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압수수색' 흥미진진 관전포인트4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7.22 14:4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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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돈 없는 돈 "10원까지 탈탈 턴다"

[일요시사=사회팀] 검찰이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한 공세를 높이더니 결국 자택 압수수색이라는 강수를 택했다. 국민의 전폭적인 호응 속에 이뤄진 압수수색 이후의 수사는 어떻게 진행될까. 몇 가지 관전 포인트를 짚어봤다.



'29만원 할아버지'의 숨겨진 재산이 드러날까. 지난 16일 검찰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인 1672억원의 행방을 찾기 위한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이날 서울중앙지검에 설치된 '전두환 전 대통령 미납 추징금 집행 전담팀'(팀장 김민형 검사)은 검사와 수사관, 국세청 직원 등 모두 87명을 투입해 전 전 대통령의 자택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또 장남 재국씨 등 자녀들의 주거지 5곳과 회사 12곳 등 모두 18곳을 압류 또는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같은 날 오전 9시부터 전방위에 걸친 압수수색으로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회계 자료, 외환거래 내역, 금융거래 내역, 각종 내부 문건을 확보했다. 또 도자기와 유명 그림 등 고가의 예술품 수백여점도 동시에 입수했다.

지난 18일까지 이어진 이번 압수수색을 놓고 여러 소문이 무성한 가운데 <일요시사>가 놓쳐선 안 될 관전 포인트 4가지를 짚어봤다.

포인트1 


[진짜 재산은 얼마?]

지난 1997년 대법원이 전 전 대통령에게 선고한 추징금은 2205억원. 그러나 전 전 대통령이 지난 17년간 납부한 추징금은 533억원으로 전체 추징금의 4분의 1정도다. 남은 추징금은 1672억원. 하지만 전 전 대통령은 지난 2003년 "예금통장에 29만원밖에 없다"는 말로 논란을 지폈다. 물론 그의 말을 그대로 믿는 국민은 아무도 없었다.

2004년, 전 전 대통령의 자택을 압수수색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이를 무마한 건 그의 아내 이순자씨. 이씨는 전 전 대통령 대신 130억원을 추징금으로 납부하며 검찰의 압수수색을 막았다. 만약 당시 검토 중이었던 압수수색이 그대로 진행됐었더라면 진작 더 많은 돈이 추징됐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로부터 9년이 지난 2013년, 검찰은 전 전 대통령의 자택 등에서 그림과 도자기 등 모두 350여점의 미술품을 압수했다. 전 전 대통령의 자택 안에선 시가 1억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이대원 화백의 작품 1점 등 10여개의 동산이 확보됐다. 또 자택 장롱에선 일부 고가의 귀금속도 발견됐다. 하지만 검찰은 귀금속의 소유 주체가 불분명한 점을 고려해 압류 대상에서 보석류를 제외했다.

압수수색 당시 가장 기대를 모았던 건 비밀 금고. 그러나 금속 탐지기까지 동원하며 찾아낸 금고 안에선 아무런 소득이 없었다. 금고 안이 텅텅 비어 있었기 때문. 검찰은 전 전 대통령의 사저를 압류하는 과정에서 현금이나 유가증권 등 금융자산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어진 3일 간의 고강도 압수수색을 통해서도 전 전 대통령의 현금 자산은 찾을 수 없었다. 대통령 재임시절 재벌 총수 30여명으로부터 거둬들인 통치자금만 5000억원에 육박했다는 그의 돈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자연스레 전 전 대통령의 진짜 재산 규모가 궁금해지는 상황. 언론은 현재 미술품을 제외한 전 전 대통령 일가의 재산을 최소 2000억원 정도로 파악하고 있다.


전 전 대통령의 장남 재국씨가 소유한 경기도 연천의 허브빌리지는 단일 휴양지 중 국내 최대 규모로 꼽힌다. 임진강을 낀 금싸라기 땅에 세워진 허브빌리지는 대지 5만7000여㎡ 규모로 시세는 약 20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허브빌리지는 재국씨와 아내, 딸 이렇게 세 사람의 공동명의로 돼 있다.

