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비자금' 키맨들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8.05 14: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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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쇠 쥔 문지기 "전씨네 비밀금고 연다"

[일요시사=사회팀] 전두환 전 대통령의 비자금을 추징하기 위한 수사가 어느덧 중반전에 접어 든 가운데 검찰의 움직임이 바빠졌다. 수사의 무게 중심이 '숨겨진 재산 찾기'보단 '자금의 출처 규명' 쪽으로 기울고 있기 때문. 전두환 일가의 '수상한 돈'이 속속 드러나면서 이제 관심은 이 돈이 원래 '누구 것'이었냐는 방향으로 모아지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전두환 일가 미납 추징금' 특별환수팀(팀장 김형준 부장검사)은 전 전 대통령 일가와 친인척, 주변 인물 등 모두 40여명을 지난달 25일 출국금지했다. 이들은 '전두환 비자금'의 이동 경로를 알고 있거나, 재산 은닉 과정에 도움을 줬을 것으로 추정되는 인물들이다. 사실상 이 40여명의 진술에 따라 이번 수사의 성패가 좌우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일요시사>가 '전두환 비자금'의 키맨들을 조명했다.

[키맨1] 전두환 처남 이창석

이창석씨는 전 전 대통령의 처남으로 그의 부인인 이순자씨의 남동생이다. 전 전 대통령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전두환 비자금'의 창구가 이씨라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이씨는 자신의 매형인 전 전 대통령이 재임하던 1983년 '동일'이라는 철강 납품회사를 설립했다. 그리고 이듬해인 1984년부터 포항제철과 독점적인 납품 계약을 맺고, 동일 대표이사로 활동했다. 당시 동일이 올린 연매출은 500억원에 달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씨는 1988년부터 5공 비리 수사 대상에 올라 검찰 조사실을 오갔는데 동일을 운영하며 회삿돈 29억여원을 횡령하고, 17억여원의 세금을 포탈한 혐의였다. 법원은 "죄질이 나쁘다"는 의견과 함께 이씨를 법정 구속했고, 그렇게 세간의 관심에서 이씨는 멀어졌다.

하지만 이씨는 1995년 다시 검찰의 수사망에 올랐다. '전두환 비자금'의 금고지기이자 핵심 관리인으로 이씨가 지목된 것이다. 당시 이씨는 전 전 대통령이 재임하던 시기인 1986년부터 1987년 사이 조성한 3000억∼5000억원 규모의 비자금을 세탁해 은닉한 혐의를 받았다. 수사 과정에서 출처가 불분명한 거액의 뭉칫돈이 이씨 계좌를 통해 오고 간 정황이 포착되기도 했다.

그러나 검찰은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채 결국 이씨를 놓아줬다. 이씨가 돈을 굴리던 1993년 전후는 금융실명제 시행 이전이라 계좌 추적이 쉽지 않았었다는 얘기도 들린다. 다수 관계자는 김영삼 정부의 금융실명제 도입을 앞두고 전 전 대통령이 차명으로 관리되던 비자금 상당수를 부동산으로 전환했다고 믿고 있다.

전 전 대통령 일가의 숨겨진 재산을 추적할 때마다 이씨의 이름은 빠짐없이 오르내린다. 추정 거래가만 4000억원이 넘는 막대한 부동산도 의심스럽지만 전씨 일가와의 '묻지마 땅거래'는 숱한 의문을 낳는다.



이씨는 자신의 아버지이자 전 전 대통령의 장인인 이규동 전 대한노인회장에게서 다수의 부동산을 증여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씨가 소유한 부동산의 특징은 경기도 오산시 양산동 땅이 유독 많다는 것인데 등기부상으로 이씨는 자신의 부친에게서 이 땅들을 증여받은 것으로 돼있다.

그러나 땅의 규모나 개발 가치 등을 따져봤을 때 통칭 '오산땅'은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으로 이해된다. 정황상 오산땅의 구입 경로가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아니고서는 전씨 일가와의 '통큰 거래'가 쉽사리 이해되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2006년 12월 이씨는 본인 소유의 양산동 땅 95만㎡(28만여평) 중 46만㎡(14만여평)를 전 전 대통령의 차남 재용씨에게 넘겼다. 매도 금액은 28억원, 추정 공시지가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이 땅의 절반은 건설업체 '늘푸른오스카빌'의 박정수 사장이 매입했는데 박 사장이 매입한 금액은 400억∼500억원 선으로 알려져 있다. 즉 똑같은 땅을 재용씨에게는 헐값에 넘기고, 박 사장에게는 웃돈을 얹어 매도한 셈이다.

