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구 수백억 건설뇌관 '막전막후'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5.03 18:10:33
  • 댓글 0개

공사 좋아하는 '리틀MB'… 터질락 말락 '처남 스캔들'

[일요시사=사회팀] MB는 떠났지만 MB를 롤모델로 대형 토목공사를 추진하고 있는 자치단체장이 있다. 진익철 서초구청장은 '언더그라운드 시티'라는 거대 지하도시 건설을 목표로 동분서주 중이다. 그러나 진 청장의 진짜 속내는 따로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2월 서울 강남 일대에 '언더그라운드 시티(지하도시)' 건설이 추진된다는 소식이 퍼졌다. 다음날인 12일 관련주는 일제히 뛰었다. 코스닥 시장에서 한 건설사 주식은 전 거래일보다 3.7% 오른 가격에 거래됐으며 코스피에서도 D건설사는 1.44%의 오름세를 보였다.

건설 업종은 아니지만 '언더그라운드 시티' 추진으로 반사 이익을 얻은 곳도 있었다. 해당 공사가 진행되는 구간에 본사를 두고 있는 상장사들은 각각 6∼8%의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 초대형 건설 프로젝트에 돈이 몰리고 있었다.

확정되지 않았는데
지역에 뜬소문 난무

언더그라운드 시티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관심을 갖고 지켜봤던 사업이다. 사실상 개발 포화 상태인 서울 강남과 서초 일대 지상 상권을 지하로 분산시킨다는 이 매력적인 프로젝트는 오 전 시장의 '디자인 서울' 행정과 맞물려 주목을 받았다.

관할 구청인 강남구와 서초구도 '지하도시' 개발에 적극적이었다. 강남역과 논현역 사이의 밀집된 교통량을 근거로 각 구청은 지하도시 건설에 찬성의 뜻을 나타냈다. 몇몇 구청 공무원들은 자신의 지인들에게 이 같은 사실을 알리기도 했다. 언더그라운드 시티 조성이 불가피하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박원순 서울시장의 재보궐 당선과 함께 논의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국가 주도의 대규모 토목 사업에 박 시장이 난색을 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를 포기하지 않은 사람이 있었다. 바로 진익철 서초구청장이다.

'언더그라운드 시티' 조성은 진 청장의 지방선거 핵심 공약이기도 했다. 강남역 지하 일대를 너비 42m, 길이 670m, 총면적 2만8517㎡ 규모로 개발한다는 게 선거 당시 진 청장이 내세운 복안이었다.

진 청장의 당선 직후 서초구는 해당 사업에 대한 타당성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에 쓰인 용역비는 모두 5억원. 더불어 진 청장은 '언더그라운드 시티'의 원류인 캐나다 몬트리올에 직접 시찰을 다녀오는 등 '지하도시' 건설에 박차를 가했다. 

서울시와의 협의도 이어졌다. 서울시는 지난해 '언더그라운드 시티' 조성 여부를 놓고 사업 가능성을 검토했다. 당시 대답은 부정적이었다. 그러나 서초구는 공공연히 지하도시 건설 계획을 외부로 알렸다.

'언더그라운드 시티' 무리한 추진 구설수
구 재정 위기에도 강행…구청장 의도는?

서초구 부동산 업자들 사이에서 '신논현역 지하도시' 건설은 기정사실과 다름없었다. 대형 브랜드 아파트 입주 전단지에는 "논현역 역세권에 '지하도시'가 들어선다”는 문구가 버젓이 적혀 있었다. 한 관계자는 "언더그라운드 시티와 관련한 뜬소문이 인근 부동산 시세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 대형 토목공사가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된 배경에는 신분당선 신축공사가 있다. 신분당선 공사를 주관하고 있는 두산건설은 서초구의 지하도시 건설안을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서울메트로9호선 등 지하철 사업이 이윤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역 주변의 상권 개발은 두산건설에 이득을 안겨줄 게 분명했다.


두산건설은 올 1월 서울시에 정식으로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다. 강남역과 신논현역 사이의 개발권을 갖는 대신 60년 후 서울시에 개발된 구간을 '기부채납'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대기업이 지하도시 개발권을 놓고 서울시를 압박하는 모양새다보니 진 청장도 힘을 냈다. 지하도시가 곧 개발될 것처럼 언론 인터뷰를 이어갔다. 2014년 지방선거 재선을 노리고 있는 진 청장은 '언더그라운드 시티'로 또 한 번의 '세몰이'에 나선 것이다.

