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중 스캔들’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4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5.21 11:4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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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된 인사 참사…술친구가 꽂아줬다?

[일요시사=사회팀]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사태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윤 전 대변인의 사건 당일 행적도 의문이지만 과연 '예고된 인사 참사'를 누가 밀어붙였는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윤 전 대변인과 피해 여성, 청와대의 진술이 서로 엇갈리는 가운데 이번 사건의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를 짚어봤다.



"예고된 인사 참사다. 언젠가는 사고 한 번 크게 칠 줄 알았다."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섹스 스캔들'이 터지자 인수위 시절부터 그를 지켜본 한 기자는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이 '고위층 성접대' 사건에 연루, 내정 6일 만에 옷을 벗은데 이어 윤 전 대변인은 미국발 섹스 스캔들에 휘말리며 청와대를 '패닉'에 빠뜨렸다.

[미스터리1]

[누구와 마셨나]

미국 내 한인 여성 온라인 커뮤니티인 '미시USA'에 올라온 글은 충격 그 자체였다. '청와대 대변인 윤창중이 박근혜 대통령 워싱턴 방문 수행 중 대사관 인턴 여대생을 성폭행했다'는 내용이었다. 피해 여성은 이번 방미 일정을 돕기 위해 미국 대사관에 임시 고용된 교포 출신 여대생으로 알려졌다.


윤 전 대변인은 지난 7일 저녁부터 이 피해 여성과 술을 마셨다. 그리고 다음날 조원동 경제수석과 최순홍 미래전략수석이 프레스룸에서 진행하는 브리핑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 시각 윤 전 대변인은 주미 한국문화원 소속 운전기사가 운전하는 승용차를 타고 워싱턴 댈러스 공항으로 향하고 있었다. 전날 술자리에서 윤 전 대변인의 신변에 문제가 생긴 것이었다.

외신 보도 및 본보의 취재 내용을 종합한 윤 전 대변인의 사건 당일 행적은 이렇다. 7일 저녁 윤 전 대변인은 청와대 수행단 숙소인 윌러드 호텔 인근에 있는 W호텔에서 인턴 여대생과 술을 마셨다. W호텔은 윌러드 호텔과는 도보로 약 10분가량 떨어진 곳에 있으며, 여대생 숙소인 패어팩스 호텔과는 약 30분 거리다.

윤 전 대변인과 이 여성이 술을 마신 곳은 W호텔 지하에 있는 호화 주점 'J&G Steakhouse & Wine Bar'다. 이 자리에는 윤 전 대변인의 운전기사가 동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운전기사의 증언에 따르면 당초 윤 전 대변인은 이 여성과 W호텔 스카이라운지에서 술을 마시려고 했다. 그러나 스카이라운지 예약이 꽉차있자 지하에 있는 J&G Steakhouse & Wine Bar로 자리를 옮겼다는 것이다.

이날 오후 9시30분께 이들 3명은 지하 바의 긴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고, 윤 전 대변인과 여성 인턴은 서로 마주 보며 앉았다. 이어진 술자리에서 윤 전 대변인은 여성 인턴과 2시간여 동안 와인 2병을 마셨다. 평소 소주나 맥주를 잘 마시지 않는 윤 전 대변인의 음주 습관과도 일치하는 대목이다.

같은 날 자정 무렵 지하 주점의 영업시간이 종료되자 이들은 W호텔 로비로 자리를 옮겼다. 이 과정에서 운전기사는 차를 빼기 위해 자리를 떴다. 윤 전 대변인과 여성 인턴은 로비에서도 술을 마신 것으로 전해졌다. 술에 취한 윤 전 대변인은 운전기사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들을 페어팩스 호텔로 데려가 줄 것을 요구했다.

숙소에 도착한 윤 전 대변인은 기자와 청와대 직원들이 상주하는 후문을 피해 정문에서 내렸고, 여성 인턴은 1분 뒤에 내리도록 했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윤 전 대변인이 이 여성을 자신의 숙소로 데려가려고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현재까지 이들이 어떤 대화를 주고 받았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 여성 인턴의 신원과 관련해서는 일체 함구에 붙여졌으나 일부에서 제기하고 있는 '박지원 의원의 첩' 등의 루머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현지 관계자는 전했다.