여기서 놀라운 점은 재용씨가 이 땅을 2년 뒤 박 사장에게 400억원을 주고 되팔았다는 것에 있다. 2년 새 무려 372억원의 이득을 올린 셈. 그러나 재용씨는 이중 60억원만 선지급받고, 나머지 금액에 대해선 늘푸른오스카빌 소유의 용인 땅에 수익권을 설정하는 것으로 셈을 대신했다. 이 용인 땅은 이후 299억원에 팔려 재용씨의 곳간을 채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욱이 재용씨는 용인 땅의 매각대금을 제외하고도 앞선 거래에서 미납된 340억원을 2009년 9월부터 100억원, 140억원, 100억원 순으로 차례로 돌려받았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단 한 푼의 양도세도 내지 않았다. 외삼촌 이씨와의 거래 당시 본인으로의 소유권 이전을 피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씨는 재용씨의 '미등기'를 눈감아줌으로써 조세포탈을 꾀한 공동정범으로 의심받고 있다.

더불어 이씨는 경기도 안양시 관양동 일대 땅 2만6000여㎡(8000여평)를 전 전 대통령의 딸인 효선씨에게 증여했다. 추정 공시지가는 약 40억원. 공교롭게도 이씨가 양산동 땅을 매각한 시점과 관양동 땅을 증여한 시기는 일치한다. 현재 이 관양동 땅 위에는 효선씨가 소유한 20평대의 단독주택이 들어서 있다. 이는 모두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으로 분류된다.

검찰은 이처럼 이씨가 땅을 굴리는 과정에서 전씨 일가에게 사실상의 '재산 증여'를 꾀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씨가 선친으로부터 물려받은 '성강문화재단' 소유의 토지와 건물도 장남인 재국씨에게 소유권이 이전된 점 등을 주의 깊게 보고 있다.

한 검찰 관계자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수사의) 주 타깃은 이씨"라며 "자금의 원천을 찾아 그 돈에 의해 전씨 일가의 재산이 증식됐다는 것을 캐내야 하는데…. 그 핵심 역할을 한 것이 이씨"라고 소견을 밝혔다. 다시 말해 전 전 대통령이 조성한 비자금을 주로 이씨가 관리했고, 이 비자금이 이씨를 통해 전씨 일가에게 배분됐다는 의혹이다.

이씨의 재산이 그의 사회경력에 비해 지나치게 많다는 점은 관련 의혹을 뒷받침하고 있다. 재용씨가 설립한 부동산개발회사 '비엘에셋'의 부채 규모가 거의 600억원에 육박하지만 이를 유지하고 있는 것도 이씨의 지원이 있기 때문이라는 소문이 끊이지 않는다. 이씨는 약 160억원을 출자해 재용씨를 도왔다. 그간 재용씨가 은행에서 사업 자금을 대출받을 때 이씨 명의를 사용해 온 점도 의미심장하다. 외삼촌 이씨가 전씨 일가의 자금줄이란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키맨2] 이창석 친구 박정수

그렇다면 이씨는 그에게 굴러온 비자금을 어떻게 관리했을까. 이씨 역시 전 전 대통령처럼 타인 혹은 신탁기관 등을 통해 비자금을 관리해왔다는 설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씨는 한 부동산신탁회사를 통해 ‘오산땅’을 비밀리에 관리해왔다. 부동산신탁회사에 신탁된 땅은 등기부상 실소유주가 드러나지 않고, 사법 당국의 강제집행 목록에서 사실상 제외될 수 있다는 이점을 갖는다.



평소 이씨는 자신의 땅을 보호하기 위해 부동산신탁회사에 땅을 맡겨 놓고, 매도가 필요한 시점에는 부동산신탁회사를 끼고 자신이 직접 땅을 거래하는 방식으로 재산을 숨겨왔다. 그러나 땅의 성격 자체가 '전두환 비자금'의 차명 재산이란 의심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에 이씨는 주로 자신의 지인들을 통해서만 땅을 거래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늘푸른오스카빌의 박정수 사장이 키맨으로 부상했다. 이씨의 수상한 거래마다 박 사장이 거액을 들여 땅을 매입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양산동 땅 매각 과정에서 박 사장의 실명은 처음으로 공개됐다. 그는 재용씨와 같은 땅을 매입하면서 공시지가보다 100억원이 넘는 웃돈을 주고 땅을 산 것으로 전해졌다. 그리고 2년 뒤 재용씨가 산 땅은 다시 400억원에 매각되는데 이를 매입한 이가 바로 박 사장이었다. 불과 2년 전 재용씨가 28억원에 샀던 땅을 박 사장은 열배가 넘는 가격에 거래한 것이다.

