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탈북 간첩 진실게임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5.16 20:4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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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압에 '빨갱이' 자백?…'북풍' 노렸나

[일요시사=사회팀] '댓글 조작'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국정원이 지난 대선을 앞두고 '북풍'을 겨냥, 간첩 사건을 조작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최근 법정 공방에 돌입한 공무원 간첩 사건의 실체를 들여다봤다.


2013년 1월, 박근혜 대통령의 당선과 함께 국정원발 대형 공안사건이 터졌다. 서울시 공무원 중 간첩이 있다는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너희 오빠가
간첩이라 말해"

서울시청 복지정책과 생활보장팀 주무관 유모(33)씨는 북한 국가안전보위부(이하 보위부) 지령에 따라 탈북자 리스트를 북한에 넘긴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로 지난 1월13일 긴급 체포됐다. 자신이 관리 중이던 탈북자 명단과 한국정착상황, 탈북자 생활환경 등의 정보를 북으로 넘긴 혐의다.

지난 2004년 북에서 탈출한 유씨는 서울시에서 탈북자 지원 업무를 담당하고 있었다. "중국을 통해 독재정권의 폐쇄성을 알게 된 후 탈북을 결심했다"던 유씨는 자신이 택한 나라에서 간첩으로 몰리는 비극에 처했다.

유씨는 북한에서 의대를 졸업한 엘리트로 알려졌다. 함경북도에서 1년간 외과의사로 활동했던 유씨는 탈북 후 서울 Y대에서 중문학과 경영학을 복수 전공할 정도로 뛰어난 두뇌를 자랑했다.

지난 2011년 6월에는 탈북자를 대상으로 한 서울시 특별공채에서 2년 계약직에 합격, 체포 전까지 1만여명의 탈북자 지원 업무를 담당했다. 탈북자 출신으로는 보기 드문 성공 가도를 달린 셈. 그래서 유씨는 탈북자의 모범적인 정착 사례로 불리며 국내 언론에도 자주 소개됐다.

그러나 유씨에게는 떼어낼 수 없는 꼬리표가 있었다. 바로 출생의 비밀. 유씨는 함경북도 회령시 출신으로 부모가 모두 한족인 '화교'였다. 이와 관련 유씨의 지인은 "탈북자 중 화교가 여럿 있는데 유씨도 그 중 1명"이라며 "이 때문에 유씨는 평소 다른 탈북자들과는 잘 어울리지 않았다"고 전했다.

또 다른 유씨의 지인은 "유씨가 화교 출신임에도 탈북자로 국내에 정착해 성공을 거듭하자 자연스레 주변의 시기를 많이 받았다"며 "워낙 탈북자 사회에서 유명했던 터라 그를 둘러싼 루머가 많았다"고 털어놨다.

북한에서 화교는 성공한 집단에 속한다. 대다수의 화교가 북한과 중국을 오가며 큰돈을 만지기 때문. 유씨 가족 역시 중개무역으로 부를 축적한 탓에 일반 주민보다는 부유한 삶을 살았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유씨는 더 나은 삶을 위해 한국으로의 망명을 결심한다.

서울시 공무원 긴급 체포…국정원 6년전부터 내사
'화교 출신 엘리트' 탈북자 정보 북에 넘긴 혐의

한국 국적을 취득한 유씨는 대학 졸업 후 무역으로 생계를 유지했다. 그러나 사업 과정에서 이른바 '환치기' 사건에 연루돼 2008년 검찰 조사를 받았다. 이후 단순 가담이 인정된 유씨는 무혐의 처분으로 풀려났다. 당시 검찰은 유씨가 '화교' 출신인 것을 사전에 파악하고 있었다.

이보다 앞선 2006년, 유씨는 어머니의 장례 소식을 듣고 북으로 입국했다가 국정원의 조사를 받았다. 유씨의 입국 사실을 신고한 건 유씨와 사이가 좋지 않았던 또 다른 탈북자였다고 전해진다. 당시 유씨는 중국 여권을 보유하고 있었으며, 북한에는 화교로 등록돼 있어 남북을 오가는 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국정원은 유씨의 간첩 행위를 의심했다. 특히 유씨가 북한 국경을 넘나드는 과정에서 북한 보위부 직원에게 소위 '댓가'를 제공했을 것으로 보고 이를 추궁했다.

하지만 유씨는 소위 '프로돈'이라 불리는 관례적인 선물을 보위부에 제공했을 뿐 간첩사실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결국 국정원은 유씨의 이적행위를 입증하지 못했다. 이 뒤에도 유씨는 사업을 목적으로 북한에 서너 차례 입국했다. 그리고 국정원은 유씨의 월북 사실을 전해 들으며 그가 간첩 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확신했다.

