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무쌍' 중고생 섹스 보고서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9.02 09:0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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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서 하고, 당겨서 하는데…"

[일요시사=사회팀] 얼마 전 청소년들의 성의식을 묻는 설문조사에서 청소년들은 남자친구가 있다고 가정할 경우 손을 잡는 등 가벼운 스킨십과 가벼운 키스까지 허락하겠다는 응답이 각 98.5%와 89.5%였다. 또 성관계를 요구할 경우 "거부하겠다"는 응답은 97.1%였다. 어른들을 안심시킨 이 설문조사. 실제 현실은 어떨까.



A(15)양은 경기 한 패스트푸드 전문점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그곳에서 만난 오빠 ㄱ(17)군은 훤칠한 외모와 서글서글한 입담으로 A양의 눈길을 끌었다. 둘은 곧 연애를 시작했다. 그리고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서로에게 끌렸던 그들은 곧 성관계를 가졌다.

사랑하는 게
잘못인가요?

ㄱ군은 A양 전에도 이미 성관계 경험이 있었다. 그의 첫 경험 나이는 열다섯. A양보다 1년 정도 빨랐다. ㄱ군은 "자신의 친구들 중 일부를 제외하고는 거의 비슷한 시기에 첫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ㄱ군은 자신이 남들보다 빠르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오히려 ㄱ군은 "여자친구와 사랑을 하는 게 잘못은 아니지 않냐"고 반문했다.

A양도 마찬가지. 부모와의 불화로 늘 속앓이를 하던 A양은 자신의 관심을 집 밖으로 돌렸다. 그에게 남자친구는 일종의 해방구나 다름없었다. 학교생활에 별 흥미를 못 느꼈던 A양은 ㄱ군과 함께 있는 시간에 큰 위안을 얻었다. 그러나 몸의 이상을 느껴 사용한 임신테스트기는 둘의 관계를 헝클었다. 선명한 두 줄. 첫 번째 임신이었다.

둘은 아이를 낳고 기를 형편이 안 되었다. 그렇게 첫째 아이를 지웠다. 그리고 몇 달 뒤 둘 사이에는 또 다른 아이가 생겼다. 하지만 이들은 또 다시 아이를 지웠다. 아이가 세상의 빛을 보기에는 부모의 나이가 너무 어렸다.


두 번의 낙태 후 A양은 겁을 먹게 됐다. 둘은 여전히 사랑했지만 결국 이별을 선택했다. 그리고 1달 뒤 그들은 무엇에 홀린 듯 다시 만났다. 각자가 느낀 외로움을 채워줄 사람은 서로밖에 없었다. 그렇게 세 번째 임신도 운명처럼 다가왔다. 하지만 세 아이는 모두 같은 운명을 맞이했다.

이후 ㄱ군에게는 다른 여자친구가 생겼다. ㄱ군에 의하면 A양은 그 후로 만날 수 없었다. ㄱ군과 함께 만났었던 A양은 "ㄱ군이 좋다"라는 말을 자주 했었다. 그러나 사랑은 끝났고, 물리적 상처만 A양에게 남았다.

청소년 성문화
어른들 뺨친다

기자가 소개한 이 사례는 10년 전만 해도 꽤 충격적인 성질의 이야기였다. 하지만 청소년들 사이의 성관계는 10년 전에도 있었으며, 지금도 있다.

달라진 게 있다면 지금은 훨씬 더 많은 청소년들이 이전보다 더 이른 나이에 성관계를 맺는다는 것이다. 이는 청소년들의 첫 이성교제 시기가 빨라진 것과도 궤를 같이 한다.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은 지난 6월 '감춰진 10대의 이성교제'를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이중 연구 자료로 제출된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의 '현대 청소년의 이성교제 문화'를 살펴보면 한국의 청소년들은 초·중학교 시절에 처음 이성 교제를 시작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곽 교수가 인용한 자료에 따르면 대전시의 고등학생들 중 이성교제 경험이 있는 남녀 청소년 341명과 그들의 부모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이성교제를 처음 시작한 시기에 대해 응답자의 39.5%는 초등학교라고 답했으며, 46.9%는 중학교라고 밝혔다(백욱현, 2011).


