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민주 '국정원 치킨게임' 막전막후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06.25 09:2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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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다 죽거나 둘 중 하나는 반드시 죽는다

[일요시사=정치팀] 국정원 정치개입 의혹을 수사해 온 검찰이 지난 14일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등 관련자들을 기소했다. 그러나 국정원 의혹은 잦아들기는커녕 여야의 폭로전까지 이어지면서 더욱 뜨겁게 달아오르는 양상이다. 양측 모두 물러설 수 없는 국정원 치킨게임의 승자는 누가 될까?



검찰이 지난 14일 지난 대선기간 불거졌던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의 정치개입 의혹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 검찰은 국정원 직원들이 올린 게시물 1970여 건 중 73건이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검찰이 지목한 인터넷 글 중 69건은 민주당과 통합진보당 등 야당을 반대하는 글이고, 안철수 후보를 비방하는 글도 4건 확인했다. 수사결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직원들에게 인터넷 댓글 작업 등의 불법적인 행위를 수시로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선거개입 했지만
불구속 기소

비록 검찰은 원 전 원장을 불구속하고 관련 국정원 직원들을 기소유예 처분함으로써 논란의 여지를 남겼지만 국정원이 대선에 개입한 사실만큼은 분명해진 것이다. 그러나 수사가 끝난 뒤에 논란은 오히려 증폭되는 분위기다.

새누리당은 국정원사건과 선 긋기에 나섰고, 민주당 내에서는 박근혜정부의 정통성까지 부정하며 장외투쟁을 요구하는 목소리까지 들려온다. 양쪽 모두 결코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이다. 이른바 여야의 '국정원 치킨게임'이 시작된 것이다. (※치킨게임이란 어느 한 쪽이 양보하지 않을 경우 양쪽이 모두 파국으로 치닫게 되는 극단적인 게임이론이다. 2명의 경쟁자가 자신의 차를 몰고 정면으로 돌진하다가 충돌 직전에 핸들을 꺾는 사람이 지는 경기에서 비롯됐다. 핸들을 꺾은 사람은 겁쟁이, 즉 치킨으로 불렀다.)

'국정원사건 국정조사' 여야 전면전 돌입
국정조사 수용하기도 거절하기도 '애매'


민주당은 검찰의 수사발표 직후 새누리당에 '검찰 수사 완료 후 국정조사 즉각 실시'라는 지난 3월 여야 원내대표 간의 합의를 이행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지난 18일 여의도의 한 콩나물국밥 식당에서 열린 여야 당대표 간 회동에서도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여야 합의대로 국정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허니문이라고 얘기하는 집권 초기 여야 협력관계의 마감을 선언할 수밖에 없다"며 새누리당을 압박했다.

그러나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당내에서 논의를 해보겠다"고만 답했다. 민주당의 요구에 대한 새누리당의 진짜 속내는 잠시 뒤 밝혀졌다.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는 여야 당대표 간 회동이 있은 직후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무책임한 정치공세를 하고 있다"면서 "직접 관계도 없는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까지 요구하는 것은 정권 흔들기용 공세"라고 비난했다.

사실상 민주당의 국정조사 요구를 수용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게다가 국정원 의혹은 연일 여야 의원들의 폭로전이 이어지며 전선이 점점 확대되고 있다.

몸통 공방
색깔론 공방

지난 17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황교안 법무부 장관을 출석시킨 가운데 여야 의원들이 검찰의 국정원 정치개입 의혹 수사결과를 두고 공방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지난해 대선 당시 새누리당 선거대책본부 종합상황실장이었던 권영세 주중국대사를 사건의 '몸통'으로 지목하고 나서 눈길을 끌었다.

그는 "(경찰이 국정원의 대선 개입이 없었다는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한) 지난해 12월16일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을 중심으로 권영세 당시 실장과 박원동 당시 국정원 국익정보국장이 여러 차례 통화했다는 제보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지난해 12월11일에도 (국정원 여직원 댓글 사건과 관련된) 문제의 오피스텔 앞에서 수차례 김 전 청장과 권 당시 실장, 박 국장 사이에 통화가 있었다"고 했다.

그러자 새누리당 권성동 의원은 "민주당에 해당 사건을 제보한 국정원 직원이 공천을 제의받았다는데, 이 같은 공작정치의 몸통이 (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 캠프) 김부겸 선대본부장이라는 제보를 받았다"며 '민주당 매관매직' 의혹으로 맞불을 놨다.


