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1000만 스타' 류승룡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3.08 10:5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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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의 귀재…연기의 제왕…마성의 매력

[일요시사=연예팀] '시작은 미약했지만 끝은 창대하리라'
유명한 구절처럼 류승룡은 단역으로 시작해 충무로 최고의 '흥행킹'으로 거듭났다. 영화배우가 전성기를 맞이한다는 40대. 영화 <7번방의 선물>로 당당히 '1000만 흥행배우'의 반열에 오른 류승룡의 전성기는 이제 막 시작됐다.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을 연출한 민규동 감독은 함께 작업한 배우 류승룡에 대해 "지문 사이 행간도 읽어 스크린을 가득 채우는 배우"라고 평했다. 캐릭터 분석에서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류승룡은 영화 <7번방의 선물>을 통해 '관객석을 가득 채우는 흥행 배우'로 거듭났다.

<7번방의 선물>
천만관객 돌파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조용한 돌풍은 이내 태풍이 되어 극장가를 덮쳤다. 류승룡이 첫 단독 주연을 맡은 상업영화 <7번방의 선물>은 누적 관객수(2월 26일 기준) 1052만7224명을 기록했다. <7번방의 선물>에서 함께 호연한 배우 정진영의 주연작 <왕의 남자>가 기록한 1051만명을 근소하게 넘어선 수치다.

더욱 놀라운 건 <7번방의 선물>의 흥행몰이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제 류승룡은 자신이 조연으로 출연했던 전작 <광해, 왕이 된 남자>의 흥행스코어(1231만명)에 도전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두 작품 연속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천만배우'라는 타이틀까지 거머쥐었다.

영화계는 지금 배우 김윤석 이후 등장한 이 무서운 흥행카드에 주목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배우 하정우까지 더해 이들을 '충무로 트로이카'라 부르고 있다. 충무로의 확실한 대세로 떠오른 류승룡은 <최종병기 활>(2011), <내 아내의 모든 것>(2012), <광해, 왕이 된 남자>(2012)에 이어 <7번방의 선물>까지 4연타석 홈런을 치며 일약 '국민배우' 반열에 올라섰다. 네 작품의 누적 스코어를 합치면 모두 3천5백만에 이른다. 영화 <고지전>(2011)까지 더한다면 무려 4천만에 육박하는 경이로운 흥행 성적이다.


조연 <광해> 이어 주연 <7번방의 선물> 연속 홈런
빅 흥행카드 김윤석·하정우와 '충무로 트로이카'

류승룡은 최근 3년 사이 그야말로 거칠 것 없는 흥행계보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이 흥행계보를 거슬러 가다보면 '무명 시절' 류승룡을 만날 수 있다. 장진 감독의 <거룩한 계보>(2006)는 그의 필모그래피를 언급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다.

극중 조직에게 배신당한 사형수(정순탄 역)로 분한 류승룡은 매력적인 중저음과 강인한 눈매로 영화팬들의 이목을 한 눈에 사로잡았다. 다소 거칠게 기른 수염은 '마초 냄새' 물씬 나는 그의 마스크와 맞물려 스크린에 묘한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거룩한 계보>에 함께 출연했던 배우 정준호는 당시 있었던 기자간담회에서 "이 영화는 류승룡이라는 보석 같은 배우를 발견한 영화"라고 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비록 <거룩한 계보>가 흥행 면에서 썩 좋은 성적을 남기진 못했지만 '류승룡'이라는 이름 석 자는 그를 기억하는 관객들의 뇌리에 남았다. 그때부터 류승룡은 소위 말하는 '될놈'으로서의 가능성을 싹 틔웠다.

장진사단 출신
난타통해 성장

류승룡은 '톱스타의 산실'로 불리는 서울예대를 졸업했다. 연극과 90학번인 그는 방송인 신동엽, 배우 안재욱, 정재영, 황정민, 임원희 등을 동기로 두고 있다. 대다수 서울예대 출신들이 그렇듯 그는 맨 처음 대학로에서 전업 배우 생활을 시작했다.

같은 학교 선배인 장진 감독과의 인연도 대학로에서 시작됐다. '장진 사단'의 일원인 그는 줄곧 장진 감독의 연극에 출연했다. 연극 <서툰 사람들>, <택시 드리벌> 등이 당시 출연했던 작품이다. 이때 맺었던 인연은 류승룡의 영화 데뷔로 이어졌다. 그러나 류승룡이 연극 무대에서 곧바로 영화판으로 뛰어든 건 아니다. 류승룡은 1998년 대학로를 떠나 넌버벌(Non-Verbal) 퍼포먼스 <난타>에 합류했다. 대사 없이 몸짓과 눈짓만으로 감정을 전달하는 무언극이었다.


