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고발하는' 충격사회 실태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8.20 09: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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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아빠 신고하는 기막힌 자녀들

[일요시사=사회팀] 최근 자녀가 부모를 고발하는 기막힌 상황이 잇달아 발생했다. 억울함을 호소한 아이들은 "부모가 나를 때렸다"며 경찰의 도움을 요청했다. 때린 부모들은 "교육이 목적이었다"고 반박했다. 이들 사이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을까.



지난 2010년께 중국에서 있었던 일이다. 중국전문매체인 <온바오닷컴>에 따르면 11살짜리 초등학생 A군은 "자신의 사생활이 침해당했다"며 법원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놀랍게도 A군이 지목한 피고소인은 A군의 부모였다.

A군은 "부모가 자물쇠를 열고 자신의 일기장을 꺼내봤으며 일기장을 통해 자신이 같은 반 여학생과 이성교제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면서 허난성 법원에 정식으로 재판을 요청했다. 그리고 사건을 심리한 재판부는 "미성년자지만 A군의 사생활은 법적으로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면서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당돌한 아들의 예상치 못한 승리였다.

아이는 펄펄
어른은 쩔쩔

이 기막힌 사건은 A군의 부모가 A군에게 사과를 하면서 마무리됐다. 국가 권력이 어른으로부터 침해받은 아이의 권리를 인정한 셈이다. 하지만 가족 내의 상하질서가 뚜렷한 한국 사회에서는 아이의 고발을 바라보는 곱지 않은 시선이 있었다. 인터넷을 통해 해당 뉴스를 접한 네티즌들은 "아이가 어떻게 부모를 신고할 수 있냐"며 믿기 힘들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이 믿기 힘든 일은 비단 먼 나라의 일이 아니었다.

지난 5일 오전 8시10분께 경기 수원서부경찰서에 한 통의 신고 전화가 접수됐다. 신고자는 이제 갓 9살이 된 초등학생 김모(9)군. 김군은 앳된 목소리로 "엄마가 술을 먹고 나를 때렸다"며 어머니 조모(43)씨의 폭행 사실을 알렸다.


경찰이 밝힌 내용을 토대로 종합한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경기 수원 권선구에 있는 한 자택, 그곳에서 조씨는 전날 마신 술이 덜 깬 상태로 아침밥상을 차렸다. 그리고 김군을 불러 "밥을 먹으라"며 식사를 권유했다. 하지만 김군은 손에 쥔 휴대전화를 놓지 않았다. 그건 김군이 최신형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고 있었기 때문.

밥상 앞의 김군이 아침밥을 먹는 둥 마는 둥 하자 엄마 조씨는 "빨리 밥 먹고 어서 도서관에나 가라"며 모두 10여 차례에 걸쳐 김군을 재촉했다. 그러자 김군의 입에서 생각지도 못한 욕설이 튀어나왔다. "XX, 짜증나네."

순간 열이 오른 조씨는 김군의 머리채를 잡고, 김군의 뺨을 두어 차례 때렸다. 엄마에게 맞은 김군의 코에서는 코피가 흘렀다.

피를 본 김군이 독해졌다. 손에 쥐고 있던 스마트폰을 두드려 조씨의 폭행 사실을 경찰에 신고한 것. 그리고 첫 번째 신고가 못미더웠는지 거듭 112에 전화해 "엄마가 뺨을 때렸다"며 신고 내용을 확인했다.

 아이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현장에서 마주한 뜻밖의 상황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화장실에서 나온 김군의 아버지가 사건 현장인 자택에 함께 있었기 때문. 김군의 아버지는 아들의 신고를 보고도 말리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초등학생 아들이 엄마를 신고한 것도 모자라 남편이 신고를 용인한 이 난감한 상황에 경찰도 잠시 당황했다는 후문. 하지만 조씨는 이내 폭력 등의 혐의로 인근 지구대에 연행됐다. 아내의 연행 전 김씨는 "법대로 해 달라"며 처벌을 호소했다.