서울 시공아트스페이스도 재국씨 소유다. 서울 성북동의 부촌을 마주한 곳이자 국내 유명 갤러리가 운집한 평창동에 세워진 이 건물은 대지를 포함해 추정 시세가 약 60억원에 달한다.

재국씨가 대표로 있는 서울 서초구 시공사 사옥, 시공사 지분 등도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 창구로 알려져 있다. 특히 시공사 사옥 터인 서울 서초동 땅 200여평은 전 전 대통령이 직접 대국민 기부를 약속했던 땅이다. 하지만 이 땅은 아직도 시공사 부지로 이용되고 있다.

또 재국씨는 경기 파주시 교하읍 문발리 521-1번지 땅과 파주시 탄현면 법흥리 일대의 부동산도 소유하고 있다. 몇몇 언론은 파주 땅과 시공사 사옥 터를 묶어서 합산 추정가액을 500억원으로 보도했다. 따라서 재국씨의 재산은 적게 잡아도 500억원은 넘을 것이라는 게 중평이다.

차남 재용씨도 400억원 이상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다. 그는 서울 동작구 흑석동 땅과 형 소유의 서초동 땅 지분 일부를 갖고 있으며, 경기도 용인과 오산 땅을 매매하면서 남긴 300억원의 차익을 수익권으로 보유하고 있다.

더불어 재용씨는 최근 가족과 공동명의로 보유하고 있던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건물도 수십억원에 매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신이 대표이사로 있는 부동산개발회사 비엘에셋의 지분과 자산도 재용씨의 몫이다.

재용씨는 그의 외조부인 이규동 전 대한노인회장에게서 증여받은 1758장의 국민주택채권도 갖고 있다. 2004년 재용씨의 조세포탈 수사 당시 불법증여로 압류됐던 채권 1013장의 환산 가치가 73억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1758장의 채권 가치는 1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재용씨 역시 최소 400억원이 넘는 재산을 보유했을 것이란 추론이 가능하다.

현재 미국에 거주 중인 3남 재만씨의 재산은 형들보다 많다. 재만씨는 서울 한남동에 위치한 8층짜리 건물을 갖고 있는데 이 빌딩의 시가는 현재 12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또 재만씨의 부인인 이윤혜씨의 서울 종로구 가회동 빌라는 시가 25억원 정도로 알려져 있다. 더불어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와이너리(포도 농장)는 한화로 환산했을 경우 약 1000억원 정도의 가치를 갖는데 재만씨는 자신의 장인인 이희상 전 동아제분 회장과 이 와이너리를 공동으로 소유하고 있다.

검찰은 앞서 언급한 세 아들의 재산 형성 과정에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흘러들어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아니고서는 이처럼 막대한 재산을 형성하게 된 경위가 설명되지 않기 때문.

만약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세 아들에게 흘러간 구체적인 정황이 포착된다면 최근 통과한 '전두환 추징법'에 따라 이들 세 아들의 재산은 국가로 환수된다.

비밀금고 텅 비었다…통치자금 5000억 어디에?
박수근·천경자 등 작품 수백억…무슨 돈으로?

포인트2 

[압수한 미술품은?]


전 전 대통령의 자택에서 나온 이대원의 작품은 그 시작에 불과했다. 지난 17일 검찰이 압류한 물품 가운데는 박수근, 천경자의 작품도 있었다. 앞서 <일요시사>는 '전두환 비자금 그림 세탁설 추적'이라는 기사를 통해 "전 전 대통령의 장남 재국씨가 박수근, 천경자를 비롯한 유명 화가의 그림을 보유했다"는 소식을 단독으로 전한 바 있다.

검찰은 이번 압수수색 대상에 시공사와 허브빌리지, 비엘에셋, 한국미술연구소, 삼원코리아 등을 포함시켰다. 해당 조직들은 모두 전 전 대통령 일가가 회사를 설립했거나 대표로 있는 단체다. 또 검찰은 전 전 대통령의 자녀인 전재국·전재용·전효선의 자택은 물론이고, '전두환 비자금'의 금고지기로 불리는 처남 이창석씨, 동생 전경환씨의 부인인 손춘지씨의 자택 등에서 압수수색을 벌였다. 그리고 이들의 자택에선 하나 같이 고가로 추정되는 미술품이 나왔다.

