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로 새는 눈먼 나랏돈?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8.05 14: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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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고 축내는 '버스왕' 꼬리 잡힐까

[일요시사=사회팀] '국민의 발'인 버스,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버스 회사에는 공공성을 담보로 막대한 정부 예산이 투입되고 있다. 그러나 투입된 예산이 각 업체별로 어떻게 집행되고 있는지 제대로 감시하는 곳은 하나도 없다. 정부의 관리·감독이 무뎌진 사이 일부 버스 회사들이 '눈먼 나랏돈'을 불법 전용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사정당국이 국내 굴지의 운송업체 A사를 들여다보고 있다는 첩보가 입수됐다. A사의 모 회장은 '버스왕'으로 불리는 버스재벌로 수천대의 버스 및 다수의 부동산을 소유한 대부호로 알려져 있다.

아시아 버스왕
지원금만 꿀꺽?

경기 외곽에서 만난 A사의 옛 직원 ㄱ씨는 과거의 답답한 기억 때문인지 한숨부터 내쉬었다. 그는 "외부로 알려진 것과 A사의 참 모습은 다르다"며 일례로 '버스 인센티브 제도'를 끄집어냈다.

버스 인센티브 제도란 경기도가 대중교통 선진화 등을 명목으로 지난 2005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제도. 경기도내 각 운송업체는 '경영 및 서비스 평가'에 따라 적게는 수억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씩 인센티브를 챙겨가고 있다.

ㄱ씨는 이 인센티브 제도를 A사가 악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A사는 모두 15개의 운송업체를 계열사로 두고 있는데 이들이 챙겨가는 인센티브는 막대하지만 이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제대로 아는 이가 거의 없다고 했다.


ㄱ씨는 버스업체에 대한 지원이 정부의 경영 및 '서비스' 평가에 따라 이뤄지므로 이 돈을 버스 회사의 모든 구성원과 "공정하게 배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기자가 확인한 평가 항목에는 ▲차내 서비스 수준 ▲교통사고 발생 및 위험지수 ▲운행횟수 준수율 등 버스 기사의 직무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항목들이 있었다.

경기도 내 또 다른 버스업체에서 근무 중인 ㄴ씨는 자신의 회사로부터 이 인센티브 명목으로 "별도의 상여금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ㄴ씨가 있는 회사는 경기 외곽에서 시내버스 약 40대를 운행하는 작은 업체다.

ㄴ씨는 "상여금을 돌려받을 때 도에서 (지원금을) 직원들의 복지를 위해 써야한다고 말해 현금으로 돌려준다란 말을 들었다"고 덧붙였다. 같은 지원금을 두 업체가 다르게 쓰고 있는 셈이다.

감점 피하려 사고책임 기사에
직원 길들이기로 악용 의혹

그렇다면 A사는 정부로부터 받은 지원금을 어떻게 쓰고 있을까.

ㄱ씨에 따르면 A사는 이 지원금을 '직원 길들이기' 용도로 사용하고 있다. ㄱ씨는 "나 그만 둘 때까지 일반 직원들은 인센티브를 구경도 못해봤다"면서 "말 잘 듣는 팀장급들에게만 금반지를 좀 해주고, 자체 사보에는 직원들의 복지를 위해 썼다고 홍보하는 등 국가 세금을 마치 선심 쓰듯 전횡했다"고 폭로했다.

몇 년 전 ㄱ씨는 정부 보조금을 타내기 위해 A사가 각종 위법적 근무를 강요하자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섰다. 버스 회사에 만연한 저임금·중노동에 항의하기 위해서였다.


A사의 유력 계열사인 모 운수업체 기사들은 회사가 정한 운행횟수를 맞추기 위해 하루 15∼18시간의 근무를 2∼8일 연속으로 했다. 이런 중노동으로 인한 과로와 수면부족은 졸음운전으로 이어져 잦은 사고의 원인이 됐다.

그러나 업체는 산재 및 공상처리를 회피함은 물론 사고의 손실보상을 기사 자부담으로 돌렸다. 운행 중 사고는 '보조금 지원'을 위한 정부의 서비스 평가 시 감점 요인으로 지목되기 때문이다. 즉 정부 보조금을 타내기 위해 회사 직원들을 쥐어짜내는 야만적인 행태가 업계 관습처럼 이어져온 것이다.

회사는 웃고
기사는 울고

A사는 경기 구리, 광주, 남양주, 의정부 등 경기 서부지역 시내버스를 독점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또 동두천, 양주 등 경기 외곽에서 서울로 들어가는 노선을 독점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부산, 경북, 충북 등을 아우르는 시외버스 노선도 A사 손아귀에 있다.

국내 버스업계에서 A사의 위상은 독보적이다. 회사 운영에 필요한 피복·정비·식품 업체를 자회사로 갖고 있으며, 거대 자본을 등에 업고 터미널사업, 의료사업 등에도 진출했다. 더불어 A사는 한 유명 지역방송의 지분을 갖고 있는 것으로도 확인됐다.