또 다른 연구에서는 광주지역에 거주하는 초·중·고등학생 47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평균 14세에 이성교제를 시작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중 71%는 스킨십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스킨십을 하고 있는 학생들의 18%는 성관계 경험이 있다고 보고했고, 5%는 성폭력 피해경험, 1.9%는 성폭력 가해경험을 보고했다(김진숙, 조성우, 2010).

성인들 사이의 이성교제가 대개는 성관계를 동반하고, 때로는 성폭력으로까지 이어지는 것을 고려할 때 청소년 사이의 이성교제가 성관계를 동반함은 부인할 수 없다.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상담연구지원팀이 작성한 '이성교제 경험 청소년 개별면접 인터뷰 & 이성교제 관련 상담사례 동향 분석'에 따르면 청소년들이 이성교제 중 호소하는 문제는 ▲이성친구와의 관계 지속의 어려움(다툼, 감정조절) ▲성관계 전후 고민 ▲부모와의 갈등 ▲친구들과의 관계 변화로 범주화된다.

이중 주목할 점은 청소년 간의 이성교제에서 성관계가 갖는 의미가 큰 것으로 분석된다는 것이다. 청소년들이 겪는 갈등으로는 ▲상대방의 지나친 성관계 요구 ▲사랑이 없는 성관계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성관계를 갖는 문제에 대한 호소가 많았다.

3번 임신과 3번 낙태 "요즘은 흔한 일"
사귀면 당연히 성관계…첫 경험 13.6세

또 성관계 전 상대방이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하는지 확신은 없지만 관계를 발전시키고 또 유지하기 위해 성관계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학생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성관계 이후 임신이나 성병의 문제 등 성지식 부족으로 발생되는 문제와 남자친구가 사랑이 아닌 단지 성관계만을 위해 자신에게 접근했다는 것을 알고 난 이후의 관계 유지 문제 등이 부각됐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에 대해 청소년(대체로 여중고생)들은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하고 혼자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더불어 사이버 상담 내용을 살피면 "저희는 사귄 지 얼마(00일)가 지났고요. 물론 당연히 성관계를 했고요"라는 내용을 자주 볼 수 있어 청소년들이 이성간의 성관계에 대해 개방적으로 인식하고 행동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얼마 전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이 공개한 질병관리본부의 전국청소년건강행태 온라인조사 결과도 많은 점을 시사한다. 성경험이 있는 청소년 중 처음 성관계를 경험한 나이는 평균 13.6세로 조사됐다. 중학교 입학을 전후로 성관계를 했다고 인정한 셈.

또 2010년 기준 공식적으로 집계된 청소년 성관계 경험률은 5.3%(보건복지부)다. 전체 청소년 700만명 중 37만명 가량이 성경험이 있는 꼴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허수일 확률이 높다. 청소년 스스로가 응답에 앞서 자기 검열을 하기 때문.

앞서 온라인 조사보다 신뢰도가 높은 연구인 면접 인터뷰를 진행한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은 관련 논문에서 개별 조사연구의 한계를 지적하며 "면접자와 참여자 간에 시간을 가지고 신뢰 관계를 형성한 후에야 다루기 용이한 개인정보(스킨십, 성경험 등)를 충분히 탐색하는데 제한이 있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특히 성경험에 대한 사회적 낙인이 있는 여성의 경우는 솔직한 답변이 어려운 한계를 가질 확률이 높다.