선거용 공약
MB와 닮은꼴

그러나 진 청장은 언더그라운드 시티 건립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한 구청 관계자는 "진 청장 스스로가 지하도시 건립 가능성을 봤을 때 '건설이 어렵다'고 말한 적이 있다"며 "진 청장이 MB의 '청계천 사업'처럼 대규모 토목공사로 치적을 쌓으려는 건 아닌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구청 관계자는 "원래 시민을 위한 문화 공간으로 구상된 '언더그라운드 시티'가 상가 분양을 통한 이권 챙기기로 돌변했다"며 "서울 회현역 등의 사례를 비춰봤을 때 지하도시 건설은 결국 수천억원의 혈세를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2009년 기준 4166억원의 세금을 거뒀던 서초구는 불과 2년 사이 약 1200억원이나 감소한 세수(2967억원)를 보였다. 또 서초구는 예산 고갈로 서초역 주변의 국유지를 매각하는 등 재정 운영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추정 예산만 수천억원에 달하는 '언더그라운드 시티' 조성은 그야말로 탁상공론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진 청장은 왜 언더그라운드 시티 건설에 집착하는 것일까. 이 개발 소문과 관련 오랜 추문이 고개를 들었다. 바로 진 청장의 처남이자 건축사인 김모씨와 관련한 의혹이었다.

지난 2010년 9월 진 청장은 서초구 산하 건축위원회와 건축민원조정위원회에 김씨를 위원으로 임명했다. 또 같은 해 11월 구 도시계획위원회 위원에도 김씨를 위촉했다. 건축위원회와 도시계획위원회는 지역의 대규모 건설 심의를 담당하는 기구로 소위 '노른자'로 분류된다. 즉 공직의 수장이 자신의 인사권을 남용, 친인척을 알짜 기구에 앉힌 것이다.

2011년 7월 이 같은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김씨는 위원직에서 내려왔다. 하지만 김씨와 관련한 의혹은 잦아들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복수 관계자는 "서초구에서 김씨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며 "오래 전부터 구청장과의 유착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김씨는 경북 안동 출신의 건축설계사로 알려져 있다.

구청의 한 고위 관계자는 "지난 2월 김씨가 경찰의 내사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서초경찰서는 "사실 여부를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답했다. 그러나 또 다른 관계자는 김씨의 내사 사실을 전하며 구체적인 진술을 내놨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김씨는 서초구의 건축위원회 위원직을 사임한 후에도 최근까지 서초구의 건설 이권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서초구는 태안과 횡성에 각각 휴양소를 갖고 있는데 이중 한 휴양소의 내부 보수를 맡은 게 김씨라는 설명이었다. 해당 보수 사업에는 수천만원이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가 거론되는 이상한 사업은 또 있다. 바로 우면산 예방사업이다.


건축 관련 비리
경찰 내사 진행

15명의 목숨을 앗아간 우면산 산사태. 서초구 도시디자인국이 지난 2012년 11월 작성한 자료에 따르면 '우면산 산사태 복구 사업비'에 쓰인 돈은 모두 591억여원이다. 또 2012년 '우면산 예방사방사업'에 책정된 세비는 136억여원에 이른다. 도합 727억원이 넘는 거액이 산사태 복구 및 예방 사업에 쓰인 것이다.

그러나 우면산 복구사업은 졸속 행정으로 뭇매를 맞았다. 산사태에 대한 원인 규명과 치밀한 설계 없이 예산이 낭비됐다는 지적이 일었다. 실제로 복구공사를 맡은 산림조합중앙회는 공사가 절반 이상 진척되고 나서야 설계를 완료했다. 이는 서울시가 우면산 산사태 복구사업에 'Fast Track' 방식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당시 우면산 산사태 진상조사위로 활동했던 이수곤 서울시립대 교수는 "원인조사 없이 복구공사부터 하는 경우가 어디 있느냐"며 "공사하지 말아야 할 걸 하고, 일단 때우자는 식으로 대규모 토목공사를 벌였다"고 비판했다.