최근 기자와 만난 한 버스 업계 관계자는 "인센티브 외에도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유류세 등 보조금이 버스 운영이 아닌 다른 곳에 출자되고 있는 것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했다. 사실상 돈이 업체로 넘어가면 이를 감시할 수 있는 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인천의 한 사무실에서 만난 ㄷ씨는 "성과이윤(버스 인센티브 제도)은 사실상 눈먼 돈"이라며 몇 장의 문서를 내밀었다. 인천시가 작성한 '성과이윤 지급현황 표'였다.

인천시는 지난 2009년 1월부터 버스 회사의 재정적자를 100% 보조하는 버스 준공영제를 시행하고 있다. 즉 인천시의 성과이윤은 경기도의 적자 보전과는 돈의 성격이 다른 플러스알파의 성격을 갖고 있다.

인천시가 지난 2009년부터 각 업체별로 지급한 성과이윤은 모두 86억여원에 달한다. 전체 규모는 크지 않지만 이 돈은 고스란히 버스 업자의 호주머니를 채우고 있다.

매년 150억∼200억원 지급
인센티브 타내려 위장배차

인천시가 제정한 '수입금공동관리 준공영제 운영지침'에 따르면 "성과이윤은 성과평가 결과에 따라 사업자별 차등 지급 방식으로 운용한다"고 돼 있을 뿐 지원금의 사용목적과 사용처가 명기 돼 있지 않다. 이는 사업자가 받은 돈을 어디에 써도 법적 제제 근거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구나 인천 일대에서 A사와 같은 위상을 점하고 있는 버스재벌 B사의 경우는 각 계열사로 지급된 성과이윤을 취합했을 때 연간 수억원의 ‘공짜’ 이득을 취할 수 있다.


인천시가 작성한 '운수회사별 성과이윤 내역'에 따르면 업체 별 지급현황은 2009년 하반기 기준 ▲S여객 3855만원 ▲S버스 3549만원 ▲S교통 4171만원 ▲I교통 3366만원 ▲J교통 3121만원 등이다. 이 업체들은 모두 B사의 계열사로 지원금의 합은 약 1억8000만원에 이른다.

2011년 하반기를 기준으로 하면 ▲S여객 9471만원 ▲S버스 4268만원 ▲S교통 1288만원 ▲I교통 2296만원 ▲J교통 2262만원 ▲G버스 4696만원 등 2억4000여만원으로 2년 새 약 6000만원가량이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묻지마 지원금
누구도 못말려

ㄷ씨는 "인천시는 준공영제가 시행되고 있기 때문에 시로부터 지급된 인센티브 규모가 작지만 경기도는 자율 체제기 때문에 인센티브 지급 규모가 훨신 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ㄷ씨는 "정부 보조금을 타내기 위해 평가 기간 동안 배차를 늘린 뒤 보조금을 받으면 다시 유휴차를 늘린다든가 오지 노선을 헐값에 인수한 뒤 보상금은 타내면서 배차를 줄이는 눈속임이 반복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경기도의회 민경선 의원은 오래 전부터 A사의 독점적 버스 운영과 몰아주기식 보조금 책정을 비판해왔다. 그는 "A사가 교통 약자를 위한 저상버스를 도입하기로 해 놓고 기본 약속조차 이행하지 않았다"면서 "사실상 A사를 향한 지원금 퍼주기가 반복돼 왔다"고 지적했다.




민 의원이 제출한 '2011년 도정감사 자료'에 근거하면 A사는 경기도 전체 버스 재정지원의 3분의 1을 가져가면서도 ▲저상버스 도입율이 타 업체보다 낮고 ▲배차 가이드라인을 자주 위반했으며 ▲노후 차량 및 시설 개선 노력이 미흡했다. 그러나 A사는 어떤 페널티도 없이 매해 150억∼200억원의 재정지원금을 10년 가까이 도로부터 꼬박꼬박 가져갔다.

민 의원은 재정지원금을 부풀려 받는 수법으로 '차량 운행대수 부풀리기'를 지목했다. 실제 버스는 차고에 있지만 유류대를 허위로 작성, 운행대수를 부풀린 뒤 지원금을 실제보다 많이 타낸다는 것이다. A사 역시 이 같은 수법으로 몇 차례 배차를 줄였다가 현지 언론에 발각된 전력이 있다.

민 의원은 "여러 차례 A사와 관련한 위법 사항이 발견됐지만 지원금이 차감되거나 제대로 된 행정 조치를 취했던 적이 없었다"며 "재정지원금을 포함해 A사에 들어가는 정부돈만 600억∼700억원인데 이를 제대로 감독할 인력조차 없다"고 개탄했다.

2008년 A사로 지급된 인센티브는 59억원, 2009년은 64억원, 2010년은 42억원이다. 그리고 2011년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시내버스 인센티브 지원금을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도내 버스업체 간 서비스 경쟁을 활성화하겠다는 복안이었다.

