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압수수색' 흥미진진 관전포인트4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7.22 14:4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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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돈 없는 돈 "10원까지 탈탈 턴다"

[일요시사=사회팀] 검찰이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한 공세를 높이더니 결국 자택 압수수색이라는 강수를 택했다. 국민의 전폭적인 호응 속에 이뤄진 압수수색 이후의 수사는 어떻게 진행될까. 몇 가지 관전 포인트를 짚어봤다.



'29만원 할아버지'의 숨겨진 재산이 드러날까. 지난 16일 검찰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인 1672억원의 행방을 찾기 위한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이날 서울중앙지검에 설치된 '전두환 전 대통령 미납 추징금 집행 전담팀'(팀장 김민형 검사)은 검사와 수사관, 국세청 직원 등 모두 87명을 투입해 전 전 대통령의 자택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또 장남 재국씨 등 자녀들의 주거지 5곳과 회사 12곳 등 모두 18곳을 압류 또는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같은 날 오전 9시부터 전방위에 걸친 압수수색으로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회계 자료, 외환거래 내역, 금융거래 내역, 각종 내부 문건을 확보했다. 또 도자기와 유명 그림 등 고가의 예술품 수백여점도 동시에 입수했다.

지난 18일까지 이어진 이번 압수수색을 놓고 여러 소문이 무성한 가운데 <일요시사>가 놓쳐선 안 될 관전 포인트 4가지를 짚어봤다.

포인트1 


[진짜 재산은 얼마?]

지난 1997년 대법원이 전 전 대통령에게 선고한 추징금은 2205억원. 그러나 전 전 대통령이 지난 17년간 납부한 추징금은 533억원으로 전체 추징금의 4분의 1정도다. 남은 추징금은 1672억원. 하지만 전 전 대통령은 지난 2003년 "예금통장에 29만원밖에 없다"는 말로 논란을 지폈다. 물론 그의 말을 그대로 믿는 국민은 아무도 없었다.

2004년, 전 전 대통령의 자택을 압수수색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이를 무마한 건 그의 아내 이순자씨. 이씨는 전 전 대통령 대신 130억원을 추징금으로 납부하며 검찰의 압수수색을 막았다. 만약 당시 검토 중이었던 압수수색이 그대로 진행됐었더라면 진작 더 많은 돈이 추징됐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로부터 9년이 지난 2013년, 검찰은 전 전 대통령의 자택 등에서 그림과 도자기 등 모두 350여점의 미술품을 압수했다. 전 전 대통령의 자택 안에선 시가 1억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이대원 화백의 작품 1점 등 10여개의 동산이 확보됐다. 또 자택 장롱에선 일부 고가의 귀금속도 발견됐다. 하지만 검찰은 귀금속의 소유 주체가 불분명한 점을 고려해 압류 대상에서 보석류를 제외했다.

압수수색 당시 가장 기대를 모았던 건 비밀 금고. 그러나 금속 탐지기까지 동원하며 찾아낸 금고 안에선 아무런 소득이 없었다. 금고 안이 텅텅 비어 있었기 때문. 검찰은 전 전 대통령의 사저를 압류하는 과정에서 현금이나 유가증권 등 금융자산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어진 3일 간의 고강도 압수수색을 통해서도 전 전 대통령의 현금 자산은 찾을 수 없었다. 대통령 재임시절 재벌 총수 30여명으로부터 거둬들인 통치자금만 5000억원에 육박했다는 그의 돈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자연스레 전 전 대통령의 진짜 재산 규모가 궁금해지는 상황. 언론은 현재 미술품을 제외한 전 전 대통령 일가의 재산을 최소 2000억원 정도로 파악하고 있다.


전 전 대통령의 장남 재국씨가 소유한 경기도 연천의 허브빌리지는 단일 휴양지 중 국내 최대 규모로 꼽힌다. 임진강을 낀 금싸라기 땅에 세워진 허브빌리지는 대지 5만7000여㎡ 규모로 시세는 약 20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허브빌리지는 재국씨와 아내, 딸 이렇게 세 사람의 공동명의로 돼 있다.

서울 시공아트스페이스도 재국씨 소유다. 서울 성북동의 부촌을 마주한 곳이자 국내 유명 갤러리가 운집한 평창동에 세워진 이 건물은 대지를 포함해 추정 시세가 약 60억원에 달한다.