3일에 걸친 압수수색에서 검찰은 모두 30여곳을 뒤졌고, 350여점의 고급 미술품을 압수했다. 이중 세간의 화제가 된 작품은 박수근의 그림이었다.

박수근의 그림은 해외 주요 경매에서 수십억원에 거래될 정도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지난해 9월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 나온 <나무와 세 여인>(65.5×50.5㎝)이란 작품의 낙찰가는 22억4000만원이었다. 지난해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가 국내 유명작가 100명의 평균 호당 가격을 지수로 비교한 '2012 KS 호당가격지수'를 보면 박수근의 평균가는 2억750만원으로 국내 모든 작가 중 최고가를 기록했다. 재국씨는 이런 박수근의 그림을 비밀 창고에 소유했던 것이다.

특히 박수근의 그림은 위작의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이번에 압수된 그림도 진품일 확률이 높다. 만약 재국씨가 해당 그림을 평균 이상의 상태로 보존했다면 그 환산 가치는 최소 2억원에서 많게는 수십억원을 호가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현재까지 국내 미술품 경매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박수근의 작품 <빨래터>(72×37㎝)는 45억2000만원의 낙찰가를 기록했다.

천경자의 그림도 수십억원에 육박하기는 마찬가지. 지난 2009년 9월 K옥션 경매에서 낙찰된 <초원Ⅱ>(105.5×130㎝)의 경매가는 12억원이었다. 지난해 상반기 천경자의 이름으로 경매된 작품의 낙찰총액은 13억2650만원. 국내 세 번째로 높은 천경자의 호당 평균가격은 4000만원 안팎이다.


아울러 이대원의 작품 또한 평균가가 1억원이 넘는데 그는 지난해 상반기 국내 작가 작품 낙찰총액에서 김환기, 박수근, 이우환 다음인 14억567만원을 기록했다. 이대원은 홍익대 교수와 총장, 예술원 회장 등을 역임한 바 있다.

검찰이 구체적인 목록은 밝히지 않아 정확한 집계는 어렵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작가의 면면을 봤을 때 그 환산 가치는 최소 수십억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현재 검찰은 전씨 일가가 미술품을 구입한 돈의 출처가 비자금으로 드러나면 경매를 거쳐 받은 돈을 국고로 환수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한 미술계 관계자는 "(비자금 조성이 아닌) 순수하게 그림을 사고 팔았던 행위를 밝혀내긴 쉽지 않을 것"이라며 "고가의 그림 매매에는 반드시 딜러가 연결되는데 숨겨진 딜러를 찾는 것이 관건"이라고 귀띔했다. 현재 국내에 고가의 미술품을 다룰 수 있는 딜러는 5명 안팎으로 알려져 있다.

또 재국씨가 구입하거나 소유한 미술품 대부분이 '판화'기 때문에 "실제 가치가 언론에 의해 과장됐다"는 우려도 있었다. 검찰은 미술품 압수 직후 전문가에게 의뢰, 보존 상태 등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    

아울러 압수 과정에서 화제를 모았던 황금색 불상은 그 높이만 2m로 대형급에 속하는 라마양식 불상이다. 전문가들은 이 불상이 태국이나 미얀마에서 제작된 뒤 브로커를 거쳐 한국에 반입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모조가 아닐 경우 이 황금 불상의 가격은 2억원 이상으로 보고되고 있다.

포인트3 

[더 털 곳은 어디?]

덩치가 큰 미술품은 대거 쏟아져 나왔지만 즉시 환수 가능한 현금과 금융 자산 등은 아직 손에 잡히지 않은 상황이다. 검찰은 전 전 대통령 일가의 각종 보험 가입 현황과 세부 계약내용으로까지 수사 범위를 넓혔다.

