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압수수색' 흥미진진 관전포인트4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7.22 14:4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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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돈 없는 돈 "10원까지 탈탈 턴다"

[일요시사=사회팀] 검찰이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한 공세를 높이더니 결국 자택 압수수색이라는 강수를 택했다. 국민의 전폭적인 호응 속에 이뤄진 압수수색 이후의 수사는 어떻게 진행될까. 몇 가지 관전 포인트를 짚어봤다.



'29만원 할아버지'의 숨겨진 재산이 드러날까. 지난 16일 검찰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인 1672억원의 행방을 찾기 위한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이날 서울중앙지검에 설치된 '전두환 전 대통령 미납 추징금 집행 전담팀'(팀장 김민형 검사)은 검사와 수사관, 국세청 직원 등 모두 87명을 투입해 전 전 대통령의 자택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또 장남 재국씨 등 자녀들의 주거지 5곳과 회사 12곳 등 모두 18곳을 압류 또는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같은 날 오전 9시부터 전방위에 걸친 압수수색으로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회계 자료, 외환거래 내역, 금융거래 내역, 각종 내부 문건을 확보했다. 또 도자기와 유명 그림 등 고가의 예술품 수백여점도 동시에 입수했다.

지난 18일까지 이어진 이번 압수수색을 놓고 여러 소문이 무성한 가운데 <일요시사>가 놓쳐선 안 될 관전 포인트 4가지를 짚어봤다.

포인트1 


[진짜 재산은 얼마?]

지난 1997년 대법원이 전 전 대통령에게 선고한 추징금은 2205억원. 그러나 전 전 대통령이 지난 17년간 납부한 추징금은 533억원으로 전체 추징금의 4분의 1정도다. 남은 추징금은 1672억원. 하지만 전 전 대통령은 지난 2003년 "예금통장에 29만원밖에 없다"는 말로 논란을 지폈다. 물론 그의 말을 그대로 믿는 국민은 아무도 없었다.

2004년, 전 전 대통령의 자택을 압수수색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이를 무마한 건 그의 아내 이순자씨. 이씨는 전 전 대통령 대신 130억원을 추징금으로 납부하며 검찰의 압수수색을 막았다. 만약 당시 검토 중이었던 압수수색이 그대로 진행됐었더라면 진작 더 많은 돈이 추징됐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로부터 9년이 지난 2013년, 검찰은 전 전 대통령의 자택 등에서 그림과 도자기 등 모두 350여점의 미술품을 압수했다. 전 전 대통령의 자택 안에선 시가 1억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이대원 화백의 작품 1점 등 10여개의 동산이 확보됐다. 또 자택 장롱에선 일부 고가의 귀금속도 발견됐다. 하지만 검찰은 귀금속의 소유 주체가 불분명한 점을 고려해 압류 대상에서 보석류를 제외했다.

압수수색 당시 가장 기대를 모았던 건 비밀 금고. 그러나 금속 탐지기까지 동원하며 찾아낸 금고 안에선 아무런 소득이 없었다. 금고 안이 텅텅 비어 있었기 때문. 검찰은 전 전 대통령의 사저를 압류하는 과정에서 현금이나 유가증권 등 금융자산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어진 3일 간의 고강도 압수수색을 통해서도 전 전 대통령의 현금 자산은 찾을 수 없었다. 대통령 재임시절 재벌 총수 30여명으로부터 거둬들인 통치자금만 5000억원에 육박했다는 그의 돈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자연스레 전 전 대통령의 진짜 재산 규모가 궁금해지는 상황. 언론은 현재 미술품을 제외한 전 전 대통령 일가의 재산을 최소 2000억원 정도로 파악하고 있다.


전 전 대통령의 장남 재국씨가 소유한 경기도 연천의 허브빌리지는 단일 휴양지 중 국내 최대 규모로 꼽힌다. 임진강을 낀 금싸라기 땅에 세워진 허브빌리지는 대지 5만7000여㎡ 규모로 시세는 약 20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허브빌리지는 재국씨와 아내, 딸 이렇게 세 사람의 공동명의로 돼 있다.

서울 시공아트스페이스도 재국씨 소유다. 서울 성북동의 부촌을 마주한 곳이자 국내 유명 갤러리가 운집한 평창동에 세워진 이 건물은 대지를 포함해 추정 시세가 약 60억원에 달한다.