재국씨가 대표로 있는 서울 서초구 시공사 사옥, 시공사 지분 등도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 창구로 알려져 있다. 특히 시공사 사옥 터인 서울 서초동 땅 200여평은 전 전 대통령이 직접 대국민 기부를 약속했던 땅이다. 하지만 이 땅은 아직도 시공사 부지로 이용되고 있다.

또 재국씨는 경기 파주시 교하읍 문발리 521-1번지 땅과 파주시 탄현면 법흥리 일대의 부동산도 소유하고 있다. 몇몇 언론은 파주 땅과 시공사 사옥 터를 묶어서 합산 추정가액을 500억원으로 보도했다. 따라서 재국씨의 재산은 적게 잡아도 500억원은 넘을 것이라는 게 중평이다.

차남 재용씨도 400억원 이상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다. 그는 서울 동작구 흑석동 땅과 형 소유의 서초동 땅 지분 일부를 갖고 있으며, 경기도 용인과 오산 땅을 매매하면서 남긴 300억원의 차익을 수익권으로 보유하고 있다.

더불어 재용씨는 최근 가족과 공동명의로 보유하고 있던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건물도 수십억원에 매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신이 대표이사로 있는 부동산개발회사 비엘에셋의 지분과 자산도 재용씨의 몫이다.

재용씨는 그의 외조부인 이규동 전 대한노인회장에게서 증여받은 1758장의 국민주택채권도 갖고 있다. 2004년 재용씨의 조세포탈 수사 당시 불법증여로 압류됐던 채권 1013장의 환산 가치가 73억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1758장의 채권 가치는 1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재용씨 역시 최소 400억원이 넘는 재산을 보유했을 것이란 추론이 가능하다.

현재 미국에 거주 중인 3남 재만씨의 재산은 형들보다 많다. 재만씨는 서울 한남동에 위치한 8층짜리 건물을 갖고 있는데 이 빌딩의 시가는 현재 12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또 재만씨의 부인인 이윤혜씨의 서울 종로구 가회동 빌라는 시가 25억원 정도로 알려져 있다. 더불어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와이너리(포도 농장)는 한화로 환산했을 경우 약 1000억원 정도의 가치를 갖는데 재만씨는 자신의 장인인 이희상 전 동아제분 회장과 이 와이너리를 공동으로 소유하고 있다.

검찰은 앞서 언급한 세 아들의 재산 형성 과정에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흘러들어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아니고서는 이처럼 막대한 재산을 형성하게 된 경위가 설명되지 않기 때문.

만약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세 아들에게 흘러간 구체적인 정황이 포착된다면 최근 통과한 '전두환 추징법'에 따라 이들 세 아들의 재산은 국가로 환수된다.

비밀금고 텅 비었다…통치자금 5000억 어디에?
박수근·천경자 등 작품 수백억…무슨 돈으로?

포인트2 

[압수한 미술품은?]


전 전 대통령의 자택에서 나온 이대원의 작품은 그 시작에 불과했다. 지난 17일 검찰이 압류한 물품 가운데는 박수근, 천경자의 작품도 있었다. 앞서 <일요시사>는 '전두환 비자금 그림 세탁설 추적'이라는 기사를 통해 "전 전 대통령의 장남 재국씨가 박수근, 천경자를 비롯한 유명 화가의 그림을 보유했다"는 소식을 단독으로 전한 바 있다.

검찰은 이번 압수수색 대상에 시공사와 허브빌리지, 비엘에셋, 한국미술연구소, 삼원코리아 등을 포함시켰다. 해당 조직들은 모두 전 전 대통령 일가가 회사를 설립했거나 대표로 있는 단체다. 또 검찰은 전 전 대통령의 자녀인 전재국·전재용·전효선의 자택은 물론이고, '전두환 비자금'의 금고지기로 불리는 처남 이창석씨, 동생 전경환씨의 부인인 손춘지씨의 자택 등에서 압수수색을 벌였다. 그리고 이들의 자택에선 하나 같이 고가로 추정되는 미술품이 나왔다.

3일에 걸친 압수수색에서 검찰은 모두 30여곳을 뒤졌고, 350여점의 고급 미술품을 압수했다. 이중 세간의 화제가 된 작품은 박수근의 그림이었다.

