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골목 세태> 이동식 성매매 '리무방' 실체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3.19 10: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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씽씽 달리는 차안서 쌕쌕…한강변 황홀 섹스

[일요시사=사회팀] '달리는 안마시술소'에 대한 얘기를 우연히 접했다. 한강을 끼고 달리는 자동차 안에서 퇴폐적인 성매매가 이뤄졌다는 소문이었다. 처음에는 생소했지만 거듭 이야기를 듣다보니 "리무방은 이미 몇 년 전부터 성행했다"는 의외의 사실도 발견했다. "한강변을 달궜다"는 누구의 말처럼 한시적 이벤트는 업소 마니아들 사이에서 이미 뜨거운 감자로 자리잡고 있었다.



서울 선릉역 인근에 위치한 한 사무실. 전날 늦게까지 이어졌던 회식 탓인지 A씨는 책상 앞에서 연신 고개를 꾸벅였다. 미팅을 기다리던 그의 잠을 깨운 건 메시지 알람. 하루에도 몇 번씩 도착하는 풀싸롱 광고는 그의 화려했던(?) 과거를 짐작케 했다.

소문만 무성
이동식 안마

몇 년 전까지 A씨의 통화목록에는 '*실장' '*상무'와 같은 전화번호가 상주하고 있었다. 원래 A씨는 즐겨 찾는 단골 업소가 몇 군데나 될 정도로 밤문화와 친했다. 1년 전 결혼과 함께 A씨의 업소 탐방은 끝이 났지만 어쩌다 친구라도 만나 술 한 잔 걸치면 숨겨진 욕구가 꿈틀대는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러나 A씨도 '달리는 안마시술소'에 대해서는 "처음 듣는 얘기"라며 고개를 저었다. '달리는 자동차 안에서 관계를 맺는다'는 서비스가 금시초문이라는 것.

다만 A씨는 "사람들은 주로 유명한 것만 찾는데 (새로운 걸 원한다면) 그럴 가능성이 아예 없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란 단서를 붙였다. 그동안 워낙 다양한 종류의 성매매가 우후죽순처럼 생긴 만큼 자신도 모르는 사이 "수요가 있다면 그에 따른 공급도 있지 않았겠냐"는 조심스런 의견이었다.

여기저기 수소문한 끝에 A씨가 확인한 사례는 두 가지. 첫 번째는 대리 운전사가 성매매를 제공하는 경우였다. 성구매자가 업체에 전화를 걸면 여성 대리 운전사가 파견돼 성구매자에게 차 안에서 성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다.

업소 단속기간 한시적 이벤트…VVIP급만 초대
주로 스타크래프트 이용해 손님 받아 성행위

통칭 '섹시 대리운전'이라고 불렸던 이 서비스는 그 폐해가 많아 요즘에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선 성매매를 제공한 측에서 성폭행을 주장해 경찰 조사로 이어진 전례가 있었고, 종사자 연령이 30대가 넘는 경우가 많아 그 수요가 생각보다는 많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더불어 성을 구매한 쪽에서 돈을 제대로 지불하지 않는 건 물론이고 심한 경우는 폭행까지 가해 위해를 입히는 등 성매매 활동으로 기대되는 대가에 비해 그 위험성이 너무 커 성노동자 역시 전업으로 뛰는 건 기피했다는 후문이다.

두 번째는 암암리에 벌어지는 '2차'다. 노래방이나 유사 성행위 업소는 물론이고, 술이 곁들여지는 룸살롱, 텐프로 등은 2차를 나가지 않는 게 관례다. 개중에는 손님 급수에 따라 업소 측에서 먼저 2차를 제공하기도 하지만 이른바 '와꾸'(얼굴)가 맞을수록 2차를 나가기란 쉽지 않다. 부르는 곳이 많기 때문. 설사 운 좋게 2차를 나간다 하더라도 성행위는 호텔이나 모텔 등 숙박업소에서 벌어지는 게 일반이다. 하지만 강남을 기반으로 활동했던 대리운전 기사의 말을 들으면 꼭 그렇지도 않다. 의외로 자동차 성행위를 선호하는 고객이 많다는 것. 하지만 그가 말한 건 '정지된 차'였지 '움직이는 차'는 아니었다. 정지된 차에서의 행위는 너무 흔했다.

밴이 움직였다
몸도 움직였다

급한 대로 A씨의 지인을 통해 한 남성이 밝힌 '리무방'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리무방은 리무진과 보도방의 합성어로 '달리는 안마시술소'라 봐도 무방하다. 리무방을 경험했다고 밝힌 남성에게는 속칭 '연애'를 받아줄 '애인'이 있었다. 여기서 애인은 진짜 애인이 아닌 업소에서 만나는 하룻밤 파트너를 뜻한다.