독한 아들
술취한 엄마


경찰 조사에서 조씨는 횡설수설하며 자신이 취한 상태였음을 고백했다. 조씨는 평소 알코올중독 증세를 보였으며 그동안 아들을 자주 때린 것으로 알려졌다. 아들 김군 역시 "평소에도 엄마가 나를 자주 혼냈다"며 조씨의 잦은 폭력을 시인했다.

또 조씨는 그간 술을 자주 마시면서 남편 및 이웃 등과 갈등을 빚어온 것으로 드러났다. 참고인 조사를 받던 남편도 "아내를 처벌해 달라"고 진술했다.

그러나 김군은 "엄마의 처벌을 바라지 않는다"고 말했다. 경찰에 신고는 했지만 그래도 아직은 모성이 그리운 천생 아이였던 셈. 경찰은 피해자인 아들이 엄마의 처벌을 원치 않아 사건을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비록 사건은 불기소로 가닥을 잡았지만 한 번 금이 간 관계는 쉽게 회복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훈육을 빙자한 가정 내의 폭력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지난 9일에는 뺨을 맞은 10대 딸이 아버지를 경찰에 신고한 사건이 알려져 씁쓸한 화제가 됐다.

9살 초등생 "뺨맞았다" 어머니 신고
17살 여고생 "때린다" 아버지 고발

인천 남동경찰서는 딸을 때린 아버지 박모(48)씨를 지난 7일 폭행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박씨는 같은 날 오후 8시께 딸 박모(17)양의 뺨을 1차례 때린 혐의를 받았다.

경찰이 밝힌 사건 개요를 종합하면 이렇다. 인천 남동구의 한 자택, 얼마 전 집에 가져다 놓은 휴대전화를 찾던 박양은 휴대전화가 사라져 버린 사실을 알게 됐다. 박양이 찾던 휴대전화는 친구 B양의 것이었다. 그리고 이 휴대전화를 훔친 범인은 바로 아버지 박씨였다.

이를 알게 된 박양은 "친구가 두고 간 휴대전화를 왜 허락 없이 마음대로 팔았냐"며 아버지에게 언성을 높였다. 그러자 평소 권위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진 박씨는 자신에게 대드는 딸을 보고 화를 참지 못했다. 욱하는 마음에 딸에게 손찌검을 한 박씨. 순간 그는 딸과의 말다툼을 말리던 아내(43)도 손으로 밀쳤다. 이 바람에 박양의 어머니는 벽에 머리를 찧어 상처를 입었다.

이를 본 박양은 망설임 없이 통화버튼을 눌렀다. 112로 연결됐다는 안내 문구가 나오자 박양은 아버지 박씨의 폭행 사실을 경찰에 신고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박씨를 폭력 등 혐의로 체포했다.

그러나 경찰 조사에서 박씨는 오리발을 내밀었다. 박씨는 딸의 휴대전화를 훔친 이유를 묻자 "안 쓰는 휴대전화로 알고 팔았다"고 답했다. 또 딸과의 시비다툼에 대해서는 "집안 청소를 안 해서 혼내려고 한 것"이라고 진술했다. 하지만 박씨가 폭행을 한 사실이 변한 건 아니었다.

박양과 그의 어머니는 박씨를 처벌해 달라고 요구했다. 앞서 김군이 어머니의 처벌을 원치 않았던 것과는 대조된 모습이다. 경찰은 피해자인 박양이 처벌을 원하고 있음으로 사건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조만간 박씨는 딸과 함께 법정에 서게 될 것으로 보인다. 순간의 폭력이 부른 씁쓸한 참상이다.

뺨맞은 딸
뻔뻔한 아빠


엄마를 신고한 아들과 아버지를 고발한 딸. 이 낯선 풍경에 어떤 이들은 "천륜을 저버린 불효"라며 경계의 눈빛을 보내고 있다. 전통적 의미의 '위계질서'가 붕괴되고 있다는 뜻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산업화를 거치며 핵가족화가 심해졌고 ▲서양 문화가 보급되면서 동양 문화권 특유의 예의범절이 퇴색됐으며 ▲가정마다 자녀수가 줄다보니 아이들이 개인주의에 물들었다고 지적한다.

더욱이 많은 사람들은 가족 간의 문제는 가족 안에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뺨 한 번 맞은 걸로 어떻게 신고까지 할 수 있냐는 것"이다.