여야가 제기한 몸통론 의혹에 대해 권 대사는 주중국대사관 공보관을 통해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하면서 "대사로서 일일이 대응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김 전 의원 역시 "내가 대선 때 정치공작을 벌였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새누리당의 전형적인 물 타기 시도"라고 불쾌해했다.

또 이날 회의에서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이 "사건의 주임인 진모 검사는 민중민주(PD) 계열 운동권 인사로, 1996년 4월에는 충북대신문에 '김영삼 정부를 타도하자'는 글을 썼다. 중요 사건에 왜 운동권 출신을 주임 검사로 맡겼나. 자유민주주의 근본을 위협하는 사태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박영선 법사위 위원장은 "운동권 출신은 전부 빨갱이냐? 출신성분 분석은 공산당에나 있는 일"이라고 비난해 난데없는 색깔론 논쟁이 불거지기도 했다. 

검찰이 발표한 수사결과에 관해서도 여야는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검찰은 국정원 직원들이 올린 게시물 1970여 건 중 73건이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새누리당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국정원 측이 작성한 대선 관련 댓글 73건은 하루 1건 활동한 것으로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대선 활동을 했다고 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새누리당 권성동 의원도 "(국정원) 밑에 직원이 약간 오버한 것 가지고 선거개입이라고 하는 것은 지나친 논리 비약"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민주당 측은 "현재까지 발견된 글은 73건이지만 트위터 같은 경우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면 일반인 관점에서 보더라도 광범위하게 선거에 영향을 끼쳤다는 결과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댓글 73개?
진실은?

한편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은 여야 모두 한 발자국도 물러설 수 없는 문제다. 새누리당의 경우는 자칫 이번 사건이 박근혜정부의 정통성 시비로 번질까 우려하고 있다. 또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지지율이 연일 상승세를 타고 있는 가운데 국정조사 수용으로 민주당에 주도권을 뺏기게 될 우려도 있다.

국정조사가 실시되면 여론의 이목이 집중된 상태에서 사실 여부와는 상관없이 야권의 폭로전이 이어져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정치적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10월 재보선이 다가오고 있는 민감한 시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새누리당으로서는 더더욱 물러설 수 없는 문제인 것이다.

만에 하나 국정조사 과정에서 박근혜정부에 치명타가 될 사실이 확인된다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하지만 민주당의 국정조사 요구를 마냥 묵살하는 것도 새누리당으로서는 큰 부담이다. 새누리당은 지난 3월 정부조직개편안과 관련, 국정원사건에 대한 국정조사를 약속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강은희 원내대변인은 지난 18일 "지금은 지도부가 바뀌었기 때문에 거기에 대한 논의를 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국조 합의를 공식적으로 파기했다. 이 같은 말 바꾸기에 대한 국민들의 곱지 않은 시선과 정말로 숨기는 것이 있는 것 아니냐는 여론은 새누리당을 서서히 압박하고 있다.

국정원사건 몸통은 누구? 폭로전도 치열    
6월 국회 '국정원사건'에 발목 잡히나?

새누리당은 또 야권의 공세에 맞서 민주당 '매관매직' 의혹, 국정원 여직원에 대한 민주당의 인권침해 부분을 부각시키려하고 있지만 전형적인 물타기라는 비판에 가로막혔으며, 검찰이 이미 수사를 통해 국정원의 대선개입 혐의를 적용한 가운데 이를 일방적으로 옹호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내부 비판에 직면해 있다.


민주당의 경우는 더욱 절박하다. 이미 대선직후 불거진 수개표 논란 당시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이유로 지지층으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았던 민주당이다. 만약 민주당이 이번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에 대해서도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다며 지지층의 이탈현상은 더욱 가속화 될 전망이다.

게다가 국정원의 대선개입 정황은 검찰 수사로 이미 어느 정도 사실로 밝혀진 상태다. 민주당으로서는 결코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또 최근 지지율이 10%대까지 폭락하며 위기에 몰린 민주당으로서는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이야 말로 대반전을 도모할 최상의 카드이기도 하다.

하지만 민주당으로서도 고민은 있다. 검찰이 발표한 수사결과에 따르면 대선개입으로 의심되는 댓글은 고작 73개다. 민주당에서는 "국정원수사를 제대로 했다면 문재인이 대통령 됐을 것"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오지만 이같은 소수의 댓글이 과연 대선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는가에 대해 여론의 반응은 냉담하다. 국정원 차원의 대선 개입이라고 부르기에는 민망한 댓글 숫자 때문에 벌써부터 보수진영에선 민주당의 발목 잡기, 대선 패배 분풀이라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트위터 등을 추가로 분석하면 더 많은 대선개입 댓글을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주장을 뒷받침 할 증거를 찾아내지 못할 경우 민주당이 역풍을 맞을 개연성도 크다. 양쪽 모두 물러설 수도, 그렇다고 마냥 밀어붙이기도 부담스러운 치킨게임인 것이다.