재국씨가 대표로 있는 서울 서초구 시공사 사옥, 시공사 지분 등도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 창구로 알려져 있다. 특히 시공사 사옥 터인 서울 서초동 땅 200여평은 전 전 대통령이 직접 대국민 기부를 약속했던 땅이다. 하지만 이 땅은 아직도 시공사 부지로 이용되고 있다.

또 재국씨는 경기 파주시 교하읍 문발리 521-1번지 땅과 파주시 탄현면 법흥리 일대의 부동산도 소유하고 있다. 몇몇 언론은 파주 땅과 시공사 사옥 터를 묶어서 합산 추정가액을 500억원으로 보도했다. 따라서 재국씨의 재산은 적게 잡아도 500억원은 넘을 것이라는 게 중평이다.

차남 재용씨도 400억원 이상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다. 그는 서울 동작구 흑석동 땅과 형 소유의 서초동 땅 지분 일부를 갖고 있으며, 경기도 용인과 오산 땅을 매매하면서 남긴 300억원의 차익을 수익권으로 보유하고 있다.

더불어 재용씨는 최근 가족과 공동명의로 보유하고 있던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건물도 수십억원에 매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신이 대표이사로 있는 부동산개발회사 비엘에셋의 지분과 자산도 재용씨의 몫이다.

재용씨는 그의 외조부인 이규동 전 대한노인회장에게서 증여받은 1758장의 국민주택채권도 갖고 있다. 2004년 재용씨의 조세포탈 수사 당시 불법증여로 압류됐던 채권 1013장의 환산 가치가 73억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1758장의 채권 가치는 1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재용씨 역시 최소 400억원이 넘는 재산을 보유했을 것이란 추론이 가능하다.

현재 미국에 거주 중인 3남 재만씨의 재산은 형들보다 많다. 재만씨는 서울 한남동에 위치한 8층짜리 건물을 갖고 있는데 이 빌딩의 시가는 현재 12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또 재만씨의 부인인 이윤혜씨의 서울 종로구 가회동 빌라는 시가 25억원 정도로 알려져 있다. 더불어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와이너리(포도 농장)는 한화로 환산했을 경우 약 1000억원 정도의 가치를 갖는데 재만씨는 자신의 장인인 이희상 전 동아제분 회장과 이 와이너리를 공동으로 소유하고 있다.

검찰은 앞서 언급한 세 아들의 재산 형성 과정에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흘러들어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아니고서는 이처럼 막대한 재산을 형성하게 된 경위가 설명되지 않기 때문.

만약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세 아들에게 흘러간 구체적인 정황이 포착된다면 최근 통과한 '전두환 추징법'에 따라 이들 세 아들의 재산은 국가로 환수된다.

비밀금고 텅 비었다…통치자금 5000억 어디에?
박수근·천경자 등 작품 수백억…무슨 돈으로?

포인트2 

[압수한 미술품은?]


전 전 대통령의 자택에서 나온 이대원의 작품은 그 시작에 불과했다. 지난 17일 검찰이 압류한 물품 가운데는 박수근, 천경자의 작품도 있었다. 앞서 <일요시사>는 '전두환 비자금 그림 세탁설 추적'이라는 기사를 통해 "전 전 대통령의 장남 재국씨가 박수근, 천경자를 비롯한 유명 화가의 그림을 보유했다"는 소식을 단독으로 전한 바 있다.

검찰은 이번 압수수색 대상에 시공사와 허브빌리지, 비엘에셋, 한국미술연구소, 삼원코리아 등을 포함시켰다. 해당 조직들은 모두 전 전 대통령 일가가 회사를 설립했거나 대표로 있는 단체다. 또 검찰은 전 전 대통령의 자녀인 전재국·전재용·전효선의 자택은 물론이고, '전두환 비자금'의 금고지기로 불리는 처남 이창석씨, 동생 전경환씨의 부인인 손춘지씨의 자택 등에서 압수수색을 벌였다. 그리고 이들의 자택에선 하나 같이 고가로 추정되는 미술품이 나왔다.

3일에 걸친 압수수색에서 검찰은 모두 30여곳을 뒤졌고, 350여점의 고급 미술품을 압수했다. 이중 세간의 화제가 된 작품은 박수근의 그림이었다.