박수근의 그림은 해외 주요 경매에서 수십억원에 거래될 정도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지난해 9월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 나온 <나무와 세 여인>(65.5×50.5㎝)이란 작품의 낙찰가는 22억4000만원이었다. 지난해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가 국내 유명작가 100명의 평균 호당 가격을 지수로 비교한 '2012 KS 호당가격지수'를 보면 박수근의 평균가는 2억750만원으로 국내 모든 작가 중 최고가를 기록했다. 재국씨는 이런 박수근의 그림을 비밀 창고에 소유했던 것이다.

특히 박수근의 그림은 위작의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이번에 압수된 그림도 진품일 확률이 높다. 만약 재국씨가 해당 그림을 평균 이상의 상태로 보존했다면 그 환산 가치는 최소 2억원에서 많게는 수십억원을 호가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현재까지 국내 미술품 경매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박수근의 작품 <빨래터>(72×37㎝)는 45억2000만원의 낙찰가를 기록했다.

천경자의 그림도 수십억원에 육박하기는 마찬가지. 지난 2009년 9월 K옥션 경매에서 낙찰된 <초원Ⅱ>(105.5×130㎝)의 경매가는 12억원이었다. 지난해 상반기 천경자의 이름으로 경매된 작품의 낙찰총액은 13억2650만원. 국내 세 번째로 높은 천경자의 호당 평균가격은 4000만원 안팎이다.


아울러 이대원의 작품 또한 평균가가 1억원이 넘는데 그는 지난해 상반기 국내 작가 작품 낙찰총액에서 김환기, 박수근, 이우환 다음인 14억567만원을 기록했다. 이대원은 홍익대 교수와 총장, 예술원 회장 등을 역임한 바 있다.

검찰이 구체적인 목록은 밝히지 않아 정확한 집계는 어렵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작가의 면면을 봤을 때 그 환산 가치는 최소 수십억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현재 검찰은 전씨 일가가 미술품을 구입한 돈의 출처가 비자금으로 드러나면 경매를 거쳐 받은 돈을 국고로 환수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한 미술계 관계자는 "(비자금 조성이 아닌) 순수하게 그림을 사고 팔았던 행위를 밝혀내긴 쉽지 않을 것"이라며 "고가의 그림 매매에는 반드시 딜러가 연결되는데 숨겨진 딜러를 찾는 것이 관건"이라고 귀띔했다. 현재 국내에 고가의 미술품을 다룰 수 있는 딜러는 5명 안팎으로 알려져 있다.

또 재국씨가 구입하거나 소유한 미술품 대부분이 '판화'기 때문에 "실제 가치가 언론에 의해 과장됐다"는 우려도 있었다. 검찰은 미술품 압수 직후 전문가에게 의뢰, 보존 상태 등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    

아울러 압수 과정에서 화제를 모았던 황금색 불상은 그 높이만 2m로 대형급에 속하는 라마양식 불상이다. 전문가들은 이 불상이 태국이나 미얀마에서 제작된 뒤 브로커를 거쳐 한국에 반입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모조가 아닐 경우 이 황금 불상의 가격은 2억원 이상으로 보고되고 있다.

포인트3 

[더 털 곳은 어디?]

덩치가 큰 미술품은 대거 쏟아져 나왔지만 즉시 환수 가능한 현금과 금융 자산 등은 아직 손에 잡히지 않은 상황이다. 검찰은 전 전 대통령 일가의 각종 보험 가입 현황과 세부 계약내용으로까지 수사 범위를 넓혔다.

전 전 대통령 일가의 보험금을 관리해왔던 것으로 전해진 보험사는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신한생명이다. 이들 보험사는 최근 검찰에 전 전 대통령 일가의 보험거래 내역이 담긴 관련 자료를 넘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별도로 국세청은 한화생명과 교보생명, 삼성화재에 금융거래정보제공 요구서를 제출했다. 국세청은 관련 보험사로부터 자료를 입수하는 대로 전 전 대통령 일가가 낸 보험료의 출처를 역추적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해당 보험사들은 영장 없인 계약자의 정보를 유출할 수 없다는 이유로 요구서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검찰이 자료 제출을 요구한 인물의 면면과 국세청이 이번 조사를 위해 지목한 관련자 명단이 서로 다르다는 점이다. 특히 국세청은 전 전 대통령 일가 외의 인물을 조사 대상자로 지정, 관가에선 이미 국세청이 구체적인 단서를 포착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수사가 점차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검찰은 전 전 대통령 내외를 제외한 자녀와 친·인척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동시에 전담팀의 인력을 확충했는데 검사 6명을 추가로 투입하고, 수사관을 20여명으로 확대한 배경에 '소환조사'가 있지 않겠냐는 해석이 고개를 들고 있다. 필요할 경우 전 전 대통령을 소환, 3자 대질 심문을 통해서라도 뭉칫돈의 출처를 묻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과거 전 전 대통령에 대한 비자금 수사에서 드러났듯 그의 조력자들은 비자금 은닉 과정을 함구할 확률이 높다. 전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이 남다른 까닭이다. 따라서 검찰은 이번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회계자료 분석과 보험사 등을 경유한 계좌추적을 통해 보다 구체적인 혐의를 입증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시공사 창립 및 운영 과정에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쓰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관련 문건을 샅샅이 검토하고 있다.