엇갈린 주장으로 파문 장기화 조짐
윤창중-피해여성-청와대 진실게임


[미스터리2]
[의도적? 우발적?]

복수 매체를 통해 공개된 현지 경찰보고서에 따르면 윤 전 대변인에 대한 성추행 신고는 8일 오후 12시30분께 접수됐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56세의 남성은 7일 밤 10시께 '515 15th Street NW. Washington DC'(주소지 상 W호텔)에서 신고자의 엉덩이를 허락 없이 움켜잡아 만졌다. 이 56세의 남성은 바로 윤 전 대변인이다.

윤 전 대변인은 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있던 시각, 자리를 피해 프레스센터로 향하던 중 자신을 수행하던 여성 인턴과 술자리를 가졌다. 그리고 이 술자리에서 여성 인턴의 엉덩이를 주물렀다. 이어 다음 날에는 자신이 묵고 있던 호텔방에서 이 여성 인턴을 알몸으로 맞았다. 수치심을 느낀 이 여성은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 흐느꼈다.

지난 11일 윤 전 대변인은 기자회견을 통해 성추행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엉덩이를 움켜잡았다는 의혹에 대해 "허리를 툭 치면서 '앞으로 잘해, 미국에서 열심히 살고 성공해'라고 한 게 전부"라고 대꾸했다. 또 "헤어지면서 내일 아침에 모닝콜을 넣어 달라했더니 다음날 아침 인턴 여성이 급작스레 찾아와 속옷 차림으로 문을 연 게 성추행이 됐다"고 억울해했다.

이와 관련 해당 사건을 수사 중인 미국 워싱턴 경찰국은 "수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아무 것도 알려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경찰 보고서를 릴리즈 하는 등 보도에 협조적이었던 현지 경찰은 '윤창중 사건'이 한국 언론에 의해 대서특필된 후 입을 닫았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CCTV만 확인해도 윤 전 대변인의 행적 등을 파악할 수 있는데 수사가 느리게 진행되는 건 아무래도 외교적인 문제가 걸려있기 때문일 것"이란 의견을 전달했다. 최초 신고를 접수받은 워싱턴 경찰국 측은 지난 15일 "사건을 FBI에 넘기지 않고 자체적으로 수사를 종결하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따라서 이 성추행 사건은 '중범죄'가 아닌 '경범죄'로 분류돼 조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최초 성폭행으로 알려졌던 이 사건은 성추행 쪽으로 가닥을 잡는 분위기다. 특히 윤 전 대변인이 잠자리를 요구했다는 추가적인 진술이 없는 상황에서 강간 미수 등의 혐의 적용은 불가할 전망.

하지만 사건 당일 밤 '만취 상태'로 알려졌던 윤 전 대변인이 피해 여성을 자신보다 차에서 뒤늦게 내리게 하는 등 '조치'를 취했다는 점을 볼 때 범행이 우발적이었다는 주장은 신빙성을 잃고 있는 상황이다. 또 복수 관계자는 "윤 전 대변인이 '자료를 가려오라'며 인턴 여성을 아침부터 호출한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해당 여성을 부른 뒤 알몸 상태로 문을 연 것부터가 성폭행의 의도가 있지 않았겠냐는 것.

이와 함께 인턴 여성이 호텔에서 '1차 성추행'을 당한 후 한국문화원 쪽에 피해 사실을 알렸으나 한국문화원이 이를 묵살했다는 의혹도 새롭게 제기되고 있다. 현재 한국문화원은 윤 전 대변인의 국내 도피를 적극적으로 도운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16일에는 인턴 여성의 '2차 피해' 직후 이 소식을 전해들은 한국문화원과 청와대 수행단 측이 인턴 여성의 회유를 시도했다는 정황이 포착됐다. 이 과정에서 윤 전 대변인도 인턴 여성에게 찾아가 사과를 하려했지만 인턴 여성이 방문을 잠근 채 경찰에 신고하자 윤 전 대변인이 도피를 결심했다는 후문이다.

