 지고 있었고 아버지가 죽으면 그 유산을 상속받아 빚을 갚으려고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아버지 장례식장에서 성복씨는 수사관을 만나 "반드시 범인을 잡아 아버지의 원한을 풀어달라"고 읍소했다. 노련한 수사관도 깜빡 속을 만한 뛰어난 연기였다. 그는 평소 추리소설을 탐독하며 완전범죄를 꿈꿨다. 성복씨는 체포 후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에서 "'형사 콜롬보'에서 봤던 장면들을 떠올리며 살인을 계획했다"고 진술했다. 학교에선 원칙주의자이자 신뢰받는 교수였던 성복씨. 그러나 그는 희대의 살인마였다.

그런데 경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새로운 사실이 밝혀졌다. 성복씨의 범행이 재산만을 노린 단순 범죄가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성복씨는 "아버지는 하늘나라에서라도 내가 왜 당신을 죽일 수밖에 없었는지 알 것"이라고 탄식했다. 그의 진술을 토대로 원한에 의한 살인 가능성이 대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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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보도 내용을 종합하면 성복씨의 아버지는 기부를 자주했고 사회적으로 모범이 된 인물이었다. 그러나 자기 소신이 너무 강해 가족들과 잦은 마찰을 빚어온 것으로 드러났다. 또 아내와 자식들을 구타하고 외도까지 일삼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 과정에서 성복씨는 "열 사람이 한 사람을 위해 살아야 한다면 그것을 어찌 가족이라 할 수 있겠는가"라고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성복씨의 어머니도 "권위적인 남편이 가족들에게 씻을 수 없는 고통을 안겼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법의 잣대는 냉엄했다.

96년 5월11일 대법원은 존속살인 혐의로 기소된 성복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그나마 사형이 선고된 한상씨와는 달리 성복씨는 수십 년간 가정폭력에 노출돼 왔었다는 점이 고려됐다. 그리고 성복씨처럼 가정폭력을 이유로 범행을 저지른 패륜범은 4년 뒤 또 다시 매스컴에 등장했다.

2000년 5월24일. 수도권에서 가장 범죄율이 낮은 도시인 과천의 한 공원. 이곳에서 아침 일찍 쓰레기 수거를 하고 있던 미화원은 봉투를 집어 올리던 중 기겁했다. 봉투 안에 담긴 사람의 발목을 본 것이다.

뒤이어 미화원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아연 실색했다. 수색 과정에서 발견된 시신은 여러 조각으로 토막 나 있었다. 손과 발, 몸통, 대퇴부, 팔뚝 등이 차례로 발견됐다. 성인 남자와 성인 여자의 시신이었다.

지문 감식 결과 죽은 남자는 해병대 중령으로 예편한 이모씨로 확인됐다. 그는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엘리트 코스를 밟은 군인이었다. 토막 난 여성은 이씨의 부인인 황모씨. 황씨 역시 명문대 정치외교학과를 나온 재원이었다.

그러나 두 사람은 부부생활 내내 그리 화목하지 못했다. 황씨는 군사정권 시절 기대만큼 성공하지 못한 이씨를 원망했다. 이씨 역시 집안일은 뒷전인 채 밖으로 나돌았다. 이들은 한 번 부부싸움을 하면 두세 달은 서로 말 한마디 하지 않고 침묵을 지켰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차남 은석씨는 부모의 지속적인 학대를 받았다.

은석씨는 평소 내성적이고 소심한 성격이었다. 그러나 은석씨는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학업에 매진했고 명문 사립대 중 하나인 K대에 입학했다. 하지만 서울대를 고집했던 부모는 은석씨를 냉대했다. 또 은석씨가 현역으로 복무하는 동안 면회 한 번 가지 않을 정도로 무관심했다.

키도 작았던 은석씨는 속칭 '왕따'의 대상이었다. 그는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보냈고 만성적인 우울증에 시달렸다. 전역 후 남몰래 다른 학과로의 전과를 준비하던 은석씨는 복학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또다시 부모에게 학대를 받았다. 참다못한 은석씨는 결국 침대 맡에 놔둔 망치를 집었다.

각방을 쓰고 있던 어머니 황씨, 아버지 이씨가 차례로 잔인하게 살해됐다. 은석씨는 부엌칼 등을 이용해 부모의 시신을 수십 조각으로 토막 냈다. 토막난 시신은 쓰레기봉투에 담겨 과천 곳곳에 버려졌다. 이중 일부는 소각됐다. 정부청사 인근 하천에선 숨진 이씨 부부의 머리가 발견됐다.

2001년 7월20일 대법원은 존속살인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은석씨에게 무기징역을 확정 판결했다. 은석씨는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았지만 성복씨처럼 가정폭력에 시달려온 점이 양형에 참작됐다.

알고보면 부모가
패륜범들 키운다

앞서 밝혔듯 패륜범죄는 거의 매해 되풀이되고 있다. 2002년 미국 유학파였던 이모씨가 당시 유명 대학교수였던 아버지와 친할머니를 살해한 '교수 모자 살해사건'은 그 범행 동기와 잔혹함이 '박한상 사건'과 비교됐다.

또 2005년에는 신용불량자 남매가 거액의 유산 때문에 어머니를 목 졸라 살해한 뒤 시체를 유기해 충격을 줬고, 2008년에는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아들이 학교 선배와 짜고 친모를 살해하는 천인공노할 범죄를 저지르기도 했다.

이 같은 패륜범죄는 2009년에는 58건, 2010년에는 66건, 2011년에는 68건으로 계속 증가하다가 대선이 있었던 지난해에는 50건으로 잠시 주춤했다. 그러나 경제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부모의 재산을 노린 존속살해는 다시 증가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돈이면 다 된다'는 물질만능주의가 가족 내에 작용하면서 패륜범죄를 부추기고 있다"며 "가족끼리 경제적 이유로 갈등하는 상황에서 서로에 대한 반감이 커지면 존속살인과 같은 극단적인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곽 교수는 "살해의 직접적인 원인은 유산이나 보험금이지만 그 이전에 가족 사이에 갈등이 쌓여 온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범죄를 결심한 시점에 그 분노가 폭발하면서 살해 수법이 잔인해지고 시신을 훼손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인천 모자 살인사건'의 피해자인 장남 정씨의 시신은 세 토막난 채 발견됐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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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