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장악' 7인회 배후설 추적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3.13 13:3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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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H 뒤에 보이지 않는 손 '꿈틀'

[일요시사=사회팀] 조만간 차기 검찰총장 후보 인선이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 가운데 '7인회'의 김기춘 전 대법관이 총장 선임을 가르는 주요 변수로 부상했다. 청와대와 주파수를 맞추려는 김진태 대검 차장이 유력 후보로 떠오른 가운데 막후의 권력기관 장악 시나리오는 이미 시작됐다.



검찰이 바빠졌다. 지난 4일 황교안 법무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 청문보고서가 채택되면서 수면 아래 있던 검찰개혁 논의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

김진태 유력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검찰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는 건 각계 공통된 반응이다. 특히 검찰발 정보는 여론의 흐름을 주도하며 박근혜 정부의 난맥상을 가리고 있다.

지난달 19일 인천지검 외사부(김형규 부장)는 노현정·박상아 자녀의 외국인 부정입학 정황을 언론에 공개했다. 5개월 전 같은 의혹이 불거졌을 때 "박상아가 수사대상에 올라와 있는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던 것과 대조적이다.

이와 함께 인천지검 특수부는 지난달부터 '프로야구 비리'와 관련한 내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유명 야구인이 포함된 수사리스트가 공개될 경우 적잖은 파장이 예고되는 상황. 그러나 의정부지검 형사5부(유혁 부장)는 인천지검보다 앞서 스포츠 비리를 터뜨렸다. 프로농구 승부조작에 관여한 강동희 감독을 지난 7일 소환 조사한 것. '거물'을 잡은 의정부지검은 "밥값 했다"는 평가를 들으며 청와대의 시선을 잡아끄는데 성공했다. 의정부지검은 또 다른 현역 감독으로 칼끝을 돌리고 있다.


백미는 서울중앙지검이다. 프로포폴 연예인 수사리스트, 서미갤러리 탈세, 조용기 목사 배임 등이 연이어 터졌다. 지난 1월 있었던 유명 디자이너 박준의 성폭행 피소는 정부조직개편안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 시점에 공개됐다.

한 검찰 소식통은 이를 두고 "검찰이 위력시위를 하면서 청와대에 줄서기를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우리가 잘 하고 있으니 예쁘게 봐 달라"는 일종의 '충성경쟁'이라는 분석.

법조계 내부 한 관계자는 "검찰총장 후보자추천위원회가 세 후보를 추천하자 인수위가 이를 반려했다는 후문을 들었다"며 "박근혜 정부가 검찰 내부 인선에까지 개입하고 있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한 마디로 청와대가 검찰의 인사권을 쥐고 은근슬쩍 줄서기를 종용한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누가 검찰을 장악하려 하는 것일까? 한 검찰 관계자는 "검찰의 운명은 결국 7인회에 달렸다는 뼈있는 농담이 들렸다"며 소문을 확인했다. "대통령 최측근인 7인회가 검찰 내부 인선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는 믿을만한 전언이었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사상 초유의 '검란사태'를 맞이하며, 한상대 전 검찰총장이 중도 사퇴하는 부침을 겪었다. 조직 수장이 공석으로 남겨진 상황에서 검찰총장후보자추천위원회는 박근혜 정부 출범 전인 2월7일 차기 총장 후보로 김진태 대검 차장, 채동욱 서울고검장, 소병철 대구고검장 등 3명을 후보자로 추천했다.

7인회 핵심 멤버인 김기춘 전 법무부 장관이 박근혜 정부 인선을 주도하고 있다는 의혹도 이맘때쯤 들려왔다. 정수장학회 1기 장학생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김 전 장관이 정홍원 국무총리, 황교안 법무부 장관 등을 추천했다는 소문이었다. 이들은 모두 공안라인으로 특수부 출신 검사들과는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이 같은 정황을 근거로 검찰총장 세 후보자 중 가장 선임 가능성이 높은 검사는 김 차장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김 전 장관은 1988년 검찰총장을 역임하며 오랫동안 김 차장과 막역한 사이로 지내왔다. 또 황 장관의 사례처럼 김 전 장관이 박 대통령의 핵심 참모진에게 "김 차장을 밀어달라"고 말했다는 비화가 돌고 있는 상황이다.


또 김 차장은 검찰 조직 내 보기 드문 친불교 성향을 갖고 있어 조계종 종단과도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조계종과 악연이 깊은 황 장관에 이어 검찰수장까지 기독교 인사로 채워질 경우 종교 편향 논란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김 차장은 매력적인 카드로 꼽힌다.

하지만 검찰총장에 대한 인사청문권을 갖고 있는 한 법사위 소속 관계자는 "만약 김 차장을 추천한다면 황 장관과 '코드'가 안 맞을 것"이라며 "지역 안배 차원에서라도 호남 출신인 소 고검장이 되지 않겠느냐"는 추측을 내놨다. 

검찰총장 인선 앞두고 앞다퉈 '충성경쟁'
'7인회' 주요 변수로 부상…카르텔 형성?

그러나 이에 대해 한 검찰 소식통은 "그건 조직을 잘 모르고 하는 소리"라며 소 고검장의 선임 가능성을 낮게 평가했다. 

이 소식통은 "소 고검장은 15기로 김 차장, 황 고검장보다 한 기수 낮은데 검찰 관행상 후배가 검찰총장이 되면 선배기수는 모조리 사퇴해야 한다"면서 "검찰 물갈이를 바라는 국회라면 모르겠지만 대부분의 14기 검사는 지금 용퇴할 생각이 없다"고 전했다.

이들 외에 남은 1명의 후보자 채 고검장은 대체로 검찰 내부 평가에서 합격점을 받고 있다. 채 고검장에 대한 인물평을 부탁하자 한 관계자는 "검란사태 당시 지휘부 중 가장 먼저 전면에 나서 한 전 총장을 끌어내릴 정도로 정치적 감각이 있는 지휘자"라고 전했다.

채 고검장은 박근혜 측근인 모 오페라단 A이사장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A이사장은 박 대통령과 독대를 할 정도로 청와대 문고리와 가깝다. 만약 채 고검장이 이 같은 인맥을 활용해 '막판 뒤집기'를 시도한다면 김 차장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황 장관과 손잡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그러나 황 장관의 선택은 결국 김 전 장관의 머리에서 좌우될 것이라는 게 유력한 관측이다. 김 전 장관이 황 장관을 추천한 이상 조직 내부 장악도 하지 못한 상황에서 황 장관이 독자 판단을 내릴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 더불어 '7인회'를 등에 업었다는 건 박근혜 정부에서 권부에 가까워졌다는 방증이기 때문에 김 전 장관과 쉽게 척을 질 수 없을 것이라는 추측도 검찰 안팎에서 나왔다.

한 변호사는 "김 전 장관이 법무부장관을 역임할 때 김 차장은 법무부에서 일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같은 경남 출신인 이 두 사람이 막후와 실세로 재회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견해를 덧붙였다.

굳히기? 뒤집기?

현재 김 차장은 검찰총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다. 누구의 지시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으나 일련의 검찰발 정보가 새어나오는 게 김 차장이 청와대 쪽에 '성의를 보이는 것'이라는 주장이 여의도에서 제기되고 있다. 검찰 조직을 개혁으로부터 안전하게 보전해주는 대가로 '충성 맹세'를 하고 있다는 것.

무엇보다 사정기관의 한 관계자는 "김 차장의 검찰, 정 총리의 청와대, 황 장관의 법무부를 잇는 박근혜 정부 핫라인이 바로 김 전 장관"이라며 "이들은 드러나지 않는 막후에서 권력기관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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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