박수근의 그림은 해외 주요 경매에서 수십억원에 거래될 정도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지난해 9월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 나온 <나무와 세 여인>(65.5×50.5㎝)이란 작품의 낙찰가는 22억4000만원이었다. 지난해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가 국내 유명작가 100명의 평균 호당 가격을 지수로 비교한 '2012 KS 호당가격지수'를 보면 박수근의 평균가는 2억750만원으로 국내 모든 작가 중 최고가를 기록했다. 재국씨는 이런 박수근의 그림을 비밀 창고에 소유했던 것이다.

특히 박수근의 그림은 위작의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이번에 압수된 그림도 진품일 확률이 높다. 만약 재국씨가 해당 그림을 평균 이상의 상태로 보존했다면 그 환산 가치는 최소 2억원에서 많게는 수십억원을 호가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현재까지 국내 미술품 경매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박수근의 작품 <빨래터>(72×37㎝)는 45억2000만원의 낙찰가를 기록했다.

천경자의 그림도 수십억원에 육박하기는 마찬가지. 지난 2009년 9월 K옥션 경매에서 낙찰된 <초원Ⅱ>(105.5×130㎝)의 경매가는 12억원이었다. 지난해 상반기 천경자의 이름으로 경매된 작품의 낙찰총액은 13억2650만원. 국내 세 번째로 높은 천경자의 호당 평균가격은 4000만원 안팎이다.


아울러 이대원의 작품 또한 평균가가 1억원이 넘는데 그는 지난해 상반기 국내 작가 작품 낙찰총액에서 김환기, 박수근, 이우환 다음인 14억567만원을 기록했다. 이대원은 홍익대 교수와 총장, 예술원 회장 등을 역임한 바 있다.

검찰이 구체적인 목록은 밝히지 않아 정확한 집계는 어렵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작가의 면면을 봤을 때 그 환산 가치는 최소 수십억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현재 검찰은 전씨 일가가 미술품을 구입한 돈의 출처가 비자금으로 드러나면 경매를 거쳐 받은 돈을 국고로 환수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한 미술계 관계자는 "(비자금 조성이 아닌) 순수하게 그림을 사고 팔았던 행위를 밝혀내긴 쉽지 않을 것"이라며 "고가의 그림 매매에는 반드시 딜러가 연결되는데 숨겨진 딜러를 찾는 것이 관건"이라고 귀띔했다. 현재 국내에 고가의 미술품을 다룰 수 있는 딜러는 5명 안팎으로 알려져 있다.

또 재국씨가 구입하거나 소유한 미술품 대부분이 '판화'기 때문에 "실제 가치가 언론에 의해 과장됐다"는 우려도 있었다. 검찰은 미술품 압수 직후 전문가에게 의뢰, 보존 상태 등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    

아울러 압수 과정에서 화제를 모았던 황금색 불상은 그 높이만 2m로 대형급에 속하는 라마양식 불상이다. 전문가들은 이 불상이 태국이나 미얀마에서 제작된 뒤 브로커를 거쳐 한국에 반입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모조가 아닐 경우 이 황금 불상의 가격은 2억원 이상으로 보고되고 있다.

포인트3 

[더 털 곳은 어디?]

덩치가 큰 미술품은 대거 쏟아져 나왔지만 즉시 환수 가능한 현금과 금융 자산 등은 아직 손에 잡히지 않은 상황이다. 검찰은 전 전 대통령 일가의 각종 보험 가입 현황과 세부 계약내용으로까지 수사 범위를 넓혔다.

