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대 '진흙탕 송사' 내막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5.01 16: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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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총장 언론사주에 삥 뜯겼다?

[일요시사=사회팀] 장관을 지낸 대학 총장이 지역 언론사 사주를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지난 1999년부터 지금까지 수차례에 걸쳐 모두 3억여원을 갈취 당했다는 것이다. 14년이나 지난 이 사건이 왜 지금에서야 터진 것일까. 진실공방은 이제 막 시작했다.



박재규 경남대 총장이 상습공갈 혐의로 전 언론사 사주 A씨를 고소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지난 2일 박 총장은 창원지검 마산지청에 A씨를 고소하면서 "A씨가 1999년 3월께 대학비리 폭로 건으로 협박하면서 이를 빌미로 요직 임명을 강요했다"며 "2011년 5월께도 같은 건으로 협박해 5000만원을 갈취하는 등 최근까지 3억3100만원을 빼앗겼다"고 주장했다.

40년 친구끼리…

지난 1973년 경남대 교수로 임용된 박 총장은 1986년 같은 학교 총장에 부임했다. 또 이듬해인 1987년 학교법인을 경남학원에서 한마학원으로 변경해 경남대를 반석 위에 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1999년 DJ정부의 통일부장관으로 기용됐던 박 총장은 국정에서 물러난 후 2003년 경남대로 돌아가 지금까지 총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그래서 혹자는 박 총장을 "경남대의 살아있는 역사"라고 부른다.

박 총장과 A씨는 경희대 정치학 박사과정을 밟은 동문이다. 나이는 A씨가 박 총장보다 6살 많지만 박사 과정은 박 총장이 A씨보다 6년 먼저 패스했다. 두 사람은 몇 년 전까지 한 학회 고문으로 나란히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이들은 무엇보다 경남대에서 수십 년 넘게 같이 일한 막역한 사이다. A씨는 1971년 경남대의 전신인 마산대의 교양학부 부교수로 임명돼 2003년까지 재직했다. 박 총장보다 2년 먼저 경남대와 인연을 맺은 셈이다.

다만 승진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박 총장이 빨랐다. 경남대의 실소유주가 바로 박 총장이었기 때문. 경남대는 박 총장의 형이자 유신정권 막후 권력인 박종규 전 대통령경호실장이 설립한 대학으로 박 전 실장은 1980년 3월 경남대를 박 총장에게 물려줬다. 경남대 재단인 경남학원 이사장으로 박 총장이 취임한 것이다. 그리고 6년 뒤인 1986년, 박 총장은 경남대 2대 총장이 되면서 장기집권의 시대를 열었다.

박 총장이 형으로부터 경남대를 물려받을 무렵, A씨는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A씨는 정계에 입문하기 전 자신이 몸담았던 마산대를 경남대로 개명하고, 캠퍼스를 월영동으로 이전하는 등의 사업을 도맡아 당시 재단인 경남학원으로부터 큰 신뢰를 받았다. 이사장인 박 총장과 실무자인 A씨가 가까운 사이였음은 당연한 일. A씨는 다음 총선에서 낙마한 후 다시 경남대로 돌아가 강단에 섰다.

A씨는 1999년 자신이 재직하던 경남대에서 대외부총장에 오르는 등 막강한 힘을 과시했다. 그리고 A씨의 뒤에는 박 총장이 있었다. 2001년까지 부총장을 맡았던 A씨는 당시 경남대 대학원장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2003년 정년퇴임했다. 이 자리에서 경남대는 30년 넘게 학교에 헌신한 A씨에게 명예 훈장을 수여했다. A씨로서는 아름다운 마무리였다.

박 총장은 이 시기에 A씨로부터 대학 비리와 관련한 협박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1999년 3월께 자신을 부총장에 임명하도록 A씨가 강요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박 총장이 통일부장관으로 기용되면서 학교를 떠나자 A씨가 경남대를 장악했다는 얘기도 있다.

장관 임기를 마친 박 총장은 2003년 경남대로 돌아왔다. 그러자 이번에는 A씨가 정년을 마쳐 경남대를 떠났다. 하지만 이들의 질긴 인연은 계속됐다. A씨가 2009년 지역 신문사 회장으로 취임한 것이다.