[미스터리3]
[입국 지시 받았나]

"서로가 알면서도 쉬쉬한 거겠죠. 보고는 청와대 윗선까지 다 들어갔을 겁니다. 만약 보고를 못 받았다면 그게 더 큰 문제 아닙니까?"


참여정부 출신 한 인사는 비서실의 기강 해이를 지적했다. 윤 전 대변인은 성추행 신고가 접수되자 같은 날 오후 1시30분께 워싱턴 댈러스공항에서 대한항공편으로 출발, 한국시간으로 9일 오후 4시55분 인천공항에 입국했다. 그는 400여만원에 달하는 비즈니스석을 이용하면서 마일리지를 적립하는 꼼꼼함을 보였다.

귀국 직후 윤 전 대변인은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조사를 받고 "인턴의 엉덩이를 만졌다"는 진술을 청와대에 했다. 이어 자신의 진술이 맞다는 친필 사인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윤 전 대변인은 청와대 경내에는 들어가지 않고 기자회견 전까지 잠적했다. 이 무렵 윤 전 대변인은 자신의 변호사를 만나 '기자회견문'을 다듬는 등 파문이 커질 것에 대비했다.

윤 전 대변인은 귀국 전 이남기 홍보수석과 만났다. 8일 오전 9시께부터 9시30분께까지 사건 뒷수습을 논의했다. 이들은 스캔들 직후 '귀국을 종용했다' '귀국을 종용한 적 없다'는 입장으로 갈려 진실공방을 벌였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한 청와대 출입기자는 "청와대 라인이 모두 '너(윤 전 대변인)가 알아서 해'라는 분위기였다"며 "뉘앙스로 봤을 때 귀국을 종용한 건 모르겠지만 방관하거나 도와준 건 분명하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윤 전 대변인은 현지 경찰 수사망을 피해 한국으로 귀국했다. '미국 현지에 있는 것보다는 한국으로 돌아와 사건 추이를 지켜보는 게 낫다'는 판단에서였다. 이에 대해 이 수석은 "윤 전 대변인이 미국에 남겠다고 했던 기억이 없다"며 "귀국 후 수사를 받거나 미국 경찰에 소환되거나 둘 중 하나를 택일하라고 했는데 본인이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청와대 소식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통상 방미 기간 중에는 수행단의 여권이 통합 관리되는 게 관례"라면서 "윤 전 대변인이 독단으로 여권을 달라고 해서 마음대로 돌아오고 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즉 청와대가 직간접적으로 윤 전 대변인의 귀국을 도왔다는 얘기다. 실제로 방미 수행단 홍보팀은 사건을 보고 받은 직후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윤 전 대변인을 귀국시키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았다.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가 퇴색되는 등 외교적 마찰을 우려한 조치였다.

회의를 마친 이 수석은 윤 전 대변인에게 자신의 숙소키를 내어주고 윌러드 호텔에 머물도록 지시했다. 페어팩스 호텔에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들이 포진한 상태였다. 즉 청와대 홍보수석이 현지 경찰 몰래 피의자를 은닉한 모양새였다.

윌러드 호텔을 빠져나올 때는 한국문화원에서 제공하는 차편을 이용했다. 처음 문화원 측은 윤 전 대변인이 스스로 택시를 타고 공항에 갔다고 말했지만 실제로는 청와대와 한국문화원의 비호 아래 공항으로 이동한 셈이다.

또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윤 전 대변인의 귀국 항공편은 8일 오전 9시께 대사관이 직접 예약한 것으로 확인됐다. 윤 전 대변인과 이 수석이 만나기도 전에 대사관이 먼저 움직여 피의자의 항공권을 예매한 것이다. 즉 윤 전 대변인의 귀국 시나리오는 청와대, 대사관, 한국문화원의 합작품이란 설명이다.

"대통령 뉴욕에 있는데 전용기 워싱턴 이탈 왜?"
친분 있는 막후 권력이 추천?