전 전 대통령 일가의 보험금을 관리해왔던 것으로 전해진 보험사는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신한생명이다. 이들 보험사는 최근 검찰에 전 전 대통령 일가의 보험거래 내역이 담긴 관련 자료를 넘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별도로 국세청은 한화생명과 교보생명, 삼성화재에 금융거래정보제공 요구서를 제출했다. 국세청은 관련 보험사로부터 자료를 입수하는 대로 전 전 대통령 일가가 낸 보험료의 출처를 역추적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해당 보험사들은 영장 없인 계약자의 정보를 유출할 수 없다는 이유로 요구서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검찰이 자료 제출을 요구한 인물의 면면과 국세청이 이번 조사를 위해 지목한 관련자 명단이 서로 다르다는 점이다. 특히 국세청은 전 전 대통령 일가 외의 인물을 조사 대상자로 지정, 관가에선 이미 국세청이 구체적인 단서를 포착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수사가 점차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검찰은 전 전 대통령 내외를 제외한 자녀와 친·인척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동시에 전담팀의 인력을 확충했는데 검사 6명을 추가로 투입하고, 수사관을 20여명으로 확대한 배경에 '소환조사'가 있지 않겠냐는 해석이 고개를 들고 있다. 필요할 경우 전 전 대통령을 소환, 3자 대질 심문을 통해서라도 뭉칫돈의 출처를 묻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과거 전 전 대통령에 대한 비자금 수사에서 드러났듯 그의 조력자들은 비자금 은닉 과정을 함구할 확률이 높다. 전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이 남다른 까닭이다. 따라서 검찰은 이번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회계자료 분석과 보험사 등을 경유한 계좌추적을 통해 보다 구체적인 혐의를 입증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시공사 창립 및 운영 과정에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쓰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관련 문건을 샅샅이 검토하고 있다.

한 검찰 관계자는 전 전 대통령 추징금 환수 작업의 핵심을 '자금 출처 규명'이라고 못박았다. 예를 들어 재국씨가 제 아무리 고가의 미술품을 수천여점 넘게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 미술품을 누구의 돈으로 샀는지를 밝혀내지 못하면 압수된 물품이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압수한 미술품 목록을 함부로 공개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검찰 내부에서도 미술품보다는 차명계좌를 밝혀내는 쪽으로 수사의 무게가 기운 모양새다. 국세청과 공조 체제를 구축한 검찰은 아직 명확한 규모가 파악되지 않은 해외 유령법인(페이퍼컴퍼니) 명의의 계좌도 함께 들여다보고 있다. 앞서 재국씨는 조세피난처인 버진아일랜드에 아도니스라는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고, 이와 관련 아랍은행에 계좌를 개설했다. 검찰은 최근 이 계좌와 관련한 자료 일체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아직도 재만씨의 재산 추적은 요원해 보인다. 일각에서는 재국씨와 재용씨가 이미 미국을 수차례 오가면서 재만씨에게 비자금을 전달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더불어 재만씨의 장인인 이 전 회장은 과거 전 전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수백억원의 비자금을 특별 관리하고 있는 인물로 거론되고 있다. 

보험·차명·페이퍼컴퍼니 추적
미국에 있는 전재만은 웃고 있다?

포인트4 

[채동욱과의 악연]

정치권 안팎에서는 전 전 대통령에 대한 비자금 수사가 "이번만큼은 다르다"는 조심스런 추측이 나오고 있다. 바로 현 검찰 수장인 채동욱 검찰총장과 전 전 대통령의 질긴 '악연' 때문.

두 사람의 인연은 지난 1995년 11월로 거슬러간다. 당시 서울지검 강력부 평검사로 마약사건을 전담하던 채 총장은 '5·18 특별법'에 따라 꾸려진 특별수사본부에 합류했다.

채 총장은 같은 해 12월3일 안양교도소 출장 조사를 시작으로 전 전 대통령의 반란수괴 등 혐의에 대한 수사부터 공수유지를 맡았다. 채 총장은 당시 전 전 대통령을 1주일에 3∼4번씩 만나며 기싸움을 벌였다.

특히 채 총장은 1996년 3월18일 열린 두 번째 공판에서 "12·12 사태 당시 육군 정식 지휘계통을 무시하고 출동한 것은 불법 아니냐"는 신문을 했고, 이에 전 전 대통령은 "무엇이 불법이고 무엇이 정식계통이냐"면서 "하마터면 그때 사살돼 이번 재판에 서지도 못할 뻔했다"고 호통을 치는 진풍경을 연출키도 했다.

재판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구형이 이뤄진 1996년 8월5일에 있었다. 채 총장은 당시 전두환 피고인에게 반란수괴와 상관살해미수·뇌물수수 등의 혐의를 적용해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했다. 이는 한국 역사상 전직 대통령에 대한 최초의 사형 구형이었고, 전세계적인 이목을 끌었다.