감춰진 10대의
은밀한 성경험

이러한 변수를 고려하더라도 10대 청소년의 성관계 경험률은 수치상 이목을 잡아끌기에 충분한 지점이 있다. 남학생의 경험률은 7.2%. 여학생은 3.2%였다. 고등학생의 경우 전체의 8.1%가 성관계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부적으로 남학생은 11.2%, 여학생은 4.6%였다.


그렇다면 왜 남학생과 여학생의 성경험 비율 차이가 나는 것일까. 그 답은 남학생들 사이에 만연한 '어떤 문화'에 있다. 일반적으로 남학생들은 자신의 또래집단에서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가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가장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일종의 바로미터가 바로 여자친구다.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의 연구 자료에 따르면 남학생들은 여자친구를 사귀지 못할 때 '찌질한 아이' 또는 '모태솔로'라는 표현을 듣는 것으로(혹은 그렇게 인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들은 여자친구를 사귐으로써 더욱 당당해진다.

그러나 일부 여학생들의 성관계 후 고민 내용에서 보듯 남학생들은 성관계 후 자신의 성적 호기심을 다른 곳으로 돌린다. 그리고 또래집단에서 자신의 위치를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하여 자신의 여자친구를 다른 동성친구에게 소개한다. 이 과정에서 이른바 '돌림빵'이 일어난다.

돌림빵을 목격한 ㄴ군은 원래 B양의 남자친구였다. 그는 인천 한 고등학교에서 B양을 후배로 만났다. B양의 귀염성 있는 외모에 반한 ㄴ군은 B양에게 고백했다. B양은 준수한 얼굴과 매너까지 겸비한 ㄴ군이 싫지 않았다. B양은 ㄴ군의 고백을 받아줬고, 둘은 친구들 몰래 비밀 연애를 시작했다.

그러나 몇 달을 몰래 만나던 둘은 곧 싸우는 일이 잦아졌다. B양의 입장에서는 애정표현이었지만 ㄴ군에 입장에서는 간섭 내지 집착이었다. 때마침 B양과의 비밀 교제에 답답함을 느끼던 ㄴ군이 자신의 친구에게 교제 사실을 털어놨다. 물론 둘만의 비밀을 전제한 '오프 더 레코드'였다.

하지만 반전이 일어났다. ㄴ군의 친구가 B양에게 ㄴ군과의 교제 사실을 알고 있다고 메시지를 보낸 것. 이로 인해 B양과 ㄴ군은 헤어졌고, B양의 새로운 남자친구는 ㄴ군의 친구가 됐다. 그리고 그들은 곧 성관계를 가졌다.

ㄴ군의 친구는 처음부터 성관계를 목적으로 B양에게 접근했다. 목적을 달성한 그는 자신의 또 다른 친구에게 B양을 소개했다. 그 친구는 ㄴ군의 친구이기도 했다. ㄴ군은 그들이 B양과 함께 만나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자신에게는 이미 새로운 여자친구가 있었기 때문. ㄴ군은 "옛 여자친구를 설거지(돌림빵의 또 다른 표현) 한다는 게 기분이 좋지는 않았지만 괜히 거기에 엮이는 건 싫었다"고 해명했다. 또 ㄴ군은 "요즘 걔네들과는 연락을 하지 않는다"고 담담히 말했다. 

보통 이런 소문들은 학교 주변에 끊이지 않는다. 그리고 이런 소문이 퍼지는 걸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분위기도 변화된 성의식의 한 단면을 차지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들 사이에 알게 모르게 형성된 '어떤 기류'는 청소년들의 이른 성경험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경기 인근에 사는 C양(18)은 "첫경험이 굉장히 나쁜 기억으로 남았다"고 털어놨다. C양이 밝힌 첫 성관계 나이는 열일곱. C양은 "다른 아이들은 다 남자친구 만드는데 나만 없어서 내가 뒤쳐진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C양은 비슷한 시기 2명의 남자에게 고백을 받았다. 그가 선택한 ㄷ군(18)은 자신과 동갑이자 같은 반 친구였다. C양은 ㄷ군의 매력으로 유머러스함을 꼽았다.