그는 브로드웨이를 목표로 <난타>에 합류했다. 송승환 대표가 <난타>를 처음 기획했을 당시 그는 극단을 그만두고 오디션을 선택했다. <난타>의 일원으로 전 세계 곳곳을 누비며 그는 배우로서 갖춰야 할 마음가짐과 내공을 닦았다고 전해진다. 그렇게 5년이 흐르고, 연극배우로서 전성기를 누릴 때 그는 미련 없이 <난타>를 그만뒀다. '박수칠 때 떠나라'는 말을 믿었기 때문이다.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류승룡은 "예술인이 점점 안정적인 생활에 길들여져 기술인이 되가는 걸 느꼈다"며 <난타>를 그만둔 배경을 설명했다. 그렇게 그는 배우로서의 다른 길을 찾았고, 영화계 선배인 장진 감독을 만났다.

그때 당시를 회고하며 류승룡은 "나 연기하고 싶다. 말 좀 하자"며 장진 감독에게 불쑥 찾아갔던 일화를 소개했다. 그리고 장진 감독은 2004년 <아는 여자>를 통해 류승룡의 기념비적인 영화 데뷔를 성사시켰다. 그때 맡았던 역할은 이름 없는 강도였다.

이후 류승룡은 영화 <소나기는 그쳤나요>와 <고마운 사람>에서 장진 감독과 호흡을 맞추며, 영화판에 얼굴을 알렸다. 그리고 2005년. <박수칠 때 떠나라>를 통해 충무로 관계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어필했다.

류승룡은 영화 <박수칠 때 떠나라>에서 주연을 맡았던 배우 차승원의 라이벌 검사 역을 훌륭히 소화했다. 이 작품으로 류승룡은 무명 배우에서 '가능성 있는 조연'으로 급부상했다. 특히 임권택 감독 등 충무로 저명인사들은 '마초적인 매력'의 소유자인 '배우 류승룡'을 눈여겨보며 계약서를 내밀었다. 저마다 비중 있는 조연 역할이었다. 박수칠 때 연극 무대를 떠났던 류승룡은 이제 영화계에서 당당히 박수 받는 사람이 돼있었다.

장진 감독과의 인연도 이어졌다. 류승룡은 <거룩한 계보> 출연 후 가진 인터뷰에서 "현재 내가 매니저가 없는데 장진 감독이 사실상 내 매니저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시 류승룡이 출연한 영화에 대해 장진 감독이 계약서 부분을 담당해준 것. 이후 그는 영화 <퀴즈왕>을 통해 2010년 장진 감독과 조우했다.

그 전까지 류승룡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시간을 보냈다. <거룩한 계보>를 통해 확실한 눈도장을 찍은 류승룡은 임권택 감독의 100번째 작품 <천년학>을 비롯해 배우 송혜교, 유지태가 출연한 <황진이>에서 사극배우로서의 가능성까지 보여주며 연기의 스펙트럼을 더욱 넓혀나갔다.

'연기의 달인'
소문난 다작배우

류승룡은 업계에 얼굴을 알리기 시작한 시점부터 그 평판이 남달랐다. 한 제작사 대표는 "류승룡이 그때부터 준비된 톱스타로서의 면모를 보여줬다"고 회상했다. 여기자들 사이에서도 류승룡은 인기가 좋았다. 늘 매너 있는 태도로 인터뷰에 응함은 물론 유머감각까지 갖추고 있어 얘기가 잘 통했다는 후문이다.

몇몇 관계자에 따르면 류승룡은 보기보다 상당히 세심한 성격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자기 관리가 뛰어난 탓이지 웬만해서는 실수를 하지 않으며, 특히 연기에 있어선 보는 사람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의 완벽함을 추구한다는 것. 이처럼 소탈해 보이는 류승룡의 이면에는 섬세하면서도 뜨거운 날것 그대로의 열정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듯 세밀한 캐릭터 분석은 류승룡이 가진 최대 장점이다. 그만큼 류승룡은 시나리오를 꼼꼼하게 읽는다. "대본이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읽고 또 읽는다"고 한 연예계 관계자는 전했다. 완벽한 연기를 위해 틈틈이 캐릭터에 대한 메모를 빼놓지 않는 건 물론이다.

그렇게 공들여 만들어진 캐릭터가 <최종병기 활>의 만주군 수장 쥬신타다. 그는 쥬신타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 몇 달 동안 변발을 하고, 만주어를 익히기 위해 만주의 역사까지 배우는 등 고증에 힘을 쏟았다. 이때 흘린 땀방울은 고대하던 흥행과도 연결됐다.


