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 여대생 납치사건 '미스터리4'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6.17 14:4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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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적인 순간에 비극적 최후

[일요시사=사회팀] 한 여대생이 납치당했다. 범인은 바로 남자친구의 친구. 그리고 범인 곁에는 한 낯선 남자가 있었다. 이들은 7시간에 걸쳐 여대생을 차량에 끌고 다녔다. 그리고 이틀 뒤 이 두 공범은 서로 다른 운명을 맞이했다. 이른바 '순천 여대생 납치사건'으로 알려진 이 사건은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전남 순천 홍내동의 한 초등학교 앞. 렌터카를 타고 나타난 A(23)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B(23)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군대 간 네 남자친구가 휴가를 나왔으니 이벤트를 하자"는 내용이었다. B씨는 A씨의 제안을 흔쾌히 승낙했다. 그리고 B씨는 A씨와 만났다. 이때까지만 해도 B씨는 모든 게 장난인 줄로 알았다.

이른바 '순천 여대생 납치사건'으로 알려진 이 사건은 A씨와 범행을 공모한 C(23)씨를 검거한 후에도 여러 의문을 남겼다. 그리고 가장 결정적인 순간에 A씨는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하며 수사진을 혼란에 빠뜨렸다. 왜 A씨는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 했던 것일까. 그리고 A씨는 왜 B씨를 범행 대상으로 선택했던 것일까. <일요시사>가 아직 남은 미스터리를 짚어봤다.

[  미스터리1  ]
[그날 만남 왜?]

경찰 등이 밝힌 내용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 5일 밤 9시께 벌어졌다. A씨의 연락을 받고 나온 B씨는 손과 발이 끈에 묶인 채 강제로 승용차에 태워졌다. B씨는 이를 '남자친구를 위한 이벤트'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A씨와 C씨는 B씨를 납치한 것이었다.

B씨는 A씨와 서로 안면이 있었다. A씨의 고교 동창생이 B씨의 남자친구였기 때문. B씨는 "장난 그만치고 풀어 달라"며 애원했지만 눈이 안대로 가려진 B씨는 자신이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 그렇게 B씨는 차 안에서 7시간을 보냈다.


B씨가 풀려난 시각은 사건 다음 날인 6일 새벽 3시께다. B씨는 순천 연향동 한 공원을 지나던 길에 "배가 아파 화장실에 가야한다"며 공중화장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문을 잠그고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경찰에 신고해 달라"고 얘기했다.

그렇다면 B씨는 납치당한 상태에서 어떻게 휴대전화를 쓸 수 있었을까. 관계자에 따르면 범인들은 B씨와 함께 사는 룸메이트를 집밖으로 불러내기 위해 B씨에게 휴대전화를 건넸다고 했다. 즉 B씨가 룸메이트를 불러내면 이들이 B씨의 원룸으로 가 돈을 훔친다는 계획이었다. 사건 공모 단계부터 이들이 노린 건 B씨의 집 안에 있었다는 얘기다.

그런데 이들은 B씨가 화장실을 갈 때 휴대전화를 빼앗지 않는 뼈아픈 실수를 범했다. 이를 두고 한 관계자는 A씨가 납치 도중 변심했을 가능성을 언급했다. 처음부터 B씨의 '돈'이 목적이었으므로 B씨 신변을 해하지 않는 선에서 사건을 마무리하고자 했다는 설명이다. 자연스레 B씨에 대한 경계가 소홀해진 이유다.

[   미스터리2    ]
[2316만원 비밀은?]

B씨의 원룸에는 모두 2316만원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모두 현금이었으며 금고에 보관되고 있었다. A씨는 B씨가 수중에 거액의 현금을 들고 있다는 것을 미리 알고 있었다.

이 현금의 출처는 경찰 수사대상에서 제외됐다. 피해자인 B씨의 프라이버시를 고려한 결과다. 이를 두고 일부 네티즌들은 "여대생이 어떻게 저런 거액의 현금을 집에 보관할 수 있냐"며 의문을 제기하는 상황이다.