[미스터리4]
[누가 책임지나]

주미 대사관이 예약해준 티켓을 들고 한국으로 돌아온 윤 전 대변인. 그러나 이어진 경질 기자회견과 해명 기자회견, 비서실장의 대국민 사과와 대통령 유감표명까지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모양새다.

지난 13일부터 이 수석은 청와대로 출근하지 않고 있다. '윤창중 사건'의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것. 현재는 박 대통령의 재가만을 기다리고 있다.

이 수석은 윤 전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을 "'자체적으로 판단해' 윗선에 보고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박 대통령은 상황 발생 26시간 만에 사건을 보고 받았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이에 대해 다수 정치권 관계자는 "허태열 비서실장이 보고 받지 않았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비서실장 퇴진론을 들고 나온 상황이다. 이 엄청난 스캔들을 이 수석 혼자서 드리블했다고 보긴 어렵다는 것.

얼마 전 몇몇 기자들을 중심으로 소문이 전해진 '대통령 전용기 이탈' 의혹은 이 전 수석의 '독단'과 맞물려 새롭게 주목 받고 있다. 재미블로거 안치용씨가 자신의 블로그 '시크릿 오브 코리아'를 통해 폭로한 내용은 박 대통령이 뉴욕에 체류 중일 때 대통령 전용기가 뉴욕을 이탈, 워싱턴에 다녀왔다는 전용기 신호가 발견됐다는 내용이었다. 즉 박 대통령 몰래 대통령 전용기가 누군가에 의해 움직였다는 의혹인 셈.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만약 해당 의혹이 사실이라면 현재 청와대 내 공직기강이 얼마나 해이한 지를 단적으로 드러내주는 사건이 될 것"이라며 "이번 '윤창중 사건'만 봐도 보고 받았다는 사람은 없는데 모두 알아서 움직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청와대 안팎에서는 "세간에 알려진 것과 달리 윤 전 대변인을 인선한 인물이 따로 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상황이다. 윤 전 대변인을 박 대통령에게 추천한 사람으로 청와대 막후 권력 A씨가 거론되고 있는 것.
복수 관계자는 "A씨와 윤 전 대변인이 오래도록 술친구였는데 어느 날 보니 한 사람은 언론에 드러나지 않고, 윤 전 대변인은 청와대로 들어가 굉장히 놀랐다"고 진술했다.

청와대 인선 과정 당시 유력 후보로 꼽히던 사람들은 대개 며칠 전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일례로 김행 대변인은 한 방송국 촬영장에서 전화를 받고 인수위 합류 사실을 알게 됐으며, 박선규 전 대변인 역시 지역 행사에 있던 중 전화를 받고 인수위에 합류했다.

이 같은 배경 하에 인수위 당시 청와대로 입성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유력 후보군은 박 전 대변인과 김 대변인이었다. 이들이 청와대 인선과 관련한 전화를 받았다는 소문이었다.

한 여당 관계자는 "의원들 사이에서는 청와대 대변인으로 박 전 대변인이 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윤창중'이 호명돼 모두가 깜짝 놀란 기억이 있다"며 "박 대통령은 인사에 관해 당 사람들과 잘 얘기하는 스타일이 아니다"고 전했다. 즉 박 대통령이 인사에 관해 얘기하는 사람은 정치권 밖에 따로 있다는 설명.

윤 전 대변인의 인선 사실을 며칠전부터 파악하고 있던 한 관계자는 "A씨의 측근과 절친으로 알려진 인물이 인수위 당시 윤창중이 뽑힐 거라는 소문을 내고 다녔다"라며 "지금 모든 책임소재가 박 대통령에게 가고 있는데 실은 다른 곳에 책임이 있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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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진법사 ‘5000만원 관봉권’ 미스터리