하지만 교제 이후 ㄷ군은 C양을 무릎 위에 앉히고 얘기하는 것은 기본이고, 뽀뽀나 키스 등과 같은 스킨십을 시도 때도 없이 요구했다. 또 수업 시간 중에는 손으로 허벅지를 만지는 등 스킨십이 점차 과감해지는 성향을 띠었다.

적극적인 ㄷ군과 달리 C양은 아직 ㄷ군에게 마음을 열 준비가 안 됐었다. 하지만 이별 후 주위 친구들의 놀림을 받는 게 싫어 ㄷ군의 요구에 응할 수밖에 없었다. 기념일을 즈음해서 ㄷ군은 자신의 집으로 C양을 초대해 성관계를 시도했다. 술도 한 잔 마신 상태였다. C양은 자신도 모르게 ㄷ군의 의도대로 끌려가고 있었다.

[미성년 성관계 왜?]
남자는 "인정받고 싶어서"
여자는 "뒤처지기 싫어서"

서울 상위권 대학을 노릴 정도로 공부를 곧잘 했던 그들은 도서관에서 함께 공부를 하다가 성관계를 갖기도 했다. ㄷ군의 입장에서는 사랑을 확인하는 거였지만 C양은 다가올 기말고사가 더 걱정이었다. 때때로 ㄷ군은 여자친구의 손을 자신의 아랫도리로 가져가는 대담함을 보였다.

이들은 곧 헤어졌다. ㄷ군과의 이별 후 C양의 동성친구들은 C양의 스킨십 진도에 대해 물었다. C양은 있는 그대로 털어놨지만 소문이 날까봐 마음이 편치 못했다. 하지만 C양의 연애담을 들었던 친구 중 일부는 "저 어른이 된 것 같다" 호기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C양은 이후 자신에게 고백했던 또 다른 남자와 만났지만 그 친구에게 성관계 사실은 밝히지 않았다. 첫 경험의 안 좋은 기억은 아직도 C양의 머릿속에 남아 있다.

기자가 소개한 사례는 극히 일부다. 익명의 한 여중생은 자신이 스토킹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한때 남중생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진 놀이의 희생양이 됐다는 설명.

남중생들은 예쁘장한 여중생을 타깃으로 삼고, 번갈아가며 쫓아다닌다든가 밤마다 집 앞에서 기다렸다가 키스 등의 스킨십을 시도하는 놀이를 벌였다. 이 놀이는 여중생을 시쳇말로 '따먹을 때'까지 계속됐다.

또 이들은 관계 후 기념사진을 찍고, 이를 친구들에게 '인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랑을 동반하지 않은 위험한 성관계로 볼 수 있다.

이처럼 청소년들의 성의식이 대담해짐에 따라 임신 가능성도 높아졌다. 하지만 조숙한 성의식에 비해 피임에 대한 의식은 아직 제자리다.

키스는 기본
사귀면 한다

지난 1일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성경험이 있는 서울 지역 절반 이상은 성관계시 피임을 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 결과 남자 응답자의 48.3%, 여자 응답자의 42.1%만이 성관계시 피임을 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아울러 피임 실천율이 낮은데 반해 가정과 학교에서의 성교육은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뷰에 응한 청소년들은 이렇게 얘기한다. 실제 이성을 만나보는 것만큼 "좋은 성교육은 없다"고. 이들에게 성교육의 의미는 '이성을 제대로 만나는 법'이었다.

