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무쌍' 중고생 섹스 보고서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9.02 09:0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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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서 하고, 당겨서 하는데…"

[일요시사=사회팀] 얼마 전 청소년들의 성의식을 묻는 설문조사에서 청소년들은 남자친구가 있다고 가정할 경우 손을 잡는 등 가벼운 스킨십과 가벼운 키스까지 허락하겠다는 응답이 각 98.5%와 89.5%였다. 또 성관계를 요구할 경우 "거부하겠다"는 응답은 97.1%였다. 어른들을 안심시킨 이 설문조사. 실제 현실은 어떨까.



A(15)양은 경기 한 패스트푸드 전문점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그곳에서 만난 오빠 ㄱ(17)군은 훤칠한 외모와 서글서글한 입담으로 A양의 눈길을 끌었다. 둘은 곧 연애를 시작했다. 그리고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서로에게 끌렸던 그들은 곧 성관계를 가졌다.

사랑하는 게
잘못인가요?

ㄱ군은 A양 전에도 이미 성관계 경험이 있었다. 그의 첫 경험 나이는 열다섯. A양보다 1년 정도 빨랐다. ㄱ군은 "자신의 친구들 중 일부를 제외하고는 거의 비슷한 시기에 첫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ㄱ군은 자신이 남들보다 빠르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오히려 ㄱ군은 "여자친구와 사랑을 하는 게 잘못은 아니지 않냐"고 반문했다.

A양도 마찬가지. 부모와의 불화로 늘 속앓이를 하던 A양은 자신의 관심을 집 밖으로 돌렸다. 그에게 남자친구는 일종의 해방구나 다름없었다. 학교생활에 별 흥미를 못 느꼈던 A양은 ㄱ군과 함께 있는 시간에 큰 위안을 얻었다. 그러나 몸의 이상을 느껴 사용한 임신테스트기는 둘의 관계를 헝클었다. 선명한 두 줄. 첫 번째 임신이었다.

둘은 아이를 낳고 기를 형편이 안 되었다. 그렇게 첫째 아이를 지웠다. 그리고 몇 달 뒤 둘 사이에는 또 다른 아이가 생겼다. 하지만 이들은 또 다시 아이를 지웠다. 아이가 세상의 빛을 보기에는 부모의 나이가 너무 어렸다.


두 번의 낙태 후 A양은 겁을 먹게 됐다. 둘은 여전히 사랑했지만 결국 이별을 선택했다. 그리고 1달 뒤 그들은 무엇에 홀린 듯 다시 만났다. 각자가 느낀 외로움을 채워줄 사람은 서로밖에 없었다. 그렇게 세 번째 임신도 운명처럼 다가왔다. 하지만 세 아이는 모두 같은 운명을 맞이했다.

이후 ㄱ군에게는 다른 여자친구가 생겼다. ㄱ군에 의하면 A양은 그 후로 만날 수 없었다. ㄱ군과 함께 만났었던 A양은 "ㄱ군이 좋다"라는 말을 자주 했었다. 그러나 사랑은 끝났고, 물리적 상처만 A양에게 남았다.

청소년 성문화
어른들 뺨친다

기자가 소개한 이 사례는 10년 전만 해도 꽤 충격적인 성질의 이야기였다. 하지만 청소년들 사이의 성관계는 10년 전에도 있었으며, 지금도 있다.

달라진 게 있다면 지금은 훨씬 더 많은 청소년들이 이전보다 더 이른 나이에 성관계를 맺는다는 것이다. 이는 청소년들의 첫 이성교제 시기가 빨라진 것과도 궤를 같이 한다.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은 지난 6월 '감춰진 10대의 이성교제'를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이중 연구 자료로 제출된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의 '현대 청소년의 이성교제 문화'를 살펴보면 한국의 청소년들은 초·중학교 시절에 처음 이성 교제를 시작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곽 교수가 인용한 자료에 따르면 대전시의 고등학생들 중 이성교제 경험이 있는 남녀 청소년 341명과 그들의 부모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이성교제를 처음 시작한 시기에 대해 응답자의 39.5%는 초등학교라고 답했으며, 46.9%는 중학교라고 밝혔다(백욱현, 2011).


또 다른 연구에서는 광주지역에 거주하는 초·중·고등학생 47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평균 14세에 이성교제를 시작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중 71%는 스킨십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스킨십을 하고 있는 학생들의 18%는 성관계 경험이 있다고 보고했고, 5%는 성폭력 피해경험, 1.9%는 성폭력 가해경험을 보고했다(김진숙, 조성우, 2010).

성인들 사이의 이성교제가 대개는 성관계를 동반하고, 때로는 성폭력으로까지 이어지는 것을 고려할 때 청소년 사이의 이성교제가 성관계를 동반함은 부인할 수 없다.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상담연구지원팀이 작성한 '이성교제 경험 청소년 개별면접 인터뷰 & 이성교제 관련 상담사례 동향 분석'에 따르면 청소년들이 이성교제 중 호소하는 문제는 ▲이성친구와의 관계 지속의 어려움(다툼, 감정조절) ▲성관계 전후 고민 ▲부모와의 갈등 ▲친구들과의 관계 변화로 범주화된다.

