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이재현 CJ그룹 회장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5.31 15:07:46
  • 댓글 0개

진짜 표적은…CJ 제물 삼아 MB 치나

[일요시사=사회팀] 박근혜정부의 '재벌 손보기'가 시작됐다. CJ그룹이 먼저 된서리를 맞았다. 전방위 압수수색에 이은 이재현 회장 일가의 출국금지까지. 재계 데뷔 이후 최대 고비를 맞고 있는 이 회장의 과거와 현재를 짚어봤다. 



채동욱 검찰총장 취임 이후 검찰의 행보가 심상치 않더니 그 칼끝이 CJ그룹을 향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을 상대로 한 비자금 수사가 포문을 연 것이다.

수천억 비자금
판도라 열리나

지난 21일 서울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윤대진)는 거액을 탈세해 비자금을 조성한 의혹을 받고 있는 CJ그룹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최근 CJ그룹이 탈세를 통해 조성한 70여억원의 해외 비자금을 국내로 반입, 사용한 정황을 포착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CJ그룹 서울 남대문로 본사를 포함한 5∼6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장충동 CJ경영연구소, 쌍림동 제일제당센터, 임직원 자택, CJ인재원 등은 검찰의 표적이 됐다.

수색 과정에서 검찰은 비자금이 거래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회장의 차명계좌를 압수했다. 그리고 검찰은 이 회장 등 총수 일가와 전·현직 회사 간부 등을 무더기로 출국금지하며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과 CJ그룹의 악연은 지난 2008년으로 거슬러간다. 이 회장의 차명 재산을 관리한 이모(43)씨가 살인청부 혐의로 기소돼 재판받는 과정에서 비자금의 존재가 드러난 것이다.

당시 이씨는 차명계좌 40여개를 이용, 이 회장의 개인 비자금 수천억원을 관리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이 회장은 뒤늦게 1700억원의 세금을 납부한 뒤 삼성 창업자인 고 이병철 선대 회장의 상속재산이라는 이유로 비자금 수사망을 빠져나갔다.

그러나 1년 뒤인 2009년 천신일 세중나모그룹 회장과 CJ그룹 간의 편법 거래 의혹이 일면서 이 회장은 또 다시 검찰 수사망에 이름을 올렸다. 당시 대검 중수부는 CJ그룹이 국세청 세무조사를 앞두고 MB 측근인 천 회장에게 로비를 벌인 의혹에 대해 조사했다. 하지만 사건은 무혐의로 결론 났고, CJ그룹은 MB 정부 하에 독보적인 성공가도를 달렸다.

전방위 압수수색·출금 '오너가 정조준'
정권 바뀌고 첫 재벌 손보기…배경 주목


하지만 이명박 정권 말기 CJ그룹은 홍송원 서미갤러리 대표의 30억원대 탈세 의혹에 연루되면서 또 다시 검찰의 수사망에 올랐다.

CJ그룹이 서미갤러리를 통해 해외 고가 미술품 1422억원어치를 사들이면서 자금 출처에 대한 의혹이 제기된 것. 더불어 미술품을 시세보다 고가에 사들여 그 차액을 되돌려 받은 정황도 함께 드러났다.

이때부터 검찰이 CJ그룹과 관련한 광범위한 내사를 벌여왔다는 사실이 외부로 알려졌다. 그리고 타깃은 이 회장을 포함한 오너 일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실제로 이번 수색 대상에서 이 회장의 자택은 제외됐지만 과거 이 회장의 차명재산을 관리했던 재무팀장 이씨의 자택은 포함됐다. 검찰은 특정인물을 염두에 둔 수사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지만 현재로서는 이 회장이 '탈세'에 직접 개입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는 것으로 검찰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이 회장 자택 부근에 있는 CJ경영연구소를 압수수색한 것도 예사롭지 않다는 반응. CJ경영연구소는 이 회장의 회사 운영이나 방침 등 그룹 전반의 경영계획을 수립하는 곳으로 이 회장의 개별적인 지시가 이곳에서 내려진다는 후문이다. 그래서 검찰이 CJ경영연구소를 압수수색한 배경에 이 회장의 개인 비리를 포착하기 위한 것 아니겠냐는 시각이 많다.
 
은둔의 경영자
소통의 리더십
 
이 회장은 언론과 잘 마주치지 않는 경영자로 유명하다. 그 흔한 인터뷰조차 거의 없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이 회장을 가리켜 흔히 은둔의 경영자로 지칭한다. 이 회장의 이 같은 경영 스타일은 그의 작은 아버지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비교된다.

