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전두환 비자금 '그림 세탁설' 추적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7.01 11: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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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근·천경자…작품 보유하다 팔았다"

[일요시사=사회팀]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재국씨가 천문학적인 규모의 명화를 보유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그림을 보관한 수장고가 오산에 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그 배경과 실체는 무엇인지 <일요시사>가 추적했다.



한국 근현대 미술의 거장인 박수근의 작품이 경매에 나왔다. 작품 이름은 '빨래터'. 이른바 세기의 경매로 불렸던 지난 2007년 5월 서울옥션 경매에서 '빨래터'는 45억2000만원의 낙찰가를 기록했다. 만약 이런 '세기의 명화'들이 한 수장고 안에 수십점이 보관돼 있다면 그 환산가치는 얼마나 될까.

전두환의 큰아들
그림을 사랑하다

지난 6월 20일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전재국씨가 국내외 유명 작가들의 명화를 보유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날 민주당 신경민 의원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미술계 쪽 상당히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돌아다니는 첩보"라며 재국씨의 명화 수장고 의혹을 제기했다.

신 의원은 미술계 관계자의 말을 인용, "경기도 오산 인근에 천문학적 규모의 명화 수장고가 있다"면서 관련 내용을 증언했다. 1990년대부터 재국씨의 대리인격인 전모(55)씨와 한모(52)씨가 화랑을 돌아다니며 명화 컬렉션을 했다는 내용이었다.

기자는 해당 내용의 확인을 위해 복수 국회 관계자와 만났다. 하지만 명쾌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 신 의원 측도 마찬가지. 하지만 신 의원 측은 "그런 첩보가 전해 들어 온 것은 사실"이라며 수장고의 존재 가능성에 무게를 더했다.


재국씨의 명화 수장고 소유 여부는 미술계의 '뜨거운 감자'였다. 기자가 접촉한 한 미술계 관계자는 "수장고가 실제로 존재하는지부터 재국씨가 어떠한 그림을 사고팔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았다"며 "재국씨가 그림을 비롯한 순수 미술에 관심이 많았다는 소문이 맞다"고 확인했다.

재국씨는 미국 펜실베니아 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를 취득했다. 그러나 미국 유학 생활 당시 재국씨의 관심은 온통 미술에 쏠려 있었다고 전해진다. 대학 도서관보다 뉴욕에 있는 유명 미술관을 찾는 일이 더 잦았던 재국씨는 1980년대부터 미술 비평을 비롯한 국내외 미술 전반에 대한 이해를 넓혔다.

장남 재국씨 유명 작가 명작들 거액매매 의혹
국보급 문화재도?…'검은돈' 은닉 소문 파다

회화는 물론이고 순수 예술에 대한 애착이 남달랐던 재국씨는 군사정권의 탄압을 피해 뉴욕에 머물던 가수 겸 사진작가 한대수씨와의 친분을 쌓았다.

재국씨에 대한 한씨의 평가는 굉장히 인상적인데 한씨는 "그(재국씨)는 명백히 사회 엘리트 계층이 키워낸 인물"이라며 "세계 지도자들과 교육받은 장군들과 외교관 틈에서 자란 청년, 나는 그렇게 훌륭한 아들을 키워낸 전(전두환) 대통령이 다시 보였다"고 호평했다. 이후 한씨는 재국씨 소유 갤러리인 '아티누스'에서 2003년 11월 사진 전시회를 열어 인연을 이어갔다.

체제에 저항한 예술가와 독재자의 장손. 이 기묘한 궁합은 재국씨의 그림 수집과도 연관된다. 전 전 대통령이 금기시한 민중미술 작품을 재국씨가 사들인 것.

한 민중미술 작가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1990년대 민중화가들끼리 모인 술자리에서 '어떻게 그 사람에게 그림을 팔 수 있냐'고 언성을 높였던 일화가 있었다”며 "재국씨가 미술 다방면에 걸쳐 관심을 가졌던 걸로 기억한다"고 회고했다.


큐레이터 1세대
전재국과 통하다

귀국 후 재국씨가 공을 쏟은 일은 국내 미술시장을 파악하는 일이었다고 전해진다. 국내 갤러리가 밀집한 서울 강북 일대가 재국씨의 활동 무대였다.

