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깡패' 김용남 자해소동 전말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7.09 11: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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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했나 했더니…조폭 성깔 못 버린 '용팔이'

[일요시사=사회팀] 양은이파 두목 조양은씨와 범서방파 두목 고 김태촌씨. 이들은 각각 교회와 인연을 맺으며 새 사람으로 거듭났음을 천명했다. 하지만 그들은 회개를 기대하는 이들에게 큰 실망만을 안겼다. 2002년 거물급 조폭인 김용남씨도 선배 조폭들처럼 한 손에 성경책을 들었다. 그러나 그의 조폭 본능은 그대로였다.



폭력조직 전주파 두목이었던 "용팔이" 김용남(63)씨가 분신소동을 벌여 세간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지난 1일 서울 서초경찰서는 교회 내부에 석유를 뿌리고 불을 붙이겠다며 난동을 피운 혐의(현주건조물방화예비)로 김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죽으려는 의도 없어

김씨는 지난달 30일 오전 9전30분께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사랑의교회 내부에 불을 지르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지난 2002년부터 사랑의교회에 출석하고 있으며, 교회로부터 집사라는 직위를 받고 활동 중이다. 

김씨는 이날 오전 8시 예배에 참석했다. 그리고 예배가 끝나자 교회 4층 당회실로 이동했다. 이때 그의 손에는 석유통이 들려 있었다. 

당시 교회 안에는 수십여 명의 교회 간부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아무도 김씨를 말리지 못했다. 김씨가 도착한 당회실에는 회의를 위해 모인 40여 명의 장로가 미리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를 본 김씨는 "나 하나 죽어 문제가 해결된다면 (여기서) 죽겠다"고 소리쳤다. 김씨의 손에 들린 석유통에서는 석유가 흘러나왔다. 

위협을 느낀 교회 측은 경찰과 관할 소방서에 김씨를 신고했다. 이어진 김씨의 분신소동은 출동한 경찰이 김씨를 체포하고 나서야 마무리됐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김씨의 소지품 가운데 라이터 등 실제로 불을 붙일 만한 도구나 물건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김씨가 처음부터 죽을 의도로 자해소동을 벌인 것은 아니란 얘기. 경찰은 당일 조사 끝에 김씨를 귀가 조치했다. 

그렇다면 김씨는 왜 자해소동을 벌인 것일까. 그의 진짜 노림수는 무엇이었을까. 

정답은 김씨의 경찰 진술에 있었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오정현 사랑의교회 담임목사의 설교 중단 조치가 부당하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앞서 오 목사는 지난 3월 박사논문 표절 시비로 6개월간의 자숙에 들어갔으며, 현재 외부와의 접촉을 차단한 채 은신 중이다.

김씨의 난동 직후 사랑의교회 당회(최고 의결기구)는 오 목사의 박사논문 표절을 더 이상 문제 삼지 않기로 합의, 결과문을 발표했다. 즉 김씨의 분신소동이 어느 정도 결실을 맺은 셈이었다. 이로써 오 목사는 교회로 복귀할 수 있는 명분을 찾게 됐다.

"정치 깡패" 김씨와 교회와의 인연은 2002년으로 거슬러 간다. 김씨는 지난 1999년 8월 대전 동구 용전동 한 호텔의 운영권을 둘러싸고 후배 유모씨와 다툼을 벌이다 폭력 등 혐의로 긴급 체포됐다. 1년여를 복역하고 나온 김씨는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창고를 마련, 고등어 도매업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이 몸담았던 암흑세계에서 손을 떼고, 새 인생을 도모한 것이다.

그러나 장사가 잘 되지 않자 김씨는 안면이 있던 유명 작곡가 조모씨를 찾아가 "1000만원을 빌려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자 조씨는 김씨에게 100만원을 주며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라"고 권유했는데 이때 인연을 맺게 된 교회가 바로 사랑의교회였다.

김씨는 사랑의교회 열성 신도로 알려져 있다. 복수 언론에 따르면 김씨는 사랑의교회 출석 후 신앙생활에 열을 올렸으며 양은이파 두목 조양은씨, 범서방파 두목 고 김태촌씨와 함께 전도 계획을 짰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들 중 현재까지 교회를 다니는 인물은 김씨가 유일하다는 설명이다. 


언론에 노출되지 않았던 김씨가 전면에 등장한 건 오 목사의 박사논문 표절 의혹이 불거지면서부터다. 김씨는 지난 3월께에도 교회 간부들을 찾아가 "똑바로 하라"며 행패를 부렸고, 지난달에는 오 목사를 비판하는 교인들이 연 기도회에 난입해 말다툼을 벌인 사실이 전해지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김씨가 몇몇 교인들에게 욕설을 하며 몸싸움을 벌였다는 증언도 나왔다. 김씨는 오 목사 부임 후 "순장"이라는 간부급 직책을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랑의교회서 몸에 석유 뿌리고 분신 시도

오정현 목사 설교 중단에 오버액션

현재 사랑의교회는 서울 서초역 인근에 들어서는 초대형 예배당 신축공사를 놓고 찬성과 반대로 갈려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 오 목사를 비판하는 측은 예배당 건립의 위법성을 지적하고 있으며, 옹호하는 측은 반대편을 불순세력이라며 맞받아치고 있다. 

김씨는 분신소동 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말 사랑하는 교회인데 불순분자들이 끼어 있어 열이 뻗쳐서 그랬다"고 범행 동기를 털어놨다. 또 김씨는 "신축공사를 반대하는 신도들에 대해 화가 났다"며 자신은 교회 신축 공사에 줄곧 찬성해왔다는 뜻을 밝혔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를 전도한 조씨는 김씨의 최근 행동을 안타까워 하고 있다. 

현재 사랑의교회는 신도 간 명예훼손 등의 소송전이 진행 중이다. 해당 소송은 서울 명문대학 전직 교수, 대기업 직원 등이 연루돼 있으며 향후 오 목사의 복귀를 둘러싸고 추가 소송전이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전직 정치 깡패 김씨의 역할은 새삼 주목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교회 내부의 오 목사 친위대로 불리는 '군목'(경찰·군인 출신의 경호대)에 김씨가 포함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신앙인 맞아? 

하지만 오 목사를 옹호하는 측은 김씨의 행동에 박수를 보내며 "순수한 선의에서 나온 의로운 행동"이라고 그를 지지하고 있다. 이 같은 배경 속에 과거 해결사로 불렸던 김씨가 교회 내부 권력 다툼의 키맨으로 부상할 가능성도 있다. 

김씨는 지난 1987년 당시 야당인 통일민주당 창당을 방해하고자 각 지구당에 난입, 기물을 부수고 당원을 폭행했던 전력을 갖고 있다. 일찍이 과거와 손을 씻고 "신앙인"으로 전직한 김씨가 다른 선배 조폭들과 같은 전철을 밟게 될지 아니면 끝까지 신앙인으로 남을 지 향후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강현석 기자<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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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