또 이 교수는 우면산 복구 사업에서 있었던 재해 위험지역 선정에 대해 "토양의 지질과 지형, 산사태 이력 등 여러 가지 자료를 종합해 각 지역마다 적절한 예산이 편성됐어야 하지만 그렇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서울시는 우면산 복구사업 및 예방사업 시행을 서초구로 위임했다. 2011년 7월 서울시가 서초구로 보낸 공문(산지대책반-100684)에 따르면 시는 '2억원 이상의 사방사업 시공감리'를 담당 구청에 위탁했다. 즉 우면산 공사를 실질적으로 주도한 기관이 바로 서초구란 설명이다.


우면산 복구공사 업체로 선정됐던 산림조합중앙회는 2012년 서초구 예방사방사업에도 참여했다. 서초구 소재 남부순환로 도로변(방배동 산102-8) 등 모두 26곳에서 공사가 진행된 가운데 산림조합중앙회는 이중 18곳의 공사를 맡았다. 그런데 남은 5곳의 공사를 맡은 업체와 관련 또 다른 의문이 제기됐다. 구청 주변의 산사태 예방사업을 맡은 업체가 '안동시산림조합'이었기 때문이다.

안동시산림조합은 지난 2012년 4월께부터 예방공사에 참여했으며, '말죽거리공원 호우 피해 복구'를 명목으로 '말죽거리공원 우성아파트' '말죽거리공원 구민회관' '말죽거리공원 횃불선교원' '말죽거리공원 경진갓길사면' 등 모두 4곳에서 공사를 진행했다. 또 우면산 예방사업 중 가장 많은 예산(10억3000만원)이 책정된 관문사 주변의 공사도 맡았다.

친인척 특혜 의혹 재점화우면산 복구사업에도 거론
'강남 지하도시' 치적용? 재선용?

2012년 작성된 '서울시내 산사태 예방사방사업 계약현황 목록'에 따르면 서울시의 각 구청 중 모든 계약을 수의계약으로 맺은 구는 서초구가 유일했다. 서초구는 안동시산림조합을 포함한 3곳의 업체와 모두 수의계약을 맺었다.

복수 관계자는 "왜 서초구가 안동시산림조합과 수의계약을 맺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관계 법령에 따르면 수의계약은 구청장 재량에 따라 긴급을 요할 때 허용되는데 안동에 있는 산림조합이 어떻게 서울에 있는 현장으로 '긴급히' 출동할 수 있냐는 것이다. 더불어 2012년 4월은 우면산 산사태로부터 수개월이 지난 시점이었음으로 수의계약이 아닌 공개입찰을 했었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안동시산림조합은 예정된 준공기한을 지키지 못했는데 많게는 3차례에 걸쳐 준공이 연기됐다. 안동시가 서초구로부터 추가로 수주 받은 서초구청 뒤 예방공사는 지난 19일이 돼서야 공사가 완료됐다.

이와 관련 한 구청 관계자는 "구는 기상 악화를 이유로 들고 있지만 원래 예방공사는 봄에 시작해 우기인 여름 전까지 끝내는 게 상식"이라며 "처음부터 시공능력이 떨어지는 업체에 수의계약을 몰아줘 사업이 지속적으로 연기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안동시산림조합이 처음 사업을 맡았을 때 포클레인이 1대 밖에 없었다"며 "이 같은 업체가 공사를 맡도록 허가를 내준 건 '안동'을 생각하지 않고는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다시 말해 안동 출신인 김씨와 진 구청장의 입김으로 안동시산림조합이라는 부실 건설업체에 사업을 몰아준 것 아니냐는 얘기다. 안동시산림조합은 이번 예방사업으로 모두 40억원 규모의 수익을 올렸다.

현재 안동시산림조합이 공사를 완료한 서초구청 뒤는 나무가 무분별하게 잘려나가 흉물스런 모습을 하고 있다. 또 말죽거리공원 횃불선교원 주변은 대대적인 벌목으로 산림이 심각하게 훼손된 상태다. 인근 주민은 "말죽거리공원은 집중호우 때 수해를 입지도 않았는데 왜 예방공사를 했는지 모르겠다"며 "풍경만 나빠졌다"고 안타까워했다.

