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기획> '전두환 비자금' 은닉 시나리오4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6.17 12:4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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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 모퉁이만 뒤지면 '검은돈' 나온다

[일요시사=사회팀] 전두환 전 대통령의 천문학적인 추징금을 둘러싸고 국민적 공분이 되살아나고 있다. 최근 그의 장남 전재국씨가 해외에 유령회사를 설립, 관련 계좌로 돈을 빼돌리려 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전 전 대통령의 숨겨둔 비자금을 찾기 위한 수사는 급물살을 타고 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이자 시공사 대표인 전재국씨가 영국령 버진아일랜드(BVI)에 페이퍼컴퍼니(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유령회사)를 세워 자금을 빼돌렸다는 정황이 포착된 가운데 이제 관심은 전 전 대통령의 숨겨진 비자금으로 모이고 있다.

장남 전재국
비자금 빼돌렸나

그 도화선은 <뉴스타파?가 당겼다. 비영리 독립언론인 <뉴스타파>는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와 함께 조세피난처에 계좌를 개설한 한국인 명단을 발표했다. 그 명단에는 전 전 대통령의 장남 '전재국'이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전 전 대통령이 미납한 추징금은 모두 1672억원. 그러나 추징 시효를 불과 4개월여 남긴 지금까지 전 전 대통령은 추징금 납부를 거부하고 있다. 이 가운데 해외에서 '전두환 일가'의 재산 은닉 정황이 포착됐다. 베일에 가려있던 비자금 실체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앞서 지난달 서울중앙지검은 '전두환 미납 추징금 환수 전담팀'을 발족했다. 전직 대통령의 비자금 환수를 위한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된 것이다.


지난 4일 채동욱 검찰총장은 정례 간부회의를 통해 "정의를 바로 세운다는 관점으로 접근하라"며 철저한 추징을 주문했다. 또 전담팀을 총괄하는 유승준 대검 집행과장은 한 라디오 방송을 통해 "국내 및 해외를 포함한 여러 가능성을 열어 놓고 최대한 추징하겠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그야말로 "신발 하나라도 잡는 심정으로 열심히 뛰겠다"는 다짐이었다.

1672억 추징시효 4개월 남자 국민적 공분
검찰 비자금 환수 전담팀 발족 본격 수사

이틀 뒤인 6일 <뉴스타파>가 밝힌 내용에 따르면 장남 재국씨는 지난 2004년 7월28일 BVI에 ‘블루아도니스(Blue Adonis)’라는 유령회사를 설립했다. 재국씨는 블루아도니스의 단독 등기이사이자 주주로 등재됐으며 등록 주소지는 해외였다. 그러나 이사회 결의서에는 주소지가 한국으로 기재돼 있었다. 서울 서초동에 있는 시공사가 블루아도니스의 실주소지였던 것이다.

같은 해 재국씨는 아랍은행 싱가포르 지점에 블루아도니스 명의로 계좌를 개설했다. 그리고 블루아도니스의 회계 관리와 행정 업무를 싱가포르 지점에 위탁했다. 더불어 블루아도니스의 모든 내부 자료를 해당 지점에서 보관토록 조치했다. 이는 재국씨 자신이 본인의 자금 거래 내역을 은폐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또 재국씨는 비자금 창구로 의심받고 있는 블루아도니스를 유지하기 위해 설립 대행사인 PTN에 계속해서 수수료를 지불했다. 2004년 9월 페이퍼컴퍼니 등록비용인 미화 850달러를 지급한 것을 시작으로 2005년 2월에는 PTN 명의의 은행계좌에 블루아도니스라는  이름으로 미화 1210달러를 입금했다.

이는 재국씨가 해명자료를 통해 밝혔던 내용, "1989년 미국 유학을 일시 중지하고 귀국할 당시 가지고 있던 학비와 생활비 등을 은행의 권유로 이전하는 과정에서 생긴 문제"와 배치되는 내용이다.

재국씨가 페이퍼컴퍼니를 만들고 해외 비밀계좌를 개설한 시점은 과거 검찰의 '전두환 비자금' 수사과정에서 나온 '검은돈', 73억원이 그의 동생 전재용씨에게 흘러간 것으로 확인된 시기와 일치한다. 즉 국내에서 전두환 비자금을 추적하기 위한 움직임이 있자 이를 재국씨가 사전에 인지하고 국내 재산을 해외로 빼돌렸다는 얘기다.


