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침투한 중국 '흑사회' 실체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9.24 13:3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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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의 무식한 조폭들이 몰려온다

[일요시사=사회팀] 중국 최대 폭력조직 '흑사회'의 부두목 뤼촨보(44)가 2년 전 국내로 입국해 자취를 감췄다는 소문이 돌았다. 뤼촨보는 국제 인터폴의 수배를 받고 있는 인물로 중국 현지에서는 거물급 조폭으로 통했다. 지난 11일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뤼촨보가 검거됐다. 흑사회가 국내로 잠입했다는 소문은 사실로 확인됐다. 그렇다면 뤼촨보는 왜 한국행을 선택했던 것일까. 그리고 흑사회는 언제부터 한국에 손을 뻗었던 것일까.




지난 3일 중국 최대 폭력조직인 '흑사회' 간부급 조직원이 국내에 입국한 뒤 종적을 감춰 경찰이 수배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날 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2011년 국내로 들어와 자취를 감춘 뤼촨보의 행방을 추적 중이라고 알렸다. 뤼촨보는 중국 공안은 물론 인터폴 수사망에도 오른 '거물급 조폭'이었다.

흑사회 조직원들
대한민국 접수?

지난 5월 경찰은 서울에 있는 한 외국인 전용 카지노에 뤼촨보가 나타났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그러나 경찰은 뤼촨보를 현장에서 검거하는데 실패했다. 평소 뤼촨보를 돕고 있던 재한 중국인 조력자들이 뤼촨보를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켰기 때문이다. 뤼촨보는 서울 강남의 한 고급아파트로 숨어들었다.

하지만 범죄자에게 영원한 도피처는 없었다. 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인터폴 적색수배자 뤼촨보를 지난 11일 검거했다. 뤼촨보에게 적용된 혐의는 출입국관리법 위반이었다. 같은 날 경찰은 뤼촨보의 신병을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에 인계했다고 밝혔다.

국제법상 적색수배자는 인터폴 190개 회원국에서 소재가 발견될 시 본국으로 강제 송환된다. 이에 따라 뤼촨보는 중국으로 추방된 뒤 중국 공안에 신병이 인계된 것으로 알려졌다.


조직거물 잔혹 범죄 저지르고 국내 잠입
강남 등지서 호화생활하다 2년 만에 검거

경찰에 따르면 뤼촨보는 사형선고를 받은 두목 대신 2000년부터 2011년 초까지 중국 칭다오 지역 흑사회 부두목으로 활동했다. 뤼촨보는 살인·폭력을 이용한 협박·갈취 등을 일삼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뤼촨보는 살인 현장 CCTV 등에 얼굴이 노출되면서 중국 공안의 추적을 받게 됐다. 수사망이 좁혀오자 뤼촨보는 2011년 5월 단기 관광비자를 발급받아 한국으로 도피했다. 그리고 최근까지 서울 강남의 한 고급 아파트와 인천 송도의 호화 오피스텔 등을 오가며 은신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뤼촨보는 2년여의 도피 생활 동안 체중이 10㎏ 가량 줄었으며, 검거 당시 초췌한 모습이었던 것으로 경찰 관계자는 전했다. 구속된 뤼촨보는 회색 반팔 티셔츠에 흰색 바지 차림이었다. 얼굴이 노출되는 것을 꺼린 그는 줄곧 고개를 숙였지만 때때로 경찰을 노려보는 등 신경전을 펼치기도 했다.

경찰은 뤼촨보의 내연녀 중국인 진모(25)씨가 살고 있는 서울 서초구에서 10일간의 탐문 수사를 벌인 끝에 10일 오후 6시께 반포동 아파트에서 은신 중이던 뤼촨보를 체포했다.

뤼촨보 조력자
국내에 더 있다

앞서 경찰은 뤼촨보의 자금줄이자 흑사회 조직원인 덩모(36)씨를 체포했다. 지난달 4일 오후 1시30분께 덩씨는 인천공항에서 잠복 중이던 경찰에게 검거됐다. 경찰은 중국 공안으로부터 덩씨가 국내에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와 공조해 덩씨를 붙잡았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덩씨는 본래 중국 상하이로 출국하려 했으나 공항 수속을 밟던 중 신분이 탄로 났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조사를 받은 덩씨는 7일 오후 중국으로 강제 추방돼 중국 공안에 신병이 넘겨졌다.