이 신문사의 실질 소유주는 경남대다. 경남대의 학교법인이 한마학원이고, 이 한마학원은 해당 신문사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A씨의 부임도 박 총장의 후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후문이다. 


여기서 한 가지 의혹이 생긴다. 박 총장이 주장한 내용에 따르면 박 총장은 자신을 협박했던 사람을 신문사 회장으로 선임했다. 납득하기 힘든 인선인 셈. 이 같은 의혹에 대해 경남대와 해당 신문사 모두 "알 수 없는 일"이라며 답을 피했다.

박재규, 전직 언론사 사장 고소
비리 폭로 10년 넘게 협박 주장 
"3억3000만원 갈취"vs"비판하자 입막음용"

A씨가 신문사를 경영하고 있던 2011년 5월, 박 총장은 또 다른 대학비리와 관련 A씨로부터 협박을 받았고, 판공비 명목으로 5000만원을 건넸다고 전했다. 취재 결과 당시 불거진 의혹은 드러난 것만 두 가지. 학생회의 조폭 연계설과 재단 운영금의 주식 투자 의혹이었다.

하지만 A씨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학교 비리로) 박 총장을 협박한 사실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취재 전까지 피소사실을 모르고 있던 A씨는 "만약 고소가 사실이라면 모든 조사에 응하겠지만 이번 건(고소)은 원인이 있는 것"이라고 입을 열었다.

A씨는 지난해 신문사 주주총회를 의심했다. A씨는 “이 주주총회에서 2년 간 일했던 나와 B씨가 해임됐는데 총회를 앞두고 내분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전 신문사 경영진인 C씨는 지난 2005년 지역 건설업체에 압력을 행사하다 법정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기사를 쓰지 않는 대가로 정상 단가보다 비싼 광고료를 받아 챙긴 혐의다. 그리고 이때 당시 C씨와 공모한 B씨가 2012년까지 신문사 고위 간부로 있었는데 이를 감싼 박 총장 때문에 자신도 희생됐다는 얘기였다.

A씨는 "주주총회 다음 날 열린 퇴임식에서 박 총장의 행태와 신문사를 강하게 비판했다”며 "만약 고소가 사실이라면 이때 일을 계기로 고소한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박 총장이 내 아들을 따로 불러 (한마학원을) 건들지 말라고 협박한 적이 있다"고 강조했다.

법정 난타전 예고

이처럼 박 총장과 A씨의 폭로가 서로 엇갈린 가운데 경남대 측은 "이번 소송은 경남대와 관련이 없다"며 "모든 (소송) 준비는 총장님이 알아서 하시는 걸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신문사 역시 "우리와는 관계없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번 송사가 개인 간의 협박 건으로 그칠지 아니면 거대 재단의 비리 폭로로 이어질지 진실공방은 이제 막 시작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경남대 의혹은?
조폭 연계설부터 주식 투자설까지

경남대 학생회는 2000년 중반부터 끊임없이 조폭과의 연계설이 돌았다. 다른 지방대학들처럼 축제 등의 사업에서 지역 조폭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소문이었다. 


한 내부 관계자는 "회장 본인이 조폭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회장 주변 인물 중 조폭과 연루된 인물이 있던 건 사실"이라며 의혹을 뒷받침했다. 더불어 한마학원이 학교 운영비의 상당 부분을 주식에 투자했다는 설도 있었다. 

다행히 큰 손해는 보지 않았지만 만약 투자금에 등록금이 포함돼 있었다면 큰 논란을 야기할 수도 있는 문제였다.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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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진법사 ‘5000만원 관봉권’ 미스터리

