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1000만 스타' 류승룡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3.08 10:5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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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의 귀재…연기의 제왕…마성의 매력

[일요시사=연예팀] '시작은 미약했지만 끝은 창대하리라'
유명한 구절처럼 류승룡은 단역으로 시작해 충무로 최고의 '흥행킹'으로 거듭났다. 영화배우가 전성기를 맞이한다는 40대. 영화 <7번방의 선물>로 당당히 '1000만 흥행배우'의 반열에 오른 류승룡의 전성기는 이제 막 시작됐다.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을 연출한 민규동 감독은 함께 작업한 배우 류승룡에 대해 "지문 사이 행간도 읽어 스크린을 가득 채우는 배우"라고 평했다. 캐릭터 분석에서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류승룡은 영화 <7번방의 선물>을 통해 '관객석을 가득 채우는 흥행 배우'로 거듭났다.

<7번방의 선물>
천만관객 돌파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조용한 돌풍은 이내 태풍이 되어 극장가를 덮쳤다. 류승룡이 첫 단독 주연을 맡은 상업영화 <7번방의 선물>은 누적 관객수(2월 26일 기준) 1052만7224명을 기록했다. <7번방의 선물>에서 함께 호연한 배우 정진영의 주연작 <왕의 남자>가 기록한 1051만명을 근소하게 넘어선 수치다.

더욱 놀라운 건 <7번방의 선물>의 흥행몰이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제 류승룡은 자신이 조연으로 출연했던 전작 <광해, 왕이 된 남자>의 흥행스코어(1231만명)에 도전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두 작품 연속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천만배우'라는 타이틀까지 거머쥐었다.

영화계는 지금 배우 김윤석 이후 등장한 이 무서운 흥행카드에 주목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배우 하정우까지 더해 이들을 '충무로 트로이카'라 부르고 있다. 충무로의 확실한 대세로 떠오른 류승룡은 <최종병기 활>(2011), <내 아내의 모든 것>(2012), <광해, 왕이 된 남자>(2012)에 이어 <7번방의 선물>까지 4연타석 홈런을 치며 일약 '국민배우' 반열에 올라섰다. 네 작품의 누적 스코어를 합치면 모두 3천5백만에 이른다. 영화 <고지전>(2011)까지 더한다면 무려 4천만에 육박하는 경이로운 흥행 성적이다.


조연 <광해> 이어 주연 <7번방의 선물> 연속 홈런
빅 흥행카드 김윤석·하정우와 '충무로 트로이카'

류승룡은 최근 3년 사이 그야말로 거칠 것 없는 흥행계보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이 흥행계보를 거슬러 가다보면 '무명 시절' 류승룡을 만날 수 있다. 장진 감독의 <거룩한 계보>(2006)는 그의 필모그래피를 언급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다.

극중 조직에게 배신당한 사형수(정순탄 역)로 분한 류승룡은 매력적인 중저음과 강인한 눈매로 영화팬들의 이목을 한 눈에 사로잡았다. 다소 거칠게 기른 수염은 '마초 냄새' 물씬 나는 그의 마스크와 맞물려 스크린에 묘한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거룩한 계보>에 함께 출연했던 배우 정준호는 당시 있었던 기자간담회에서 "이 영화는 류승룡이라는 보석 같은 배우를 발견한 영화"라고 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비록 <거룩한 계보>가 흥행 면에서 썩 좋은 성적을 남기진 못했지만 '류승룡'이라는 이름 석 자는 그를 기억하는 관객들의 뇌리에 남았다. 그때부터 류승룡은 소위 말하는 '될놈'으로서의 가능성을 싹 틔웠다.

장진사단 출신
난타통해 성장

류승룡은 '톱스타의 산실'로 불리는 서울예대를 졸업했다. 연극과 90학번인 그는 방송인 신동엽, 배우 안재욱, 정재영, 황정민, 임원희 등을 동기로 두고 있다. 대다수 서울예대 출신들이 그렇듯 그는 맨 처음 대학로에서 전업 배우 생활을 시작했다.

같은 학교 선배인 장진 감독과의 인연도 대학로에서 시작됐다. '장진 사단'의 일원인 그는 줄곧 장진 감독의 연극에 출연했다. 연극 <서툰 사람들>, <택시 드리벌> 등이 당시 출연했던 작품이다. 이때 맺었던 인연은 류승룡의 영화 데뷔로 이어졌다. 그러나 류승룡이 연극 무대에서 곧바로 영화판으로 뛰어든 건 아니다. 류승룡은 1998년 대학로를 떠나 넌버벌(Non-Verbal) 퍼포먼스 <난타>에 합류했다. 대사 없이 몸짓과 눈짓만으로 감정을 전달하는 무언극이었다.