앞선 사건들과 폭력의 강도에서 다소 차이가 있겠지만 만약 가정 내 폭력이 일상적으로 반복돼왔다고 가정해보자. 실제 김군은 자신의 모친이 비교적 잦은 체벌을 가해왔다고 진술한 바 있다. 우리는 이것을 소위 '가정폭력'이라고 부른다.

박근혜 정부는 가정폭력을 '4대악'으로 규정했다. 그러나 실제 처벌 수준은 미미하다. 경찰청이 올 5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1년 7272명이었던 가정폭력 사범은 지난해 9345명으로 1년 새 약 28%가량 증가했다. 가해자 성분은 박씨처럼 대부분 가장이 차지하고 있었으며, 이들은 자녀와 아내를 상습적으로 폭행하고 있었다.

하지만 가정폭력을 뿌리 뽑고자 하는 사정당국의 의지는 그리 크지 않아 보인다. 지난해 가정폭력으로 입건된 9345명 중 구속된 피의자는 겨우 73명에 불과했다. 구속률은 0.8%.


민주당 김현 의원실이 지난 4일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경찰의 가정폭력에 대한 인식변화 및 업무수준 실태 조사결과'를 보면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조사에 참여한 경찰관(9865명)의 57.8%는 가정폭력 대응 방안에 대해 "가정 내에서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답했다. 또 경찰관의 78.5%는 "가정폭력은 사건을 해결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부담스럽다"는 뜻을 밝혔다. 경찰 일선에서조차 사건 개입에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그러나 경찰에게도 이유는 있다. 가정폭력 사건 대부분의 경우 피해자가 조사 도중 마음을 바꿔 처벌을 원치 않는 방향으로 사건이 봉합되기 때문이다. 김군의 사례에서도 아버지 김씨는 경찰 조사 말미 기존의 입장을 바꿔 아내의 선처를 바랐다는 후문이다.

사실 어린 자녀의 가정폭력 신고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막상 신고를 받고 출동하면 경찰의 개입을 거부하는 등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공식통계에 포함되지 않는 사례도 허다하다.

지난 1월께 전북에서는 한 여성이 "도와달라"며 아버지를 경찰에 고발했다. 신고자는 윤모(22)양. 그는 술을 마시고 늦게 귀가한다는 이유로 아버지 윤모(54)씨에게서 뺨 등을 맞고 112에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사건은 조용히 무마됐다. 딸 윤양이 아버지 윤씨의 처벌을 원치 않았기 때문. 그리고 이 같은 일은 지금 전국 각지의 지구대에서 반복되고 있다.

씁쓸한 자화상
해결책은 없다

최근 가정폭력에 대한 심각성이 대두되면서 이번 사건이 유독 이슈화됐지만 비슷한 사건은 지난 2006년에도 있었다. 당시 서울 금천경찰서는 아들의 뺨을 때린 혐의로 두 아들의 아버지 김모(39)씨를 입건했다.

이 사건은 앞선 사건과 경위가 거의 비슷하다. 아버지 김씨는 일을 마치고 소주 반병을 마신 뒤 새벽 1시쯤 귀가했다. 하지만 집에 도착하니 둘째 아들(16)은 휴대전화 게임에 열중하고 있었다. 지난달 휴대전화 요금이 약 9만원가량 나왔던 것을 기억한 김씨는 그대로 둘째 아들에게 다가가 서너 차례 뺨을 때렸다. 그리고 이를 본 큰 아들(18)은 "아버지가 동생을 때린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아버지는 곧 출동한 경찰에 의해 연행됐다.

경찰 조사에서 아버지는 "아들이 밤늦도록 잠을 자지 않고 휴대전화를 가지고 놀고 있어 혼내줬다"고 진술했다. 자신의 입장에선 일종의 훈육이었던 셈.

하지만 신고한 큰 아들은 "아버지가 술을 마시고 폭력을 휘둘러 참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아버지의 교육방식이 잘못됐다는 얘기다.