건진법사 ‘5000만원 관봉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건진법사 전성배씨의 ‘5000만원 관봉권’ 출처를 두고 소문이 무성하다. 검찰은 대통령실 특활비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전씨는 그저 ‘기도비’라고 진술 중이다. 검찰이 김건희씨까지 수사 대상에 올린 점을 보면 전씨의 진술은 허위일 가능성이 크다. 전씨가 전방위 로비를 벌인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김씨의 소환조사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윤석열 일가를 향한 수사는 그간 서울중앙지검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건진법사 전성배씨의 로비 사건은 중앙지검이 아닌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리는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부장검사 박건욱)가 포문을 열었다. 전씨는 통일교와 캄보디아 사업 및 정·재계를 가리지 않고 돈을 받았다. 윤석열 일가와의 친분을 과시하면서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다. 수상한 증거들 남부지검은 전씨를 수사하기 이전에 한 가상자산 사기 사건을 수사 중이었다. 최근 정식 부서로 신설된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해 7월 ‘퀸비코인(QBZ)’ 관계자 이모씨 외 3명을 사기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사업 진행 능력이 없음에도 허위 자료를 제출해 스캠 코인을 상장했다. 1만명이 넘는 투자자로부터 가로챈 금액은 300억원에 육박한다. 남부지검은 수사 과정서 퀸비코인 관계자 이씨가 2018년 1월 자유한국당 경북 영천시장 후보 경선에 나선 정모씨를 전씨와 연결한 정황 및, 이들 간 수상한 자금 흐름을 포착했다. 취재를 종합하면 당시 정씨는 전씨 법당을 찾아 1억원을 건넸다. 이 사실을 파악한 남부지검은 지난해 12월 전씨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체포하고 그의 법당과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두 달여 전에는 경기 성남의 카카오 판교 서버를 압수수색해 전씨의 카카오톡 기록까지 확보했다. 전씨는 2022년 제20대 대통령선거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 대선캠프 네트워크본부서 상임고문으로 활동했다. 그의 처남으로 알려진 ‘찰리’ 김모씨도 전씨와 같이 활동했다. 전씨는 김건희씨가 운영하던 전시기획회사 코바나컨텐츠의 고문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전씨의 딸도 잠깐이지만 코바나컨텐츠서 근무한 이력이 있다. 남부지검은 전씨가 윤 전 대통령과 김씨와의 친분을 이용해 로비 행위를 벌였다고 보고 수사를 시작했다. 실제 전씨가 로비 창구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확인한 남부지검은 지난달 30일 윤 전 대통령 사저인 아크로비스타를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영장에는 “피의자들이 2022년 4월부터 8월 사이 공직자의 직무와 관련해 공직자의 배우자에게 선물을 제공했다”고 적시됐다. 청탁 사유로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ODA(공적개발원조) 사업 ▲YTN 인수 ▲유엔 제5사무국 한국 유치 ▲교육부 장관 통일교 행사 참석 ▲대통령 취임식 초청 등이 담겼다. 이 압수수색은 전씨를 통해 통일교 세계본부장 출신이자 2인자였던 윤모씨가 수천만원 상당의 그라프(Graff) 다이아몬드 목걸이, 샤넬 가방, 천수삼 농축차 등을 김씨에게 전달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절차였다. 남부지검은 윤씨가 지난 2022년 7월 전씨에게 ‘김 여사가 물건(천수삼) 잘 받았다더라, 건강이 좋아지셨다고 한다’고 보낸 문자메시지 내용을 확보하기도 했다. ‘한국은행’ 찍혔는데…통상 정부 예산 활용 금융권 “개인이 갖고 있을 수 없다” 일축 검찰이 지난 3일 전씨를 청탁금지법 위반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한 만큼 김씨에 대한 소환조사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남부지검 수사팀 내부에서는 김씨를 대선 직전에 소환조사해 실마리를 풀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전씨는 “목걸이와 명품백을 잃어버렸다. (김 여사가 잘 받았다는 문자는) 거짓 문자”라고 부인하는 상황이다. 