이에 따라 A사로 지급된 인센티브도 늘어났다. 기자가 확인한 2012년 A사 계열 한 운송업체 인센티브 지원금은 4억4000여만원. 경기도 한 관계자는 "자료 유출 및 세부 공개가 금지돼 있어 정확히 말씀드릴 수 없지만 매해 40억∼60억원 정도가 A사에 지원되고 있는 건 맞다"고 확인했다.

그러나 이 인센티브 제도가 준공영제를 채택하지 않은 광역단체 입장에선 합리적인 제도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국회 국토위 소속 한 관계자는 "이 인센티브 제도를 둘러싼 오해가 많은데 실제로 확인해보니 평가의 투명성이 높았다"면서 "오히려 경기도가 제일 먼저 도입한 뒤 다른 지자체가 이 제도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사정당국 국내 굴지의 운송업체 내사
수천대 버스 보유한 '버스재벌'도마
정부 보조금 유용·횡령 여부에 초점

실제로 경기도는 투명한 평가를 위해 10여 명의 외부 전문가를 영입, '경영 및 서비스 평가' 때마다 담당 TF를 구성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불어 A사 외 기타 중소업체들은 급여를 제때 지급할 수 있게 됨으로써 내부 반응이 좋았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렇다면 도의 공식적인 입장은 어떨까. 도 관계자는 "의혹이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일부 대형 운송업체로 나랏돈을 퍼주는 게 아니란 얘기다.

이 관계자는 "잘 아시다시피 제도 자체는 다른 지자체에서 도입할 정도로 (그 합리성을) 인정받았고, 지원금을 산정할 때도 다각도로 검증하기 때문에 특정 업체에 돈을 퍼주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해당 관계자는 앞서 언급한 여러 의혹들을 차례로 해명하면서 "경기도는 준공영제가 아니기 때문에 적자 보전율이 30% 밖에 안 돼 업체들도 경영 상태가 열악한 편이다"고 반박했다.

A사 사정에 밝은 몇몇 관계자에 따르면 A사는 최근 일부 구조조정을 통해 경영난을 타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도 관계자도 인센티브 지원금의 사적 전용에 대해선 말을 아끼는 분위기였다. 한 관계자는 "업체에 지원금을 전달할 때 '직원들을 위해 쓰시라'고 권고하지만 그 이상은 경영 문제기 때문에 우리가 관여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사견임을 전제로 "업체 사정이 어려운데 인천시 업체처럼 인센티브를 주물럭할 수 있겠냐"고 의견을 전했다.

수상한 커넥션
악행은 여전해

그러나 ㄱ씨 등 A사에서 근무했거나 관계된 인사들은 A사의 자금 운용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과거 A사는 김문수 경기도지사에게 불법으로 정치자금을 전달했던 전력이 있는 회사"라며 "전직 국회의장, 현직 경찰서장, 국토해양부 고위 공무원 등 A사가 로비한 곳이 한 두군데가 아닐 것"이라고 귀띔했다.

한 익명의 제보자에 따르면 A사는 최근 사고를 낸 직원에게 반성문을 쓰게하고, 이를 사내 전 직원에게 사인 받게 하는 등 인권유린적인 지침을 강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정된 운행횟수를 지키지 않고 버스를 차고지 인근 외곽 도로에 놀리는 등 편법을 부린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의 발'을 볼모로 한 A사와 관련한 의혹은 오늘도 끊이지 않고 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청라지구 버스비리 의혹

없던 '황금노선' 만들어 제공

인천경찰청 금융범죄수사팀이 지난 4월 버스업체로부터 향응을 제공받고 버스노선 변경 등 편의를 제공한 혐의(뇌물수수)로 공무원 황모(52)씨를 입건한 가운데 비슷한 정황이 포착돼 눈길이 모아지고 있다.

한 제보자에 따르면 인천 청라지구를 관통하는 '황금노선'을 허가해준 공무원 A씨는 현재 다른 부서로 보직을 옮겼다. 그러나 제보자는 공무원 A씨가 인천 한 대형 운송업체에 "황금노선을 무단으로 제공했다"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기자가 입수한 인천시 공문에 따르면 공무원 A씨는 지난 4월 "청라지구 개발지역 신규아파트 입주에 따른 시내버스 이용객의 불편을 해소하고자 버스노선의 신설 및 증차를 허가한다"고 명기했다.

하지만 준공영제가 시행 중인 인천시에서 신규 노선 허가나 증차가 '거의 없다'는 점에 주목한 제보자는 이를 특혜라고 지적한 것.

한편 인천경찰청 금융범죄수사팀은 시로부터 받은 보조금을 횡령한 혐의(업무상 횡령)로 신모(55)씨 등 버스업체 대표 4명을 지난 4월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2009년 1월부터 2010년 8월까지 시로부터 받은 버스준공영제 재정보조금을 임원·관리직 급여, 차량 할부금, 가스비 등에 불법 전용해 약 23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황씨는 버스업체 직원들과 함께 유흥업소에 다니며, 모두 26차례에 걸쳐 1400만원 상당의 향응을 제공받고 버스노선 변경 등 편의를 제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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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