전 전 대통령 일가의 보험금을 관리해왔던 것으로 전해진 보험사는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신한생명이다. 이들 보험사는 최근 검찰에 전 전 대통령 일가의 보험거래 내역이 담긴 관련 자료를 넘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별도로 국세청은 한화생명과 교보생명, 삼성화재에 금융거래정보제공 요구서를 제출했다. 국세청은 관련 보험사로부터 자료를 입수하는 대로 전 전 대통령 일가가 낸 보험료의 출처를 역추적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해당 보험사들은 영장 없인 계약자의 정보를 유출할 수 없다는 이유로 요구서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검찰이 자료 제출을 요구한 인물의 면면과 국세청이 이번 조사를 위해 지목한 관련자 명단이 서로 다르다는 점이다. 특히 국세청은 전 전 대통령 일가 외의 인물을 조사 대상자로 지정, 관가에선 이미 국세청이 구체적인 단서를 포착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수사가 점차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검찰은 전 전 대통령 내외를 제외한 자녀와 친·인척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동시에 전담팀의 인력을 확충했는데 검사 6명을 추가로 투입하고, 수사관을 20여명으로 확대한 배경에 '소환조사'가 있지 않겠냐는 해석이 고개를 들고 있다. 필요할 경우 전 전 대통령을 소환, 3자 대질 심문을 통해서라도 뭉칫돈의 출처를 묻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과거 전 전 대통령에 대한 비자금 수사에서 드러났듯 그의 조력자들은 비자금 은닉 과정을 함구할 확률이 높다. 전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이 남다른 까닭이다. 따라서 검찰은 이번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회계자료 분석과 보험사 등을 경유한 계좌추적을 통해 보다 구체적인 혐의를 입증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시공사 창립 및 운영 과정에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쓰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관련 문건을 샅샅이 검토하고 있다.

한 검찰 관계자는 전 전 대통령 추징금 환수 작업의 핵심을 '자금 출처 규명'이라고 못박았다. 예를 들어 재국씨가 제 아무리 고가의 미술품을 수천여점 넘게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 미술품을 누구의 돈으로 샀는지를 밝혀내지 못하면 압수된 물품이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압수한 미술품 목록을 함부로 공개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검찰 내부에서도 미술품보다는 차명계좌를 밝혀내는 쪽으로 수사의 무게가 기운 모양새다. 국세청과 공조 체제를 구축한 검찰은 아직 명확한 규모가 파악되지 않은 해외 유령법인(페이퍼컴퍼니) 명의의 계좌도 함께 들여다보고 있다. 앞서 재국씨는 조세피난처인 버진아일랜드에 아도니스라는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고, 이와 관련 아랍은행에 계좌를 개설했다. 검찰은 최근 이 계좌와 관련한 자료 일체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아직도 재만씨의 재산 추적은 요원해 보인다. 일각에서는 재국씨와 재용씨가 이미 미국을 수차례 오가면서 재만씨에게 비자금을 전달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더불어 재만씨의 장인인 이 전 회장은 과거 전 전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수백억원의 비자금을 특별 관리하고 있는 인물로 거론되고 있다. 

보험·차명·페이퍼컴퍼니 추적
미국에 있는 전재만은 웃고 있다?

포인트4 

[채동욱과의 악연]

정치권 안팎에서는 전 전 대통령에 대한 비자금 수사가 "이번만큼은 다르다"는 조심스런 추측이 나오고 있다. 바로 현 검찰 수장인 채동욱 검찰총장과 전 전 대통령의 질긴 '악연' 때문.

두 사람의 인연은 지난 1995년 11월로 거슬러간다. 당시 서울지검 강력부 평검사로 마약사건을 전담하던 채 총장은 '5·18 특별법'에 따라 꾸려진 특별수사본부에 합류했다.

채 총장은 같은 해 12월3일 안양교도소 출장 조사를 시작으로 전 전 대통령의 반란수괴 등 혐의에 대한 수사부터 공수유지를 맡았다. 채 총장은 당시 전 전 대통령을 1주일에 3∼4번씩 만나며 기싸움을 벌였다.

특히 채 총장은 1996년 3월18일 열린 두 번째 공판에서 "12·12 사태 당시 육군 정식 지휘계통을 무시하고 출동한 것은 불법 아니냐"는 신문을 했고, 이에 전 전 대통령은 "무엇이 불법이고 무엇이 정식계통이냐"면서 "하마터면 그때 사살돼 이번 재판에 서지도 못할 뻔했다"고 호통을 치는 진풍경을 연출키도 했다.

재판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구형이 이뤄진 1996년 8월5일에 있었다. 채 총장은 당시 전두환 피고인에게 반란수괴와 상관살해미수·뇌물수수 등의 혐의를 적용해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했다. 이는 한국 역사상 전직 대통령에 대한 최초의 사형 구형이었고, 전세계적인 이목을 끌었다.