하지만 테스토스테론과 같은 과학용어 위주의 지금의 성교육이 반복되는 한 혹은 자녀의 이성교제를 무조건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부모들이 있는 한 청소년들의 성문화는 더 자극적이고 음성화될 것이며, 자연스레 어른과의 성의식 격차는 점차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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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의 한 지역구에서 특정 당의 당원 명부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총선, 지방선거 등을 치르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당 관계자의 업무용 노트북에 담겨있던 정보가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올림픽 육상 100m 경기를 생각해 보자. 8개 레인에 각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선다. 이 선수들은 국내 선발전에서 1등을 차지했을 것이다. 국가대표로 뽑힌 선수는 올림픽에 출전해 예선을 치르고 결승에서 금메달을 다툰다. 0.01초 차이로 메달 색깔이 달라지는 경기에서 승자는 늘 단 1명뿐이다. 치열한 공천 경쟁 선거는 올림픽보다도 더 확고한 ‘승자 독식’ 구조다. 올림픽에선 2등에게 은메달, 3등에게 동메달이라도 주지만 선거에서 2등은 꼴찌와 같다. 당선자는 후보자에서 국회의원, 시·군·구의원, 구청장·군수, 시·도지사 등으로 신분 상승이 이뤄진다. 명예와 권력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는 자리로 순식간에 올라가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선거에 출마하려는 후보들은 당선 가능성이 큰 자리로 몰린다. 어떤 경기든 일단 출발선에 서야 경쟁을 할 수 있듯, 선거에서 공천은 본선으로 가기 위한 1차 관문이 된다. 자리는 하나, 후보는 여럿이니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최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불거진 공천 헌금 의혹은 자리를 돈으로 사려 했다는 내용으로, 관련자는 구속됐다. 최근 서울 구로구에서 일어난 당원 명부 유출 의혹도 공천 경쟁 과정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업무용 노트북에서 수십개의 엑셀 파일이 발견됐는데 그중 일부가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였고 이름, 연락처, 거주지 등이 포함된 이 파일이 상대 당의 후보 경선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2020년 21대 총선 당시 서울 구로을 지역구에서 거물급 인사가 후보로 맞붙었다. 구로을 지역은 서울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곳이다. 17대(2004년)부터 지난 22대(2024년) 총선까지 20여년간 민주당이 이겼다. 민주당(당시 통합민주당)이 사상 최악의 패배를 당한 18대 총선에서도 구로을 지역은 넉넉하게 수성한 바 있다. 업무용 노트북에서 발견 이름·연락처·거주지 담겨 구로에서만 평생 살았다는 한 시민은 “선거 때마다 텃밭, 험지 이런 말을 많이 쓰지 않나. 구로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사지’다. 민주당이 아주 꽉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총선 등에서 민주당 후보가 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몇몇 인사들은 바닥부터 훑어가며 선거를 준비한다. 민주당은 21대 총선 때 구로을 지역 후보로 윤건영 의원을 전략공천 형태로 낙점했다. 윤 의원은 당시 문재인정부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맡고 있었다. 현재까지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복심으로 불린다. 국민의힘은 서울 양천을 지역에서 내리 3선을 지낸 김용태 전 의원을 ‘자객’ 공천했다. 민주당의 독식으로 관심 지역에서 벗어나 있던 구로을이 순식간에 ‘격전지’로 떠올랐다. 문제는 구로을 지역 총선 출마를 준비하던 예비후보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민주당 조규영 전 서울시의원의 반발이 거셌다. 조 전 시의원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서울 비례대표로 정치권에 입성, 이후 구로2선거구에서 서울시의원으로 재선했다. 조 전 시의원은 최소한 경선은 치를 수 있게 해달라며 민주당의 전략 공천을 비판했다. 당시 조 전 시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지역 당원 수보다 더 많은 권리당원을 모았다. 열심히 뛰었다. 누구와 경쟁하든 경선에서 이길 자신이 있었다”며 “그러나 결과는 낙하산 공천이었다. 저는 특혜나 찬스를 원하지 않았다. 공정한 경선만을 바랐다. 낙하산 공천은 공정하지도 않고 본선 경쟁력도 없다”고 강조했다. 어디에 사용했나 조 전 시의원은 노숙 단식까지 해가며 경선을 촉구했지만 결국 낙천했다. 이후 다른 선거에도 출마하지 않았다. 잊히는 듯했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최근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업무용 노트북에서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표기된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발견된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원들의 이름과 연락처, 행정동 등이 기재된 엑셀 파일은 ‘(보안철저)저쪽디비’ 폴더에 담겨있었다. 