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무쌍' 중고생 섹스 보고서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9.02 09:0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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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서 하고, 당겨서 하는데…"

[일요시사=사회팀] 얼마 전 청소년들의 성의식을 묻는 설문조사에서 청소년들은 남자친구가 있다고 가정할 경우 손을 잡는 등 가벼운 스킨십과 가벼운 키스까지 허락하겠다는 응답이 각 98.5%와 89.5%였다. 또 성관계를 요구할 경우 "거부하겠다"는 응답은 97.1%였다. 어른들을 안심시킨 이 설문조사. 실제 현실은 어떨까.



A(15)양은 경기 한 패스트푸드 전문점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그곳에서 만난 오빠 ㄱ(17)군은 훤칠한 외모와 서글서글한 입담으로 A양의 눈길을 끌었다. 둘은 곧 연애를 시작했다. 그리고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서로에게 끌렸던 그들은 곧 성관계를 가졌다.

사랑하는 게
잘못인가요?

ㄱ군은 A양 전에도 이미 성관계 경험이 있었다. 그의 첫 경험 나이는 열다섯. A양보다 1년 정도 빨랐다. ㄱ군은 "자신의 친구들 중 일부를 제외하고는 거의 비슷한 시기에 첫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ㄱ군은 자신이 남들보다 빠르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오히려 ㄱ군은 "여자친구와 사랑을 하는 게 잘못은 아니지 않냐"고 반문했다.

A양도 마찬가지. 부모와의 불화로 늘 속앓이를 하던 A양은 자신의 관심을 집 밖으로 돌렸다. 그에게 남자친구는 일종의 해방구나 다름없었다. 학교생활에 별 흥미를 못 느꼈던 A양은 ㄱ군과 함께 있는 시간에 큰 위안을 얻었다. 그러나 몸의 이상을 느껴 사용한 임신테스트기는 둘의 관계를 헝클었다. 선명한 두 줄. 첫 번째 임신이었다.

둘은 아이를 낳고 기를 형편이 안 되었다. 그렇게 첫째 아이를 지웠다. 그리고 몇 달 뒤 둘 사이에는 또 다른 아이가 생겼다. 하지만 이들은 또 다시 아이를 지웠다. 아이가 세상의 빛을 보기에는 부모의 나이가 너무 어렸다.


두 번의 낙태 후 A양은 겁을 먹게 됐다. 둘은 여전히 사랑했지만 결국 이별을 선택했다. 그리고 1달 뒤 그들은 무엇에 홀린 듯 다시 만났다. 각자가 느낀 외로움을 채워줄 사람은 서로밖에 없었다. 그렇게 세 번째 임신도 운명처럼 다가왔다. 하지만 세 아이는 모두 같은 운명을 맞이했다.

이후 ㄱ군에게는 다른 여자친구가 생겼다. ㄱ군에 의하면 A양은 그 후로 만날 수 없었다. ㄱ군과 함께 만났었던 A양은 "ㄱ군이 좋다"라는 말을 자주 했었다. 그러나 사랑은 끝났고, 물리적 상처만 A양에게 남았다.

청소년 성문화
어른들 뺨친다

기자가 소개한 이 사례는 10년 전만 해도 꽤 충격적인 성질의 이야기였다. 하지만 청소년들 사이의 성관계는 10년 전에도 있었으며, 지금도 있다.

달라진 게 있다면 지금은 훨씬 더 많은 청소년들이 이전보다 더 이른 나이에 성관계를 맺는다는 것이다. 이는 청소년들의 첫 이성교제 시기가 빨라진 것과도 궤를 같이 한다.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은 지난 6월 '감춰진 10대의 이성교제'를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이중 연구 자료로 제출된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의 '현대 청소년의 이성교제 문화'를 살펴보면 한국의 청소년들은 초·중학교 시절에 처음 이성 교제를 시작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곽 교수가 인용한 자료에 따르면 대전시의 고등학생들 중 이성교제 경험이 있는 남녀 청소년 341명과 그들의 부모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이성교제를 처음 시작한 시기에 대해 응답자의 39.5%는 초등학교라고 답했으며, 46.9%는 중학교라고 밝혔다(백욱현, 2011).


또 다른 연구에서는 광주지역에 거주하는 초·중·고등학생 47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평균 14세에 이성교제를 시작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중 71%는 스킨십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스킨십을 하고 있는 학생들의 18%는 성관계 경험이 있다고 보고했고, 5%는 성폭력 피해경험, 1.9%는 성폭력 가해경험을 보고했다(김진숙, 조성우, 2010).

성인들 사이의 이성교제가 대개는 성관계를 동반하고, 때로는 성폭력으로까지 이어지는 것을 고려할 때 청소년 사이의 이성교제가 성관계를 동반함은 부인할 수 없다.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상담연구지원팀이 작성한 '이성교제 경험 청소년 개별면접 인터뷰 & 이성교제 관련 상담사례 동향 분석'에 따르면 청소년들이 이성교제 중 호소하는 문제는 ▲이성친구와의 관계 지속의 어려움(다툼, 감정조절) ▲성관계 전후 고민 ▲부모와의 갈등 ▲친구들과의 관계 변화로 범주화된다.