이중 주목할 점은 청소년 간의 이성교제에서 성관계가 갖는 의미가 큰 것으로 분석된다는 것이다. 청소년들이 겪는 갈등으로는 ▲상대방의 지나친 성관계 요구 ▲사랑이 없는 성관계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성관계를 갖는 문제에 대한 호소가 많았다.

3번 임신과 3번 낙태 "요즘은 흔한 일"
사귀면 당연히 성관계…첫 경험 13.6세

또 성관계 전 상대방이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하는지 확신은 없지만 관계를 발전시키고 또 유지하기 위해 성관계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학생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성관계 이후 임신이나 성병의 문제 등 성지식 부족으로 발생되는 문제와 남자친구가 사랑이 아닌 단지 성관계만을 위해 자신에게 접근했다는 것을 알고 난 이후의 관계 유지 문제 등이 부각됐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에 대해 청소년(대체로 여중고생)들은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하고 혼자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더불어 사이버 상담 내용을 살피면 "저희는 사귄 지 얼마(00일)가 지났고요. 물론 당연히 성관계를 했고요"라는 내용을 자주 볼 수 있어 청소년들이 이성간의 성관계에 대해 개방적으로 인식하고 행동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얼마 전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이 공개한 질병관리본부의 전국청소년건강행태 온라인조사 결과도 많은 점을 시사한다. 성경험이 있는 청소년 중 처음 성관계를 경험한 나이는 평균 13.6세로 조사됐다. 중학교 입학을 전후로 성관계를 했다고 인정한 셈.

또 2010년 기준 공식적으로 집계된 청소년 성관계 경험률은 5.3%(보건복지부)다. 전체 청소년 700만명 중 37만명 가량이 성경험이 있는 꼴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허수일 확률이 높다. 청소년 스스로가 응답에 앞서 자기 검열을 하기 때문.

앞서 온라인 조사보다 신뢰도가 높은 연구인 면접 인터뷰를 진행한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은 관련 논문에서 개별 조사연구의 한계를 지적하며 "면접자와 참여자 간에 시간을 가지고 신뢰 관계를 형성한 후에야 다루기 용이한 개인정보(스킨십, 성경험 등)를 충분히 탐색하는데 제한이 있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특히 성경험에 대한 사회적 낙인이 있는 여성의 경우는 솔직한 답변이 어려운 한계를 가질 확률이 높다.

감춰진 10대의
은밀한 성경험

이러한 변수를 고려하더라도 10대 청소년의 성관계 경험률은 수치상 이목을 잡아끌기에 충분한 지점이 있다. 남학생의 경험률은 7.2%. 여학생은 3.2%였다. 고등학생의 경우 전체의 8.1%가 성관계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부적으로 남학생은 11.2%, 여학생은 4.6%였다.


그렇다면 왜 남학생과 여학생의 성경험 비율 차이가 나는 것일까. 그 답은 남학생들 사이에 만연한 '어떤 문화'에 있다. 일반적으로 남학생들은 자신의 또래집단에서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가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가장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일종의 바로미터가 바로 여자친구다.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의 연구 자료에 따르면 남학생들은 여자친구를 사귀지 못할 때 '찌질한 아이' 또는 '모태솔로'라는 표현을 듣는 것으로(혹은 그렇게 인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들은 여자친구를 사귐으로써 더욱 당당해진다.

그러나 일부 여학생들의 성관계 후 고민 내용에서 보듯 남학생들은 성관계 후 자신의 성적 호기심을 다른 곳으로 돌린다. 그리고 또래집단에서 자신의 위치를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하여 자신의 여자친구를 다른 동성친구에게 소개한다. 이 과정에서 이른바 '돌림빵'이 일어난다.

돌림빵을 목격한 ㄴ군은 원래 B양의 남자친구였다. 그는 인천 한 고등학교에서 B양을 후배로 만났다. B양의 귀염성 있는 외모에 반한 ㄴ군은 B양에게 고백했다. B양은 준수한 얼굴과 매너까지 겸비한 ㄴ군이 싫지 않았다. B양은 ㄴ군의 고백을 받아줬고, 둘은 친구들 몰래 비밀 연애를 시작했다.

그러나 몇 달을 몰래 만나던 둘은 곧 싸우는 일이 잦아졌다. B양의 입장에서는 애정표현이었지만 ㄴ군에 입장에서는 간섭 내지 집착이었다. 때마침 B양과의 비밀 교제에 답답함을 느끼던 ㄴ군이 자신의 친구에게 교제 사실을 털어놨다. 물론 둘만의 비밀을 전제한 '오프 더 레코드'였다.

하지만 반전이 일어났다. ㄴ군의 친구가 B양에게 ㄴ군과의 교제 사실을 알고 있다고 메시지를 보낸 것. 이로 인해 B양과 ㄴ군은 헤어졌고, B양의 새로운 남자친구는 ㄴ군의 친구가 됐다. 그리고 그들은 곧 성관계를 가졌다.