건진법사 ‘5000만원 관봉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건진법사 전성배씨의 ‘5000만원 관봉권’ 출처를 두고 소문이 무성하다. 검찰은 대통령실 특활비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전씨는 그저 ‘기도비’라고 진술 중이다. 검찰이 김건희씨까지 수사 대상에 올린 점을 보면 전씨의 진술은 허위일 가능성이 크다. 전씨가 전방위 로비를 벌인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김씨의 소환조사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윤석열 일가를 향한 수사는 그간 서울중앙지검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건진법사 전성배씨의 로비 사건은 중앙지검이 아닌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리는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부장검사 박건욱)가 포문을 열었다. 전씨는 통일교와 캄보디아 사업 및 정·재계를 가리지 않고 돈을 받았다. 윤석열 일가와의 친분을 과시하면서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다. 수상한 증거들 남부지검은 전씨를 수사하기 이전에 한 가상자산 사기 사건을 수사 중이었다. 최근 정식 부서로 신설된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해 7월 ‘퀸비코인(QBZ)’ 관계자 이모씨 외 3명을 사기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사업 진행 능력이 없음에도 허위 자료를 제출해 스캠 코인을 상장했다. 1만명이 넘는 투자자로부터 가로챈 금액은 300억원에 육박한다. 남부지검은 수사 과정서 퀸비코인 관계자 이씨가 2018년 1월 자유한국당 경북 영천시장 후보 경선에 나선 정모씨를 전씨와 연결한 정황 및, 이들 간 수상한 자금 흐름을 포착했다. 취재를 종합하면 당시 정씨는 전씨 법당을 찾아 1억원을 건넸다. 이 사실을 파악한 남부지검은 지난해 12월 전씨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체포하고 그의 법당과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두 달여 전에는 경기 성남의 카카오 판교 서버를 압수수색해 전씨의 카카오톡 기록까지 확보했다. 전씨는 2022년 제20대 대통령선거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 대선캠프 네트워크본부서 상임고문으로 활동했다. 그의 처남으로 알려진 ‘찰리’ 김모씨도 전씨와 같이 활동했다. 전씨는 김건희씨가 운영하던 전시기획회사 코바나컨텐츠의 고문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전씨의 딸도 잠깐이지만 코바나컨텐츠서 근무한 이력이 있다. 남부지검은 전씨가 윤 전 대통령과 김씨와의 친분을 이용해 로비 행위를 벌였다고 보고 수사를 시작했다. 실제 전씨가 로비 창구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확인한 남부지검은 지난달 30일 윤 전 대통령 사저인 아크로비스타를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영장에는 “피의자들이 2022년 4월부터 8월 사이 공직자의 직무와 관련해 공직자의 배우자에게 선물을 제공했다”고 적시됐다. 청탁 사유로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ODA(공적개발원조) 사업 ▲YTN 인수 ▲유엔 제5사무국 한국 유치 ▲교육부 장관 통일교 행사 참석 ▲대통령 취임식 초청 등이 담겼다. 이 압수수색은 전씨를 통해 통일교 세계본부장 출신이자 2인자였던 윤모씨가 수천만원 상당의 그라프(Graff) 다이아몬드 목걸이, 샤넬 가방, 천수삼 농축차 등을 김씨에게 전달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절차였다. 남부지검은 윤씨가 지난 2022년 7월 전씨에게 ‘김 여사가 물건(천수삼) 잘 받았다더라, 건강이 좋아지셨다고 한다’고 보낸 문자메시지 내용을 확보하기도 했다. ‘한국은행’ 찍혔는데…통상 정부 예산 활용 금융권 “개인이 갖고 있을 수 없다” 일축 검찰이 지난 3일 전씨를 청탁금지법 위반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한 만큼 김씨에 대한 소환조사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남부지검 수사팀 내부에서는 김씨를 대선 직전에 소환조사해 실마리를 풀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전씨는 “목걸이와 명품백을 잃어버렸다. (김 여사가 잘 받았다는 문자는) 거짓 문자”라고 부인하는 상황이다. 