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달쏭' 인천 모자 실종사건 미스터리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9.02 15: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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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심과 증거만…점점 더 미궁 속으로

[일요시사=사회팀] 두 사람이 한꺼번에 사라졌다. 어머니에게는 10억원대 빌라가 있었고, 큰 아들은 회사와의 재계약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매일 1000명이 넘는 경찰이 이들의 행방을 좇고 있다. 하지만 아직 발견된 것은 없다. 그리고 남은 한 명. 둘째 아들 A씨는 실종된 어머니와 형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미스터리한 실종사건의 내막은 무엇일까.



인천 남구 용현동에서 실종된 김애숙(58·여)씨와 그의 장남 정화석(32)씨의 행방이 3주째 묘연하다. 이번 실종사건을 수사 중인 인천 남부경찰서는 사건을 공개수사로 전환했지만 아직 이렇다 할 성과는 없는 상황이다.

실종된 모자
죽었나 살았나

김씨와 정씨가 실종된 날은 지난달 13일. 경찰은 실종신고가 접수된 16일부터 모자가 살았던 인천 남구 용현동 일대를 수색하고 있다. 또 경찰은 김씨와 정씨의 인상착의가 담긴 전단지 등을 배포하며 모자를 수배하고 있다.

현재 인천 전 지역의 빈집과 재개발 구역 등이 수색대상에 올랐다. 모자가 누군가에 의해 살해된 후 시체가 유기됐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단순 실종사건으로 접수된 이른바 '인천 모자 실종사건'은 두 사람의 실종이 장기화됨에 따라 범죄와의 연관 가능성 또한 높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경찰의 초동수사가 잘못됐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김씨의 둘째 아들 A(29)씨는 8월16일 인천 한 지구대에 어머니의 실종신고를 접수했다. 당시 A씨는 "어머니 김씨가 실종됐다"며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A씨는 형 정씨의 실종 사실은 언급하지 않았다.

그리고 6일 뒤 경찰은 이번 사건의 유력 용의자로 A씨를 지목했다. '단순 실종'에서 살인 등의 '강력범죄'로 수사방향을 튼 것이다. 하지만 A씨는 증거불충분으로 풀려났다. 경찰의 영장청구를 검찰이 반려했기 때문이다.

3주째 행방 묘연 사건 장기화 조짐
공개 전환했지만…수색작업도 난항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검찰 측에서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부족해 보강수사 후 체포영장 신청 절차를 다시 밟으라고 했다"며 이유를 밝혔다. 그렇게 A씨는 지난달 22일 경찰서를 걸어 나왔다.

A씨가 풀려나고 나서야 경찰은 부랴부랴 사건을 공개수사로 전환했다. 일각에서는 용의자도 놓치고, 실종자도 찾지 못한 채 시간만 허비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만에 하나 A씨가 진범이라면 경찰이 범인의 증거인멸 시간을 벌어주고 있는 셈이다.

차남 A씨는 실종된 장남 정씨 소유의 은색 혼다 시빅(51머9821) 승용차로 지난달 14일 강원도에 다녀왔다. 하지만 A씨는 어머니가 실종된 날인 13일 이후 줄곧 인천에 머물러왔다고 진술했다. 거짓말이었다. 

A씨의 진술에서 사실과 다른 부분이 발견되자 경찰은 A씨를 존속살해 및 살인 혐의로 긴급 체포했다. 그리고 경찰은 A씨가 강원도에 다녀온 이유를 집중 추궁했다. 경찰은 A씨가 강원도에 다녀온 것이 증거인멸을 하기위한 행동이라고 보고 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강원도에 다녀 온 사실이 없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경찰이 고속도로에 설치된 CCTV화면을 보여주자 A씨는 입을 닫았다. 그 후 A씨는 조사 내내 묵비권을 행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별다른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경찰은 A씨의 자백에 매달렸다. 경찰은 "A씨가 형이 실종된 지 이틀 뒤인 15일에 어머니 집에서 형을 만났다고 진술하는 등 행적에 모순된 부분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장남 정씨의 마지막 통화기록은 8월13일 오후 7시40분이며, 친구와의 마지막 전화를 끝으로 자취를 감췄다. 이런 정씨를 A씨가 15일에 만났다고 진술한 건 앞뒤가 맞지 않았다. 