1990년 재국씨는 그의 외삼촌 이창석씨가 운영하는 출판사에 투자하며 출판업계에 발을 들였다. 그리고 같은 해 미술서적 출판을 주력으로 한 시공사를 설립했다.

국내 미술계에서 1990년대는 굉장히 중요한 시기다. 전문 큐레이터(학예사)를 중심으로 한 미술 평론과 시장 구축이 본격적으로 태동됐던 시기이기 때문. 당시 재국씨는 큐레이터 1세대격인 정준모씨(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장) 등과 활발히 교류했다. 그리고 이때 만났던 인연이 바로 재국씨의 대리인으로 알려진 전씨와 한씨다.

전씨와 한씨는 모두 큐레이터 출신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들은 미술사에 대한 해박한 지식으로 업계의 평판이 높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대외적으로 널리 알려진 한씨와 달리 전씨는 작가들 사이에서도 사생활이 베일에 싸여있다.

한씨는 경기 남부의 유명 갤러리인 H갤러리에서 1992년까지 큐레이터로 재직했다. 그리고 1999년부터 재국씨 소유 갤러리인 아티누스에서 갤러리 디렉터로 일했다. 이후 한씨는 돌연 전업 작가로 전직했다. 서양화가인 그는 지난 3월 서울 청담동 한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연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한씨는 외부 연락을 피하고 있는 상황이다. 어렵게 접촉한 그에게서 수장고의 행방을 알아낼 수는 없었다. 한씨는 "내가 재국씨의 대리인으로 그림을 사들였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라며 "재국씨가 미술 애호가로써 그림을 사들인 건 맞지만 어떤 경로로 샀고, 얼마나 남아있는지는 알 수 없다"고 대답을 피했다.

한씨는 전씨와 함께 지난 1994년 아티누스 건립의 총책임자로 알려져 있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한씨는 재국씨로부터 화랑 관리와 미술품 수집 등을 위임받았다. 재국씨가 본격적인 미술품 컬렉션을 시작했던 것도 이 무렵으로 알려져 있다.

재국씨와 함께 일했던 한 내부 관계자는 "신 의원의 주장이 너무 과장됐다"고 주장했다. 재국씨가 대량의 미술품을 소유하게 된 배경에 다른 사연이 있다는 것이었다.

이 관계자는 "재국씨의 그림 수집이 개인의 기호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지 비자금 은닉 차원에서 이뤄진 것은 아니다"라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재국씨가 박수근·천경자 등 유명 작가들의 명화를 보유했던 것은 맞다"고 확인했다.

"유명 작가들
 작품 샀었다"

재국씨는 지난 1993년 한씨, 전씨와 함께 <아르비방>(생동하는 미술)이라는 미술 전문잡지를 준비했다. <아르비방>은 당시 젊은 신진작가들을 발굴하기 위한 의도로 기획됐다. 1994년 출간한 <아르비방>은 1996년까지 모두 55편이 제작됐다. 각 호마다 1명의 신진작가가 <아르비방>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문제는 돈이었다. 자신을 다뤄준 잡지를 살 돈이 없던 작가들은 <아르비방>을 받으면서 그 대가로 자신의 그림을 재국씨에게 선물했다. 이렇게 받은 그림들이 외부로 와전이 돼 '천문학적인 명화'로 둔갑했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당시 무명이나 다름없던 작가들의 작품이 팔려봐야 얼마나 했겠냐"면서 "지금 그 작가들의 그림이 유명해졌다고 하더라도 경매가의 총합은 아마 10억원이 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재국씨가 '다른 그림'을 사들인 돈의 출처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더불어 적게는 수억원에서 많게는 수십억원을 호가하는 박수근, 천경자 등 유명 화가의 작품을 처분한 돈이 어디로 흘러들어갔는지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복수 관계자에 따르면 재국씨는 '권력가 2세' 컬렉터 중 1세대로 꼽힌다. 그의 그림에 대한 관심은 대체로 '순수한 취향'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그의 미술품에 대한 수집욕은 남달라서 때때로 호사가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기도 했다.