김씨 측도 “전씨로부터 금품을 받은 사실 자체가 없다”는 입장이다. 우선 검찰은 윤씨가 전씨에게 윤석열정부의 캄보디아 ODA 사업 추진을 청탁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는 중이다. 검찰은 윤씨가 “윤 전 대통령과 독대했고 국가 단위 ODA 연대 프로젝트에 동의했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을 확인했다. 검찰은 지난 2022년 3월 윤씨가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 전 대통령과 김씨를 인수위서 만난 뒤 캄보디아 사업을 추진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통일교는 같은 해 메콩강 핵심 부지에 ‘아시아태평양유니언 본부’를 건립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윤씨는 훈센(Hun Sen) 당시 캄보디아 총리와도 이 사업을 논의했지만 자금난으로 추진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윤씨는 2022년 5월 한 통일교 행사에서 “3월 22일 대통령을 만나 1시간 독대를 하면서 이 나라가 가야 할 방향을 이야기하고 암묵적 동의를 구한 게 있다”고 말했다. 이어 “ODA는 비영리기구(NGO)가 펀딩 가능하고 국가가 지원한다”고 말한 바 있다. 검찰은 이 직후인 2022년 6월 기획재정부가 제4차 한-캄보디아 ODA 통합 정책협의서 대(對)캄보디아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차관 지원 한도액을 기존 7억달러에서 15억달러로 늘리는 기본 약정을 체결한 점을 주목했다. 한도액이 늘면 중기후보사업 승인 절차가 간소화돼 ODA 사업 수주가 쉬워지기 때문이다. 비슷한 시기에 김씨가 나토 순방 당시 착용했던 6000만원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와 관련해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이 불거지자, 윤씨는 전씨에게 “김 여사에게 빌리지 말고 하고 다니라”며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건넸다. 검찰은 지금까지 김씨 명의 휴대전화 3대를 확보했다. 이 중 1대는 김씨가 지난달 11일 서울 한남동 관저서 나오면서 보안 비화폰(안보폰)을 반납한 뒤 개통한 휴대전화다. 나머지 2대는 옛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서 사용하던 휴대전화로, 사실상 공기계로 알려졌다. 자택 압색 그 이후… 검찰은 100여개에 달하는 압수 대상에 윤씨 선물 명목으로 전씨에게 제공했다는 그라프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샤넬 가방, 인삼주 등도 적시했지만 확보하지 못했다. 법조계에서는 윤씨의 청탁이 성사됐거나 윤씨와의 직무 관련성 등이 입증된다면 김씨가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와의 전화 통화에서 “카톡 기록과 전달됐거나 전달되려 했던 물품들은 이미 수사팀이 확보했으니 김씨가 대면 조사를 피하긴 힘들다”며 “남부지검서도 성역 없이 수사 의지가 강하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현행법상 공직자의 배우자를 청탁금지법으로 처벌할 수 없으니 직무 관련성 입증이 관건”이라며 “입증만 된다면 알선수재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가장 중요한 건 전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할 당시 발견된 5000만원 관봉권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2월 서울 서초구 전씨의 집을 압수수색하면서 5만원권 3300매(1억6500만원)를 확보했는데, 이 중 5000만원은 비닐 포장이 벗겨지지 않은 상태였다. 검찰은 전씨에게 이 관봉권의 출처에 대해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관봉권은 ‘제조권’과 ‘사용권’ 두 종류로 나뉜다. 제조권은 한국조폐공사에서 한은이 받아온 신권으로 돈다발에 십자 형태의 띠를 두르고 비닐로 싸 압축한 형태다. 사용권은 한은이 시중은행서 회수한 돈을 검수해 낡은 돈은 폐기하고 사용하기 적합한 돈만 골라낸 것이다. 발견된 돈다발 김씨와 전씨 사건서 등장하는 관봉권은 모두 사용권이다. 전씨 자택서 발견된 5000만원 관봉권 돈다발은 한은이 적힌 비닐로 포장돼있었고, 비닐엔 기기 번호와 담당·책임자 일련번호도 적혀 있었다. 