채 총장은 지난 5월 '추징금 환수 전담팀'을 직접 챙기는 등 전 전 대통령의 추징금을 환수하는 데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전두환 추징법'이 발효된 직후 검찰이 전격 압수수색을 단행한 것도 채 총장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감추려는 전 전 대통령과 찾으려는 채 총장의 끈질긴 숨바꼭질은 이제 본막이 올랐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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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의 한 지역구에서 특정 당의 당원 명부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총선, 지방선거 등을 치르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당 관계자의 업무용 노트북에 담겨있던 정보가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올림픽 육상 100m 경기를 생각해 보자. 8개 레인에 각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선다. 이 선수들은 국내 선발전에서 1등을 차지했을 것이다. 국가대표로 뽑힌 선수는 올림픽에 출전해 예선을 치르고 결승에서 금메달을 다툰다. 0.01초 차이로 메달 색깔이 달라지는 경기에서 승자는 늘 단 1명뿐이다. 치열한 공천 경쟁 선거는 올림픽보다도 더 확고한 ‘승자 독식’ 구조다. 올림픽에선 2등에게 은메달, 3등에게 동메달이라도 주지만 선거에서 2등은 꼴찌와 같다. 당선자는 후보자에서 국회의원, 시·군·구의원, 구청장·군수, 시·도지사 등으로 신분 상승이 이뤄진다. 명예와 권력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는 자리로 순식간에 올라가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선거에 출마하려는 후보들은 당선 가능성이 큰 자리로 몰린다. 어떤 경기든 일단 출발선에 서야 경쟁을 할 수 있듯, 선거에서 공천은 본선으로 가기 위한 1차 관문이 된다. 자리는 하나, 후보는 여럿이니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최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불거진 공천 헌금 의혹은 자리를 돈으로 사려 했다는 내용으로, 관련자는 구속됐다. 최근 서울 구로구에서 일어난 당원 명부 유출 의혹도 공천 경쟁 과정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업무용 노트북에서 수십개의 엑셀 파일이 발견됐는데 그중 일부가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였고 이름, 연락처, 거주지 등이 포함된 이 파일이 상대 당의 후보 경선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2020년 21대 총선 당시 서울 구로을 지역구에서 거물급 인사가 후보로 맞붙었다. 구로을 지역은 서울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곳이다. 17대(2004년)부터 지난 22대(2024년) 총선까지 20여년간 민주당이 이겼다. 민주당(당시 통합민주당)이 사상 최악의 패배를 당한 18대 총선에서도 구로을 지역은 넉넉하게 수성한 바 있다. 업무용 노트북에서 발견 이름·연락처·거주지 담겨 구로에서만 평생 살았다는 한 시민은 “선거 때마다 텃밭, 험지 이런 말을 많이 쓰지 않나. 구로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사지’다. 민주당이 아주 꽉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총선 등에서 민주당 후보가 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몇몇 인사들은 바닥부터 훑어가며 선거를 준비한다. 민주당은 21대 총선 때 구로을 지역 후보로 윤건영 의원을 전략공천 형태로 낙점했다. 윤 의원은 당시 문재인정부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맡고 있었다. 현재까지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복심으로 불린다. 국민의힘은 서울 양천을 지역에서 내리 3선을 지낸 김용태 전 의원을 ‘자객’ 공천했다. 민주당의 독식으로 관심 지역에서 벗어나 있던 구로을이 순식간에 ‘격전지’로 떠올랐다. 문제는 구로을 지역 총선 출마를 준비하던 예비후보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민주당 조규영 전 서울시의원의 반발이 거셌다. 조 전 시의원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서울 비례대표로 정치권에 입성, 이후 구로2선거구에서 서울시의원으로 재선했다. 조 전 시의원은 최소한 경선은 치를 수 있게 해달라며 민주당의 전략 공천을 비판했다. 당시 조 전 시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지역 당원 수보다 더 많은 권리당원을 모았다. 열심히 뛰었다. 누구와 경쟁하든 경선에서 이길 자신이 있었다”며 “그러나 결과는 낙하산 공천이었다. 저는 특혜나 찬스를 원하지 않았다. 공정한 경선만을 바랐다. 낙하산 공천은 공정하지도 않고 본선 경쟁력도 없다”고 강조했다. 어디에 사용했나 조 전 시의원은 노숙 단식까지 해가며 경선을 촉구했지만 결국 낙천했다. 이후 다른 선거에도 출마하지 않았다. 잊히는 듯했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최근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업무용 노트북에서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표기된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발견된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원들의 이름과 연락처, 행정동 등이 기재된 엑셀 파일은 ‘(보안철저)저쪽디비’ 폴더에 담겨있었다. 