채 총장은 지난 5월 '추징금 환수 전담팀'을 직접 챙기는 등 전 전 대통령의 추징금을 환수하는 데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전두환 추징법'이 발효된 직후 검찰이 전격 압수수색을 단행한 것도 채 총장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감추려는 전 전 대통령과 찾으려는 채 총장의 끈질긴 숨바꼭질은 이제 본막이 올랐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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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진법사 ‘5000만원 관봉권’ 미스터리

건진법사 ‘5000만원 관봉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건진법사 전성배씨의 ‘5000만원 관봉권’ 출처를 두고 소문이 무성하다. 검찰은 대통령실 특활비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전씨는 그저 ‘기도비’라고 진술 중이다. 검찰이 김건희씨까지 수사 대상에 올린 점을 보면 전씨의 진술은 허위일 가능성이 크다. 전씨가 전방위 로비를 벌인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김씨의 소환조사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윤석열 일가를 향한 수사는 그간 서울중앙지검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건진법사 전성배씨의 로비 사건은 중앙지검이 아닌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리는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부장검사 박건욱)가 포문을 열었다. 전씨는 통일교와 캄보디아 사업 및 정·재계를 가리지 않고 돈을 받았다. 윤석열 일가와의 친분을 과시하면서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다. 수상한 증거들 남부지검은 전씨를 수사하기 이전에 한 가상자산 사기 사건을 수사 중이었다. 최근 정식 부서로 신설된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해 7월 ‘퀸비코인(QBZ)’ 관계자 이모씨 외 3명을 사기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사업 진행 능력이 없음에도 허위 자료를 제출해 스캠 코인을 상장했다. 1만명이 넘는 투자자로부터 가로챈 금액은 300억원에 육박한다. 남부지검은 수사 과정서 퀸비코인 관계자 이씨가 2018년 1월 자유한국당 경북 영천시장 후보 경선에 나선 정모씨를 전씨와 연결한 정황 및, 이들 간 수상한 자금 흐름을 포착했다. 취재를 종합하면 당시 정씨는 전씨 법당을 찾아 1억원을 건넸다. 이 사실을 파악한 남부지검은 지난해 12월 전씨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체포하고 그의 법당과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두 달여 전에는 경기 성남의 카카오 판교 서버를 압수수색해 전씨의 카카오톡 기록까지 확보했다. 전씨는 2022년 제20대 대통령선거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 대선캠프 네트워크본부서 상임고문으로 활동했다. 그의 처남으로 알려진 ‘찰리’ 김모씨도 전씨와 같이 활동했다. 전씨는 김건희씨가 운영하던 전시기획회사 코바나컨텐츠의 고문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전씨의 딸도 잠깐이지만 코바나컨텐츠서 근무한 이력이 있다. 남부지검은 전씨가 윤 전 대통령과 김씨와의 친분을 이용해 로비 행위를 벌였다고 보고 수사를 시작했다. 실제 전씨가 로비 창구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확인한 남부지검은 지난달 30일 윤 전 대통령 사저인 아크로비스타를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영장에는 “피의자들이 2022년 4월부터 8월 사이 공직자의 직무와 관련해 공직자의 배우자에게 선물을 제공했다”고 적시됐다. 청탁 사유로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ODA(공적개발원조) 사업 ▲YTN 인수 ▲유엔 제5사무국 한국 유치 ▲교육부 장관 통일교 행사 참석 ▲대통령 취임식 초청 등이 담겼다. 이 압수수색은 전씨를 통해 통일교 세계본부장 출신이자 2인자였던 윤모씨가 수천만원 상당의 그라프(Graff) 다이아몬드 목걸이, 샤넬 가방, 천수삼 농축차 등을 김씨에게 전달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절차였다. 