한 검찰 관계자는 전 전 대통령 추징금 환수 작업의 핵심을 '자금 출처 규명'이라고 못박았다. 예를 들어 재국씨가 제 아무리 고가의 미술품을 수천여점 넘게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 미술품을 누구의 돈으로 샀는지를 밝혀내지 못하면 압수된 물품이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압수한 미술품 목록을 함부로 공개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검찰 내부에서도 미술품보다는 차명계좌를 밝혀내는 쪽으로 수사의 무게가 기운 모양새다. 국세청과 공조 체제를 구축한 검찰은 아직 명확한 규모가 파악되지 않은 해외 유령법인(페이퍼컴퍼니) 명의의 계좌도 함께 들여다보고 있다. 앞서 재국씨는 조세피난처인 버진아일랜드에 아도니스라는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고, 이와 관련 아랍은행에 계좌를 개설했다. 검찰은 최근 이 계좌와 관련한 자료 일체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아직도 재만씨의 재산 추적은 요원해 보인다. 일각에서는 재국씨와 재용씨가 이미 미국을 수차례 오가면서 재만씨에게 비자금을 전달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더불어 재만씨의 장인인 이 전 회장은 과거 전 전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수백억원의 비자금을 특별 관리하고 있는 인물로 거론되고 있다. 

보험·차명·페이퍼컴퍼니 추적
미국에 있는 전재만은 웃고 있다?

포인트4 

[채동욱과의 악연]

정치권 안팎에서는 전 전 대통령에 대한 비자금 수사가 "이번만큼은 다르다"는 조심스런 추측이 나오고 있다. 바로 현 검찰 수장인 채동욱 검찰총장과 전 전 대통령의 질긴 '악연' 때문.

두 사람의 인연은 지난 1995년 11월로 거슬러간다. 당시 서울지검 강력부 평검사로 마약사건을 전담하던 채 총장은 '5·18 특별법'에 따라 꾸려진 특별수사본부에 합류했다.

채 총장은 같은 해 12월3일 안양교도소 출장 조사를 시작으로 전 전 대통령의 반란수괴 등 혐의에 대한 수사부터 공수유지를 맡았다. 채 총장은 당시 전 전 대통령을 1주일에 3∼4번씩 만나며 기싸움을 벌였다.

특히 채 총장은 1996년 3월18일 열린 두 번째 공판에서 "12·12 사태 당시 육군 정식 지휘계통을 무시하고 출동한 것은 불법 아니냐"는 신문을 했고, 이에 전 전 대통령은 "무엇이 불법이고 무엇이 정식계통이냐"면서 "하마터면 그때 사살돼 이번 재판에 서지도 못할 뻔했다"고 호통을 치는 진풍경을 연출키도 했다.

재판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구형이 이뤄진 1996년 8월5일에 있었다. 채 총장은 당시 전두환 피고인에게 반란수괴와 상관살해미수·뇌물수수 등의 혐의를 적용해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했다. 이는 한국 역사상 전직 대통령에 대한 최초의 사형 구형이었고, 전세계적인 이목을 끌었다.

채 총장은 지난 5월 '추징금 환수 전담팀'을 직접 챙기는 등 전 전 대통령의 추징금을 환수하는 데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전두환 추징법'이 발효된 직후 검찰이 전격 압수수색을 단행한 것도 채 총장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감추려는 전 전 대통령과 찾으려는 채 총장의 끈질긴 숨바꼭질은 이제 본막이 올랐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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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