애인을 만나기 위해 이 바닥에서 3시간 사전 예약은 상식이다. 그러나 소위 말하는 탕돌이(업소 마니아)가 아닌 이상 술을 좀 마시다보면 예약 없이 무작정 업소를 찾게 되는 경우도 더러 있다. 이들이 예고 없는 리무방을 경험하게 된 건 이렇듯 술에 취해 업소를 찾았을 때였다.

A씨가 소개한 이 지인은 '사전 검증'을 거쳐 해당 업소를 방문했다. 업소 고르기로는 아이 엄마가 젖병 고르듯 신중한 이 남성은 "원치 않는 선수가 걸려 내상을 입을 수도 있기 때문에 늘 선택에 신중을 기했다"고 설명했다.

서울 서초에 있는 유명 안마 시술소를 찾은 건 어느 가을날이었다. 이곳의 단골 고객이자 A씨의 지인인 익명의 남성 B씨는 택시를 타고 업소에 도착했다가 뜻밖의 난관에 부딪혔다. 영업을 하지 않아 로비에 사람이 없는 건 물론이고 건물 주변에도 아무 인기척이 없어 난감한 처지에 놓인 것이었다.

출발 전 친구에게 "이곳 물이 끝내주니 재밌게 놀고 가자"며 큰 소리 떵떵 쳤던 걸 생각하니 쉽사리 발걸음을 돌릴 수도 없었다.

급한 마음에 B씨가 전화를 돌린 건 '*이', 직함은 실장이지만 서로 호형호제하기로 했기에 B씨는 평소 그의 가명을 그렇게 불렀다고 했다.

"*이, 뭐야. 오늘은 영업 안 해? 미리 말을 해줬어야 될 거 아냐."

술에 취한 B씨는 다소 강한 어조로 상대를 채근하며 말을 건넸다. 그러자 상대의 답변이 돌아왔다.

"형님, 죄송합니다. 저희가 요즘은 단속이 있어서…. 대신 제가 아는 동생 하나 있는데 오늘은 그쪽으로 한 번 뫼시죠."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사내의 목소리는 싹싹했다. 그러나 B씨는 오히려 성질을 냈다.

"내가 오랜만에 친구 만나서 여기 소개시켜준다고 얼마나 멀리서 찾아왔는데 말이야."

B씨는 어떻게든 이곳에서 서비스를 받으려고 마음을 먹었다. 대체 서비스가 얼마든지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B씨의 끈질긴 요구에도 쉽사리 응하지 않던 *이가 뜻밖의 제안을 내놨다.

"그럼 형님, 안에서 서비스는 안 되고요. 시원하게 드라이브 한 번 어떠십니까?"

예상외의 제안에 B씨는 덜컥 반문했다.

"누구랑?"

돌아온 대답은 명쾌했다.

"당연히 우리 애들이죠."

담배를 천천히 한 대 정도 태울 무렵 커다란 밴이 B씨 앞으로 도착했다. B씨는 밴을 타고 어디론가 이동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게 지금껏 이어져 온 이 바닥의 오랜 관행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착한 밴의 뒷좌석에는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한 여성이 있었다. 이 여성은 모노톤의 짧은 원피스를 입고 B씨를 맞이했다. 당시 상황에 대해 B씨는 "제법 쇼킹했었다"고 회상했다.

친절히 운전자의 안내를 받은 B씨는 차 뒷문을 열고, 원피스 여성과 동승했다. 차문이 닫히며 “그럼 즐거운 시간 되십시오”라는 의례적 인사가 B씨의 귓가를 맴돌았다. 정신을 차릴 때쯤 차량은 도산대로를 지나 올림픽대로를 돌며 기분 좋은 질주를 하고 있었다.

성매매특별법이
성매매 키운다?

속칭 '리무방'으로 불리는 이 같은 퇴폐 영업은 2000년대 중반부터 서울을 중심으로 잠시 성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성매매특별법 시행으로 경찰의 단속이 강화되자 업주들은 각자 차별화된 기획으로 경쟁했는데 이중 달리는 차량에서 안마를 받는 서비스는 '참신한 기획'으로 호평을 받았다는 주장이다.

무엇보다 정지된 차량이 아닌 움직이는 차량이란 점에서 일부 고객들은 이 '리무방'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였다는 후문이다. 업소 문화에 정통한 한 남성은 "이동식 안마서비스가 널리 알려져 있지 않은 까닭은 VVIP급 고객에게만 서비스가 공개되기 때문"이라고 첨언했다. 또 다른 업소 종사자도 "사실 이 곳을 찾는 사람들은 자신이 익숙한 것만 즐기려 한다"면서 "이동식 안마서비스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고 견해를 더했다.

이동식 성매매는 이처럼 '아는 사람들만 아는 번외 서비스'의 영역이다. 수요도 많지 않을뿐더러 일반 고객들에게 제의했을 시 반응도 적극적이지 않아 부득이하게 성매매 업소가 영업을 하지 않을 때만 행하는 이벤트 서비스라는 설명이 주를 이룬다.