남부지검은 윤씨가 지난 2022년 7월 전씨에게 ‘김 여사가 물건(천수삼) 잘 받았다더라, 건강이 좋아지셨다고 한다’고 보낸 문자메시지 내용을 확보하기도 했다. ‘한국은행’ 찍혔는데…통상 정부 예산 활용 금융권 “개인이 갖고 있을 수 없다” 일축 검찰이 지난 3일 전씨를 청탁금지법 위반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한 만큼 김씨에 대한 소환조사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남부지검 수사팀 내부에서는 김씨를 대선 직전에 소환조사해 실마리를 풀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전씨는 “목걸이와 명품백을 잃어버렸다. (김 여사가 잘 받았다는 문자는) 거짓 문자”라고 부인하는 상황이다. 김씨 측도 “전씨로부터 금품을 받은 사실 자체가 없다”는 입장이다. 우선 검찰은 윤씨가 전씨에게 윤석열정부의 캄보디아 ODA 사업 추진을 청탁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는 중이다. 검찰은 윤씨가 “윤 전 대통령과 독대했고 국가 단위 ODA 연대 프로젝트에 동의했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을 확인했다. 검찰은 지난 2022년 3월 윤씨가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 전 대통령과 김씨를 인수위서 만난 뒤 캄보디아 사업을 추진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통일교는 같은 해 메콩강 핵심 부지에 ‘아시아태평양유니언 본부’를 건립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윤씨는 훈센(Hun Sen) 당시 캄보디아 총리와도 이 사업을 논의했지만 자금난으로 추진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윤씨는 2022년 5월 한 통일교 행사에서 “3월 22일 대통령을 만나 1시간 독대를 하면서 이 나라가 가야 할 방향을 이야기하고 암묵적 동의를 구한 게 있다”고 말했다. 이어 “ODA는 비영리기구(NGO)가 펀딩 가능하고 국가가 지원한다”고 말한 바 있다. 검찰은 이 직후인 2022년 6월 기획재정부가 제4차 한-캄보디아 ODA 통합 정책협의서 대(對)캄보디아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차관 지원 한도액을 기존 7억달러에서 15억달러로 늘리는 기본 약정을 체결한 점을 주목했다. 한도액이 늘면 중기후보사업 승인 절차가 간소화돼 ODA 사업 수주가 쉬워지기 때문이다. 비슷한 시기에 김씨가 나토 순방 당시 착용했던 6000만원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와 관련해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이 불거지자, 윤씨는 전씨에게 “김 여사에게 빌리지 말고 하고 다니라”며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건넸다. 검찰은 지금까지 김씨 명의 휴대전화 3대를 확보했다. 이 중 1대는 김씨가 지난달 11일 서울 한남동 관저서 나오면서 보안 비화폰(안보폰)을 반납한 뒤 개통한 휴대전화다. 나머지 2대는 옛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서 사용하던 휴대전화로, 사실상 공기계로 알려졌다. 자택 압색 그 이후… 검찰은 100여개에 달하는 압수 대상에 윤씨 선물 명목으로 전씨에게 제공했다는 그라프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샤넬 가방, 인삼주 등도 적시했지만 확보하지 못했다. 법조계에서는 윤씨의 청탁이 성사됐거나 윤씨와의 직무 관련성 등이 입증된다면 김씨가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와의 전화 통화에서 “카톡 기록과 전달됐거나 전달되려 했던 물품들은 이미 수사팀이 확보했으니 김씨가 대면 조사를 피하긴 힘들다”며 “남부지검서도 성역 없이 수사 의지가 강하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현행법상 공직자의 배우자를 청탁금지법으로 처벌할 수 없으니 직무 관련성 입증이 관건”이라며 “입증만 된다면 알선수재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가장 중요한 건 전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할 당시 발견된 5000만원 관봉권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2월 서울 서초구 전씨의 집을 압수수색하면서 5만원권 3300매(1억6500만원)를 확보했는데, 이 중 5000만원은 비닐 포장이 벗겨지지 않은 상태였다. 검찰은 전씨에게 이 관봉권의 출처에 대해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관봉권은 ‘제조권’과 ‘사용권’ 두 종류로 나뉜다. 제조권은 한국조폐공사에서 한은이 받아온 신권으로 돈다발에 십자 형태의 띠를 두르고 비닐로 싸 압축한 형태다. 사용권은 한은이 시중은행서 회수한 돈을 검수해 낡은 돈은 폐기하고 사용하기 적합한 돈만 골라낸 것이다. 