다만 작은 아버지와 다른 점이 있다면 그는 비교적 외부로 노출되지 않은 채 자신의 경영 스타일을 구축해 왔다. 고려대 대학 재학 시절 주변 친구들조차 그가 삼성그룹 선대회장의 장손이라는 사실을 몰랐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이처럼 이 회장은 자신은 드러나지 않은 채 CJ그룹을 경영해왔다. 하지만 그가 특별히 폐쇄적인 성격을 갖고 있는 건 아니라고 알려졌다. 오히려 소탈하고 개방적인 면도 많은 것으로 관계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이 회장이 대외활동보다 CJ그룹 내부경영에 더 열을 올리는 이유로 삼성가의 오래된 경영권 다툼이 꼽히고 있다. 그룹 후계자를 둘러싼 갈등을 일찍부터 보고 자란 탓에 자신을 뒤로 감추는 데 익숙하단 것이다.

비록 최근 들어 이 회장이 언론 노출 빈도를 조금씩 늘리고 있지만 은둔의 경영자라는 별명은 이 회장을 꼬리표처럼 따라 다니고 있다.

이런 이 회장도 자신의 비자금 의혹을 둘러싼 청부살인 의혹이 무죄로 판결 난 이후에는 CJ그룹 홍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자신이 직접 나서기를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CJ그룹 홍보만큼은 어느 재벌 그룹에도 뒤쳐지지 않는다는 게 업계의 중평이다.

이 회장은 이른바 소통의 리더십을 재계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정착시킨 인물로 첫 손꼽힌다. 그는 몇 년 전까지 부하 직원들과 자주 술자리를 마련하고 직접적인 대화를 시도해 내부적으로 큰 호평을 받았다. 지위여하를 막론하고 누구에게나 친근한 태도를 유지하면서 탈권위의 표상으로 불린 것이다.

그는 직원들과 함께 남산에 올라 토론을 하는가 하면 신입사원 오리엔테이션에 빠짐없이 참석해 신입사원들과 군무를 추고 연극까지 하는 등 소통에 남다른 열정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때로는 책상에 걸터앉아 회의를 진행할 정도로 격식을 따지지 않는 그의 자유로운 사고는 여러 재벌 오너들과 비교되기도 했다.

이런 이 회장의 경영 마인드 덕택에 CJ그룹 직원들은 국내 대기업 최초로 자율복장제의 수혜자가 됐다. 이는 CJ그룹이 신입사원들에게 강조하는 덕목이기도 하다. 자유로운 복장에서 유연하고 창의적인 사고가 나온다는 것이다. 현재는 CJ그룹을 필두로 다른 대기업들도 자율복장제를 일부 채택하고 있다.

수직보단 수평
재용보단 재현

업계에서 들리는 유명한 일화로는 이 회장이 미국 드림웍스와 투자 계약을 맺을 때 청바지 차림이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지난 1995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한 피자집에서 스티븐 스필버그, 제프리 카젠버그를 만난 이 회장은 허름한 티셔츠 차림으로 이들을 응대했다. 당시 딱딱했던 한국 기업 문화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 회장은 보란 듯이 투자건을 성사시켰다.

이후에도 이 회장은 해외출장을 나갈 때 가급적 편안한 복장을 즐긴다고 전해진다. <주간경향>이 밝힌 내용에 따르면 이 회장은 불필요한 의전을 싫어해 해외에서도 혼자 업무를 본다고 한다. 또 현지 직원들이 마중을 나오는 등의 의전도 전혀 없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 회장이 기업 운영에서 합리성을 중요시 함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 회장은 또 수직보다는 수평적인 구조를 좋아한다. CJ그룹은 직위 호칭을 하지 않는 기업 문화를 갖고 있다. 회장이든 사장이든 부장이든 모두 '~님'으로 통일한다. 그래서 이 회장은 기업 내부에서 '이재현님'으로 불린다.

또 외부에서 CJ그룹 직원의 직급을 확인할 수 있는 길은 명함 밖에 없다. CJ그룹은 사내전화에도 직급이 없고 가나다 순으로 직원들을 병렬 표기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일각에서는 CJ그룹의 수평적 구조에 대해 우려 섞인 시선을 보냈지만 많은 대학생들은 입사하고 싶은 기업 1위로 CJ그룹을 꼽으며 이런 우려를 일축하고 있다.

이 회장 본인도 재벌 오너치고는 수평적 구조에 익숙해 있다는 평이다. 그는 대학 졸업 후 씨티은행에 취직했는데 선대회장인 할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위한 대범한 결단이었다. 하지만 "할아버지 덕을 보지 않겠다"던 이 회장도 결국은 삼성으로 돌아왔다. 손자의 남의집살이를 탐탁지 않게 여기던 선대회장이 이 회장을 삼성그룹 주력 계열사였던 제일제당 경리부에 입사시켰기 때문.