이중 주목할 점은 청소년 간의 이성교제에서 성관계가 갖는 의미가 큰 것으로 분석된다는 것이다. 청소년들이 겪는 갈등으로는 ▲상대방의 지나친 성관계 요구 ▲사랑이 없는 성관계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성관계를 갖는 문제에 대한 호소가 많았다.

3번 임신과 3번 낙태 "요즘은 흔한 일"
사귀면 당연히 성관계…첫 경험 13.6세

또 성관계 전 상대방이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하는지 확신은 없지만 관계를 발전시키고 또 유지하기 위해 성관계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학생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성관계 이후 임신이나 성병의 문제 등 성지식 부족으로 발생되는 문제와 남자친구가 사랑이 아닌 단지 성관계만을 위해 자신에게 접근했다는 것을 알고 난 이후의 관계 유지 문제 등이 부각됐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에 대해 청소년(대체로 여중고생)들은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하고 혼자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더불어 사이버 상담 내용을 살피면 "저희는 사귄 지 얼마(00일)가 지났고요. 물론 당연히 성관계를 했고요"라는 내용을 자주 볼 수 있어 청소년들이 이성간의 성관계에 대해 개방적으로 인식하고 행동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얼마 전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이 공개한 질병관리본부의 전국청소년건강행태 온라인조사 결과도 많은 점을 시사한다. 성경험이 있는 청소년 중 처음 성관계를 경험한 나이는 평균 13.6세로 조사됐다. 중학교 입학을 전후로 성관계를 했다고 인정한 셈.

또 2010년 기준 공식적으로 집계된 청소년 성관계 경험률은 5.3%(보건복지부)다. 전체 청소년 700만명 중 37만명 가량이 성경험이 있는 꼴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허수일 확률이 높다. 청소년 스스로가 응답에 앞서 자기 검열을 하기 때문.

앞서 온라인 조사보다 신뢰도가 높은 연구인 면접 인터뷰를 진행한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은 관련 논문에서 개별 조사연구의 한계를 지적하며 "면접자와 참여자 간에 시간을 가지고 신뢰 관계를 형성한 후에야 다루기 용이한 개인정보(스킨십, 성경험 등)를 충분히 탐색하는데 제한이 있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특히 성경험에 대한 사회적 낙인이 있는 여성의 경우는 솔직한 답변이 어려운 한계를 가질 확률이 높다.

감춰진 10대의
은밀한 성경험

이러한 변수를 고려하더라도 10대 청소년의 성관계 경험률은 수치상 이목을 잡아끌기에 충분한 지점이 있다. 남학생의 경험률은 7.2%. 여학생은 3.2%였다. 고등학생의 경우 전체의 8.1%가 성관계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부적으로 남학생은 11.2%, 여학생은 4.6%였다.


그렇다면 왜 남학생과 여학생의 성경험 비율 차이가 나는 것일까. 그 답은 남학생들 사이에 만연한 '어떤 문화'에 있다. 일반적으로 남학생들은 자신의 또래집단에서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가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가장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일종의 바로미터가 바로 여자친구다.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의 연구 자료에 따르면 남학생들은 여자친구를 사귀지 못할 때 '찌질한 아이' 또는 '모태솔로'라는 표현을 듣는 것으로(혹은 그렇게 인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들은 여자친구를 사귐으로써 더욱 당당해진다.

그러나 일부 여학생들의 성관계 후 고민 내용에서 보듯 남학생들은 성관계 후 자신의 성적 호기심을 다른 곳으로 돌린다. 그리고 또래집단에서 자신의 위치를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하여 자신의 여자친구를 다른 동성친구에게 소개한다. 이 과정에서 이른바 '돌림빵'이 일어난다.

돌림빵을 목격한 ㄴ군은 원래 B양의 남자친구였다. 그는 인천 한 고등학교에서 B양을 후배로 만났다. B양의 귀염성 있는 외모에 반한 ㄴ군은 B양에게 고백했다. B양은 준수한 얼굴과 매너까지 겸비한 ㄴ군이 싫지 않았다. B양은 ㄴ군의 고백을 받아줬고, 둘은 친구들 몰래 비밀 연애를 시작했다.

그러나 몇 달을 몰래 만나던 둘은 곧 싸우는 일이 잦아졌다. B양의 입장에서는 애정표현이었지만 ㄴ군에 입장에서는 간섭 내지 집착이었다. 때마침 B양과의 비밀 교제에 답답함을 느끼던 ㄴ군이 자신의 친구에게 교제 사실을 털어놨다. 물론 둘만의 비밀을 전제한 '오프 더 레코드'였다.

하지만 반전이 일어났다. ㄴ군의 친구가 B양에게 ㄴ군과의 교제 사실을 알고 있다고 메시지를 보낸 것. 이로 인해 B양과 ㄴ군은 헤어졌고, B양의 새로운 남자친구는 ㄴ군의 친구가 됐다. 그리고 그들은 곧 성관계를 가졌다.