현재 국정원은 유씨가 북으로 보낸 소포에 기밀 정보가 담긴 노트북을 동봉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유씨는 혐의 일체를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유씨를 2007년부터 감시했던 국정원은 2011년에도 경찰을 동원, 유씨를 내사했다. 유씨와 적대관계에 있던 탈북단체가 유씨를 간첩으로 신고한 데 따른 대응이었다. 하지만 국정원이 자신을 주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던 유씨는 여동생인 Y(26)씨를 북한에서 빼내 한국으로 입국시켰다.

이와 관련 한 관계자는 "남한에 온 탈북자가 북에 있는 가족을 빼내는 일은 매우 흔하며, 국내 탈북자 중 상당수는 아직 이북에 가족을 두고 있어 이들과 상시적으로 연락을 취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즉 유씨 역시 다른 탈북자들처럼 자신의 여동생과 접촉해 그(Y씨)를 빼냈다는 설명. 그러나 유씨 입장에서는 국정원이 쳐놓은 덫에 걸린 셈이었다.

체포된 공무원
구금된 여동생

유씨의 여동생 Y씨는 한국인 이름을 가진 여권을 들고 중국을 경유, 한국에 입국했다. 그러나 이를 파악하고 있던 국정원은 지난해 10월30일 Y씨를 국정원 중앙합동신문센터로 이송했다. 그리고 3개월여 동안 Y씨에 대한 강제 수사에 들어갔다. 여동생 Y씨를 통해 오빠 유씨의 간첩 행위를 입증하겠다는 국정원의 노림수였다.

국정원은 조사 과정에서 Y씨의 자백을 받았다. Y씨의 육성을 담은 녹음 파일이 그 증거였다. 대선을 앞두고 있던 2012년 11월, 국정원은 Y씨를 통해 유씨가 간첩일 수 밖에 없는 마지막 퍼즐을 완성시켰다. 그리고 2013년 1월, 유씨를 체포하기 위한 영장이 발부됐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는 유씨에 대해 국가보안법상 특수잠입·탈출 등 혐의로 같은달 12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영장을 발부받은 검찰은 유씨의 신병을 국정원으로부터 넘겨 받아 구속수감했다. 그리고 2월26일 유씨에게 여권법 위반 혐의 등을 추가로 적용, 구속기소했다. 당시 검찰이 밝힌 주요 혐의는 유씨가 탈북자 200여명의 신원을 북에 남아 있는 가족을 통해 북한 보위부에 넘겼다는 내용이었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됐다. 유씨가 구속기소된 다음날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이하 민변)은 '탈북 화교 남매 간첩사건에 대한 입장'이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검찰과 국정원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유씨에게 적용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가 유씨 여동생인 Y씨의 허위진술에 따른 조작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었다.

앞서 Y씨는 국정원 조사 과정에서 "북한 보위부의 지령에 따라 오빠 유씨의 간첩행위를 돕기 위해 국내로 잠입, 탈북자 신상정보를 넘겨 받아 북한에 전달했다"고 자백했다. 하지만 이 자백이 국정원의 회유와 압박에 의해 꾸며진 '거짓 자백'이란 폭로였다.

당시 구명 요청을 받고 사건을 접수한 민변은 중국에 거주하는 유씨 남매의 아버지와 접촉, "딸이 자백을 했다면 정신이 미치지 않고서야 할 수 없는 거짓 증언"이란 회신을 받았다고 말했다. 유씨의 방북 일시와 당시 상황 등을 종합하면 Y씨의 자백이 터무니 없는 거짓말이란 설명이었다.

이에 유씨의 변호인단은 경기도 시흥 소재의 중앙합동신문센터로 향했다. 불법 구금돼있는 Y씨를 접견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국정원은 Y씨와의 접견을 불허했고, 서신 교환도 가로막았다. 이 상황에서 유씨는 동생의 안위를 걱정하며 Y씨와의 대질신문을 요청했지만 국정원은 증거인멸을 이유로 유씨의 요청을 단칼에 거절했다. Y씨의 불법 구금은 6개월 넘게 이어졌다.

국정원 "간첩"
민변 "조작"

3월4일, 독방에 갇혀 있던 Y씨가 빛을 봤다. 천주교 인권위원회와 공익변호사그룹 공감의 인신구제청구에 따른 결정이었다. 이날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에서 열린 증거보전절차에서 Y씨와 민변은 6개월여만에 처음 대면하며 탈북자 간첩 사건의 반전을 알렸다.

같은달 12일 민변이 한 언론을 통해 밝힌 내용에 따르면 이 사건은 탈북자와 우리 국민의 인식 수준에 차이가 있다는 것을 전제해야 하며, 유씨의 여동생은 국정원 직원의 말에 따르지 않으면 오빠에게 큰 위해가 가해질 수 있다는 생각에 허위 진술을 하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Y씨 주변인들의 진술을 토대로 자백 당시 상황을 재구성하면 이렇다. Y씨는 최초 오빠 유씨의 간첩 행위를 부인했다. Y씨 입장에서는 생전 처음 듣는 얘기에 어안이 벙벙했다. 2012년 11월, Y씨를 구속 수사 과정을 기록한 녹화영상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부터 12월까지의 녹화분은 증거로 존재하지 않는다. 다수 관계자는 이 무렵 국정원의 회유와 협박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Y씨가 혐의를 부인하자 그를 신문하던 수사관은 그간 유씨를 내사했던 어마어마한 분량의 자료집을 Y씨 앞에 내밀며 Y씨의 중국 본명을 크게 불렀다. "유00." Y씨는 자신이 화교란 사실이 들통나자 엄청난 충격에 휩싸였다. 더불어 그의 눈 앞에 쌓인 방대한 서류철에 Y씨는 완전히 무너졌다. 누가봐도 유씨는 명백한 간첩이었다.