ㄴ군의 친구는 처음부터 성관계를 목적으로 B양에게 접근했다. 목적을 달성한 그는 자신의 또 다른 친구에게 B양을 소개했다. 그 친구는 ㄴ군의 친구이기도 했다. ㄴ군은 그들이 B양과 함께 만나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자신에게는 이미 새로운 여자친구가 있었기 때문. ㄴ군은 "옛 여자친구를 설거지(돌림빵의 또 다른 표현) 한다는 게 기분이 좋지는 않았지만 괜히 거기에 엮이는 건 싫었다"고 해명했다. 또 ㄴ군은 "요즘 걔네들과는 연락을 하지 않는다"고 담담히 말했다. 

보통 이런 소문들은 학교 주변에 끊이지 않는다. 그리고 이런 소문이 퍼지는 걸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분위기도 변화된 성의식의 한 단면을 차지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들 사이에 알게 모르게 형성된 '어떤 기류'는 청소년들의 이른 성경험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경기 인근에 사는 C양(18)은 "첫경험이 굉장히 나쁜 기억으로 남았다"고 털어놨다. C양이 밝힌 첫 성관계 나이는 열일곱. C양은 "다른 아이들은 다 남자친구 만드는데 나만 없어서 내가 뒤쳐진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C양은 비슷한 시기 2명의 남자에게 고백을 받았다. 그가 선택한 ㄷ군(18)은 자신과 동갑이자 같은 반 친구였다. C양은 ㄷ군의 매력으로 유머러스함을 꼽았다.

하지만 교제 이후 ㄷ군은 C양을 무릎 위에 앉히고 얘기하는 것은 기본이고, 뽀뽀나 키스 등과 같은 스킨십을 시도 때도 없이 요구했다. 또 수업 시간 중에는 손으로 허벅지를 만지는 등 스킨십이 점차 과감해지는 성향을 띠었다.

적극적인 ㄷ군과 달리 C양은 아직 ㄷ군에게 마음을 열 준비가 안 됐었다. 하지만 이별 후 주위 친구들의 놀림을 받는 게 싫어 ㄷ군의 요구에 응할 수밖에 없었다. 기념일을 즈음해서 ㄷ군은 자신의 집으로 C양을 초대해 성관계를 시도했다. 술도 한 잔 마신 상태였다. C양은 자신도 모르게 ㄷ군의 의도대로 끌려가고 있었다.

[미성년 성관계 왜?]
남자는 "인정받고 싶어서"
여자는 "뒤처지기 싫어서"

서울 상위권 대학을 노릴 정도로 공부를 곧잘 했던 그들은 도서관에서 함께 공부를 하다가 성관계를 갖기도 했다. ㄷ군의 입장에서는 사랑을 확인하는 거였지만 C양은 다가올 기말고사가 더 걱정이었다. 때때로 ㄷ군은 여자친구의 손을 자신의 아랫도리로 가져가는 대담함을 보였다.

이들은 곧 헤어졌다. ㄷ군과의 이별 후 C양의 동성친구들은 C양의 스킨십 진도에 대해 물었다. C양은 있는 그대로 털어놨지만 소문이 날까봐 마음이 편치 못했다. 하지만 C양의 연애담을 들었던 친구 중 일부는 "저 어른이 된 것 같다" 호기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C양은 이후 자신에게 고백했던 또 다른 남자와 만났지만 그 친구에게 성관계 사실은 밝히지 않았다. 첫 경험의 안 좋은 기억은 아직도 C양의 머릿속에 남아 있다.

기자가 소개한 사례는 극히 일부다. 익명의 한 여중생은 자신이 스토킹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한때 남중생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진 놀이의 희생양이 됐다는 설명.

남중생들은 예쁘장한 여중생을 타깃으로 삼고, 번갈아가며 쫓아다닌다든가 밤마다 집 앞에서 기다렸다가 키스 등의 스킨십을 시도하는 놀이를 벌였다. 이 놀이는 여중생을 시쳇말로 '따먹을 때'까지 계속됐다.

또 이들은 관계 후 기념사진을 찍고, 이를 친구들에게 '인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랑을 동반하지 않은 위험한 성관계로 볼 수 있다.

이처럼 청소년들의 성의식이 대담해짐에 따라 임신 가능성도 높아졌다. 하지만 조숙한 성의식에 비해 피임에 대한 의식은 아직 제자리다.

키스는 기본
사귀면 한다

지난 1일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성경험이 있는 서울 지역 절반 이상은 성관계시 피임을 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 결과 남자 응답자의 48.3%, 여자 응답자의 42.1%만이 성관계시 피임을 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아울러 피임 실천율이 낮은데 반해 가정과 학교에서의 성교육은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뷰에 응한 청소년들은 이렇게 얘기한다. 실제 이성을 만나보는 것만큼 "좋은 성교육은 없다"고. 이들에게 성교육의 의미는 '이성을 제대로 만나는 법'이었다.

하지만 테스토스테론과 같은 과학용어 위주의 지금의 성교육이 반복되는 한 혹은 자녀의 이성교제를 무조건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부모들이 있는 한 청소년들의 성문화는 더 자극적이고 음성화될 것이며, 자연스레 어른과의 성의식 격차는 점차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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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