B씨는 현재 돈의 출처와 성격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그리고 A씨는 이런 상황을 미리 예견하고 있었을 확률이 높다. 즉 B씨의 금고에서 돈만 빼내면 B씨가 쉽사리 이를 신고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던 것.


죽은 A씨 입장에서 최선의 시나리오는 B씨를 협박해 현금만 빼내는 것이었을지 모른다. A씨 등은 사건 당일 구례 인근의 한 펜션 지하에서 B씨를 협박했다. "돈만 내놓으면 무사히 풀어주겠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그리고 이들의 대화 과정에서 현금의 성격 등이 언급됐을 가능성이 높다.

용의자 자살로 수사 개운치 않은 뒷맛
'그녀를 누가…' 범행 주범 두고 혼선

[ 미스터리3  ]
[자살 이유는?]

공범 C씨는 B씨가 경찰 조사를 받던 시간인 새벽 3시 30분께부터 7시 사이 B씨의 원룸에 침입해 금고를 부수고 그 안의 현금을 훔쳐 달아났다. C씨는 거액의 현금을 들고 백화점으로 가 수백만원어치의 명품 지갑과 가방 등을 구입했다.

숨진 A씨는 유서에서 결백을 주장했다. 자신은 B씨를 납치했지만 돈은 훔치지 않았다는 내용이었다. 경찰 역시 절도는 C씨의 단독범행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렇다면 A씨는 왜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까.

A씨는 B씨를 7시간여 동안 끌고 다니면서도 신체적 폭행을 가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마지막에는 돈까지 포기하며 공범 C씨와 선을 그었다. B씨를 납치했다는 사실에 부담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정확한 부검 결과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사건이 보도되고 있던 시점에 A씨는 압박감에 자살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숨진 A씨가 B씨를 불러내는 역할을, 붙잡힌 C씨가 B씨를 납치하는 역할을 미리 공모했었다"고 밝혔다. 즉 원래 계획은 A씨가 정보를 주고, C씨는 실행을 하는 형태였던 셈. 하지만 C씨가 붙잡힌 뒤 B씨와 안면이 있는 A씨에게 모든 화살이 쏠리면서 A씨가 느끼는 심리적 무게가 컸을 것으로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하지만 A씨가 자살까지 할 정도의 상태였는지는 의문. 전과 3범이라고 하더라도 충분한 소명의 기회가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A씨는 유서에서 B씨와 B씨의 남자친구를 언급하며, 이들에 대한 미안함 또한 자살의 원인임을 암시했다.

[  미스터리4   ] 
[A씨 주범 맞나?]

경찰에 체포된 C씨는 숨진 A씨에게 대부분의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그러나 범행 차량에 지갑을 빠뜨리는 등 꼼꼼하지 못한 성격의 C씨는 진술을 오락가락하는 등 지능범의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숨진 A씨는 인터넷에 장기매매 글을 올려 공범을 모집했다. 그리고 C씨는 "신장을 내가 팔겠다"고 응답했다. 이들은 전남 순천에서 사건 사흘 전인 2일에 만나 범행을 모의했다.

C씨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있었다. C씨를 범행에 끌어들인 건 A씨였다. 그러나 막상 실제로 납치에 들어가자 흔들렸던 A씨와 달리 C씨는 적극적이었다. 현재 둘 사이 주고받았던 통화내용과 메시지는 정확히 공개되지 않고 있다. 특히 범행 당일 누가 주도적으로 B씨를 협박했는지는 향후 수사에 따라 밝혀질 전망.


숨진 A씨는 "억울하다"며 C씨에게 절도의 책임을 넘겼고, C씨는 유일한 증인인 A씨가 숨지자 "자신이 주도한 것은 아니다"라며 혐의를 일부 부인하고 있다. A씨와 C씨의 잘못된 만남은 석연치 않은 미스터리만 남긴 채 비극으로 치달았다.

 

강현석 기자<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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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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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