ㄴ군의 친구는 처음부터 성관계를 목적으로 B양에게 접근했다. 목적을 달성한 그는 자신의 또 다른 친구에게 B양을 소개했다. 그 친구는 ㄴ군의 친구이기도 했다. ㄴ군은 그들이 B양과 함께 만나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자신에게는 이미 새로운 여자친구가 있었기 때문. ㄴ군은 "옛 여자친구를 설거지(돌림빵의 또 다른 표현) 한다는 게 기분이 좋지는 않았지만 괜히 거기에 엮이는 건 싫었다"고 해명했다. 또 ㄴ군은 "요즘 걔네들과는 연락을 하지 않는다"고 담담히 말했다. 

보통 이런 소문들은 학교 주변에 끊이지 않는다. 그리고 이런 소문이 퍼지는 걸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분위기도 변화된 성의식의 한 단면을 차지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들 사이에 알게 모르게 형성된 '어떤 기류'는 청소년들의 이른 성경험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경기 인근에 사는 C양(18)은 "첫경험이 굉장히 나쁜 기억으로 남았다"고 털어놨다. C양이 밝힌 첫 성관계 나이는 열일곱. C양은 "다른 아이들은 다 남자친구 만드는데 나만 없어서 내가 뒤쳐진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C양은 비슷한 시기 2명의 남자에게 고백을 받았다. 그가 선택한 ㄷ군(18)은 자신과 동갑이자 같은 반 친구였다. C양은 ㄷ군의 매력으로 유머러스함을 꼽았다.

하지만 교제 이후 ㄷ군은 C양을 무릎 위에 앉히고 얘기하는 것은 기본이고, 뽀뽀나 키스 등과 같은 스킨십을 시도 때도 없이 요구했다. 또 수업 시간 중에는 손으로 허벅지를 만지는 등 스킨십이 점차 과감해지는 성향을 띠었다.

적극적인 ㄷ군과 달리 C양은 아직 ㄷ군에게 마음을 열 준비가 안 됐었다. 하지만 이별 후 주위 친구들의 놀림을 받는 게 싫어 ㄷ군의 요구에 응할 수밖에 없었다. 기념일을 즈음해서 ㄷ군은 자신의 집으로 C양을 초대해 성관계를 시도했다. 술도 한 잔 마신 상태였다. C양은 자신도 모르게 ㄷ군의 의도대로 끌려가고 있었다.

[미성년 성관계 왜?]
남자는 "인정받고 싶어서"
여자는 "뒤처지기 싫어서"

서울 상위권 대학을 노릴 정도로 공부를 곧잘 했던 그들은 도서관에서 함께 공부를 하다가 성관계를 갖기도 했다. ㄷ군의 입장에서는 사랑을 확인하는 거였지만 C양은 다가올 기말고사가 더 걱정이었다. 때때로 ㄷ군은 여자친구의 손을 자신의 아랫도리로 가져가는 대담함을 보였다.

이들은 곧 헤어졌다. ㄷ군과의 이별 후 C양의 동성친구들은 C양의 스킨십 진도에 대해 물었다. C양은 있는 그대로 털어놨지만 소문이 날까봐 마음이 편치 못했다. 하지만 C양의 연애담을 들었던 친구 중 일부는 "저 어른이 된 것 같다" 호기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C양은 이후 자신에게 고백했던 또 다른 남자와 만났지만 그 친구에게 성관계 사실은 밝히지 않았다. 첫 경험의 안 좋은 기억은 아직도 C양의 머릿속에 남아 있다.

기자가 소개한 사례는 극히 일부다. 익명의 한 여중생은 자신이 스토킹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한때 남중생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진 놀이의 희생양이 됐다는 설명.

남중생들은 예쁘장한 여중생을 타깃으로 삼고, 번갈아가며 쫓아다닌다든가 밤마다 집 앞에서 기다렸다가 키스 등의 스킨십을 시도하는 놀이를 벌였다. 이 놀이는 여중생을 시쳇말로 '따먹을 때'까지 계속됐다.

또 이들은 관계 후 기념사진을 찍고, 이를 친구들에게 '인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랑을 동반하지 않은 위험한 성관계로 볼 수 있다.

이처럼 청소년들의 성의식이 대담해짐에 따라 임신 가능성도 높아졌다. 하지만 조숙한 성의식에 비해 피임에 대한 의식은 아직 제자리다.

키스는 기본
사귀면 한다

지난 1일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성경험이 있는 서울 지역 절반 이상은 성관계시 피임을 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 결과 남자 응답자의 48.3%, 여자 응답자의 42.1%만이 성관계시 피임을 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아울러 피임 실천율이 낮은데 반해 가정과 학교에서의 성교육은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뷰에 응한 청소년들은 이렇게 얘기한다. 실제 이성을 만나보는 것만큼 "좋은 성교육은 없다"고. 이들에게 성교육의 의미는 '이성을 제대로 만나는 법'이었다.

하지만 테스토스테론과 같은 과학용어 위주의 지금의 성교육이 반복되는 한 혹은 자녀의 이성교제를 무조건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부모들이 있는 한 청소년들의 성문화는 더 자극적이고 음성화될 것이며, 자연스레 어른과의 성의식 격차는 점차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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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