금융감독원은 현재 아랍은행 서울지점으로부터 재국씨와 관련한 자료를 입수해 분석에 한창이다. 재국씨가 아버지인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을 아랍은행으로 송금한 경위를 조사 중인 것.

비자금의 규모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지만 재국씨는 최소 6년 이상 블루아도니스를 소유했고, 이 회사와 연결된 싱가포르 지점 계좌를 움직인 것으로 알려졌다.

차남 전재용
비자금 관리했나

블루아도니스의 실주소지인 서울 서초동 시공사 사옥 역시 '전두환 비자금'이 흘러간 창구로 주목받고 있다. 사옥 터인 서초동 땅 200여 평은 전 전 대통령이 직접 대국민 기부를 약속했던 땅. 그러나 장남 재국씨는 이 터를 밑천 삼아 시공사를 차린 뒤 해마다 4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특히 시공사는 을지서적 등 대형 서점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자금력으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 배경에 '전두환 비자금'이 있지 않았겠느냐는 게 업계의 중평이다. 또 재국씨는 본인과 가족 명의로 수백억원대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

휴양지 중 국내 최대 규모인 경기도 연천의 허브빌리지는 재국씨와 아내, 딸 이렇게 세 사람의 공동명의로 돼있다. 임진강을 끼고 있는 금싸라기 땅에 세워진 허브빌리지는 모두 5만7000여㎡ 규모로 시세는 약 200억원에 달한다.

재국씨가 땅을 매입한 2004년 당시 1평당 3762원에 거래됐던 허브빌리지는 올해 36만3000원으로 9년새 100배 가까이 땅값이 뛰었다. 현재 허브빌리지에는 객실 40개 규모의 펜션을 포함한 건물이 도합 20여 채에 육박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뿐만 아니라 재국씨는 서울 평창동의 시공아트스페이스를 소유하고 있는데 추정 시세는 60억원에 이른다. 재국씨는 지난 2002년 6월부터 8월까지 인근 부지 1000여㎡를 매입해 이듬해에 리모델링까지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전 전 대통령의 통장 잔액은 29만원. 그러나 장남 재국씨가 소유한 시공사 지분과 부동산 등 파악된 재산만 따져도 대략 500억원을 상회한다. 재국씨는 경기 파주시 교하읍 문발리 521-1번지 땅과 파주시 탄현면 법흥리 일대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

비자금 있다면 어디에…
유령법인 통해 해외로?

차남 재용씨 역시 400억원대의 재력가로 전해진다. 서울 동작구 흑석동 땅과 형 소유의 서초동 땅 지분 일부를 갖고 있는 재용씨는 경기도 용인과 오산 땅을 매매하면서 300억원이 넘는 차익을 올려 '비자금 편법 증여' 의혹을 샀다.

당시 재용씨는 자신의 외삼촌에게서 오산 땅을 시세보다 낮은 28억원이라는 헐값에 샀다. 그리고 이 땅을 2년 만에 A건설사에 400억원에 되팔았다. 무려 372억원의 이득을 올린 셈. 그러나 재용씨는 이중 60억원만 받고, 나머지 340억원에 대해선 A사 소유의 용인 땅에 수익권을 설정하는 것으로 대체했다. 그리고 2008년 수익권을 소유한 용인 땅이 팔리면서 재용씨는 299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앞서 재용씨에게 오산 땅을 팔았던 이창석씨는 전 전 대통령의 처남이자 '전두환 금고지기'로 지목되는 인물이다. 2004년 재용씨가 증여세 포탈 혐의로 구속됐을 때 이씨는 A사에게서 용인 땅의 수익권을 넘겨받았다.

이 A사 역시 전두환 비자금에 연루된 기업으로 의심받고 있다. A사는 재용씨에게서 오산 땅을 사들일 당시 시세보다 100억원의 웃돈을 얻어주고 땅을 매입했다. 재용씨는 자신이 대표이사로 있는 '비엘에셋' 소유의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건물 3채도 가족과 공동명의로 보유하고 있다.

재용씨는 지난 2000년 외조부 이규동 전 대한노인회장에게서 국민주택채권 2771장을 받기도 했다. 당시 검찰은 자금추적을 통해 채권 1013장이 전 전 대통령으로부터 증여받은 것임을 밝혀냈다. 2000년 기준 채권 1013장의 환산 가치는 약 73억원으로 추정된다.