그는 브로드웨이를 목표로 <난타>에 합류했다. 송승환 대표가 <난타>를 처음 기획했을 당시 그는 극단을 그만두고 오디션을 선택했다. <난타>의 일원으로 전 세계 곳곳을 누비며 그는 배우로서 갖춰야 할 마음가짐과 내공을 닦았다고 전해진다. 그렇게 5년이 흐르고, 연극배우로서 전성기를 누릴 때 그는 미련 없이 <난타>를 그만뒀다. '박수칠 때 떠나라'는 말을 믿었기 때문이다.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류승룡은 "예술인이 점점 안정적인 생활에 길들여져 기술인이 되가는 걸 느꼈다"며 <난타>를 그만둔 배경을 설명했다. 그렇게 그는 배우로서의 다른 길을 찾았고, 영화계 선배인 장진 감독을 만났다.

그때 당시를 회고하며 류승룡은 "나 연기하고 싶다. 말 좀 하자"며 장진 감독에게 불쑥 찾아갔던 일화를 소개했다. 그리고 장진 감독은 2004년 <아는 여자>를 통해 류승룡의 기념비적인 영화 데뷔를 성사시켰다. 그때 맡았던 역할은 이름 없는 강도였다.

이후 류승룡은 영화 <소나기는 그쳤나요>와 <고마운 사람>에서 장진 감독과 호흡을 맞추며, 영화판에 얼굴을 알렸다. 그리고 2005년. <박수칠 때 떠나라>를 통해 충무로 관계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어필했다.

류승룡은 영화 <박수칠 때 떠나라>에서 주연을 맡았던 배우 차승원의 라이벌 검사 역을 훌륭히 소화했다. 이 작품으로 류승룡은 무명 배우에서 '가능성 있는 조연'으로 급부상했다. 특히 임권택 감독 등 충무로 저명인사들은 '마초적인 매력'의 소유자인 '배우 류승룡'을 눈여겨보며 계약서를 내밀었다. 저마다 비중 있는 조연 역할이었다. 박수칠 때 연극 무대를 떠났던 류승룡은 이제 영화계에서 당당히 박수 받는 사람이 돼있었다.

장진 감독과의 인연도 이어졌다. 류승룡은 <거룩한 계보> 출연 후 가진 인터뷰에서 "현재 내가 매니저가 없는데 장진 감독이 사실상 내 매니저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시 류승룡이 출연한 영화에 대해 장진 감독이 계약서 부분을 담당해준 것. 이후 그는 영화 <퀴즈왕>을 통해 2010년 장진 감독과 조우했다.

그 전까지 류승룡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시간을 보냈다. <거룩한 계보>를 통해 확실한 눈도장을 찍은 류승룡은 임권택 감독의 100번째 작품 <천년학>을 비롯해 배우 송혜교, 유지태가 출연한 <황진이>에서 사극배우로서의 가능성까지 보여주며 연기의 스펙트럼을 더욱 넓혀나갔다.

'연기의 달인'
소문난 다작배우

류승룡은 업계에 얼굴을 알리기 시작한 시점부터 그 평판이 남달랐다. 한 제작사 대표는 "류승룡이 그때부터 준비된 톱스타로서의 면모를 보여줬다"고 회상했다. 여기자들 사이에서도 류승룡은 인기가 좋았다. 늘 매너 있는 태도로 인터뷰에 응함은 물론 유머감각까지 갖추고 있어 얘기가 잘 통했다는 후문이다.

몇몇 관계자에 따르면 류승룡은 보기보다 상당히 세심한 성격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자기 관리가 뛰어난 탓이지 웬만해서는 실수를 하지 않으며, 특히 연기에 있어선 보는 사람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의 완벽함을 추구한다는 것. 이처럼 소탈해 보이는 류승룡의 이면에는 섬세하면서도 뜨거운 날것 그대로의 열정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듯 세밀한 캐릭터 분석은 류승룡이 가진 최대 장점이다. 그만큼 류승룡은 시나리오를 꼼꼼하게 읽는다. "대본이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읽고 또 읽는다"고 한 연예계 관계자는 전했다. 완벽한 연기를 위해 틈틈이 캐릭터에 대한 메모를 빼놓지 않는 건 물론이다.

그렇게 공들여 만들어진 캐릭터가 <최종병기 활>의 만주군 수장 쥬신타다. 그는 쥬신타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 몇 달 동안 변발을 하고, 만주어를 익히기 위해 만주의 역사까지 배우는 등 고증에 힘을 쏟았다. 이때 흘린 땀방울은 고대하던 흥행과도 연결됐다.