치킨게임 시작
누가 죽을까?

현재 국회에는 여러 가지 현안이 산적해 있는 상태다. 여야는 국정원과 관련한 대립에도 불구하고 대선 공통공약과 경제민주화 입법, 갑을관계 관련법 등 시급한 민생법안에 대한 심의는 별도로 이어나간다는 방침이지만 국정원사건을 둘러싼 여야 갈등이 격화될 경우 이들 법안 심의가 뒷전으로 밀려날 가능성이 크다. 어느 한쪽이 물러서지 않을 경우 국정운영에 차질이 생기고 마는 것이다. 둘 다 죽거나 둘 중 하나는 반드시 죽고 마는 국정원 치킨게임의 최후승자는 과연 누가 될까? 한여름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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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아나운서 강제 마약’ <br>적색수배 피의자 실체

[단독] ‘아나운서 강제 마약’
적색수배 피의자 실체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필리핀에서 프리랜서 아나운서 김나정에게 강제로 마약을 투약한 한국인 사업가 권모씨에게 인터폴 적색수배가 내려졌다. 권씨는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 일대에 서버를 두고 투자 사기, 마약 유통 등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6년간 수사망을 피하며 도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24일 경기북부경찰청 마약수사계는 아나운서 김나정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관련 증거를 경찰에 제출했지만, 경찰은 해당 증거로는 강제성을 증명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해외 도주 대담한 행적 김씨는 지난해 11월12일 마닐라에서 자신의 SNS에 “제가 필리핀에서 마약 투약한 것을 자수한다”며 “죽어서 갈 것 같아서 비행기를 못 타겠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논란이 됐다. 이후 그는 마닐라에서 여객기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귀국해 인천국제공항경찰대의 조사를 받았다. 사건은 주소지 등을 고려해 경기북부경찰청으로 넘어왔다. 이후 김씨 측은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김씨의 법률대리를 맡고 있던 법무법인 충정은 “김나정은 뷰티 제품 홍보 및 속옷 브랜드 출시를 위해 필리핀을 찾았다가 젊은 사업가 A씨(권씨)를 소개받았다. 젊은 사업가가 김나정의 사업을 적극 도와주겠다고 해 시간을 할애해 방문했을 뿐이다. 항간에 도는 소위 ‘스폰’의 존재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취재를 종합하면, 김씨가 필리핀에서 만난 1995년 8월5일생의 사업가 권씨는 SNS에 ‘투자 리딩방’을 개설해 범죄수익을 벌어들인 범죄자다. 업계에서 일명 ‘재림’으로 불리는 그가 리딩방 총책으로 활동하며 발생시킨 투자 사기 피해액만 약 3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2019년 8월4일 필리핀으로 간 권씨는 이후 국내로 입국한 적이 없다. 유튜버 크라임넷 등 제보에 따르면 권씨는 드라마 의 주인공 차무식의 실존 인물인 이상태씨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보호받아왔다고 한다. 검찰은 21년간 필리핀에서 도주 행각을 이어가던 이씨를 현지 교민 정보망을 활용해 검거했다. 법원에서 실형이 선고됐으나, 광주지검 목포지청(곽영환 지청장)은 해외 도주를 이어가던 이씨를 필리핀 현지에서 검거했다고 지난해 8월23일 밝혔다. 사업가로 변신, 김나정 앞에 나타난 권씨 취재 결과 70억대 사기단 우두머리로 확인 이씨는 2014년 공범과 함께 필리핀에서 불법 도박 사무실을 운영하겠다며 투자금 1억1000여만원을 받아 가로챈 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돼 2020년 2월 징역 2년의 확정 판결을 받았다. 구속 기소된 공범은 실형을 살았지만, 해외에 있던 이씨는 공소시효 임박에 따라 궐석재판으로 징역형이 확정돼 ‘자유형 미집행자’ 신분이 됐다. 자유형 미집행자는 징역·금고 등의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잠적하거나 도주한 사람을 뜻한다. 이씨는 2003년 필리핀으로 출국한 뒤 세부섬에서 유흥업소를 운영하며 21년간 귀국하지 않고, 현지에서 공갈·사기 범행을 11건(피해액 약 8000만원) 저질러 지명수배·지명 통보 조치가 내려진 인물이다. 목포지청은 검거팀을 꾸려 이씨 검거에 나섰는데, 필리핀 현지 교민 사이트에서 이씨 거주지를 특정하는 단서를 확보해 검거에 성공했다. 