이에 그치지 않고 박 사장은 재용씨에게 늘푸른오스카빌 소유의 용인 땅 수익권을 보전해 준 것으로 확인됐다. 재용씨는 본인이 받은 수익권 외에도 외삼촌 이씨의 수익권마저 행사해 수백억원의 이득을 봤다. 도무지 타산이 맞지 않는 이 삼자거래로 박 사장은 의혹의 중심에 섰다. 이씨와 박 사장이 짜고 재용씨에게 비자금을 불법 증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박 사장은 이씨와 오랜 기간 친분을 쌓아온 친구로 알려져 있다. '20년 지기'인 둘은 또 다른 오산땅을 수천억원에 거래하면서 의혹에 불을 지폈다. 이씨 소유의 양산동 땅(평화농장 포함 4개 필지) 29만여평이 2010년 건설업체인 '오산랜드마크프로젝트'에 팔렸는데 오산랜드마크프로젝트의 설립자가 다름 아닌 박 사장으로 밝혀진 것이다.

오산랜드마크프로젝트는 박 사장이 만든 '특수목적회사(SPC)'로 약 3000가구 규모의 인근 주거단지 조성에 관여하고 있다. 이 오산랜드마크프로젝트가 이씨로부터 매입한 양산동 땅의 매입가는 모두 4666억원으로 파악됐다. 일각에선 이 매각대금을 전씨 일가와 이씨가 균등하게 나눴을 것이란 주장도 제기된다.

검찰은 최근 박 사장을 소환해 오산땅의 매입 경위와 거래에 쓰인 자금 내역 등을 조사했다. 당시 박 사장의 진술 내용은 외부로 공개되지 않고 있지만 검찰이 추가 소환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박 사장과 관련한 의혹은 더욱 증폭되는 상황이다.

특히 <노컷뉴스>는 박 사장 측근의 말을 인용, "박 사장이 '내가 이창석씨 비자금을 관리해주고 있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고 보도해 전두환 비자금이 이씨를 거쳐 박 사장의 차명 재산으로 관리되고 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검찰 추징수사 속도… 수상한 돈 속속 드러나
일가·친인척·주변인물 등 40여명 출국금지

[키맨3] 전재용 친구 류창희

수사 초창기엔 장남인 재국씨가 조명 받는 분위기였지만 연희동 자택 압수수색 이후 상황은 사뭇 다르다. 비교적 출처가 불분명한 재국씨의 재산과 달리 재용씨와 연관된 부동산은 비자금이 직접 녹아든 정황이 뚜렷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재용씨 소유의 서울 이태원동 고급 빌라 3채는 재용씨가 지난 2004년 조세포탈 수사를 받던 시기 드러난 국민주택채권의 차명 재산으로 파악되고 있다. 앞서 법원은 재용씨가 외조부로부터 받았다는 167억원가량의 채권 중 73억원을 비자금으로 인정한 바 있다. 최근 재용씨는 이 빌라 3채 중 2채를 매각해 수사 개시를 전후, 비자금을 별도로 은닉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다.

재용씨는 여러 사업에 손을 뻗치면서 각종 자금을 끌어 썼는데 재용씨의 사업파트너로 알려진 류창희씨는 재용씨가 벌인 대부분의 사업에 임원으로 이름을 올려 소위 '전재용 비자금'의 핵심 인물로 거론돼왔다.

류씨는 재용씨의 오랜 친구로 전해진다. 그는 2003년 재용씨와 SW회사 오알솔루션즈코리아(웨어밸리) 공동대표를 맡았다. 당시 대검 중수부는 웨어밸리 직원 계좌로 들어온 괴자금 130억원을 추적했는데 수사망이 좁혀오자 류씨는 대표에서 물러나 자취를 감췄다.

검찰은 재용씨가 현금화해 사용한 것으로 의심되는 국민주택채권의 비밀을 알고 있는 인물로 류씨를 지목하고 있다. 지난달 20일 검찰의 압수수색을 앞두고 류씨는 서울 성북동 자택에 있던 자료를 트럭을 통해 대거 빼돌린 것으로 확인됐다.