지난 2000년 국보급 문화재를 다수 보유하고 있는 간송미술관에 조건 없이 2억원을 내밀었다는 소문은 미술판에 파다했다. 간송미술관 측은 "재국씨로부터 공식적인 제의는 없었다"며 소문을 부인했다. 2000년은 재국씨가 서울 시내 대형서점인 을지서적을 인수하는 등 자금력이 극에 달해있을 때로 알려져 있다. 이 자금 중 일부가 명화를 사들이는데 들어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베일에 싸인 재국씨의 대리인 전씨의 행적도 의문이다. 그는 2000년대 초반까지 서울 청담동의 한 갤러리 대표를 지내면서 재국씨와 자주 만났다. 서울 역삼동 한 일식집에서 재국씨와 전씨가 사업을 놓고 격론을 벌였다는 일화도 들렸다. 그러나 이들의 확인된 커넥션은 따로 있었다.

대리인 내세워 거래오산에 명화 수장고?
한점에 수억∼수십억…처분한 돈 어디로 갔나


재국씨와 전씨가 <아르비방>을 준비하던 1993년 3월, 전씨는 서울 서초구 신반포 15차 아파트를 매입했다. 그리고 같은 해 5월 전씨는 매입한 아파트를 담보로 신한은행으로부터 2억4000만원을 빌렸다.

해당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1993년 11월 시공사는 전씨의 채무를 떠안은 것으로 확인됐다. 즉 시공사 대표인 재국씨가 전씨의 아파트를 사들인 것이다.

이 아파트는 2000년 전 전 대통령의 딸 효선씨에게 매매됐고, 시공사가 진 채무는 2006년 3월 해지됐다. 이후 효선씨는 2010년 9월, 21억2000만원에 이 아파트를 매도했다. 즉 재국씨가 전씨의 명의를 빌려 서초구 아파트를 매입하고, 이를 다시 효선씨에게 넘겼다는 의혹인 셈이다.

현재 전씨는 연락이 닿지 않는 상황이다. 과거 전씨 갤러리에서 전시를 열었던 한 유명 작가는 "전씨와 연락이 안 된다"며 "갤러리를 하다가 갑자기 문을 닫았고, 이후로는 (내가 그린) 드로잉 한 점도 돌려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 작가는 최근 몇 년간 국립현대미술관이 선정하는 '올해의 작가'에 꼽힐 정도로 높은 인지도를 갖고 있다. 다시 말해 전씨가 유명 작가의 그림을 몰래 빼돌린 셈이다.

수상한 오산땅
미술품 어디있나

재국씨와 친분이 있는 한 관계자는 "그림 경매가가 피크에 올랐을 때 재국씨가 명화를 다 팔았다"는 정보가 있었다며 "만약 이 매각대금을 추징금 얘기가 나온 시점인 2004년 전에 다른 경로로 보냈다면 아마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귀띔했다.

전두환 일가는 금고지기 이씨를 우회해 규모 132만㎡의 오산 땅을 소유했었다. 재국씨가 수장고를 감추기에는 충분한 규모. 기자는 경기 오산에 살고 있는 복수 미술계 관계자에게 문의, 수장고 위치를 수소문했지만 찾지 못했다.

취재를 도운 한 관계자는 "수장고라는 게 마음만 먹으면 어디든 만들 수 있어서 찾기가 쉽지 않다"며 "인근 골프장 등에 숨겼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기자는 서울 평창동의 '시공아트스페이스'를 찾았다. 시공아트스페이스는 한국미술연구소 등이 있는 추정가 60억원가량의 복합 건물. 갤러리로 사용되던 2층에는 텅빈 박스만이 가득했다. 건물 관리인은 "이곳에는 이제 그림이 없고, 이벤트 물품만 있다"고 말했다.

재국씨의 미술 사업이 시작된 한국미술연구소에 갔다. 굳게 닫힌 철문 틈으로 수장고의 위치를 물었지만 연구소 직원은 "우리는 말할 게 없다"며 황급히 자리를 비웠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전재국 수상한 소포박스 보니…
'호화 골프장' 회원

재국씨가 SK그룹 계열사가 운영하는 '핀크스 골프클럽' 회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기자는 지난 6월26일 서울 평창동 시공아트스페이스 인근에 놓여있던 뜯어진 소포박스를 발견, '핀크스 골프클럽'이 재국씨 앞으로 발송한 우편물을 확인했다. 텅빈 박스 오른쪽 하단에는 '전재국 회원님 귀하'라는 문구가 선명했다. 즉 재국씨가 해당 골프장의 회원권을 갖고 있다는 얘기.