현지 주민들이 이용하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이씨에 대한 제보를 받아 검거에 필요한 핵심 정보를 획득했다. 결국 법무부, 필리핀 파견 검찰 수사관, 필리핀 이민청 수배자 검거팀과 국제공조로 클락시에서 이씨를 검거했다. 검찰은 “7000여개 섬으로 이뤄진 필리핀의 지리적 한계를 극복하고 본섬인 루손섬이 아닌 곳에서 범인을 검거한 첫 사례”라고 밝혔다. 현실판 차무식의 비호를 받고 유유자적한 삶을 살아온 범죄자가 바로 권씨인 것이다. 권씨의 이름은 다른 사건에서도 언급된다. 2022년 SNS에 ‘투자 리딩방’을 만든 뒤 대체 코인 거래 사이트로 이용자 130명을 유인해 70억원대 투자 사기 행각을 벌이다가 경찰에 붙잡힌 일당도 권씨가 총책이라고 진술했다. 그해 6월30일 부산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전기통신금융사기 등 혐의로 투자 사기 일당 16명을 검거해 총판 관리팀장 20대 A씨 등 8명을 구속하고, 나머지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도주한 조직 총책인 권씨 등 핵심 간부 5명에 대해서는 인터폴 적색수배 조치하고, 국내에 체류 중인 나머지 조직원 1명은 지명수배해 뒤를 쫓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21년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SNS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서 전문 투자 상담사를 사칭해 투자자 130명을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게 한 뒤 투자금 약 70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강제 투약 진실은? 총책인 권씨는 필리핀에 본사를 두고, 본사 운영팀과 총판 관리팀, 회원 모집책 등 역할을 나눠 치밀하게 조직을 운영했다. 우선, 인터넷에서 불법 수집한 개인정보를 활용해 국내 휴대전화 사용자에게 무작위로 문자메시지를 전송한 뒤 SNS에 개설한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 초대했다. 이들 일당은 “대체 코인 투자로 300~400%의 고수익을 보장하겠다”라거나 “VIP에게만 제공하는 투자 리딩이 진행된다”며 피해자들을 유인했다. 회원 모집책 20대 C씨 등 13명은 투자 리딩방에서 대체 코인에 투자해 큰 수익을 낸 전문가인 것처럼 1인 다역 행세를 했고, 이에 속은 투자자들이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C씨 등은 가짜 투자 전문가 자격증과 사업자 등록증을 소셜미디어 프로필에 게시하거나 피해자에게 보여주며 안심시켰다. 이들의 속임수에 넘어간 가입자 중에는 노후 자금 1억5000만원을 날린 60대 남성과 최대 2억5000만원의 투자금을 날린 50대 남성도 있었다. 또 가상 자산인 코인 시장에 처음 들어가 재테크를 해보려고 나선 대학생과 주부 피해자들도 포함됐다. 피해자는 모두 130명에 달한다. 1인당 피해 금액은 1000만원에서부터 2억5000만원에 이른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 일당은 피해자들에게 처음 한두 차례는 소액으로 투자한 수익금을 그대로 돌려줘 신뢰를 쌓은 뒤, 큰 투자금을 받는 수법으로 범행을 이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들 일당이 범행에 사용한 계좌 28개를 지급 정지하고, 1억2000만원 상당의 범죄 수익에 대해 법원 결정을 받아 추징·보전 조치한 상태다. 인터폴 적색수배를 받는 권씨는 필리핀에서 가장 부유하고 발전된 보니파시오 지역 등 부동산을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제보자에 따르면, “필리핀, 태국 등지에 권씨의 차명 부동산이 여럿 있고, 일부 한국 영사들이 지내는 집도 사실상 권씨의 소유”라고 한다. 현실판 차무식 돈이 곧 권력이자, 신분인 동남아에서 권씨가 경찰을 매수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권씨는 수사망을 피해 사업가로 위장했고 다수의 여성과 향락을 즐겼다. 김씨도 부유한 사업가로 위장한 권씨를 의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충정 측은 “김나정은 술자리를 가져 다소 취했던 상황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손이 묶이고 안대가 씌워졌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김나정이 연기를 흡입하게 했다. 