Y씨가 심리적으로 몰리자 국정원은 이를 집요하게 파고 들었다. Y씨의 등에 Y씨의 중국 본명을 프린트한 게시물을 붙인 뒤 국정원 요원들을 앞에 세웠다. 그리고 번갈아가며 Y씨의 중국 이름을 소리내 불렀다. "유00." 매일 계속되는 가혹행위에 Y씨는 자해를 하고, 심지어는 자살까지 시도하는 등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어떤 날은 말로 구슬리고, 어떤 날은 물건을 집어던지는 회유와 폭력의 나날이 반복됐다. 결국 Y씨는 투항했다. 국정원이 쓴 시나리오에 동의하기로 한 것. 민변 등에 따르면 Y씨는 국정원이 미리 짜준 얼개에 자신의 진술을 맞췄다. 국정원은 Y씨에게 "간첩 행위를 인정하면 유씨의 형량을 낮춰주고, 나중에 한국에서 살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약속도 덧붙였다. Y씨는 1월3일 최초로 혐의를 시인했다.

민변 "거짓증언 강요"조작 의혹 제기
유씨 여동생 구금·폭행 주장…진실은?

그러나 Y씨의 진술을 기초로 한 공소장에는 사실과 다른 내용이 있었다. 국정원은 Y씨가 2012년 여름, 유씨로부터 받은 USB를 들고 두만강을 헤엄쳐 건너 북으로 갔다고 설명했지만 최근 Y씨는 "나는 화교이기 때문에 차를 통해서도 북한에 갈 수 있으며, 심장이 약해 수영을 못할 뿐 아니라 여름에는 두만강에 물이 불어 수영으로 국경을 넘는 건 불가능하다"고 반박했다.

또 유씨가 북에서 간첩행위를 하고 있었다는 시점(1월22∼24일)에 중국에서 지인을 만나 사진을 찍은 장면, 검찰 조사에서 ‘유씨가 간첩이 아니지 않냐’는 질문에 Y씨가 답을 하지 못했던 점, 유씨가 노트북과 함께 보위부로 보냈다는 소포의 무게가 기준 이하인 점 등이 의혹으로 제기됐다.

특히 검찰은 유씨가 북에 남아있는 가족들의 신변을 위협받아 북한 보위부에 포섭된 것으로 주장했지만 이에 대해 Y씨는 "우리 가족은 이미 2011년 7월 북에서 중국으로 완전히 이사를 했기 때문에 검찰의 주장대로 '2012년 2월과 7월에 북한에 정보를 넘겼다'라는 기소 사실은 신빙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 역시 "이외에도 국정원과 검찰의 주장을 반박할만한 증거가 더 있다"며 "재판에서 유씨의 무죄가 입증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국정원 민변 고소
진실공방 2라운드

지난달 27일 민변은 유씨 사건에 대한 공판을 앞두고, 서울 서초동 민변 사무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기자회견에는 유씨의 여동생 Y씨가 자리한 가운데 "북한 화교 출신 공무원 유씨 사건이 국정원에 의해 조작됐다"는 Y씨의 증언이 이어졌다.

이어 지난 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재판장 이범균) 심리로 열린 재판에 모습을 드러낸 Y씨는 피고석에 앉은 오빠 유씨를 바라보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리고 민변 측은 "Y씨가 국정원의 강압에 의해 거짓 자백을 했다"고 유씨를 방어했다. 하지만 검찰은 "과거 '왕재산 사건' 때와 마찬가지로 신병을 확보한 변호인이 핵심 증인인 여동생을 회유해 진술을 번복하게 만들었다"고 공격했다.

공판 후 국정원은 "민변이 회유·협박 등 허위 사실을 말해 국정원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유씨 변호인들을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이에 대해 유씨 변호인단 장경욱 변호사는 "모든 진실은 법정에서 가려질 것"이라며 "증거를 통해 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김용민 변호사는 "유씨의 억울함이 곧 밝혀질 것"이라며 "유씨와 함께 한다는 생각으로 재판에 임할 것"이란 각오를 전했다.

유씨의 공무원 임용을 전후로 시작된 '간첩 사건'의 진실공방이 국정원과 민변의 소송전으로까지 확대된 가운데 현재 Y씨는 오는 23일 강제 출국을 앞두고 서울 모 병원에서 심리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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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