그러나 김씨 측이 옷값을 치를 때 썼던 관봉권은 비닐 없이 띠지만 둘러져 있는 돈다발 형태였다. 관봉권은 국가 예산으로 편성되는 대통령실(청와대)과 검찰, 국가정보원 등 사정기관의 수사나 조사에 필요한 특수활동비로 쓰이기도 한다. 과거 정부에서는 이 특활비가 로비 자금으로 악용됐다. 한은은 전국에 16개 지역 본부를 두고 금융기관에 관봉권을 보낸다. 서울엔 남대문 본점 및 강남본부 등 두 곳이 있다. 이 중 강남본부가 대통령실과 사정기관 등에 예산 조달을 담당해 왔다. 다만 민간인의 집에서 관봉권이 발견될 수 없다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대개 일반 정부 예산은 관봉권 형태가 아닌 계좌이체 등을 통해 전달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수천만원 상당의 관봉권이 묶인 채로 남아 있는 건 영수증 내역도 남지 않는 특활비”라며 “통상 정보와 사정기관이 ‘돈의 주인’”이라고 말했다. 실제 검찰도 전씨의 자택서 발견된 5000만원 관봉권이 강남본부서 나왔다고 보고 있다. 이 관봉권에는 ‘2022년 5월13일’이라는 날짜가 기재돼있다. 윤 전 대통령 취임일 사흘 뒤다. 전씨는 검찰 조사에서 주로 돈은 ‘기도비’ 명목으로 받아왔지만 관봉권은 정확하게 누구에게 받은 돈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한은 방문 이후 전씨의 집에서 발견된 관봉권에 적힌 ▲기기번호 ▲담당자 ▲책임자 ▲발권국 항목 등의 의미를 확인했다. 기기번호의 뜻은 정사기(검수기) 기기번호와 기기호수를 뜻하고, 발권국 정보에는 정사 업무를 담당하는 발권국 화폐관리1팀을 의미하는 숫자인 것으로 전해졌다. MB 때 국정원 ‘입막음·로비’ 용도로 사용 검·정보 “이번엔 아니다”…남은 건 용산 포장지에 적힌 ‘2022년 5월13일 오후 2시5분59초’는 한은이 검수를 마친 시각이라고 한다. 다만, 한은은 개별 사용권이 어느 시점에 어느 금융기관으로 지급됐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고 한다. 금융기관서 화폐를 요청하는 경우 ▲지급한 금융기관명 ▲지급일자 ▲권종 ▲금액 등만 기록할 뿐, 어떤 사용권 묶음을 제공했는지는 별도 기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관봉권이 지난 대선 기간 전씨가 운영했던 윤 전 대통령 선거캠프 운영비일 수 있다고 보고 금융 흐름을 추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올해 초 당시 네트워크 본부장으로 있던 오을섭씨를 소환조사하면서 양재동 캠프의 운영비 출처를 물어본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서는 해당 관봉권 출처가 불분명한 만큼 특활비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범죄 수사 경험이 풍부한 한 변호사는 “출처를 확인하기 어려운 한은 뭉칫돈은 대부분 특활비”라며 “특활비라면 한은 검수 이후 수천만원 상당의 돈이 필요한 곳은 보통 사정기관이다. 일반적으로 정부 예산은 뭉칫돈으로 전달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결국 사정기관 담당자들을 불러 확인해봐야 하는데 정보기관에서는 특활비 활용 자체가 보안으로 분류돼 확인도 어려울 것이다. 출처 규명에 꽤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와 접촉한 복수의 사정기관 관계자들은 ‘국정원 특활비’는 아니라고 단언했다. 앞서 이명박정부 청와대는 국정원 특활비를 상납받은 바 있다. 지난 2011년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은 국정원의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을 폭로했는데, 당시 국정원은 관봉 형태의 특활비 5000만원을 장 전 주무관에 ‘입막음비’로 전달했다. 이 같은 내용은 검찰 수사와 공판 등을 통해 청와대서 국정원 특활비를 받아 장 전 주무관에 전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불분명한 출처 어디?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과거 국정원 특활비와 흡사해 보이지만 2022년 이후의 특활비 활용이나 대통령실을 통해 쓰인 ‘국정원 특활비’ 등에 대해서 들여다봤을 때 불법적이거나 위법하게 쓰인 사실이 없다. 한 개인에게 갈 일은 더더욱 없다”고 못 박았다. 검찰 관계자도 “남부지검서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자세히 말할 순 없지만 검찰 특활비는 아니다. 남부지검 수사팀도 검찰과는 상관없는 관봉권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