덩씨는 지난해 8월 제주 한 리조트에 5억9000만원을 투자, 관계 법령에 따라 'F-2비자'를 발급받았다. 제주도는 지난 2010년부터 개발지역 내 미화 50만달러 혹은 5억원 이상의 콘도·별장 등 휴양시설을 매입한 외국인에게 국내 거주자격을 주는 F-2비자를 발급하고 있다.

올 7월말 기준 F-2비자를 발급받은 외국인은 모두 270여명. 이중 90%는 중국인인 것으로 한 지역매체는 보도했다. 제주도는 거주기간 동안 범죄행위 등 특별한 결격사유가 발견되지 않는 한 투자자와 직계가족에게 영주자격(F-5)을 주고 있다. 현재 이 투자이민 제도는 흑사회의 합법적 국내 진출 통로로 의심받고 있다.

실제로 덩씨는 이 투자이민제도를 악용했다. 한국과 중국을 합법적으로 오가면서 부두목 뤼촨보에게 자금을 댄 것이다. 뤼촨보가 타국에서 호화로운 도피생활을 할 수 있었던 이유도 "자금줄이 끊기지 않아서"라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뤼촨보가 살던 아파트 보증금은 8000만원, 월세는 250만원에 달했다. 이 아파트 안에는 골프장과 수영장 등 고급 레저시설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뤼촨보의 생활수준을 가늠케 했다.

뤼촨보 입장에서 덩씨의 돈은 '마르지 않는 샘'이었다. 덩씨는 국내에서 외국인 전용 카지노 에이전트로 활동하며 하루 3000만원에서 10억원 이상의 돈을 벌었던 것으로 한 매체는 보도했다.

덩씨는 중국인들을 카지노에 끌어들인 뒤 카지노가 벌어들인 수입의 10%를 수수료로 챙겼다. 이 돈의 일부는 뤼촨보의 도피자금으로 지원됐다. 뤼촨보는 검거 당시 약 2000만원의 현금을 쥐고 있었다.

일각에선 뤼촨보가 숨긴 자금이 더 많으며, 덩씨의 월수입은 수백억원에 육박했을 것이란 추측이 나온다. 그러나 정확한 계좌 추적은 중국 정부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할 것으로 관측된다. 오히려 경찰은 뤼촨보의 도피를 도운 7명의 조력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는 상황이다.
경찰은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뤼촨보의 도피생활을 도운 조력자들의 명단을 확보했다. 이들은 대부분 흑사회로 의심받고 있다.
경찰은 7명의 조력자들이 뤼촨보를 대신해 부동산 계약을 하고, 통장을 만들면서 그의 도피생활을 도운 것으로 보고 있다. 그리고 이들의 비호 아래 뤼촨보는 피트니스 센터에서 운동을 하고, 등산을 하며 비교적 여유로운 생활을 누렸다.

 더불어 뤼촨보는 조력자들이 타인 명의로 개설한 2∼3개의 휴대전화를 번갈아 사용하면서 중국 흑사회에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토종 조폭과
커넥션 있나

그런데 흑사회가 국내 수사기관의 포위망에 걸려든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1년 2월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는 중국을 통해 국내로 마약을 밀반입한 혐의로 중국 흑사회 선양파 두목 정모(35)씨 등 4명을 구속기소했다.


정씨 등은 부산 유태파, 서울 청량리파, 의정부 신세븐파, 충남 논산파 등 토종 조폭과 연계해 필로폰을 국내에 유통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정씨 등은 북한에서 제조된 것으로 추정되는 필로폰을 중국 옌타이항에서 부산항으로 가는 소규모 냉동어선에 실어 보냈다. 부산항에 도착한 필로폰은 국내 총책을 거쳐 각 지역 운반책에게 전달됐다.

정씨 등에 의해 1년여 동안 밀반입된 필로폰은 모두 5.95kg. 시가 기준으로 따지면 198억원에 달하는 엄청난 액수였다. 토종 조폭이 마약에 손을 대기 시작하면서 그 공급책인 중국 흑사회도 주목받기 시작했다.