수상한 차량
어디로 향했나

어머니 김씨의 소재가 마지막으로 확인된 곳은 자택 인근 새마을금고 현금인출기다. 8월13일 오전 8시30분께 김씨는 그곳에서 현금 20만원을 인출하고 행방불명됐다. 김씨의 휴대폰과 지갑은 자택에 그대로 남겨져 있었다.

김씨는 매주 화·목요일마다 열리는 동네 노래교실에 빠지지 않고 출석했다. 그러나 실종된 당일 수업에는 결석했다. 이날 오전 김씨의 신변에 이상이 생긴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같은 날 정씨도 친구와 통화한 뒤 행방불명됐다. 정씨의 방에는 지갑과 시계가 있었으며, 자신의 혼다 시빅(51머9821)도 실종 전까지 주차장에 그대로 있는 상태였다.

정씨는 경기도 분당의 한 전자부품회사에서 계약직으로 일하고 있었다. 실종 다음날인 14일에는 회사와의 연장계약을 앞두고 있었다. 하지만 정씨는 출근하지 않았다. 정씨가 마지막으로 통화한 휴대전화를 통한 위치추적은 현재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차남 A씨는 자신의 어머니와 형이 실종된 그날 무엇을 하고 있었던 것일까. 경찰이 확인한 그의 동선은 어머니의 집에서부터 출발한다.

8월13일 밤 A씨는 어머니 집에 들러 형의 방에서 혼다 시빅 차량 열쇠를 꺼냈다. 그리고 강원도 동해IC를 거쳐 경북 봉화로 핸들을 돌렸다. 봉화는 어머니 A씨의 친정이 있는 곳이다.

A씨는 차량에 하이패스 단말기가 설치돼 있음에도 일반 차로로 요금소를 통과했다. 차 안에 있던 내비게이션 장치는 사라진 상태였다. A씨가 고의로 내비게이션 장치를 없앴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리고 A씨는 16일 오후 4시40분께 실종신고를 했다.

A씨에게는 뚜렷한 알리바이가 없었다. 다만 A씨는 "어머니 집에 갔다가 어머니가 보이지 않아 이틀을 어머니 집에서 묵었다"고 진술했다. 또 A씨는 "15일에 형을 집에서 봤는데 형이 ‘어머니가 등산을 갔으니 집에 가 있어라’고 말해 내 집으로 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A씨의 주장과 달리 경찰이 발견한 A씨의 지문이 묻은 톨게이트 영수증은 A씨가 실종 당일 인천을 벗어났다는 증거가 됐다. 현재 경찰은 A씨가 몰았던 형 소유의 시빅 차량을 목격한 사람을 찾고 있다.

모자간 불화
고부간 갈등

익명의 경찰 관계자는 "범행 의도나 수법 등도 거의 파악됐는데 범행의 결정적 증거인 실종 당사자들이 없다"고 귀띔했다. 경찰은 A씨가 경북 울진과 강원도 삼척 등에 모자의 시신을 유기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A씨가 석방된 뒤 인천 경찰청은 안정균 인천 남부경찰서장을 수사본부장으로 한 수사본부를 지난달 23일 설치했다. 그리고 경찰 1300여명을 투입해 실종자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경북 경찰청과 강원 경찰청은 일부 인력을 수사본부에 지원했다.

지난달 26일에는 수사 지휘부가 경북 봉화로 급파됐다. 수사본부는 봉화 일대에 모자의 시신이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전경 1개 중대를 현지에 남겨 수색을 강화했다.

같은 날 경찰은 인천 남동구에 있는 A씨의 집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였다. 모자가 실종된 지 13일만의 일이다. 경찰은 압수한 증거물에 대한 분석 작업을 벌이고 있으나 직접적인 증거는 발견하지 못했다. 단 최근의 불안한 심경 등을 담은 쪽지를 발견한 것으로 관계자는 전했다.