제일제당 입사 후 이 회장은 평직원들과도 밤늦게까지 회식을 같이하며 때로는 직원들을 집으로 초대해 2차 술자리를 갖는 등 소탈한 면모를 보였다고 전해진다. 또 이 회장은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하는데 1990년대 중반 웬만한 유행가는 다 알고 있을 정도로 음악에 밝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삼성가 사람들처럼 술은 잘 마시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둔의 경영자소탈한 리더로 변신
삼성 이재용과 비교…가문적통 두고 신경전

삼성가 후계구도와 관련 껄끄러운 관계에 있는 사촌동생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는 사석에서 허물없이 충고와 조언을 주고받는 사이다. 성격적으로 둘은 비슷한 점이 많은데 술을 잘 마시지 못한다는 점과 자동차광이라는 점이 공통분모다. 2000년대 중반 이 두 사람은 나란히 엔초 페라리를 구입하며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이 두 사람 모두 스피드광이라는 것 이외에는 사생활이 쉽게 노출되지 않아 이들의 언론 전략마저 결국은 비슷한 것 아니냐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그러나 경영면에서는 CJ그룹을 굴지의 대기업으로 일궈낸 이 회장이 한 발 앞서 있다는 평가며, 일각에서는 이 때문에 삼성가의 후계구도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이 회장은 2000년대 중반까지 이웅렬 코오롱 회장 등과 친분을 맺어왔다. 재벌 2·3세들이 주주로 참여하는 리더스초이스라는 회사를 설립, 김상범 이수화학 회장, 강문석 전 동아제약 부회장 등과 인연을 맺기도 했다.

장손인 그는 선대회장의 저택에서 그의 할머니인 고 박두을 여사를 모시고 살았으며, 부친인 이맹희씨, 모친인 손복남씨 등과 함께 장충동 집에 거주하는 등 효성 또한 남다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MB지우기에
'수술' 당하나

이처럼 기업 내부는 물론 재계 외부에서도 평가가 좋은 이 회장에 대한 이번 검찰 수사는 결국은 'MB맨 지우기'란 분석이 많다. 고대 라인으로 분류되며 MB정권 내내 승승장구하던 CJ그룹은 지난 2008년부터 각종 세무조사를 피해감은 물론 주력 산업인 미디어 분야에서 괄목할만한 성장을 기록하며 이른바 'CJ 왕국'을 건설했다. '초국적 기업'인 삼성만큼은 아니지만 국내 시장에서는 삼성에 대항할 수 있을 정도의 자생력을 키웠다는 얘기.

실제로 재계에서는 최근 CJ그룹의 미디어산업 독주를 우려, 삼성이 컨텐츠 사업을 통해 간접적으로 미디어 시장에 진출할 것이라는 풍문이 돌기도 했다. 더불어 삼성가의 유산 분쟁 소송이 터지면서 CJ그룹이 친삼성 중심의 내각으로부터 내사를 받고 있다는 소문도 전해졌다.

법조계 관계자는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 CJ그룹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이 들어갈 것"이라고 지난 인수위 정국 때 귀띔하기도 했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한 측근이 "'친노'랑은 일해도 'MB맨'이랑은 같이 일할 수 없다"고 말한 데 따른 해석이었다. 이 회장은 MB 정부 실세 중 1명인 곽승준 전 미래기획위원장과의 남다른 친분으로 소위 '연예인 룸살롱 접대' 의혹에 휘말리기도 했다.

검찰의 본격적인 내사가 시작된 것으로 전해진 지난 2월 국회 문방위 소속 한 관계자는 "정권 초기 문방위 모 의원이 (삼성이 아닌) CJ편을 일방적으로 드는 걸 보고 의아했는데 MB정부의 블루칩은 CJ였다"며 "정권 말기 해당 의원이 삼성으로 갈아타는 걸 보고 그때 권력추가 기운 것을 실감했다"고 전했다.

지난 24일 이 회장이 비자금으로 매입한 무기명 채권 500여억원을 현금으로 바꿔 자녀 2명에게 편법 증여했다는 의혹이 새롭게 제기된 가운데 이 회장은 그 어느 때보다 매서운 검찰의 공세에 시달리고 있다. 이 회장은 회심의 카드로 법무법인 '광장'과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변호인단으로 선임, 검찰 수사를 방어한다는 계획이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이재현은?

▲1988년 제일제당 경리부 과장
▲1989년 제일제당 기획관리부 부장
▲1993년 삼성전자 전략기획실 이사
▲1993∼1997년 제일제당 상무이사
▲1997년 제일제당 부사장
▲1998∼2002년 제일제당 대표이사부회장
▲1999년 제일투자신탁증권 비상임이사
▲2002∼2013년 CJ 대표이사 회장
▲2011∼2013년 CJ제일제당 대표이사 회장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