자금 등 도피 도운 추종자 존재
토종 조폭과 연계 가능성 확인

그렇다면 흑사회는 과연 어떤 조직일까. 사실 흑사회는 실체가 없는 조직이다. 흑사회는 이탈리아의 마피아, 일본의 야쿠자처럼 중국의 폭력조직을 총칭하는 말로 사용된다. 즉 한국의 양은이파·범서방파처럼 특정 범죄조직을 지칭하는 말이 아닌 것.

그 쓰임에 따라 다르지만 흑사회는 ‘어둠의 세계’ 정도로 의역할 수 있다. 혹자는 홍콩·마카오를 기반으로 한 폭력조직 '삼합회'와 비교하지만 '삼합회' 역시 보통명사일 뿐 그 실체는 없는 조직이다. 따라서 "삼합회가 흑사회에서 파생됐다"는 소문은 거짓이다.


통칭 흑사회로 아우를 수 있는 범죄조직은 워낙 많아 그 구분이 거의 불가능하다. 다만 청홍방 등 4000여개의 조직과 80만∼100만명 규모의 조직원이 있다는 게 정설이다.

각 지역에 따라 흑사회가 돈을 굴리는 방법은 다르다. 바다를 끼고 있는 '광둥성 흑사회'는 마약 등 각종 밀수가 유명하며 '홍콩 삼합회'는 도박장과 유흥시설 운영에서 강점을 보인다.

타국과의 경계를 맞대고 있는 헤이룽장성·랴오닝성·지린성 흑사회는 매춘 등 인신매매 및 장기밀수의 원천으로 불리며 상하이 등 대도시로 진출한 흑사회는 한국처럼 기업화·합법화 과정을 밟아 부동산·금융·건설업 등에 손을 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뤼촨보가 활동했던 산둥성 역시 흑사회의 역사와 뿌리가 깊은 곳으로 이름 높다. 무엇보다 산둥성 흑사회는 한국 내 마약·밀수조직과 연분을 쌓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산둥성에 칭다오, 옌타이, 웨이하이 등 한국행 해로와 직접 연결된 항구도시가 있기 때문이다.

2년 전 검찰에 붙잡힌 정씨 등이 활동했던 무대는 산둥성이었다. 때문에 산둥성 흑사회는 국내로 반입되는 마약의 주공급원으로 지목받고 있다. 이번에 붙잡힌 뤼촨보 역시 산둥성을 근거로 한 흑사회 거물이라 국내 조직과의 커넥션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얼마 전까지 뤼촨보가 이끌어 온 조직은 보스의 이름을 따라 '니에레이파'라고 불렸다. 니에레이는 칭다오에서 부동산재벌로 이름을 알렸으며, 중국 공안의 중견간부 등과도 유착해 독자 세력을 형성했다.

니에레이파는 칭다오 인근의 유흥업소 등을 접수하는 한편 청부폭력과 도박장 운영 등 사업 영역을 넓히며 성장했다. 하지만 지난 2011년 초 중국 공안이 '범죄와의 전쟁'을 벌이면서 두목 니에레이는 체포 후 사형선고를 받았다.

지난해 3월 니에레이가 사형을 언도받자 뤼촨보는 두목을 대신해 흑사회 보스 행세를 했다. 그는 나이트클럽에서 살인을 사주하고, 상권을 장악하기 위해 다른 조직원의 신체를 절단하는 등 잔혹한 범죄를 잇달아 저질렀다. 결국 뤼촨보는 두목과 같은 운명을 앞두게 됐다.

연변 흑사회
국내서 성장

비록 뤼촨보는 잡혔지만 아직 국내엔 흑사회를 자처하는 무리들이 곳곳에 남아있다. 연변·룽징 등 조선족자치구에서 활동하던 흑사회는 지난 2000년대 중반부터 국내로 진출, 서울 구로와 경기 안산 등 조선족 밀집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들 중 일부는 중국과 한국을 오가며 마약과 불법 의약품 등을 유통하는 방법으로 돈을 벌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국내 조직과 연계해 보이스피싱 등 신종 금융사기를 벌이고 있어 관련 피해 사례가 늘고 있다. 더불어 이들은 중국에서 일부 탈북자를 빼돌려 현지 성매매업소 등에 여성을 파는 수법으로 돈을 챙기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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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