김씨 측도 “전씨로부터 금품을 받은 사실 자체가 없다”는 입장이다. 우선 검찰은 윤씨가 전씨에게 윤석열정부의 캄보디아 ODA 사업 추진을 청탁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는 중이다. 검찰은 윤씨가 “윤 전 대통령과 독대했고 국가 단위 ODA 연대 프로젝트에 동의했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을 확인했다. 검찰은 지난 2022년 3월 윤씨가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 전 대통령과 김씨를 인수위서 만난 뒤 캄보디아 사업을 추진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통일교는 같은 해 메콩강 핵심 부지에 ‘아시아태평양유니언 본부’를 건립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윤씨는 훈센(Hun Sen) 당시 캄보디아 총리와도 이 사업을 논의했지만 자금난으로 추진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윤씨는 2022년 5월 한 통일교 행사에서 “3월 22일 대통령을 만나 1시간 독대를 하면서 이 나라가 가야 할 방향을 이야기하고 암묵적 동의를 구한 게 있다”고 말했다. 이어 “ODA는 비영리기구(NGO)가 펀딩 가능하고 국가가 지원한다”고 말한 바 있다. 검찰은 이 직후인 2022년 6월 기획재정부가 제4차 한-캄보디아 ODA 통합 정책협의서 대(對)캄보디아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차관 지원 한도액을 기존 7억달러에서 15억달러로 늘리는 기본 약정을 체결한 점을 주목했다. 한도액이 늘면 중기후보사업 승인 절차가 간소화돼 ODA 사업 수주가 쉬워지기 때문이다. 비슷한 시기에 김씨가 나토 순방 당시 착용했던 6000만원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와 관련해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이 불거지자, 윤씨는 전씨에게 “김 여사에게 빌리지 말고 하고 다니라”며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건넸다. 검찰은 지금까지 김씨 명의 휴대전화 3대를 확보했다. 이 중 1대는 김씨가 지난달 11일 서울 한남동 관저서 나오면서 보안 비화폰(안보폰)을 반납한 뒤 개통한 휴대전화다. 나머지 2대는 옛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서 사용하던 휴대전화로, 사실상 공기계로 알려졌다. 자택 압색 그 이후… 검찰은 100여개에 달하는 압수 대상에 윤씨 선물 명목으로 전씨에게 제공했다는 그라프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샤넬 가방, 인삼주 등도 적시했지만 확보하지 못했다. 법조계에서는 윤씨의 청탁이 성사됐거나 윤씨와의 직무 관련성 등이 입증된다면 김씨가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와의 전화 통화에서 “카톡 기록과 전달됐거나 전달되려 했던 물품들은 이미 수사팀이 확보했으니 김씨가 대면 조사를 피하긴 힘들다”며 “남부지검서도 성역 없이 수사 의지가 강하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현행법상 공직자의 배우자를 청탁금지법으로 처벌할 수 없으니 직무 관련성 입증이 관건”이라며 “입증만 된다면 알선수재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가장 중요한 건 전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할 당시 발견된 5000만원 관봉권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2월 서울 서초구 전씨의 집을 압수수색하면서 5만원권 3300매(1억6500만원)를 확보했는데, 이 중 5000만원은 비닐 포장이 벗겨지지 않은 상태였다. 검찰은 전씨에게 이 관봉권의 출처에 대해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관봉권은 ‘제조권’과 ‘사용권’ 두 종류로 나뉜다. 제조권은 한국조폐공사에서 한은이 받아온 신권으로 돈다발에 십자 형태의 띠를 두르고 비닐로 싸 압축한 형태다. 사용권은 한은이 시중은행서 회수한 돈을 검수해 낡은 돈은 폐기하고 사용하기 적합한 돈만 골라낸 것이다. 발견된 돈다발 김씨와 전씨 사건서 등장하는 관봉권은 모두 사용권이다. 전씨 자택서 발견된 5000만원 관봉권 돈다발은 한은이 적힌 비닐로 포장돼있었고, 비닐엔 기기 번호와 담당·책임자 일련번호도 적혀 있었다. 