A씨는 결혼과 동시에 분가해 지금은 인천 남동구에 살고 있다. 이웃 주민의 증언에 따르면 A씨가 결혼을 하려고 아내를 소개시켜 줬을 때 어머니 김씨는 결혼을 반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때부터 A씨와 김씨의 사이는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

인천 소재 모 대학을 나와 현재는 퀵서비스 배달원을 하고 있는 A씨는 최근 금전적인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의 한 친척은 경찰 조사에서 "어머니가 사준 빌라를 차남이 몰래 팔아버린 문제로 모자 사이가 틀어졌고, 어머니와 A씨 부인 사이의 고부갈등도 있었다"고 진술했다. 또 장남과 차남 사이의 관계가 소원해 차남 A씨가 형 정씨를 피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실종된 김씨는 10억원 가량의 3층짜리 건물을 소유한 재력가로 남편과는 10여년 전 사별해 홀로 두 아들을 키웠다. 김씨는 장남 정씨와 최근까지 다정히 사진을 찍는 등 정씨와는 좋은 관계를 유지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차남 A씨와는 잦은 말다툼을 하는 등 '모자' 간의 불화는 여러 경로로 확인됐다.

그러나 차남 A씨가 범인이라는 여러 정황에도 불구하고 결정적인 증거는 아직 확보되지 않고 있다. 앞서 A씨는 거짓말 탐지기 조사를 받았는데 '어머니' '형'의 단어를 말할 때 거짓반응이 나온 점은 의미심장하다. 하지만 거짓말 탐지기 조사결과는 법적효력이 없어 증거로 채택될 수 없다.

경찰이 톨게이트 영수증에서 발견한 A씨의 지문도 결정적인 증거로 인정되지 않았다. A씨는 "형의 차량을 운전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프로파일러 2명을 투입해 A씨의 자백을 유도했지만 성과를 얻지 못했다. 때문에 A씨는 석방되고 수사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결국 문제는 실종된 두 사람의 생사여부 확인이다. 만약 살인사건이라면 하루라도 빠른 시일에 사체를 찾아야만 사인을 더 명확히 규명할 수 있기 때문. 이와 관련해 A씨가 진범일 경우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을 토대로 구성한 A씨의 범행 계획과 실종자의 소재는 대략 이럴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 초동수사 허점투성이 지적
유력용의자 차남 증거불충분 석방

A씨는 먼저 노래교실에 가려던 어머니를 혈흔이 남지 않는 수법(교살, 독살 등)으로 살해한다. 그리고 같은 날 형도 혈흔이 남지 않는 수법으로 살해한다.

형 소유의 혼다 시빅 차량의 트렁크에는 죽은 두 사람이 실린다. A씨는 자신의 어머니와 형을 인천이 아닌 강원도에 유기하기로 마음먹고 강원도로 향한다. 강원도로 가는 도중 A씨는 기록을 남기지 않기 위해 하이패스 차로가 아닌 일반 차로를 선택한다.

강원도에 도착한 A씨는 해안이나 임야 등 인근 지역에 시체를 유기하고, 증거를 인멸하려 시도한다. 그리고 A씨는 다시 경북 봉화로 내려와 두 번째로 인근 해안이나 임야 등에 시체와 증거를 유기·은폐하려 시도한다.

만약 A씨가 이번 사건의 주범을 형으로 몰아가려 했다면 매장이 아닌 수장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A씨 입장에선 어머니를 죽인 것이 형이고, 어머니를 죽인 형이 죄책감에 자신도 바다에 뛰어들어 목숨을 끊었다는 시나리오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가능성에 불과하지만 이 같은 범행을 계획하기 위해선 범인의 용의주도한 사전 준비가 필수적이다. 석방 당시 A씨는 신상노출을 피하기 위해 오토바이 헬멧을 쓰고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모습을 보여줘 그 치밀함을 가늠케 했다. 모든 정황적 화살은 현재 A씨를 향하고 있다.

검·경 기싸움
범인 풀어줬나

그러나 한 경찰 관계자는 "A씨가 유력 용의자인 건 사실이지만 여러 가능성을 열어 놓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관련 증거가 불충분하면 경찰 입장에서 아무리 심증이 있어도 기소할 수 없다"고 말해 속단은 금물이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일각에선 이번 사건과 관련 경찰이 청구한 영장을 검찰이 기각한 배경에 지난해부터 이어진 인천지검과 경찰 간의 힘겨루기가 작용한 것 아니냐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앞서 인천 경찰은 검찰의 내사 지휘 및 검사의 전화 통화지시 등을 거부한 전력이 있다. 만약 A씨가 진범으로 특정된다면 검찰도 용의자를 풀어주는데 일조했다는 점에서 일정 부분 여론의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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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