핀크스 골프클럽 측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고객 개인정보는 확인해 줄 수 없다"며 "통상 회원권은 2억∼3억원에 거래된다"고 밝혔다. 소포물의 내용에 대해서는 "아직 파악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핀크스 골프클럽은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에 위치한 골프장으로 SK그룹 계열사인 ㈜SK핀크스가 소유하고 있다.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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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의 한 지역구에서 특정 당의 당원 명부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총선, 지방선거 등을 치르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당 관계자의 업무용 노트북에 담겨있던 정보가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올림픽 육상 100m 경기를 생각해 보자. 8개 레인에 각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선다. 이 선수들은 국내 선발전에서 1등을 차지했을 것이다. 국가대표로 뽑힌 선수는 올림픽에 출전해 예선을 치르고 결승에서 금메달을 다툰다. 0.01초 차이로 메달 색깔이 달라지는 경기에서 승자는 늘 단 1명뿐이다. 치열한 공천 경쟁 선거는 올림픽보다도 더 확고한 ‘승자 독식’ 구조다. 올림픽에선 2등에게 은메달, 3등에게 동메달이라도 주지만 선거에서 2등은 꼴찌와 같다. 당선자는 후보자에서 국회의원, 시·군·구의원, 구청장·군수, 시·도지사 등으로 신분 상승이 이뤄진다. 명예와 권력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는 자리로 순식간에 올라가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선거에 출마하려는 후보들은 당선 가능성이 큰 자리로 몰린다. 어떤 경기든 일단 출발선에 서야 경쟁을 할 수 있듯, 선거에서 공천은 본선으로 가기 위한 1차 관문이 된다. 자리는 하나, 후보는 여럿이니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최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불거진 공천 헌금 의혹은 자리를 돈으로 사려 했다는 내용으로, 관련자는 구속됐다. 최근 서울 구로구에서 일어난 당원 명부 유출 의혹도 공천 경쟁 과정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업무용 노트북에서 수십개의 엑셀 파일이 발견됐는데 그중 일부가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였고 이름, 연락처, 거주지 등이 포함된 이 파일이 상대 당의 후보 경선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2020년 21대 총선 당시 서울 구로을 지역구에서 거물급 인사가 후보로 맞붙었다. 구로을 지역은 서울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곳이다. 17대(2004년)부터 지난 22대(2024년) 총선까지 20여년간 민주당이 이겼다. 민주당(당시 통합민주당)이 사상 최악의 패배를 당한 18대 총선에서도 구로을 지역은 넉넉하게 수성한 바 있다. 업무용 노트북에서 발견 이름·연락처·거주지 담겨 구로에서만 평생 살았다는 한 시민은 “선거 때마다 텃밭, 험지 이런 말을 많이 쓰지 않나. 구로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사지’다. 민주당이 아주 꽉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총선 등에서 민주당 후보가 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몇몇 인사들은 바닥부터 훑어가며 선거를 준비한다. 민주당은 21대 총선 때 구로을 지역 후보로 윤건영 의원을 전략공천 형태로 낙점했다. 윤 의원은 당시 문재인정부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맡고 있었다. 현재까지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복심으로 불린다. 국민의힘은 서울 양천을 지역에서 내리 3선을 지낸 김용태 전 의원을 ‘자객’ 공천했다. 민주당의 독식으로 관심 지역에서 벗어나 있던 구로을이 순식간에 ‘격전지’로 떠올랐다. 문제는 구로을 지역 총선 출마를 준비하던 예비후보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민주당 조규영 전 서울시의원의 반발이 거셌다. 조 전 시의원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서울 비례대표로 정치권에 입성, 이후 구로2선거구에서 서울시의원으로 재선했다. 조 전 시의원은 최소한 경선은 치를 수 있게 해달라며 민주당의 전략 공천을 비판했다. 당시 조 전 시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지역 당원 수보다 더 많은 권리당원을 모았다. 열심히 뛰었다. 누구와 경쟁하든 경선에서 이길 자신이 있었다”며 “그러나 결과는 낙하산 공천이었다. 저는 특혜나 찬스를 원하지 않았다. 공정한 경선만을 바랐다. 낙하산 공천은 공정하지도 않고 본선 경쟁력도 없다”고 강조했다. 어디에 사용했나 조 전 시의원은 노숙 단식까지 해가며 경선을 촉구했지만 결국 낙천했다. 이후 다른 선거에도 출마하지 않았다. 잊히는 듯했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최근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업무용 노트북에서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표기된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발견된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원들의 이름과 연락처, 행정동 등이 기재된 엑셀 파일은 ‘(보안철저)저쪽디비’ 폴더에 담겨있었다. 