재용씨는 아버지로부터 증여받은 채권을 두 곳의 대여금고에 타인 명의로 보관했다. 이 과정에서 재용씨는 노숙인 명의를 도용, 차명계좌를 개설했다. 또 채권의 일부를 판매한 뒤 남은 차익을 사채업자들이 운영하는 7개의 차명계좌에 분산해 입금시키는 치밀함을 보였다.

더욱 놀라운 건 재용씨의 해명이었다. 그는 검찰에 의해 불법증여 사실이 발각되자 "외조부에게 맡겨 놨던 결혼 축의금 18억원이 불어난 것"이라며 "맡겨놨던 돈을 다시 돌려받았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실제 재판에서는 증여받은 2771장의 채권 중 1013장의 불법증여 사실만 인정됐다. 남은 1758장의 채권은 고스란히 재용씨의 몫으로 남았다.

현재 미국에 거주 중인 3남 전재만씨의 재산도 형들 못지않다. 그의 재산은 1천억원대로 알려져 있는데 서울 한남동에 위치한 8층짜리 빌딩이 재만씨 소유로 돼있다. 이 빌딩의 시가는 현재 120억원으로 평가받는다. 또 재만씨 부인인 이윤혜씨의 서울 종로구 가회동 빌라는 25억원으로 추산된다.


이 호화빌라는 사실상 재만씨의 재산이나 다름없다. 그리고 재만씨는 부친으로부터 증여받은 것으로 알려진 100억원가량의 국채도 갖고 있다. 더불어 미국 캘리포니아에 1000억원 상당의 와이너리(포도 농장)도 운영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단순 계산으로도 1245억원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장남 재국씨와 차남 재용씨, 3남 재만씨의 재산을 더하면 최소 2000억원 이상이라는 결과가 나온다. 여기에 장녀 전효선씨가 매입한 경기도 안양의 땅과 건물, 동생 전경환씨와 그의 처 손춘지씨가 숨겨둔 재산 등까지 합하면 석연찮은 재산은 더 불어날 수밖에 없다.

처남 이창석
비자금 알고 있나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에 연루된 인물은 알려진 것만 50여명. 그러나 이들은 모두 입을 닫고 있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 남은 정확한 비자금이 얼마인지, 전 전 대통령의 차명 계좌가 얼마나 더 있는지를 추정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 규모가 대략 1조원에 육박할 것이란 주장을 하고 있다. 과거 9500억원을 조성했으니 이보다 늘었으면 늘었지 줄어들지는 않았을 것이란 계산이다. 그리고 이 비자금은 모두 전 전 대통령의 뜻에 따라 그의 '심복들'에게 골고루 돌아갔을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해석이다.

전 전 대통령의 처남 이씨는 전두환 비자금에 깊숙이 개입된 인물로 불린다. 이른바 '비자금 관리인'이라는 별명도 갖고 있다. 그는 재용씨와의 땅 거래, 효선씨와의 부동산 거래 등에 관여했으며 지난 2003년에는 전 전 대통령의 연희동 별채를 사들여 의혹을 샀다.

전 전 대통령이 살고 있는 연희동 자택은 본채와 별채로 각각 구분돼 있다. 1987년까지 연희동 자택은 재용씨의 외조부이자 전 전 대통령의 장인인 이 전 회장 소유였다. 그러나 1987년 전 전 대통령이 퇴임하면서 그의 장인은 자신의 딸 이순자씨에게 본채를 양도했다. 또 전 전 대통령에게 별채를 양도했다. 얼마 뒤 추징금 납부를 위해 전 전 대통령 소유 별채가 경매에 나왔다.

경매가 이뤄을 당시 감정가는 7억6449만원. 하지만 이씨는 이 별채를 16억4800만원에 사들였다. 시세보다 2배는 높은 가격에 건물을 매입한 것이다. 이씨는 자신의 누나인 순자씨와 전 전 대통령이 연희동 자택에서 그대로 살 수 있도록 해당 건물을 비싼 값에 낙찰 받았다.

이씨는 지난 4월 이 별채를 3남인 재만씨 부인에게 12억원에 또 다시 매도했다. 자신이 매입했을 때보다 4억원이나 낮은 가격에 내놓은 것이다. 이 수상한 거래에 사용된 돈은 모두 '전두환 비자금'의 일부로 여겨진다. 이렇듯 이씨가 국내에서 관리하고 있는 비자금이 얼마나 더 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러나 이씨가 전두환 비자금의 행방에 대한 열쇠를 쥐고 있는 건 분명하다.

아들 등 친인척에 맡겨?
측근 심복들 차명으로?
모처에 현금·금괴 매장?