류씨는 재용씨의 주력 회사인 비엘에셋의 이사로 근무했으며, 그의 아버지는 2001년부터 2006년까지 비엘에셋의 대표를 역임했다. 류씨 아버지 명의는 재용씨의 부동산 거래에 차명으로 이용되는 등 류씨 일가도 '전두환 비자금'의 조력자란 정황은 이미 여러 차례 드러났다.

지난 2004년 검찰 조사를 받았던 류씨는 "재용씨가 전 전 대통령으로부터 물려받은 무기명 채권을 매각한 돈 15억∼17억원을 사업에 투자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한편 검찰은 지난달 29일 웨어밸리의 서울 사무실 2곳을 압수수색해 회계 장부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회사 양수도 관련 자료, 내부 결재 문서 등을 확보했다.

[키맨4] 전재국 친구 전호범

최근 장남 재국씨는 한 법조계 인사를 만난 자리에서 "괴롭다. 낼 돈이 없다. 이번 상태가 정리되고 나면 내년쯤 파산 신청을 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설사 이번 수사가 순조롭게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재국씨나 재용씨가 낼 수 있는 추징금은 얼마 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 정치권 인사는 이번 검찰 수사에 회의를 드러내며 "이미 20년이나 지난 일인데 전두환 비자금을 기억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냐"고 말했다. 자금의 원천을 밝혀내는 게 이번 수사의 핵심인데 관련자들의 증언을 빼고선 혐의 입증이 어렵다는 계산이다.

특히 장남 재국씨의 창고에서 나온 미술품과 골동품의 경우 예상보다 가격이 낮을뿐더러 구입 경로 등을 추적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이 상황에서 재국씨의 미술품 구매 대리인으로 알려진 전호범씨의 도피성 출국은 뼈아프다.

전씨는 지난 16일 연희동 자택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시점에 미국으로 급히 출국했다. 전씨는 재국씨의 미술품 구매와 재산 형성 과정에 관여한 인물로 꼽힌다.



전씨는 재국씨와 함께 지난 1993년 <아르비방>이라는 미술 전문비평서를 창간했다. <아르비방>은 당시 젊은 신진작가들을 발굴하기 위한 의도로 기획됐다. 1994년 출간한 <아르비방>은 1996년까지 모두 55편이 제작됐다. 그리고 전씨가 재국씨를 대신해 미술품 컬렉션을 시작했던 시기는 <아르비방>을 출간하던 시기와 거의 일치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미술계 한편에서는 "컬렉션 목록이 너무 과장됐다"라는 볼멘소리도 있다. 하지만 전씨가 재국씨를 대신해 고가의 미술품을 구매한 건 사실로 보인다. 그러나 더 중요한 점은 전씨가 재국씨의 비자금 세탁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것이다.

1993년 3월, 전씨는 서울 서초구 신반포 15차 아파트 45동 305호를 매입했다. 그리고 같은 해 5월 전씨는 매입한 아파트를 담보로 신한은행으로부터 2억4천만원을 빌렸다.

해당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1993년 11월 시공사는 전씨의 채무를 떠안은 것으로 확인됐다. 즉 시공사 대표인 재국씨가 전씨의 아파트를 사들인 것이다. 이 아파트는 2000년 전 전 대통령의 딸 효선씨에게 매매됐고, 시공사가 진 채무는 2006년 3월 해지됐다.

이후 효선씨는 2010년 9월, 21억2000만원을 주고 이 아파트를 매도했다. 즉 재국씨가 전씨의 명의를 빌려 서초구 아파트를 매입하고, 이를 다시 효선씨에게 넘긴 셈이다. 검찰은 '전재국 비자금'의 관리인으로 전씨를 지목하고 있다.

전씨는 2000년대 초반까지 서울 청담동의 한 갤러리 대표를 지내면서 재국씨와 자주 만났다. 서울 역삼동 한 일식집에서 재국씨와 전씨가 사업을 놓고 격론을 벌였다는 일화도 있다.

그러나 이후 전씨는 주변과 연락을 끊고 한국과 미국을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전두환 비자금' 일부가 해외로 반출됐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일각에서는 전씨가 평소 유명 작가들의 그림을 빌리고 돌려주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 구입한 명화들을 해외 수장고로 빼돌린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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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