안동시산림조합
특혜 있나 없나

이 같은 배경 속에 서초구의회는 우면산진상조사특위를 발족했다. 구의회 측은 "현재 자료를 모으고 있으며, 6월내에 담당 부처에 감사를 청구해 우면산 예방사업과 관련한 의혹을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진 청장이 우면산 예방사업 뿐만 아니라 1000억원 규모의 구민회관 재건축 등에서 '턴키' 방식으로 설계를 의뢰하려 한 적이 있다"며 "'언더그라운드 시티' 조성도 결국은 진 청장이 김씨를 밀어주기 위한 것 아니겠냐는 말이 많다"고 전했다.

관련한 여러 의혹들에 대해 진 청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언더그라운드 시티'는 민자 사업이고, 김씨와 관련한 어떠한 얘기도 들은 적이 없다"며 "만약 사실과 다른 내용의 보도를 할 경우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의 한 지역구에서 특정 당의 당원 명부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총선, 지방선거 등을 치르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당 관계자의 업무용 노트북에 담겨있던 정보가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올림픽 육상 100m 경기를 생각해 보자. 8개 레인에 각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선다. 이 선수들은 국내 선발전에서 1등을 차지했을 것이다. 국가대표로 뽑힌 선수는 올림픽에 출전해 예선을 치르고 결승에서 금메달을 다툰다. 0.01초 차이로 메달 색깔이 달라지는 경기에서 승자는 늘 단 1명뿐이다. 치열한 공천 경쟁 선거는 올림픽보다도 더 확고한 ‘승자 독식’ 구조다. 올림픽에선 2등에게 은메달, 3등에게 동메달이라도 주지만 선거에서 2등은 꼴찌와 같다. 당선자는 후보자에서 국회의원, 시·군·구의원, 구청장·군수, 시·도지사 등으로 신분 상승이 이뤄진다. 명예와 권력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는 자리로 순식간에 올라가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선거에 출마하려는 후보들은 당선 가능성이 큰 자리로 몰린다. 어떤 경기든 일단 출발선에 서야 경쟁을 할 수 있듯, 선거에서 공천은 본선으로 가기 위한 1차 관문이 된다. 자리는 하나, 후보는 여럿이니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최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불거진 공천 헌금 의혹은 자리를 돈으로 사려 했다는 내용으로, 관련자는 구속됐다. 최근 서울 구로구에서 일어난 당원 명부 유출 의혹도 공천 경쟁 과정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업무용 노트북에서 수십개의 엑셀 파일이 발견됐는데 그중 일부가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였고 이름, 연락처, 거주지 등이 포함된 이 파일이 상대 당의 후보 경선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2020년 21대 총선 당시 서울 구로을 지역구에서 거물급 인사가 후보로 맞붙었다. 구로을 지역은 서울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곳이다. 17대(2004년)부터 지난 22대(2024년) 총선까지 20여년간 민주당이 이겼다. 민주당(당시 통합민주당)이 사상 최악의 패배를 당한 18대 총선에서도 구로을 지역은 넉넉하게 수성한 바 있다. 업무용 노트북에서 발견 이름·연락처·거주지 담겨 구로에서만 평생 살았다는 한 시민은 “선거 때마다 텃밭, 험지 이런 말을 많이 쓰지 않나. 구로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사지’다. 민주당이 아주 꽉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총선 등에서 민주당 후보가 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몇몇 인사들은 바닥부터 훑어가며 선거를 준비한다. 민주당은 21대 총선 때 구로을 지역 후보로 윤건영 의원을 전략공천 형태로 낙점했다. 윤 의원은 당시 문재인정부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맡고 있었다. 현재까지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복심으로 불린다. 국민의힘은 서울 양천을 지역에서 내리 3선을 지낸 김용태 전 의원을 ‘자객’ 공천했다. 민주당의 독식으로 관심 지역에서 벗어나 있던 구로을이 순식간에 ‘격전지’로 떠올랐다. 문제는 구로을 지역 총선 출마를 준비하던 예비후보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민주당 조규영 전 서울시의원의 반발이 거셌다. 조 전 시의원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서울 비례대표로 정치권에 입성, 이후 구로2선거구에서 서울시의원으로 재선했다. 조 전 시의원은 최소한 경선은 치를 수 있게 해달라며 민주당의 전략 공천을 비판했다. 당시 조 전 시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지역 당원 수보다 더 많은 권리당원을 모았다. 열심히 뛰었다. 누구와 경쟁하든 경선에서 이길 자신이 있었다”며 “그러나 결과는 낙하산 공천이었다. 저는 특혜나 찬스를 원하지 않았다. 공정한 경선만을 바랐다. 낙하산 공천은 공정하지도 않고 본선 경쟁력도 없다”고 강조했다. 어디에 사용했나 조 전 시의원은 노숙 단식까지 해가며 경선을 촉구했지만 결국 낙천했다. 이후 다른 선거에도 출마하지 않았다. 잊히는 듯했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최근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업무용 노트북에서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표기된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발견된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원들의 이름과 연락처, 행정동 등이 기재된 엑셀 파일은 ‘(보안철저)저쪽디비’ 폴더에 담겨있었다. 