새로운 일에 늘 자신감을 밝혀왔던 그지만 다작을 하다 보니 고민도 많았다. 동시에 서너 작품을 하다 보니 자신이 가진 능력 이상의 것을 발휘할 수 없을 것만 같은 두려움에 휩싸였던 것. 그는 <구르믈 벗어난 달처럼>을 촬영할 당시 이준익 감독에게 이 같은 고민을 털어놨다고 전해졌다. 그러자 이준익 감독은 "스스로 자신에게 한계를 두지 말라"고 조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류승룡은 "이 말에 큰 용기를 얻었다"고 밝혔다. 슬럼프를 겪을 때쯤 몸에 좋은 약을 맞았던 것.

이처럼 캐릭터를 파고 또 파던 류승룡은 주조연작 <내 아내의 모든 것>을 통해 마침내 잭팟을 터뜨렸다. 충무로 역사상 전무후무한 캐릭터로 평가받는 마성의 카사노바 '장성기'를 히트시킨 것.

당시 관객과의 대화에서 류승룡은 "비 맞아서 불쌍하고 귀여운데 만지고 싶지 않은 강아지와 같은 느낌"이라고 '장성기'를 설명했다. 이어 류승룡은 "장성기가 실제 류승룡과 닮은 부분이 많다"고 언급했다. 그의 말을 해석하자면 몸에 꼭 맞는 옷을 입었던 셈이다.

누가 뭐래도 '장성기'는 그해 충무로 최고의 문제적 캐릭터였다. 범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와 독특한 유머감각. 류승룡은 이 영화를 통해 대중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더티 섹시'라는 그의 유명한 별명도 이때쯤 다시 회자됐다. '장성기'를 통해 그는 분명 대중에게 재조명되고 있었다.

관객 홀린 정신지체 연기
'최저예산 천만영화' 기록

류승룡의 차기작 <광해, 왕이 된 남자>는 뚜껑을 열기 전 배우 이병헌의 원톱 영화로만 알려졌었다. 그러나 영화를 보고 나온 관객들의 반응은 달랐다. '광해'와 불꽃튀는 연기대결을 펼쳤던 '허균'이 없었다면 <광해, 왕이 된 남자>가 성공할 수 없었을 것이란 평가가 주를 이뤘다. 이렇듯 카사노바에서 킹메이커로 물 흐르듯 연기변신에 성공한 류승룡은 그의 운명과도 같은 작품 <7번방의 선물>을 마침내 만났다.


상업영화 첫 단독 주연. 그러나 정신지체장애인을 연기해야 했다. 캐릭터 분석에 몰두했던 류승룡은 경기 일산에 있는 한 공장에 찾아가 20대 후반의 정신지체 남성을 만났다. 영화 속 '용구'는 그렇게 탄생했다. 시사회에서 밝혔던 대로 류승룡은 촬영장에서 '용구'로 살았다. 밝고 긍정적이면서도 절대로 과하지 않은 한 아이의 아빠로다.

이런 용구를 뒷받침해준 명품 조연진들은 영화 <7번방의 선물>의 감동을 극대화했다. 배우 오달수, 박원상, 김정태, 김기천, 정만식 등 충무로의 내로라하는 조연들은 모두 7번방의 죄수가 됐다. 단독 주연의 부담을 안고 있던 '고기' 류승룡에게 이들의 존재는 마치 '물'과 같았다. 그야말로 물 만난 고기처럼 류승룡은 영화 안에서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뽐냈다.

잘빠진 시나리오에 녹아든 류승룡의 연기는 관객들의 눈시울을 적셨다. 여기저기 입소문은 퍼졌고, 마침내 '최저예산 천만관객 영화'라는 금자탑이 류승룡에 의해 세워졌다. 개인적으로는 영화배우 최초로 출연한 영화 두 편 연속 천만관객을 돌파한 희귀 케이스로 남게 됐다.

물오른 연기력
충무로 재발견

류승룡은 영화계 데뷔 때부터 술·담배를 일절하지 않았다. 소문난 기독교 신자인 그는 배우로서의 삶만큼이나 '가정적인 남편' '좋은 아빠'로서의 삶도 중요하다고 늘 강조한다. 촬영 이외의 시간은 대부분 가족과 함께 보내는 것으로 유명한 류승룡. <7번방의 선물>에서 그가 보여준 부성애는 어쩌면 '인간 류승룡'의 진심에서 우러난 '몸에 꼭 맞는 옷'이 아니었을까.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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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