그러나 김씨 측이 옷값을 치를 때 썼던 관봉권은 비닐 없이 띠지만 둘러져 있는 돈다발 형태였다. 관봉권은 국가 예산으로 편성되는 대통령실(청와대)과 검찰, 국가정보원 등 사정기관의 수사나 조사에 필요한 특수활동비로 쓰이기도 한다. 과거 정부에서는 이 특활비가 로비 자금으로 악용됐다. 한은은 전국에 16개 지역 본부를 두고 금융기관에 관봉권을 보낸다. 서울엔 남대문 본점 및 강남본부 등 두 곳이 있다. 이 중 강남본부가 대통령실과 사정기관 등에 예산 조달을 담당해 왔다. 다만 민간인의 집에서 관봉권이 발견될 수 없다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대개 일반 정부 예산은 관봉권 형태가 아닌 계좌이체 등을 통해 전달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수천만원 상당의 관봉권이 묶인 채로 남아 있는 건 영수증 내역도 남지 않는 특활비”라며 “통상 정보와 사정기관이 ‘돈의 주인’”이라고 말했다. 실제 검찰도 전씨의 자택서 발견된 5000만원 관봉권이 강남본부서 나왔다고 보고 있다. 이 관봉권에는 ‘2022년 5월13일’이라는 날짜가 기재돼있다. 윤 전 대통령 취임일 사흘 뒤다. 전씨는 검찰 조사에서 주로 돈은 ‘기도비’ 명목으로 받아왔지만 관봉권은 정확하게 누구에게 받은 돈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한은 방문 이후 전씨의 집에서 발견된 관봉권에 적힌 ▲기기번호 ▲담당자 ▲책임자 ▲발권국 항목 등의 의미를 확인했다. 기기번호의 뜻은 정사기(검수기) 기기번호와 기기호수를 뜻하고, 발권국 정보에는 정사 업무를 담당하는 발권국 화폐관리1팀을 의미하는 숫자인 것으로 전해졌다. MB 때 국정원 ‘입막음·로비’ 용도로 사용 검·정보 “이번엔 아니다”…남은 건 용산 포장지에 적힌 ‘2022년 5월13일 오후 2시5분59초’는 한은이 검수를 마친 시각이라고 한다. 다만, 한은은 개별 사용권이 어느 시점에 어느 금융기관으로 지급됐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고 한다. 금융기관서 화폐를 요청하는 경우 ▲지급한 금융기관명 ▲지급일자 ▲권종 ▲금액 등만 기록할 뿐, 어떤 사용권 묶음을 제공했는지는 별도 기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관봉권이 지난 대선 기간 전씨가 운영했던 윤 전 대통령 선거캠프 운영비일 수 있다고 보고 금융 흐름을 추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올해 초 당시 네트워크 본부장으로 있던 오을섭씨를 소환조사하면서 양재동 캠프의 운영비 출처를 물어본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서는 해당 관봉권 출처가 불분명한 만큼 특활비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범죄 수사 경험이 풍부한 한 변호사는 “출처를 확인하기 어려운 한은 뭉칫돈은 대부분 특활비”라며 “특활비라면 한은 검수 이후 수천만원 상당의 돈이 필요한 곳은 보통 사정기관이다. 일반적으로 정부 예산은 뭉칫돈으로 전달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결국 사정기관 담당자들을 불러 확인해봐야 하는데 정보기관에서는 특활비 활용 자체가 보안으로 분류돼 확인도 어려울 것이다. 출처 규명에 꽤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와 접촉한 복수의 사정기관 관계자들은 ‘국정원 특활비’는 아니라고 단언했다. 앞서 이명박정부 청와대는 국정원 특활비를 상납받은 바 있다. 지난 2011년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은 국정원의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을 폭로했는데, 당시 국정원은 관봉 형태의 특활비 5000만원을 장 전 주무관에 ‘입막음비’로 전달했다. 이 같은 내용은 검찰 수사와 공판 등을 통해 청와대서 국정원 특활비를 받아 장 전 주무관에 전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불분명한 출처 어디?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과거 국정원 특활비와 흡사해 보이지만 2022년 이후의 특활비 활용이나 대통령실을 통해 쓰인 ‘국정원 특활비’ 등에 대해서 들여다봤을 때 불법적이거나 위법하게 쓰인 사실이 없다. 한 개인에게 갈 일은 더더욱 없다”고 못 박았다. 검찰 관계자도 “남부지검서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자세히 말할 순 없지만 검찰 특활비는 아니다. 남부지검 수사팀도 검찰과는 상관없는 관봉권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