해당 파일의 ‘구분’ 부분에 ‘조규영 일반 당원’이라고 표기돼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맞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에 민주당 구로을 국회의원 예비후보였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기재돼있다는 점에서 의심이 촉발됐다. 동시에 누가 노트북에 해당 파일을 옮겼는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문서가 발견된 노트북은 2020년 총선 과정에서 당원협의회에 업무용으로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만 사용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구로구의회에 입성한 A 구의원이 해당 노트북을 사용했다. A 구의원은 2022년 국민의힘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여성부장을 맡은 이력도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문제의 노트북은 A 구의원이 여성부장으로 활동할 무렵 사용했다가 후임자에게 넘겼다. 그는 “이후 여성부장이 바뀔 때까지 쭉 A 구의원이 가지고 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쉬쉬하다 이제서야 눈여겨볼 대목은 A 구의원의 이력이다. 그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비례대표 순번을 받아 당선됐지만, 2020년 총선 때까지만 해도 민주당 조 전 시의원을 보좌하는 수행비서 역할을 했다. 실제 조 전 시의원이 예비후보로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 곳곳에서 A 구의원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A 구의원은 조 전 시의원 낙천 이후 김용태 전 의원 배우자의 수행비서로 발탁됐다. 김 전 의원의 측근이 A 구의원을 추천한 것으로 안다”며 “2020년 총선에서 김 전 의원이 낙선하고 당협위원장으로 있을 당시 A 구의원이 비례대표로 공천받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측 정치인을 수행했던 인사가 국민의힘 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한 데 이어, 그가 직접 사용한 노트북에서 자신이 보좌했던 사람의 이름으로 파일명이 기재된 국민의힘 당원 명부가 발견된 셈이다. A 구의원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를 민주당 측에 유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대목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A 구의원이 조 전 시의원을 수행할 당시 지역구 경선을 대비해 당원 명부를 입수한 게 아닌가 싶다”며 “당시 경선까지 진행되지 않았기에 당원 명부가 실제 사용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문서를 가지고 있었다는 자체만으로도 의아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사실 이 문제는 올해 1월경에 처음 드러났다. A 구의원이 당원협의회에 노트북을 반납하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해당 폴더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쉬쉬’하다가 최근에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당협 회의에서 논의 A 구의원 “문제없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A 구의원의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지난 1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에서 논의됐다. 해당 의혹이 구로 지역에서 확산하자 A 구의원이 먼저 이 문제를 먼저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당원협의회 회의에 참석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 위원은 ‘덮고 가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문제가 불거지면 지방선거를 망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일부 관계자가 “심각한 개인정보 유출” “해당 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조사를 요청했지만 그 수가 많지 않아 관철되지 않았다. 회의에 참석한 한 위원은 “선거를 치르다 보면 당원 명단이 일부 흘러 다니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이렇게 명부가 통째로 유출되는 건 심각한 일”이라며 “명백한 해당 행위다. 자체 조사를 통해 징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 규정 제20조(징계사유)에 따르면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를 했을 때 ▲현행 법령 및 당헌·당규·윤리 규칙을 위반해 당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행위의 결과로 민심을 이탈케 했을 때 등의 사유로 징계할 수 있다고 돼있다. 해당 관계자는 A 구의원의 행위가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해당 행위? 징계 가능성? A 구의원은 해당 의혹은 전부 해명됐다는 입장이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당협 회의에서 이 문제가 논의됐는데 문제없다고 결론 났다.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일고의 논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의혹을 언급한 제보자에게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등으로 조치할 수 있다는 점을 전해 달라”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