해당 파일의 ‘구분’ 부분에 ‘조규영 일반 당원’이라고 표기돼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맞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에 민주당 구로을 국회의원 예비후보였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기재돼있다는 점에서 의심이 촉발됐다. 동시에 누가 노트북에 해당 파일을 옮겼는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문서가 발견된 노트북은 2020년 총선 과정에서 당원협의회에 업무용으로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만 사용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구로구의회에 입성한 A 구의원이 해당 노트북을 사용했다. A 구의원은 2022년 국민의힘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여성부장을 맡은 이력도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문제의 노트북은 A 구의원이 여성부장으로 활동할 무렵 사용했다가 후임자에게 넘겼다. 그는 “이후 여성부장이 바뀔 때까지 쭉 A 구의원이 가지고 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쉬쉬하다 이제서야 눈여겨볼 대목은 A 구의원의 이력이다. 그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비례대표 순번을 받아 당선됐지만, 2020년 총선 때까지만 해도 민주당 조 전 시의원을 보좌하는 수행비서 역할을 했다. 실제 조 전 시의원이 예비후보로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 곳곳에서 A 구의원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A 구의원은 조 전 시의원 낙천 이후 김용태 전 의원 배우자의 수행비서로 발탁됐다. 김 전 의원의 측근이 A 구의원을 추천한 것으로 안다”며 “2020년 총선에서 김 전 의원이 낙선하고 당협위원장으로 있을 당시 A 구의원이 비례대표로 공천받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측 정치인을 수행했던 인사가 국민의힘 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한 데 이어, 그가 직접 사용한 노트북에서 자신이 보좌했던 사람의 이름으로 파일명이 기재된 국민의힘 당원 명부가 발견된 셈이다. A 구의원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를 민주당 측에 유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대목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A 구의원이 조 전 시의원을 수행할 당시 지역구 경선을 대비해 당원 명부를 입수한 게 아닌가 싶다”며 “당시 경선까지 진행되지 않았기에 당원 명부가 실제 사용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문서를 가지고 있었다는 자체만으로도 의아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사실 이 문제는 올해 1월경에 처음 드러났다. A 구의원이 당원협의회에 노트북을 반납하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해당 폴더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쉬쉬’하다가 최근에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당협 회의에서 논의 A 구의원 “문제없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A 구의원의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지난 1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에서 논의됐다. 해당 의혹이 구로 지역에서 확산하자 A 구의원이 먼저 이 문제를 먼저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당원협의회 회의에 참석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 위원은 ‘덮고 가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문제가 불거지면 지방선거를 망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일부 관계자가 “심각한 개인정보 유출” “해당 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조사를 요청했지만 그 수가 많지 않아 관철되지 않았다. 회의에 참석한 한 위원은 “선거를 치르다 보면 당원 명단이 일부 흘러 다니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이렇게 명부가 통째로 유출되는 건 심각한 일”이라며 “명백한 해당 행위다. 자체 조사를 통해 징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 규정 제20조(징계사유)에 따르면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를 했을 때 ▲현행 법령 및 당헌·당규·윤리 규칙을 위반해 당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행위의 결과로 민심을 이탈케 했을 때 등의 사유로 징계할 수 있다고 돼있다. 해당 관계자는 A 구의원의 행위가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해당 행위? 징계 가능성? A 구의원은 해당 의혹은 전부 해명됐다는 입장이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당협 회의에서 이 문제가 논의됐는데 문제없다고 결론 났다.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일고의 논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의혹을 언급한 제보자에게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등으로 조치할 수 있다는 점을 전해 달라”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