7년 전이나 지금이나 사건의 본질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부모는 폭력을 이용해 아이를 길들이려 하고, 아이들은 그런 부모에 반항해 부모의 잘못을 입증하고자 한다. 흔한 말이지만 아이는 어른의 거울이다. 어른들이 힘으로 누를수록 아이는 더 큰 힘을 찾게 된다. 힘을 갖춘 자가 만능인 시대에 아이들이 힘을 가진 공권력을 찾는 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인지도 모르겠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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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의 한 지역구에서 특정 당의 당원 명부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총선, 지방선거 등을 치르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당 관계자의 업무용 노트북에 담겨있던 정보가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올림픽 육상 100m 경기를 생각해 보자. 8개 레인에 각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선다. 이 선수들은 국내 선발전에서 1등을 차지했을 것이다. 국가대표로 뽑힌 선수는 올림픽에 출전해 예선을 치르고 결승에서 금메달을 다툰다. 0.01초 차이로 메달 색깔이 달라지는 경기에서 승자는 늘 단 1명뿐이다. 치열한 공천 경쟁 선거는 올림픽보다도 더 확고한 ‘승자 독식’ 구조다. 올림픽에선 2등에게 은메달, 3등에게 동메달이라도 주지만 선거에서 2등은 꼴찌와 같다. 당선자는 후보자에서 국회의원, 시·군·구의원, 구청장·군수, 시·도지사 등으로 신분 상승이 이뤄진다. 명예와 권력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는 자리로 순식간에 올라가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선거에 출마하려는 후보들은 당선 가능성이 큰 자리로 몰린다. 어떤 경기든 일단 출발선에 서야 경쟁을 할 수 있듯, 선거에서 공천은 본선으로 가기 위한 1차 관문이 된다. 자리는 하나, 후보는 여럿이니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최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불거진 공천 헌금 의혹은 자리를 돈으로 사려 했다는 내용으로, 관련자는 구속됐다. 최근 서울 구로구에서 일어난 당원 명부 유출 의혹도 공천 경쟁 과정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업무용 노트북에서 수십개의 엑셀 파일이 발견됐는데 그중 일부가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였고 이름, 연락처, 거주지 등이 포함된 이 파일이 상대 당의 후보 경선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2020년 21대 총선 당시 서울 구로을 지역구에서 거물급 인사가 후보로 맞붙었다. 구로을 지역은 서울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곳이다. 17대(2004년)부터 지난 22대(2024년) 총선까지 20여년간 민주당이 이겼다. 민주당(당시 통합민주당)이 사상 최악의 패배를 당한 18대 총선에서도 구로을 지역은 넉넉하게 수성한 바 있다. 업무용 노트북에서 발견 이름·연락처·거주지 담겨 구로에서만 평생 살았다는 한 시민은 “선거 때마다 텃밭, 험지 이런 말을 많이 쓰지 않나. 구로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사지’다. 민주당이 아주 꽉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총선 등에서 민주당 후보가 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몇몇 인사들은 바닥부터 훑어가며 선거를 준비한다. 민주당은 21대 총선 때 구로을 지역 후보로 윤건영 의원을 전략공천 형태로 낙점했다. 윤 의원은 당시 문재인정부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맡고 있었다. 현재까지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복심으로 불린다. 국민의힘은 서울 양천을 지역에서 내리 3선을 지낸 김용태 전 의원을 ‘자객’ 공천했다. 민주당의 독식으로 관심 지역에서 벗어나 있던 구로을이 순식간에 ‘격전지’로 떠올랐다. 문제는 구로을 지역 총선 출마를 준비하던 예비후보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민주당 조규영 전 서울시의원의 반발이 거셌다. 조 전 시의원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서울 비례대표로 정치권에 입성, 이후 구로2선거구에서 서울시의원으로 재선했다. 조 전 시의원은 최소한 경선은 치를 수 있게 해달라며 민주당의 전략 공천을 비판했다. 당시 조 전 시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지역 당원 수보다 더 많은 권리당원을 모았다. 열심히 뛰었다. 누구와 경쟁하든 경선에서 이길 자신이 있었다”며 “그러나 결과는 낙하산 공천이었다. 저는 특혜나 찬스를 원하지 않았다. 공정한 경선만을 바랐다. 낙하산 공천은 공정하지도 않고 본선 경쟁력도 없다”고 강조했다. 어디에 사용했나 조 전 시의원은 노숙 단식까지 해가며 경선을 촉구했지만 결국 낙천했다. 이후 다른 선거에도 출마하지 않았다. 잊히는 듯했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최근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업무용 노트북에서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표기된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발견된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원들의 이름과 연락처, 행정동 등이 기재된 엑셀 파일은 ‘(보안철저)저쪽디비’ 폴더에 담겨있었다. 