실제 성인을 겨냥한 몇몇 사이트에는 '달리는 안마시술소'를 경험했다는 수기가 올라오기도 했다. 해당 수기와 몇몇 증언들을 토대로 종합한 결과 '리무방'에 사용되는 차량은 개조된 스타크래프트 밴으로 확인됐다. 일부는 대형SUV를 사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캠핑카를 타봤다는 증언은 듣지 못했다.

성매매를 목적으로 차량이 개조된 만큼 내부 구조도 상당히 특이하다. 흡사 미니 안마시술소를 연상케 하는데 운전석과 조수석을 제외하고는 차량 내부가 침대, 샤워시설, 수납장 등으로 채워져 있다.



또 운전석과 뒷좌석 사이에는 두꺼운 커튼이 쳐져 손님 입장에서는 '둘만의 사생활'이 침해받지 않도록 보호된다. 후기를 적었던 한 30대 고객은 "오히려 섹스 도중 내 앞에 누군가 있다는 게 더 스릴 있었다"고 고백했다.

이 이색서비스의 최대 강점으로 꼽히는 건 속도감과 전망이다. 흡사 영화의 한 장면처럼 달리는 차 안에서 서울 시내의 야경을 바라보며 성행위를 할 수 있다는 건 흔치 않은 경험이다. 덜컹거리는 불편함과 상대적으로 간소화된 서비스에도 불구하고 '리무방'이 소수의 마니아를 이끌었던 건 이 같은 분위기가 워낙 훌륭했던 까닭이다.

주행 시간은 대략 1시간으로 정해져있는데 올림픽대로가 주요 코스로 지목된 건 한 마디로 '와꾸(아귀)'가 잘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도로 사정과 주변 전망, 출발 지점과의 왕복거리 등을 고려할 때 올림픽대로 만한 장소가 없다는 것.

아울러 집이 가까운 손님들은 업소로 되돌아 올 필요 없이 그대로 집까지 바래다주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리무방'은 때때로 귀가 택시에 비유되기도 한다.

강남∼여의도 올림픽대로 코스 
차안서 제공 이색서비스 다양 "서울시내 야경 보면서…"

한 업소 관계자는 "정확히 말해 리무방과 이동식 안마는 다른 서비스"라고 말했다. 리무방이 성행위에만 방점을 찍는다면 이동식 안마는 오일과 찜수건과 등을 활용한 안마가 곁들여진다는 것. 이 관계자는 "이동식 안마의 경우 특별히 고안된 게 아니라 일본에 있는 테마 안마시술소를 본 떠 만든 것에 불과하다"며 "처음에는 자동차 테마가 색다르게 인식돼 인기도 좀 있었지만 안마 업소 측에서 비용부담을 느껴 최근에는 개시되지 않는 서비스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즉 '리무방'만 전문적으로 하는 업소와 퇴폐 안마의 한 코스로 '이동식 안마'를 운영하는 별개의 업소가 존재한다는 설명이다.

선릉역 부근의 대형 업소인 ㄱ안마시술소를 찾아 소문을 확인했다. ㄱ안마시술소는 '스타크래프트'를 이용한 이동식 안마를 국내 최초로 선보인 업소다. 이 업소의 한 관계자는 "VIP 고객에게만 서비스를 제공했던 적이 있다"고 사실을 확인했다. 한강변에 출몰하는 스타크래프트, 그 안에서 성매매가 이뤄지고 있던 것이다.

또 이 관계자는 "당시 도입을 두고 여러 말들이 많았지만 경찰 단속을 피하기 위함이라든가 일본식 서비스를 도입하기 위함이라든가 이런 것들은 사실과 거리가 멀고, 고객에 대한 답례 차원에서 기획됐던 아이템으로 보면 될 것 같다"고 의견을 덧붙였다. 다시 말해 자동차 컨셉을 원하는 손님들의 요구에 응했다는 얘기다.

그러나 ㄱ안마시술소는 현재 공식적으로 "해당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보안상의 이유인지 "자세한 내용은 밝힐 수 없다"는 말만 주변을 통해 전해들었다.

"지금은 안해"
"누군가는 해"

과거 성매매업소는 구매자를 유혹하기 위해 차별화된 서비스와 아이템을 선보였다. 그러나 최근 '오피'나 '출장'이 뜨면서 서비스와 아이템의 비중은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때 수도권까지 유행이 퍼졌던 '리무방' 바람이 주춤한 것도 결국에는 이 같은 추세를 반영한 것 아니겠냐는 분석이 복수 관계자들에게서 나왔다. 관리비만 많이 드는 시설로 승부하기보단 예쁘장한 '선수'로 승부를 보겠다는 전략인 셈. 더욱 음성화되고 다양화된 성매매에 이래저래 단속 의무를 쥔 경찰의 시름만 깊어지고 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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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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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