김나정이 이를 피하는 모습을 보이자 급기야 어떤 관 같은 것을 이용해 김나정이 강제로 연기를 흡입할 수밖에 없도록 했다”며 “김나정의 핸드폰에 손이 묶이고 안대를 가리고 있는 영상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김나정에게 문제가 된 마약을 강제 흡입시키기 전, 총을 보여주고 사람을 쉽게 죽일 수 있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이 사실을 증명할 자료는 따로 없으나 경찰 조사 과정에서 권씨는 다수의 범죄를 범해 수배 중인 자로 밝혀졌다. 이 때문에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자”라면서, “김나정은 권씨의 정체를 알게 됐고 후술하는 권씨의 협박이 허풍이 아니라는 생각에 공포를 느끼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나정이 귀국 전 소셜미디어에 올린 마약 자수 관련 게시물은 ‘긴급 구조 요청’을 위한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투약은 이번 단 한 번만 있었던 것이고 앞서 설명드린 바와 같이 강제로 행해진 것”이라며 “김나정이 경찰과 본인의 신변보호를 요청하는 영상통화를 했고 이 과정에서 권씨의 관계자로 보이는 자가 권씨와 통화하며 김나정을 추적하는 영상을 녹화했다. 즉 김나정은 긴급히 구조 요청을 하기 위해 마약 투약 사실을 자수한 것이지, 자의로 마약을 투약했음을 인정한 것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후 자료를 제출받은 경찰은 약 3개월 동안 분석 작업을 했다. 또 경기북부경찰청은 김씨 측이 강제성을 주장하며 언급한 권씨에 대해 경찰청 본청 국제 관련 사건 담당 부서에 수사를 요청했다. 대검찰청은 2016년 필리핀 국가수사청과 초국가적 범죄 대응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2022년부터 검찰수사관 2명을 현지에 파견해 국제공조·도피 사범 검거 업무 등을 수행하고 있다. 필리핀 본사···치밀한 조직 운영 추정 범죄 수익만 3000억원 이상 다만, 지난해 경기북부경찰청은 권씨에 대해 “수배 중인 자라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씨가 인천국제공항 경찰단에서 2회 정도 조사를 받았고, (사건은) 주거지 관할인 경기북부경찰청으로 인계됐다”며 “사전 조사 후 1~2회 정도 소환조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내법에서 마약을 다른 사람에게 강제로 투약하는 행위에 대해서 가중처벌하는 조항은 없다. 마약 강제 투약도 일반적인 마약 관련 행위와 마찬가지로 마약 관리법 위반으로만 처벌된다. 지난 2019년 국회에서 마약, 향정신성의약품, 임시 마약류를 다른 사람 의사에 반해 투약하거나 흡연 또는 섭취하게 한 경우 법정형의 2분의 1까지 가중 처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마약류관리법 개정안 발의가 이어졌지만 모두 폐기됐다. 법무부가 ‘신중 검토’ 의견을 제시한 이후 20대 국회 임기가 만료되면서다. 한편, 동남아에서 활동하는 투자 리딩방 범죄조직들은 대부분 마약 유통에도 가담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례로 ‘김미영 팀장’으로 불린 보이스피싱 총책 박모씨와 함께 필리핀 구치소에서 탈옥한 조직원들도 ‘비쿠탄 이민국 수용소’서 보이스피싱과 마약 유통을 결합한 신종 범죄조직을 꾸렸다. 이른바 ‘비쿠탄 마약왕’으로 알려진 송모씨는 2022년 수원에서 필로폰을 소지한 채 붙잡힌 김모씨의 상선이라는 정황이 드러났다. 이들은 보이스피싱, 대포폰 판매, 마약 유통 사업으로 수감 생활을 이어갔다. 박씨와 함께 탈옥한 송씨 등은 비쿠탄 교도소 내에서 대포 유심칩으로 신분을 숨겨 텔레그램 ‘마약방’을 개설했다. 평소 이들은 주식 및 코인 리딩방 등을 운영해오면서 모은 수만명의 회원들을 마약방으로 초대해 새로운 수입원을 창출했다. 이들은 수억원의 범죄수익을 비트코인으로 환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지 제보자는 “리딩방, 보이스피싱 조직들이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마약 사업에 손을 대기 시작했고, 권씨도 똑같은 수법으로 마약 유통에 가담하고 있다”며 “그렇기에 김나정에게 마약을 쉽게 투약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활동명 ‘재림’ 그러면서 “지난해 탈옥한 송씨도 필리핀 파사이 등에 있는 마약 공급책을 통해 한 달에 5kg 정도의 필로폰 유통을 지시했다”며 “송씨는 비쿠탄에서 만난 중국 마피아로부터 싸게 구입한 필로폰 등을 드로퍼(전달책)에게 전달해 한국으로 수출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송씨가 드로퍼에게 준 배달료는 한화 약 1000만원가량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