해당 파일의 ‘구분’ 부분에 ‘조규영 일반 당원’이라고 표기돼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맞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에 민주당 구로을 국회의원 예비후보였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기재돼있다는 점에서 의심이 촉발됐다. 동시에 누가 노트북에 해당 파일을 옮겼는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문서가 발견된 노트북은 2020년 총선 과정에서 당원협의회에 업무용으로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만 사용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구로구의회에 입성한 A 구의원이 해당 노트북을 사용했다. A 구의원은 2022년 국민의힘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여성부장을 맡은 이력도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문제의 노트북은 A 구의원이 여성부장으로 활동할 무렵 사용했다가 후임자에게 넘겼다. 그는 “이후 여성부장이 바뀔 때까지 쭉 A 구의원이 가지고 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쉬쉬하다 이제서야 눈여겨볼 대목은 A 구의원의 이력이다. 그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비례대표 순번을 받아 당선됐지만, 2020년 총선 때까지만 해도 민주당 조 전 시의원을 보좌하는 수행비서 역할을 했다. 실제 조 전 시의원이 예비후보로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 곳곳에서 A 구의원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A 구의원은 조 전 시의원 낙천 이후 김용태 전 의원 배우자의 수행비서로 발탁됐다. 김 전 의원의 측근이 A 구의원을 추천한 것으로 안다”며 “2020년 총선에서 김 전 의원이 낙선하고 당협위원장으로 있을 당시 A 구의원이 비례대표로 공천받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측 정치인을 수행했던 인사가 국민의힘 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한 데 이어, 그가 직접 사용한 노트북에서 자신이 보좌했던 사람의 이름으로 파일명이 기재된 국민의힘 당원 명부가 발견된 셈이다. A 구의원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를 민주당 측에 유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대목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A 구의원이 조 전 시의원을 수행할 당시 지역구 경선을 대비해 당원 명부를 입수한 게 아닌가 싶다”며 “당시 경선까지 진행되지 않았기에 당원 명부가 실제 사용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문서를 가지고 있었다는 자체만으로도 의아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사실 이 문제는 올해 1월경에 처음 드러났다. A 구의원이 당원협의회에 노트북을 반납하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해당 폴더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쉬쉬’하다가 최근에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당협 회의에서 논의 A 구의원 “문제없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A 구의원의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지난 1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에서 논의됐다. 해당 의혹이 구로 지역에서 확산하자 A 구의원이 먼저 이 문제를 먼저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당원협의회 회의에 참석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 위원은 ‘덮고 가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문제가 불거지면 지방선거를 망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일부 관계자가 “심각한 개인정보 유출” “해당 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조사를 요청했지만 그 수가 많지 않아 관철되지 않았다. 회의에 참석한 한 위원은 “선거를 치르다 보면 당원 명단이 일부 흘러 다니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이렇게 명부가 통째로 유출되는 건 심각한 일”이라며 “명백한 해당 행위다. 자체 조사를 통해 징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 규정 제20조(징계사유)에 따르면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를 했을 때 ▲현행 법령 및 당헌·당규·윤리 규칙을 위반해 당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행위의 결과로 민심을 이탈케 했을 때 등의 사유로 징계할 수 있다고 돼있다. 해당 관계자는 A 구의원의 행위가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해당 행위? 징계 가능성? A 구의원은 해당 의혹은 전부 해명됐다는 입장이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당협 회의에서 이 문제가 논의됐는데 문제없다고 결론 났다.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일고의 논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의혹을 언급한 제보자에게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등으로 조치할 수 있다는 점을 전해 달라”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