해당 파일의 ‘구분’ 부분에 ‘조규영 일반 당원’이라고 표기돼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맞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에 민주당 구로을 국회의원 예비후보였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기재돼있다는 점에서 의심이 촉발됐다. 동시에 누가 노트북에 해당 파일을 옮겼는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문서가 발견된 노트북은 2020년 총선 과정에서 당원협의회에 업무용으로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만 사용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구로구의회에 입성한 A 구의원이 해당 노트북을 사용했다. A 구의원은 2022년 국민의힘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여성부장을 맡은 이력도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문제의 노트북은 A 구의원이 여성부장으로 활동할 무렵 사용했다가 후임자에게 넘겼다. 그는 “이후 여성부장이 바뀔 때까지 쭉 A 구의원이 가지고 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쉬쉬하다 이제서야 눈여겨볼 대목은 A 구의원의 이력이다. 그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비례대표 순번을 받아 당선됐지만, 2020년 총선 때까지만 해도 민주당 조 전 시의원을 보좌하는 수행비서 역할을 했다. 실제 조 전 시의원이 예비후보로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 곳곳에서 A 구의원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A 구의원은 조 전 시의원 낙천 이후 김용태 전 의원 배우자의 수행비서로 발탁됐다. 김 전 의원의 측근이 A 구의원을 추천한 것으로 안다”며 “2020년 총선에서 김 전 의원이 낙선하고 당협위원장으로 있을 당시 A 구의원이 비례대표로 공천받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측 정치인을 수행했던 인사가 국민의힘 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한 데 이어, 그가 직접 사용한 노트북에서 자신이 보좌했던 사람의 이름으로 파일명이 기재된 국민의힘 당원 명부가 발견된 셈이다. A 구의원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를 민주당 측에 유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대목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A 구의원이 조 전 시의원을 수행할 당시 지역구 경선을 대비해 당원 명부를 입수한 게 아닌가 싶다”며 “당시 경선까지 진행되지 않았기에 당원 명부가 실제 사용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문서를 가지고 있었다는 자체만으로도 의아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사실 이 문제는 올해 1월경에 처음 드러났다. A 구의원이 당원협의회에 노트북을 반납하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해당 폴더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쉬쉬’하다가 최근에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당협 회의에서 논의 A 구의원 “문제없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A 구의원의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지난 1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에서 논의됐다. 해당 의혹이 구로 지역에서 확산하자 A 구의원이 먼저 이 문제를 먼저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당원협의회 회의에 참석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 위원은 ‘덮고 가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문제가 불거지면 지방선거를 망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일부 관계자가 “심각한 개인정보 유출” “해당 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조사를 요청했지만 그 수가 많지 않아 관철되지 않았다. 회의에 참석한 한 위원은 “선거를 치르다 보면 당원 명단이 일부 흘러 다니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이렇게 명부가 통째로 유출되는 건 심각한 일”이라며 “명백한 해당 행위다. 자체 조사를 통해 징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 규정 제20조(징계사유)에 따르면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를 했을 때 ▲현행 법령 및 당헌·당규·윤리 규칙을 위반해 당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행위의 결과로 민심을 이탈케 했을 때 등의 사유로 징계할 수 있다고 돼있다. 해당 관계자는 A 구의원의 행위가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해당 행위? 징계 가능성? A 구의원은 해당 의혹은 전부 해명됐다는 입장이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당협 회의에서 이 문제가 논의됐는데 문제없다고 결론 났다.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일고의 논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의혹을 언급한 제보자에게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등으로 조치할 수 있다는 점을 전해 달라”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