해당 파일의 ‘구분’ 부분에 ‘조규영 일반 당원’이라고 표기돼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맞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에 민주당 구로을 국회의원 예비후보였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기재돼있다는 점에서 의심이 촉발됐다. 동시에 누가 노트북에 해당 파일을 옮겼는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문서가 발견된 노트북은 2020년 총선 과정에서 당원협의회에 업무용으로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만 사용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구로구의회에 입성한 A 구의원이 해당 노트북을 사용했다. A 구의원은 2022년 국민의힘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여성부장을 맡은 이력도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문제의 노트북은 A 구의원이 여성부장으로 활동할 무렵 사용했다가 후임자에게 넘겼다. 그는 “이후 여성부장이 바뀔 때까지 쭉 A 구의원이 가지고 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쉬쉬하다 이제서야 눈여겨볼 대목은 A 구의원의 이력이다. 그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비례대표 순번을 받아 당선됐지만, 2020년 총선 때까지만 해도 민주당 조 전 시의원을 보좌하는 수행비서 역할을 했다. 실제 조 전 시의원이 예비후보로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 곳곳에서 A 구의원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A 구의원은 조 전 시의원 낙천 이후 김용태 전 의원 배우자의 수행비서로 발탁됐다. 김 전 의원의 측근이 A 구의원을 추천한 것으로 안다”며 “2020년 총선에서 김 전 의원이 낙선하고 당협위원장으로 있을 당시 A 구의원이 비례대표로 공천받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측 정치인을 수행했던 인사가 국민의힘 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한 데 이어, 그가 직접 사용한 노트북에서 자신이 보좌했던 사람의 이름으로 파일명이 기재된 국민의힘 당원 명부가 발견된 셈이다. A 구의원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를 민주당 측에 유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대목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A 구의원이 조 전 시의원을 수행할 당시 지역구 경선을 대비해 당원 명부를 입수한 게 아닌가 싶다”며 “당시 경선까지 진행되지 않았기에 당원 명부가 실제 사용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문서를 가지고 있었다는 자체만으로도 의아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사실 이 문제는 올해 1월경에 처음 드러났다. A 구의원이 당원협의회에 노트북을 반납하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해당 폴더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쉬쉬’하다가 최근에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당협 회의에서 논의 A 구의원 “문제없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A 구의원의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지난 1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에서 논의됐다. 해당 의혹이 구로 지역에서 확산하자 A 구의원이 먼저 이 문제를 먼저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당원협의회 회의에 참석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 위원은 ‘덮고 가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문제가 불거지면 지방선거를 망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일부 관계자가 “심각한 개인정보 유출” “해당 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조사를 요청했지만 그 수가 많지 않아 관철되지 않았다. 회의에 참석한 한 위원은 “선거를 치르다 보면 당원 명단이 일부 흘러 다니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이렇게 명부가 통째로 유출되는 건 심각한 일”이라며 “명백한 해당 행위다. 자체 조사를 통해 징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 규정 제20조(징계사유)에 따르면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를 했을 때 ▲현행 법령 및 당헌·당규·윤리 규칙을 위반해 당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행위의 결과로 민심을 이탈케 했을 때 등의 사유로 징계할 수 있다고 돼있다. 해당 관계자는 A 구의원의 행위가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해당 행위? 징계 가능성? A 구의원은 해당 의혹은 전부 해명됐다는 입장이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당협 회의에서 이 문제가 논의됐는데 문제없다고 결론 났다.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일고의 논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의혹을 언급한 제보자에게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등으로 조치할 수 있다는 점을 전해 달라”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