새로운 일에 늘 자신감을 밝혀왔던 그지만 다작을 하다 보니 고민도 많았다. 동시에 서너 작품을 하다 보니 자신이 가진 능력 이상의 것을 발휘할 수 없을 것만 같은 두려움에 휩싸였던 것. 그는 <구르믈 벗어난 달처럼>을 촬영할 당시 이준익 감독에게 이 같은 고민을 털어놨다고 전해졌다. 그러자 이준익 감독은 "스스로 자신에게 한계를 두지 말라"고 조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류승룡은 "이 말에 큰 용기를 얻었다"고 밝혔다. 슬럼프를 겪을 때쯤 몸에 좋은 약을 맞았던 것.

이처럼 캐릭터를 파고 또 파던 류승룡은 주조연작 <내 아내의 모든 것>을 통해 마침내 잭팟을 터뜨렸다. 충무로 역사상 전무후무한 캐릭터로 평가받는 마성의 카사노바 '장성기'를 히트시킨 것.

당시 관객과의 대화에서 류승룡은 "비 맞아서 불쌍하고 귀여운데 만지고 싶지 않은 강아지와 같은 느낌"이라고 '장성기'를 설명했다. 이어 류승룡은 "장성기가 실제 류승룡과 닮은 부분이 많다"고 언급했다. 그의 말을 해석하자면 몸에 꼭 맞는 옷을 입었던 셈이다.

누가 뭐래도 '장성기'는 그해 충무로 최고의 문제적 캐릭터였다. 범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와 독특한 유머감각. 류승룡은 이 영화를 통해 대중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더티 섹시'라는 그의 유명한 별명도 이때쯤 다시 회자됐다. '장성기'를 통해 그는 분명 대중에게 재조명되고 있었다.

관객 홀린 정신지체 연기
'최저예산 천만영화' 기록

류승룡의 차기작 <광해, 왕이 된 남자>는 뚜껑을 열기 전 배우 이병헌의 원톱 영화로만 알려졌었다. 그러나 영화를 보고 나온 관객들의 반응은 달랐다. '광해'와 불꽃튀는 연기대결을 펼쳤던 '허균'이 없었다면 <광해, 왕이 된 남자>가 성공할 수 없었을 것이란 평가가 주를 이뤘다. 이렇듯 카사노바에서 킹메이커로 물 흐르듯 연기변신에 성공한 류승룡은 그의 운명과도 같은 작품 <7번방의 선물>을 마침내 만났다.


상업영화 첫 단독 주연. 그러나 정신지체장애인을 연기해야 했다. 캐릭터 분석에 몰두했던 류승룡은 경기 일산에 있는 한 공장에 찾아가 20대 후반의 정신지체 남성을 만났다. 영화 속 '용구'는 그렇게 탄생했다. 시사회에서 밝혔던 대로 류승룡은 촬영장에서 '용구'로 살았다. 밝고 긍정적이면서도 절대로 과하지 않은 한 아이의 아빠로다.

이런 용구를 뒷받침해준 명품 조연진들은 영화 <7번방의 선물>의 감동을 극대화했다. 배우 오달수, 박원상, 김정태, 김기천, 정만식 등 충무로의 내로라하는 조연들은 모두 7번방의 죄수가 됐다. 단독 주연의 부담을 안고 있던 '고기' 류승룡에게 이들의 존재는 마치 '물'과 같았다. 그야말로 물 만난 고기처럼 류승룡은 영화 안에서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뽐냈다.

잘빠진 시나리오에 녹아든 류승룡의 연기는 관객들의 눈시울을 적셨다. 여기저기 입소문은 퍼졌고, 마침내 '최저예산 천만관객 영화'라는 금자탑이 류승룡에 의해 세워졌다. 개인적으로는 영화배우 최초로 출연한 영화 두 편 연속 천만관객을 돌파한 희귀 케이스로 남게 됐다.

물오른 연기력
충무로 재발견

류승룡은 영화계 데뷔 때부터 술·담배를 일절하지 않았다. 소문난 기독교 신자인 그는 배우로서의 삶만큼이나 '가정적인 남편' '좋은 아빠'로서의 삶도 중요하다고 늘 강조한다. 촬영 이외의 시간은 대부분 가족과 함께 보내는 것으로 유명한 류승룡. <7번방의 선물>에서 그가 보여준 부성애는 어쩌면 '인간 류승룡'의 진심에서 우러난 '몸에 꼭 맞는 옷'이 아니었을까.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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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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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