이밖에도 <한겨레>가 최근 공개한 '잊지 말자 전두환 사전'에 따르면 김상구, 김승웅, 손영숙, 손영애, 오세철, 이규승, 이신자, 이정순, 장성희, 전기환, 전석규, 전순환, 전승규, 전우환, 전응규, 전재환, 전창환, 정도경, 정한진, 조일천, 진재화, 최정국, 홍순두, 홍정녀, 황흥식 등이 전 전 대통령과 친인척 관계로 비자금의 행방을 알고 있는 인물이다.

친인척 외에도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 조성에 관여한 인물은 더 있다.

과거 재용씨와 동업 관계였던 강신학씨는 재용씨의 채권 은닉과 연관돼 있으며, 강은영씨는 전 전 대통령의 자금세탁과 관련 명의를 빌려 준 인물로 알려져 있다. 청와대 경호실 출신의 김종상씨, 고양배씨. 사채업자 김명현씨, 김영복씨, 장현규씨, 김성호씨, 김승환씨 등도 배후에서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을 관리한 인물로 꼽힌다.

법원에서 뇌물방조죄로 유죄 판결을 받았던 성용욱 전 국세청장과 안무혁 전 안기부장. 재용씨를 대신해 빌라를 구입했던 류봉수씨. 지난 1996년 수사 당시 전두환 비자금과 관련 압수수색을 받았던 청와대 재무관 출신의 김철기씨, 민정기씨, 장해석씨 등도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김석원 전 쌍용그룹 회장은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 60여억원을 현금으로 보관했으나 불기소 처분된 전례가 있다. 전 전 대통령의 개인비서관 이택수씨와 청와대 수석비서관이었던 이학봉씨, 인터넷보안업체 웨어밸리 대표이사 손삼수씨 등도 꾸준히 비자금과 관련 이름을 올리고 있다.

무엇보다 전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불리는 장세동 전 안기부장과 안현태 전 경호실장은 비자금 가운데 30억원과 10억원을 용돈으로 받았다고 알려져 있다. 이들은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 조성에 적극적으로 개입한 인물로 지목된다.

이중 안 전 실장은 세상을 떠나 현재 국립묘지에 안장돼있다. 남은 건 '각하의 오른팔'로 불렸던 장 전 부장뿐. 그러나 그는 최소 수천억원으로 추정되는 비자금의 행방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장 전 부장을 비롯한 하나회 출신 인사들은 지금도 연희동 자택에서 종종 회동을 갖는 것으로 전해진다. 해당 모임에 참석한 인물들 역시 전 전 대통령으로부터 비자금 성격의 재산을 내려 받았을 공산이 크다. 이들의 치밀한 수법을 고려했을 때 본인 명의의 예금보다는 차명의 부동산이나 무기명 채권 등으로 재산을 숨기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검찰 관계자는 보고 있다. 

또 재만씨의 장인이자 전 전 대통령과 사돈지간인 이희상 운산그룹 회장도 요주의 인물. 이 이 회장이 전 전 대통령의 옥살이 중 비자금을 돌봐왔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다. 일각에서는 전 전 대통령이 이 회장을 통해 자신의 비자금을 미리 미국 등으로 빼돌렸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남은 시간 4개월
잡을테면 잡아봐

현재 수사를 진행 중인 검찰은 필요할 땐 압수수색도 불사하겠다며 수사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04년 압수수색 얘기가 나오자 전 전 대통령의 부인 순자씨는 2백억원을 대통령 대신 헌납한 바 있다. 자택 압수수색은 그만큼 전 전 대통령에게 치명적이라는 설명이다.

검찰 입장에서도 전 전 대통령의 사저에서 몇 만원의 현금이라도 추징할 경우 시효는 다시 3년 연장된다. 만료 시효가 4개월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압수수색 카드는 여러모로 효용성이 높다는 판단.

풍문으로는 "전 전 대통령의 자택에 금괴가 있다" "차명으로 거래된 땅문서가 지하 비밀창고에 존재한다" 등의 증언이 나온다. 워낙 그 수법이 다양해 자택 안에도 비자금을 숨겨 놨을지 모른다는 얘기다. 압수수색만 없다면 자택 안에 비자금을 보관하는 것만큼 안전한 대처도 없다.

결국 검찰을 비롯한 당국의 수사의지가 이번 추징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란 얘기가 들린다. 이건 그의 자택 안을 확인하자는 얘기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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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