발견된 돈다발 김씨와 전씨 사건서 등장하는 관봉권은 모두 사용권이다. 전씨 자택서 발견된 5000만원 관봉권 돈다발은 한은이 적힌 비닐로 포장돼있었고, 비닐엔 기기 번호와 담당·책임자 일련번호도 적혀 있었다. 그러나 김씨 측이 옷값을 치를 때 썼던 관봉권은 비닐 없이 띠지만 둘러져 있는 돈다발 형태였다. 관봉권은 국가 예산으로 편성되는 대통령실(청와대)과 검찰, 국가정보원 등 사정기관의 수사나 조사에 필요한 특수활동비로 쓰이기도 한다. 과거 정부에서는 이 특활비가 로비 자금으로 악용됐다. 한은은 전국에 16개 지역 본부를 두고 금융기관에 관봉권을 보낸다. 서울엔 남대문 본점 및 강남본부 등 두 곳이 있다. 이 중 강남본부가 대통령실과 사정기관 등에 예산 조달을 담당해 왔다. 다만 민간인의 집에서 관봉권이 발견될 수 없다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대개 일반 정부 예산은 관봉권 형태가 아닌 계좌이체 등을 통해 전달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수천만원 상당의 관봉권이 묶인 채로 남아 있는 건 영수증 내역도 남지 않는 특활비”라며 “통상 정보와 사정기관이 ‘돈의 주인’”이라고 말했다. 실제 검찰도 전씨의 자택서 발견된 5000만원 관봉권이 강남본부서 나왔다고 보고 있다. 이 관봉권에는 ‘2022년 5월13일’이라는 날짜가 기재돼있다. 윤 전 대통령 취임일 사흘 뒤다. 전씨는 검찰 조사에서 주로 돈은 ‘기도비’ 명목으로 받아왔지만 관봉권은 정확하게 누구에게 받은 돈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한은 방문 이후 전씨의 집에서 발견된 관봉권에 적힌 ▲기기번호 ▲담당자 ▲책임자 ▲발권국 항목 등의 의미를 확인했다. 기기번호의 뜻은 정사기(검수기) 기기번호와 기기호수를 뜻하고, 발권국 정보에는 정사 업무를 담당하는 발권국 화폐관리1팀을 의미하는 숫자인 것으로 전해졌다. MB 때 국정원 ‘입막음·로비’ 용도로 사용 검·정보 “이번엔 아니다”…남은 건 용산 포장지에 적힌 ‘2022년 5월13일 오후 2시5분59초’는 한은이 검수를 마친 시각이라고 한다. 다만, 한은은 개별 사용권이 어느 시점에 어느 금융기관으로 지급됐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고 한다. 금융기관서 화폐를 요청하는 경우 ▲지급한 금융기관명 ▲지급일자 ▲권종 ▲금액 등만 기록할 뿐, 어떤 사용권 묶음을 제공했는지는 별도 기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관봉권이 지난 대선 기간 전씨가 운영했던 윤 전 대통령 선거캠프 운영비일 수 있다고 보고 금융 흐름을 추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올해 초 당시 네트워크 본부장으로 있던 오을섭씨를 소환조사하면서 양재동 캠프의 운영비 출처를 물어본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서는 해당 관봉권 출처가 불분명한 만큼 특활비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범죄 수사 경험이 풍부한 한 변호사는 “출처를 확인하기 어려운 한은 뭉칫돈은 대부분 특활비”라며 “특활비라면 한은 검수 이후 수천만원 상당의 돈이 필요한 곳은 보통 사정기관이다. 일반적으로 정부 예산은 뭉칫돈으로 전달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결국 사정기관 담당자들을 불러 확인해봐야 하는데 정보기관에서는 특활비 활용 자체가 보안으로 분류돼 확인도 어려울 것이다. 출처 규명에 꽤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와 접촉한 복수의 사정기관 관계자들은 ‘국정원 특활비’는 아니라고 단언했다. 앞서 이명박정부 청와대는 국정원 특활비를 상납받은 바 있다. 지난 2011년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은 국정원의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을 폭로했는데, 당시 국정원은 관봉 형태의 특활비 5000만원을 장 전 주무관에 ‘입막음비’로 전달했다. 이 같은 내용은 검찰 수사와 공판 등을 통해 청와대서 국정원 특활비를 받아 장 전 주무관에 전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불분명한 출처 어디?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과거 국정원 특활비와 흡사해 보이지만 2022년 이후의 특활비 활용이나 대통령실을 통해 쓰인 ‘국정원 특활비’ 등에 대해서 들여다봤을 때 불법적이거나 위법하게 쓰인 사실이 없다. 한 개인에게 갈 일은 더더욱 없다”고 못 박았다. 검찰 관계자도 “남부지검서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자세히 말할 순 없지만 검찰 특활비는 아니다. 남부지검 수사팀도 검찰과는 상관없는 관봉권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